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박용래
한국현대시인론
박용래의 시
10. 박용 래
박용래의 시세계는 특이한 시어들이 많음
사물과 한국의 서정을 바닥에 깔고 소묘적인 시를 썼지만 , 그의 문학적 성과가 집약된 것은 그의 단형임
방법론적 표현미에 강한 것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킴
중국의 오언절구나 일본의 하이꾸처럼 그는 응축과 생략법 을 대담하게 구사함으로써 산문적인 유혹에 이끌리는 시단 에 충격을 던지며 잊혔던 서정시의 본질을 일깨움
한국현대시인론
땅
나 하나나 하나뿐 생각했을 때
멀리 끝까지 달려갔다 무너져 돌아온다 아슴프레 등피처럼 흐르는 황혼
나 하나나 하나만도 아니랬을 때 머리 위엔
은하우러러 항시 나는 엎드려 우는 건가 ( 중략 )
10. 박용 래
출처 . 첫시집 싸락눈 ( 삼애 사 .1969)
한국현대시인론
땅
박용래의 초기 작품으로서 시인적 기질이 잘 드러남
10. 박용 래
하늘과 땅 사이에 형체조차 세울 수 없는 정한이 안개처럼 자욱한 공간 형성
박용래의 기조는 한 ( 恨 )
억지로 만들어 낸 것이 아닌 천부적 슬픔의 혼이 담겨 있음
한국현대시인론
저녁 눈
늦은 저녁 때 오는 눈발은 말집 호롱불 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 때 오는 눈발은 조랑말 발국 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 때 오는 눈발은 여물 써는 소리에 붐비다 늦은 저녁 때 오는 눈발은 변두리 빈터만 다니며 붐 비다 .
10. 박용 래
출처 . 첫시집 싸락눈 ( 삼애사 .1969)
한국현대시인론
저녁 눈
이 4 행시가 주는 감동은 우선 붐비다 라는 형용사가 주는 매력 ‘ ’
10. 박용 래
‘ ’ 순수 국어인데다가 글에서 별로 쓰이지 않은 신선한 새 말 이라고 할 수 있는데 , 그것이 네 번이나 반복됨으로써 충격적 효과 나타냄
‘ 하나의 개성으로 씨의 얼굴이 나타난 것 의 최초의 작품으로 박용래 ’ 의 시는 더욱 금욕적이라 할 만큼 단형을 추구해 감
‘ 민요적 구조 의 형식을 취함’
11. 신경림
한국현대시인론
신경림의 시
신경림의 시는 민중시라 하더라도 주로 농촌 , 농민으로 자신을 국한시킨다 . 현대의 특징이 문명적 , 도시적이지만 , 그의 시는 거의 농촌을 떠나지 않는다 . 그는 농촌현실과 농민문학이라는 논문에 농촌문학이 지식인이나 , 도시인의 프리즘으로 농촌을 바 라보아서는 안된다고 역설한다 . ‘ 오늘의 농촌은 도시에 대한 내 국식민지의 위치 에 있음을 심도있게 비판하면서 , ’ 농촌문학이 속빈 강정을 벗어나려면 , 기층민으로서의 농민에 대한 진실성이 전제되어야 함을 들고 있다 . 이 점에서 그는 김수영 , 고은 , 신 동엽 , 김지하 등과도 다른 위치에 있다 .
11. 신경 림
한국현대시인론
농무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달린 가설 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쪼무래기들뿐 처녀애들은 기름집 담벽에 붙어 서서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 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
산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 ( 중략 )
11. 신경 림
출처 . 1971 년 창작과 비평 가을호
한국현대시인론
농무
신명과 절망은 상반된 양극성이지만 , 그것은 모순된 삶의 용출 이며 , 그러기에 시적 긴장 조성
11. 신경 림
농무의 신명나는 몸짓을 통해 농민들의 슬픔과 한이 역설적으로 고양되는 효과
이 시는 이념적인 어떤 구호나 목적의식의 노출에 빠지지 않고 , 스토리적 요소의 재미와 사실적 수법의 배합에 의하여 문학적 형 상화에 성공하고 있음
특히 구수한 농촌의 서정을 시의 구조 속에 용해시킴으로써 시적 진실성과 미학의 창출을 보여줌
한국현대시인론
가난한 사랑 노래 -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 보미나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 보지만 .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 ( 중략 )
11. 신경 림
출처 . 시집 가난한 사랑 노래 (1988)
한국현대시인론
가난한 사랑 노래 -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가난하기 때문에 어딘가 마음 한 구석이 움츠러들고 쓸쓸해 할 이 땅 의 젊은이를 위하여 쓰임
11. 신경 림
설의법 표현의 이면에는 물질적으로 가난하지만 , 인간적 진실성과 아 름다움은 조금도 퇴색하지 않았다는 강한 역설이 숨어있으며 가난하기 때문에 아직은 참고 견디며 , 더욱 성실한 삶을 지향
아픔을 노래하면서도 좌절이나 절망에 굴복하지 않는 강인한 민중의 삶이 내면화 , 곧 삶에의 투철한 인식
구문의 반복에서 오는 운율 , 부정과 반문을 통한 호소력 , 가난해도 결코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려는 삶의 진실이 용해 되어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