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짧 은 글 긴 생 각
콘크리트 수로를 깔기 전에
우리나라에서 사람이 직접·간접적으로 소비하는 전체 물의 양(340억m3) 중에서 47% 가량이 농업용수 로 쓰인다. 농업용수의 30% 가량이 흙으로 된 수로로 이동하는 도중에 빠져나간다고 한다(동아일보 2003년 2월 4일). 물의 일부는 지하로 스며들고, 일부는 증발되는 것이다.
이러한 물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 접근할 수 있는 방식은 당연히 빠져나가는 과정을 차단하는 것이다.
그래서 농촌 곳곳에는 땅 속으로 침투되는 물이 아까워 차츰 콘크리트 수로가 놓이고 있는데 콘크리트 수 로는 지하로 들어가는 물의 양을 줄이게 된다. 문제는 지하에서 물을 퍼 올리면서 그것이 새로 충원되는 과정을 막는다는 데 있다.
세월이 흐르면 지하수도, 하천유량도 줄어든다. 이렇게 지하수를 고갈시킨다면 결코 지속가능한 사회 가 꿈꿀 일은 아니다. 불안한 조짐은 이미 보이고 있다. 내가 어릴 때보다 시냇물이 훨씬 많이 줄어들어 바닥을 드러내는 까닭도 지하수가 줄어드는 일과 무관하지는 않을 듯하다.
콘크리트 수로가 어느 정도 범위를 넘어서면 하류의 홍수피해를 초래할 수도 있다. 집중호우가 올 때 빗물이 땅 속으로 스며들지 못하여 한꺼번에 많은 양의 물이 하류지방으로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흙으로 된 농수가 이 땅에서 차츰 사라지고, 그곳에 몸을 기대어 살던 생물들은 사라져가고 있다. 애꿎 은 미물들은 농촌경관에서 발붙이지 못하고 떠나고 있다. 고향 도랑에서 살던 참게도, 퉁가리도 사라진 지 무척 오래되었다. 많은 다슬기도 버티지 못하고 사라졌다. 다슬기를 먹고살던 반딧불이도 이제는 내 고향 여름 풍경을 떠났다. 그 많던 잠자리도 비슷한 운명을 맞았는지 보이지 않는다. 도랑에 있던 생물들 을 몰아낸 것은 과연 모두 농약 탓으로 돌려야 할까?
이제 콘크리트 수로사업을 하기 전에 유역전체 차원에서 그리고 장기적 으로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인지 살펴보아야 한다. 당장 물 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좋은데 그것이 지하수를 고갈시키고 홍수 빈도를 높이지는 않을지 검토해봐야 한다. 또한 얼마나 많은 생물의 손 실을 야기할지도 미리 평가해봐야 한다.
이도원|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