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고일_2020.08.10 심사기간_2020.09.01-14 게재확정일_2020.09.22
사진 노이즈의 역용(逆用)에 관한 연구 -사진작품 <전송오류> 시리즈를 중심으로- On the Antistrophe of Noise in Photography
-focused on artwork <transmission error> series-
김정회, 숭실대학교 대학원 미디어학과 / 윤준성(교신저자), 숭실대학교 대학원 미디어학과 Kim, Jung Hoe_Department of Digital Media, Graduate School of Soongsil University /
Yoon, Joon Sung(Corresponding author)_Department of Digital Media, Graduate School of Soongsil University
차례 1. 서론
1.1. 연구 배경
1.2. 연구 목적 및 방법
2. 사진에서 나타나는 노이즈의 양상들 2.1. 노이즈
2.2. 아날로그 노이즈 2.3. 디지털 노이즈
3. <전송오류>와 노이즈의 역용(逆用)
3.1. 노이즈 이용의 두 가지 방식: 인위적 조작과 자연적 변형 3.2. 사진작품 <전송오류> 시리즈에서 노이즈의 역용
4. 결론 참고문헌
사진 노이즈의 역용(逆用)에 관한 연구 -사진작품 <전송오류> 시리즈를 중심으로- On the Antistrophe of Noise in Photography
-focused on artwork <transmission error> series-
김정회, 숭실대학교 대학원 미디어학과 / 윤준성(교신저자), 숭실대학교 대학원 미디어학과 Kim, Jung Hoe_Department of Digital Media, Graduate School of Soongsil University /
Yoon, Joon Sung(Corresponding author)_Department of Digital Media, Graduate School of Soongsil University
요약
중심어 전송오류 노이즈 디지털 사진 글리치 우연성
본 연구의 목적은 노이즈를 활용한 다양한 사진 제작 방식들에서 노이즈 이용의 방법론적 차이를 확 인하고, ‘노이즈의 역용(逆用)’의 의도적 수행과 자연적 변형의 차이를 구분하여 노이즈의 수용 양상 을 규명하는 것이다. 노이즈를 이용한 사진 기법들로는 가장 잘 알려진 글리치 아트(Glitch art)를 비 롯해서 포토그램(Photogram), 루미노그램(Luminogram), 전송오류(Transmission Error) 등이 있다.
포토그램과 루미노그램은 카메라 없이 빛과 물성을 가진 재료만 이용하거나 대상이나 오브제 없이 빛 으로만 감광물에 결과물이 산출되는 아날로그 노이즈 방식으로, 작업 과정이나 결과물에 직접적으로 변형을 가하지 않는다. 전송오류는 외부 혹은 특정한 내적, 물리적 오동작에 의해 생성된 노이즈를 이 미지로 표출하기 때문에 디지털 카메라임에도 불구하도 아날로그 노이즈 방식과 유사하다. 글리치 아 트에서 노이즈는 정보나 디지털 통신 시스템으로부터 만들어진 오류에서 발생되기 때문에 디지털 노 이즈에 속한다. 로사 멩크만(Rosa Menkman)은 글리치 아트에도 자연적인 변형이 포함된다고 정의하 지만, 글리치 아트로 분류되는 작품들은 대부분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조작하여 인위적으로 노이즈를 유발시키는 방식들이었다. 이와 같은 학술적 논제들은 노이즈를 이용한 사진 제작 방식에서 의도적인 변형과 자연적인 변형의 차이를 분명히 하고자 하는 본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본 연구는 직접 적으로 변형을 가하는 글리치 아트의 사례로서 <웰컴 투 하트브레이크>(2009)와 <디지털 TV 디 너>(2007)를, 자연적 변형의 사례는 <전송오류> 시리즈(2009, 2015, 2018)를 분석하였다. 그 결 과, 글리치와 전송오류의 노이즈 생성과 수용 방식이 서로 대조적임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본 연구는 직접적으로 이미지에 변형을 가하는 글리치 방식과 이미지 자체의 자연적 변형 과정을 포착하는 전송 오류 방식이 시각적으로는 서로 유사한 결과를 보여줄 수 있어도 상이한 방식의 노이즈 수용 양상을 보인다는 것을 논구한다.
ABSTRACT
Keyword
transmission error noise
digital photography glitch
contingency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identify their methodological differences in various photo production methods using noise, and to clarify the modes as a ‘Noise Antistrophe’. In the use of photographic noise, there are the most well-known Glitch art, Photogram, Luminogram, and Transmission-error. Photogram and luminogram are analog-based methods for the noise that use only materials with light and physical properties without a camera, or produce results on the photo-sensitives (films or photographic paper) only with light without any object. These methods do not directly modify the results. Transmission-error also corresponds to the analog-based method despite using the digital camera, because it generates the noise for images due to external or specific internal or physical malfunctions. In glitch art, the noise belongs to the digital one, because it is originated from errors made from the information or digital communication systems. Rosa Menkman defines that glitch art also includes the natural transformation of noise, but most works classified as glitch art intentionally manipulate images and artificially induce noises. These academic confusions raise the necessity of this study to elucidate the difference between intentional transformations and natural ones. This study analyzed <Welcome to Heartbreak>(2009) and <Digital TV Dinner>(1978) as cases of Glitch art that intentionally transforms, and the <TransmissionError> series (2009, 2015, 2018) as examples of the natural transformation. And as a result, it was revealed that their noise generation methods and modes were in contrast. Thus, this study discusses that the glitch art and the transmission-error actually generate noises in completely different ways, although they may visually and superficially show similar results and phenomena.
1. 서론 1.1. 연구 배경
사진은 카메라와 주변기기를 이용하여 사물과 풍경 등의 실체를 그대로 재현할 수 있다. 그러나 좀 더 깊게 생각해보면, 사진은 카메라를 이용하여 ‘찍는’ 행위와 실제로 사진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있다. 암실, 붉은 암등, 현상된 필름, 확대기, 온도, 빛 등 사진을 완성하기 위한 행위와 과정도 필요하다.
사진은 일반적으로 실제 대상을 재현하는 역할로서 많이 쓰인다. 반면에 그림은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사물이나 풍경, 인물들에 대해 인식되는 느낌을 고스란히 살려 그리는 경우가 많다.
개개인의 능력 차이도 분명 존재하지만, 같은 화가가 한 풍경에 대해 그림을 그린다고 하더라도 그림 자체의 표현 방식도 다를 수 있고, 비슷해 보이는 그림이 완성되었다고 하더라도 받아들이 는 청중이나 관람객의 입장에서는 두 화가의 다른 생각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사진은 이 조건 외에도 같은 카메라를 같은 방식으로 조작을 한 경우만 같은 사진이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작가들은 자신의 느낌을 더 잘 표현하기 위한 구도와 빛의 양, 방향 등을 조정하여 자신의 느낌을 더 잘 표현하도록 노력하곤 한다.
사진은 탄생 순간부터 사실성과 복제성에 관한 다양한 고찰의 대상이었다.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은 “사진의 발명으로 인해 예술의 성격 전체가 바뀐 것이 아닐까.”(Benjamin, W., 2007, p.227) 라는 물음을 제기하며 복제에 의한 아우라(aura)의 상실을 논했다. 그의 통찰은 사진의 사실적 재현에 의거하고 있으나, 사진이 가진 사실성과 복제성의 이면을 살펴보면 언제 나 어떤 결여가 존재한다. 이 결여는 사진의 닮음이라는 부분을 곱씹어 보는 것으로 발견할 수 있다. 즉 닮음이란 그 속에 ‘똑같지는 않다’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며, 사진의 결여는 사실적 재현에 가려있는 것이다. 이 결여들은 실수, 오류로 통칭되며, 사진에서 제거해 야 하는 것들로 여겨져 왔다.
노이즈(noise)란 용어로 사용되는 기술적 실수와 오류는 전기적, 기계적인 이유로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신호를 말하며 보통 잡음이라고 한다. 하지만 사전적 정의로만 사유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 기술적 제거대상은 완전히 제거될 수는 없으며, 일부의 작가들에 의해 표현의 요소로 사용되었고, 하나의 기법이라는 형태로 발전해왔다. 예컨대, 할레이션(halation), 글리치(glitch) 등이 그러한 기법의 일부이다. 사진이 가지고 있는 실제성을 일정 부분 파괴시 키더라도, 일련의 작가들은 본인의 독자적인 느낌과 변형된 사진에서의 의도되지 않은 새롭고 독창적인 느낌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변형의 과정은 기술의 발달로 디지털화된 사진 을 통해 더욱 용이하고 다양해졌다.
저자는 여행 중, 우연히 디지털 카메라에 <전송오류>를 사진으로 남기게 되었다. 당시만 해도
<Figure 1>과 같은 사진들은 대부분 오류 및 실패작으로 여기고 없애거나 지우는 것이 일반적 이었다. 그러나 작가는 이 오류에서 드러난 색상과 픽셀의 형태적 이상으로 나타나는 결과물들 의 톤, 색상, 형태가 예술로써 작품이 될 수 있음을 발견하였다. 여기서 생긴 호기심으로 이 작업은 사진이 될 수 있을까? 이 사진이 예술적 작품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지속되 었다.
<Figure 1> Transmission Error 25; 26, Archival Pigment Print, 2009 (© JungHoe Kim)
1.2. 연구 목적 및 방법
본 연구의 목적은 노이즈를 통해 <전송오류> 시리즈의 다양한 형태가 생성되는 과정을 규명 해 보고, 이와 유사한 실험 작품들을 논하면서, 노이즈의 역용(逆用, antistrophe)에 관한 특이 점을 도출하는 것이다. 특히, <전송오류>가 갖는 글리치 아트(glitch art)와의 변별점을 확보 하여 작품의 독창성을 확인하고자 한다.
노이즈나 오류에 의해 우연히 만들어진 작품이 갖는 존재론적인 의미는 추상(abstract)도 아니 고 실재(reality)도 아닌 그 사이에 위치한 것으로 보인다. 자연적 전송 오류를 통해 만들어진
<전송오류> 시리즈들은 이에 대한 하나의 예시가 될 수 있다.
연구 방법 및 범위는 다음과 같다. 본 연구는 먼저 노이즈 현상들에 대한 이해를 위해 노이즈에 관한 일반 이론 및 아날로그와 디지털 노이즈의 차이, 이러한 노이즈 효과를 이용한 유사 작품 들과 본 연구의 중심 분석 사례인 <전송오류>와의 근본적인 차이 등을 확인하고, <전송오류>
시리즈의 제작 과정을 살핀 후, 결론적으로 인위적인 노이즈가 아닌 노이즈의 역용(逆用)과 우연의 조우로서 <전송오류> 시리즈의 예술적 의미를 제시하며 마무리한다.
2. 사진에서 나타나는 노이즈의 양상들
빛의 입자가 대상에 반사되어, 렌즈를 통하여 감광판에 닿아 상이 맺힌다는 단순한 과정으로 사진에 대한 설명은 충분해 보인다. 즉, 사진에 있어, 이 과정까지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차이 가 없다. 감광판으로서 은염기반의 필름과 CMOS(common complementary metal-oxide- semiconductor) 센서의 차이로 이후 사진 메커니즘의 과정은 구분된다. 그러나 이미지의 생산 이라는 측면에서, 사진의 최종 목적은 감광판에 담겨진 이미지를 물리적인 종이 혹은 인화지에 드러내는 것이다. 현재에는 이러한 경향이 화면(screen, monitor)으로 확장되었다고도 할 수는 있지만, 사진작품의 최종 결과물은 여전히 물리적인 형태이다.
사진 제작 과정에서, 노이즈의 개입은 과정뿐만 아니라 결과물 역시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바뀌게 하는 변화 요인이다. 아날로그 사진에서 노이즈 현상들은 일반적으로 물리적, 화학적, 광학적 노이즈들로 나뉜다. 물리적 노이즈는 주로 물리적 힘에 의해 만들어진 노이즈를 뜻하며, 필름의 스크래치나 다른 물리적 개입 등이 이에 해당한다. 화학적 노이즈는 열 자극이나 광화학 적 효과에 의한 변형을 의미한다. 광학적 노이즈는 빛과 렌즈의 수차로부터 나타나는 노이즈에 의한 변형이다.
본 장에서는 이와 같이 사진의 이미지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노이즈 현상들을 이해하기 위해 노이즈의 일반적인 이론적 개념과 아날로그 노이즈 및 디지털 노이즈의 차이점을 조사하고, 노이즈 현상을 이용한 기법으로 알려진 글리치 아트와 <전송 오류>의 근본적인 차이를 확인 한다.
2.1. 노이즈
워렌 위버(Warren Weaver)와 클라우드 섀넌(Claude Shannon)이 1949년에 발표한 논문,
「Recent contributions to the mathematical theory of communication」은 통신 체계의 과정이 효율적으로 설명되어 있다<Figure 2>. 이 연구는 신호나 정보가 최종 목적지에 어떻게 전송되 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신호가 전송되는 과정에서 정보원(information source)은 가지고 있는 일련의 메시지(message)들 중에서 선호하는 메시지를 선택하는데, 이 메시지는 송신기 (transmitter)를 통해 신호(signal)로 변환된다. 그리고 그 신호는 수신자(receiver)에게 도달 하기 전에 ‘받아들여지는 신호(received Signal)’로 변환되는데 여기서 정보가 그 형태대로 순 수하게 전송되는 것이 아니라 의도하지 않은 특정한 것들이 신호에 더해진다는 불운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Weaver, 1949).
<Figure 2> Shannon’s Communication System
이러한 원치 않은 추가적 요소들은 전화 통신에서의 소리의 왜곡, 라디오의 잡음 또는 신호의 멈춤, 전신이나 복사에서의 전송오류, TV의 경우에서는 영상 형태의 왜곡이나 그림자가 생기 는 등의 예로 존재한다. 이러한 전송되는 신호에서의 변화 원인을 노이즈 소스(noise source) 라고 부른다. 따라서 변화에 개입하는 것은 노이즈다. 노이즈는 정보를 특정 방식으로 왜곡하거 나, 특정한 오류를 추가하거나, 다른 물질이 개입을 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노이즈가 개입한다 면, 수신되는 메시지의 불확실성이 증가한다고 말할 수 있는데, 대신에 정보의 양이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정보가 늘어나 선택권이 늘어나는 것은 한편으로는 좋아 보이는 느낌이 들 수도 있으나, 수신자의 입장에서는 어떤 정보가 필요한 정보인지 불필요한 정보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꼭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는 없다(Shannon, 2016, p.158).
2.2. 아날로그 노이즈
‘아날로그(analogue)’는 빛, 음파와 같은 물질세계의 물리적 특성과 비슷해 보이지만 카메라와 같은 다른 물리적 특성으로 변형시켜 저장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그리스 단어인 ‘아날로고스 (Analogos)’로부터 파생된 ‘아날로그‘는 수학에서 비율의 동일함을 묘사하고, 비슷한 비율이나 패턴, 부분의 비슷한 배열 등의 언어적 연장으로 변형되었다(Lister, Dovey, Giddings, Grant
& Kelly, 2009, p.17). 아날로그는 기존의 고유한 물리적 특성을 청중들이 즐길 수 있는 아날로 그 고유의 특성으로 기술적이고 문화적으로 다시 재현되며, 이 과정은 물리학 및 화학의 법칙에 의해 결정되는 새로운 물체의 생성이 포함된다.
19세기와 20세기에는 사진, 신문, 영화 같은 아날로그 매체가 대량 생산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아날로그 미디어는 산업적으로 거대하게 생산된 물리적 인공물과 복제품과 필수품의 형태로 한때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컴퓨터, 인터넷 등의 디지털미디어의 발달로 이러한 물리적 아날 로그 미디어의 배급은 상대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하였다. 방송 매체에서는 이미지 및 사운드 매체의 물리적 아날로그 속성은 또 다른 추가적 아날로그로 변환되었다. 이들은 전송 신호의 가변 전압으로 인코딩 되는 길이와 강도가 다른 파형이다.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와 같은 생방송 미디어에서 이러한 전자 아날로그로 장면들을 직접 변환하는 작업이 있었다(Lister et al., 2009, p.17). 디지털의 시대가 도래하고 그로 인해 작품 제작의 편의성이 증대하였지만, 여전 히 아날로그 제작 방식의 효과를 작품들에 사용하는 작가들이 여전히 많다.
아날로그 노이즈의 대표적인 방식은 포토그램(photogram)과 루미노그램(luminogram)이 있 다. 포토그램은 암실에서 카메라 없이 인화지 위에 물성을 가진 재료를 올리고 빛을 주어 이미 지를 만드는 기법이다. 20세기 초의 초현실주의 작가들을 비롯한 아방가르드 작가들이 종종 사용하던 기법으로서, 예측할 수 없는 광량과 노출시간을 통해 우연한 이미지를 산출하곤 했다.
유사하지만, 루미노그램은 대상이나 물체가 없이, 빛으로만 감광물(필름 혹은 인화지)에 산출되 는 결과물이다. 포토그램의 대표적인 사례는 만 레이(Man Ray)의 레이오그래프(rayograph) 시 리즈가 있다. 레이의 작품은 1830년대에 탈보트가 감광지 위에 오브제를 놓고 노광을 준 것과 같은 방식으로, 암실에서 인화지 위에 오브제를 올려놓고 노광을 주어 사진 이미지를 만든다.
레이는 카메라를 이용하지 않고 만든 이러한 추상적이고 초현실적인 조형 이미지를 자신의
이름을 본 따서 레이오그램(rayogram)이라 부른다. <Figure 3>에서 볼 수 있듯이, 그의 작품 은 우연히 사진에 찍힌 어렴풋한 실내의 파편들을 제시해서 일상적인 풍경과는 거의 상관없는 불연속적이고 폐쇄된 공간을 창조한다.(Graham, 2007)
<Figure 3> Man Ray, Rayograph, 1927
독일의 사진작가 볼프강 틸만스(Wolfgang Tillmans)의 작품 중에 루미노그램을 사용한 실험 들을 볼 수 있다. <Freischwimmer>은 루미노그램을 사용한 작품으로서, 독일어 제목은 ‘자유 롭게 수영하다’로 번역될 수 있다. 틸만스는 움직이는 광원과 빛을 방출하는 도구와 기구들을 사용하여, C-print 기법(컬러 네거티브 필름을 인화지에 옮기는 방법)을 사용하는 인화지에 이미지를 만들었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틸만스는 어떤 물질도 사용하지 않고서 오직 빛만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흐릿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나온 추상적 이미지는 스캔되고 확대되었는데, 이 이미지는 때때로 4 X 5미터의 크기로 확대되기도 하였다. 이렇게 C-print에 인쇄되고 확대 된 이미지는 청중들로 하여금 바다와 심연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였다. 이 작품은 추상적 아날 로그 노이즈 작품의 대표작 중 하나로 칭할 수 있다. 물론, 대형으로 확대하기 위하여, 디지털 스캐닝을 사용하기도 하였으나, 이미지를 제작한 기본적인 방법은 노광행위를 통한 예측불가 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아날로그 기반의 사진행위이다.<Figure 4>
<Figure 4> Freischwimmer 83, 2005, The Lattere was Created on C-print without a Camera.
2.3. 디지털 노이즈
디지털 미디어 프로세스에서 입력 데이터인 빛과 음파의 물리적 특성은 다른 객체로 변환되지 않고 숫자로 변환된다. 아날로그적 데이터가 숫자로 변형되었을 때, 디지털 미디어는 소프트웨 어의 알고리즘을 통하여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 등을 할 수 있다. 즉 디지털 환경에서는 노이즈가 이론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아날로그 영화는, 전자적 변형과 전송이 디지털 미디어라고 할지라도, 그 자체는 아날로그 미디 어로부터 완전히 분리되고 단절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디지털 미디어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전송이라고 하기보다는, 인공물에서의 아날로그적 원칙과 기술에서의 연속이고 연장인 신호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Lister et al., 2009, p.17). 일반적으로 디지털 방식은 물리적 데이터를 이진법적 코드로 변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디지털이 의미하는 것은 어떤 현상에 숫자를 배정하는 것이다(Lister et al., 2009, p.18). 이 디지털화의 원칙과 실행은, 물 리, 화학, 공학의 물질적 영역에서만 존재하던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진 미디어 텍스트가 기호적 컴퓨터 영역으로 변모하는 생산에 어떻게 복합적인 작업으로 포함되는가를 보여준다. 그래서 미디어 텍스트는 사진 인쇄물, 책, 필름 롤 등의 물리적인 형태와 분리되어 있다는 의미에서
‘비물질화된’ 것으로 간주된다.
이 변화의 근본적인 결과는, 첫째, 데이터는 아주 작은 공간으로 압축될 수 있다, 둘째, 데이터 는 비선형적인 방법으로 아주 빠르게 접근될 수 있으며, 셋째, 아날로그 스타일들 보다 훨씬 더 쉽게 조작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데이터의 저장성, 접근성, 조작성에서의 변화들은 생산, 형식, 수신, 미디어의 사용 방식들에 있어서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 또한 디지털 이미지 의 ‘유동성’은 ‘여러 다른 이미지들로 무한하게 변형될 수 있는 잠재적인 상태 또는 변형 과정’
을 의미한다. 디지털 미디어에 있어 이러한 이미지들의 가장 큰 특징은 물리적 형태의 속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디지털 이미지의 유동성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노이즈가 발생할 수 있으며, 글리치 아트(glitch art)는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노이즈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파울리 히뷔넨(Pauli Hyvönen)의 작품을 들 수 있다. 히뷔 넨의 작업 스타일은 유화나 파스텔, 콜라주 기법을 단독으로 사용하거나 두 가지 이상의 기법을 혼합해서 만든 작품을 스캔해서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으로 재제작하는 방식이다(Hyvönen, 2012). <Figure 5>에서 좌측 이미지는 유화 및 템페라 기법을 이용해서 캔버스에 그린 그림 이고 우측은 디지털 편집 소프트웨어를 이용해서 만든 이미지다. 두 작품은 노이즈 효과의 다른 예시들이다. 하나는 회화에서의 노이즈 효과, 즉 아날로그 노이즈의 한 예이고, 다른 하나는 디지털 노이즈다. 히뷔넨의 작품에서는 두 가지 노이즈 용례를 찾아볼 수 있다.
<Figure 5> Pauli Hyvönen, (left) Hide, 2012, (right) To tropics, 2012
3. <전송오류>와 노이즈의 역용(逆用)
본 장의 주요 내용은 노이즈를 이용한 가장 대표적인 예술 형식으로 알려진 글리치 아트와
<전송오류>의 차이를 확인하고, 이 차이를 명확히 제시하여 글리치 아트로부터 전송오류 방 식을 분별하는 것이다. 전송오류(transmission error)와 글리치는 그 의미가 종종 혼용되어 사용되는데, 이 두 방식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본 연구는 글리치를 이미 만들어진 예술 작품에 ‘인위적인’ 조작을 가미하여 변형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전송오류를 글리치와 다르게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적, 발생적 변형, 자발적 변형을 의도하는 것으로 제안한다.
3.1. 노이즈 이용의 두 가지 방식: 인위적 조작과 자연적 변형
글리치 아트는 노이즈를 이용하는 가장 대표적인 예술 제작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로사 멩크만 (Rosa Menkman)은 ‘글리치’를 의미가 예상되는 정보나 디지털 통신 시스템의 일반적인 흐름
으로부터 인식적인 오류나 우연에 의해 만들어지는 자연적이거나 의도적인 변화로서 묘사한다 (Menkman, 2011, p.9). 멩크만의 정의에 따르면 글리치 아트의 노이즈 이용 방식에는 의도적 인 변형과 자연적인 변형이 모두 포함된다. 하지만 이 두 가지 방식, 즉 직접적으로 변형을 가하는 것과 자연적 변형 과정을 포착하는 것은 시각적으로 유사한 결과를 보이지만, 전혀 다른 방향에서 노이즈가 생성된다. 전자는 본래의 이미지에 소프트웨어 기능을 적용해서 노이즈처 럼 보이는 시각적인 효과를 얻어내는 것으로, 대부분의 글리치 아트 작품들이 이에 속한다.
후자는 시스템 장애로부터 노이즈 자체가 직접 생성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전자는 특정 조작을 가하여 본래 이미지를 노이즈화 하는 방식이고, 후자는 외부 혹은 특정한 내적, 물리적 오동작(error)에 의해 생성된 노이즈가 이미지로 표출되는 것이다.
전자의 예시로서, 나빌 엘더킨(Nabil Elderkin)이 감독한 유명 래퍼 카녜 웨스트(Kanye West) 의 뮤직 비디오, <웰컴 투 하트브레이크(Welcome to Heartbreak)>(2009)가 적절해 보인다.
이 비디오 영상은 전체적으로 각각의 이미지들이 분명하게 재현되지 않고 서로 겹치고 혼합되 면서 노이즈를 발생시키게 구성되어 있다. 실사 이미지의 웨스트가 노래를 부르면서 화면의 중앙에 나타나면 비디오의 다른 장면들에서 발생하는 노이즈 블록들이 그의 몸이나 얼굴을 가리면서 노이즈로 뒤바뀐다<Figure 6>. 비디오 자체에서 보이는 이러한 다양한 노이즈 장면 들은 이미지의 편집에 인간이 개입된 것이 아니라, 마치 디지털 파일 자체의 결함으로 인해 이미지가 손상된 것처럼 인식되게 한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적 결함은 사실 비디오 압축을 오용한 결과, 즉 디지털 비디오의 시각화 및 조작 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며 정상적인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노이즈화한 것이다.(Bollmer, 2018)
<웰컴 투 하트브레이크>는 손상된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색상의 부분적 수치를 조정하기 위해 데이터모싱(datamoshing) 기법을 이용하였다. 데이터모싱은 파일을 디코딩(decoding) 할 때 시각적 효과나 청각적 효과를 만들기 위해서 미디어 파일의 데이터를 조작하는 방식이다. 이외 에도 인위적으로 노이즈 이미지를 만드는 또 다른 기법으로는 데이터벤딩(databending) 방식 이 있다. 데이터벤딩은 다른 형식의 파일을 수정하기 위한 용도로 제작된 소프트웨어를 이용하 여, 특정한 형식의 미디어파일을 조작하는 과정이다. 조작 과정에서 미디어 파일에 왜곡이 생기 고, 이 과정은 좀 더 넓은 범위에서의 글리치 아트에 자주 이용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Figure 6> A Snapshot of Kanye West’s Welcome to Heartbreak Music Video, Directed by Nabil Elderkin, 2009
다른 한 편으로, 이미지 자체에 조작을 가하지 않고 디지털 매체의 특정 조건으로부터 노이즈 이미지를 생성하는 사례로는 <디지털 TV 디너(Digital TV Dinner)>가 있다. 1978년에 제작 된 이 영상은 가장 오래된 글리치 아트 사례로도 일컬어진다. <디지털 TV 디너>는 제이미 펜튼(Jamie Fenton)과 라울 자리스키(Raul Zaritsky)가 제작한 비디오 클립이다<Figure 7>.
이 비디오의 배경 음악은 딕 에인스워스(Dick Ainsworth)가 담당하였는데, 마치 오래된 게임 기에서 나는 소리처럼 잡음이 섞인 단순한 비트의 멜로디로 구성된 디지털 사운드는 비디오 클립의 이미지와 어우러져 독특한 패턴을 형성한다. 마이클 베탄코트(Michael Betancourt)는
『Glitch Art in Theory and Practice: Critical Failures and Post Digital Aesthetics』에서
<디지털 TV 디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비정상적인 패턴(unusual patterns)을 생성하기 위해 발리 아스트로케이드라는 콘솔 게임을 이용한다. 발리 아스트로케이드는 카트리지 게임
들 중에서도 전원이 켜져 있는 상태에서도 게임 카트리지를 바꿀 수 있게 허용된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이 게임은 리셋 버튼을 누를 때에도 게임 카트리지를 시스템으로부터 제거할 수 있어 서 다양한 메모리 덤프 패턴(memory dump pattern sequences) 시퀀스들을 유도할 수 있게 하였다. <디지털 TV 디너>는 같은 플랫폼에 음악이 작곡되고 생성하기 위한 흥미로운 상태의 집합체이다.“ (Betancourt, 2016, p.24)
일반적으로 콘솔 게임의 카트리지는 전원을 끈 상태나 게임을 종료한 후 교체할 수 있게 구성된 다. 만약 전원이 켜져 있는 상태에서 게임 카트리지를 교체하게 되면 게임 자체가 종료되거나 시스템 초기화면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펜튼과 자리스키는 전원이 켜져 있는 상태 에서 게임 카트리지를 교체할 수 있게 제작된 특정 콘솔 게임의 기능을 발견하고 이를 노이즈 이미지 생성 실험 장치로 이용한다. <Figure 7>는 리셋 버튼을 누르고 게임 카트리지를 교체 했을 때 모니터 화면이 “select game” 및 “play a game” 이라는 메시지와 노이즈 이미지가 중첩되어 출력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Figure 7> Digital TV Dinner by Jamie Fenton and Raul Zaritsky, 1978
<디지털 TV 디너>는 주로 글리치 비디오 아트(glitch video art)로 분류되지만(Fenton &
Zaritsky, 2009), 노이즈를 생성하기 위해 특정 소프트웨어의 기능을 이용하는 대다수의 글리 치 작품들과는 달리 기술적인 오류를 이용한 사례다. 즉, 이미지의 최종 결과물이 계획된 의도 에 따라 제작된 것이 아니라 게임 카트리지가 제거될 때 발생되는 프로세서의 메모리 오류로부 터 불특정하게 출력된 이미지를 포착한 것이다. 따라서 <디지털 TV 디너>는 이미지의 출력이 디지털 포맷으로 제작되지만 노이즈 자체가 아날로그적인 전송오류로부터 발생하기 때문에 아날로그 노이즈 유형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인공적인 데이터의 변형을 시도하지 않고 하드웨어 전송오류를 이용하기 때문에 대다수의 글리치 아트와도 변별된다.
3.2. 사진작품 <전송오류> 시리즈에서 노이즈의 역용(逆用)
‘전송오류’라는 용어는 본래 전송체계에서 발생하는 결함이나 다른 원인들로 인해 나타나는 메시지 전송의 실패를 의미한다. 이에 따라 사진을 촬영할 때 전송오류가 발생한 경우 해당 사진은 실패한 것으로 간주되어 대부분 폐기되었다. 최근 전송오류의 의미가 디지털 미디어 시스템에 내재하는 기술적 제한이나 우연적 또는 의도적인 시스템 결함으로부터 나타나는 에 러나 노이즈로 확장되면서, 점차 전송 오류 사진들을 예술로써 인정하고 의도적으로 전송오류 를 만들어 작품을 생성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전송 오류는 주로 블러(blur), 비규칙적 라인 (irregular line), 탈색 효과, 거침 효과, 픽셀의 깨짐, 색상의 왜곡 등과 같은 추상적 형태로 나타난다.
그러나 본 저자가 논구하는 전송오류의 의미는 다르다. 전송오류는 이미 만들어진 이미지가 아닌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의 행위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해답은 결과에 있는 것 이 아니라 창조의 과정에 있는 것’이다. 이것은 오히려 인간의 방해나 의도가 없이 자발적으로 나타나는 존재론적인 흔적에 의한 현상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사진은 자발적인 생성에 의해 물체의 존재를 더 축소시킬 수 없는 상태로 변환시키는 것이다. 즉 인위적으로 전송오류를 생성 하는 것은 전송오류가 아닌 글리치 아트이다.
<Figure 8> 좌측 이미지는 카메라 촬영을 연속적으로 하는 도중 어느 순간 장치가 오작동을
일으키면서 경고음과 함께 출력되는 에러 메시지를 캡처한 것이다. 에러가 나면 카메라 화면에 는 “Sensor calibration error: Capture lost”라는 메시지가 디스플레이 되고 곧바로 전송 과정 에서 오류가 난 이미지가 나타난다. <Figure 8>의 오른쪽 이미지는 에러 메시지 이후 카메라 스크린에 나타난 전송 오류 이미지다. 사진작품 <전송오류> 시리즈는 모두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제작된다.
<Figure 8> (Left) Sensor Calibration Error Message, (Right) Error Image Displayed on the Screen after Printing an Error Message.
사진작품 <전송오류> 시리즈는 이처럼 인위적인 조작이 아닌 자발적인 데이터 변형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들이다. 모두 우연적 노이즈를 예상한 작업과정의 결과이다. <전송오류 69> 2015년 12월에 경기도 화성시에서, <전송오류 92>는 2018년 12월에 서울의 지하철 내부에서 촬영되었다. <Figure 9><Figure 10> 두 작품 모두 일반적인 사진과 오류가 난 사진 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생성되었다. 이 작품은 데이터를 직접 변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디지 털 TV 디너>와 유사한 측면을 가지고 있다. 이 작품은 디지털 백(digital back)이 달린 아날로 그 카메라를 이용하였다. 디지털 백은 풀프레임(full-frame) 미디엄 포맷 센서로 일반 DSLR 카메라의 CMOS 센서보다 크기 때문에 더 많은 데이터를 높은 품질의 이미지로 저장한다는 특징이 있다. 사진을 빠르게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적으로 촬영하여 버퍼링을 유도한 뒤에 그 버퍼링이 걸린 순간 노이즈 사진이 자연적으로 생성된다.
<Figure 9> Transmission Error 69, Archival Pigment Print, 2015 © JungHoe Kim.
<전송오류 92>는 디지털 사진에서 발생하는 노이즈의 형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러한 형 상은 글리치 효과를 사용한 작품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사진은 제작이 아닌 발생 적 이미지이며, 데이터에서의 인위적인 변형은 없다. 관람자로 하여금 인공적으로 기입된 노이 즈가 아닌 자연 발생적 노이즈와 우연을 체험하게 한다. 이 우연은 사진이라는 매체의 재현적
측면을 해체하고, 실제의 변형을 통해 기계적 시선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관찰을 통해 발견한 찰나의 우연성, 이미지가 해체되어 발견된 사진, 상실된 이미지의 추상성 그 자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유연한 사고의 확장으로 우연성과 발견이라는 상황이 만들어질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Figure 10> Transmission Error 92, Archival Pigment Print, 2018 © JungHoe Kim.
4. 결론
본 연구에서 글리치의 인위적인 변형과 전송오류의 자연적인 변형을 구분하는 기준은 이미지 자체에 직접적인 변형을 시도했는지의 여부다. 대부분의 <전송오류> 작품은 온전히 자연적인 변형을 거친 작품들이지만, 간혹 일부 작품들은 노이즈 사진이 자연적으로 생성될 수 있는 상태 를 만들기 위해 사전에 일정 간격의 반복 촬영을 통한 버퍼링을 유도하기도 한다. 이런 점이
<전송오류>가 자연적인 변형으로 탄생한 작품이 아니라고 비취지기도 하는데, 사실상 모든 예술 작품은 제작 초기 단계에서 인위적인 과정을 어느 정도 거치게 된다. 왜냐하면, 예술적 표현은 처음 작가의 의도나 기획, 발상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송오류의 사전 과정은 모든 예술의 공통적인 과정으로 보고 본 연구의 논지에서 제외하였다.
인위적인 글리치가 아닌 자연적인 전송 오류를 통해 만들어진 사진이나 예술적 작품들은 전통 적인 개념의 사진들이나 인공적인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진 작품들에서는 발견될 수 없는 느낌 과 예술적 경험을 제공한다. 구상적이며 추상적 형상들의 중첩과 병렬은 전송오류의 특이성을 드러내는 요소이며, 이 형상들은 사진이 가진 분산된 아우라에 더해져 예측 불가능한 경험을 가능케 한다. <전송오류> 시리즈는 사진의 전통적 가치에서 벗어나 새로움을 추구하면서도 사진의 전통적 가치인 찰나의 우연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일련의 실험이다. 이러한 중첩적 실험은 아날로그 사진을 지나 디지털 사진으로 이동하는 사진 예술의 진행을 보여주는 하나의 방법으로서, 또 아날로그 사진으로서 사진 본연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방법으로서 계속 시도되 어야 할 것이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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