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학과 ‘엑스캔버스하다’
엑스캔버스하다 [ékskænvəs-hada]
1) TV에 대한 생각을 바꾸다
2) 다른 고화질 TV가 할 수 없는 일을 하다 대명사) 엑스캔버스: 새로운 생각의 대명사 형용사) 엑스캔버스스럽다: 생각이 매우 참신하다.
반의어) 고정관념을 따르다.
LG의 엑스캔버스 광고는 원래 기업명이나 제품 브랜드의 표기 없이, 발음 기호만으로 구성된 티저광고1)에서 시작되었다.
사진(발음기호로만 된 엑스캔버스 광고)
이 광고에서 검은색 바탕에 붉은색 글자의 파격적인 컬러는 소비자의 시선 을 모으고 있다. 왜 ‘엑스캔버스’에서는 발음이 중요한 것일까? 왜 ‘-하다’라 는 동사까지 국제공통 발음기호로 표기했을까? 우선 발음기호에 대해서 알 아보자. 우리가 입으로 하는 말은 어떤 속성을 지닌 소리의 연속으로 이루어 진다. 음성의 속성은 언어에 따라 세기, 높이, 길이로 구분된다. 그런데 인간 은 의사전달만을 위해서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다. 재채기나 기침 등이 의사 전달의 수단으로 기능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재채기나 기침 등은 소리지만, 음성으로는 분류되지는 않는다. 이러한 음성을 연구하는 언어학의 연구 분과
1) 티저광고에서 ‘티저 teaser’는 영어단어 ‘tease’의 명사형이다. 이를 영어사전에서 찾으면 다음과 같은 사용형들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짖궂게) 괴롭히다, 곯리다, 집적거리다, 희롱하다, 놀리다, 조르다, 졸라대다”. 따라서 ‘티저’는 “괴롭히는 사람, 남 자를 애타게 하는 여자”와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는 소비자에게 궁금증을 유발시키기 위해 메시지나 주제, 광고주등 을 처음부터 밝히지 않고 조금씩 제시하는 방식의 광고형태다. 한국광고에서는 “선영아, 사랑해”, “안 나오면 쳐들어 간다”,
“문대성 한 판 붙자”, “M도 모르면서” 등이 있었다.
가 음성학이다. 음성학의 발전은 언어학자에 의해서보다는 자연과학의 학문 영역에 속하는 학자들에 의하여 이루어졌다. 자연과학의 학문영역에 속하는 학자들이란 물리학자, 심리학자, 생리학자 등이다. 이러한 음성학은 조음음성 학, 음향음성학, 청각음성학 내지는 생리음성학 등으로 구분된다. 조음음성학 에서는 어떤 주어진 음성을 내기 위해서 음성기관이 어떻게 조음운동을 하 는가에 대해서 연구하는 것이 관건이다. 다시 말해서 음성기관이 그 사회적 관습에 의해서 정해져 있는 발음운동을 어떻게 하는가에 대해서 연구한다.
이러한 조음음성학의 역사는 아주 길어서 기원전 3천년 경에 음성문자를 만 들었던 고대 시리아인을 출발점으로 삼기도 한다. 그에 반해서 음향음성학은 금세기 초엽에 이루어진 음성학의 성과이다. 음향음성학에서는 인간의 음성 을 분석하기 위해서 소노그람 같은 기계의 도움을 받아서 인간의 음성을 분 석한다. 청각음성학은 현재의 인식수준에서는 아직 음성들을 분류할 수 없 다. 아마도 이것은 인간의 뇌와도 관련이 있는 분야일 것이다. 그러므로 이 것은 아직도 미래의 학문에 속한다. 마지막으로 생리음성학은 음성기관이 어 떻게 운동하는가에 대한 연구 분과로서 음성기관이 운동하는 일반적이고 자 연학적인 연구와 관련 있다. 이러한 음성학의 분야는 커뮤니케이션모델을 생 각해 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화자는 언어음성을 산출한다. 다음으로 발화된 음성은 공기를 통해 전달된다. 그리고 공기의 파장을 통해서 청자의 귀에 음 성이 자극되어 지각되고 두뇌에까지 전달되어 인지된다. 이러한 음성학에서 말의 소리를 기술하기 위해서 쓰이는 기호가 음성기호이다. 음성기호는 오로 지 언어체계의 음성적인 차원과 관련 있는 기호이다. 이러한 기호를 포노그 램Phonogramm이라고도 표현하는데, 이것은 기호와 그것이 지칭하는 대상사 이에 동일성의 관련을 맺고 있는 픽토그램(또는 아이콘)과는 반대되는 개념 이다. 픽토그램은 고정된 음성적 실현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글자로 분 류되지 않고, 포노그램도 언어기호의 표현면만을 나타낼 뿐 내용면은 없기 때문에 글자로 분류되지 않는다.2) 이러한 음성기호의 필요성은 당연해 보인 다. 왜냐하면 발음과 철자 사이의 일대일 대응관계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 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음성기호는 크게 몇 가지로 구분되는데, 국제음성학 회의 국제음성자모와 가시화법기호, 비자모기호 등이 그것이다. 이중에서 국 제음성자모가 가장 애용된다. 그중에서 모음부분은 다음과 같다.
홀소리 IPA 보기
아 [a] 아내 [a.nɛ], 사악 [sa.ak]
2) 뒤르샤이트 (C. Dürscheid, 2007: 108)을 참조할 것.
야 [ja] 야만 [ja.man], 조약 [co.jak]
어 [ə] 어제 [ə.ʝe], 억지 [ək.c’]
여 [jə] 여자 [jə,ʝa], 자연 [ca.jən]
오 [o] 오다 [o.da], 구혼 [ku.hon]
요 [jo] 요강 [jo.gaŋ], 욕심 [jok.c’im]
우 [u] 우정 [u.ʝəŋ], 물다 [mul.da]
유 [ju] 유리 [ju.ri], 정육점 [cəŋ.juk.c’əm]
으 [ɨ] 으흠 [ɨ.hɨm], 그윽하다 [kɨ.ɨk.kʰa.da]
이 [i] 이자 [i.ʝa], 소식 [so.ʃik]
애 [ɛ] 애정 [ɛ.ʝəŋ], 여객 [jə.aɛk]
에 [e] 에구 [e.gu], 셋방 [se.p’aŋ]
얘 [jɛ] 얘는 [jɛ.nɨn], 걔가 [kjɛ.ga]
예 [je], [ye] 예쁘다 [je.p’ɨ.da], 옛날 [jet.nal]
와 [wa] 와장창 [wa.ʝaŋ.cʰaŋ], 수확 [su.hwak]
워 [wʌ] 워리 [wə.ri], 서러웠다 [sə.rə.wət.t’a]
외 [ø], [we] 외아들 [ø.a.dɨl], 괴물 [kwe.mul]
위 [y], [wi] 위성 [y.səŋ], 쉼표 [ʃwim.pʰjo]
왜 [wɛ] 왜그래 [wɛ.gɨ.rɛ] 괘씸하다 [kwæ.s’im.ha.da]
웨 [we] 웬 [wen], 궤짝 [kwe.c’ak]
의 [ɨy, ɨ, i] 의리 [ɨy.ri, ɨ.ri], 희망 [hi.maŋ]
음성표기란 음성기호를 가지고 어떤 언어를 그 발음대로 적어내는 것 또는 그 체계를 말하는데, LG의 ‘엑스캔버스하다’의 음성표기는 이러한 표기법에 의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좀더 자세히 살피면 국제음성기호(IPA)의 표기법에 따르면 ‘엑스캔버스하다’에서 [æ]는 [ɛ]로 바뀌어야 한다.) 그런데
‘엑스켄버스하다’ 광고의 의미는 어느 정도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일단 ‘선택 제약의 위반’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왜냐하면 엑스캔버스가 LG에서 생산된 텔레비전의 브랜드명이라면, “텔레비전 하다”라는 말은 어색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텔레비전을 ‘하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특정한 문맥에서 텔레비전은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비디 오아티스트 백남준의 경우는 텔레비전이 ‘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이것은 마 치 언어학에서 역사적인 문장이 되어버린 노암 촘스키의 일절 ‘Colorless green ideas sleep furiously’과 유사하다. 이 문장은 의미론적 차원에서 비문 적인 문장으로 분류된다. 왜냐하면 ‘sleep’이란 동사는 살아있는 생명체를 주 어로 요구하고 ‘green’은 물리적 물체에만 적용될 수 있는 낱말이기 때문이 다. 이런 제한적 조건들은 어휘부에 이미 저장되어 있다. 의미론의 일반적인
관례에 따라 이런 조건들은 +/-의 형태로 표시된다. 따라서 ‘sleep’은 어휘부 에서 ‘sleep + an subj(animate subject)’로 표현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 리들은 ‘엑스캔버스하다’가 내포하고 있는 감춰진 의미를 다른 식으로 추정 해야 한다. 왜냐하면 광고주는 결코 소비자들을 불쾌하게 만드는 비문법적 표현을 최종목표로 설정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엑스캔버스 하다’는 ‘텔레비전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꾸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어떤 새롭 고 좋은 것을 취하다’, ‘태도와 관념을 바꾸다’, ‘경쟁사가 할 수 없는 일을 하 다’ 등의 의미를 갖고 있다고 우리들은 멀찌감치 추정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서 LG는 자신들이 만든 고급스런 고화질의 텔레비전을 통해서 텔레비전 시 청문화를 바꾸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보여준 것이다. LG전자의 타임머신 기 능 텔레비전은 세계최초로 160기가바이트의 하드디스크를 디지털 텔레비전 에 탑재해 별도의 녹화기 없어도 축구경기 6개를 HD급으로 녹화할 수 있고, 텔레비전을 켜는 순간부터 자동으로 1시간 분량을 녹화할 수 있어서 텔레비 전이 더 이상 시청을 위한 수동적인 제품이 아니라, 거실 문화는 물론 국제 적인 문화 코드를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미 디어가 메시지”라고 주장했던 맥루안M. Mcluhan을 생각나게 한다. 껍데기인 텔레비전 수상기가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내용을 바꾸는 것이다. 맥루한은 이 미 오래전에 커뮤니케이션의 실질적인 내용이 아닌 쇠붙이나 플라스틱 조각 으로 구성된 미디어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라고 주장했던 캐나다의 미디 어학자다. 그는 문화인류학자인 홀의 연장물extention 개념을 받아들여서, 기 술이 인간 몸의 다양한 기관과 기능의 연장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그러 한 기술 중에서도 커뮤니케이션기술은 아주 중요하다. 왜냐하면 커뮤니케이 션 미디어는 인간 감각기관의 연장이어서 세상을 지각하고 인식하는 방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책은 시각의 연장이고, 라디오는 청각의 연장, TV 는 시각과 청각 그리고 촉각을 동시에 연장시켜주는 미디어다. 조만간 냄새 나는 TV가 등장하게 되면, 이제 TV는 후각까지 연장시켜주는 도구가 되는 것이다. 우리 감각기관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느낀다. 그래서 시대에 따라 어떤 미디어가 중심이었던가에 의해서 인간의 사고체계, 사회관계, 문 화가 바뀌게 된다. 이제 ‘X캔버스’라는 이름의 텔레비전은 우리들에게 보여 지거나 시청되는 단순한 수동적인 기계가 아니라, ‘놀이’나 ‘공부’ 등과 동일 한 차원에 위치하는 또는 그 이상의 어떤 것이 되었다. 디지털 가전 브랜드 에 나름의 철학을 담아 새로운 문화코드로 승화시키겠다는 새로운 시도로 보여진다. 이제 TV는 단순히 우리들이 소유할 수 있는 어떤 물건이 아니라 사용가치를 바탕으로 문화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 매개체가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국제음성학회에서 제시한 발음기호에 유의해서 또박또박 ‘엑스캔버스 하다’로 읽어야만 하는 지도 모른다. 이런 식으로 따지자면 프레미엄 디지털 카메라 블루의 ‘당신은 프리미엄한가!’도 “X캔버스하다”와 한 통속이다.
사진(프레미엄 디지털카메라 2-2)
거기다가 ‘직장인 신용대출 현대캐피탈 프라임론’은 친절하게도 ‘직장인을 위 한 경제생활 영어’라는 레테르를 붙이고, 발음 하나 씩 또박 또박 끊어서 읽 어주기까지 하는 친절함도 보이고 있다.
사진
더 심해지면, “당신의 투자는 푸르덴셜하십니까?”의 푸르덴셜투자증권은 표 제어와 발음기호 그리고 다양한 사용예까지 제시한다.
사진
그래서 “엑스캔버스하다”와 “프리미엄하다” 그리고 “푸르덴셜하다”는 마치
‘메리엄 웹스터 대학생사전 2006년판’에 신조어로 새로이 실린 ‘구글링 Googling’이라는 낱말처럼 새로 개정되는 신판 국어사전에 자신들을 등재시 켜 달라고 아우성치는 듯하게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