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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운동이 미래사회를 결정합니다”
- 데이비드 하비 뉴욕시립대학교 인류학과 교수
인터뷰|이원섭(국토연구원 연구위원)
데이비드 하비(David Harvey)
데이비드 하비 교수는 1935년 영국에서 태어나, 1950년대 후반 캠브리지대학교 존스칼리지(John’s College) 지리학과에서 수학하고
1961년‘1800~1900년 켄트지방의 농업 및 농촌변화의 제측면들’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위를 받은 후, 그는 영국 브리스톨대학교에서 강의를 했으며, 1969년 미국 볼티모어에 있는 존스홉킨스대학교로 자리를 옮겨 부교수, 교수로 재직하였다. 1987년 영국으로 돌아가 옥스포드대학교 지리학과의 핼포드 맥킨더(Halford Mackinder) 석좌교수가 되었지만, 1993년 다시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로 돌아왔고 2005년 현재
뉴욕시립대학교에서 인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분야는 급진지리학과 마르크스주의다.
저서
‘신자유주의 약사’, ‘신제국주의’, ‘포스트모더니티의 조건’, ‘희망의 공간’, ‘자본의 한계’, ‘사회정의와 도시’등
사회와 공간의 관계에 관해 통찰력 있는 사상체계를 구 축, 세계적인 권위를 갖고 있는 데이비드 하비 교수가 지난 11월 초 행정중심복합도시 도시개념 국제공모전의 심사위원장으로 방한하였다. 방한기간 중 특강을 위해 국토연구원에 들른 하비 교수를 만나 보았다.
▶ 이원섭(‘이’): 안녕하십니까? 한국과 국토연구원에 오 신 것을 한국의 독자를 대표하여 환영합니다.
먼저, 저를 비롯한 한국의 독자들은 교수님께서 행정 중심복합도시 도시개념을 위한 국제공모전의 심사위원으 로 참여하셨다는 사실에 상당히 놀랐습니다. 심사위원회 에 참여하게 되신 과정을 말씀해 주십시오.
▶▶데이비드 하비(‘하비’): 저도 심사위원으로 참여 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놀랐습니다. 처음에는 무언가 실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다음에는 좀 더 심각 하게 고민하게 되었는데 결국 승낙하는 것으로 결론 을 내렸습니다. 이런 일은 전에 생각하지 못한 일이 었으나, 중요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 하비: 이번 도시개념 공모와 같은 유형의 심사 에서는 건축가나 계획가들의 역할이 매우 크게 작 용합니다. 심사위원회에서의 제 역할은 도시계획을 사회적∙이론적 관점에서 고려하고, 공간의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아울러 보다 폭넓은 시각에서 건축가나 계획가와는 다른 차원의 관점을 제공하여 수상작 선정을 위한 의사 결정 과정에 도움을 주기도 하였습니다.
심사위원회에서는 이번 경연대회가 행정중심복 합도시라는 젊은 도시건설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심사위원 중에서 나이가 가장 어린 분(Nader Tehrani, 역자주)을 심사위원장으로 선출하였습니 다. 저는 가장 연장자로서 공식적인 역할이 최종 결 과를 보고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일종의 공동심사위 원장 역할을 한 셈입니다.
▶ 이: 심사위원장으로 참여한 경험이 어떠하였는지 말 씀해 주시겠습니까? 그리고 최종 수상작은 어떻게 선정 하였습니까?
▶▶ 하비: 저는 이번 경험이 아주 즐거웠습니다. 각 심사위원들이 지닌 서로 다른 학문적 배경과 출신국 가 배경에서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저도 도시나 건 물을 설계하고 건설하는 경험이 풍부한 동료 심사위 원들에게서 많이 배웠고, 그분들 역시 나의 경험을 배울 수 있었기 때문에 심사위원회는 훌륭한 상호 학 습의 장이었습니다.
최종 수상작을 결정하기 위해 합의를 도출하는 것 은 매우 어려운 과정이었고 계속된 협상이 필요하였 습니다. 이번 공모는 최종적인 도시설계가 아닌 도시 개념에 관한 아이디어 경쟁의 성격이 컸기 때문에 당 데이비드 하비
선작을 선정하는 것이 특히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가 장 우수하다고 평가되는 5개의 당선작과 5개의 장려 상을 선정하게 된 것입니다.
▶ 이: 한국의 많은 독자들이 교수님의 학문적 배경과 이번 국제공모전에서의 역할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 는지 궁금해 하고 있습니다.
▶▶ 하비: 제가 집필한‘희망의 공간(2000년 발간된
‘Spaces of Hope’에는 The Spaces of Utopia에 관한 내용이 있음, 역자주)’이 한국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 로 생각합니다. 이 책의 많은 내용이 새로운 도시창 조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유토피아적 사고를 행정중 심복합도시와 같은 프로젝트에 적용할 수 있지 않을 까 하고 생각하였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 이: 교수님께서 집필한‘사회정의와 도시(Social Justice and the City)’를 비롯한 여러 권의 저서[‘자 본의 한계(The Limits to Capital)’, ‘포스트모더니티의 조건(The Conditions of Postmodernity)’, ‘희망의 공간(Spaces of Hopes)’등, 역자]가 한국에서 번역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것은 교수님의 지리공간에 관한 사상이 한국의 학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 결과라 고 생각합니다. 교수님도 이 사실을 알고 계시는지요?
▶▶하비: 말씀하신 책 외에도‘신제국주의(The New Imperialism)’, ‘모더니티의 수도 파리(Paris, Capital of Modernity)’등도 번역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저 역시 저의 책들 이 한국에서 번역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특히 브라질 과 한국에서 저의 책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은데 왜 그런지 저에게 설명을 해주세요(웃음). 제가 저술한 최초의 급진적 저서‘사회정의와 도시’는 당시 한국 정부에서 금지하던 지하서적의 유형이었기 때문에 제
게도 알리지 않고 은밀하게 번역되었다고 들었습니 다. 나중에 도시빈민운동을 이끌었던 사람들에게서 저의 책이 중요했다는 말을 듣고 매우 기뻤습니다.
▶이: 교수님을 알고 있는 대부분의 한국 독자들은‘사 회정의와 도시’를 기억할 것입니다. ‘정의’의 개념에 대 해서 다시 한번 설명해 주십시오. 아울러 책이 출판된 1970년대 초반과 현재 사이에 그 의미가 변화되었는지 궁금합니다.
▶▶ 하비: 흥미로운 점은 정의에 관해 많은 이론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 중 하나가 마르크스인데 그는 정의라는 개념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었습니다. 마르 크스 시대는 부르주아가 지배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부르주아의 관점에서 보는 정의는 부르주아에게만 합당했을 것입니다. 요즘 부시 대통령이 신자유주의 적 관점에서 규정하는 자유(liberty of freedom)의 문 제에 대해서도 저는 반대합니다. 저는 정의를 사회적 과정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봅니다. 어떻게 보면 시장 이 정의를 규정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는 시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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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섭
그래서 다른 대안적 개념이 필요한데, 그 중 하나 가 관념과 사회적 과정 사이의 변증법적 관계에서 접 근하는 것입니다. 정의는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입니다. 정의로운 사회의 모습에 대해서도 서로 다 른 관점이 존재합니다. 부시 대통령이‘자유로운 사 회, 정의로운 사회’를 지지하고 있는데, 저는‘자유 로운 사회, 정의로운 사회’의 개념은 사회적 관계와 사회적 관념 위에서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정의와 도시’가 집필된 1960~1970년대와 비교하여 현재는 국제적인 차원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새로운 관점에서 현재 시점에 맞는 보편 적인 정의에 관해 규정하려고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지리적 장소에 따른 차이점에 민감해야 하고 서로 다 른 사회적 관념을 이해해야 합니다. 아울러 현재의 평등주의적인 사회과정, 국가의 강력한 개입, 구조화 된 시민사회는 과거와 매우 다르다는 사실도 알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정의란 서로 다른 사회적 제도에 뿌리내리고 있는 상대적 개념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요약하면 정의는 신이 정하는 것과 같은 절대적인 개념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서로 다른 사회제도에서는 서로 다른 개념의 정의가 존재 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현 시점에서 정의에 관한 중 요한 내용은 1960~1970년대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 다. 당시의 정의에 관한 일반적 경향은 분배에 관한 문제였는데, 마르크스는 분배뿐 아니라 생산양식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오늘날에 있어서도 생산관계에서 나타나는 문제는 정의의 중요한 요소 이며, 정부활동에서도 재분배 문제가 중요합니다.
▶이: 교수님께서는 지난 30여 년간 매우 중요한 책들
▶▶하비: 그것은 상황에 따라 매우 다릅니다. ‘자본 의 한계’나‘모더니티의 수도 파리’와 같은 책은 제 가 주제를 정하였지만, ‘신제국주의’나‘포스트모더 니티의 조건’은 거꾸로 주제가 저를 정하는 경우입니 다. 후자를 포함하여 제가 저술한 많은 책은 제 주변 에서 벌어지고 있는 특정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집 필한 것입니다.
책을 집필하는 과정은 제 자신을 교육하는 의미도 큽니다. 자기 자신을 교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 른 사람들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자본의 한계’는 저술하는 과정에서 마르크스의 생각이 어떻 게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제 자신을 교육하고 다 른 사람들을 가르치면서 개념을 명확히 할 수 있었습 니다. ‘모더니티의 수도 파리’는 매우 즐겁게 썼는 데, 이 책을 쓴다는 것은 개인적인 즐거움이었습니 다. 그러므로 책에 따라 집필된 배경이나 상황이 상 당히 다르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 최근 저서인‘신제국주의’와‘신자유주의 약사(A Brief History of Neoliberalism)’에서 볼 수 있듯이 교 수님의 저서는 시대적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 합니다. 현재 신제국주의와 신자유주의가 전세계의 정 치, 경제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교수님께서는 신제국주의와 신자유주의 이후에 대해서 어떻게 전망하 십니까?
▶▶ 하비: 저는 말씀하신 두 권의 책을 정치참여를 위해 저술하였습니다. 사람들이 책을 읽고 행동하기 를 바라는 마음에서였지요. 현재 시점은 역사적으로 흥미 있는 때입니다. 신제국주의와 신자유주의 이후 에 관하여 많은 대안들과 많은 아이디어가 만발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미래의 정치적 대안이 무엇인지를 찾기 위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단계입니다. 미래사 회의 방향은 정치가들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운 동(social movement)이 진행하는 방향에 따라 결정될 것입니다.
저는 위의 두 가지 책을 사회운동에 도움이 될 것으 로 기대하고 저술하였으며, 사람들이 이 책에 있는 아 이디어를 채택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어떤 이 는‘포스트모더니티의 조건’을 읽고 나서 마르크스 시 대가 가고 포스트모더니티가 뒤를 이었다는 나의 주장 이 우리 세대 전체를 구원하는 데 기여했다고 말하기 도 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반응에 대해서 늘 고맙게 생 각합니다.
▶이: 다음은 한국에 관한 질문입니다. 아시는 바와 같 이 한국은 짧은 시간 동안에 빈곤국가에서 현대화된 국 가로 변모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사람들 간의 부의 불균 형뿐만 아니라 심각한 공간적 불균형 문제를 안고 있습 니다. 이러한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정책을 입안하는 정 부나 계획가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시겠습니까?
▶▶하비: 저는 한국의 상황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하 지만, 지리적 불균형과 부의 불균형 문제는 어디에나 있습니다. 이것은 신자유주의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과정이 이 문제 를 만든다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문제가 발생한 이 후의 결과보다는 그 원인에 대한 대처가 더욱 중요합 니다. 시장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대 안으로서 사회적 과정을 중시하는 사회민주주의적 복 지국가를 들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정부가 경제발 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신자유주 의적 상황과는 다른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한국에서 는 정부의 힘을 부의 불균형과 지역 간 불균형을 야기
하는 원인뿐만 아니라 증후에 대응하는 데 적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행정중심복합도시 같은 것도 좋은 아 이디어라고 생각됩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사람에 따 라 의견이 다르겠지만 좋은 생각은 어디까지나 좋은 생각입니다.
▶ 이: 마지막 질문은 교수님의 신상에 관한 것인데, 아 직도 왕성한 활동을 하시는 것을 보니 70세라는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교수님께서는 언제쯤 은퇴할 것인지, 그 이후의 계획은 어떠신지요?
▶▶ 하비: 제가 1935년생인데 2주 전에 70세 생일을 맞았습니다. 현재 뉴욕시립대에 적을 두고 있고 작가, 비평가, 사상가로서 활동하고 있는데 여생동안 일을 계속할 것입니다. 우리 학교에는 정년이 없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은퇴를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 하 는 일에 대해 매우 만족하고,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 치는 것도 매우 즐겁습니다.
▶이: 한국의 독자들을 위해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대단 히 감사합니다.
집필한 저서 중에서 한국어로 번역된 것만‘사회정의와 도시’를 비롯하여 7권에 달할 정도로 한국에서 하비 교 수의 인기는 대단하다. 이처럼 70세의 고령에도 불구하 고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그가 앞으로 어떤 저서 와 연구로 우리를 놀라게 할 것인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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