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간 분업구조의 형성과 진화
정기화 (전남대 경제학부)
1. 머리말
시장경제에서 기업 간의 분업은 경제여건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진화한다. 보통 기업은 필요 한 물자를 시장거래를 통하여 조달한다. 하지만 시장조달이 어렵거나 시장조달에 따른 비용이 크다면 기업 내 생산을 하거나 계열회사를 통해 이를 조달하기도 한다.
기업이 시장에서 필요한 부품을 조달할 때 관계특유자산이 존재하면 기업 간 거래가 어려울 수 있다. 거래 상대방의 기회주의적 행위 때문에 거래의 안정성이 낮기 때문이다. 부품공급업 체는 원사업자가 구매를 중단하면 관계특유자산에 투자한 비용을 회수하기 어렵다. 원사업자가 관계특유자산에 대한 투자를 보장하기 위해 장기계약을 하게 되면 부품공급업체는 계약기간동 안 품질관리를 소홀히 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의 경우 관계특유자산에 대한 투자비용의 회수가 가능하도록 대량구매를 한다. 그리고 품질이 미달하면 대금의 지급을 거절한다. 이것은 계약이 존중받고 계약에 따른 분쟁을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법 제도가 잘 갖추어져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에 비하여 일본에서는 장기적 거래를 통해 관계특유자산에 대한 투자비용의 회수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납품가격의 결정은 사후에 협상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이것은 기업 간 거래에서 신뢰가 형성되 어야 가능하다. 일본은 기업 간 신뢰를 형성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한국 경제의 산업화 초기에는 기업이 필요한 부품을 제대로 공급할 수 있는 기업이 상 대적으로 적었다. 그래서 부품의 조달을 수입에 의존한 바가 적지 않았다. 부품조달 규모가 커 지면서 대기업은 기술의 도입이나 습득을 통하여 핵심 부품을 국산화하여 기업 내에서 생산하 거나 계열회사를 통하여 조달하였다. 그리고 국산화가 이루어진 다른 부품은 하청기업과의 하 도급거래를 통해 조달하였다. 또한 정부의 부품 계열화정책의 영향을 받아 하도급 거래는 장기 적 거래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분업구조가 형성되었다. 이러한 분업구조는 자금시장이 발달하지 않았던 산업 초기 효율적 분업구조를 형성하며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었 다.
그러나 계약을 존중하는 법제도가 잘 발달되어 있지 않고, 기업 간 신뢰 형성이 미흡한 현실 에서 한국의 분업구조는 ‘불공정한’ 하도급거래나 ‘부의 이전’을 위한 계열기업 간 거래 등에 대한 우려를 낳았다. 그래서 기업 간 거래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하지만 명분에 밀려 입법이 급하게 이루어지다보니 기업 간 분업구조에 대한 경제적 분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 하였다. 이러한 규제는 그동안 형성된 기업 간 효율적 분업체계를 위험하게 할 수 있으며 한국 의 기업 간 분업구조에 영향을 주어 새로운 형태로 진화 발전할 것이다. 그것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지 예측하기 위해서도 그러한 규제가 기업 간 분업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검토해 와 야 한다.
2. 기업 간 분업 구조
(1) 기업 간 분업
시장 경제가 발달하면서 경제에 다양한 형태의 분업이 등장한다. 생산에서도 기업 간 분업이 등장하는데, 기업은 필요한 물품을 직접 생산하기보다 시장에서 다른 기업이 생산한 물품을 조 달하게 된다. 이러한 분업을 통하여 전문화가 진전되고 경제의 생산성이 증가한다.
기업이 시장 경쟁을 통해 외부 기업에서 필요한 물자를 조달하면 거래와 관련된 분쟁의 소지 는 적다. 시장에서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공급자에게서 물품을 조달하면 될 것이기 때문이 다. 이러한 방식에서 원사업자는 자신이 필요한 물품의 구체적인 명세나 거래조건을 제시할 것 이고 공급자는 그러한 물품을 어떤 가격에 공급할 것인지를 스스로 자유롭게 결정할 것이다.
물론 원사업자는 거래의 모든 조건에 대하여 경쟁에 참여한 모든 공급자와 협상을 하는 것이 비용이 클 경우 일정한 조건을 충족시킨 우선 협상대상자를 선정하여 가격을 포함한 구체적인 거래조건에 대해 후속 협상을 할 수 있다.1) 이러한 거래에서 기존 계약이 이행된 후에 원사업 자가 기존 기업과 거래를 지속할 것인지의 여부는 전적으로 당사자들의 자유로운 선택에 맡겨 진다. 이러한 거래에서 품질 등을 포함한 계약의 이행여부에 대한 분쟁이 발생할 수 있지만 그 것은 이는 거래의 공정성과는 무관한 것이다.
물자를 공급하는 기업이 매출의 대부분을 원사업자에게 공급하더라도 부품시장에 경쟁이 존재 한다면 원사업자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공급사업자의 불리한 협상력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원사업자는 공급자로부터 부품을 공급받기 위해 다른 수요자와 경쟁을 해 야 하기 때문이다. 부품 시장의 규모가 크지 않아 공급자가 현재 부품을 공급하는 원사업자 외 에 다른 수요자를 찾기 힘들더라도 원사업자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할 가능성은 적다. 원사업자 도 다른 부품공급자를 찾기 힘들어 기존의 부품 공급자에 의존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호 간의 의존성이 크기 때문에 쌍방독점 상태에 가깝게 된다. 원사업자가 조달하는 부품이 여러 종류이고 이를 조립하여 생산하는 경우라면 공급자가 더 유리한 협상력을 갖게 된다. 부 품공급이 중단되면 수급기업이 입게 되는 피해보다 원사업자의 피해가 더 클 것이기 때문이 다.2)
하지만 원사업자는 시장 거래를 통해 물품을 조달하는데 큰 비용이 든다면 직접 기업 내에서 생산하는 방법을 택하거나 자신이 투자한 계열회사에서 이를 조달하고자 할 것이다. 하지만 기 업 내 생산은 생산 조직을 관리 감독하는데 비용이 든다. 따라서 기업은 부품조달에 따른 시장 거래비용이 기업 내 생산에 따른 관리 감독비용보다 크다면 시장거래를 택할 것이다. 이것은 전적으로 기업의 자유로운 선택에 맡겨진다.
1) 그런 점에서 하도급 공정화법 제4조제2항 제7호에서 경쟁 입찰에 의한 하도급계약에서 정당한 사유 없 이 최저가로 입찰한 금액보다 낮은 금액으로 하도급대금을 결정하는 행위를 위법으로 보는 것에 대해 검 토해 볼 필요가 있다.
2) 원사업자는 공급자의 이러한 기회주의적 행위를 우려하여 수직 결합을 하려는 유인을 갖게 된다.
(2) 관계 특유자산과기업간 분업
부품 공급을 위해 관계 특유 투자(relation specific investment)가 필요하다면 시장 거래를 통한 부품 조달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관계 특유 투자란 원사업자에 부품을 공급하기 위해 서 공급자가 행하여야 하는 특수한 형태의 투자를 말한다. 이러한 투자는 고객맞춤형 투자로 이렇게 형성된 장비로 생산된 부품은 원사업자 이외의 다른 수요처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관계 특유 투자가 필요하게 될 경우 공급자는 관계 특유 투자를 꺼리게 된다. 원사 업자가 부품조달을 중단하게 되면 관계특유 투자로 형성된 자본은 쓸모없게 되기 때문이다. 즉 관계특유 투자가 거래 협상에서 인질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관계 특유 투자가 행하여진 후 공 급자는 가격협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 특히 원사업자가 관계 특유 투자를 행한 2 이상의 공 급자로부터 부품을 조달한다면 더욱 그렇다. 따라서 부품 거래에 관계 특유 투자가 존재할 경 우 수급사업자의 관계 특유 투자를 위한 다양한 형태의 거래방식이 나타난다.
1) 미국식 거래 방법
미국식 거래방법은 부품공급을 시장에서 조달할 때 경쟁을 통해 필요한 부품 전체를 한꺼번에 조달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기업은 과거의 거래실적이나 미래의 거래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공급자에게 대량의 구매를 한다.3) 이 때 원사업자는 납품물품을 자주 검사할 권리가 있으며 품질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수령을 거절하거나 지불을 유예할 수 있다.
납품 수령이후에는 품질에 문제가 있더라도 원사업자는 법적으로 구제받을 수 없다. 따라서 납 품 물품의 검사가 중요하게 되며 이에 따라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은 계약을 존 중하며 계약에 따른 분쟁을 효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법제도가 발달하였기 때문에 계약에 따 른 분쟁은 적은 비용으로 해결된다.
이러한 거래방식에서 관계특유 자산이 존재하더라도 공급자의 우려는 상대적으로 적다. 공급 자는 특수자산에 대한 감가상각비 등을 포함하여 거래 가격을 제시할 것이고 공급이 대량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특수자산이 가격에 미치는 영향도 상대적으로 적다. 공급자가 장기계약을 이용하여 품질관리를 소홀히 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것 역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엄격한 품 질검사를 통하여 공급자의 도덕적 해이가 드러나면 부품의 수령을 거부할 수 있으며 이에 따란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수자산에 대한 고정투자 비중이 커서 공급 기업에 부담에 되는 경우도 있다. 이때 원사업자 는 공급 기업에 시설 자금을 지원하여 관계특유자산에 투자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게 할 수 있 다. 애플은 자신의 회사에 전속적으로 부품을 공급하는 공장건설을 위해 필요한 설비조달을 위 해 부품조달업체에 투자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자본 투자액이 2012년에 100억 달러에 이르고 2013년에도 추가적으로 100억 달러를 지출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4)
3) Curtis R. Taylor and Steven N. Wiggins, “ Competition or Compensation: Supplier Incentives Under the American and Japanese Subcontracting Systems,” The American Economic Review, Vol. 87, No. 4 (Sep., 1997), pp. 598-618.
4) 2011년 애플의 관련 투자는 46억 달러, 2010년에는 26억 달러에 불과하였다. Reuter, 2013. 2. 9일 자, http://www.reuters.com/article/2013/02/10/net-us-apple-samsung-idUSBRE91901Q20130210.
2) 일본식 거래 방법
일본식 거래 방법은 공급자에게 소량의 주문을 반복적으로 행하는 것을 말한다. 일본식 거래 방식에서 관계특유자산이 존재하더라도 공급업체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 이상 장기적인 거래가 이루어지므로 관계특유자산에 투자한 비용을 회수하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하지만 소량의 주문을 반복적으로 하는 거래방식에서 양 당사자의 기회주의적 행위가 존재하면 장기적 거래가 유지될 수 없다.
그래서 일본식 거래방식에서는 장기적 거래를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거래관행이 등장한다. 원 사업자가 공급업체의 대주주가 되거나 특수한 생산기술에 대한 공동투자, 공동연구개발 등이 행하여진다. 또한 납품 후 가격 조정을 하는 관행을 통해 관계특유자산에 대한 투자비용이 가 격에 반영되어 이를 회수할 수 있게 한다.5) 즉 납품 후 가격협상을 통하여 원사업자와 수급사 업자의 이익을 배분하며 손실도 분담한다. 그래서 납품물량을 경쟁 방식으로 구매하지 않으며 기존의 수급업자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공급자가 나타나더라도 이들 기업으로 공급선의 전 환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일본식 거래관행에서 중요한 것은 기업 간 신뢰이며 공급자가 원사업자와의 거래에서 최소한 의 손해를 보지 않으며 손해를 보더라도 원사업자와 손해를 분담한다는 믿음이다. 그래야 관계 특유자산에 대한 투자가 가능하며 공급자가 최선의 품질 관리와 비용관리를 할 것이기 때문이 다. 공급자가 품질관리를 소홀히 하거나 관계특유자산에 대한 비용을 속이면 결국 그것이 드러 날 것이고 이로 인해 거래 단절이 이루어진다. 그렇게 되면 공급자는 장래에 얻게 될 이익을 기회비용으로 지불하게 되는 것이다. 즉 거래의 단절이라는 위협 때문에 공급 업체는 바람직한 수준의 품질을 유지하게 된다는 것이다.6) 이러한 일본식 거래방법은 거래비용 경제학과 게임이 론을 통해 기회주의적 행위가 반복거래와 명성에 의해 방지될 수 있어서 안정적일 수 있다는 점을 밝혀지기도 하였다.7)
3. 한국식 분업구조의 형성과 진화
(1) 산업화 초기의 분업구조
한국 기업은 산업화 초기에 필요한 핵심 부품을 주로 수입을 통하여 조달하였다. 국내에서 조 달된 부품은 대부분 단순 부품이었다. 이를 나타낸 것이 아래의 표이다.
1964년 섬유 및 기계공업(전기 및 수송기계제조업 포함)에서 종업원 30명 이상을 고용한 762개 사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모기업이나 하청기업 모두 시장판매가 큰 비중 을 차지하고 있다.
5) Ulrike Schaede, “ Globalization and the Reorganization of japan’s Auto Industry,”
International Journal of Automotive Technology and management, 2009.
6) Curtis R. Taylor and Steven N. Wiggins, 위의 논문.
7) Ulrike Schaede, “ Globalization and the Reorganization of japan’s Auto Industry,”
International Journal of Automotive Technology and management, 2009.
재료비 노무비 경비 계
하도급 시장구입 수입 자체생산
가정용 재봉틀 공업용 봉제기
선풍기 라디오 공전식 교환기 자동식 전화기
자전거 이륜차 승용차
30.0 16.8 38.5 31.0 1.5 24.0 36.9 28.6 21.4
7.2 3.1 12.5 6.0 7.9 6.1 - - 6.5
12.5 56.3 6.3 29.0 2.1 27.4 - 40.0 64.2
5.8 3.6 31.2 23.0 60.6 11.4 32.0 14.7 0.3
17.5 7.5 5.2 5.7 10.0 12.1 15.5 10.7 1.2
27.0 12.6 6.3 5.3 17.9 19.0 15.6 56.0 6.4
100 100 100 100 100 100 100 100 100
모기업 하청기업
수출 시장
판매
하청 (납품)
주문
판매 수출 시장
판매
하청 (납품)
주문 판매 섬유공업 40.7 33.3 7.3 19.7 7.0 77.0 14.1 2.0 기계공업 0.9 57.4 0.4 41.3 0,1 86.2 4.4 9.3 자료: 한국생산성 본부, 우리나라 공업계열화의 실태와 그 연관효과의 분석, 1965.
기계 산업의 매출 원가를 분석하면 승용차나 공업용 봉제기의 수입 비중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요 기계제품의 하도급 의존도(1967)
자료: 중소기업 중앙회, 기계공업 하도급 실태조사, 1967
부품의 수입과 자체생산 비중이 높은 것은 당시 부품이나 반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중소기업 이 크게 부족하였기 때문이다.8) 이 결과 일부 기업이 규모의 경제를 통하여 대기업으로 성장하 면서 경쟁관계에 있던 다른 기업의 퇴출을 초래하였다, 그 결과 1970년대 후반에 이르기까지 중소기업의 절대 수는 감소하기에 이른다.
이는 당시의 정부정책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산업화는 소비재의 수입대체, 중간재의 수 입대체, 자본재의 수입대체를 통하여 발전하였다. 즉 소비재의 수입대체를 통하여 성장한 대기 업이 계열회사를 설립하여 중간재나 자본재의 수입을 대체하여갔다고 볼 수 있다.
8) 윤창번 외, 한국과 일본의 전자산업 하도급 구조 비교분석, 산업연구원, 1989.
제1차 5개년계획 (1962-66)
제2차 5개년계획 (1967-71)
제3차 5개년계획 (1972-76)
제4차 5개년계획 (1976-81) 공업화 유형 소비재 수입대체 소비재수출
중간재 수입대체
자본재 중간재
수입대체 공업구조 고도화
투자방향 수입대체산업
육성
수출구조 개선 기술개발 기반
구축
중화학공업화 추진 중간재 국산화
기술집약적 산업개발, 기계류
국산화 본격화
주요 신규산업
화섬, 비료, 시멘트, 정유,
PVC, 전력
합성섬유, 석유화학, 화공약품, 기계, 철강, 전자 요업
기계, 철강, 전자, 조선
산업용기계, 철강, 전자기기
및 부품, 조선 공업화와 투자정책
자료: 경제기획원, 경제백서, 1976
0 LG 구자경 회장의 설명
1040년대 후반, 저는 아버지와 함께 화장품 크림 공장을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 어떤 회사도 양질의 화장품 용기 뚜껑을 납품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플라스틱 사업을 시작하였 습니다. 그러나 플라스틱 뚜껑만으로는 공장을 운영하는데 충분하지 않아 빗, 칫솔, 비누상자도 아울러 생산하게 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유조선이 필요한 정유 사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데 정유회사가 지불하는 보험료는 그 당시 한국에서 가장 컸던 보험회사 매출액의 절반에 가까 웠습니다. 그래서 보험업을 자체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관련 산업으로의 순차적 인 진입 결과가 오늘날 LG 그룹의 모습입니다.9)
(2) 분업구조와 정부의 정책
1970년대 한국경제는 중화학공업화를 추진할 때 부품소재산업이 빈약한 처지에 있었다. 이 때 문에 정부는 부품소재산업의 중소기업을 계열화하여 대기업이 추진하는 중화학공업에 부품을 조달할 수 있는 기업 간 분업체계를 형성하고자하였다. 그래서 1975년 중소기업계열화 촉진법 이 제정되어 기업 간 계열화를 촉진하고 도급질서를 확립하여 분업에 의한 상호이익과 중소기 업의 근대화를 도모하여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기하고자 하였다.
동법 제13조(준수사항) 제1항은 하도급 거래에서 모기업체이 준수해야 하는 사항이 나열되어 있다. 대부분은 하도급 대금의 지급과 관련된 것이었다. 수급사업체의 귀책사유가 없음에도 납 품의 수령을 거부하거나 납품대금을 감액하는 행위, 지급기일이 경과 후에도 납품대금을 지급 하지 아니하는 행위, 수급사업체로 하여금 물품을 강제로 구입하게 하는 행위 등이다. 이를 비 롯하여 납품대금의 지급 기일까지 금융기관의 할인을 받기 어려운 어음을 교부하는 행위나 수 급사업체가 원사업체의 부당행위를 정부에 알렸음을 이유로 하도급 물량을 줄이거나 거래를 정 지한 행위도 포함되었다. 이중 가격 결정행위와 관련된 조항은 제1항 제3호로 원사업자는 수급
9) Aguilar, F. J. and Cho. D. S., “Gold Star Co. Ltd,” harvard Business School case # 9-385-264.
기업체의 납품내용과 동종 또는 유사한 내용의 납품에 대하여 통상 지급되는 대가보다 현저히 저렴한 납품 대금액을 부당하게 정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였다. 추후 준수사 항이 추가되어 적용이 확대되었다. 그러나 준수사항에 대한 위반은 도급거래에서 발생한 분쟁 으로 여겼으며 이에 대한 벌칙규정은 따로 존재하지 않았다. 즉 준수사항을 위반하여 분쟁이 발생하면 정부가 분쟁을 조정하여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었다.
원사업자의 준수사항 위반에 대한 조치가 명문화된 것은 1983년 계열화 촉진법이 개정되면서 부터이다. 즉 동법 13조2를 새롭게 도입하여 원사업자의 위반사항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에 의해 시정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즉 원사업자가 이들 준수사항을 위반하고 이것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의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하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벌금을 부과하고 시정조치를 내릴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런데 하도급 거래에 따른 분쟁이 증가하자 1984년 원사업자의 부당한 하도급 행위를 제한 하고 수급사업자의 거래상의 불리한 지위를 보완하여 하도급거래가 상호보완적인 협조관계에서 이루어지도록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다.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은 하도급 가격과 관련한 부당한 행위를 두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하나는 동법 제4조에 의 해 신규 계약을 하거나 계약을 갱신할 때 ‘부당한’ 하도급 대금의 결정을 금지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동법 제11조에서 기존 계약에서 정한 납품 가격에 대한 부당한 감액을 금지하고 있다.
(3) 기업 간 분업구조의 진화
공업화의 진전에 따라 대기업은 핵심부품을 국산화하면서 이를 계열기업에서 조달하고 단순 부품은 중소기업의 하청을 통하여 조달하게 되었다.
이러한 분업구조는 정부의 정책에 의해 영향을 받았다. 첫째, 정부는 중소기업의 성장을 위 하여 대기업의 부품을 중소기업을 통하여 조달하게 하였다. 즉 1975년 제정된 중소기업 계열화 촉진법 제5조에 따라 원사업자는 정부가 지정한 계열화품목은 반드시 하도급 거래를 하여야 했 다. 즉 제5조 제2항에 따르면 특정업종에 속하는 모기업체는 정부가 정한 지정계열화품목에 대 하여는 그 제조 또는 가공을 도급기업체에 위탁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가 정한 업 종의 지정된 계열화 품목에 대해서는 기업 내 생산을 하지 못하고 하도급 거래를 통하여 조달 하도록 강제하였다.
둘째, 정부는 하도급 거래관계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게 하였다. 즉 동법 제10조는 원사업자 가 수급기업체에 제조 또는 가공의 위탁을 할 때에는 수급기업체가 계획생산을 통하여 원가를 절감하고 품질을 향상할 수 있도록 장기위탁계약을 체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다.
이에 따라 한국의 기업 간 분업은 외형적으로 일본식 거래방식을 따르게 된다. 이러한 일본식 거래방식은 관계특유자산이 존재할 때 기업 간 신뢰가 존재하여야 작동할 수 있다. 하지만 기 업 간 신뢰는 하루아침에 형성되지 않는다. 따라서 기업 간 신뢰의 형성이 미흡한 상태에서 장 기적 거래를 유지하기 위해 독특한 납품단가의 결정방식이 등장한다.
첫째, 원사업자가 관계특유 자산을 수급사업자에게 대여하고 부품의 납품단가를 수급사업체의 노무비와 관리비 그리고 적정 이윤을 보장하는 수준에서 정하는 임가공방식이다. 즉 원사업자 가 생산설비와 원자재를 공급하고 수급사업자는 노무 및 관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임가 공의 경우 관계 특유 자산에 따른 문제는 없다. 그리고 노무의 제공과 관리는 이를 제공하는 경쟁기업들이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임가공은 사실상 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조달하는 것과 크 게 다르지 않다. 기존의 수급사업자보다 낮은 납품단가를 제시하는 경쟁자가 등장하면 원사업 자는 관계특유 자산을 신규기업에 대여하게 된다.
둘째, 공급자의 관계 특유 자산에 대한 투자가 필요할 때 원사업자는 납품단가에 관계특유자 산의 감가상각비용을 반영하는 것이다. 특히 원사업자가 생산하는 상품의 모델이 자주 변경되 는 경우에는 그러한 모델의 생산에 필요한 관계특유 투자의 감가상각 반영이 중요하게 된다.
모델이 자주 변경되는 스마트폰 등 이동통신단말기를 생산하는 업체나 자동차 업체는 관계특유 투자를 위해 이들 자산의 감가상각 반영이 중요하다. 그런데 감각상각은 고정비용으로 생산물 량이 증가할수록 감소하게 된다. 생산이 얼마만큼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납품단가에 반영되는 감가상각비의 비중이 달라진다. 하지만 원사업자는 상품의 판매량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
그래서 판매예상 물량을 기초로 관계특유 투자의 감가상각을 반영하여 납품단가를 정하고, 추 후에 납품 물량의 변동이 발생하면 감가상각비의 증가나 감소를 납품단가에 반영하는 것이 일 반적이다.10)
한국적 분업구조에서 중요한 것은 관계특유자산의 감가상각을 반영할 수 있는 납품단가를 결 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논란이 많다. 임 가공방식의 경우 원사업자는 필요할 경우 낮은 단가를 제시하는 기업으로 거래를 변경하기 쉽다. 일본식 거래방식처럼 장기적 거래를 유 지하기 위해 기존의 납품업체에 최소한의 이익을 보장하는 것과는 다르다. 또한 모델이 자주 바뀌는 상황에서 생산량 예측이 정확하지 않을 경우 기존 관계특유자산의 투자비용을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 때 다른 신규모델을 생산할 때 과거 회수하지 못한 감가상각비용을 보충할 수 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거래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 결국 한국식 거래방식 이 장기적으로 유지되려면 기업 간의 신뢰를 높이는 제도나 규칙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에 대 한 구체적인 검토 없이 하도급 거래를 규제하면 결국 기업으로 하여금 미국식 거래방식을 택하 도록 강제하는 셈이 된다. 하지만 계약에 대한 존중이나 계약에 따른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여건이 미흡한 상태에서 이 또한 쉽지 않다. 그래서 기업은 기업 내 생산 방식을 택하거나 하 도급법의 규제를 받지 않는 기업과의 거래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하도급법이 오 히려 중소기업에 피해를 주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10) 이를 생산량 증가에 따른 물량효과(volume effect)라 하여 원사업자는 이를 이유로 단가를 인하한다.
그런데 물량 증가 시기와 협상에 따른 단가인하 합의시기가 일치하지 않으면 때에 따라서 단가인하율 이 클 수 있다. 그래서 원사업자가 단가인하율을 낮추고 인하시점을 소급하여 적용하는 사례도 있다.
이와 관련된 사건으로는 공정거래위원회 의결 제2008-006호(2008.1.2.)를 참조.
4. 기업 간 분업구조의 규제
(1) 계열기업 간 거래의 제한
1) 대규모 내부거래의 이사회 의결 및 공시
일정규모 이상의 자산총액에 해당하는 기업집단의 계열회사는 다른 계열회사를 상대방으로 하거나 동 계열회사를 위하여 상품 또는 용역을 제공 또는 거래하는 행위
2) 거래조건의 규제
일정규모 이상의 자산총액에 해당하는 기업집단의 계열회사는 특수 관계인이 일정 비율 이상 의 주식을 보유한 계열회사와 다음 행위를 통하여 하여서는 아니 된다.
① 정상적인 거래에서 적용되거나 적용될 것으로 판단되는 조건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
② 회사가 직접 또는 자신이 지배하고 있는 회사를 통하여 수행할 경우 회사에 상당한 이익 이 될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행위
③ 사업능력, 재무상태, 신용도, 기술력, 품질, 가격 또는 거래조건 등에 대한 합리적인 고려 나 다른 사업자와의 비교 없이 상당한 규모로 거래하는 행위
시행령에 구체적으로 제시된 기준은 부당하게 특수 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 대하여 부동 산·유가증권·상품·용역·무체재산권 등 자산을 현저히 낮거나 높은 대가로 제공 또는 거래하 거나 현저한 규모로 제공 또는 거래하여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함으로써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지원하는 행위
(2) 다른 거래기업과의 거래 제한
1) 차별적 거래 제한
정당한 이유 없이 자기의 계열회사를 유리하게 하기 위하여 가격·수량·품질 등의 거래조 건이나 거래내용에 관하여 현저하게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하는 행위의 제한
(3) 하도급 거래 규제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하도급 가격과 관련한 부당한 행위를 두 유형으로 분류하 고 있다. 하나는 동법 제4조에 의해 신규 계약을 하거나 계약을 갱신할 때 ‘부당한’ 하도급 대 금의 결정을 금지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동법 제11조에서 기존 계약에서 정한 납품 가격에 대 한 부당한 감액을 금지하고 있다.
부당한 하도급 대금을 결정을 금지하는 하도급 공정화법 제4조는 두 개의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4조 제1항은 부당한 하도급 대금의 결정행위에 대한 일반적인 규정이다. 즉 ‘부당한’
방법을 이용하여 일반적으로 지급되는 대가보다 ‘현저하게 낮은’ 수준으로 하도급 대금을 결정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11) 그리고 제2항은 부당한 하도급 대금의 결정행위를 행위별로 나 열하고 있다. 이러한 행위는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첫째는 하도급 대금의 결정방식에 관 한 것이다. 즉 제1호(일률적 단가인하), 제3호(차별 취급), 제7호(경쟁 입찰의 최저가보다 낮은 가격), 제8호(수급사업자의 책임이 없는 사유로 납품단가의 인하금지)가 이에 속하는데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속한 행위를 금지시키고 있다. 그리고 둘째는 하도급 대금을 결정하는 과정에 대한 규정이다. 즉 제2호(일방적으로 할당된 단가인하의 금지), 제4호(수급업자를 속여 납품단가를 결정하는 행위의 금지), 제5호(일방적으로 낮은 단가결정) 등이 이에 속한다. 제2호, 제4호, 제5호는 일방적으로 단가를 결정하거나 수급사업자를 속이는 행위 등 계약의 기본원칙 을 벗어난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12)
그런데 하도급 대금 결정방식에 대한 규제인 제1호, 제3호, 제7호 및 제8호는 합의여부를 따 지지 않고 정당한 사유 없이 그러한 행위를 하는 것 자체를 금지시키고 있다. 이것은 그러한 행위 유형 자체로 인하여 부당하게 납품단가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부당하지 않음을 원사업자에게 입증하도록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5. 맺는 말
기업 간 분업은 경제 환경에 맞춰 진화하여 왔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공정성’을 위 해 또는 거래를 가장한 ‘부의 이전’을 막기 위해 기업 간 거래를 제한하면 원래의 목적과 다르 게 기업 간 분업을 왜곡시킬 수 있다.
우리 경제에서 기업 간 분업은 대기업이 주요 핵심부품을 계열회사를 통해 조달하고 기술수 준이 낮은 부품은 중소기업과의 하도급 거래를 통해 조달하는 방식으로 분업구조가 진화하여 왔다. 산업화 초기에 필요한 핵심 부품을 주로 수입을 통하여 조달하였지만 기업의 성장에 따 라 핵심부품을 국산화하면서 이를 계열기업에서 조달하고 단순 부품은 중소기업의 하청을 통하 여 조달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분업구조는 정부의 정책에 의해 영향을 받았는데 정부는 중소기업의 성장을 위하여 대기업의 부품을 중소기업과 장기계약을 통하여 조달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거래방식은 우리의 현실에서 나름대로 효율적으로 작동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하도급 거래 공정화 법률은 지금까지 진화하고 있던 기업 간 분업구조를 규제하고 있 다. 현재 한국식 기업 간 분업구조에서 대 중소기업 간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하도급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확실성을 제거하여 기업 간 신뢰를 제고할 수 있다면 바람직할 것이다. 하지만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규제하는 일부 행위들 은 오히려 효율적인 거래관행이다. 이러한 효율적 거래관행을 규제하면 원사업자는 중소 수급
11) 2013년 4월 개정되어 11.29.부터 적용되는 개정 법률에서는 ‘부당한 방법을’이 ‘부당하게’로 그리고
‘현저하게 낮은’이 ‘낮은’으로 변경되었다.
12)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는 수급사업자는 원사업자에 비하여 협상에 열악한 처지에 있기 때문에 형식적 인 합의 여부를 떠나 실질적인 합의여부를 따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납품 단가가 낮으면 공정거래위 원회가 하도급 거래에 개입할 여지가 크다.
기업과의 거래를 회피한다. 그래서 미국식 거래방식처럼 시장경쟁을 통하여 대량으로 부품을 조달하거나 하도급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적용을 받지 않는 수급사업체와 거래를 할 것이다. 또 는 원사업자가 기업 내 생산을 늘리려고 할 것이다. 이것은 입법목적과 반대로 중소 수급사업 체와의 하도급 거래가 줄여 오히려 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중소 수급사업체에게 피해를 초래한 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