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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과 범죄 피해 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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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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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우선인가?

: 발달장애인 대상 휴대폰 관련 범죄를 중심으로

79)김동현*・박혜진**

Ⅰ. 들어가며

Ⅱ.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 1. 자기결정권의 의의

2.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 보장에 대한 논의

3.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 관련 제도

Ⅲ. 발달장애인 대상 휴대폰 개통 관련 범죄

1. 논의의 배경 2. 범죄 유형 3. 유형별 대응방안

Ⅳ. 대안의 제시 1. 검토방향 2. 대안 및 장단점

Ⅴ. 나가며

■국문초록■

모든 국민은 헌법에 의하여 자기결정권을 보장받는다. 발달장애인은 지적장애 또는 자폐성장 애를 가진 사람을 의미하는데, 이들 역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기결정권이 보장되어야 함은 말 할 나위가 없다.

성년에 달한 발달장애인은 원칙적으로 행위능력이 있고 자신의 의사에 기하여 자유롭게 계약 을 체결할 수 있다. 이렇게 행위능력이 있는 발달장애인이 체결한 계약은 유효하며 상대방은 이를 근거로 발달장애인에게 의무 이행을 요구할 수 있다. 발달장애인의 행위능력을 제한하기 위하여서 는 법원의 후견심판이 필요하다.

그런데 발달장애인은 자신이 체결한 계약으로 인하여 휴대폰 개통 관련 범죄의 피해자가 되는

* 서울특별시 장애인권익옹호기관 변호사, invers44@gmail.com

** 서울특별시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주임,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법학석사, valentina.hj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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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우가 빈번하다. 발달장애인들은 명의도용, 휴대폰 강매, 명의대여 후 통신요금 미변제 등 다양한 형태로 자신이 원하지 않은 휴대폰 이용 계약을 체결하고, 통신요금을 변제하지 못하여 추심업체 로부터 지속적인 독촉을 받고 신용불량자가 되기도 한다.

본고에서는 먼저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과 그 제한에 대해 살펴보고, 발달장애인 휴대폰 관 련 범죄의 유형과 대응 방안을 고찰해본다.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면서도 범죄 피해를 예방하고 회복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본 연구의 주된 목적이다.

주제어 : 발달장애인, 자기결정권, 성년후견제도, 휴대폰 범죄,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 제12조, 의사 결정지원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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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들어가며

모든 국민은 헌법에 의하여 자기결정권을 보장받는다. 발달장애인 역시 국민의 한 사 람으로서 자기결정권이 보장됨은 당연하다. 발달장애인이란, 정신 발육이 항구적으로 지 체되어 지적 능력의 발달이 불충분하거나 불완전하여 자신의 일을 처리하는 것과 사회생 활에 적응하는 것이 상당히 곤란한 사람인 ‘지적장애인’과 소아기 자폐증, 비전형적 자폐 증에 따른 언어・신체표현・자기조절・사회적응 기능 및 능력의 장애로 인하여 일상생활이 나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아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인 ‘자폐성장애인’을 일컫는다.1) 2018년 기준으로 발달장애인은 전체 등록 장애인 2,585,876명 중 233,620명 (약 9.03%)에 이른다.2)

발달장애인이라 할지라도 성년이 되면 자신의 의사에 기하여 자유롭게 유효한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상대방은 이를 근거로 발달장애인에게 계약상 의무의 이행을 요구할 수 있다. 본고에서는 발달장애인이 체결하는 수많은 계약 중 휴대폰3) 계약에 집중한다. 우 리나라의 휴대폰 보급률은 120% 이상으로, 휴대폰 계약은 일상에서 너무나 흔하게 이루 어지는 계약이고,4) 기계 구매・통신서비스이용계약 등의 여러 단계에서 발달장애인을 상 대로 한 각종 범죄가 발생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다음의 세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사례 에서 소개하는 A, B, C는 모두 성인 발달장애인이며, 후견인이 선임되어 있지는 않은 상 태이다.

A는 휴대폰 대리점 앞을 지나가던 중 호객행위를 하는 판매상의 권유로 고가의 휴대폰 기

1)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법률 제14839호, 타법개정 2017. 7. 26., 시행 2017.

7. 26.) 제2조 제1항 가목, 나목.

2) 장애인 등록 현황, 보건복지부 (2018).

3) 휴대폰, 휴대전화, 핸드폰, 이동전화 등 여러 용어가 사용되고 있으나, 본고에서는 전부 ‘휴대 폰’으로 지칭한다.

4) 자료상 무선 이동전화 가입자 수는 66,355,778명으로 추산된다(무선 통신서비스 통계 현황, 과 학기술정보통신부 (2018) 참조.). 2019. 6. 기준의 전국 총 인구가 51,842,636명인 점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의 이동전화 보급률은 120% 이상에 가깝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시내/이동전화 가 입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19); 주민등록인구현황, 행정안전부 (2019) 참조). 물론 동일인이 SIM카드를 2개 이상 구매하거나 2개 이상 회선에 가입한 경우 2명 이상 가입자로 산출된다는 점을 감안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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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 구입 및 고액 요금제 이용계약을 체결하였다.

B는 지인이 “내가 사정이 있어 휴대폰을 구입할 수가 없으니, 네 명의로 휴대폰을 개통해 주면 사용요금과 단말기 할부금은 모두 내가 갚겠다.”고 하여, 여러 차례에 걸쳐 자신의 명의 로 총 5대의 휴대폰을 개통하여 지인에게 주었다. 그러나 지인은 개통 이후 휴대폰 사용요금 및 할부금을 단 한 차례도 납부하지 않았다.

C는 영등포역 인근에서 만난 성명불상자에게 이끌려 통신사 각 대리점을 방문하여 해당자 의 지시에 따라 통신서비스이용계약을 체결하였다.

위 A, B, C의 사례는 가족 내지 사회복지사가 사건 발생 이후 통신사 고지서, 보증보 험업체의 독촉장 등을 발견하고 외부 전문기관에 신고하여 사건화되었다.5) 당사자들은 명의도용이나 준사기, 휴대폰깡6) 등 수법에 당한 범죄피해자이다. 행위자들은 발달장애 인이 사리분별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이용하여 친분을 강조하거나 금전 등 급부를 제 공하겠다는 말로 꾀어 범죄를 저질렀다. 그러나 계약서상 발달장애인 A, B, C는 계약의 당사자이다. 이들은 의사결정능력이 있다고 간주되는 성인이므로 자신의 명의로 계약한 이상 실제 휴대폰의 사용자가 누구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여야 할 책임이 있다.

과거엔 발달장애인이 휴대폰 가입 계약을 체결하고자 할 경우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 했다. 현재는 그러한 관행이 사라져 발달장애인이 보호자 동의 없이도 스스로 계약을 체 결할 수 있게 되었다. 성인 발달장애인이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는 순기능 이 있으나, 이를 악용한 범죄가 발생하였을 때 구제가 쉽지 않다는 역기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5) 위 사례들은 모두 ‘서울특별시 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접수된 실제 사건들을 행위자의 유형별 로 나누어 각색한 것으로, 당사자가 특정될 수 있는 정보는 제외하고 작성하였다.

6) ‘휴대폰깡’은 휴대폰을 산 뒤 곧바로 그것을 팔아서 현금으로 돌려쓰는 것을 말한다. 휴대폰을 약정할부로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고, 변종 대부업과 관련되어 있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면, 대부업자가 급전이 필요한 자의 명의로 120만 원 상당의 신규 휴대폰을 개통시킨 후 이를 80만 원 정도에 되사는 식으로 현금을 융통하여 주는 것이다. 대부업자는 이러한 내구 재 대출 과정에서 생긴 차익은 물론 해당 기기를 다시 중고로 팔아 추가수익까지 얻을 수 있 다. 문제는 최초 구매자의 명의로 계약이 되어 있기 때문에 해당 휴대폰이 대포폰으로 유통되 는 경우 계약자가 단말기 대금은 물론 휴대폰 소액결제비 등 ‘본인이 실제로 사용하지 않은 내역’에 대해 변제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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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고에서는 먼저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존중과 제한에 대해 살펴보고, 최 근 수년간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자주 발생하는 범죄 유형인 휴대폰 범죄의 유형과 대 응방안을 검토해본다. 성인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면서도 범죄 피해를 예방, 구제할 수 있는 합리적 대안을 모색해보는 것이 본 연구의 목적이다.

Ⅱ.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

1. 자기결정권의 의의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자기결정권’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고 넘어가고자 한다. 자기결정이라 함은 자기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며 성취해 내는 개인의 행위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자기결정이 ‘권리’가 되려면 권리의 주체와 내용, 상대방을 갖추고 규범적으로 정당화되어야 한다.7) 자기결정권은 사적자치의 핵심이며 인격의 자유로운 발현을 위한 불가결의 수단으로서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8)

자기결정권의 주체는 인간인 ‘자기(self)’이고, 살아 있는 인간은 권리능력으로서의 자 기결정권을 가진다. 그러나 권리능력을 갖춘 모든 인간이 자기결정권을 적절히 행사할 수 있는 행위능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이성 적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결정의 의미를 이해하여야 하고 그 결정이 타인의 자기결정권 행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고려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자기결정을 하는 개인은 일정한 공동체에 속한 시민으로서 타인과 함께 살아가고 있 다. 따라서 공동체는 사회의 안녕을 위하여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이성적 능력이 부족한 시민을 돕기 위한 제도와 체계를 마련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한편, 이성적 능력이 부족 한 시민의 자기결정권 행사가 타인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적절한 제한을 가하 는 방안을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다.9)그러나 이때의 제한은 자기결정권에 대한 본질을

7) 김현철, "자기결정권에 대한 법철학적 고찰", 이화여자대학교 법학논집 제19권 제4호 (2015), 360-361.

8) 박인환, "UN장애인권리협약과 성년후견 패러다임의 전환-의사결정대행에서의 의사결정지원 으로-", 가족법연구 제28권 제3호 (2014), 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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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손하지 않아야 하며, 이성적 능력의 부족을 ‘무능력’으로 규정하여 개인이 가진 자기결 정권 자체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2.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 보장에 대한 논의

위에서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이성적 능력이 부족한 시민’을 언급하였는데, 질병, 장 애, 노령 등으로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이에 해당한다.10) 근대사회는 생산량 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노동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사람들인 장애인, 노령자, 질환자 등 을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사회성원권을 부여받지 못한 이들은 수용시설에 구금되거 나 가정에 격리될 수밖에 없었다.11) 시민사회에서 성인인 행위자는 행위를 통해 자신이 자율적인 인간으로서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있음을 입증하지만, 시설 등에 격리된 사람은 이러한 자기결정권을 박탈당한다. 주체적으로 행위할 수 있는 능력을 박탈당했기 때문에 소위 후견인 역할을 하는 사람이 격리된 사람의 권한을 대신 행사하는 것이 정당화된다.

사회로부터의 격리와 배제가 당연시되었던 장애인에 대해 자기결정권을 보장해야 한 다는 논의는 현대 장애인 인권 운동의 발전과 궤를 같이 해왔다. 장애인 인권운동의 성 과로서 나온 정상화(Normalization)12)와 사회통합(Social integration) 담론이 그것이다.13)

9) 김현철, "자기결정권에 대한 법철학적 고찰", 367-368.

10) 요보호성인(요보호성년), 제한능력자, 행위무능력자 등으로 지칭되는 의사결정능력 부족 성인 을 일컫는다.

11) 미시 사회학자 어빙 고프먼은 시설을 총체적 기관(total institutions)으로 표현하며 크게 다섯 가지 형태로 분류하고 있다. 1. 무능하고 무해한 사람들을 돌보기 위해 설립된 기관으로, 장애 인, 노인, 고아, 극빈자들을 위한 기관, 2. 자신을 건사하는 데 무능하고 공동체에 위협이 되는 사람들을 돌보는 시설로써, 결핵요양원, 정신병원, 나병 요양소 등, 3. 의도적인 위협으로부터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하여 설립한 교도소, 감호소, 포로수용소 등, 4. 준 직업적 과업을 더 잘 수행하기 위해 설립한 군대 막사, 선박, 기숙학교, 식민지수용소 등, 5. 은둔 장소로 고안된 수 도원, 수녀원 등 종교적 은둔처가 그것이다. asylum이란 단어는 국제법상 망명, 피난의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나, 18세기 말부터 등장한 장애인, 빈민, 정신질환자를 수용하는 구호시설을 의 미하기도 한다. Erving Goffmen (심보선 번역), 수용소, 문학과지성사 (2018), 16-17.

12) 정상화(normalization)는 장애인 복지의 기본 이념 중 하나로써,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같은 권 리와 의무를 가질 수 있도록, 장애인에게 다른 비장애 시민에게 주어지는 것과 동일한 생활 조건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13) 세계대전과 산업화의 과정에서 많은 장애인이 발생하면서, 국가유공자 내지 산업역군으로서의 장애인에 대해 국가가 일정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의가 정당성을 얻게 된 것이 장애인 대한 인식 변화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현대 장애 담론 변화에 대해서는 김미옥 외, 장애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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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시설보호의 폐해에 반대하며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자립생 활 모델 또한 대두하였다.14)

자립생활의 핵심은 장애인 당사자 스스로 선택과 결정을 한다는 데 있다. 이는 국제 법인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the Rights of Persons with Disabilities) 상의 일반 원칙이자,15) 국내법상 보장된 권리이기도 하다.16) 그러나 현실적으로 발달장 애인은 의사결정능력에 제약이 있고 자신의 권익을 스스로 옹호하는 것에 취약한 편이 다. 따라서 발달장애인이 타 유형 장애인이나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자기결정권을 행사 하기 위해서는 개별 특성에 따른 잔존능력을 고려한 적절한 지원이 필요하며, 국가는 이 러한 지원을 위한 제도를 마련할 책무가 있다.

3.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 관련 제도

기존 우리 민법은 행위무능력 제도를 두고 미성년자, 한정치산자, 금치산자로 분류되 는 행위무능력자에게 후견을 개시하였다. 이 중 미성년자를 제외하고, 금치산자와 한정 치산자는 정신적 장애를 갖고 있거나 심신이 약한 사람을 일컫는 것으로, 발달장애인이 이에 해당한다. 동 제도의 입법취지는 사적자치의 원칙의 구현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로

사회복지, 학지사 (2004), 16-24.

14) 사실 자립생활 모델은 신체장애인의 자립과 자기결정권을 다루며 발전하였으나, 의사결정능력 에 제약이 있는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 권리 옹호 등에 대한 논의는 상당히 부족했다. 발달 장애인은 인지적 결함 때문에 자기결정 능력이 미흡하다고 보아 이들을 위한 자립지원이나 교 육은 신체장애인에 비해 부족하게 이루어진 경향이 있다. 신유리 외, "장애인복지에서 사회적 시민권의 이론적 적용 가능성 고찰 : 자기결정권, 사회적 배제, 사회적 포함에 대한 비판을 중 심으로", 한국사회 제18권 제1호 (2017), 44-50.

15)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은 전문에서 장애인이 스스로 선택할 자유를 포함하여 장애인 개인 의 자율 및 자립의 중요성을 인정하며, 제3조에서는 천부적인 존엄성, 선택의 자유를 포함한 개인의 자율성 및 자립에 대한 존중을 협약의 일반 원칙으로 다시 한 번 강조하였다(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UN Doc. A/RES/61/106), 2006. 12. 13. 채택, 2008. 5. 3. 발효, 2009. 1.

10. 국내발효, 전문 및 제3조).

16)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에서 파생된 자기결정권은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7조 자기결정권 및 선택권 규정과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8조 자 기결정권의 보장 규정을 통해 발달장애인이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구체화되어 있 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법률 제15272호, 일부개정 2017. 12. 19., 시 행 2018. 6. 20.) 제7조 제1항.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법률 제14839호, 타법개정 2017. 7. 26., 시행 2017. 7. 26.) 제8조 제1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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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거래의 안전을 희생시키더라도 행위무능력자를 보호하고자 함에 있었다.17) 금치산 또 는 한정치산 선고를 받은 사람의 법정대리인이나 후견인은 행위무능력자가 한 법률행위 를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취소할 수 있었다. 때문에 이 제도는 보호라는 명목하에 피 후견인의 행위능력을 박탈하여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잔존능력을 획일적으로 무시한다 는 비판이 많았다. 또한 법률행위가 취소될 위험을 부담하면서까지 행위무능력자와 거래 를 하고자 하는 상대방은 없을 것이므로, 행위무능력자라는 낙인이 찍힌 사람은 자연스 럽게 사회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다. 의사능력이 부족하여 지원이 필요한 사람을 무능력 자로 정의하고 합리적 이성을 지닌 후견인의 지배에 놓이게 한 이 제도는 “삶의 모든 영 역에서 다른 사람들과 동등한 조건으로 법적 능력을 누려야 함을 인정”하라는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 제12조에 정면으로 위배된다.18)

이에 새롭게 개정된 민법은 기존의 행위무능력자 제도를 성년후견제도로 대체하였 다.19) 성년후견제도의 대상은 질병, 장애, 노령 등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 때문에 사무처리 능력에 도움이 필요한 성인이다. 자기결정권을 온전히 행사하는 데 어려움이 있 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법에서 분명히 밝힌 것이다.20) 성년후견제도의 기본 원 칙은 피성년후견인의 잔존 능력 활용과 자기결정 존중, 정상화, 필요 최소개입이다.21)22) 성년후견인은 피성년후견인의 복리에 부합하는 방법으로 사무를 처리하여야 하고, 복리 에 반하지 않는다면 피성년후견인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23) 피성년후견인은 자신의 신 상에 관하여 그의 상태가 허락하는 범위에서 단독으로 결정한다.24)

17) 대법원 2007. 11. 6. 선고 2005다71659, 71666, 71673 판결.

18)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UN Doc. A/RES/61/106), 2006. 12. 11. 채택, 2008. 5. 3. 발효, 2009. 1. 10. 국내발효. 제12조.

19) 성년후견, 한정후견, 특정후견, 임의후견에 대해서는 민법 (법률 제14965호, 일부개정 2017.

10. 31., 시행 2018. 2. 1.) 제9조 내지 제14조의3 및 제959조의14 참조.

20) 최선옥 외, "장애인의 사회적 배제와 성년후견제도 : 특정후견을 중심으로", 한국장애학회지 제 2권 제1호 (2017), 15.

21) 후견인의, 피후견인의 사무에 대한 최소 개입이라는 의미이다. 피후견인의 자기결정권이 존중 될 수 있도록 후견인의 의사결정권한은 제한능력자의 의사결정능력이 결여된 시점에서만 행사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22) 박인환, "UN장애인권리협약과 성년후견 패러다임의 전환-의사결정대행에서의 의사결정지원 으로-", 176.

23) 민법 (법률 제14965호, 일부개정 2017. 10. 31., 시행 2018. 2. 1.) 제947조.

24) 민법 (법률 제14965호, 일부개정 2017. 10. 31., 시행 2018. 2. 1.) 제947조의2 제1항.

(9)

<표 1> 후견의 유형25)

구분 임의후견

(후견계약)

법정후견

성년후견 한정후견 특정후견

개시 사유 요건

일반 성인이 질병, 장 애, 노령, 그 밖의 사유 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 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 이 부족한 상황에 있거 나 부족하게 될 상황에 대비

위탁사무에 관해 대리 권을 수여하는 계약을 체결

질병, 장애, 노령, 그 밖 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 된 성인

가정법원의 결정

질병, 장애, 노령, 그 밖 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 능력이 부족한 성인 가정법원의 결정

질병,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시적 후원 또는 특 정한 사무에 관한 후원이 필요한 성인 가정법원의 결정

효과

후견인은 후견계약으 로 위탁된 사무를 본인 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 하여 수행

피성년후견인 본인은 유 효한 법률행위를 할 수 없고 그의 법률행위는 취소 가능

가정법원은 취소할 수 없 는 피성년후견인의 법률 행위의 범위 설정 가능 일상생활에 필요하고 그 대가가 과도하지 않은 법 률행위는 성년후견인이 취소 불가

가정법원은 피한정후 견인이 한정후견인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행 위의 범위 설정 가능 한정후견인의 동의가 필요한 법률행위를 피 한정후견인이 한정후견 인의 동의 없이 했을 경 우 법률행위 취소 가능

피특정후견인의 행 위능력 제한 관련 규 정 없음

본인 행위 능력

행위능력자 원칙적 행위능력상실자 원칙적 행위능력자 행위능력자

후견인 권한

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

라 상이 포괄적 대리권, 취소권 법원이 정한 범위 내의 대리권, 동의권, 취소권

법원이 정한 범위 내 의 대리권

종료

후견계약 철회 후견계약 해지 임의후견인 해임 본인에 대한 성년후견 또는 한정후견 개시심

사망, 파산 등

피성년후견인의 사망 성년후견종료심판

피성년후견인의 사망 한정후견종료심판

원인사무처리의 종료

기간의 경과

25) 최선옥 외, "장애인의 사회적 배제와 성년후견제도 : 특정후견을 중심으로", 17; "후견제도", 찾 기쉬운 생활법률정보, 찾기 쉬운 생활법률정보 >생활법령 >가정법률 >후견제도, http://easylaw.

go.kr/ (2019. 6. 30. 확인); "성년후견제도", 대한민국법원전자민원센터, 대한민국법원 전자민 원센터 >절차안내[가사] >성년후견제도, https://help.scourt.go.kr/ (2019. 6. 30. 확인) 재구성.

(10)

현행 후견제도는 크게 법정후견과 임의후견으로 나뉜다. 임의후견은 후견계약으로써, 당사자 본인이 질병,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상황에 있거나 부족하게 될 상황에 대비하여 자신의 재산관리 및 신상보 호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다른 사람에게 위탁하고 그 위탁사무에 관하여 대리 권을 수여하는 것이다. 법정후견은 가정법원의 후견개시심판이 확정됨에 따라 개시되는 것으로, 피후견인의 잔존능력에 따라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 속적으로 결여되었는지, 능력이 부족한지, 혹은 일시적 후원 또는 특정한 사무에 관한 후 원이 필요한지 여부에 따라 각각 성년후견, 한정후견, 특정후견으로 구분할 수 있다. 임 의후견은 사인 간 계약이어서 피성년후견인에게 유효한 법률행위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의사결정능력이 부족한 성인의 경우 세 가지 법정후견 중 한 가지 유형으로 결정될 것이다.

기존 행위무능력자 제도는 일률적으로 개인의 무능력을 가정하고 후견인이 당사자의 자기결정을 대행하게 함으로써 피후견인을 배제하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성년후견제도는 기존 제도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마련되었으나, 실제 운영에 있어 여러 한계를 드러 내고 있다. 우선 성년후견은 피후견인의 행위능력이 제한되고 후견인에게 포괄적인 권한 이 부여되어 있다. 한정후견 역시 성년후견보다는 요건이 완화되긴 하였으나 피후견인의 행위능력을 부분적으로 제한하고, 후견인이 법원이 지정한 범위 내에서 동의권과 취소권 을 행사할 수 있다. 후견인이 피후견인의 의사결정을 대행하는 구조여서 사실상 기존의 금치산, 한정치산의 효과와 큰 차이가 없다. 특정후견이나 임의후견을 이용한다면 잔존 능력이 있는 발달장애인의 경우 자기결정권을 보장받으면서도 일부 사무에 후견인의 도 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제도의 이용 현황을 보면, 2018년 기준으로 전국 법원 에 접수된 후견 등 심판청구 사건은 총 5,958건으로, 세부 유형별로는 각각 성년후견 4,571건, 한정후견 897건, 특정후견 464건, 임의후견 26건으로 집계되었다.26) 성년후견과 한정후견이 전체 심판청구 건수의 91.7%에 달한다. 개정된 후견제도는 잠재적인 후견제 도 대상자 수에 비하여 실제 이용률이 낮으며, 그나마도 법정후견에 몰리는 문제가 있다.

26) 2018 사법연감, 법원행정처 (2018), 898-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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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발달장애인 대상 휴대폰 개통 관련 범죄

1. 논의의 배경

인간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계약을 체결한다. 계약을 체결하겠다는 결정을 내리기까 지, 정보를 습득하고 이를 조합하여 판단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계약의 체결은 전형적 인 자기결정권 행사의 과정이다. 계약이 체결되면 쌍방 당사자는 계약이 무효, 취소, 해 제 등으로 소멸되지 않는 한 이에 구속된다. 발달장애인이라고 하여 다르지 않으므로, 발 달장애인이 의사 결정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어 하자 있는 의사결정을 하였더라도 계약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여야 한다. 휴대폰 계약은 우리가 생활하면서 빈번하게 체결하는 계 약이면서, 통신사의 단말기 및 서비스 제공의무 이행과 통신서비스 이용자의 요금납부 의무 이행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존재하고 본인인증 및 결제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이러한 특성을 노린 범죄의 목표가 되고 있다. 특히 의사 결정 과정 에서 어려움을 겪는 발달장애인은 범죄의 손쉬운 표적이 된다.

발달장애인 대상 휴대폰 개통 관련 범죄는 그 수법이 다양하다. 이를 분류하면 발달 장애인의 의사에 기하여 계약이 체결되었는지에 따라 명의도용과 명의도용이 아닌 경우 로 나눌 수 있고,27) 명의도용이 아닌 경우는 다시 가해자와의 관계에 따라 가해자가 판 매업자인 경우, 지인인 경우, 그 외의 제3자인 경우로 나눌 수 있다.28) 이렇게 개통된 휴 대폰 단말기 대금과 통신요금은 명의자인 발달장애인에게 청구되어 발달장애인은 자신 이 사용하지도 않은 휴대폰 요금을 납부할 채무를 부담하는 손해를 입게 된다. 나아가 개통된 휴대폰은 대포폰으로 유통되어 보이스피싱 등 다른 범죄에 이용되기도 하고, 발 달장애인 명의의 휴대폰과 신분증으로 손쉽게 본인인증을 할 수 있는 것을 이용하여 발 달장애인 명의로 비대면 계좌를 개설하거나 대출을 받는 것에 이용되는 경우도 있다. 그 결과 피해 발달장애인이 변제 독촉에 시달리고 재산이 압류되거나 신용불량자가 되기도 한다. 이 장에서는 발달장애인 대상 휴대폰 관련 범죄의 유형과 그 특성을 분석하고 유 형별로 대응 방법과 그 한계를 알아본다.

27) 의사무능력인 경우 당사자의 의사에 기하지 않은 것으로 볼 여지도 있으나 형식적으로는 발달장 애인 본인의 자필 서명이 되어 있고 의사능력에 대한 판단은 개별적, 구체적으로 이루어지므로 판단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문서를 위조한 경우와 접근의 방향성이 다르다.

28) 이와 같이 분류한 이유는 상대방과의 관계에 따라 주된 범행 수법과 대응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12)

2. 범죄 유형

29)

가. 명의도용

휴대폰 명의도용이라 함은 타인의 신분증을 이용하여 본인인 것처럼 가장하고 통신서 비스 이용 신청서를 위조하여 이를 통신사에 제출함으로써 휴대폰을 개통하는 것을 말한 다. 명의도용의 경우 명의자의 의사에 따르지 않고 권리의무에 관한 사문서인 통신서비 스 이용신청서가 작성되어 통신사에 교부되었으므로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 행사죄 가 성립할 수 있다. 대포폰으로 유통된 경우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이 될 수 있다.30) 타인 의 신분증이나 주민등록번호를 부정하게 사용한다는 점에서 주민등록법 위반에도 해당 할 수 있다.31)

29) 이하의 범죄 유형에 대한 분류는 서울특별시 장애인권익옹호기관(구 서울특별시 장애인인권센 터)에 2014년부터 접수된 사례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발달장애인 대상 휴대폰 범죄에 한정해 서는 유의미한 통계자료가 없다.

30) 전기통신사업법 (법률 제16019호 일부개정 2018. 12. 24., 시행 2019. 6. 25.).

제32조의4(이동통신단말장치 부정이용 방지 등)

① 누구든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자금을 제공 또는 융통하여 주는 조건으로 다른 사람 명의로 전기통신역무의 제공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는 이동통신단말장치(「전파법」에 따라 할당받은 주파수를 사용하는 기간통 신역무를 이용하기 위하여 필요한 단말장치를 말한다. 이하 같다)를 개통하여 그 이동통신 단말장치에 제공되는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하거나 해당 자금의 회수에 이용하는 행위 2. 자금을 제공 또는 융통하여 주는 조건으로 이동통신단말장치 이용에 필요한 전기통신역무

제공에 관한 계약을 권유・알선・중개하거나 광고하는 행위

제95조의2(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 제32조의4 제1항 제1호를 위반하여 자금을 제공 또는 융통하여 주는 조건으로 다른 사람 명의의 이동통신단말장치를 개통하여 그 이동통신단말장치에 제공되는 전기통신역무를 이 용하거나 해당 자금의 회수에 이용하는 행위를 한 자

3. 제32조의4 제1항 제2호를 위반하여 자금을 제공 또는 융통하여 주는 조건으로 이동통신단 말장치 이용에 필요한 전기통신역무 제공에 관한 계약을 권유・알선・중개하거나 광고하는 행위를 한 자

31) 주민등록법 (법률 제14286호 일부개정 2016. 12. 2., 시행 2017. 12. 3.).

제37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8.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증을 부정하게 사용한 자

10.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부정하게 사용한 자. 다만, 직계혈족・배우자・동거친족 또는 그 배우자 간에는 피해자가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13)

일반적으로는 도난되거나 분실된 신분증이 사용되나 발달장애인의 신분증을 대여하여 범행에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신분 확인 절차가 강화되고 명의도용 방지 수단이 생기면 서 명의도용으로 인한 피해 건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단말기 가격 상승으로 건당 피 해액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명의도용은 계약 체결에 명의자의 의사가 개입되어 있지 않 으므로 발달장애인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과의 관련성은 크지 않지만, 계약 체 결 이전 단계에서 발달장애인은 사기 협박 또는 친분관계 등에 의하여 자신의 신분증을 타인에게 넘겨주는 경우가 비장애인에 비하여 많으므로 이를 유의할 필요가 있다.

나. 가해자가 판매업자인 경우

계약의 상대방인 휴대폰 판매업자가 가해자가 되는 경우가 있다. 휴대폰 판매점에서 발달장애인을 적극적으로 기망하거나 발달장애인의 취약성을 이용하여 필요하지 않은 고가의 단말기 또는 요금제를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다. 계약 체결 과정에서 사기나 강박 등이 있었다면 해당 범죄로 처벌할 수 있다. 적극적으로 그러한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발달장애인이 계약의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 거래 상대방은 발달장애인이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말로 충분히 설명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데,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발달장애인의 장애를 이용하여 재산상 이익을 취하는 경우 준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32)

서울특별시 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접수된 사례 중에서는 발달장애인을 가게 안으로 유인한 후 집에 가지 못하도록 붙잡고 휴대폰을 개통하게 한 사례, 휴대폰이 고장나 과거 자신이 개통한 판매점을 방문한 발달장애인에게 제조사 서비스센터를 알려주지 않고 고 장나면 새로 사야 한다고 기망하여 휴대폰을 개통한 사례, 데이터 사용이 필요 없는 발달 장애인에게 실제 부과되는 요금보다 훨씬 적은 금액이 부과될 것이라 알려주고 고가의 스마트폰 요금제를 사용하도록 한 사례 등이 있었다. 상대방이 판매업자인 경우 발달장 애인 당사자의 인지능력이 어떤지,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서 계약이 체결되었는지에 따

32) 형법 (법률 제15982호 일부개정 2018. 12. 18., 시행 2018. 12. 18.).

제348조(준사기)

① 미성년자의 지려천박 또는 사람의 심신장애를 이용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 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전항의 방법으로 제삼자로 하여금 재물의 교부를 받게 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

(14)

라 범죄가 성립할 수도 있고, 단순히 과대・과장광고에 의한 청약의 유인이 되기도 한다.

그나마 피해자 자신이 단말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피해 액수가 크지 않고 대포폰 유통 등으로 발생하는 2차 피해도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다. 지인이 가해자인 경우

발달장애인의 지인이 가해자인 경우 발달장애인의 명의를 대여하여 휴대폰을 개통하 고 요금을 납부하지 않는 사례가 자주 발견된다. 이 유형에서 가해자는 피해자의 생활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즉시 대가를 지급하기보다는 자신이 휴대폰을 개통할 수 없는 사정을 언급하며 자신이 요금을 부담할 테니 같이 가서 사인만 해 주면 된다고 이야기하 는 등 발달장애인의 호의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이 보인다. 발달장애인이 처음에는 요구 를 거절하더라도 가해자가 관계 단절을 암시하면서 끈질기게 요구하면 주변의 지지기반 이 없는 발달장애인일수록 관계적 욕구가 크기 때문에 범죄의 피해자가 되기 쉽다.

가해자는 이렇게 개통된 휴대폰을 자신이 사용하면서 발생한 요금을 발달장애인 피해 자에게 전가하기도 하고, 대포폰으로 유통하거나 단말기만 중고로 처분하고 판매대금을 가져가기도 한다. 발달장애인은 지인의 말만 믿고 있다가 나중에서야 요금미납 사실을 알게 되는데 가해자가 자력이 없는 경우 피해 회복이 용이하지 않다. 휴대폰 이용 기간 이 비교적 길고 기본요금 이외의 어플리케이션 내 결제, 소액결제 등 부가서비스를 무분 별하게 이용하는 사례가 있어 건당 피해액은 큰 편이다.

라. 제3자가 가해자인 경우

휴대폰 판매업자나 지인이 아닌 제3자에 의한 피해는 이른바 ‘휴대폰깡’의 형태로 발 생하는 경우가 흔하다.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으로 발달장애인에게 현금 등 대가 지급을 약속하고 발달장애인이 직접 휴대폰을 개통하도록 하고서는 가해자가 단말기만 받아 챙 기고 약속한 대가는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약속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은 점에서 사기죄나 준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고, 그 밖에 폭행, 협박 등이 수단으로 사용되는 경우 해당 범죄가 성립할 수 있다. 약정한 대로 통상적인 중고 가격에 해당하는 돈을 지급하 였다면 사기죄에는 해당하지 않을 수 있겠으나, 단순 중고 단말기 유통이 아니라 대포폰 으로 유통되었다면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은 여전히 남는다.

이 유형에서는 가해자가 계획적으로 치밀하게 준비한 전문 범죄 집단인 경우가 있다.

(15)

온라인으로 접근하는 경우 대포폰 또는 페이스북 메신저와 같이 자신이 드러나지 않는 연락 수단을 이용하고 휴대폰 판매점에 같이 가더라도 발달장애인 혼자 들여보내 휴대폰 을 개통하게 하므로 CCTV에도 잘 남지 않는다. 이 유형에서 피해가 발생한 경우 가해자 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피해가 일단 발생하면 대응하기 쉽지 않으므로 다른 어떤 유형보 다 예방이 중요하다.

그 밖에 실종 상태인 발달장애인의 경우에는 더 쉽게 범죄에 노출된다. 오갈 데 없는 발달장애인을 끌고 다니면서 휴대폰을 개통하도록 하는데 발달장애인이 중증이어서 피 해자가 혼자 서류를 작성할 수 없으면 가해자가 통신서비스 이용신청서를 대신 작성하고 서명만 하도록 한다. 한 번에 여러 대의 휴대폰을 개통하여 피해 규모도 크다.33)

3. 유형별 대응방안

가. 명의도용의 경우

명의도용의 경우에는 발달장애인이 계약 체결에 동의하지 않은 것이므로 이를 증명하 는 것이 중요하다. 수사기관에 명의도용으로 고소 내지 고발을 할 수 있고 각 통신사에 명의도용 신고를 할 수도 있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의 명의도용 분쟁조정 신청 을 이용할 수도 있다. 명의도용 방지서비스(M-safer)를 이용하면 통신서비스에 가입하거 나 명의변경을 통해 양도받을 경우 문자 또는 이메일로 알림을 받을 수 있다. 명의도용 자체를 원천적으로 방지하기 위하여 미리 위 명의도용방지 사이트 또는 통신사에 휴대폰 가입제한 신청을 하는 방법도 있다.

피해 회복을 위해서는 형사배상명령 신청을 하거나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 형사 사건이 진행되어 법원에서 재판을 하게 되면 사실심 변론종결 전까지 형사배상명령 신청 이 가능하다. 형사배상명령 신청을 하는 경우 민사소송보다 간편하게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실무적으로 명의도용의 경우 명의도용 사실이 확인되면 통신사가 통신요금을 청구하 지 않는 경우가 많아 해결이 잘 되는 편이고, 민사상 청구까지 필요한 경우는 많지 않다.

33) 이와 같이 실종된 발달장애인이 피해자가 되는 경우에는 사기만이 아니라 감금 등 더 중대한 범죄가 성립할 수 있다.

(16)

나. 가해자가 판매업자인 경우

판매업자에 의한 강매 사건의 경우 개통한지 7일 이내라면 복잡한 민・형사상 절차 대 신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할부계약에 관한 청약을 철회하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 법이다.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은 10만 원이 넘는 할부거래에 관하여 7일 이내에 청약 철 회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34) 이에 따라 통신사 고객센터를 통하여 청약 철회의

34)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 (법률 제16180호, 일부개정 2018. 12. 31., 시행 2019. 7. 1.).

제8조(청약의 철회)

① 소비자는 다음 각 호의 기간(거래당사자가 그 보다 긴 기간을 약정한 경우에는 그 기간을 말한다) 이내에 할부계약에 관한 청약을 철회할 수 있다.

1. 제6조 제1항에 따른 계약서를 받은 날부터 7일. 다만, 그 계약서를 받은 날보다 재화등의 공급이 늦게 이루어진 경우에는 재화등을 공급받은 날부터 7일

2.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주소를 안 날 또는 알 수 있었던 날 등 청약을 철회할 수 있는 날부터 7일

가. 제6조 제1항에 따른 계약서를 받지 아니한 경우

나. 할부거래업자의 주소 등이 적혀 있지 아니한 계약서를 받은 경우

다. 할부거래업자의 주소 변경 등의 사유로 제1호의 기간 이내에 청약을 철회할 수 없는 경우

3. 제6조 제1항에 따른 계약서에 청약의 철회에 관한 사항이 적혀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청약 을 철회할 수 있음을 안 날 또는 알 수 있었던 날부터 7일

4. 할부거래업자가 청약의 철회를 방해한 경우에는 그 방해 행위가 종료한 날부터 7일

② 소비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제1항에 따른 청약의 철회를 할 수 없다. 다만, 할부거래업자가 청약의 철회를 승낙하거나 제6항에 따른 조치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제2호부터 제4호까지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청약을 철회할 수 있다.

1. 소비자에게 책임있는 사유로 재화등이 멸실되거나 훼손된 경우. 다만, 재화등의 내용을 확 인하기 위하여 포장 등을 훼손한 경우는 제외한다.

2. 사용 또는 소비에 의하여 그 가치가 현저히 낮아질 우려가 있는 것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재화등을 사용 또는 소비한 경우

3. 시간이 지남으로써 다시 판매하기 어려울 정도로 재화등의 가치가 현저히 낮아진 경우 4. 복제할 수 있는 재화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5. 그 밖에 거래의 안전을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

③ 소비자가 제1항에 따라 청약을 철회할 경우 제1항에 따른 기간 이내에 할부거래업자에게 청약을 철회하는 의사표시가 적힌 서면을 발송하여야 한다.

④ 제1항에 따른 청약의 철회는 제3항에 따라 서면을 발송한 날에 그 효력이 발생한다.

⑤ 제1항 또는 제2항을 적용함에 있어서 계약서의 발급사실과 그 시기, 재화등의 공급 사실과 그 시기 및 제2항 각 호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다툼이 있는 경우에는 할부거래업자가 이를 입증하여야 한다.

⑥ 할부거래업자는 제2항제2호부터 제4호까지의 규정에 따라 청약을 철회할 수 없는 재화등에

(17)

의사를 표시하고 개통을 철회할 수 있다. 실무적으로는 통신사에서 이를 회피하기 위하 여 개통한 판매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미루고 판매점에서는 철회에 응할 것처럼 하 면서 시간을 끌거나, 개봉 후에는 가치가 감소하여 절대 철회 불가하다는 주장을 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이러한 경우 내용증명을 통신사에 발송하여 서면으로 청약을 철회하는 것이 필요하다.

위 기간이 도과한 경우 가입신청서에 판매자의 이름과 주소, 연락처가 기재되어 있으 므로 통신사 대리점에서 가입신청서 사본을 발급받아 가해자를 고소・고발하거나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 다만 가해자가 판매점인 경우에는 서류상 하자가 없는 경 우가 많고 계약 체결 과정에서 사기・강박 등의 위법행위가 발생하였다는 점을 발달장애 인의 진술에 의존하여 입증하여야 하므로 현실적으로는 증명이 어려운 문제가 있다.

피해 발달장애인의 의사능력이 휴대폰 이용 계약을 유효하게 체결할 수 없을 정도라 면 통신사를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 청구를 하여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다. 의사능력이 란 자신의 행위의 의미나 결과를 정상적인 인식력과 예기력을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판단 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 내지는 지능을 말하는 것으로, 의사능력의 유무는 구체적인 법률 행위와 관련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35) 의사무능력자의 법률행위는 무효이고 의사능력의 흠결을 이유로 법률행위가 무효가 되는 경우에는 무능력자의 책임을 제한하 는 민법 제141조 단서가 유추 적용되므로 피해자는 현존 이익을 반환하고 채무를 면할 수 있게 된다.36)

의사능력의 부존재를 증명하기 위하여 통상 피해 발달장애인의 지능지수와 사회적 연 령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심리평가 결과를 제출한다. 그러나 휴대폰 계약을 체결

대하여는 그 사실을 재화등의 포장이나 그 밖에 소비자가 쉽게 알 수 있는 곳에 분명하게 표시하거나 시용(試用) 상품을 제공하는 등의 방법으로 소비자가 청약을 철회하는 것이 방 해받지 아니하도록 조치하여야 한다.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대통령령 제29269호, 타법개정 2018. 10. 30., 시행 2018. 11. 1.).

제6조(소비자가 청약의 철회를 할 수 없는 경우)

② 법 제8조 제2항 제5호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 는 경우를 말한다.

1. 할부가격이 10만원 미만인 할부계약. 다만,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른 신용카드를 사용하 여 할부거래를 하는 경우에는 할부가격이 20만원 미만인 할부계약을 말한다.

2. 소비자의 주문에 따라 개별적으로 제조되는 재화등의 공급을 목적으로 하는 할부계약 35) 대법원 2002. 10. 11. 선고 2001다10113 판결.

36) 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다58367 판결.

(18)

할 의사능력이 있는지는 지능지수나 사회적 연령만으로 판단할 것은 아니고 피해자가 이 전에 휴대폰 계약을 직접 체결한 적이 있는지,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는지, 요금은 누가 부담하고 있는지, 계약 체결 과정에서 누군가로부터 적절한 조력을 받았는지 등 제반사 정을 구체적으로 살펴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다. 지인이 가해자인 경우

지인이 가해자인 경우에는 인적사항이 확보되어 있으므로 가해자에 대한 고소・고발, 민사상 부당이득 또는 손해배상 청구 모두 가능하다. 피해자의 의사능력이 휴대폰 이용 계약을 체결하기에 부족하다면 통신사를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형사적으로 접근할 때에 실무적으로 문제가 되는 점은 사기 또는 준사기 범죄인지 단 순 채무불이행인지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면 수사기관에서 상당히 소극적으로 대응 한다는 것이다. 사기 또는 준사기가 성립하려면 가해자가 처음부터 변제할 능력이나 의 사가 없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하는데 몇 차례는 변제하여 오다가 일정 시점 이후에 변제 하지 않은 경우에는 형사절차로 해결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가해자의 자력이다. 이 유형에서는 가해자조차 특별한 직업이 없거나 이미 신용불량 상태에 있는 등 별다른 자력이 없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민사상으로 책 임을 묻는다고 하여도 가해자가 무자력이면 결국 채무는 명의자인 발달장애인의 몫으로 남는다. 수사가 시작되면 가해자가 도주해 버리는 경우도 이 유형에서 가장 많이 보인다.

라. 그 밖의 제3자가 가해자인 경우

가해자를 알고 있다면 다른 유형에서와 같이 가해자를 상대로 고소・고발, 손해배상 청구 등을 할 수 있지만 피해 발달장애인이 가해자의 인적사항은 고사하고 가해자의 특 징이나 만나게 된 경위조차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가해자를 밝히는 것 부터가 쉽지 않은 문제이다. 가능성이 높지 않더라도 수사기관을 통하는 것이 가해자를 알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되므로 고소・고발은 필수적이다. 가해자를 밝히지 못했다면 통신사를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러나 의사능력이 없 다는 주장은 발달장애인의 인지능력이 비교적 양호한 경우에는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19)

마. 채무 해결에 실패한 경우

위와 같은 방법으로 채무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통신사는 수차례 변제독촉을 하다가 발달장애인에 대한 집행권원을 받아 급여나 은행 계좌 등 재산을 압류하게 된다. 많은 발달장애인들이 소득과 재산이 충분하지 못하므로 몇 백만 원에 이르는 통신사 채무는 이들에게 상당한 부담이 된다.37) 소득과 재산 자체가 거의 없는 발달장애인의 경우 민사 집행법이 정한 압류금지채권의 범위에 들어가게 되므로 최소한의 생계비를 보장받기 위 하여 압류범위변경 신청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 자체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 에 임시적인 방편에 불과하다.

바. 소결

위와 같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실제로 해결되는 사건보다는 해결되지 않는 사건들이 훨씬 많으며 그러한 경우 모든 피해는 발달장애인이 감당하여야 한다. 통신사 채무는 금융기관 채무가 아니기 때문에 개인 워크아웃 판정을 받을 수도 없고 소득이 부 족하면 회생절차를 이용하기도 어렵다. 다른 사람에게는 심한 타격이 되지 않을 수도 있 는 휴대폰 개통 관련 범죄가 변제할 자력이 부족한 발달장애인에게는 심각한 문제가 되 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후 대응 방법보다도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이 절실하다.

Ⅳ. 대안의 제시

1. 검토방향

앞서 본 바와 같이 다양한 발달장애인 대상 휴대폰 개통 관련 범죄가 발생한 이후에 는 대응하는 것이 쉽지 않으므로 예방이 중요하다. 발달장애인에게 휴대폰 관련 범죄가 더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은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일정 부분 발달장애인의 지적 능력 부족 등 내부적인 취약성에 기인한다. 휴대폰 계약 체결 과정을 중심으로 범죄 발생이

37) 2017년 기준 15세 이상 인구 대비 취업자 비율은 지적장애가 4.2%, 자폐성장애가 18.7%이고 취업 장애인의 월 평균 수입은 지적장애가 70만 원, 자폐성장애가 35만 원이다(김성희 외, 2017년 장애인실태조사, 보건복지부 (2018), 332, 334 참조).

(20)

빈번한 이유를 살펴보면, ① 발달장애인이 다른 사람들보다 정보를 파악하고 이를 이용 하여 판단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인지적 측면, ② 발달장애인이 타인과의 관계를 모두 우호적인 것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는 관계적 측면, ③ 발달장애인뿐만 아니라 그 주위의 가해자들 역시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있다는 사회경제적 측면, ④ 가해자 입장 에서 범죄를 저질러도 피해자가 알아차리기 어렵고 신고하기 어려우며 신고를 한다 해도 증언의 신빙성이 부족하여 처벌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범죄심리학적 측면에서 접근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38)39) 그 중 자기결정권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본고에서 주목 하는 것은 인지적 측면이다.

인지적 취약성이 범죄의 원인이 된다고 할 때 휴대폰 개통 관련 범죄를 원천적으로 예방하는 것은 발달장애인의 행위능력을 박탈하여 휴대폰 이용 계약을 취소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휴대폰 이용 계약이 행위능력 흠결을 이유로 취소되면 민법 제141조 단서 가 적용되어 제한능력자는 현존 이익의 한도에서 받은 이익을 반환하면 되므로 아무런 피해 없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행위능력의 박탈은 필연적으 로 자기결정권의 제한을 가져오게 되므로 이는 자기결정권의 보장을 강조하는 최근의 움 직임에 부합하지 않는다. 따라서 가장 먼저 고려되어야 할 부분은 발달장애인이 적절하 게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발달장애인의 의사결정 과정을 어떻게 지원할 수 있 는가이다. 발달장애인이 조력을 받아 최대한 의사결정을 하였음에도 해당 개인의 능력이 부족하여 피해가 발생한다면, 다음으로 행위능력을 어떤 방법으로, 어느 정도로 제한하 는 것이 당사자의 자기결정권 침해를 최소화하면서도 범죄 피해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인지 생각하여야 한다. 이러한 견지에서 당사자의 의사결정을 타인이 대신하는 제도 는 좋은 대안이 되기 어렵다. 우리는 이 장에서 위와 같은 점을 충분히 고려하여 발달장 애인 개개인의 능력과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해결방안으로 일반적인 방법 과 휴대폰 관련 사건에 특유한 방법을 함께 제시할 것이다.

38) 김지영 외, "장애인 범죄피해실태와 대책에 관한 연구", 한국형사정책연구원 (2018), 27-31.

39) 명의도용은 발달장애인의 의사와 무관하므로 이 장에서의 논의에서는 제외한다.

(21)

2. 대안 및 장단점

가. 일반적인 방법 (1) 의사결정지원제도

의사결정지원제도는 의사결정능력이 부족한 장애인이 의사결정을 필요로 할 때 다른 사람이 대행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UN 장애인권리위원회(The Committee on the Rights of Persons with Disabilities)는 후견제도 를 폐지하고 의사결정지원제도를 도입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의사결정지원제도 를 구체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는 아직 더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의사결정 지원은 의사소통 지원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의사결정 과정은 정보의 수집과 분석, 결정의 단계를 거치는데 발달장애인은 그와 같은 결정을 하는 데 필요한 정보접근성, 정보의 비교가능성 등에서 타인보다 열악한 지위에 있으므로 이들에게는 정 보제공, 정보분석에서의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의사소통 지원을 넘어 실질적인 지 원을 하는 것이 의사결정 지원이다.40)

휴대폰 계약 체결 과정에서 의사결정 지원은 발달장애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계약의 내용을 쉽게 설명하고, 이를 발달장애인이 이해하였는지 확인하는 것이 기본적인 사항이 된다. 발달장애인에게 계약의 반대급부와 해당 반대급부의 미이행 시 본인에게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에 대한 정보, 휴대폰 개통의 목적에 맞는 단말기와 요금제 선택에 관한 정보 등 선택에 필요한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어야 하고, 나아가 휴대폰 명의를 대여하면 대여자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사실, 휴대폰깡은 새 휴대폰을 할부로 사서 중고 가격으로 현금을 받고 파는 것이라는 사실 등 판단에 고려하여야 하는 사항까지 모두 알려 주어야 한다. 이러한 정보를 발달장애인이 모두 이해하고 자신의 의사에 따라 결정하였다면 그 선택을 존중하고 발달장애인 역시 자신의 선택에 대하여 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 발달 장애인에게 심각한 피해가 아니라면 이러한 위험 인수 과정을 통하여 발달장애인도 실패 를 경험하고 이를 극복함으로써 발전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40) 제철웅, "의사결정제도의 도입방안", 정신적 장애인 의사결정지원제도 도입을 위한 토론회, 국회 의원 양승조・국회의원 이종명・사단법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한국장 애인단체총연합회・한국자폐인사랑협회・정신장애인복지지원법추진공동행동 (2017. 9. 5.), 39.

(22)

(2) 특정후견과 임의후견

특정후견과 임의후견은 피후견인의 행위능력을 박탈하지 않으므로 발달장애인의 자기 결정권이 보장되는 후견제도이다. 이러한 형태의 후견은 의사결정지원제도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 특정후견은 기간이 정해져 있고 필요한 일부 사무만 후견을 받는다는 특징이 있다. 임의후견은 계약을 통하여 필요한 후견의 내용을 스스로 정하는 것이므로 계약 체 결 당시에 계약을 체결하기 충분한 의사능력을 요한다. 후견인이 선임되어 있으면 발달장 애인 당사자가 필요한 경우 후견인과 상의하여 적절한 지원을 받을 수 있으므로 하자 있 는 의사결정에 기하여 범죄의 희생양이 되는 것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다. 그러나 범 죄 피해 회복 측면에서는 특정후견이나 임의후견은 후견인에게 동의권과 취소권이 부여 되어 있지 않으므로 범죄가 발생한 후에는 앞서 설명한 방법들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

(3) 한정후견

한정후견이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은 앞에서 살펴보았다. 그 러나 피해 장애인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범죄로 발생하는 피해와 자기결정권 제한에 따 른 피해를 비교하였을 때 범죄로 인한 피해가 훨씬 크다면 자기결정권 제한에도 불구하 고 한정후견을 선택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재산관리의 부분에서 지속적인 도움이 필요하 다면, 과거의 무능력자 제도와는 달리 후견제도는 후견의 내용을 필요한 범위에 따라 선 택할 수 있으므로,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재산관리와 신상보호에 있 어 적절한 범위의 후견을 선택할 수 있다. 한정후견이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에 위 반된다는 비판이 있으나 발달장애인이 자신에게 큰 피해가 되는 계약을 체결할 경우 취 소권과 동의권은 협약 제12조 제4항에서 말하는 안전장치의 하나로 볼 수도 있다.41) 다 만, 가족 이외의 후견인이 선임되는 경우 후견인에 대한 보수가 발생하고, 피한정후견인 은 법률상 결격사항이 규정되어 있으므로 결격사유가 문제되는 경우에는 한정후견을 선 택하여서는 아니 된다.

나. 휴대폰 개통에 특유한 방법

(1) 휴대폰 요금납부방법 기재 의무화 및 임의 변경 금지

통신서비스 가입신청서에는 요금납부 방법란이 있고 요금납부자의 성명, 주민번호,

41) 제철웅, "의사결정제도의 도입방안", 28.

(23)

카드나 계좌 등 결제수단을 기재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문제가 된 사건에서는 요금납 부방법이 지로로 선택되어 있고 요금납부자란이 아예 비어 있거나 타인의 정보가 기재되 어 있는 경우가 있었다. 심지어는 판매자 자신의 카드정보를 기재하고 개통 후에 임의로 바꿔버린 사례도 발견되었다. 이와 같은 경우를 방지하기 위하여 요금납부자란에 정확한 정보를 기재하도록 하고 명의자의 동의 없이 임의로 변경하지 못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제3자가 요금납부자란에 자신의 정보를 기재하고 서명하였다면 명의자를 위하여 요 금을 납부한다는 의사로 해석하고 명의자에게 우선하여 해당 제3자에게 요금을 청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나아가 요금납부자가 따로 있는 경우, 보험 계약과 같이 제3자 가 요금납부 의무를 부담하는 제3자를 위한 계약 형태로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도 명의자 인 발달장애인을 보호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2) 휴대폰 개통 알림 서비스

휴대폰 개통 알림 서비스는 누구나 필요한 경우 미리 알림을 받을 전화번호를 지정하 여 휴대폰이 개통된 사실을 SMS 등으로 통지해 주는 서비스이다. 기존의 명의도용 방지 서비스는 발달장애인 자신이 대리점 등에 가서 개통할 때는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이와 같은 별도의 서비스가 필요하다. 발달장애인이 자신을 원조할 사람을 직접 지정하도록 하면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과 충돌할 우려가 없으며 통지를 받은 사람은 발달장애인 에게 진정한 의사에 따라 개통된 것인지를 확인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으므로 범죄를 예방하거나 피해가 확대되는 것을 일정 부분 막을 수 있다. 부가적 으로 알림 서비스가 지정되어 있다는 것은 판매점이 더 확실하게 발달장애인의 의사를 확인하여야 한다는 점을 알려 주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3) 단말기 완전 자급제

통신사 서비스 가입과 휴대폰 단말기 구매를 완전히 분리하는 것을 단말기 완전 자급 제라 한다. 통신비 인하를 목적으로 논의되고 있으나 발달장애인 대상 휴대폰 관련 범죄 예방에도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법이다.

최근 자급제 휴대폰의 판매도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이동통신판매점에서는 이 동통신 서비스 계약과 함께 할부로 단말기를 판매한다. 24개월 또는 36개월 약정으로 단 말기를 판매하면서 단말기 보조금을 제외한 차액을 할부 개월 수로 나누어 매월 통신요 금에 합하여 청구하는 방식이다. 자급제 폰을 구매하는 경우 단말기 가격을 별도로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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