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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에서 나타난 감성적 기억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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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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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에서 나타난 감성적 기억의 공간 오승희*1)

Ⅰ. 머리말

Ⅱ. 영화 속 기억의 공간

1. 모두가 만나는 공적인 장소, 라디오 2. 그리운 엄마의 품, 제과점 3. 둘만의 사적인 장소, 자취방

Ⅲ. 영화 속 기억의 공간에 나타난 문화적 의미 1. 사연을 통한 의미 생성

2. ‘그때, 거기’에서 ‘지금, 여기’로 3. 문화 기억의 메타포

Ⅳ 맺음말

Ⅰ. 머리말

한 편의 영화가 우리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어떤 이는 팝콘과 함께 두어 시간의 유쾌한 휴식을 얻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영화 한 편 을 보고 인생의 꿈을 찾기도 한다. 오래된 영화지만 영화 <시네마천국>

의 주인공 토토는 어릴 적 본 영화를 통해 영화감독의 꿈에 이르기도 했 다. 지난해 8월 말, 방학도 휴가도 얼추 끝나고 무거운 걸음으로 일상에 복귀할 무렵에 건조한 일상을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달래는 영화가 있었 다.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은 포스터의 헤드카피처럼 “운명처럼 사랑하 고 이별했던 그 시절”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영화는 실제 1994년부터

논문투고일 : 2019.12.31. 심사완료일 : 2020.02.03. 게재확정일 : 2020.02.14

*1)동국대학교 영상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 박사수료.

2007년까지 방송했던 라디오 프로그램인 ‘유열의 음악앨범’을 모티브로 한 연인이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게 되는 사랑이야기다. 이 글은 영 화 <유열의 음악앨범>이 9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기억의 장소를 통해 관객에게 전하고자 한 감성적 경험에 관한 탐색이다.

이 영화는 시간이 흘러 침식된 기억들을 알알이 소환한다. 90년대를 지 나온 사람이면 누구나 기억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이제는 사라진 유선인 터넷 PC통신, 그리고 그 시절 우리의 마음을 촉촉이 적셨던 대중가요까 지, 우리가 언젠가 한번은 스쳤을 과거의 기억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영 화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관객을 과거의 어느 순간으로 초대한다. 이러한 복고 감성을 토대로 이 영화는 개봉한지 11일 만에 1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2) 이는 이 영화가 보여주는 이미지들이 개 인의 추억을 넘어 많은 이들로 하여금 90년대를 회상하게 하는 문화 기 억의 한 단층임을 시사한다.

주목할 만 한 점은 극에서 과거의 기억을 적극적으로 끌어오게 하는 회 상의 매개체로 공간이 활용되었다는 것이다. 영화의 시작과 함께 관객은 지금은 방청할 수 없는 라디오 프로그램인 유열의 음악앨범의 오프닝 시 그널 음악을 들으면서 영화의 시간으로 역행한다. 또한 그 시절의 의상 과 소품으로 꾸며진 제과점의 이미지를 보며 시각적으로 영화 속 현재가 90년대임을 직감하게 된다. 당시에는 선풍적이었던 온라인 공간인 PC통 신까지 시대를 가시화 한 다양한 공간들이 등장하여 관객 개개인이 극에 동참하여 회상에 참여하게 유도한다. 우리가 기억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지나온 시간을 회상하는 가운데 왜 어떤 것은 기억에 오래 남고, 어떤 것은 금세 잊혀지는 것일까?

베르그손은 물질과 정신이 상호 접촉하게 하는 매개로 ‘기억’에 주목하 여, 과거는 이미 끝난 것이 아니고 현재와 동시에 존재하면서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향하고 있다고 말한다.3) 기억을 통해 과거와 현재는 동시성

2) 연합뉴스,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개봉 11일째 100만 관객 돌파”, 2019. 9.

7. https://www.yna.co.kr/view/AKR20190907054800005?input=1195m(201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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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가진다는 것이다. 독일의 문화학자 얀 아스만과 영문학자 알라이다 아스만은 기억에 대한 알고리즘에 주목했다. 그들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집단 기억을 추출하는데 문화 기억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4) 특히 알라이다 아스만은 과거의 특정한 순간이 어떠 한 이유로 기억에 남는 것인지에 대해 “기억의 메타포”에 주목했다. 그 녀는 장소가 “사라져 버리는 기억을 물질로 받쳐주는 불변의 버팀목”이 라고 말한다.5) 즉 장소가 기억의 흔적을 확고하게 보여주는 기록 매체이 며, 장소를 통해 저장된 기억이 재생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오카 마리(2004)6)는 역사와 같은 집단 기억을 현재의 우리가 공유하고 기억하기 위해서 언어를 넘어선 실제적인 감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억이 신체적 체험을 통해 감각적으로 깨어나는 것임을 설명하면서 ‘나’

와의 연관성을 부각했다. 이상에서와 같이 기억은 장소처럼 실제적인 메 타포를 통해 기록되며, 더 나아가 이러한 기억이 자신의 감각으로 체화 될 때에 비로소 살아난다는 것이다.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의 시간은 1990년대를 향하고 있다. 이제는 방 송이 종료된 라디오 프로그램, 오래된 제과점, 초기 유선인터넷 PC통신 등이 기억의 흔적으로 시대를 회상하게 하는 ‘기억의 메타포’로 활용된 다. 영화 속 제시된 주요 공간들은 그 시절을 거쳐 온 관객들에게도 의 미 있는 공간이 된다. 시대를 새긴 장소들이 영화에 등장할 때마다 관객 은 각자 기억의 저장소를 들여다보게 되는 것이다. 이 영화는 시대를 표 상하는 공간을 통해 관객에게 그 시대의 기억을 소환하는 활력을 제공하 고 있기 때문에 시간성을 가진 언어로 공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연구는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기억의 메타포로 활용된 극중 공간이 관객에게 어떠한 함의를 생성하는지에 대한 탐색이다. 영화 <유열의 음

3) 김재희, 『물질과 기억, 반복과 차이의 운동』, 살림출판사, 2008, 78쪽.

4) 하르트무트 뵈메 외, 『문화학이란 무엇인가』, 손동현, 이상엽 옮김, 성균관대 학교출판부, 2004, 202쪽.

5) 알라이다 아스만, 변학수, 『기억의 공간-문화적 기억의 형식과 변천』, 채연숙 옮김, 그린비, 2011.

6) 오카 마리, 『기억․서사』, 김병구 옮김, 소명출판, 2000.

악앨범>을 사례로 텍스트 분석하여 극에 등장한 공간과 회상 활동이 어 떠한 상보적인 관계를 갖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따라서 이 논의는 “영화 속에서 시간과 공간은 어떻게 기록되고 있으며, 이것이 특정 시대를 살 았던 관객들에게 집단적 기억을 불러일으키게 한 요인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가지고 영화 속 기억의 공간이 생성하는 문화적 의미를 탐색하고 자 한다.

Ⅱ. 영화 속 기억의 공간

1. 모두가 만나는 공적인 장소, 라디오

시대의 구구절절한 사랑을 기록한 유행가가 흐르고, 젊은이들의 고민과 사연을 담아냈던 실제 라디오 프로그램 <유열의 음악앨범>은 방송 제목 을 그대로 영화로 가져온 만큼 이 작품에서 의미 있는 연결고리가 된다.

영화는 그 제목만으로도 여러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어떤 이는 90년대 를, 어떤 이는 그때 들었던 라디오를, 또 어떤 이는 그 시절의 유행가를 떠올릴 수 있다. 90년대 가수 출신에 입담 좋은 유열이라는 DJ가 진행했 던 라디오 프로그램을 동명의 영화 제목으로 가져와 전면에 세운 이유는 무엇일까.

데이비드 흄은 ‘인상’(impression)을 “최고의 힘과 생동성을 가지고 들 어오는 지각”이라고 지칭하며 ‘관념’(idea)은 사유와 추론 안에서 나타나 는 이러한 인상의 “흐릿한 반영”이라고 했다.7) 그러나 사르트르는 우리 가 이미지라고 부르는 것이 바로 흄이 말하는 관념이라고 설명하며 이러 한 이미지의 사물화에 반대했다. 이미지는 사물이 아니라 무엇인가에 대 한 의식이라고 말한다. 즉 이미지는 ‘온전한 의식행위’라는 것이다.8)

7) 데이비드 흄, 『인간이란 무엇인가』, 김성숙 옮김, 동서문화사, 2016, 18쪽.

8) 장 폴 사르트르, 『사르트르의 상상계』, 윤정임 옮김, 도서출판 기파랑, 2010, 24~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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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트르의 주장으로 이 영화를 바라보면, ‘유열의 음악앨범’은 라디오 프 로그램이라는 하나의 ‘사물’이지만, 이것을 관객에게 ‘이미지’로 제시할 때 관객 개개인의 의식행위가 개별적으로 일어난다고 볼 수 있다. 즉 관 객이라는 대상에게 ‘유열의 음악앨범’이라는 제목을 제시하는 것이 과거 의 그 라디오 프로그램에 대해 상상하는 의식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영화의 네이밍이 단순한 제목을 넘어서 장소성을 갖 고 있음을 설명한다. 노창현은 지명의 활용과 문화콘텐츠의 제작과 향유 의 연관관계를 분석하면서 ‘장소성’이 ‘기술’로서의 기억을 넘어, “‘활력’

으로서의 기억이 되어 콘텐츠화(化)”9)된다고 주장하였다. 이는 장소성이 문화 기억을 통해 관객 각자의 사연 속에서 활성화될 때 보다 풍성한 사 회문화적 함의를 생성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영화 속 미 수와 현우의 사연을 보면서 관객은 영화를 관람하기 이전부터 떠올렸던 자신의 사연으로 빠져들게 된다. 이렇게 이 영화는 제목만으로도 관객에 게 각자의 시간을 돌려 자신의 상상 속으로 떠나게 하고 있다.

영화는 실제의 라디오 프로그램이라는 청각적인 이미지를 공감각적으로 펼쳐낸다. 영화의 첫 장면에 흘러나오는 라디오 <유열의 음악앨범> 시그 널을 들은 관객들은 이 프로그램이 방송되던 때를 떠올리게 된다. 감수 성이 예민했던 때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미수와 현우의 사연을 통해 펼쳐지면, 관객들은 그 동안 삶의 굽이굽이에서 잊고 살던 것들, 때론 잘 살기 위해 버렸던 소중한 것들을 떠올리게 된다. 극중 미수와 현우를 보 면서 관객은 그 시대를 살았던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제과점이 나 자취방이 미수와 현우의 ‘사적인 장소’라면 라디오는 “모든 사람들이 만나는 공통의 장소”이다.10) 라디오에서는 알지도 못하는 사람과 전파를 통해 만나고 이전에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누게 된 다. 당시의 ‘유열의 음악앨범’ 라디오 프로그램을 함께 들었던 관객들은

9) 노창현, 「문화 기억을 활용한 문화콘텐츠의 장소성(場所性) 분석과 방향성 고 찰 -대중음악 가사 속 지명(地名)을 중심으로」, 『영상문화콘텐츠연구』, 18집, 115-138쪽, 2019. 135쪽.

10) 한나 아렌트, 『인간의 조건』, 이진우 외 옮김, 한길그레이트북스11, 2002.

멀고도 가까운 관계였던 것이다. 영화는 이렇게 라디오를 시대를 대표하 는 표상이자 ‘공적인 장소’에 함께 머물렀던 알 수 없는 공동체 멤버들을 응집하게 하는 메타포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공감이나 유대의 감각은 사회학에서 공동체의 개념을 강화한다. 사람들과의 교류와 접촉을 통해 실제로 얼굴을 맞대지 않아도 그 시대를 거쳐 왔으며 그 문화를 향유했 다는 점에서 같은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상상하게 하는 것이 가능하게 하 였다. 여기서의 공동체는 “제도적인 구조, 공간, 더구나 상징적인 의미 형태만이 아닌, 대화적인 과정 속에서 구축되는 가동적인 교감”을 의미 한다.11) 이 교감은 듣는 것, 접촉하는 것, 맛보는 것, 보는 것, 행동하는 것 등을 통합한 매개로 더욱 내밀한 조직성을 갖게 된다. 더구나 그것이 라디오를 기반으로 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잊고 있던 과거의 자신 뿐 아니라 그 시절을 함께 보내온 문화 공동체를 다시금 인식하게 유도하고 있다.

회상에 대한 이미지 이외에도 이 영화는 구체적으로 관객의 감정을 촉 발시켜주는 언어로 음악을 활용하고 있다. 극중 라디오를 통해 90년대를 떠올릴 수 있는 음악의 선택과 결합에 따라 그 시대를 살았던 특정 세대 를 호명하고 있다. 영화 속 음악은 단순히 청각적인 BGM을 넘어 관객의 상상을 소환하는 이미지의 파편이 된다. 그 시절 각자의 공간에서 귀 기 울이고 울고 웃었던 때로 돌아가 관객에게 현실의 공간에 과거의 기억을 덧붙이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라디오는 또한 영화의 서사를 이끌고 있다. 영화의 이야기는 라디오 프 로그램과 시작과 끝을 함께 한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미수의 제과점에 라디오 <유열의 음악앨범>의 첫 시그널이 울림과 동시에 현우가 미수의 공간으로 들어온다. 이 영화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새롭게 시작하는 날, 우연히 만난 남자와 여자의 사연을 담은 영화다. 또한 영화는 세월이 흘 러 영상으로 중계되는 라디오 공개방송 스튜디오에서 현우와 미수가 재 회하는 것으로 끝난다. 동그란 조그셔틀로 주파수를 맞춰 라디오 채널을

11) 요시하라 나오키, 『모빌리티와 장소:글로벌화와 도시공간의 전환』, 이상봉, 신나경 옮김, 심산출판사, 2010, 1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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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절하듯 서로의 인연을 맞춰가는 두 사람, 라디오는 둘의 인연의 끈을 아날로그식 감성으로 묶는 역할을 한다. 영화 전반에 그들이 만남과 헤 어짐을 반복할 때도 그 시간 속에서 끊이지 않고 흘러나오는 라디오 프 로그램은 이미 재개발되어 없어진 옛 동네, 두 사람을 기억하는 은자언 니처럼 서로의 사연이 새겨진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렇게 라디오는 떨어져있는 두 사람의 마음의 공간뿐 아니라 세월이 지나 잊고 있던 관 객들의 기억을 끊임없이 연결하는 시도를 반복하고 있었다.

2. 그리운 엄마의 품, 제과점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은 제과점에서 출발한다. 정확히 말하면 제과점 의 간판이 보이는 골목의 전경으로부터이다. 관객과 여자주인공 미수(김 고은 분)는 동명의 라디오 프로그램 ‘유열의 음악앨범’의 첫 오프닝을 듣 고 있다. 익숙한 DJ 유열의 목소리와 오프닝 시그널은 관객에게 영화의 현재가 1994년임을 알려준다. 제과점에서는 미수가 오픈 준비를 하며 부 푼 마음으로 기다리던 라디오를 듣고 있고, 미수를 중심으로 제과점 내 부가 비춰진다. 시대를 짐작케 하는 오래된 소품들이 앵글에 잡힐 때마 다 관객의 시간여행은 깊이를 더해간다.

미수의 제과점은 동네의 굽은 골목길, 잡화점과 미용실 등이 붙어있는 작은 갈림길 어귀에 위치한다. 드디어 표정이 없는 얼굴의 남자주인공 현우(정해인 분)가 제과점의 문을 열면, 문에 달린 금속성의 날카로운 종 소리가 울리며 시간여행에 빠진 관객을 깨운다. 짧은 공간의 설명에서 빠져나와 영화 속 이야기가 시작됨을 알리는 것이다. 아침 일찍 제과점 에서 두부를 찾는 현우의 엉뚱한 물음에 당황한 기조로 답하는 미수, 어 색한 그들의 만남이 시작되는 곳 역시 제과점이다.

왜 빵이었을까. 떡도 아니고, 밥도 아니고, 현재와 같이 빵 소비량이 늘 어나 한 집 건너 한 집이 제과점인 것도 아닌데 빵을 택한 이유가 궁금 하다. 90년대의 빵을 떠올려보자. 지금처럼 제과제빵이 대중화되고, 전기 오븐이 흔해서 홈베이킹이 가능한 시대가 아니었다. 빵은 집에서 만드는

것이라기보다 밖에서 사먹을 수 있는 특식에 가까웠다. 흔하지 않은 고 소한 향이 제과점 앞 소녀들을 모으고 달콤함이 입안에 들어차는 기쁨은 지금의 빵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없는 추억의 감성이다. 또한 당시는 빵 이 균일한 맛으로 만들어져 각 지점으로 배송되는 프랜차이즈 제과점보 다 새벽부터 반죽하여 즉석으로 구워내는 동네빵집이 주를 이루었고, 그 때문에 가게만의 개성이 살아있던 시절이다. 특히 ‘미수제과점’처럼 주인 공의 이름이 가게의 상호와 동일한 것은 주인공의 나이만큼 가게의 역사 가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상호는 공간을 대표하는 기표이다. 상호에 자녀의 이름을 건다는 것은 외적으로 그 가게가 한 가족의 협동작업에 의한 생산활동의 장임을 보여주며, 내적으로 아이의 이름을 전면에 세울 만큼 자신의 생산물에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거짓 없이 장사하겠다는 뜻의 반영이라고 볼 수 있다.

극중 미수의 엄마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은자언니와 미수가 함께 제과 점을 운영하고 있다. 그들은 혈연으로 묶인 사이는 아니지만 친자매처럼 지내며 엄마의 제과점을 함께 지켜간다. 남겨진 두 사람이 함께 빵을 만 들고 가게를 돌보는 과정은 마치 죽은 엄마와의 추억을 지속적으로 지켜 가는 가족의 제의 같다. 퇴니스(F. Tönnies)는 가족을 “한 지붕 밑에서 동거하며 소유와 향락을 같이 하고 동일한 재산에 의해 부양되며, 한 식 탁에서 같이 식사를 하고 죽은 자에 대해 경외감을 갖고 평화스럽게 협 동생활과 작업을 하는 집단”으로 정의한다.12) 엄마가 떠난 뒤 미수에게 남은 것은 제과점과 은자언니 뿐이다. 제과점은 미수에게는 보이지 않는 엄마의 표상이며 미수가 자라나고 살아온 집, 가족이 연결되고 가정이 지속되는 곳, 즉 미수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보고 만지고 냄새 맡고, 맛볼 수 있는 빵을 파는 제과점은 오감으로 닿 고 싶은 엄마의 적절한 메타포로 보인다. 그런 미수의 애틋한 공간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현우가 불쑥 들어와 일자리를 달라고 한 부탁을 미수 가 거절할 수 없었던 것은 그곳이 단지 빵을 파는 가게가 아닌 엄마의 품과 같은 집의 의미였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제과

12) 노길명 외, 『문화인류학의 이해』, 일신사, 1998, 1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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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은 미수에게 태어나 자라고 뿌리내려 살고 있는 유년시절의 고향과 같 은 곳이다.

시쳇말로 감빵에서 나온 현우가 다시는 수감되는 일 없이 살라는 의미 로 출소할 때 먹는다고 알려져 있는 두부를 찾아 처음 들어간 곳이 빵집 이라는 점이 재미있다. 오랜만에 세상에 나온 현우는 두부를 어디에서 파는지 조차 몰라 당황하다 제과점으로 무턱대고 들어가 두부가 있냐고 묻는다. 미숙하고 어린 현우의 모습이 엉뚱하지만 애처롭게 그려졌다. 잘 못 들어간 곳이지만 현우에게 제과점은 출소 후 만나는 첫 세계이고 미 수는 출소 후 처음 말을 건넨 대상이다. 전사에서 현우는 학창 시절 실 수와 오해로 인해 소년원에 들어가게 되었으며 하루하루 나갈 날만 손꼽 아 기다린다. 수감 중 아침 운동 시간에 들려오는 라디오 소리를 들으며 출소의 희망을 품었다가 운동 시간이 끝날 무렵 호출이 없으면 “오늘도 아니구나”하며 실망하던 현우. 그가 제과점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에 울린 라디오 프로그램 ‘유열의 음악앨범’의 오프닝은 마치 아무도 찾지 않는 현우의 출소를 축하하는 시그널이자 현우를 미수의 세계로 끌어당 기는 그것 같다. 첫 방송, 첫 만남 그리고 새로운 세상은 마치 그들의 첫 사랑과 같이 우연한 조합 같지만, 우연히 시작되는 그들의 관계처럼 관 객의 시간 여행 또한 서서히 시작하게 만드는데 적절한 구성으로 보인 다.

또한 그들이 헤어졌다가 우연히 다시 재회하게 되는 곳 또한 제과점 앞 이다. 세월의 변화로 도시개발이 들어가고 대형 아파트 단지가 들어오면 서 제과점은 동네 골목에서 사라지게 된다. 제과점의 소멸의 순간 미수 와 현우가 다시 재회하게 되는 타이밍도 재미있다. 이제는 만날 수 없는 그리운 엄마의 품과 같은 제과점에서 함께 품었던 가족을 제과점의 소멸 하는 순간 만나게 되는 것은 마치 상실의 고통을 안은 미수에게 주는 엄 마의 선물과도 같다. 절박한 순간에 다시 연결되는 두 사람에게 그것은 마치 운명처럼 느껴지게 한다. 이렇게 제과점은 극 중 미수와 현우에게 는 끊어질 수 없는 인연의 출발선으로, 관객에게는 그 시절의 감성을 일 깨우는 기억의 공간으로 자리한다.

3. 둘 만의 사적인 장소, 자취방

몇 년이 지나 성인이 된 미수와 현우는 제과점 앞에서 재회한다. 이제 는 문 닫은 제과점이 그들의 10대의 공간이었다면 자취방은 성인이 된 두 사람의 변화된 20대의 공간으로 볼 수 있다. 오랜만에 재회했지만 다 음날 군대에 가야하는 현우와 함께 하는 짧은 몇 시간, 그들은 미수의 자취방에 머문다. 다소 어색하고 실수연발의 두 사람은 첫 장면과 같이 같은 공간에 마주하며 서로의 오해를 풀고 마음을 키워간다. 우정인지 사랑인지 모르는 어중간한 마음은 그들이 자취방을 나오는 다음 날 아 침, 입맞춤을 통해 그것이 사랑이었음을 확인하게 된다. 앞서 제과점에 이어 자취방은 두 사람의 시간이 기록되는 공간이다. 함께할 때 두 사람 의 물리적 거리만큼 감정이 연결되고 오해가 해소되며 함께 했던 추억이 공동의 기억으로 새겨지게 된다.

방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방은 사적인 공간이다. 위험하거나 낯선 것으 로부터 안전한 “자기만의 네 벽”이다.13) 현재와 같이 공간이 사적이며 공적인 의미를 넘나드는 사회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지켜내는 것은 특별 한 의미를 갖는다. 실제로 영화 속 자취방에는 미수와 현우 이외의 다른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다. 도시 사회에서는 사적인 영역인 방조차 텔레비 전만 켜도 공적인 침입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영화의 앵글은 자취방을 미수와 현우만의 공간으로 내밀하고 독자적인 공간으로 비춘다. 실제로 서로 풀 수 없는 오해가 생겨 이별을 앞두게 되었을 때 영화는 미수가 방을 떠나 현우만 남은 장면을 노출한다.

또한 세월이 흘러 헤어진 두 사람을 다시 맺어주는 곳도 자취방이다.

군대에 가 있는 동안 서로 연락하자며 알려준 PC통신의 비밀번호를 알

13) 마르쿠스 슈뢰르, 『공간, 장소, 경계 : 공간의 사회학 이론 정립을 위하여』, 정인모, 배정희 옮김, 에코피브르, 2010, 262쪽 재인용. Selle, Klaus(1993), Die eigenen vier Wande, Zur verborgenen Geschichte des Wohnens, Frankfurt.M., New Y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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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기 위해 현우는 미수가 떠난 그 자취방을 연이어 임대하게 된다. 자 취방 출입키의 번호가 미수의 학번이었고 동시에 PC통신의 비밀번호였 기 때문이다. 이렇게 미수의 공간은 현우의 공간이 되고, PC통신으로 이 어져 연락이 끊겼던 미수와 재회하게 되는 계기를 만든다. 그들이 함께 하는 공간은 하나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어 하나를 풀면 모두 풀리는 구 조를 가지고 있다. 그들이 출판사에서 재회한 후 함께 머무는 곳도 바로 자취방이다. 미수와 현우의 “네 벽”은 세상으로부터 둘을 친밀하게 엮어 내는 공간이다.

흥미로운 점은 그들이 한 공간에 머물게 되면서도 각자 풀지 않은 ‘자 기만의 방’을 내면적으로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우는 고등학교 시절 의도치 않은 실수로 친구가 사망하게 된 것에 항상 죄의식을 가지고 살 아가지만 정작 미수에게는 비밀로 한다. 그 일을 알게 되면 자신을 떠날 지도 모르는 두려움 때문에 숨기던 것이다. 미수가 결국 그 일을 알게 되고 더욱 안쓰러운 마음으로 현우를 품으려 하지만, 현우는 ‘자기만의 방’이 열린 것에 분개하여 그녀를 밀쳐낸다. 아픈 부분 또한 사랑할 수 있는 미수와는 달리 현우의 닫힌 마음은 더 이상 진전될 수 없는 한계에 이른다. 한 공간에 등을 마주대고 붙어 있다고 해도 완전히 공유할 수 없는 내면의 공간이 서로를 밀어내고 있다.

사실 극에서의 자취방은 미수와 현우가 공유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엄 밀히 말하면 내적인 공간보다 확장된 의미를 가진다. 두 사람이 하나일 때는 내적인 공간이다가 마음을 달리하면 어느새 분리되어 타인과 공유 할 수 없는 곳으로 변모한다. 사랑은 하나의 색 같이 함께 물들지만 빨 간색과 검붉은 색, 주황색과 다홍색이 다르듯 각자의 내면과 만나 새로 운 스펙트럼을 만든다. 공간 또한 시간과 그 안에 들어가는 사람들의 선 택과 결합에 따라 유동적으로 그 의미를 달리하고 있다.

자취방은 인물의 출입에 따라 서사의 흐름이 그려진다. 자취방은 처음 에는 미수의 공간이다가 다음은 미수와 만나기 위한 현우의 공간이다가 마지막에는 미수와 현우가 함께 하는 공간이 된다. 자취방과 PC통신, 제 과점 등 영화에서 나온 공간들에서 미수는 흔적을 남긴 채 멈춘 상태로

현우를 기다리고, 현우는 가까스로 노력하여 다시 그 공간으로 돌아오기 를 반복하고 있다. 서로가 없는 공간은 의미를 잃었다가 다시 채워지면 의미 있는 추억의 공간으로 살아나는 것이다. 이렇게 영화 속 공간과 사 물은 인물의 관계가 변화하는 이야기를 통해 의미가 생성되고 있었다.

Ⅲ. 영화 속 기억의 공간에 나타난 문화적 의미

1. 사연(事緣)을 통한 의미 생성

지금까지 공간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포착된 것은 영화의 공 간 속에서 캐릭터들이 끊임없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공간은 그 공간을 선점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형성된다.

같은 장소라도 사람과 사물들이 어떤 관계를 갖고 채워지느냐에 따라 형 상과 의미가 달라진다.14) 라디오, 제과점, 자취방 등은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공간이다. 그러나 미수와 현우가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며 사랑을 키워가는 과정 속에서 둘 만의 사연이 만들어져 특별한 공간으로 기억하 게 한다.

영화 속 공간들은 미수와 현우의 관계를 통해 끊임없이 사연을 만들고 있었다. 먼저 미수제과점은 미수의 나이만큼이나 오래된 동네빵집으로 처음에는 미수의 공간이었지만, 현우와 처음으로 만나 함께 라디오를 듣 고 첫 눈을 맞고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며 서로의 감정이 조금씩 쌓 이게 되면서 미수와 현우의 사연이 새겨진 공간이 되었다. 자취방은 처 음에는 미수가 혼자 머물던 일상의 공간이었지만, 미수와 현우가 우연히 다시 만나 세상의 아무런 간섭 없이 온전히 서로를 마주하게 되는 공간 이 된다. 또한 헤어진 두 사람이 다시 만나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준 공 간이기도 하다. 제대한 현우가 미수를 찾아 다시 돌아오게 된 미수의 자

14) 조명래, 『공간으로 사회 읽기:개념, 쟁점과 대안』, 도서출판 한울, 2013, 19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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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방은 미수로 향하는 막힌 문을 여는 실마리가 되는 곳으로 미수에 이 어 현우의 자취방이 된다. 이외에 본문에서 깊이 논의되지 않았지만 온 라인 PC통신(이메일) 또한 이와 유사하다. 비록 바로 읽어내고 빠르게 소통할 수 없지만 미수와 현우 사이에 연결되는 접점이 되어 말 그대로 유선인터넷의 역할을 한다. 미수가 입대를 앞둔 현우와 다시 만나기 위 해 다급하게 만들어준 이메일은 비밀번호를 모르는 현우가 바로 읽을 수 없어 미수의 일상을 적어내는 일기장이 된다. 일기는 개인에게 일어난 사건과 생각 등을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는 역할과 동시에 체험의 의미와 비밀까지 고백하게 되기 때문에 심리적인 안정도 느끼게 한다.15) 이때의 이메일은 인터넷상에서 편지를 주고받는 기본적인 것 이상의 역할을 한 다. 서로 떨어져있는 시간의 간극을 줄이면서 두 사람의 사연이 기록되 고 쌓이는 가상의 공간으로 작용한다.

미수는 항상 공간을 선점하고 있으면서 현우를 초대하고 있다. 미수의 열린 마음으로 현우가 들어오면 둘 만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출 판사 또한 마찬가지이다. 출판사는 처음에는 미수가 꿈을 찾은 일자리였 다. 그러다가 또 다른 꿈을 찾은 현우의 영화사가 그 위층으로 이사 오 게 되면서 다시 두 사람이 함께 머무는 공간이 된다. 시간이 흘러 보다 성숙해진 두 사람의 재회하게 되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라디오 (프로그램)는 관객의 사연까지 포괄하여 더욱 끈끈한 감성적 연대를 주도 한다. 라디오는 청취자의 사연을 소개하고 그에 맞는 선곡을 하여 방송 하는 프로그램이다. 미수와 현우의 사연은 청취자의 많은 사연 중 하나 이고,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그 시절 서로의 사연에 공감하며 주파수를 공유했던 전파로 연결된 하나의 연대로 볼 수 있다. 미수와 현우처럼 사 랑하고 이별하며 성장했던 시절 들려온 유행가가 영화의 OST로 흘러나 올 때, 관객은 미수와 현우와 다름 아닌 각자의 영화 속 주인공이 된다.

라디오가 미수와 현우의 사연을 담은 것처럼 관객은 라디오를 통해 영화 속으로 초대되어 자신의 기억을 소환하게 되는 것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사연’은 “일의 앞뒤 사정과 까닭”을 뜻한다.

15) 이상섭, 『문학비평 용어사전』, 민음사, 1976, 283쪽.

일 사(事)자에 연분을 가리킬 때 쓰는 가선 연(緣)자를 써서 일이 왜, 어 떻게 일어났는지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통합하여 부를 때 사연이라고 한 다.16) 미수와 현우의 사연은 그들이 만나서 함께 만들어낸 일, 즉 사랑 과 이별의 연애사가 왜, 어떻게 일어났는지에 대한 세세한 이야기이며, 그들의 이야기가 영상매체로 스토리텔링된 것이 바로 이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영화에서의 기억의 공간은 미수와 현우의 사연의 중요 한 메타포가 되며 스토리를 진행시키고 기록하는 집합소로 활용됨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에서 공간은 그 속에서 만들어진 구구절 절한 사연을 통해 의미를 생성하고 하고 있었다. 재미있는 점은 미수와 현우의 사연은 개인적인 둘 만의 이야기인데 영화를 보는 관객은 자신의 지나간 청춘이 소생되어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 같은 환상에 빠지게 된다는 점이다. 영화 속 공간은 90년대 1∼20대를 울고 웃으며 지나온 3∼40대 관객을 향한다. 시간의 압력을 견뎌내어 또 다른 일상을 사는 관객에게 다시 회상을 권유하는 추억의 열쇠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다음 장에서는 이러한 관객의 공감이 어디에서 오는지에 대해서 살펴보 고자 한다.

2. ‘그때, 거기’에서 ‘지금, 여기’로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은 지나온 청춘의 한 페이지를 다시 펼쳐내어 과거의 기억을 회상하게 하는 영화다. 그 추억은 타인의 일기처럼 나와 똑같지는 않지만 그 즈음의 청춘이 겪었을 고민과 감성들을 불러일으킨 다. 영화를 본 관객은 영화를 통해서 과거의 기억이 사라지지 않고 엄연 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 장에서는 영화가 현재의 관 객에게 과거의 기억을 회상하게 한다는 것이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살펴

16)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비슷한 말로는 사정, 연고, 까닭, 연유, 이유, 자초지종 등이 있으며, 흔히 ‘사연이 깊다’라는 말은 복잡하게 얽힌 일의 사정과 내용이 매우 많음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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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자 한다.

이 영화는 ‘지금, 여기’에 있는 사람들에게 ‘그때, 거기’의 이야기를 풀 어놓음으로써 ‘지금, 여기’에 오기까지의 과정 속에 ‘그때, 거기’의 흔적 을 발견하게 하는 힘 있는 영화다. 더 나아가 ‘지금, 여기’ 또한 변화의 과정 중에 하나임을 인지하고 유동적으로 변화하는 향후 시공간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키게 한다. 영화의 관점은 과거의 기억만을 복원하는 것 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현재를 재인식하도록 돕고 있다. 다시 말해 이 영화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추억팔이에 머무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먼지 쌓인 일기장 속 하루하루 성실히 활약해온 ‘지금, 여기’의 나의 지형도를 찾아 위로하고 있다.

‘지금, 여기(now-here)’는 존재를 규정하는 실질적인 시간과 공간이 다.17) 반대로 ‘지금, 여기’가 아닌 이야기는 ‘허구적이거나 비실존적’이기 때문에 ‘그때, 거기’의 나를 떠올리기 위해서는 ‘기억’의 도움이 필요하 다. 언제부터가 현재이며, 과거는 어떻게 구분될 수 있는지에 대한 시간 에 관한 논의는 아리스토텔레스, 칸트, 아우구스티누스 그리고 후설 등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서 고민해 온 주제이다. 그 중에서 아우구스티누스 는 『고백록』에서 “과거와 현재는 기억함이요, 현재의 현재는 바라봄이요, 미래의 현재는 기다림”이라고 말하며 과거, 현재, 미래로 시간을 나누는 것은 의미가 없음을 서술하고 있다.18) 이러한 지속 개념은 베르그손에게 이어지며, 1896년 그의 저서 『물질과 기억』에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 는 것의 관계에 주목하여 시간 속에서 존재하는 것들을 분석하고 있다.

이 책은 ‘정신과 신체’의 관계에 대한 탐구이며, 그는 정신과 신체가 ‘기 억’으로 연결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하루살이와 백세인생을 사는 인간 이 느끼는 시간이 각각 다른 것처럼 각자 리듬과 속도가 상이한 시간이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한 베르그손은 시간의 개념이 시계와 같이 과학의 시간과 달리 ‘지속’ 개념의 실재성을 가졌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과거와

17) 조명래, 『공간으로 사회 읽기:개념, 쟁점과 대안』, 도서출판 한울, 2013, 17 쪽.

18) 아우구스티누스, 『고백록』, 김병호 옮김, 집문당, 1998, 279쪽.

현재가 동시적으로 공존하며 시간이 끊임없이 분열되기 때문에 변화를 반복하는 가운데 그 차이에 주목하고 있다.19)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이 던지는 기억의 화두는 단순한 회상의 감성을 넘어서 과거를 반복하면서 현재를 새롭게 하며 자신의 기억의 차이를 발 견하는 열린 미래를 향하고 있다. 베르그손은 “기억은 과거를 보존하여 현재로 연장하면서 예측불가능한 미래를 개방하는 지속 그 자체”라고 했 다.20) 그렇다면 영화를 보는 현재의 관객에게 각자의 과거에 침투하게 하는 것이 이 영화가 가지는 기억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기억력의 강 도에 따라 과거와 현재의 연장이 결정되는데 정신은 그 질적 차이를 만 들어낸다. 따라서 지속은 질적 변화의 연속이고, 과거를 현재로 연장하는

‘기억의 운동’이다. 서로 다른 각자의 리듬으로 관객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정신은 지각을 통해 물질에 접촉하고, 기억을 통해 그 물질을 이용하여 자신의 창조적인 질적 변화를 실현하기에 이를 수 있게 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베르그손은 기억이 현재에 이르는 과정 을 순수기억이 증발하여 액체에서 고체화되는 과정으로 비유한다. 끊임 없이 과거 안에서 현재에 이르기 위해 초점을 맞추는 과정을 통해 기억 은 구체적으로 존재하게 된다는 것이다.21) 들뢰즈는 “현재와 과거는 동 시성(contemporaneity)을 갖는다.”고 입을 모은다.22) 어떤 과거도 현재 였으며, 현재가 동시에 이미 과거여야 한다는 것이다. 즉 현재의 이미지 는 과거의 잠재적 이미지와 함께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은 ‘지금, 여기’에 있는 관객들에게

‘그때, 거기’의 이야기를 공감각적으로 제시해 ‘지금, 여기’를 살아가게 하는 기억의 영화다. 인간은 기억을 통해 “과거의 위상을 수정함으로써 시간의 창조적 생성력을 회복”시킬 수 있다.23) 이 영화는 시간과 기억의

19) 베르그손, 『물질과 기억』, 박종원 옮김, 아카넷, 2005.

20) 김재희, 『물질과 기억, 반복과 차이의 운동』, 살림출판사, 2008, 78쪽.

21) 황수영, 『물질과 기억, 시간의 지층을 탐험하는 이미지와 기억의 미학』, 도서 출판 그린비, 2006.

22) 질 들뢰즈, 『시네마Ⅱ:시간-이미지』, 이정하 옮김, 도서출판 시각과 언어,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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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과 반복으로 과거가 현재화되고 미래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기억’이 그 소통의 힘 있는 열쇠가 되었음을 확인하였다.

3. 문화 기억의 메타포

영화는 주인공 미수와 현우의 사연을 1990년대 아날로그의 속도로 천 천히 기록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에 관한 영화로 볼 수 있지만 이 논문에서는 보이지 않고 흘러가는 시간을 형상화하고 있는 것이 바로 공간이라고 보고 그 의미에 주목하였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등장인물 들이 공유하는 몇몇의 공간을 중심으로 시간이 그 형체를 드러냈다고 본 것이다. 이 장에서는 이 영화에서 공간이 어떻게 시간성과 상관관계를 이루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문화학의 실천적 이론을 정립한 하르트무트 뵈메와 클라우스 셰르페 (2008)는 문화는 “종결될 수 없는 의미화의 과정이자 의미들의 순환과 전복의 과정”이라고 말한다.24) 그에 앞서 스튜어트 홀(1980)은 문화는 다양한 생활방식이 충돌하면서 생성되는 의미의 연속이기 때문에 하나의

‘이론’을 넘어, ‘실천’의 차원에서 경제, 정치, 이데올로기 등과 함께 중 층적으로 논의해야한다고 제안했다.25) 텍스트를 둘러싼 다양한 콘텍스트 를 총체적으로 탐색하여 어떠한 의미가 생성되는지 연구하는 것이 문화 연구에서 요구된다는 것이다.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된 1990년대 한국은 어떠한 상황이었을까. 영 화 <유열의 음악앨범>은 화제 속에 방영된 TV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 와 유사하게 첫사랑의 기억과 90년대의 복고를 소재로 하고 있다. 이외 에 영화 <건축학개론>, 드라마 <신사의 품격>, TV예능 <무한도전-토토 가>, <슈가맨>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에서 잇따라 90년대를 이야기하고

23) 김재희, 『물질과 기억, 반복과 차이의 운동』, 살림출판사, 2008, 160쪽.

24) 하르트무트 뵈메, 클라우스 셰르폐 편저, 『문학과 문화학 : 문화학적 실천을 위한 입장, 이론, 모델』, 오성균, 남완석, 윤미애 옮김, 한울아카데미, 2008, 24쪽

25) 스튜어트 홀, 도로시 홉슨, 『스튜어트 홀 선집』, 임영호 옮김, 컬처룩, 1980.

있다. 90년대의 어떠한 코드가 이러한 문화콘텐츠의 붐을 일으켰는지 살 펴볼 필요가 있다.

서동진(2010)은 한국사회가 80년대의 억압적 상황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감각적 전환이 이루어진 시기를 90년대로 보았다.26) 손희정(2015)은 민 주화 이후 성장한 시민사회의 모습을 그린 <박하사탕> 등의 영화를 예로 들어 1990년대의 특성을 “90년대성”이라고 명명하며, 90년대를 80년대 의 억압성에 대한 반동성을 문화, 정치 전반에 일어나 문화가 정치가 되 던 시대라고 바라보고 있다.27) 이와 같이 80년대에서 90년대로 이어지는 시기에 한국사회는 87년 민주화, 97년 IMF 금융외환 위기 등 많은 격변 을 목도했다.

한편 백소연(2014)은 드라마가 과거를 말하는 것은 과거의 무언가가 현 실화되기를 바라는 열망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기억은 선택적으로 재구성된 것이기 때문에 비판적으로 제고할 필요성을 강조한다.28) 과거 를 회상하는 복고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이 존재한다. 그중에서 복고를

“과거의 다양한 문화적 특성이 발현되는 것”으로 해석한 노창현(2019)은 복고 현상을 문화 기억의 범주 안에서 바라보고 있다.29) 그는 과거를 생 각하게 하는 복고는 개인의 내면으로부터 발현된 심상과 연결되어 있으 며, 이는 과거에 대한 회상 속에서 현재적 의미를 발견한다는 점에서 복 고와 문화 기억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주장한다.

1980년대 말 얀 아스만과 알라이다 아스만이 주목한 것이 바로 이러한 기억과 회상에 관한 것이다.

그들은 “문화 기억”이라는 개념을 제시하였는데 이는 다양한 문화적 현 상과 영역들이 회상의 개념을 통해 구축되고 있는 것을 말한다.30) 특히

26) 서동진, 「과연 공화국만으로 충분한가 : 애국주의 논쟁을 되짚어보아야 할 이유」, 『시민과세계』, (17), 2010, 231-245

27) 손희정, 「1990년대를 묻는다 : `한국영화`의 90년대성을 경유해서」, 『문화과 학』, 82(), 2015, 250-276

28) 백소연, 「살아남은 자들의 기억, 1990년대 재현의 양상」, 『대중서사연구』, 20(3), 2014, 41-68

29) 노창현, 「대중음악 복고 현상에서 문화 기억의 작동방식 연구」, 동국대학교 영상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 박사학위 논문,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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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이다 아스만(2011)는 기억은 회상과 더불어 하나의 개념 쌍을 이루 어 상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31) 특수한 내용을 저장하는 것이 기 억이라면, 회상은 그것들을 각인하고 인출하는 활동적 과정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없는 인간의 한계 때문에 기억을 되살리 기 위해 회상의 과정이 필요하며, 여기서의 기억은 회상의 과정 속에서 치환, 변형, 왜곡, 가치 전도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중요한 점은 인간적 인 힘을 통해 회상에 참여하는 것이다. 망각을 통해 회상은 새롭게 촉발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한 기억은 개인적인 차원의 것이지만, 시대를 통과하며 사회를 반영 하게 되기 때문에 시대성을 가진다. 앞서 언급한 아스만은 특정 시대가 말하고자했던 이야기를 소환하는 기억의 시대성에 주목한다. 영화 <유열 의 음악앨범>은 한 연인이 사랑을 나누고 키워간 개인적 차원의 기억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시대를 회상하게 하는 여러 공간들을 매체로 삼 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 차원의 기억으로 관객에게 전달되어 각자의 이야 기로 회상의 과정을 밟는 것을 촉발시킨다. 이때의 기억은 흔적이나 저 장된 ‘기술’로서의 기억이 아니라 다양한 시각에 의해 새롭게 구성되는

‘활력’으로서의 기억으로 더욱 능동적으로 작용한다. 이렇게 사회문화적 으로 재구성된 문화 기억은 관객과 영화를 연결시키고 세대 간의 이해의 폭을 넓히는 역할을 함을 알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기억의 시대성을 이야기함에 있어 아스만은 기억의 메타포 로써 장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녀는 장소가 “사라져 버리는 기억을 물질로 받쳐주는 불변의 버팀목”이라고 말한다.32) 인간은 문자로 기록하 여 기억을 저장해왔지만, 디지털 매체시대에 와서는 저장과 검색이 용이 해져 기억과 망각의 구분이 유명무실해졌기 때문에 장소가 기억의 흔적

30) 하르트무트 뵈메 외, 『문화학이란 무엇인가』, 성균관대학교출판부, 2004, 202쪽

31) 알라이다 아스만, 『기억의 공간-문화적 기억의 형식과 변천』, 변학수, 채연숙 옮김, 그린비, 2011, 200쪽

32) 알라이다 아스만, 『기억의 공간-문화적 기억의 형식과 변천』, 변학수, 채연숙 옮김, 그린비, 2011.

을 확고하게 보여주는 기록 매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언급한 바와 같이 문화 기억은 지속적인 회상과정을 통해 형 식을 구축하고 다양한 기억소환의 매체를 활용한다. 영화 <유열의 음악 앨범>에서는 감성적인 추억의 공간을 통해 관객의 기억을 체화하고 있었 다. 미수와 현우가 성장하는 시간 속에서 둘 만의 사연이 축적되는 공간 이 바로 가시화된 시간이자 기억을 회상하는 중요한 매체가 된다. 이상 에서와 같이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에서 공간은 서로의 기억을 품고 시 간을 지속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Ⅳ. 맺음말

이 연구는 한 편의 영화가 그 속에 담긴 공간들을 통해 특정 시대를 살 았던 관객들의 개인적이지만 동시에 집단적 기억을 불러일으키며 지금- 이곳에서 또 하나의 문화 기억을 구성하고 있음을 탐색한 논의이다.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을 사례로 라디오와 pc 통신 등 미디어가 구성하는 상징적인 공간들을 현실에 실재하는 제과점, 자취방 등의 공간들과 구별하여 저마다의 공간들이 지닌 특성과 그것의 문화적 의미를 살펴보았다. 특히 영화 속에서 공간과 시간이 어떻게 다 루어지는지에 대한 상호 연관성을 기준으로 살펴보았으며, 다음과 같은 공통점과 특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째, 영화 속 기억의 공간에서 캐릭터들은 끊임없이 자신들의 이야기 (事緣)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혼자 머물 때는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공 간이 두 주인공이 함께 머물게 되면서 서로의 사연을 담은 의미 있는 공 간이 되었다. 공간은 나와 타자와의 관계성이 생길 때 특별해진다. 이때 의 공간은 캐릭터들이 사랑하고 이별하는 연애사가 세세히 기록되는 일 기장이며, 영화는 이들의 사연을 펼쳐내는 스토리텔링의 장이 된다. 이렇 게 공간은 서로를 기억하고 인연의 끈이 지속적으로 연결되는 중요한 역 할을 하게 된다. 따라서 이 영화에서 공간은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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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을 통해 의미를 생성하고, 기억을 축적시키는 집합소가 된다.

둘째, 영화는 ‘지금, 여기’에 있는 관객들에게 ‘그때, 거기’의 이야기를 공감각적으로 제시해 ‘지금, 여기’를 살아가게 하는 문화 기억의 영화다.

영화의 관점은 과거의 기억만을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재인식하 도록 돕고 있다. 다시 말해 이 영화는 과거의 단순한 회상의 감성을 넘 어서 과거를 반복하면서 현재를 새롭게 하며 자신의 기억의 차이를 발견 하는 열린 미래를 향한다. 따라서 이 영화는 기억을 통해 현재가 과거와 연장되고 예측 불가능한 미래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셋째, 영화는 공간을 통해 관객의 기억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었다. 주인 공 미수와 현우가 성장하는 시간 속에서 둘 만의 사연이 축적되는 공간 이 바로 가시화된 시간이자, 기억을 회상하는 중요한 매체가 된다. 이때 의 기억은 흔적이나 저장된 ‘기술’로서의 기억이 아니라 다양한 시각에 의해 새롭게 구성되는 ‘활력’으로서의 기억에 해당하며, 영화는 공간에 담긴 이야기를 통해 관객의 기억에 활력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영화 속의 기억은 한 연인의 사랑이야기지만, 그 시대를 회상하게 하는 여러 공간들을 매체로 삼고 있기 때문에 관객에게도 회상의 과정이 전이되고 있었다.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을 보는 관객들이 목격한 것은 지금은 볼 수 없 는 과거의 제과점이나 라디오만은 아니다. 영화를 통해 관객은 감수성이 예민하던 20대, 첫사랑의 열망이 기록된 이야기를 보면서 그동안 잘 살 기 위해 버렸던 소중한 것들을 다시 회상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재구 성된 문화 기억은 관객과 영화를 연결시키고 세대 간 이해의 폭을 넓히 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연구를 통해 특정한 장소를 통해 자신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과거의 흔적을 찾는 추억의 여정을 관객에게 권유하는 것이 바로 이 영화가 관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임을 확인하게 되었다.

이는 앞서 아스만이 강조한 “활력으로서의 기억”이며, 이 영화를 통해 문화 기억의 콘텐츠화의 현재와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리하자면,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은 개인적 차원의 기억이 공간을 매개로 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사회문화적 차원의 의미를 생성하는 문화

기억의 영화다. 이야기가 내재된 공간은 기억될 수밖에 없다. 둘만의 첫 사랑의 사연이 공간이라는 가시화된 시간을 중심으로 쌓여 영화를 보는 현재의 관객에게 각자의 과거에 침투하게 하는 것이 이 영화가 가지는 기억의 힘이다. 특히 제과점이나 자취방이 미수와 현우의 ‘사적인 장소’

라면 라디오는 전파를 통해 당시 ‘유열의 음악앨범’을 들었던 모든 사람 들의 ‘공적인 장소’로 공감대를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영화 속에서 공간이 기억을 담는 메타포로 작용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문화콘 텐츠의 스토리텔링이 관객에게 시간과 공간의 저항을 이겨내는 기억의 힘을 선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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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30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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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초록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에서 나타난 감성적 기억의 공간 오승희

이 연구는 한 편의 영화가 그 속에 담긴 공간들을 통해 특정 시대를 살 았던 관객들의 개인적이지만 동시에 집단적 기억을 불러일으키며 또 하 나의 문화 기억을 구성하고 있음을 탐색한 논의이다. 1990년대를 배경으 로 한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을 사례로 라디오와 pc통신 등 미디어가 구성하는 상징적인 공간들을 현실에 실재하는 제과점, 자취방 등의 공간 들과 구별하여 다음과 같이 공간들이 지닌 특성과 그것의 문화적 의미를 발견하였다.

첫째, 영화 속 공간에서 캐릭터들은 끊임없이 자신들의 사연을 통해 의 미를 생성하고 있었다. 여기서 공간은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사연을 통 해 의미를 생성하고, 기억을 축적시키는 집합소가 된다. 둘째, 이 영화는

‘지금, 여기’에 있는 관객들에게 ‘그때, 거기’의 이야기를 공감각적으로 제시해 ‘지금, 여기’를 살아가게 하는 기억의 영화다. 셋째, 영화는 공간 을 통해 관객의 기억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었다. 공간을 통해 소환된 문 화 기억은 관객과 영화를 연결시키고 세대 간 이해의 폭을 넓히는 역할 을 하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은 개인적 차원의 기억을 공간이 매 개가 되어 스토리텔링하였으며, 관객이 수신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차원 의 의미를 생성하는 문화 기억의 장소성에 관한 콘텐츠이다. 이러한 연 구 결과는 영화 속에서 공간이 기억을 담는 메타포로 작용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문화콘텐츠의 스토리텔링이 관객에게 시간과 공간의 저항을 이겨내는 기억의 힘을 선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주제어 : 장소, 공간, 문화 기억, 영화, 문화콘텐츠, 스토리텔링

■ Abstract

A study on the cultural meaning of the place - Focus on the movie <Tune in for love> -

Seunghee Oh

This study was aimed at researching on the cultural meaning of place, focus on the movie <Tune in for love>, the story about the 90c in Korea. In particular,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place and the activity for remembering, there are 3 characteristics in common.

At the first, the meaning was constantly generating on the stories of the place by the characters. In the movie, the place is making the story about the characters and also became a memorial. Secondly, this movie is about memory, presented

‘now, here’ to the audiences, to let them live with passion from the past days like ‘past, there’. Though the movie, there are some power to the audiences to go toward the unpredictable future by remembering the past to the present again and again.

Lastly, this movie converted the place into the memory. At this time, the memory is not a ‘ars’ for save but a ‘via’ for renewal.

The cultural memory has been connecting to movie and audience from the various generation to understand each others.

In conclusion, <Tune in for love> is a movie of cultural memory to present a social and cultural meaning by storytelling though the place from social to personal. Story makes the place to remember. This movie has a power of memory that gives 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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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erience to the audiences to go back to remember. Therefore in this study is significant to prove that the place in the movie is a metaphor of memory, and storytelling is the cultural contents to present a memory against the time and place.

Keywords : Place, Space, Cultural memory, Movie, Cultural contents, Storytelling

참조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