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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禮)의 개정 가능성에 관한 이론적 토대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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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禮)의 개정 가능성에 관한 이론적 토대 모색

22) 설 준 영*

❙국문초록❙

본 연구의 목적은 도덕 원칙으로서 예(禮)의 개정에 관한 이론적 토대를 모색하는 것이다. 예는 오랜 기간 사회의 습속을 통하여 생겨나는 도덕 원칙이다. 이때의 도덕 원칙은 사람다움[仁]과 같은 가치를 근거로 한 사 람 사이에 지켜야 할 수많은 행위원칙을 뜻하고, 이는 다양한 형식의 예로 제도화된다. 예의 형식은 시대에 따 라 끊임없이 변한다. 그렇다면 시대에 따른 형식의 변화는 내적 가치를 적합하게 반영하고 있어야 한다. 이는 변화한 예의 정당성 확보 문제이다. 이보다 근본적으로는 개정을 가능하게 하는 이론적 토대가 무엇인가에 대 한 문제제기이다. 즉, 예의 시의성을 논하기 이전에 이를 가능하게 하는 이론적 토대를 모색하는 것이다. 예의 시의성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묵시적 동의를 통해 확보된다. 그렇다면 문제는 ‘어떻게 개별자들의 승인이 보편적 가치와 통합될 수 있는가’로 옮아간다. 본 연구에서는 유가(儒家)의 마음과 예에 관한 논의를 통하여 살 펴본다. 구체적으로 유가 철학에서 마음의 주체적 지위를 최초로 언급한 맹자(孟子)와 그와 대척점에 있다고 평 가 받는 순자(荀子)를 비교하고, 나아가 맹자를 계승한 왕양명(王陽明)의 양지(良知) 개념을 중심으로 개별자들 의 마음이 어떻게 보편의 가치가 반영된 예로 나타날 수 있는지에 관한 이론적 계기를 모색한다.

[주제어] 예(禮), 맹자(孟子), 순자(荀子), 왕양명(王陽明), 양지(良知)

❘목 차❘

Ⅰ. 서 론

Ⅱ. 예(禮)의 인식 주체로서의 마음[心]

Ⅲ. 예(禮)의 개정과 화성(化性) 사이의 틈

Ⅳ. 예(禮)의 개정 주체로서의 양지(良知)

Ⅴ. 결 론

Ⅰ. 서 론

본 연구의 목적은 예의 개정 가능성에 관한 이론적 토대를 모색하는 것이다. 예(禮)의 어원은 신(神)을 섬

* 성균관대학교 동양철학과 박사과정 / akaseol@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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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 복(福)을 이르게 하는 것으로,1) 공자(孔子, 551~479 BCE.)는 사람이 예식에 참여하는 것을 통하여 전통 과 관습을 익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동체를 형성할 힘이 있다고 보았다. 예는 오랜 기간 사회의 습속을 통하여 생겨난 도덕 원칙을 의미하며, 그 효과는 도덕 원칙에 따른 행위를 통하여 사회에서 사람다움[仁]을 실현하게 하는 것이다.2)예는 오랜 과정을 거쳐 축적되는 것이며, 시대를 관통하며 수정되어 온 도덕 원칙이 므로 시간을 매개로 하지 않을 수 없다.3) 다시 말해, 형식적인 예는 고정불변의 형태로 존재할 수 없다. 다 만 시대에 따라 적절한 예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예는 시의성이 중요하다.4) 그러나 도덕 원칙으로서 예의 근본 가치는 예의 형식처럼 시대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 예컨대, 공자가 “사람이 사람답지 않으면 예 가 무슨 소용인가?”라고 하였듯이,5) 예의 근본 가치는 시대를 초월하여 존재한다.6)

한편 예의 근본 가치와 형식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도덕 원칙으로서의 예는 시대에 따라 변하는 예의 내용을 형성하며, 이에 따라 규정된 예는 도덕 원칙으로서 행위자로 하여금 예의 근본가치를 실현하게 한다. 예의 개정 가능성에 관한 논의는 예의 근본 가치와 변화하는 형식 사이의 매개를 살펴보는 작업이다. 형식적 예는 법과 달리 특정 시점에 제정되어 그로부터 정당성을 지니는 것이 아니다. 예는 오랜 시간을 거쳐 생성 된 도덕 원칙이므로 이것의 정당성을 따지는 문제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동의가 곧 예의 개정으로 인정받을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즉, 도덕 원칙으로서의 예의 개정 주체에 관한 문제이자, 개정된 예의 정당성 확보에 관한 문제이다. 기존의 연구는 예의 개정 가능성 그 자체 보다 시대에 따른 변용, 개혁 가능성 등 형식적인 예를 어떻게 현대 사회에서 재해석하는가의 문제에 집중한다.7) 그러나 예의 현대적 변용을 논하기 위해서는 시대의 변화라는 변수 이외에도 예 자체의 변용을 가능하게 할 이론적 계기가 마련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개별자가 인식하는 도덕 원칙으로서의 예가 무엇을 매개로 보편성을 획득하여 형식적 예의 지위로 나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이 문제에 관해 󰡔논어(論語)󰡕에는 주목해 볼 만한 예시가 제시되어 있다. 공자는 제자 재아(宰我)와 상(喪)을 치르는 기간에 관해 토론한다. 재아는 당시 보편적으로 행해지는 3년 상을 정상적인 사회 활동을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반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공자는 3년 상을 치르지 않는다는 것은 부모와의 유대 관계를 단숨에 끊어 버리는, 마음이 편하지 않은 일이라고 말하면 서 제자를 거세게 비난한다.8) 공자는 형식적 예의 변용 근거를 마음에 두고 있다. 다시 말해 예의 근본 가치

1) [], 󰡔說文解字󰡕: 履也. 所以事神致福也.

2) 이에 관한 자세한 논의는 허버트 핑가레트, 송영배 옮김, 󰡔공자의 철학󰡕, 서광사, 1993, 21~42쪽을 참고.

3) 예의 시간적, 공간적 매개와 현실의 관계에 관해서는 이행훈, 「禮의 本質과 日常性」, 󰡔동양고전연구󰡕 35, 동양고전학회, 2009, 161~188쪽을 참고.

4) 󰡔禮記󰡕, 「禮器」: , 時爲大.

5) 󰡔論語󰡕, 「八佾」: 子曰, “人而不仁, 如禮何? 人而不仁, 如樂何?”

6) 인과 예의 관계에 관해서는 이장희, 「禮와 德」, 󰡔東方學󰡕32, 동양고전연구소, 2015, 129~155, 특히 3장을 참고. 7) 다만 주목할 점은 예의 실질적 구성 원리로서의 義에 관한 논의이다. 이명한은 예의 생산 원칙으로 의를 말하며, 정당성,

중성, 배려성, 균등성, 보답성 등의 다섯 갈래로 설명을 시도하고 있다. 이 같은 시도는 기존의 근본 가치로서 仁과 같은 보 편 가치만을 주목하던 논의를 넘어서, 현대적 해석을 시도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에 관한 자세한 논의는 이명한, 「儒學에 있어서 禮의 生産原則에 대한 연구」, 󰡔양명학󰡕12, 한국양명학회, 2004, 165~208쪽을 참고.

8)󰡔論語󰡕, 「陽貨」: 宰我問, “三年之喪, 期已久矣. 君子三年不爲禮, 禮必壞, 三年不爲樂, 樂必崩. 舊穀旣沒, 新穀旣升, 鑽燧改火, 可已矣.” 子曰, “食夫稻, 衣夫錦, 於女安乎?” , “.” “女安則爲之. 夫君子之居喪, 食旨不甘, 聞樂不樂, 居處不安. 故不爲也. 女安則爲之.” 宰我出, 子曰, “予之不仁也, 子生三年, 然後免於父母之懷, 夫三年之喪, 天下之通喪也. 予也, 有三年之愛於其父母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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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사람다움이라고 하면서[人而不仁, 如禮何?], 변용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최종 심급을 마음에 두고 있다. 이 처럼 예의 개정 가능성은 사람의 마음에 부합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9)

이 같은 측면에서 본 연구에서는 예의 개정 가능성에 관한 이론적 토대를 마음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유가 철학을 중심으로 마음과 예의 관계가 어떻게 전개되어 왔는지 살펴보려 한다. 아래에서는 먼저 맹 자의 마음과 예에 대한 이해와 순자의 그것을 비교하여 살펴보겠다. 그 이후 왕수인(王守仁, 1472~1528, 양 명은 호)의 양지(良知) 개념을 통하여 예의 개정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Ⅱ. 예(禮)의 인식 주체로서의 마음[心]

맹자에 이르면 마음은 도덕적 행위와 관련하여 중요한 지위로 격상하게 된다.10)맹자는 마음을 다하는 일 이 성(性)을 아는 일이고, 이를 통해서 하늘[天]을 알게 된다고 말한다.11)마음, 성, 그리고 하늘은 각각 마음 은 성에 성은 하늘에 근거를 두고 있다. 성과 마음의 관계를 살펴보자. 맹자는 성을 인의예지(仁義禮智)가 마음에 있는 것이라 본다.12) 그리고 인의예지는 마음과 연결되면 공경, 수오, 사양, 시비의 사단(四端)으로 표현된다.13) 맹자의 윤리 체계 속에서는 사단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것이며,14) 사단을 온전하게 하고, 이를 확장하면 온 세상을 다스릴 수 있게 된다.15) 사단의 공통적인 기반은 결국 마음에 있 다. 마음을 네 가지 큰 틀로 나누어 사람이 사태에 대응할 행위 갈래를 구분한 것이다. 「고자(告子)」의 다른 부분에서 맹자는 마음의 기능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똑같은 사람인데, 누구는 대체를 따르고 누구는 소체를 따르는 것은 어째서입니까? 대답하길, 눈과 귀 같은 기관은 생각하지 않아서 사태를 만나면 가려집니다. 사물(눈과 귀 같은 기관)이 사태와 만나면 그것에 끌려갈 뿐입니다. 마음은 생각하고 생각하면 얻게 되며, 생각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습니다. 이 것이 하늘이 나에게 준 것이니, 먼저 그 큰 것에 뜻을 둔다면 그 작은 것이 빼앗을 수 없으니, 이것으 로 대인이 될 뿐입니다.16)

9) 󰡔禮記󰡕, 「禮器」: 禮也者, 合於天時, 設於地財, 順於鬼神, 合於人心, 理萬物者也.

10) 철학사에서 마음의 주체적 지위와 관련하여서는 신정근, 󰡔철학사의 전환󰡕, 글항아리, 2012, 252~258쪽 참고. 11) 󰡔孟子󰡕, 「盡心」: 盡其心者, 知其性也. 知其性, 則知天矣.

12) 󰡔孟子󰡕, 「盡心」: 君子所性, 仁義禮智根於心. 물론 이때 주체를 군자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모든 사람의 성이 마음에 근 원하고 있느냐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이 글의 논의가 성과 마음의 관계를 윤리적 측면에서 다루는 것이며, 군자가 어느 정도 윤리적 수준을 확보한 사람이라는 측면에서 논의의 대상으로 삼기에 적절하다.

13) 󰡔孟子󰡕, 「公孫丑」: 惻隱之心, 仁之端也. 羞惡之心, 義之端也. 辭讓之心, 禮之端也. 是非之心, 知之端也. 14) 󰡔孟子󰡕, 「公孫丑」: 無惻隱之心, 非人也. 無羞惡之心, 非人也. 無辭讓之心, 非人也. 無是非之心, 非人也.

15) 󰡔孟子󰡕, 「公孫丑」: 凡有四端於我者, 知皆擴而充之矣. 若火之始然, 泉之始達, 苟能充之, 足以保四海, 苟不充之, 不足以事父母. 16) 󰡔孟子󰡕, 「告子」: , “鈞是人也, 或從其大體, 或從其小體, 何也.” , “耳目之官, 不思而蔽於物, 物交物, 則引之而已矣.

之官則思, 思則得之, 不思則不得也. 此天之所與我者, 先立乎其大者, 則其小者不能奪也, 此爲大人而已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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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문에서 맹자는 몸의 다른 기관과 다른 마음이 가진 특징으로 생각하는 기능[思]을 들고 있다. 생각을 하게 되면 리와 의를 얻을 수 있고,17) 그렇지 않으면 감각에 따라 행위 하게 되므로 윤리적 행위를 담보할 수 없다. 그래서 맹자는 먼저 마음에 뜻을 둘 것을 주문한다. 마음에 뜻을 둔다는 것은 곧 사태를 맞이하여 가려진 사람의 마음[放心]을 바로잡아 인(仁)을 회복하려는 것이다.18)

마음과 관련한 맹자의 예 이해에 관해 살펴보자. 예는 사양지심(辭讓之心)의 발현을 뜻한다.19) 그리고 맹 자는 이 마음을 사람이라면 모두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것으로 표현한다.20)이같이 맹자는 예의 작동 기반을 마음에 두고 있다. 예컨대, 맹자는 유자입정(孺子入井)의 상황을 맞닥뜨린 행위자의 동기가 마음에 있다고 말한다.21)즉, 아이를 구하려는 행위는 예측되는 보상 때문이 아니라 측은해하는 마음[惻隱之心]이 행위의 동 기인 것이다. 더욱 구체적인 예는 고자와 벌였던 인내의외(仁內義外)에 관한 논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맹자 의 제자 공도자(公都子)는 맹계자(孟季子)에게 “의를 행하는 기준이 어째서 행위자의 내부에 있다고 하는가?”22) 라는 질문을 받는다. 이에 공도자는 ⒜ “나에게 있는 공경심을 행하기 때문에 내부에 있다.”23)라고 대답한 다. 그러자 맹계자는 ⒝ 공경의 대상을 맏형과 그보다 나이가 많은 마을 사람으로 가정하고, 술을 따라야 할 경우 어떻게 하겠느냐고 반문한다. 이에 공도자는 ⒞ 마을의 연장자에게 먼저 술을 따를 것이라 대답한다. 이에 맹계자는 나이를 기준으로 공경의 의가 외부에서 기인한다고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24) 적절 한 반박을 할 수 없었던 공도자는 맹자에게 답을 구한다. 맹자는 맹계자의 논리에 맞서 공경의 대상을 숙부 (叔父)와 아우로 가정하고, 아우가 시동(尸童)이 되면 아우를 공경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 공경의 대상의 지위[位]에 따라 공경의 방식이 바뀜을 근거로 들고 있다.25) 두 가지 예시에서 모두 행위가 외부로부 터 기인하는 것이 아닌 행위자의 내부에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인내의외의 논변을 통해 살펴보면, 맹자가 주장하는 예는 공경의 마음뿐만은 아니다. 논변의 구조를 살펴보면 ⒜의 주장에 근거가 되는 것은 사단에있다. 사단의 존재를 전제한 주장이므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 을 경우 보편성을 갖기 힘들다. 반면 ⒝, ⒞, 그리고 ⒟의 경우에는 행위의 기준은 나이, 또는 지위에 맞게 상대를 대해야 하는 예를 전제하고 있다. 그런데 맹자에 따르면, 의나 예는 곧 사람이라면 보편적으로 가지 고 있는 내적인 것에서 기인하며,26) 예는 ‘공경의 마음’이므로 다시 사단이라는 대전제로 환원하게 된다. 결

17) 맹자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마음의 공통적인 특징으로 理와 義를 지목하였다. 󰡔孟子󰡕, 「告子」: 心之所同然者何 ? 謂理也, 義也.

18) 󰡔孟子󰡕, 「告子」: 孟子曰, , 人心也... 學問之道, 無他, 求其放心而已矣. 19) 󰡔孟子󰡕, 「公孫丑」: 辭讓之心, 禮之端也.

20) 󰡔孟子󰡕, 「公孫丑」: 無辭讓之心, 非人也.

21) 󰡔孟子󰡕, 「公孫丑」: 今人乍見孺子將入於井, 皆有怵惕惻隱之心, 非所以內交於孺子之父母也, 非所以要譽於鄕黨朋友也, 非惡其 聲而然也.

22) 󰡔孟子󰡕, 「告子」: 孟季子問公都子曰, 何以謂義內也. 23) 󰡔孟子󰡕, 「告子」: , “行吾敬. 故謂之內也.”

24) 󰡔孟子󰡕, 「告子」: “鄕人長於伯兄一歲則誰敬?” , “敬兄.” “酌則誰先?” , “ 先酌鄕人.” “所敬在此, 所長在彼, 果在外, 非由內也.”

25) 󰡔孟子󰡕, 「告子」: 公都子不能答, 以告孟子. 孟子曰, “‘敬叔父乎? 敬弟乎?’ 彼將曰, ‘敬叔父.’ , ‘弟爲尸則誰敬?’ 彼將曰, ‘敬弟.’

子曰, ‘惡在其敬叔父也?’ 彼將曰, ‘在位故也.’ 子亦曰, ‘在位故也.’ 庸敬在兄, 斯須之敬在鄕人.”

26) 󰡔孟子󰡕, 「告子」: 仁義禮智, 非由外鑠我也, 我固有之也, 弗思耳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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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 맹자는 ‘공경의 마음’인 예의 보편성을 전제하고 ⒟의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맹자의 논변이 환원 논리에 빠져 무의미하다고 볼 수는 없다. 맹자는 예의 근본 가치를 ‘공경의 마 음’에 두었고, 이를 통해 제정된 형식적인 예는 별개로 보아야 한다. 인과 의를 마음에서 생각하여[思] 절도에 맞게 행하는 것이 형식적인 예의 실천에 해당하는 것이다.27)즉, ⒟의 경우에 시동의 지위에 있는 아우와 손 님인 마을 사람은 각각 제사의 예와 손님을 맞이하는 형식적 예에 해당하는 것이다. 따라서 생각하는 과정을 통하여 형식적인 예에 맞추어 행동하는 것이지, 공도자가 처음 말한 것처럼, ‘공경의 마음’을 행하는 것 자체 가 형식적 예에 항상 부합한다고 할 수는 없다. 이처럼 예를 ‘공경의 마음’ 그 자체로만 설명한다면, 예의 근 본 가치와 형식적 예의 실천 사이에 간극이 발생하게 된다. 왜냐하면 ‘공경의 마음’으로 마을의 연장자를 공 경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가능할 수 있으나, 지위라는 새로운 계기를 설정하면 무엇이 절도에 맞는지 생각하 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요약하자면, 맹자는 예의 근본 가치를 공경하는 마음에서 찾았지만, 이를 실천 할 때에는 절도에 맞는 것이 무엇인지, 마음의 생각하는 기능에 의존하는 단계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공경의 마음’을 바탕으로 예의에 맞는 행위를 판단하거나, 새로운 예에 대한 개정의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마 음의 생각하는 기능에 의존해야 한다. 또한 이 과정을 통해 개정된 도덕 원칙이 예라는 형식을 갖추기 위해 서는 보편성을 확보해야만 한다. 따라서 마음의 기능을 완전하게 발휘[盡心]하는 자라야 예를 개정할 자격이 있다.

맹자는 마음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이를 성인이라고 보았다. 그렇다면 문제는 범인이 성인이 될 가능성을 담보하는 문제로 초점이 옮겨진다. 다시 말해 보통의 사람은 고정된 예를 따르는 것에 그치는 가, 아니면 존재의 변화를 통해 각 시대의 상황에 맞게 예의 개정에 참여할 수 있는가에 관한 문제이다. 맹자 에 따르면, 성인은 마음의 의(義)와 리(理)를 먼저 깨달은 사람이라고 표현하고 있다.28) 윤리적인 측면에서 볼 때, 리는 조리(條理)로서 도덕 원칙의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29) 의는 조리에 비해 행위를 강조하는 개념 이다. 즉, 사람이라면 절대로 하지 않을 보편적인 규범을 사소한 일까지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30) 예컨대, 생명과 의를 놓고 가치 선택을 하는 경우에 의를 선택하는 마음을 확충시켜,31)아주 사소한 일에도 강한 윤 리적 규범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때의 선택 기준이 되는 것은 사람의 마음이 모두 추구하는 보편적 규범이 다. 이것을 재구성 해보면 리에 따라 의를 행하는 마음을 확충시키는 것이다. 성인은 리와 의를 먼저 깨달은 사람이므로, 결과적으로 리에 따라 의를 행하는 마음을 일상적으로 행하는 사람이 된다. 이 같은 시각에서 보면 결국 성인이 되는 문제는 항상 의를 따르는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기르는 것에 달려 있다.32)

27) 󰡔孟子󰡕, 「離婁」: 孟子曰, “仁之實, 事親是也, 義之實, 從兄是也, 智之實, 知斯二者弗去是也, 禮之實, 節文斯二者是也.”

28) 󰡔孟子󰡕, 「告子」: 故曰, “口之於味也, 有同耆焉. 耳之於聲也, 有同聽焉. 目之於色也, 有同美焉.” 至於心, 獨無所同然乎? 心之 所同然者, 何也? 謂理也義也. 聖人, 先得我心之所同然耳. 故理義之悅我心, 猶芻豢之悅我.

29) 󰡔孟子󰡕, 「萬章」: 孔子之謂集大成. 集大成也者, 金聲而玉振之也. 金聲也者, 始條理也, 玉振之也者, 終條理也. 始條理者, 智之 事也, 終條理者, 聖之事也.

30) 󰡔孟子󰡕, 「盡心」: 人皆有所不爲, 達之於其所爲, 義也.

31) 󰡔孟子󰡕, 「告子」: 孟子曰, “, 我所欲也, 熊掌亦我所欲也, 二者不可得兼, 舍魚而取熊掌者也. 生亦我所欲也, 義亦我所欲也, 者不可得兼, 舍生而取義者也.”

32) 󰡔孟子󰡕, 「公孫丑」: 敢問, 何謂浩然之氣. , “難言也. 其爲氣也, 至大至剛, 以直養而無害, 則塞于天地之間. 其爲氣也, 配義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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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맹자는 모든 사람의 마음에 보편적 지향으로서 리와 의가 있다고 하였다. 또한 마음의 생각하는 기능을 발휘하면 인과 의가 무엇인지 알 수 있으므로, 예에 따른 행위는 범인도 가능하다. 그러나 예의 개정을 위해서는 도덕 원칙의 인식으로만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따라서 호연지기를 길러 언제나 동일하게 도덕 원칙을 시행할 수 있는 성인이 되어야 도덕 원칙으로서의 예의 개정의 보편성을 담보 할 수 있다.

Ⅲ. 예(禮)의 개정과 화성(化性) 사이의 틈

도덕 원칙으로서 예의 개정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하여서는 개별자의 도덕 원칙의 인식이 보편적으로 타 당한 것이어야만 한다. 맹자의 체계 속에서는 사단과 호연지기를 통하여 성인으로 존재가 탈바꿈하지 않는 한 예의 개정 가능성이 닫혀있음을 살펴보았다. 본 장에서는 순자의 마음 이해와 예의 관계를 맹자에 대비하 여 살펴보고자 한다. 순자는 사람의 마음에서 공통된 것을 이익을 좋아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33) 그리 고 이 이익을 좋아하는 마음 때문에 투쟁이 생기고, 이를 사회가 혼란해지는 근본 원인으로 파악하고 있 다.34)맹자가 선한 성을 그대로 길러 사회의 질서를 확보하고자 했다면, 순자의 성에 대한 인식은 윤리와 관 련된 문제의 출발지점이 상반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성선과 성악의 도식만으로 그들이 이해하고 있는 마음에 대한 문제가 풀리는 것은 아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맹자는 마음에서 동일한 것은 리와 의를 향한 지향이라고 주장했다. 반면에 순자는 이익을 좋아하는 성향을 마음에서 동일한 것이라 보았다. 이익을 좋아 하는 보편적인 성향은 사람이라면 모두가 태어나면서부터 그러한 것이라는 점에서 성의 일부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측면에서 순자는 성을 나쁜 것[惡]으로 파악하고 있다.

순자는 마음의 기능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성에서 좋아하고, 싫어하고, 기뻐하고, 성내고, 슬퍼하고, 즐거워하는 것을 일러 정(情)이라고 한다. (사태를 만나 발현된) 정이 그러한 것에 대해 마음이 발한 정을 사태에 맞게 선택하는 것을 일러 려 (慮)라고 한다. 마음이 려하고 사태에 맞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을 일러 위(僞)라고 한다. 려가 쌓이고 익숙해진 후에 이루어지는 것을 위라고 한다.35)

, 無是, 餒也. 是集義所生者, 非義襲而取之也, 行有不慊於心則餒矣. 我故曰, ‘告子未嘗知義’, 以其外之也.” 맹자는 윤리적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서 四端과 浩然之氣의 개념을 제시한다. 호연지기는 일종의 도덕감으로 사람이 선한 행위를 할 수밖에 없도록 유도하며, 이는 맹자의 윤리 체계 내에서 실패를 배제할 수 있도록 만드는 장치이다. 신정근, 「󰡔중용󰡕의 中和 사상 연구」, 󰡔유교사상문화연구󰡕33, 한국유교학회, 2008, 118~121쪽 참조.

33) 󰡔荀子󰡕, 「性惡」: 若夫目好色, 耳好聲, 口好味, 心好利, 骨體膚理好愉佚, 是皆生於人之情性者也. 34) 󰡔荀子󰡕, 「禮論」: 人生而有欲, 欲而不得, 則不能無求. 求而無度量分界, 則不能不爭, 爭則亂, 亂則窮.

35) 󰡔荀子󰡕, 「正名」: 性之好惡喜怒哀樂謂之情. 情然而心爲之擇謂之慮. 心慮而能爲之動謂之僞. 慮積焉, 能習焉而後成謂之僞.

(7)

인용문에 따르면, 마음의 중요한 기능은 려(慮)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음의 기능인 려가 발휘되는 순간 은 맹자가 사태와 만날 때[交物]라고 한 것과 유사하다. 려가 이루어지는 단계는 몇 가지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첫 단계는 어떠한 사태와 행위 주체가 대면하는 것이다. 그 이후 그 주체에게는 호오희노애락(好惡喜 怒哀樂)의 정(情)이 발생하게 된다. 이때 발생한 정이 려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발생한 려가 행위 로까지 이어지는 것이 바로 위(僞)이다.

한편, 려에서 위의 단계는 단절되어 있다. 려는 사태에 맞는 판단을 내리고 적절한 선택을 하는 것에서 그 친다. 려에서 위로 이어지려면 화성(化性)의 단계가 전제 되어야 한다.36) 화성은 려를 쌓아 습속을 바꾸는 것으로 가능하며,37)화성의 성공 여부는 려의 지속성[積]과 연결되어 있다. 남은 문제는 무엇을 기준으로 려 를 하는가에 있다. 순자는 려의 기준으로 스승[師]과 법(法)을 제시하고,38)예와의 관계 속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예라는 것은 몸을 바르게 하는 기준이다. 스승은 예를 바르게 하는 기준이다. 예가 없으면 무엇으로 몸을 바르게 하겠는가? 스승이 없으면 내가 어찌 예가 옳다는 것을 알겠는가? 예에 따라 행하는 것은 정이 예를 편안히 여기기 때문이다. 스승이 말한 것에 따라 말하는 것은 지(知)가 스승과 같기 때문이 다. 정이 예를 편안하게 여기고, 지가 스승과 같으면 그가 성인이다. 그러므로 예를 어기는 것은 법이 없는 것이다. 스승을 어기는 것은 스승이 없는 것이다.39)

이처럼 예는 정이 발생할 때, 정을 려하여 사태에 알맞은 반응을 선택하게 하는 기준이 된다. 또한 스승은 예에 따라 정이 예에 적확하게 선택하도록 하는 본보기로서 스승과 예는 려의 기준의 측면에서 유사한 지위 에 있다. 이 지점이 맹자와의 차이라 할 수 있겠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맹자는 마음의 생각하는 기능을 통하 여 리와 의를 얻을 수 있다고 보았다. 결국 마음의 기능을 통하여 조리에 알맞은 행위를 이끌어 갈 단초인 의까지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사단과 호연지기를 통하여 행위가 온전해지도록 이끄는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순자에 의하면 마음의 기능인 려만을 가지고 주체의 행위를 이끌어내지 못한다. 려가 지속되려면 예 와 같은 행위 주체 외부에 별도의 기준이 필요하다.

이 같은 인식은 예의 효과를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차이를 불러온다. 맹자는 국가의 통치에 있어서 인과 의를 강조하지만,40) 이 두 가지 근본 가치를 제도화한 예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41) 하지만 순자는 인간의 마음은 본래 이익을 좋아하는 기관이라 파악하고,42) 이를 제어하지 않으면 자연히 사회가 혼란해질

36) 󰡔荀子󰡕, 「性惡」: 凡所貴堯禹君子者, 能化性, 能起僞, 僞起而生禮義.

37)󰡔荀子󰡕, 「儒效」:性也者, 吾所不能爲也, 然而可化也. 積也者, 非吾所有也, 然而可爲也. 注錯習俗, 所以化性也. 38) 󰡔荀子󰡕,「儒效」:人無師法, 則隆性矣. 有師法, 則隆積矣. 而師法者, 所得乎積, 非所受乎性, 不足以獨立而治.

39) 󰡔荀子󰡕,「修身」: 禮者, 所以正身也. 師者, 所以正禮也. 無禮何以正身? 無師吾安知禮之爲是也? 禮然而然, 則是情安禮也. 師云 而云, 則是知若師也. 情安禮, 知若師, 則是聖人也. 故非禮, 是無法也. 非師, 是無師也.

40) 󰡔孟子󰡕, 「梁惠王」: 孟子見梁惠王, 王曰叟不遠千里而來, 亦將有以利吾國乎? 孟子對曰, 王何必曰利, 亦有仁義而已矣. 41) 󰡔孟子󰡕, 「離婁」: 孟子曰, “仁之實, 事親是也, 義之實, 從兄是也... 禮之實, 節文斯二者是也.”

42) 󰡔荀子󰡕, 「性惡」: 若夫目好色, 耳好聲, 口好味, 心好利, 骨體膚理好愉佚, 是皆生於人之情性者也.

(8)

것이라 보았다.43) 그러므로 직접적으로 예를 통해 개개인의 욕구를 충족시킨 이후에야 사회를 통제할 수 있 다고 보았다.44)또한 순자는 다양한 상황에서 행해야 할 형식적 예들을 세세하게 나열하고 있다.45) 이를 통 해 행위의 기준을 세우고 사회 질서를 다스릴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맹자와 달리 순자는 윤리 행위의 주체와는 별도로 예를 설정하여 이를 개인의 수양과 나라를 다스리는 일 의 기준으로 삼았다. 결국 성인이 되기 위한 화성의 기준이 예이자, 그것을 개정하기 위하여서도 성인이 되 어야만 한다.46) 순자는 범인이 성인이 될 가능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길거리의 사람도 우(禹)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어째서 그렇게 말하는가? (순자가) 말했다. 무릇 우가 우인 것은 그가 인의법정(仁義法正)을 행하기 때문이다. 그런즉 인의법정은 알 수도 있고 행할 수도 있 는 이치이니, 그런즉 길거리의 사람도 모두 인의법정을 알 수 있는 질(質)이 있고, 모두 인의법정을 행 할 수 있는 구(具)가 있으니 그들도 우가 될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47)

인용문에 따르면, 우는 인의법정(仁義法正)을 알고서 행할 수 있었기 때문에 성인이라 평가받는다. 그리고 이 인의법정은 사람이라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능력인 질(質)과 구(具)를 통하여 실현된다. 질은 알 수 있는 능력이고, 구는 행할 수 있는 능력이라 표현하고 있다. 또한 순자에 따르면 질은 타고난 능력이자 마음 으로 하여금 지식을 분별하게 하는 바탕이다.48) 따라서 타고난 능력인 질은 무엇인가를 인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며 질을 통해 인식된 것을 마음의 려를 통해 분별하여, 인의법정과 같은 지(知)를 얻게 되는 것이다. 구 는 인의법정을 행할 수 있는 능력이나, 려를 통해 지를 가지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영욕(榮辱)」에 이 와 관련하여 우의 예를 다시 언급하면서, 그 역시 성을 변화시켜 수양을 통하여 성인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 다고 말한다.49) 성인이 되기 위해서는 경(經)을 외우고, 예(禮)와 관련된 문서를 읽으며,50) 경과 예를 기준으 로 지속적으로 알맞은 행위를 하는 적(積)을 통하여야 하는 것이다.51) 결국 스승, 법도, 예 등의 기준을 통해

43) 󰡔荀子󰡕, 「禮論」: 禮起於何也? , “人生而有欲, 欲而不得, 則不能無求.”

44) 󰡔荀子󰡕, 「禮論」: 先王惡其亂也, 故制禮義以分之, 以養人之欲, 給人之求. 使欲必不窮乎物, 物必不屈於欲. 兩者相持而長, 是禮 之所起也. 예컨대, 순자는 기우제와 같은 형식적인 예의 국가적 실행을 통하여 백성들의 욕구를 충족시켰다. 󰡔荀子󰡕, 「天論」: 雩而雨, 何也? , “無何也, 猶不雩而雨也. 日月食而救之, 天旱而雩, 卜筮然後決大事, 非以爲得求也, 以文之也. 故君子以爲文, 而百姓以爲神. 以爲文則吉, 以爲神則凶也.” 이 같은 예는 상례에 대한 순자의 주장에서도 나타난다. 예의를 제정하여 슬퍼 하는 마음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예를 통해 지나치지 않게 조절하게 만든다. 󰡔荀子󰡕, 「禮論」: 將由夫脩飾之君 子與, 則三年之喪, 二十五月而畢, 若駟之過隙, 然而遂之, 則是無窮也. 故先王聖人安爲之立中制節, 一使足以成文理, 則舍之矣. 45) 󰡔荀子󰡕, 「大略」: 大略君人者, 隆禮尊賢而王, 重法愛民而霸, 好利多詐而危. 欲近四旁, 莫如中央, 故王者必居天下之中, 禮也. 天子

外屛, 諸侯內屛, 禮也. 外屛, 不欲見外也, 內屛, 不欲見內也. 諸侯召其臣, 臣不俟駕, 顚倒衣裳而走, 禮也. 46) 󰡔荀子󰡕, 「性惡」: 凡禮義者, 是生於聖人之僞, 非故生於人之性也.

47) 󰡔荀子󰡕, 「性惡」: “塗之人可以爲禹”, 曷謂也? , “凡禹之所以爲禹者, 以其爲仁義法正也. 然則仁義法正有可知可能之理, 然而 塗之人也, 皆有可以知仁義法正之質, 皆有可以能仁義法正之具, 然則其可以爲禹明矣.”

48) 󰡔荀子󰡕, 「性惡」: 夫人雖有性質美而心辨知, 必將求賢師而事之, 擇賢友而友之. 49) 󰡔荀子󰡕, 「榮辱」: 堯禹者, 非生而具者也, 夫起於變故, 成乎脩脩之爲, 待盡而後備者也.

50) 󰡔荀子󰡕, 「勸學」: 學惡乎始? 惡乎終? , “其數則始乎誦經, 終乎讀禮. 其義則始乎爲士, 終乎爲聖人.”

51) 󰡔荀子󰡕, 「儒效」: 不聞不若聞之, 聞之不若見之, 見之不若知之, 知之不若行之, 學至於行之而止矣. 行之明也, 明之爲聖人……人 無師法則隆性矣, 有師法則隆積矣, 而師法者, 所得乎積, 非所受乎性, 不足以獨立而治. 性也者, 吾所不能爲也, 然而可化也, 也者, 非吾所有也, 然而可爲乎也.……涂之人百姓, 積善而全盡謂之聖人. 彼求之而後得, 爲之而後成, 積之而後高, 盡之而後聖.

(9)

특정한 사태를 맞이하여 올바른 방향으로 반응하는 것이 쌓여 성인이 된다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살펴볼 때 맹자와 순자 모두 예의 제정자로서의 성인이 될 가능성을 한정적으로 인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맹자는 예와 마음을 통합하여 내적 계기를 강조하는 한편, 순자는 외적 계기인 예에 의존하는 모습 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상가 모두 윤리 행위 주체와 외적 도덕 원칙으로서의 예를 구분하고 있 다. 즉, 여전히 도덕 원칙으로서 예에 따라 수양을 통해 성인이 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만일 행위 주체가 범 인에 머무를 경우, 예는 끊임없이 추구해야만 하는 도덕 원칙으로서만 존재하게 되고, 예의 담지자로서 예를 개정할 가능성은 닫히게 된다.

Ⅳ. 예(禮)의 개정 주체로서의 양지(良知)

앞서 맹자와 순자를 통해 예를 개정할 수 있는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서 성인이 될 수 있는 가능성 에 관해 살펴보았다. 그러나 성인이 되지 못했을 경우, 어떻게 예가 개정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가 남아있 다. 이 지점에서 양명의 양지(良知) 개념을 살펴보려 한다. 특히 양지가 보편적 가치[天理]를 담보하고 있으 며, 도덕 원칙에 따른 행위를 직접 일으키는 개념이라는 점에 주목하였다. 다시 말해, 양지가 도덕 원칙을 포 함함과 동시에 이를 행위로까지 이끌어갈 수 있는 자족적인 개념이라면 범인은 새로운 예의 제정자로서의 지 위를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자족적이라는 말은 스스로[自]가 스스로를 만족[足]시키는 것을 뜻한다. 예컨대,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 384~322 BCE.)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행복의 자족(autarkeia)성에 관해 논하였다. 그에 따르면 다른 어떤 것을 위해 선택되는 도구로서의 개념은 자족적일 수 없으며, 어떤 것을 추구하는 것만으로 다른 어떤 개념이 필요하지 않은 것을 자족적이라고 보았다.52)이에 따르면 양지의 자족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두 가 지가 규명되어야 한다. 첫째, 양지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있는지에 관한 문제이다. 양지가 사람이 추구해야할 목적이 된다는 것은 그것 자체가 완전하며, 보편적일 수 있는가를 해명하는 작업이다. 둘째, 다른 수단(단계) 을 거치지 않고 양지를 확보할 수 있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즉, 양지라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 다른 수 단이 필요하지 않음이 밝혀져야 한다.53)

양명이 주장한 양지의 개념은 맹자의 양지(良知), 양능(良能)의 개념을 계승한 것이다. 맹자의 양지와 양

故聖人也者, 人之所積也.

52)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이 추구해야 할 완전한 선(agathon)으로서 행복(eudaimonia)을 논하면서 자족성의 개념을 제기한 . 아리스토텔레스, 강상진 외 옮김, 󰡔니코마코스 윤리학󰡕, 도서출판 길, 2011, 26~29쪽 참조.

53) 논의에 앞서 먼저 전제해야 할 것은 양지의 자족성을 논하는 것은 도덕 원칙의 측면으로 한정한다. 첫 번째 이유는 본 연구 에서 다루고자 하는 부분은 자족적 양지가 윤리적 행위의 실천으로 이어지느냐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양지를 통 해 내재적 도덕 원칙과 형식적 예의 개정 가능성에 관한 이론적 토대를 모색하는 것에 그친다. 두 번째 이유는 양지의 자족 성을 논하는 문제는 윤리학의 본질적인 목표를 논하는 것과 층차를 달리한다. 왜냐하면 도덕 원칙 실현의 항상성을 목표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도구로서의 양지를 논할 수밖에 없게 된다. 따라서 아래에서는 도덕 원칙과 관련하여, 양지의 역할을 한정하고 그것의 자족성에 관해 살펴보려 한다.

(10)

능에 관한 주장에서, 양지에서 양능으로의 전환 계기는 난점이 있다. 맹자는 양지를 통해 누구나 당위의 도 덕 원칙을 파악할 수는 있으나, 그것이 어떻게 행위로 이어지는지에 관해서는 설명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는 도덕 원칙을 아는 것이 곧 바로 행위로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에 근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 다.54) 이 지점에서 양명의 양지설을 주목해 보아야 한다. 양명은 양지에 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앎은 마음의 본체이니, 마음에서 저절로 알 수 있다. 부모를 보면 저절로 효도를 알고, 형을 보면 저절로 공경을 알고, 어린아이가 우물에 들어가는 것을 보면 저절로 딱하고 가엾게 여기는 것을 안다. 이것이 바로 양지이니, 마음 밖에서 구할 필요가 없다. 만약 양지가 발현하고 사사로운 뜻이 양지를 가 로막지 않는다면, 이른바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이 가득하여 인(仁)을 이루다 쓸 수 없다는 것이다. 그 러나 보통 사람의 경우, 사사로운 뜻이 양지를 가로막는 것이 없을 수 없으므로 앎을 모두 실현하게 하고 사태를 바로잡는 공부를 하여 사사로운 뜻을 이겨 이치를 회복해야 한다.55)

인용문에서 알 수 있듯이 양명은 분명 맹자의 양지, 양능을 계승하였다. 맹자의 예시까지 그대로 가져와 마음에서 저절로 알 수 있는 능력이 양지라고 주장한다. 또한 이것은 온전한 능력으로서 다른 어떠한 것도 필요하지 않는 자족적인 특성을 보인다. 다만 차이점은 양지가 맹자가 말한 양능까지도 포괄하는 개념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양능이라 언급하지 않고 양지가 발현하여[良知之發] 사사로운 뜻에만 가려지지 않는 다면,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이 가득차고, 인을 이루 다 쓸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한 가지 전제로 사사로운 뜻을 제거하여 이치를 회복할 것을 말하고 있다. 이 이치에 관해 양명은 마음의 양지가 바 로 하늘의 이치라 말한다.56) 다시 말해, 개별의 양지가 온전하게 되면 그것이 보편의 이치가 된다.

그리고 보편의 이치는 예와 동일한 것이다.57) 개별자의 양지는 이치의 신령한 곳이며, 그것이 주재하는 측면에서 말하면 마음[心]이고, 그것을 품부 받은 측면에서 말하면 성(性)이다.58)그리고 성은 마음의 본체이 자 하늘이 그 근원으로 다시 보편의 이치에 닿아 있다. 따라서 마음을 다하면 곧 그 성을 다하게 되는 것이 며,59) 개별자의 윤리 행위가 보편의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60) 또한 양지는 어떠한 사태를 맞이하 였을 때 지향을 일으켜,61)행위로 이끌어가는 근본적인 것이다.62) 따라서 사태를 맞이하여 양지가 온전하다

54) 신정근, 「유교 지식인의 사회개선의 의의」, 󰡔동양철학연구󰡕 26, 동양철학연구회, 2001, 272쪽 참조.

55) 󰡔傳習錄󰡕8조목: 知是心之本體, 心自然會知. 見父自然知孝, 見兄自然知弟, 見孺子入井, 自然知惻隱. 此便是良知, 不假外求. 若良知之發, 更無私意障礙, 卽所謂充其惻隱之心, 而仁不可勝用矣. 然在常人, 不能無私意障礙, 所以須用致知格物之功, 勝私 復理.

56) 󰡔傳習錄󰡕135조목: 吾心之良知, 卽所謂天理也.

57) 󰡔傳習錄󰡕9조목: 禮字卽是理字. 理之發見可見者謂之文, 文之隱微不可見者謂之理, 只是一物. 約禮只是要此心純是一箇天理. 要此心純是天理, 須就理之發見處用功.

58) 󰡔傳習錄󰡕118조목: 知是理之靈處. 就其主宰處說, 便謂之心, 就其稟賦處說, 便謂之性. 59) 󰡔傳習錄󰡕6조목: 性是心之體, 天是性之原, 盡心卽是盡性.

60) 예컨대, 지는 마치 고을의 관리자가 고을을 꿰뚫어 아는 것처럼 지식, 실무를 통틀어 말하는 것이며, 하늘을 안다고 하면, 하늘과 하나가 되는 것이라고 한다.󰡔傳習錄󰡕6조목: 知天, 如知州知縣之知, 是自己分上事, 已與天爲一.

61) 󰡔傳習錄󰡕8조목: 身之主爲心, 心之靈明是知, 知之發動是意, 意之所着爲物.

62) 양지는 천리에 근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윤리적 행위로 주체를 이끌어 가는 힘이다. 정인재, 󰡔양명학의 정신󰡕, 세창출판

(11)

면, 어떠한 행위를 하더라도 그 행위가 도덕 원칙에 합당하게 된다.

양명은 모든 일에 양지가 온전히 드러나도록 하는 것을 성인이라 보았다.63) 다음의 말을 보자.

성인이 성인인 까닭은 단지 그 마음이 순수하게 천리를 따르고 인욕의 잡스러움이 없기 때문이니, 마치 정금이 순수한 것이 다만 그 색깔이 충분하고 동과 구리의 잡스러움이 없기 때문인 것과 같다. 사람이 순수하게 천리를 따름에 이르면 바로 그가 성인이고 금이 색깔을 충족시킴에 이르면 바로 그것 이 순수한 것이다. 그러므로 성인의 능력은 역시 크고 작음의 차이가 있는 것이 마치 금의 무게에 가벼 움과 무거움이 있는 것과 같다.……능력은 같지 않으나 천리를 순수하게 따르는 것은 동일하니 모두 성인이라 이를 수 있다.……그러므로 비록 보통 사람이라도 힘써 수양하여, 그 마음이 순수하게 천리 를 따르게 되면, 역시 성인이 될 수 있다.64)

인용문을 보면 양지, 곧 천리를 순수하게 따르는 것이 성인이다. 그러므로 성인은 타고난 재능으로 인해 될 수 있거나 되는 존재가 아니다. 다만 얼마나 주어진 양지를 온전하게 드러내느냐에 달려있다. 따라서 세 상 모든 사람이 양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전제가 되면,65) 모두가 성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양명은 여전히 성인, 현인, 학자(보통 사람)의 세 단계로 사람을 나누어 보고 있다. 성인은 나면서부터 마음을 다하 고 본성과 하늘을 아는, 즉 편안히 양지를 드러내는 자이고, 현인은 마음을 보존하고 본성을 기르며 하늘을 섬기는 것은, 배워서 알아 이를 행한다. 보통 사람은 일찍 죽고 오래 사는 것 때문에 흔들리지 않고 수양하여 하늘의 명을 기다리는 것은 사태에 직면하여 힘들게 행하는 자로 구분하고 있다.66)

양명은 모든 이들이 성인이라고 주장함과 동시에 사람을 세 부류로 구분하고 있다. 성인이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사욕을 제거하여 양지를 온전하게 드러내야함을 주장한다. 이 점에서 현인과 학자는 양지는 본래 하늘의 이치와 닿아있음을 망각하고,67) 마음과 하늘을 둘로 나누어 보는 문제점이 있는 것이다.68) 결국 범 인이라는 하나의 존재가 양지를 어떻게 이해하고 발현시키느냐에 따라 그 양태가 세 부류로 나뉘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이 지점이 양명과 맹자의 결정적인 차이라 볼 수 있다. 양명처럼 맹자도 마음을 기르기 위해서 가장 중요 한 일로 욕심을 적게 하는 것을 들었다.69) 하지만 맹자는 마음 그 자체에 자족적 지위를 부여하지 않았다.

, 2014, 149쪽 참조.

63) 󰡔傳習錄󰡕142조목: 天下之人心, 其始亦非有異於聖人也; 󰡔傳習錄󰡕99조목: 所以爲聖者, 在純乎天理而不在才力也. 64) 󰡔傳習錄󰡕99조목: 聖人之所以爲聖, 只是其心純乎天理, 而無人欲之雜, 猶精金之所以爲精, 但以其成色足, 而無銅鉛之雜也.

到純乎天理方是聖, 金到足色方是精. 然聖人之才力, 亦有大小不同, 猶金之分兩有輕重. 才力不同, 而純乎天理則同, 皆可謂之聖 . 所以爲聖者, 在純乎天理而不在才力也. 故雖凡人而肯爲學, 使此心純乎天理, 則亦可爲聖人.

65) 󰡔傳習錄󰡕 165조목: 夫良知卽是道, 良知之在人心, 不但聖賢, 雖常人亦無不如此.

66) 󰡔傳習錄󰡕134조목: 夫盡心知性知天者, 生知安行, 聖人之事也. 存心養性事天者, 學知利行, 賢人之事也. 殀壽不貳修身以俟者, 困知勉行, 學者之事也.

67) 󰡔傳習錄󰡕94조목: 心卽理也. 無私心, 卽是當理. 未當理, 便是私心. 若析心與理言之, 恐亦未善.

68) 󰡔傳習錄󰡕134조목: 死生殀壽皆有定命, 吾但一心於爲善, 修吾之身, 以俟天命而已, 是其平日尙未知有天命也. 事天雖與天爲二, 然已眞知天命之所在, 但惟恭敬奉承之而已耳.

69) 󰡔孟子󰡕, 「盡心」: 孟子曰, “養心莫善於寡欲, 其爲人也寡欲, 雖有不存焉者寡矣. 其爲人也多欲, 雖有存焉者寡矣.”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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