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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각스님과 아산 봉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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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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즘은 꼭 그렇지 않지만 음력 3월이면 강남 갔던 제비는 어김 없이 옛집으로 돌아왔었다. 옛 주인을 찾아온다. 고양이도 어 느 정도 자라면 가출을 한다. 그러다가 문득 옛 주인에게 돌아온다.

사람들도 고향을 떠날 때는 꼭 다시 돌아오겠다는 바람을 갖는다. 고 향에 어머니가 계시면 다짐이 된다. 모두가 귀소본능이다.

나의 고향은 서울 한복판이었다. 어릴 때 지금 교보빌딩 뒤편에 있 던 청계천으로 흘러 들어가는 실개천에서 송사리를 잡은 적도 있었다.

지금은 재건축 등으로 크게 변했지만 그래도 골목골목에 희미하지만 옛 흔적이 남아 있는 것만도 고맙다. 그래서 조그마한 평수의 아파트

라도 하나 구해서 다시 돌아올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도 있다. 하지만 어릴 때 친구 하나 없는 곳은 이미 고 향이 아니라는 생각에 거뒀다. 인연이 없어지면 장소가 어떻듯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는 듯하다.

충남 아산에 봉곡사라는 유서깊은 절이 있다. 만공스님 흔적이 남아 있는 절이다. 대웅전과 주지스님이 거처하는 조그마한 집 한 칸과 요사채가 전부다. 꼭 봉곡사가 아니어도 이러한 절은 주위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럼에서 불구하고 봉곡사에 애착이 갔다. 고향집과 같았다. 주지스님인 묘각스님 때문이었다. 절집 에 가서 참선을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도우들과 함께 봉곡사를 찾으면 격의 없이 대했고 앞선 지혜를 나누 어 주었다. 다 인연이란다. 어느 해인가 초파일날 봉곡사를 찾은 적이 있다. 묘각스님이 하도 바빠서 그냥 먼발치에서만 보고만 왔었다. 그때 섭섭했다기보다는 그래도 고향집을 잠시 둘러 볼 때와 같은 안도감이랄 까 편안함을 느끼고 돌아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던 것이 봉곡사에 가던 발길을 끊었다. 묘각스님이 봉 곡사를 떠난 이후부터다.

전해 들으니 묘각스님이 봉곡사를 떠나게 된 것은 봉곡사를 만공스님의 명성에 걸맞는 절로 키우려는 본사의 결정이었다고 한다. 아마 지금쯤 봉곡사로 들어가는 길은 전보다 잘 정돈되었을 것이고 옆 공터에 는 새로운 법당이 더 크게 지어졌을 것이다. 그렇지만 묘각스님의 정취은 없어졌을 것이다. 봉곡사는 이제 고향을 느낄 수 없는 생소한 곳일 수밖에 없다. 인연을 다했기 때문이다.

음력 3월의 제비, 옛집 찾아오는 고양이, 서울 한복판의 고향집, 아산 봉곡사 등 이러한 편린들은 우리 가 되돌아가고 싶은 곳은 인연이 어우러져 있는 곳이지 새롭게 잘 가꾸어진 곳만은 아니라는 것을 일깨운 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인연이 장소보다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 본다.

김재영|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묘각스님과 아산 봉곡사

짧 은 글 긴 생 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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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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