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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 은 글 긴 생 각
어릴 적 집 앞 골목에 친구들과 옹기종기 앉아 가위바위보에서 이기면 머리 실핀을 맘껏 튕기어 내 땅을 만 드는 소위 ‘땅따먹기 놀이’를 종종 하곤 하였다. 실핀 끝이 닿은 자리부터 줄을 그어 마침내 확보된 땅을 흐뭇 하게 바라보던 생각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 또한 미래세대의 몫과 야생의 안전한 서 식지를 보전하기 위한 땅을 마련하는 일을 염두에 두고 있음이 왠지 우연은 아니지 싶기도 하다.
정전 60주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대통령의 세계평화공원 구상 발표도 6개월을 넘기고 있다. 정전 60주년 이 지나기 전에 분단의 고착화를 막고 인류평화에 이바지하기 위한 작은 실천에 나름의 조급함이 인다. 진 정 북측의 긴장을 늦추고 DMZ 일원 주민들의 불만을 조금이라도 해소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어쩌면 어느 날 갑작스럽게 우리 곁에 다가올지도 모를 통일을 대비하여 무분별한 개발을 막기 위한 방법 으로 독일 접경지역 그린벨트와 유러피언 그린벨트의 사례처럼 우리 DMZ(남측) 전역도 에코벨트로 조성 될 수 있길 바라본다. 그 실현의 방법으로 DMZ 내 사유지를 기부하거나 땅 1평씩을 저축하는 운동을 통하 여 미래세대와 야생의 안전한 서식지를 보전할 수 있는 땅을 마련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아가 북측 DMZ 일원의 생태계서비스를 남측이 구매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남측 DMZ 일원의 생태계 서비스는 국민들이 구매하는 생태계서비스에 대한 보상의 개념을 도입해본다면, 또 민통선 일원을 FAO 세 계농업유산 등으로 선정하여 농림업과 전통문화 및 생물다양성을 기반으로 지속가능발전을 이룩할 수 있도 록 한다면, DMZ를 통하여 세계평화를 꿈꾸고 민통선 일원의 주민들도 DMZ와 민통선 일원의 자연자원을 활용하여 지역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지 않을까에 대하여도 감히 한번 생각해본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우선 남북의 신뢰가 바탕을 이루어야 가능할 일이니 정전 60주년을 보내는 즈음 안 타까움만 늘어가는 가운데 그래도 희망의 미래를 위한 소망을 다시 한 번 품어본다.
아름다운 소망
황은주 | 자연환경국민신탁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