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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리 스튜디오 애니메이션의 함축적 표현에 관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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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일_2014.10.10 심사기간_2014.11.01-24 게재확정일_2014.12.10

지브리 스튜디오 애니메이션의 함축적 표현에 관한 연구

A Study on the Connotative Representation of Ghibli Studio Animation

오동일, 선문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Oh, Dong Il_The Department of Cultural Contents, Sun-Moon University

차례 1. 서론

1.1. 연구배경 및 목적 1.2. 연구범위 및 방법

2. 이론적 배경: 함축의미에 대한 접근 2.1. 기호학적 토대

2.2. 의미작용 체계에서의 함축의미 2.2.1. 1, 2단계 수준의 의미작용 체계 2.2.2. 함축의미의 개념적 특징 2.2.3. 함축의미의 의미작용 방식

3.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함축적 표현에 대한 분석 3.1. 거리두기를 통한 함축적 표현

3.2. 대응적 신화로서의 함축적 표현 3.3. 애니미즘 전통의 함축적 표현 4. 결론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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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리 스튜디오 애니메이션의 함축적 표현에 관한 연구

A Study on the Connotative Representation of Ghibli Studio Animation

오동일, 선문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Oh, Dong Il_The Department of Cultural Contents, Sun-Moon University

요약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은 고유의 2D 애니메이션 미학과 기법을 토대로 오랜 시간 전 세계 애니메이션 시

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왔다. 그리고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은 외시적 표현을 중심으로 관객의 의식을 몰입시 키고 이끌어가는 디즈니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관객 스스로 작품을 고찰하고 해석하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함축적 표현을 주로 보여준다. 그러므로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의미작용 체계가 지니고 있는 특징에 대한 분석은 궁극적 으로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함축적 표현에서 나타나는 미학적 특징과 가치를 살펴보는 것이다. 그리고 본 연구는 지브리 애니메이션이 관객에 의해 어떻게 수용이 되는 가에 대한 것으로써 결국 지브리 애니메이션이 추구하는 리얼리티 효과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를 위하여 본 연구에서는 방법론적으로 ‘거리두기’, ‘대응적 신화’, ‘애니 미즘’이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지브리 애니메이션 작품에서 보이는 함축적 표현의 형식과 배경적 특징에 대해 접 근하고 있다. 캐릭터와 스토리를 중심으로 하는 대부분의 애니메이션 작품들은 ‘외시의미’와 ‘함축의미’의 의미작 용 체계를 동시에 담고 있다. 그러나 본 연구를 통해 알 수 있듯이 감독과 애니메이터가 추구하는 의미작용 체계 에 따라서 각각의 작품에서 보이는 소통과 미학적 표현의 경향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중심어

지브리 애니메이션 함축의미

미학 소통

ABSTRACT Ghibli studio’s animations, which have led the world’s animation markets for a long time, show their own unique, inherent characteristics in the representation of animated images based on aesthetics and techniques in 2D animation. Unlike Disney animation shows the tendency that makes the consciousness of the audience immersed and led into animation works by pursuing denotative representation, Ghibli animations mainly show connotative representation that make the audience contemplate and interpret the works arbitrarily by itself. As such, the analysis on the characteristics of the signification system of Ghibli animations that this essay centrally deals with eventually examines the aesthetic characteristics and value of Ghibli animations.

Moreover, this essay examines how Ghibli animations are accepted by the audience. This can be considered the analysis on the reality effect that Ghibli animations pursue. For this purpose, this essay methodologically examines the formal and background characteristics of the connotative representation appears in Ghibli animations, from the perspective of the three keyword: ‘distanciation’, ‘counter myths’ and ‘animism’. In general, most animation works focusing on characters and stories contain the signification systems related to ‘denotation’

and ‘connotation’. However, noteworthy is the fact that the tendency of communication and aesthetic representation shown in each work appears differently, depending on the signification system that the director and animator pursue, can be known through this study.

keyword Ghibli Animation Connotation Aesthetics Communi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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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1.1. 연구배경 및 목적

스튜디오 지브리의 장편 애니메이션은 전 세계 장편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비평적으로나 상업적으 로 큰 성공을 거두며 테즈카 오사무(Tezuka Osamu) 감독 이후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의 도약을 이끌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스튜디오 지브리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風の谷の ナウシカ, 1984)의 성공 이후, 1985년 6월 15 일 도쿠마 서점의 출자로 설립되었다. 그리고 1986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천공의 성 라퓨타 (天空の城ラピュタ)>를 시작으로 <이웃집 토토로(となりのトトロ, 1988)>, <반딧불의 묘(火垂るの墓, 1988)> 등 수많은 장·단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하였다. 특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千と千尋の神 隱し)>은 아카데미상 장편 애니메이션부문 작품상을 수상함으로써,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미학적 위 상을 전 세계에 알리기도 하였다. 테즈카 오사무가 <철완아톰(鉄腕アトム, 1963)>을 통해 일본 애니 메이션 산업의 발전적 토대라고 할 수 있는 고유의 ‘리미티드 애니메이션(limited animation)’ 스타 일(미학)을 구축하고 전 세계인들에게 ‘아니메( アニメ)’에 대한 미학적 이미지를 각인시켰다면, 미야 자키 하야오와 타카하타 이사오 중심의 스튜디오 지브리는 일본 애니메이션 미학을 더욱 발전시키 며 산업적으로도 커다란 영향력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2013년 미야자키 하야오(Miyajaki Hayao) 감독의 은퇴선언 이후 지난 7월 스튜디오 지브 리는 제작 부문에 대한 해체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였다. 그러므로 스튜디오 지브리의 새로운 작품은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지만, 지브리 애니메이션에 대한 연구는 동시대 전 세계 애니메이션 산업을 지탱해 온 커다란 한 줄기를 살펴보는 중요한 작업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스튜디오 지브리가 추구해온 애니메이션 미학의 특징은 무엇인가? 타카하타 이사오에 의 하면 일본 애니메이션은 캐릭터의 움직임이나 뮤지컬과 같은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강조하는 디 즈니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만화의 영향을 받아 오히려 극적인 스토리를 보다 강조한다. 그리고 일 본의 관객도 일본 애니메이션이 제공하는 스토리를 고찰하고 감상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일본 애니메이터들은 엔터테이너로서 부족한 자신들의 능력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1) 지브리 애니메이 션은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보이는 이러한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지브리 애니메이션은 스토리텔 링에 있어서 근본적으로 캐릭터의 절제된 움직임과 대사를 통해 관객의 의식을 이끌어가기보다는 작품을 고찰하고 해석하도록 한다. 즉, 지브리 애니메이션 미학에서 보이는 함축적 경향은 관객과 의 의미작용 체계에 있어서도 고유의 특징이 있다는 점을 말해주는 것이다.

실제로,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 제작방식은 2D 형식의 풀 애니메이션(full animation)으로 디즈니 스튜디오와 기법적으로 공유하는 부분이 크다고 할 수 있지만, 지브리와 디즈니 애니메이션 사이에는 누구라도 쉽게 인지할 수 있는 분명한 미학적 차이가 존재한다. 그것은 결코 좋고 나쁨의 차원이 아니라, 두 애니메이션 사이에 존재하는 의미작용 체계의 차이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본 연구의 궁극적인 목적은 지브리 애니메이션에 나타나는 의미작용 체계와 미학이 지니 고 있는 본질적인 특징을 이해하고 분석하기 위하여, 지브리 애니메이션에서 보이는 의미론적 체계 의 토대가 되는 함축적 표현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그리고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표현과 소통의 특징을 살펴보는 것은 의미론적 관점에서 관객에 의해 작품이 어떻게 읽히는가에 관한 논의이며, 그것은 곧 작품에서 보이는 실재성에 대한 구체적인 접근과 분석이 될 것이다.

1.2. 연구범위 및 방법

애니메이션에서 관객과의 의미작용을 통해 리얼리즘을 형성하는 언어적 요소는 매우 광범위한 영 역에 걸쳐 있기 때문에 연구범위와 방법에 대한 분명한 설정이 없이는 피상적 논의에 그칠 수도 있 다. 그리고 언어로서의 의미론적 단위라는 기호학적 문제에 있어서 실사영화의 경우에는 이미 상당 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같은 시각적 요소라고 해도 애니메이션의 언어가 실사영화의 언어와 동일할 수는 없으며, 그것이 생산해 내는 의미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1) 高畑勳, 映畵を作りながら考えたこと(1991-1999), 東京, 德間書店, 1999, pp.7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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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실사영화에서의 샷(shot)은 작품을 구성하는 의미론적 단위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경 향이 강하다. 그러나 애니메이션에서는 기본적인 제작 단위가 프레임(frame)이기 때문에 샷이 의미 론적 단위가 될 수 없다. 즉, 프레임 단위로 만들어지는 애니메이션 작품에서 의미론적 담론을 내포 하는 언어적 요소에 대한 논의는 샷이 아닌 프레임 단위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2) 그 러므로 본 연구는 지브리 애니메이션에서 보이는 의미 전달의 의미작용 체계를 프레임 단위의 이미 지를 중심으로 접근하고자 한다. 그리고 의미작용 체계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연구를 통해 지브 리 애니메이션이 보여주는 미학적 경향의 특징까지 연결시켜 살펴보도록 하겠다.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의미작용에 대해 체계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이론적 배경으로 의미작용에 대한 기호학적 논의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수많은 이론가들에 의해 본 논문의 주제와 밀 접한 관련이 있는 언어의 의미 구조에 관한 개념적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어 왔다. 본 논문은 그러 한 논의들 중에서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의 신화론에 대한 담론을 토대로 애니메이션의 의 미작용 체계에 대해 접근하고자 한다.

바르트는 루이 엘름슬레우(Louis Hjelmslev)의 의미작용 모델을 바탕으로 기호의 함축적 의미작 용이 한 사회의 문화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작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을 다각적으로 제공하고 있다.3) 특히, 그는 기호학과 구조주의 학자이면서 동시에 문학가이자 문학평론가로서 미술, 연극, 영 화 및 사진과 관련된 심도 있는 글을 다수 발표하였다. 이론적 다양성을 내포하고 있는 그의 신화 론은 문학, 회화, 무용, 건축, 사진, 조명 등 다양한 예술 분야의 유무형적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융 합되어 있는 애니메이션의 언어적 의미작용 체계에 접근하고 분석하기에 적당하다고 할 수 있다. 그 리고 바르트의 신화론을 토대로 하여 지브리 애니메이션에서 보이는 함축적 표현을 분석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그들의 의미작용 체계와 미학적 경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2. 이론적 배경: 함축의미에 대한 접근

2.1. 기호학적 토대

애니메이션의 대부분은 감독이나 애니메이터의 영감과 의도에 의해 구축된 의미작용 체계를 통해 신화적 메시지를 관객에게 전달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프레임별로 구축된 애니메이션의 언어적 요소들은 뚜렷한 미학적 경향을 보여주게 된다. 그러므로 애니메이션 작품에서 의미작용 체 계의 본질은 신화를 형성하는 소통에 있으며, 그 과정 속에서 관객에게 신화가 읽히게 되는 리얼리 티 효과는 각 작품마다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볼 때, 애니메이션의 의미작용 체계 와 미학은 신화에 대한 기호학적 논의로부터 충분히 접근될 수 있다.

페르디낭 드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가 언급하였듯이, 의미작용은 가장 기본적으로 기표 (signifier)와 기의(signified)가 연결되어 일어나는 과정이다.4) 물론, 기호의 의미작용은 그렇게 단 순하게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소쉬르에 따르면, 기호의 의미는 그것이 다른 기호들과 갖는 관계 구 조(의미가치)에 의해서 결정된다. 그리고 이들 기호들의 관계 구조는 문화와 상황에 따라서 다양하 게 나타날 수 있으며, 기호 사용자가 갖는 문화적 경험에 따라서 기호가 서로 다르게 읽히고 쓰일 수 있다. 이러한 논의의 관점은 바르트의 신화론 저변에 깔려있는 기본적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의미작용의 논의를 보다 발전시켜 기호와 약호, 더 나아가 텍스트에서의 의미작용을 분석할 수 있 는 체계적인 모델을 제시한 것은 루이 옐름슬레우이며, 그러한 이론적 모델을 보다 다양하게 활용

2) 프레임 중심의 애니메이션 제작 형식은 애니메이션이 장르적으로 지니고 있는 개념 및 정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애니메이션은 움직이는 그림의 예술이라기보다는 그려진 움직임의 예술이다. 각 프레임 위에서일어나는 것보다는 각 프레임 사이에서 일어나 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그러므로 애니메이션은 각 프레임 사이의 보이지 않는 공간을 조작하는예술이다.” Charles Solomon,

"Animation: Notes on a Definition,"The Art of the Animated Image: An Anthology (Los Angeles: The American Film Institute, 1987), p.11. 위의 글은 노먼 맥라렌(Norman McLaren)이 애니메이션의 정의와 관련하여 언급한 것으로서가장 보 편적으로 인용되고 있다. 그리고 그는 이후 위 글에 덧붙여, “그림이 아닌 정지된 사물, 인형, 그리고 인간도 모두 애니메이티드 (animated) 될 수 있다고 하였다.” Maureen Furniss, Art in Motion:Animation Aesthetics (London: John Libbey, 1998), p.5. 노먼 맥라렌은 애니메이션의 재료보다 애니메이션의 본질인 '생명력의 환영 (illusion of life)'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방법론에 대해 언급하고 있으 며, 프레임의 조작을 통한 움직임의 타이밍이 가지고 있는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3) Roland Barthes, Mythologies, translated by Annette Lavers (New York: Hill & Wang, 1972)

4) Ferdinand de Saussure, General Linguistics, translated by Wade Baskin (New York: Philosophical Library, 1959), pp.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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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것이 바르트라고 할 수 있다.5) 옐름슬레우는 그가 ‘함축적 기호학(Connotative Semiotics)’이라 고 부른 기호의 의미작용 모델에서 기호의 의미작용을 1, 2단계의 의미작용 수준으로 나누었는데, 1단계 수준은 ‘외시의미(denotation)’, 2단계 수준은 ‘함축의미(connotation)'로 구분하였다.6) 그리 고 바르트는 옐름슬레우의 의미작용 모델을 토대로 하여 기호의 함축적 의미작용이 한 사회의 문 화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작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다양한 분석을 제공하고 있다.

2.2. 의미작용 체계에서의 함축의미 2.2.1. 1, 2단계 수준의 의미작용 체계

기호의 의미작용은 일차로 기표와 기의가 연결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데, 이것이 1단계 수준의 의미작용으로서 여기서 만들어지는 의미가 외시의미(denotation)이다. 다시 말하면, 외시의미는 실 질에서 나누어진 하나의 기표와 이에 상응하여 나누어진 하나의 기의가 연결되어 만들어지는 의미 이다.

그러므로 1단계 수준의 의미작용에서는 하나의 기표가 하나의 기의만을 갖기 때문에 기호는 ‘일의 적 의미’만을 갖는다. 수학이나 화학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은 과학적 기호들의 체계, 신호체계와 같 은 논리적 약호에서는 통상적으로 기호의 의미가 1단계의 의미작용으로 끝난다. 즉, 하나의 기표가 하나의 기의만을 전달하고 다른 의미로 해석될 소지 없이 의도된 정확한 의미전달이 이루어져야 하 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수학이나 화학의 영역 안에서 사용되는 원칙이 그렇다는 것이지 그 외의 용도에서는 과학적 약호도 2단계 수준의 의미작용인 함축의미로 연결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에게 숫자 ‘7’은 행운을 나타내는 기호로, 동양에서 숫자 ‘4’는 악운의 기호로 해석될 수 있다.

2.2.2. 함축의미의 개념적 특징

바르트는 신화를 ‘상호 연결된 함축적 개념의 연쇄’로 접근한다. 또한, 그에게 있어서 신화는 1단계 의미작용 체계가 촉발하는 상호 연관되는 연쇄적 함축의미(개념의 연쇄)를 통해 그 모습을 드러내 는 것이다. 예를 들면, 최근 얼마까지만 하더라도 남성과 여성에 대한 사회적 통념은 상반되어 있었 다. 남성은 강하고 적극적이고 이성적인 반면에 여성은 약하고 소극적이며 감성적이었다. 따라서 위 기 상황의 경우 남성은 여성을 구출하고 보호하는 자로 나타나며, 갈등상황의 경우 남성은 이성적 으로 행동하고 여성은 충동적, 감성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실사영화나 TV드라마에서 보이는 남성 과 여성에 대한 전형적인 묘사였다. 즉, 공포에 질린 여성을 용감하게 구출하는 실사영화의 한 장면 이 전달하는 함축의미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일반적 통념의 연쇄를 통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므로 실사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보이는 특정 장면의 함축의미는 그 장면이 만들어지기 이전 에 이미 사회적 통념이나 사회적 가치로서 문화 속에 내재되어 있는 것이며, 영상 콘텐츠에서 보이 는 이미지는 신화를 구성하는 연쇄적 개념들을 촉발시키는 재료라고 할 수 있다. 즉, 신화의 1단계 의미작용 체계인 언어, 사진, 그림, 포스터, 물건 등은 기본 재료라고 할 수 있으며 신화를 전달하기 위한 순수한 형식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바르트는 2단계 의미작용 체계를 1단계 의미작용 체계와 구분하여 기표를 형식, 기의를 개념,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내는 전체를 의미작용이라고 언급하였다.

바르트의 논의에 따르면, 신화는 함축의미와 같은 방식으로 생성되는 것이지만 특별한 종류의 함축 적 체계인 것이다.7)

5) 외시의미(denotation)와 함축의미(connotation)의 의미작용 체계에 대한 모델은 원래 옐름슬레우가 제시하였지만, 바르트의 이 론적 논의가 보다 보편적으로 인용되고 있다. Jürgen Trabant, “Louis Hjelmslev: Glossematics as General Semiotics,” in Martin Krampen et. Al, (eds), Classics of Semiotics (New York: Plenum Press, 1987), pp.89-108; Roland Barthes, Writing Degree Zero & Elements of Semiology, translated by Annette Lavers and Colin Smith (London: Jonathan Cape Ltd., 1984), pp.149-153

6) Jürgen Trabant (1987), pp.89-108

7) 바르트는 신화를 하나의 파롤(parole)이라고 정의한다. 언어는 다른 이와의 소통이기 때문에 서로 공통된 규칙이 존재한다. 여기 서 우리가 개별적으로 대화하는 것을 파롤, 그리고 공통된 문법이나 낱말들에 존재하는 서로간의 규칙으로 고정적인 것을 랑그 (langue)라고 할 수 있다. 같은 말이라도 상황이나 억양에 따라 받아들여지는 의미가 달라지는 것도 파롤 때문인 것이다. 그러므로 바르트는 신화의 자의적 특징을 파롤로 표현한 것이다. Roland Barthes (1972), pp.115-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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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함축의미는 계열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고 또한 통합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선택 가능성 이 있는 여러 가지 다른 기표 대신에 특정한 기표가 선택되는 바에 따라서 계열적 함축의미가 일어 날 수 있으며, 여러 기표의 전개 순서에 따른 결과로서 통합적 함축의미가 일어날 수 있다. 즉, 함축 의미는 기표가 선택되고 배합되는 방식에 따라서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2.2.3. 함축의미의 의미작용 방식

1단계 수준의 의미작용인 외시의미가 객관적 가치를 갖는 것이라면 함축의미는 기호 사용자의 주 관적인 정서나 느낌 또는 이것을 서로 공유하게 되는 상호 주관적인 문화적 경험이나 가치에 의존 한다. 따라서 외시의미는 함축의미에 비해 보다 안정적인 의미가치를 갖는 반면에 함축의미는 보다 다의적이고 유동적인 의미가치를 갖는다. 그러나 외시의미와 함축의미의 근본적인 차이는 이러한 점에 있기 보다는 2단계 수준의 의미작용이 반드시 1단계 수준의 의미작용 체계에 의존한다는 것 이다.

또한, 함축의미가 외시의미 체계를 기표로 한다는 사실은 1단계 의미작용 체계의 형식에 의존한다 는 것을 말한다. 이 점은 사진과 같은 유상 기호가 강한 장르인 경우에서 보다 명확하게 드러난다.

‘캠퍼스’를 소재로 한 사진을 찍을 때, 화창한 날을 선택하여 생동감이 넘치는 대학 캠퍼스의 모습 을 칼라사진 속에 담을 수도 있고, 방학 중 한산한 캠퍼스의 모습을 흑백사진으로 쓸쓸하게 묘사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캠퍼스’라는 제목의 두 사진이 전달하는 외시의미는 같을지 모르지만, 사진 이 전달하는 함축의미는 상이할 수밖에 없다. 한 장의 사진은 젊음, 낭만, 밝은 미래를 함축하고 있 다면, 다른 한 장의 사진은 취업난, 어두운 미래에 대한 함축의미를 전달한다. 즉, 두 장의 사진이 갖 는 의미의 차이는 기표가 갖는 스타일(형식)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러나 사진은 유상 기호로서 높은 기호 동기를 갖고 있기 때문에 대개 사진이 나타내는 부가적인 함축의미를 객관적인 외시의미로 파악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사진과 같은 유상 기호들은 그것의 지시대상과 시각적 이미지가 유사하고 이 같은 유사성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것이 어떻게, 왜 만들어졌는지에 대해 깨닫지 못하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보이는 그대로를 믿게 만든다. 언어와 같 은 자의적 기호가 갖는 힘은 기표와 기의 사이에 커다란 차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에서 나오지만 사 진과 같은 영상 장르가 갖는 힘은 그와 같은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의 관점에서 볼 때, 애니메이션의 경우도 유상 기호를 통해 부가적인 함축의미를 객관적인 외시의미로 파악하게 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상업적 성공을 목적으로 제작되는 장편 애니 메이션이나 TV시리즈 애니메이션은 효과적인 의미작용을 위해 1단계 수준의 외시의미를 중심으로 스토리텔링을 하는 경향을 강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애니메이션 작품들의 공통점은 문화적, 언어적 장벽을 뛰어넘어 모든 관객이 쉽게 이해하고 읽어낼 수 있는 보편적 언어를 토대로 애니메이션 작품 의 스토리텔링을 이끌어가는 것이다.

3.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함축적 표현에 대한 분석

3.1. 거리두기를 통한 함축적 표현

1988년에 발표된 타카하타 이사오 감독의 <반딧불의 묘>는 거리두기를 통한 함축적 표현을 의미작 용 체계에서 잘 보여주고 있는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1945년 9월 21일 밤 나는 죽었다”

이 작품은 주인공 세이타의 비디제틱적인(non-diegetic)내레이션으로부터 시작한다.8) 그러므로 관 객은 작품의 시작과 함께 경험하게 되는 비디제틱적인 내레이션으로 인하여 작품 속에 몰입 - 감정 이입 - 하기 보다는 애니메이션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즉, ‘거리두기’라는 미학적 기

8) 디제시스(Diegesis)의 개념은 텍스트가 창출해 낸 세계와 어떤 부가 적인 것들(non-diegetic)과의 구분을 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디제틱 (diegetic) 세계와 비디제틱 세계를 구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서사구조 속에서 캐릭터들이 지각할 수 있는 것(시청각 텍 스트에서 보고 듣 는 것)과 관객들이 지각하는 것 사이의 차이를 고려하는 것이다. 작품 속 캐릭터는 디제틱적 요소만을 지각할 수 있을 뿐이지만, 관객은 비 디제틱적인 요소들을 포함하여 텍스트가 제공하는 모든 것을 지각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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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을 작품의 도입부에서부터 보여주며, 관객 스스로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신화적 메시지를 고 찰하도록 하는 것이다.9)

작품의 도입부는 태평양 전쟁 당시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캐릭터 및 배경디자인을 통해 외시 적 공감(sympathy)을 이끌어낼 수 있는 조건적 요소를 충분히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 디제틱적인 내래이션을 통해 관객의 의식을 환기시킴으로써 소격효과(alienation effect)를 극대화 하고 있다. 그것은 감독인 타카하타 이사오가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신화적 메시지에 대해 관객 스스로 다가설 수 있도록 하는 연출적인 의도라고 볼 수 있다.

일본문화에 관한 서구학자인 안토니아 레비(Antonia Levi)가 언급한 것처럼, 전통적인 서구의 드라 마는 일반적으로 관객을 완전하게 감싸고 그들이 보는 것이 실제로 일어나는 것처럼 설득한다. 그 러므로 관객은 실재와 허구를 구분하는 의식을 일시적으로 잃어버린다. 그러나 반대로 일본의 드라 마는 관객이 보고 있는 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실제로 일본의 예술적, 연극적 전통 은 서구와 달리 결코 리얼리즘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 않다. 드라마를 포함하는 예술 전반에 걸쳐 서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주제의 본질을 읽어내도록 하는 기법들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10) 이 논 의를 지브리 애니메이션에 확장하여 접근해보면,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관객은 작품이 보여주는 언 어적 요소들(기표들)을 통해 작품에 내포되어 있는 함축의미를 읽어가게 된다. 다시 말하면, 지브리 애니메이션은 관객의 의식을 이끌어가는 사실적인 강렬한 장면보다는 관객의 의식을 채워나가고 함축의미를 촉발시키는 연쇄적 재료들을 중립적으로 보여줄 뿐이다. 그러므로 일본 예술과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서구의 관객들은 지브리 애니메이션과의 의미작용에 있어서 다소 차이를 보일 수도 있다.

소련의 영화감독이자 이론가였던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Sergei Eisenstein)은 일본의 전통극인 가부키(歌舞伎)로부터 ‘중립화(neutralization)’ 이론을 정립하기 위한 미학적 영감을 얻었다.11) 그 리고 일본의 애니메이션에서도 가부키의 그러한 ‘다중심적 구성’의 양식화된 미학을 엿볼 수가 있 으며, 지브리 애니메이션에서도 그러한 미학적 특징을 쉽게 찾아볼 수가 있다. 지브리 애니메이션은 중심적인 캐릭터의 연속적이고 역동적인 동작이나 특정의 미학적 효과만을 가지고 스토리텔링의 연속성을 이어가지 않는다. 애니메이션의 이미지를 구성하는 모든 시청각적 요소들이 중립적인 앙 상블을 이루고, 그러한 일련의 이미지들을 전환시킴으로써 작품이 내포하고 있는 함축적인 메시지 를 관객에게 전달한다. 그러므로 관객은 애니메이션을 감상함과 동시에 참여적인 의식을 통해 작품 이 전달하는 메시지와 의미작용을 하게 되는 것이다.

1995년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발표된 콘도 요시후미(Kondo Yoshihumi) 감독의 <귀를 기울이면(耳 をすませば)>은 본 논의와 관련하여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이 작품의 이미지는 현실을 시각적으로 그럴듯하게 구성하고 있으며, 이미지 속에 구성된 공간에서 캐릭터들의 일화가 묘사된다. 그러나 작 품 속에는 시각적으로 얻어진 현실만 존재할 뿐, 그 현실을 구성하는 사회적 존재로서의 실제적인

‘나’는 결여되어 있다. 캐릭터들은 가정이나 교실 같이 이미 주어진 한정된 공간에서만 머물고 있고, 그들의 실제적인 삶을 이루는 실질적 조건들은 표현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파편적인 공간과 캐 릭터들의 일화가 중립적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특정의 장면이 관객의 의식을 이끌어가지 않는다. 관객은 그러한 중립적인 구성요소들이 총체적으로 만들어내는 상관관계 속에서 작품이 전 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참여적으로 감상하게 된다. 그것은 대부분의 지브리 애니메이션이 그러하 듯이 관객의 의식이 작품에 몰입되어 이끌려가기보다는 거리두기를 통해 작품에 내재되어 있는 함 축의미와 소통하는 것이다.

9) ‘거리두기’는 독일의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의 서 사극 이론 중 하나로서 개념적으로 관객으로 하여금 당연하 고 고정불 변인 것처럼 보이는 사회현상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게 함으로써스스로 깨달음에 이르도록 유도하는 극적 장치를 말한다. 다시 말하면,친숙하고 익숙한 대상에 대해 객관적 거리감을 갖고 비판적으로 바라 볼 수 있도록 새로운 의미 관계를 규정 하거나 대상을 새로운 원근법속에 집어넣는 기법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그의 연극적 목적은 관객의감정이입을 거부하고 관객의 냉 철한 이성과 비판력을 요구하는 것이다.Milly S. Barranger, Theatre: A Way of Seeing (New York: Wadsworth Publishing Company, 1995), pp.124-129

10) Antonia Levi, Samurai from Outer Space: Understanding Japanese Animation (Chicago: Open Court, 1996), pp.21- 22

11) J. Dudley Andrew, The Major Film Theories: An Introduction (London: Oxford University Press, 1976), p.46

(8)

3.2. 대응적 신화로서의 함축적 표현

바르트의 신화론에 따르면, 신화란 그것이 오래되거나 새로운 것이거나 상관없이 특정 시기의 지배 집단으로 자리 잡은 특정 사회계급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신화의 형태와 개념은 반드시 이러한 역사적 발생동기를 수반하고 있지만, 신화가 작동하는 주요 방식은 이 같은 역사적 동기를 은폐하고 이것을 일반적인 상식으로 통용되게 하는 데 있다. 즉, 신화는 그것이 전달하는 의미를 극 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사실로 제시함으로써 그것의 역사적 동기를 은폐하고 결과적으로 신화가 갖 는 정치적 효과(이데올로기 효과)를 은폐하게 되는 것이다.12)

이러한 논의의 관점에서 볼 때, 앞서 언급한 <반딧불의 묘>는 자신들이 추구하는 신화를 전달하기 위해 역사적 동기를 효과적으로 은폐하고 있는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이 작품은 태평양 전쟁 당시 의 일본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어린 남매가 부모와 헤어져 피난지에서 어른들의 냉대와 무관심 속에 비참하게 죽어 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므로 간략한 줄거리 수준에서 이 작품에 접근 한다면 공습과 원폭 투하로 초래된 전쟁의 비극을 단순히 감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즉, 작품에 서 보이는 이미지를 외시적 표현으로 수용함으로써 전쟁의 참상을 감상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 에서 볼 때, 일본의 역사적 배경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부족한 관객의 경우에는 이 작품을 반전(反 戰) 애니메이션 계열로 인식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이 작품이 관객에게 전달하고 있는 2 단계 수준의 함축의미는 일본이 가지고 있는 ‘피해의 신화’이다. 전후 경제 대국으로 발전한 일본이 역사 속 가해자에서 피해자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 작품은 바르트의 현대 신화가 가지고 있는 속성처럼 역사적 동기를 은폐하고 피해자로서 일본이 가지고 있는 피해의 신화 를 보편적인 메시지로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가해자에 대한 일반적인 지배적 신 화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대응적 신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작품에 함축된 피해의 신화는 그 것이 전달하는 의미를 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사실로 제시함으로써 역사적 동기와 신화가 갖는 정치적 효과(이데올로기 효과)를 은폐하는 것이다. 특히, 동기의 자연화 과정에서 최고 수혜자인 일 본은 피해 집단이 되는 것이며, 그러한 사실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보편화되는 것이다.

1994년에 개봉된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平成狸合戦ぽんぽこ)>은 대응적 신화를 보여주는 스튜디 오 지브리의 또 다른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은 ‘인간을 위한 개 발’이라는 지배적 신화에 대해 ‘자연과의 공존’이라는 대응적 신화를 함축적으로 내포하고 있다.13) 이 작품에서 기표는 숲에 사는 너구리들과 도시에 사는 인간들이며, 기의는 사람을 홀리는(일본에 서는 너구리가 사람을 홀리는, 영리한 것을 의미한다) 너구리와 숲에 신도시를 개발하려고 하는 인 간들이다. 그러므로 인간으로부터 숲을 지키려고 하는 너구리들과 숲에 신도시를 개발하려고 하는 인간들이라는 1단계 수준의 외시의미를 전달한다. 그리고 1단계 수준의 외시의미에서 과격하게 인 간들의 개발을 막고자 하는 너구리들, 인간으로 둔갑하여 인간 사회에 적응하는 너구리들, 자연을 그리워하는 인간들과 같은 메타언어적 요소들은 연쇄적 개념들을 촉발시키는 재료이자 형식으로 서 2단계 수준의 함축의미 즉 신화로 연결된다. 자연을 훼손하고 개발을 하는 인간들, 그로 인해 벌 어지는 고통과 재앙들, 인간과 자연의 공존, 자연의 소중함과 평화라는 다양한 신화와 메시지를 2 단계 수준의 함축의미를 통해 관객은 고찰하게 된다.

3.3. 애니미즘 전통의 함축적 표현

일본은 전통적으로 애니미즘이 하나의 신앙 형태로 남아있으며, 그것은 토착신앙의 한 형태인 신도 (神道)로 전해져 왔다. 신도는 일본에 불교가 전해지기 전까지 유일한 신앙이었으며, 다른 종교와 달리 특정한 종교적 체계가 없으며 만물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즉 신(神)을 숭배하는 종교라고 정의할 수 있다.

12) Roland Barthes (1972), pp.121-130

13) 이 작품의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일본의 고도성장기, 조용히 자연에 순응하며 사는 너구리들. 어느 순간 인간이 너구리들의 주거 지역을 침입해 신도시로 개발하려 한다. 이에 너구리들은 수년간 잊혀 온 요술을 구사하기 위해 멀리 시코쿠와 사도의 너구리 수장 을 초빙해 인간에 저항을 한다. 저항 초기 인간에게 위협을 주려 했지만 실패하고, 이에 일부 과격파들이 앞장서 개발을 막아보려 하지만 이마저도 실패한다. 점차 불리함을 깨달은 너구리들은 둔갑술을 할 수 있는 너구리와 못하는 너구리로 나뉘어 생활 방식을 바꾸게 된다. 전자의 경우는 인간으로 둔갑하여 인간 사회에 적응하고, 후자의 경우는 인간에게 자연에 대한 그리움을 갖게 함으 로써 자연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게 한다.

(9)

이러한 애니미즘적 토착신앙의 특징은 일본의 대표적인 전통문화 중 하나인 ‘마츠리(まつり)’ 속에 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마츠리는 본래 ‘신을 맞아들여 공물을 바쳐 기원하고, 신과 인간의 향연을 마친 뒤에 신을 돌려보내는 일련의 행사’를 의미한다. 그리고 마츠리는 일반적으로 신사의 제례를 의미하지만, 각 가정에서 행하는 소규모 행사에서부터 마을, 지역, 국가 행사에 이르기까지 매우 광 범위한 범위에서 의미적으로 수용될 수 있다. 그리고 마츠리는 애니미즘적 토착신앙인 신도의 영향 에 의해 자신들이 숭배하는 신과 즐길 수 있는 공간적, 시간적 환경을 자발적으로 조성하고 즐기는 놀이의 한 형태로 받아들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일본의 전통문화 속에 보이는 이러한 애니미즘적 특징이 일본의 다른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사실은 충분히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안토니아 레비는 일본 토착신앙의 토대 이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애니미즘 중심의 문화적 전통에서 만들어진 그들만의 창작 소재가 상 당부분 창작과정에서 적용되기 때문에 그들이 만들어내는 창작물이 해외 관객에게는 다소 생소하 게 보일 수 있다고 언급하였다.14) 실제로, 수많은 이야기가 일본 토착 신앙인 신도로부터 만들어졌 으며, 그러한 이야기들은 자연숭배의 애니미즘적 의미를 함축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 브리 애니메이션의 <이웃집 토토로>와 <천공의 성 라퓨타>는 본 논의와 관련하여 좋은 예가 될 수 있는데, 그것은 이 작품들이 공통적으로 숲과 나무 그리고 더 나아가 자연을 주요 소재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15)

<이웃집 토토로>는 시골에 살게 된 사츠키, 메이 자매와 숲속의 정령 토토로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작품에서 보이는 토토로는 마을에 바람이 불게도 하고 도토리 열매의 싹이 돋아나게도 한다. 이렇 듯 숲의 정령 토토로는 인간이 가질 수 없는 힘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인간의 삶에 개입하려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츠키, 메이 자매가 힘든 일을 겪을 때에는 여지없이 도와주기도 한 다. 그러므로 작품에서 보이는 토토로의 모습은 우리 인간을 감싸고 보살펴주는 자연의 모습과 크 게 다르지 않으며, 두 자매를 싣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고양이 버스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함축적 으로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즉, 이 작품 곳곳에서 보이는 두 자매와 토토로의 만남은 자연의 위대한 힘과 자연숭배의 당위성을 함축적으로 전달하는 언어적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며, 그것은 일본의 전통문화 속에 보이는 애니미즘적 특징이 토대가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천공의 성 라퓨타>의 경우에도 자연의 중요성과 가치를 보여주고자 하는 애니미즘적 특징은 작품 전반에 걸쳐 찾아볼 수가 있다. 작품의 중요한 키워드인 라퓨타는 이중적인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상층부에는 자연이 숨을 쉬고 있지만, 하층부에는 대량학살이 가능한 무기 등이 장착되어 있다. 그 러므로 라퓨타는 과학문명을 상징적으로 의미하는 것이며,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그 가치 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문명의 극단적인 발전을 위해 자연 생태계를 파괴하려는 인간의 욕망과 자연을 복원시키고 자연과 더불어 생명의 힘을 회 복하려는 인간의 순수성을 대비적이며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4. 결론

모든 애니메이션 작품은 기본적으로 외시의미와 함축의미라는 두 층위의 의미작용으로 접근될 수 있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에서는 그러한 의미작용이 작품에 따라서 다양하게 표현되기도 한다. 지브 리 애니메이션의 경우는 함축적 표현을 통해 관객 스스로 작품이 내포하는 신화를 향유하도록 하 는 것이다. 즉, 모든 애니메이션 작품은 신화를 내포하고 있지만, 그러한 신화를 이루고 있는 기호들 이 관객과 어떠한 방식의 의미작용을 하는 가에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 논문에서 중점적으로 논의하였던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함축적 표현은 디즈니의 외시적 표현과 비교하였을 때 소통적 관점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여준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외시적 표현이 동적 이라면,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함축적 표현은 정적이며 회화적인 경향이 강하다. 지브리 애니메이션

14) Antonia Levi, Samurai from Outer Space: Understanding Japanese Animation (Chicago: Open Court, 1996), pp.33- 65

15) 일본 카나가와대학교 일본민속역사학과 사노 켄지(Sano Kenji) 교수는 일본 문화콘텐츠의 형식과 내용에서 볼 수 있는 애니미즘 적 특징들을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설명하였다. 특히, 그는 일본 전통놀이에서 상징적, 은유적으로 나타나는 자연과 인간 그리고 신의 관계성을 중요하게 언급하였다. 그리고 그러한 문화적 배경과 전통을 동시대 일본의 문화콘텐츠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는 사 실을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작품을 통해 설명하였다. 사노 켄지 교수 연구실에서 인터뷰, 2010.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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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보이는 함축적 표현은 이미지에 나타나는 요소들이 중립적으로 조화를 이루기 때문에 관객이 특정 요소에 몰입하기 보다는 작품 전체를 감상하고 해석하도록 하는 소통과 표현의 특징을 가지 고 있다.

그리고 지브리 애니메이션에서 보이는 소통적 특징은 단순히 애니메이션 분야에만 국한된 것이 아 니라 실사영화, TV 드라마, 비디오 게임과 같은 동시대 일본의 다른 콘텐츠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 을 것이다. 그것은 본 논문에서 논의하였듯이 지브리 애니메이션에서 보이는 소통과 표현의 특징이 일본의 문화사회적 특징을 토대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에서 볼 때, 본 논문은 일본의 문화콘텐 츠 연구를 위한 하나의 방법론적인 접근 시각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참고문헌

Antonia Levi,Samurai from Outer Space: Understanding Japanese Animation (Chicago: Open Court,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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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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