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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숲이 되려거든 함께 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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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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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 토 시 론

푸른 숲이 되려거든 함께 서라

진영환|국토연구원 도시혁신지원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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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월을 돌이켜 보면, 그동안 우리는 참으로 열심히 달려왔다. 모든 것이 부족했던 시대로부터 경제적으로 좀 더 나은 삶으로 도약하기 위하여 국민 개 개인도, 정부도 애환의 역사를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 그렇게 열심히 달려온 결과로, 우리는 눈부신 성장을 이루었다. 세계적으로도 유례 없는 짧은 기간 에 일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달성과 같은 경제적인 성과와 함께 우리 삶터의 외연적인 모습 또한 놀랄 만한 수준으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삶의 질은 우리의 기대만큼 나아진 것 같지 않다. 물리적 개선과 새 로운 도시공간 확보를 위한 계획이 주였던 시대에 주변을 돌아볼 여유 없이 중앙정부 주도로 해왔던 개발정책의 폐해들이 난개발, 지방소도시 및 구도심 의 쇠퇴, 커뮤니티의 황폐화 등 곳곳에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근대도시계획에 대한 반성으로 영국,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새로운 관점에서 커뮤니티와 도시의 활력을 찾고, 도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자 하는 여러 가지 형태의 시민참여 도시만들기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도 지방자치제도의 정착, 사회의 민주화와, 주인으로서 시민의식의 향상 등으로 지역과 도시를 바라보는 시각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 시대 중앙정부가 도시정책을 주도했던 이유 중 하나는 그것이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혼자 가는 것이 빠르고, 직선으로 가는 것이 빠르다. 그러한 인식은 자동차 위주의 도시계획에서도 드러난다. 직선으 로 뻗은 대로는 통행의 효율성을 높이지만, 이야기는 단절시킨다. 그러나 중간 중간 걸음을 멈추게 하는 굽은 골목길에서는 이웃간에 만남이 생기고 이야기 가 생긴다. 이웃과의 소통으로 친밀해진 정서는 주민들의 마을에 대한 자부심 을 높이고, 이는 자연스레 스스로 공간의 질을 높이는 데에도 기꺼이 헌신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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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다. 굽은 골목길은 언뜻 비효율적으로 보이 지만, 마을만들기에 있어서는 그렇지 않다. 혼자가 아닌 함께여야 하는 이유도 비슷하다. 멀리 가기 위 해서는 함께 가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인 것이다.

살고싶은 도시만들기가 정책에 반영되고, 전국적 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데에는 시민들의 역할이 컸 다. 따뜻한 동네, 살기좋은 도시에서 살고싶은 시민 들, 혹은 그런 공동체가 필요하다고 느낀 활동가들 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였고, 이러한 사례들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지방자치단체도 특 색 있는 지역만들기가 지역의 경쟁력이 된다는 인식 으로 도시만들기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하였다. 정 부도 정부의 힘만으로는 도시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는 것을 깨닫고 2000년대 중반부터 지역과 시민이 주체가 되는 살고싶은 도시만들기를 정책적으로 지 원하기 시작하였다. 학계에서도 시민참여, 혹은 시 민주도의 도시만들기를 활성화하기 위한 연구를 꾸 준히 해나가고 있다. 모두들 저마다의 역할을 인식 하고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미숙한 부분 이 많다. 필요한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 혹은 정 보도 부족하지만, 특히 참여의 경험이 부족하고, 참 여주체들 간의 협력의 경험이 부족하다. 그러나 살 고싶은 도시만들기의 성숙과 도약에 있어서 가장 중 요한 요소는 참여와 협력, 대화와 소통이다.

중앙정부는 압축성장시대의 주도적인 역할을 되 풀이하고자 해서는 안 된다. 시민과 시민사회단체, 전문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어우러져 각자의 역 할을 다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그것을 위해 필요한 기반을 지원하는 지원자가 되어야 한다. 지 방자치단체는 주민이 원하는 정보를 분명하게 제공 하고, 도시만들기에 있어서 단계별로 필요한 주민의 공감대를 얻는 일에 시간 들이는 것을 아까워해서는

안 된다. 전문가는 주민이 원하는 도시와 마을의 모 습을 이해하고, 주민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도움 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주민을 설득하고, 교육하고, 참여를 강요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주민을 지속가능한 마을 만들기의 주역으로 인식하고, 주민이 도움을 요청할 때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 주민은 공동체 안에서 나 와 다른 타(他)의 생각을 이해하고 함께 가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나의 이야기를 분명하게 하는 것만 큼, 타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것도 중요 한 주민의 역량이다. 우리가 되기 위해, 속도를 늦추 더라도 함께 멀리 갈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여러 참여주체들이 서로 대 화하고 소통하며 일을 해나가기 위해서는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여럿이 함께하면 갈등도 많 아질 테지만, 갈등을 인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소통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을 감수하고자 하는 인내심이 모든 참여주체에게 필요하다. 아프 리카의 속담으로 알려진‘멀리 가기 위해 함께 가 고, 푸른 숲이 되기 위해서는 함께 서야 한다’는 단 순한 원리는 살고싶은 도시만들기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도시에서의 삶의 질이란 결국 함께 어우러 지는 삶의 질이다. 내가 웃어도, 내가 바라보는 대 상이 웃지 않으면, 행복해질 수 없다. 나 혼자만 잘 자라는 나무가 되어서는 푸른 숲을 이룰 수가 없고, 푸른 숲이 아닌 곳에서 홀로 자란 외나무는 오래도 록 건강할 수 없는 것이다. 함께 서 있는 여러 그루 의 나무들이 모여 푸른 숲을 이루듯, 주민의 삶의 여유와 공간의 질이 우선시되는 건강한 커뮤니티 여럿이 모이면, 다양한 문화와 창의성이 중요시되 는 살고싶은 도시만들기의 목표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참조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