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전한 삶을 위한 융복합 연구에 힘쓰겠습니다”
- 김일수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
김 걸|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인터뷰)
김일수(金日秀)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졸업(1969) / 제12회 사법고시 합격(1970) / 고려대학교 대학원 법학석사 (1976) / 독일 뮌헨대학교 법학박사(1983) / 고려 대학교 법과대학 교수(1983~2011) / 한국사형폐지운동협의회 공동발기인(1992) / Zeitschrift für die gesamte Strafrechts-wissenschaft 국제 편집자문위원(1993~현재) / 미국 Harvard University Law School Visiting Scholar(1995) /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학장(1996~1998) / 일본 중 앙대학 법대 초청교수(1996~1997) / 국무조정실 국정평가위원회 위원(1998~2005) / 고려대학교 법무대학원장(1998~2000) / 한국형사법학회 장(2000~2001) / 한국보호관찰학회장(2002~2005) / 검찰개혁자문위원회 위원장(2003~2005) / 서울특별시 공직자윤리위원(2003~2007) / 한국훔볼트회 회장(2003~2005) / 검·경 수사권조정위원회 위원장(2004~2005) / 통합형사사법정보체계구축기획단 자문위원회 위원장 (2005~2008) / 제4기 법무부 정책위원회 위원장(2006~2007) / 국가청렴위원회 정책자문위원(2006~2008) / 중국 우한대학교 법학부 겸직 교수(2007~현재) / 국가경찰위원회 위원장(2009~현재) /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원장(2010~현재) / 고려대학교 명예교수(2011~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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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5. 16.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실
2~3년 전부터 흉악한 범죄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주 거지역에서 발생하면서 범죄예방을 위한 환경설계에 대 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여성과 아동 등 사회 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흉악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여 강 력한 대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번 호 「국토」에서는 김일수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을 만나 환경설계를 통해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보았다.
▶김 걸: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각종 범죄의 실태와 원인 및 대책을 종합적·체계적으로 연구하여 국가의 형사정책 수립 및 범죄예방에 이바지해온 국책연구기 관입니다. 1989년 설립 이후 23년 동안의 성과를 평가 해주시기 바랍니다.
▶ ▶ 김일수: 국내 유일의 범죄실태 연구 및 형사정 책 대안 개발 기관인 저희 연구원은 1989년 설립 되었습니다. 1989년은 인신매매, 가정폭력 등 각 종 범죄발생 위험이 높아 범죄와의 전쟁이 시행되 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정부에서는 그간 미시적으 로 대응하던 형사정책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연
저희 연구원은 설립 이래 23년간 국가형사정 책에 대한 유일한 국책연구기관으로서 1천여 권 의 연구총서, 20여 종의 번역서, 3종의 전공기본 교재를 발간했습니다. 시대를 앞선 선제적인 연구 가 많아서 전자발찌 제도 등은 이미 10여 년 전에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형사정책연구의 허브기관 역할 또한 수행하고 있는데, 2009년에는 ‘전국범죄피해조사’가 통계청 의 국가승인통계로 지정되었고, 다양한 형사사법 분야의 각종 통계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한 범죄 통계·정보시스템(CCJS)을 구축하여 통계자료 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연구에도 관심이 많아 2004년에는 유 엔 마약 및 범죄국(UNODC)과 MOU를 체결하고 유엔 범죄예방 및 형사사법계획 연구기관 연결망 (UNPNI)에도 가입했습니다. 사이버 범죄방지를 위한 가상포럼(VFAC)을 구축 및 운영하고 있으 며, 매년 2~3회의 국제학술세미나를 개최하여 현 재 총 47회의 국제학술행사를 개최하였습니다. 독 일 연방형사청, 일본 메이지대학교, 중국 인민대 학교,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등 총 29개 기관 과 MOU를 체결하여 교류 및 협력하고 있습니다.
▶김 걸: 범죄로부터의 안전은 모든 국민이 누려야 할 보편적 복지입니다. 원장님이 생각하시는 범죄예방이 나 안전에 대한 철학을 말씀해주십시오.
▶ ▶ 김일수: 현대사회는 여러 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저는 위험사회론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각 종 위험이 내면화되고 일상화되면서 사람들이 공 포와 위기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가 김일수
해소되지 않으면 결국 불안요소가 폭발하게 되는 데, 대표적인 예가 월가시위, 반값등록금 시위 등 입니다. 소수의 승자와 다수의 패자라는 사회갈등 을 예전에는 운명처럼 생각하고 체념했지만 이제 는 자기이익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사회분위기는 급격하게 변화하는데, 시스템은 변 화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갈등을 해소 하지 못하는 시스템은 더 이상 사람들의 분노를 잠 재우지 못하고 결국은 집단적인 범죄로 나타나게 된 것입니다. 이는 안전한 삶에 대한 중요한 위험 지표가 될 것입니다.
이러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종전에는 처벌 을 통한 방법을 썼고, 근래에는 범죄위험군을 사 전에 조절하고 통제하는 예방정책을 선호하였습 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안전망에 대한 소위 전방 위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 이고 있습니다. 형사정책가, 관련 부처뿐만 아니 라 법학자, 심리학자, 사회학자, 인문학자, 검찰, 경찰, 복지사 등이 모두 모여 경계를 넘어 협력하 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불확실하고 불안이 심화된 시대에는 안전에 대한 열망이 높아지게 마 련입니다. 경제적 안전, 일자리 안전, 사회적 안 전, 범죄로부터의 안전 등 여러 가지 종합적 안전 이 필요합니다.
▶김 걸: 최근 강간·살인사건이나 학교 인근에서의 성범죄가 정비예정구역 등의 특정 공간에 집중되기 때 문에 범죄예방을 위한 생활안전대책이 시급한 상황입 니다. 최근 도시범죄의 발생현황과 문제점은 무엇인지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 ▶ 김일수: 범죄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일반 인의 생각과는 달리 크게 늘어나지는 않고 있습니
다. 그러나 특정 취약지역에서 많은 범죄가 발생 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희 연구원에서 범죄발생통계를 분석한 결과 에 따르면 대도시, 농어촌보다 중소도시의 범죄위 험성이 더 크며, 아파트보다는 일반주택 혹은 다 가구밀집지역이 범죄에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 습니다. 도시범죄의 경우 특히 무질서 문제가 중 요한데, 중소도시는 물론 서울, 부산과 같은 대도 시의 경우도 뉴타운사업 등과 같이 재개발이 추진 되는 과정에서 지역에 대한 위험관리가 되지 않아 강력범죄가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1994년 뉴욕 시장으로 취임한 루돌프 줄리아니 는 Broken Window 법칙을 적용하여 사소한 경범 죄부터 단속에 나선 결과 연간 2,200건에 달하던 살인사건을 1천 건 이상 감소시켰습니다. 수년간 방치된 재개발·재건축 지역은 Broken Window 법칙에서 보면 범죄발생 확률이 높은 지역입니다.
근래 매스컴을 떠들썩하게 했던 오원춘 사건, 김 길태 사건, 김수철 사건 등은 모두 이러한 슬럼지 김 걸 이 · 슈 · 와 · 사 · 람
을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아파트보다 물리적 안전도가 미비한 단독주택 이나 다세대주택지역에 대해서는 사회안전망이 가능하도록 물리적인 안전도를 높여 활발한 소통 을 이끌어내야 할 것입니다. 모두가 이웃사촌으로 사는 시골에서는 1년에 한두 건의 범죄가 발생하 지만 익명화된 도시에서는 범죄율이 높습니다. 구 성원 간 소통이 원활해지면 사회적 안전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김 걸: 경찰력 중심의 범죄예방에는 한계가 있으므 로 물리적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을 병행해야 한다 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범죄예방을 위한 환경설계 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 각하십니까?
▶ ▶ 김일수: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CPTED) 이 최근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아파트도 범죄예 방 환경설계 인증을 받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 니다. CPTED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증제도입 니다. 인증제도의 평가에 따라 주민들이 주거지역 을 선택하게 된다면 전국이 골고루 안전한 지역으 로 상향평준화될 수 있을 것입니다.
범죄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보는 눈이 많은 것입니다. 경찰이 많아도 좋고, 사람이 많아 도 좋습니다. CCTV도 훌륭하게 눈의 역할을 해 내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범죄를 감시할 수 있 도록 개방감을 높이는 것이 범죄 충동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환경설계 시 반드 시 고려해야 할 점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사생활보호도 중요합니다.
보호하되 공적인 공간에서는 개방성을 높이는 방 법이 좋을 것입니다. 감시를 당한다는 느낌을 받 지 않으면서도 범죄의 충동을 느끼지 않을 만큼의 개방성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를 통하여 범죄를 줄이고 삶의 질도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김 걸: 해외 선진국에서는 CPTED를 제도화하여 정 착시키는 단계에 있습니다. 해외 선진국의 CPTED 사례 와 한국의 CPTED 적용 동향을 설명해주십시오.
▶ ▶ 김일수: 미국, 영국, 독일, 일본, 호주 등 선진 국의 경우 중앙정부 차원에서 접근하기보다는 지 방정부(자치단체) 수준에서 CPTED에 접근하는 것이 특징적입니다. 자체 조례를 제정하고, 이를 따를 경우 건축 등에 있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몇 년 전 서울시가 저희 연구 원 등과 협력하여 뉴타운사업 관련 CPTED 지침 을 마련하였고, 동시에 「서울특별시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조례」 제4조에서 재정비촉진계획에 포함되어야 하는 사항으로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 예방에 관한 계획 항목을 2010년에 신설하였습니 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교육과학기술부가 학교 안전과 관련하여 지침을 마련하였고, 여성가족부 또한 여성친화도시사업을 CPTED 관점에서 접근 하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새로 건설되는 신도시 위주 로 CPTED가 적용되었습니다. 앞으로는 이를 확 대하여 기존의 시가지 가운데 취약지를 중심으로 먼저 이 원칙을 적용하여 가로등을 적절하게 설 치하고, CCTV의 설치, 도로의 정비 등을 통하여
범죄를 저지르기 어려운 환경으로 만들고 있습니 다. 이러한 일은 중앙정부 차원에서보다 지방자 치단체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러한 사업을 통하여 주민들 간의 유대감을 높이 고 자발적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진 일보한 것으로 평가되고 앞으로 확산할 필요가 있 을 것입니다.
▶김 걸: 최근 안전·안심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높 아지면서 안전도시 조성과 공간계획 수립에 관한 정책 연구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안전하고 안 심할 수 있는 도시 만들기의 방안에는 어떤 것들이 있 을지 말씀해주십시오.
▶ ▶ 김일수: 안전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존 의 도시환경을 개선하여 범죄를 저지르기 쉬운 환 경을 범죄를 저지르기 힘든 환경으로 개선하는 작 업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담장을 없애고 지저분 한 쓰레기를 치우고 골목을 밝게 만드는 것들이 심 리적으로 범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작업들을 통해서 범죄가 일어나기 쉬운 환 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특정 지역의 범죄를 막고 안전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취약지역에 대한 순찰 횟수를 늘 리고, 실질적인 순찰이 될 수 있도록 도보순찰 위 주로 운영함으로써 효과적으로 범죄를 예방할 필 요가 있습니다. 취약지역에서 발생하는 범죄를 예 방하기 위해서는 경찰의 노력뿐만 아니라 주민들 의 자발적 후원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경찰력 만으로 순찰이 힘든 지역에서는 지역을 잘 아는 봉 사대를 조직하여 봉사대원들이 지역의 특성에 맞 게 범죄예방활동을 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한국의 정서와 생활방식에 맞는
CPTED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 합니다.
▶김 걸: 국토연구원은 정부출연 국책연구기관으 로 국토의 여러 분야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평소 국 토연구원에 하고 싶었던 조언과 충고가 있으시면 부탁드립니다.
▶ ▶ 김일수: 국토연구원은 통일시대를 앞두고 가 장 할 일이 많은 중요한 연구기관 중 하나입니다.
오늘날 국토는 단순한 땅이 아니라 우리의 문화와 정신과 정서가 어려 있는 곳이기 때문에 단순한 개 발논리나 경제논리에 좌우되어선 안 됩니다. 그런 차원에서 국토의 청사진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통섭한 산물이어야 합니다. 가까운 미래에 우리가 꿈꾸는 삶의 질 향상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연구 를 국민들이 원하고 있습니다.
조상 대대로 이어온 삼천리금수강산을 펼쳐낼 국토연구원에서 앞으로 어떤 연구성과를 거둘지 기대가 큽니다. 국민에게 사랑받고, 존경받는 연 구원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김일수 원장은 최근 학문의 영역에서 통섭이 화두가 되 고 있다고 했다. 범죄문제는 한 가지 학문영역으로 해결 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며, 다양한 방법으로 해법을 찾 아야 하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전방위적인 노력에 주목하며 각 분야의 전문가와 공동 연구가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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