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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1년 전 나와 오늘의 나는 같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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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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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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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ICE, 제39권 제2호, 2021

나 흥 식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생리학교실 명예교수 [email protected]

현재 지구상에 사는 사람의 수는 75억명 정도로 꽤 많 아 보이지만, 우리보다 먼저 살다 간 사람 수와 비교하면 약 7퍼센트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우리 조상의 수가 현 재 인구수의 14~15배 정도라는 말이죠. 역사가 이 조상들 이 우리의 삶을 미리 14~15회 반복하여 경험한 후 하나하 나를 꼼꼼하게 기록해 둔 것이니,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현재 인간의 수명을 고려해보면 100년 후 에는 현재 살고 있는 거의 모든 사람이 지구상에 살아남아 있지 않을 것입니다. 당연히 지구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은 새로운 사람으로 바뀌어 있겠죠. 그렇다면 지금과 전혀 다 른 사람들이 살고 있을 100년 후의 지구는 지금의 지구와 같은 지구인가요?

100년 후에는 건축물을 포함한 지구의 거의 모든 구조 물이 바뀌어 있을 것이며, 동식물 등을 포함한 자연생태계 또한 다른 모습일 겁니다. 그러나 인간이 생겨나기 전부터 지구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태양의 주위를 일정하게 돌고 있었으며, 달 또한 지구의 주위를 변함없이 돌고 있었습니 다. 어찌 보면 지금의 지구와 100년 후의 지구가 같은 지구 라고 할 수 있을 것도 같고 아니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 니다.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대사는 영어로 metabolism(메 타볼리즘)입니다. 내부와 외부 간의 에너지 교환을 뜻하는 이 말은, 희랍어 ‘metaballein(메타발레인)’에서 유래된 것 으로 ‘변하다’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 면, 에너지 대사란 ‘생명체가 자연에 있는 영양소를 체내 에서 산화시킴으로써 ATP 형태의 에너지를 얻고, 이를 통 해 생명을 유지하는 과정’입니다. 동물에서 ATP는 자발적 인 골격근의 움직임뿐 아니라 심장이나 허파 및 소화기관

등의 작동과 체온 유지 등에 쓰입니다. ATP라는 화학에너 지가 골격근 수축이라는 기계적 에너지로, 혹은 체온이라 는 열에너지로 전환되는 것이죠.

생명체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이런 에너지 전환을 인 간이 기계에 이용하기 시작한 것은 산업혁명 이후입니다.

산업혁명 이전의 기계들은 물의 흐름을 이용한 물레방아 처럼 기계적 에너지를 기계적 에너지로 이용하는 단순한 형태가 전부였습니다. 산업혁명 이전에 있었던 돛단배도 바람이라는 기계적 에너지로 배를 움직이는 기계적 에너 지로 이용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에는 열 에너지로 물을 끓여 생긴 수증기의 힘으로 배나 기차를 움 직이는, 다시 말해 열에너지를 기계적 에너지로 전환시킨 증기선이나 증기기관차 등이 나타났습니다.

생명체가 아주 오래전부터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해왔 던 에너지 전환을, 인간이 이용하기 시작한 것은 산업혁명 이후로 이제 겨우 500년도 채 되지 않습니다. 남의 논문이 나 특허를 베끼면 표절로 걸리지만, 자연 현상을 보고 남 에게 알리거나 베껴서 흉내 내면 발견이나 발명을 했다고 대접을 받으니 ‘자연이 교과서’라는 말이 틀리지 않은 것 같습니다.

1년이 지나면 우리 몸을 구성하는 거의 모든 성분은 새 것으로 바뀝니다. 가장 빠르게 바뀌는 장기 중 하나인 피 부의 표피세포는 수명이 28일입니다. 표피의 가장 아래쪽 에 있는 줄기세포 역할의 기저세포가 분화해 맨 위에 있는 각질세포로 변하는 데 28일 정도 걸리며, 이후에는 피부에 서 떨어져 나갑니다. 즉, 한 달 전에 있었던 내 몸의 피부 세포는 모두 사라지고, 완전히 새로운 피부세포가 들어선 것이죠. 위 점막세포의 주기도 피부세포와 비슷한 운명을

1년 전 나와 오늘의 나는 같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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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NEWS & INFORMATION FOR CHEMICAL ENGINEERS, Vol. 39, No. 2, 2021 …

223 가지고 있습니다. 이쯤에서 앞서 했던 것과 비슷한 질문이

다시 떠오릅니다. 한 달 전의 나는 지금의 나일까요?

수명이 120일인 적혈구는 각각의 생성 시기가 다르므 로, 나이가 1일부터 120일까지로 다양합니다. 따라서 태어 난 지 120일 된, 개수로 보면 120분의 1 정도의 적혈구는 오늘 사라질 것이고, 그만큼의 적혈구가 오늘 태어나는 것 을 반복합니다. 넉 달 전 내 혈관에 흘렀던 적혈구는 하나 도 빠짐없이 모두 사라졌고, 지금은 완전히 새로운 적혈구 가 돌아다니고 있으니 넉 달 전의 내가 지금의 나와 같은 지 또다시 궁금해집니다.

적혈구나 피부세포와는 달리 심장과 뇌의 세포는 분열 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세포분열 중 실수의 결과물인 암세 포가 발생하지 않아 심장과 뇌에는 암이 생기지 않습니다.

세포분열을 하지 않으면서도 심장과 뇌의 크기가 커지는 이유는, 세포 수가 늘어나지 않더라도 세포 하나하나의 크 기가 커지기 때문입니다.

분열을 하든 크기가 커지든 세포는 끊임없이 변합니다.

세포를 구성하는 모든 성분이 1년이면 거의 모두 새로운 것으로 바뀐다 했으니, 여기서 다시 묻습니다. 1년 전의 나 는 지금의 나일까요? 생각에 따라서는 모습만 비슷할 뿐 이지, 완전히 다른 성분을 가진 생명체일 수도 있기에 하 는 말입니다. 100년 전의 지구와 지금의 지구가 같은 지 애 매하 듯, 1년 전의 내가 지금의 나와 같은 사람인지 역시 애매합니다.

<약력>

나흥식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

1990년 모교인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로 부임한 이 래, 기초의학인 생리학 연구와 학생 교육에 매진하고 있 다. 고려대학교 우수 강의상인 ‘석탑강의상’을 19회 수상, 2017년 「중앙일보」가 선정한, 전국 17개 대학 32명의 대학 교수 ‘강의왕’ 중 한 명이다. 교육부가 주관하는 케이무크 (KMOOC, 일반인 대상 온라인 공개강좌)에서도 최고의 강의 평가를 받으며 2017년 교육부총리 표창장을 수상하 는 등 학생 교육뿐 아니라 과학의 대중화 작업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대한생리학회 이사장, 한국뇌신경과학회 회장, 한국뇌 연구협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신경병증성 통증 실험동물모델’에 관한 연구가 독

일 슈프링거Springer 출판사에서 발간한 ‘통증백과사전

Encyclopedia of Pain’에 실렸고, 그의 이름이 세계 3대 인

명사전 ‘마르키즈 후즈 후Marquis Who’s Who’에 등재되

는 등 연구에서도 뛰어난 업적을 남기고 있다.

참조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