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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조형도자의 재현성과 표현성에 관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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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일_2021.02.10 심사기간_2021.03.01-14 게재확정일_2021.03.24 DOI https://doi.org/10.47294/KSBDA.22.2.36

한국 현대조형도자의 재현성과 표현성에 관한 연구

A Study on the Reproducibility and Expression of Contemporary Sculptural Ceramics in Korea

이훈기, 전북대학교

Lee, Hun Kee_Chonbuk National University

차례 1. 서론

1.1. 연구배경 및 목적 1.2. 연구방법 및 범위

2. 재현과 표현에서의 추상성 2.1. 추상성

2.2. 재현과 표현

3. 현대조형도자

3.1. 미국현대조형도자의 생성과 특성 3.2. 한국현대조형도자의 생성과 특성

4. 한국현대조형도자에 나타난 재현성과 표현성 4.1. 재현적 조형도자

4.2. 재현과 표현이 혼재된 조형도자 4.3. 표현적 조형도자

4.4 한국현대조형도자의 성격 5. 결론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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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조형도자의 재현성과 표현성에 관한 연구

A Study on the Reproducibility and Expression of Contemporary Sculptural Ceramics in Korea

이훈기, 전북대학교

Lee, Hun Kee_Chonbuk National University

요약

중심어 도자 조형도자 추상표현주의 추상 재현 표현

197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도예계에는 기능성이 배제된 조형도자가 활발히 제작되고 있다. 본 연구는 한국 현대조형도자의 성격을 추상적 접근 정도에 따른 재현성과 표현성에 대한 관점 으로 분석하여 그 성격을 규명하는데 목적이 있다. 재현성과 표현성은 고전적 개념에 더해 현대의 확 장된 개념을 적용하였다. 연구 대상으로는 1980년대 이후 대학에서 교육한 작가와 ‘이천세계도자비엔 날레’에서 수상한 국내 작가의 작품을 선정하였다. 연구작품을 고전적 재현, 표현개념과 현대의 확장 된 재현, 표현개념의 관점에서 분석한 결과 신상호와 여선구의 조형도자는 보드리야스의 ‘시뮬라크르’, 최광진의 ‘지칭’, 굿맨의 ‘지시’란 개념으로, 장수홍, 신광석, 서병호의 조형도자는 굿맨의 ‘지시, 은유 적 예시’ 최광진의 ‘지칭, 예시’란 개념으로, 권오훈과 이춘복의 조형도자는 최광진의 ‘예시’, 굿맨의

‘은유적 예시’적 성향을 가진 것으로 분석되었다. 한국의 현대조형도자의 성격은 추상적 접근 정도에 따라 재현적 조형도자, 표현적 조형도자, 그리고 재현과 표현이 혼재하는 조형도자로 구분될 수 있는 데, 재현적 조형도자는 주로 가시적 대상이 모티브로 사용되나 작가의 주관적 개입이 중시되며 일부 표현적 성향을 내포하였고, 주로 비가시적 대상이 모티브로 사용되는 표현적 조형도자는 가시적 대상 이 포함되어 일부 재현적 성향을 내포하였다. 재현과 표현이 혼재된 조형도자에는 가시적, 비가시적 요소가 비등하게 모티브로 사용되는 경향을 보였다. 형태적 측면에서 보면 재현적에서 표현적으로 이행 할수록 기하학적 성향이 증가하는 경향성을 보였다. 작품에 담겨진 추상적 정서는 생명, 마음의 고향, 자연, 환생, 하늘, 신, 어머니, 기억, 목가적 정서, 바람, 빛, 경계 등의 동양적 성격이 주류를 이룬다,

ABSTRACT

Keywords ceramics

formative ceramics abstract expressionism abstract

representation expression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analyze the characteristics of modern Korean sculptural ceramics in terms of reproducibility and expressiveness according to the degree of abstract approach and to identify their characteristics. The research subjects were selected from the artists who have lectured at universities since the 1980s and a number of Korean artists who won the Korean International Ceramic Biennale. According to the analysis of the research work from the perspective of classical reproduction, expression concept, modern extension, and expression concept, Shin Sang-ho and Yeo Seon-gu's sculptures are interpreted as ‘Simulakr’ by Bodriyas,

‘Designation’ by Choi Kwang-jin, and ‘Denotation’ by Goodman. Meanwhile, the sculptural ceramic works by Jang Su-hong, Shin Kwang-seok, and Seo Byung-ho are analyzed as

‘Denotation, Metaphorical denotation’ by Goodman and ‘Designation, Exmaple’ by Choi Kwang-jin.

Lastly, the ceramic sculptures of Kwon Oh-hoon and Lee Chun-bok were understood as

‘Example’ by Choi Gwang-jin and ‘Metaphorical denotation’ by Goodman. The characteristics of modern sculptural ceramics in Korea can be divided into reproductive sculptural ceramics, expressive sculptural ceramics, and sculptural ceramics mixed with reproduction and expression depending on the degree of abstract approach. Reproductive sculpting ceramics are mainly used as motifs of visible objects, but the subjective intervention of writers is important, and some expressive sculpting ceramics, which are mainly used as motifs of non-visual objects, are included as visible objects. Visual and non-visual elements tended to be used equally as motifs in sculptural ceramics mixed with reproduction and expression. From a morphological perspective, the more reproducible to expressive implementation, the more likely the geometric tendency was to incr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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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1.1. 연구배경 및 목적

한국의 현대조형도자에는 미국에서 유입된 추상성을 기반으로 한 성격의 작품들이 1970년대 부터 현재까지 활발히 제작되어 오고 있다. 그 시작은 1950년대부터 일어난 미국 추상표현주의 도자운동의 영향이 크다. 미국 서부해안 도시를 중심으로 피터 볼코스를 위시한 다수의 급진적 인 작가들은 공예의 범주를 넘어 기능과 실용성에 얽매이지 않는 순수 조형예술로서의 조형도 자를 시작하게 된다. 그들의 작품을 일컫는 ‘추상표현’이란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작품은 가시 적(감각적) 대상인 자연이나 사물을 사실적으로 재현하지 않았다. 이후 추상표현주의 도자는 1970년대 한국에 유입되어 대학을 중심으로 도자 전반에 확장되었다. 한국에 유입된 미국의 추상조형도자를 위시한 다양한 유형의 도자에 관한 연구는 논문, 저서, 번역서 등의 방법으로 다수 연구되었지만, 추상적 접근 정도에 따른 재현성과 표현성에 관한 연구는 양적으로 다양한 순수미술에 비교해 다소 부족하다. 이러한 배경에서 한국 현대조형도자의 재현성과 표현성에 관한 연구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었다. 본 연구의 목적은 한국의 현대조형도자의 성격을 추상적 접근 정도에 따라 변하는 재현성과 표현성의 관점으로 규명하는 것이다.

1.2. 연구범위 및 방법

본 연구는 한국 현대조형도자를 재현성과 표현성의 범위에서 분석하는 것이다. 작품을 분석하 기 위해 첫째, 작품분석의 이론적 배경이 되는 추상성에서 재현과 표현의 개념을 고찰하여 그 의미를 파악하였다. 둘째, 한국 현대조형도자와 미국 현대조형도자의 생성과 특성을 고찰하였 다. 셋째, 한국의 현대조형도자의 성격을 추상적 접근 정도에 따라 재현성과 표현성의 관점에서 분석하였다. 넷째, 이상의 고찰과 분석을 통해 한국 현대조형도자에서 성격을 정리하였다.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하였다.

1장에서는 본 연구의 배경과 목적, 방법과 범위를 제시한다.

2장에서는 추상성에 관한 문헌연구로 먼저 재현성과 표현성에 영향을 미치는 추상성을 칸딘스 키와 몬드리안의 작품을 바탕으로 고찰한다. 다음으로 재현과 표현개념을 플라톤(Plato), 장 보드리야스(Jean Baudrillard), 넬슨 굿맨(N. Goodman), 최광진, 노영덕 등의 이론을 논문과 문헌을 통해 고찰한다.

3장에서는 미국 조형도자와 그 영향을 받은 한국 현대조형도자의 생성과 특성을 관련 논문과 문헌, 온라인 자료 등을 통하여 고찰한다.

4장에서는 한국 현대조형도자작품을 분석한다. 첫째, 재현적 조형도자를 분석한다. 둘째, 재현 과 표현이 혼재된 조형도자를 분석한다. 셋째, 표현적 조형도자를 분석한다. 연구작품은 1980 년대 이후 대학에서 교육한 작가와 ‘이천세계도자비엔날레’에서 수상한 국내 작가의 작품을 선정하였다. 왜냐하면 대학교육은 한국 현대조형도자의 시작과 흐름을 만드는 데 큰 영향을 끼쳤으며, 이천세계도자비엔날레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도자 단일의 공모전으로써 수상자들 은 한국에서 인정받는 작가들로 연구의 객관성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5장에서는 연구의 내용을 요약한 후 결론을 제시한다.

2. 재현과 표현에서의 추상성

미술에서 재현의 고전적 의미는 대상을 모방하여 구현하는 것으로, 표현은 대상에 대한 작가의 주관적 감성을 포함하여 구현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그리고 추상은 사물의 공통적인 특성이나 속성을 추출하는 것으로 재현과 표현의 특성에 개입한다. 따라서 현대조형도자의 성격을 규명 하기 위해서는 먼저 추상성의 개입 정도에 따라 재현성과 표현성이 어떠한 영향을 받는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추상성에 관해서는 초기 추상을 이끌었던 몬드리안과 칸딘스키를 고찰하고, 재현과 표현에 관 해서는 고전적, 일반적 개념은 플라톤, 보드리야스(Jean Baudrillard)등의 이론과 사전적 의미 를 통해 고찰하고, 현대의 확장된 개념은 벤야민(Walter Benjamin), 굿맨(Nelson Goodman), 최광진 등의 이론을 고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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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추상성

미술에서 추상은 보편적으로 자연이나 역사적 사실, 신화 등을 대상으로 하여 재현하지 않고, 작가 내면의 정신이나 관념 따위를 표현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 지점에서 미술에서의 추상개 념은 사전적 추상개념과의 불일치가 일어난다.

사전에서는 추상을 “여러 가지 사물이나 개념에서 공통되는 특성이나 속성 따위를 추출하여 파악하는 작용”으로 정의한다. 따라서 사물은 추상이 존재하기 위한 선존재가 되기 때문에 추 상에는 사물이 필연적으로 동반된다고 볼 수 있다. 즉, 추상의 결과물은 보편성을 지니기 때문 에 일반 다수가 이해 가능한 정도의 지시적 재현성을 가지게 된다. 반면, 미술에서의 추상은 사물(가시적‧ 감각적 대상)에 대한 재현의 거부와 폐기를 주장하며 등장한 것으로 작품에 비추 어진 사물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인식의 범위에서 보편성을 획득하 지 못한다. 즉, 추상미술은 일반 다수가 이해하기 힘든 작가 정신의 표현으로 재현과 결별한다.

하지만 이러한 상호 이질적인 결과는 추상미술의 완성단계만을 기준으로 본 것이다. 추상미술 작품을 분석하면 추상성이란 개념이 재현성과 표현성에 깊이 관계함을 알 수 있다.

몬드리안과 칸딘스키는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인정받는다. 추상미술의 흐름을 이끌었던 두 작 가는 일반인의 시각에서 보면 가시적 대상을 유추하기 힘들어 비슷한 유형의 작품으로 인식하 기 쉽다. 하지만 몬드리안과 칸딘스키는 대상의 재현과 표현이란 관점에 기대서 보면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먼저 몬드리안은 가시적 대상 의 근본적 구조를 구현한 것으로 그의 작품 나 무 연작을 보면 확연히 드러남을 알 수 있다.

나무연작은 추상성의 과정을 거치며 재현적 작 품에서 표현적 작품으로 이행한다.

반면 칸딘스키는 비가시적인 대상-음악-을 모티브로 작가의 정신을 그려낸 것이다. 이 둘 의 차이는 작가의 경험적 세계와 선험적 정신 의 차이이다. 재현과 표현의 관점에서 보면 몬 드리안의 추상성은 재현의 영역에서 출발한 것 으로, 칸딘스키의 추상은 표현의 영역에서 출 발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칸딘스키, 몬드리안 등으로부터 본격화된 추상미술은 가시적이며 감각적 대상이 아닌 비가시 적인 작가의 관념이나 정신을 표현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이러한 추상의 흐름은 재현에서 표현으로의 이행이라고 할 수 있다.

2.2. 재현과 표현 2.2.1. 재현

‘재현(representation)’은 일반적으로 감각적 대상이나 이미지를 닮아있게 묘사하는 것으로 구 현된 이미지에서 대상을 객관적으로 쉽게 유추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사전적 의미의 재현 (再現)은 “다시 나타남. 또는 다시 나타냄”으로 정의되어있다. 철학에서는 재현을 ‘표상’1)으로 옮기는데, 인간의 마음이나 의식에 시각이나 청각 등의 감각기관을 통해 지각되어 나타나게 되는 것을 지각 표상으로 과거 기억에 의해 불려내어지는 것을 기억 표상으로 분류한다. 그리고 미술에서는 감각적 대상이나 사건을 묘사할 때 닮아있게 구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19세기까지 미술의 역사는 재현의 역사라는 말로 대치시킬 수 있다. 고전적 재현론에서 재현의 의미는 대상과의 외적 유사성을 의미하는데, 작품이 대상을 충실히 모사하여 마치 그림의 액자 가 유리창 틀의 역할을 하게 될 때 완벽한 재현이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물론 모든 미술작품이 완벽한 재현을 추구한 것은 아니다. 다수의 미술작품은 그 시대의 문화와 질서, 양식 등에 따라 대상을 단순화하거나 과장하여 재현한 때도 많다. 하지만 이러한 재현성의 왜곡도 외적 유사성

1) [네이버 지식백과] 표상 [Presentation, representation, 表象] 철학사전, 2009.

<Figure 1> Piet Mondrian, From Top to Bottom,

‘Evening, The Red Tree(1908∼10)’, ‘Gray Tree(1911)’, ‘Blossoming Apple Tree(1912)’

(https://www.edaily.co.kr/n ews/read?newsId=0130216 6625896840&mediaCodeNo

=257)

<Figure 2> Wassily Kandinsky, ‘Composition 8’, Oil on Canvas, 140×120cm(1923)

(http://with.ibk.co.kr/webzine/view.php?wcd=382&wno=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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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음)이라는 범주에서 본다면 존재하는 대상이나 사건을 사실적으로나 극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으로 이해될 수 있다.

재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은 모더니즘 시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탈근대 이론가들에 의해서 등장했다. 탈근대 이론가들은 재현이 실재를 다시 제시한다는 점에 대해 근본적으로 반성하기 시작하였다. 재현개념에 대한 반성을 통해 보드리야스(Jean Baudrillard)와 들뢰즈(Gilles Deleuze)는 ‘시뮬라크르(simulacre)’라는 개념을 도입했으며, 푸코(Foucault, Michel)는 ‘유사 (resemblance)’의 개념으로, 굿맨(Nelson Goodman)은 ‘지시(denotation)’라는 개념을 주장하 였다. 이상의 탈근대 이론가들에 의해 반성 되고 확장되어 분화한 재현의 개념은 이전까지의 고전적 재현개념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이론가들이 재현에 관해 주장한 요지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①플라톤과 보드리야스(Plato& Jean Baudrillard)― ‘시뮬라크르(simulacre)’

들뢰즈는 고대 플라톤의 모방론에서 시작된 ‘시뮬라크르(simulacre)’의 개념을 다른 관점에서 새롭게 부각시켰다. 시뮬라크르는 가상, 흉내, 모사 등을 의미하는 시뮬라크룸(simulacrum)에 서 비롯되었다. 플라톤은 이것을 이데아론에 기대어 설명하였는데, 먼저 이데아라는 선 존재가 있고 그것을 모방한 복제, 그리고 복제를 모방한 복제의 복제를 시뮬라크르란 개념으로 정리하 였다. 즉, 복제인 미술작품은 이데아의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보드리야스는 자신의 이론인 시뮬라시옹 (simulation)이론을 전개하면서 현대 예술에 시뮬라크르 개념을 접 목시키며 플라톤의 이론과 대립 하였다. 그에 따르면 인류 기술 문명의 발달에 따라 원본과 복제의 위계는 그 경계를 상실하게 된다. 기호학의 예를 들어 보면 현대 소비사회에서는 실재 (기의)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욕망(기표)을 소비하게 된다. 즉, 실재하는 대상과 닮았지만, 실재에 기반을 둔 이미지가 재현되는 것이 아니고, 실재와는 무관한 이미지가 만들어지는데 이것을 보드리야스는 시뮬라크르라고 명명하였다.

②굿맨(Nelson Goodman)― ‘지시(denotation)’

굿맨은 고전적 재현론에서 통용되는 ‘재현이란 대상을 닮게 모사하는 것’이란 것을 그의 저서인

󰡔예술의 언어 Languages of Art󰡕에서 반박하였다. 그는 “어떤 그림이 재현하기 위해서는, 그 그림은 대상에 대한 기호이며, 그 대상을 대리하고(stand for) 지시(refer to)해야 한다.”(Kim, H. 2005, p.88) 라며 재현을 ‘지시(denotation)’라는 말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작품 에는 필연적으로 작가의 주관적 표상활동을 통해 주관적 심상이라는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음을 주장하였다. (Choi, K. 2008, pp.140-141) 굿맨의 주장은 작가의 주관적 개입이 중시 되는 것으로 고전적 재현개념보다 확장된 것임을 알 수 있다.

2.2.2. 표현

표현(表現)의 사전적 의미는 “생각이나 느낌 따위를 언어나 몸짓 따위의 형상으로 드러내어 나타내거나 눈앞에 나타나 보이는 사물의 이러저러한 모양과 상태”로 정의되어있다. 미술에서 통용되는 표현(expression)의 개념은 사물이나 정신의 내적인 본질과 작가의 추상적 관념이나 사상 등이 작품을 통해 외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말한다.

모더니즘 이전의 미술이 대상을 재현하는데 천착해 있다고 보았던 표현주의 계열의 미술가들 은 미술의 목적을 재설정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뭉크, 키르히너, 마티스, 칸딘스키 등은 이전 미술의 주된 목적인 가시적 대상을 재현하는 것에 머무르는 것을 거부하였고, 작가의 감정과 감각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것(표현)이 미술의 목적이 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표현’에 대한 개념은 고대부터 탈근대 이론가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 고대 플라톤과 탈근대 이론가인 넬슨 굿맨, 이론가 최광진의 표현에 관한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 플라톤(Plato)―이데아

플라톤 철학의 중심은 그의 저서 󰡔국가󰡕, 󰡔이온󰡕, 󰡔향연󰡕, 󰡔파이드로스󰡕에서 주지하다시피 이데 아론이다. 그는 세계를 감각계(물질의 세계)인 현실과 초월계(관념의 세계)인 이데아로 이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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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였다. 플라톤은 이러한 이분법적 인식론을 기반으로 시의 예를 들어 예술을 두 가지로 분류하 였다. 그 요지는 문장력에 의한 작시와 광기 속에서 영감을 받아 작시 되는 것의 차이로, 이것은 모방(재현)과 표현의 차이로 병치할 수 있다.

② 굿맨(Nelson Goodman)―은유적 예시

굿맨에 의하면 표현은 ‘은유적 예시’로 간주하는데 개념의 명확성을 위해 은유와 예시란 개념을 살펴볼 필요가 제기된다. 먼저 은유적이란 의미를 사전에서는 “사물의 상태나 움직임을 암시적 으로 나타내는. 또는 그런 것”으로 정의한다. 즉 어떤 감각적 대상이나 사건에 함의되어 있는 정서를 표현할 때 이질적이지만 연상 가능한 대상을 빌어 간접적으로 암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 마음은 파도다’ 에서 내 마음과 파도는 일대일의 대응 관계를 기각한다. 이유는 마음이 라는 추상적 정서는 파도라는 감각적 대상의 속성을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가변적이고 불안정 한 정서를 지시하기 때문이다. 또, 이것을 직설적으로 판단하면 거짓이지만 은유적으로 판단하 면 참이 될 수 있다. 다른 예로 ‘기쁨’이라는 추상적 감정을 표현한 작품이 있다. 그 작품은

‘기쁨’을 예시하는 것이고, 작품이 ‘기쁨’을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기쁨’이 작품을 지시하게 된다. (Choi, K. 2008, pp.140-141) 또, 재현과 표현에 대한 다양한 주장에 대해 미학자 최광 진은“모든 예술작품은 재현이라 할 수 있고, 지칭은 지시대상을 구체적인 사물이나 사건으로 갖는다면, 예시는 지시대상이 추상적 정서가 된다.”고 정리하였다.

위의 주장들을 종합해보면 작품에 감각적 대상이 존재하지 않는 추상적 정서는 작가의 정신과 감성의 현전으로 작품과 대상의 지시 관계는 양방향의 ‘예시’가 된다. 감각적 대상이 없을 때 작품은 추상적 정서를 예시하게 된다. 이때 작품은 지시대상이 작품의 추상적 정서가 된다.

작품에 재현된 추상적 정서는 작가의 내적 정신과 감성의 예시로 현전한다. 작품이 외적 대상이 없이 작가의 정신이나 감성을 재현할 때 작품은 전적으로 작가의 주관에 의지하는 것으로 표현 으로 판단된다.

이상의 ‘재현과 표현’에 관한 고찰을 통해 고전적 개념과 현대적 확장개념이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어떠한 작품이나 현상은 시기에 따라 가치나 개념이 변할 수 있다. 따라서 연구자 는 현대조형도자의 재현성과 표현성은 고전적 개념과 더불어 현대의 확장개념을 동시에 비교 하여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되었다.

이상의 고찰을 정리하면 다음 표와 같다.

재현 표현 추상

표준국어

대사전 다시 나타남. 또는 다시 나타냄. 생각이나 느낌 따위를 언어나 몸짓 따위의

형상으로 드러내어 나타냄.

여러 가지 사물이나 개념에서 공통되는 특성이나 속성 따위를 추출하여 파악하는

작용.

고전적, 일반적 개념

일반적으로 미술에서 통용되는 올바른 재현(representation)이란 감각적 대상이나

사건을 묘사할 때 닮아있게 구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사물이나 정신의 내적인 본질이 객관화되어 밖으로 나타나는 것

구상의 반대, 눈에 보이는 현실의 사물을 묘사의 대상으로 하지 않는 미술, 자연의 구체적 대상을 거의 재현하지 않고 색, 선,

형 등의 추상적 형식으로 작품을 구성.

현대적

확장개념 지시, 시뮬라크르, 상사, 유사, 형상, 생성. 은유적 예시, 예시. 비대상 미술, 비구상 미술,

비 재현적 미술

<Table 1> Concept Comparison of Representation, Expression and Abstract

3. 현대조형도자

현대조형도자는 전후 미국을 중심으로 시작되었는데 한국의 현대조형도자는 미국의 영향을 받았다. 본 장에서는 미국현대조형도자의 특성을 살펴보고 한국에 끼친 영향과 더불어 한국현 대조형도자의 성향을 고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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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미국현대조형도자의 생성과 특성

전후 황폐해진 유럽과 달리 승전국의 지위와 함께 경제, 군사적으로 패권 국가의 지위를 확보한 미국은 문화 예술의 변방에서 중심국가로 부상하게 된다. 전전 유럽을 중심으로 활발히 전개되 었던 모더니즘 미술은 2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며 명맥을 상실하였으나 전후 패권을 차지한 미국을 중심으로 부활하게 된다. 추상표현주의 미술은 자유를 기치로 내건 미국의 정신에 걸맞 은 장르로 국가적 차원의 제도적 지원이 집중되었다.(Jo, J. 2017, p.142)

전후 추상표현주의 미술은 미국을 대표하는 장르로 안착하여 잭슨 폴록, 윌렘 드 쿠닝과 같은 대표 작가를 탄생시킨다. 이 무렵 회화에서 시작된 추상표현주의는 도자에도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 주로 미국 서부해안 도시가 중심이 되었다.

1950년대 오티스 그룹으로 대표되는 미국 추상표현주의 도자는 기존의 도자가 실용성과 기능 성 위주였던데 반해, 기능성과 실용성을 해체하거나 제거하여 재료의 물성과 작가의 정신을 표현하는 데 주력하였다. 오티스 그룹을 위시한 일군의 작가들이 전통과 형식을 중요시하는 도자 장르에서 파격적인 시도와 자유분방한 창작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지 사회적이나 미술 사적으로 자유로운 분위기에 휩쓸린 것으로만 볼 수는 없다. 미국의 도자는 과거부터 내려온 이러다 할 전통이 전무하였기 때문에 그 당시 교류가 있었던 영국의 평론가이자 도예가인 버나 드 리치(Bernard Leach)와 하마다 쇼지(浜田庄司),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 등을 통해 동양 철학과 도자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 또, 작가들 자체가 본래 도자를 전공한 경우보다 다른 미술 장르에서 들어온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추상표현주의 도자를 대표한다고 평가받는 오티스 그룹의 피터 불코스는 본래 화가였고, 루디 오티오는 건축과 조각을 전공하였다. 이러한 상황에 비추어볼 때, 도제식 교육으로 전승되어오던 도자에서는 볼 수 없었던 형식과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작품을 제작하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추상표현주의도자 이후 미국의 조형도자는 당시 조형예술의 흐름인 표현주의, 다다이즘, 하드엣지, 팝아트, 미니멀 등과 관계하면서 펑크도예(케네스 프라이스), 슈퍼오브제(리차드 쇼) 등으로 분화되며 확장하였다.

미국현대조형도자의 특성은 형식과 장르를 넘나드는 실험성, 다양성, 자유로움으로 볼 수 있다.

3.2. 한국현대조형도자의 생성과 특성

한국의 현대조형도자는 미국의 1950년대부터 시작된 추상표현주의 도자와 6, 70년대 펑크도 예, 슈퍼오브제 등의 조형도자의 영향을 받았다. 미국 조형도자의 특징은 기능성과 정형성이 주가 되는 전통적 공예도자의 형식과 차별화되었는데, 비 실용성과 비 기능성, 자유스러운 형태 의 조형도자 형식으로 전개되었다. 미국에서 유입된 조형도자 중 추상표현도자는 그 명칭에서 드러나듯이 비 기능성과 비정형이 주류였으며, 구체적 대상을 직접적으로 지시하는 재현성에 기반을 둔 사실주의적 성향과도 결이 달랐다. 반면, 한국의 도자는 전통적인 생활용기 위주로 기능성과 정형성을 근간으로 한 것이 주류였으며 조형도자라는 개념이 전무 한 상황이었다.

한국은 전후 황폐해진 국토와 경제의 몰락에 있었으나 단기간에 이를 극복하고 급속한 산업화 의 길을 걷게 된다. 산업화를 통한 경제발전은 교육적 욕구의 상승을 뒷받침하였고, 1970년대 부터 미국으로의 유학이 성행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대학을 중심으로 미국의 조형도 자가 유입되었다. 유학생들은 귀국 후 대학에서 도자조형, 환경도자 등을 교육하기 시작하였으 며 도예현장에서 세계도예의 흐름과 궤를 같이하는 작품 활동을 하였다. Park, K…. (2012, p. 171).

한국의 도자를 시기, 형태, 형식에 따라 구분하면 그 특성과 변화를 이해하기에 용이하다. 첫 번째, 시기에 따라 구분하면 1960년대에는 권순형, 김석환, 김익영, 원대정, 정규, 황종구 등이 대부분 미국에서 유학하였다. 그들의 작품성향은 대다수가 물레를 기반으로 한 작업이 주를 이루었는데, 이것은 우리의 도예전통과 미국의 새로운 도예가 만난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1970년대에는 신광석, 권오훈, 신상호, 장수홍, 이일로, 임무근, 정진원, 한봉림, 한홍곤 등으로 대표되는데 이들의 작품성향은 1세대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나 소수 조형도자의 흐름이 시도되었다. 1980년대는 본격적인 조형도자의 상승기로 평가받는다. 권신, 곽태영, 김혁수, 박

<Figure 3> Peter Voulkos Pinatubo,

106.7×81.3×81.3cm, 1994 (http://claypark.net/bbs/

board.php?bo_table=localart ists&wr_id=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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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순, 배진환 등과 더불어 이전 세대 작가들도 조형도자작품을 다수 제작하게 된다.

두 번째, 작품의 형태별로 구분해보면 첫째, 전통적 물레성형 또는 타렴기법을 이용한 대칭적 기하형태(주로 원형) 둘째, 판 또는 틀을 이용한 기하형태(주로 사각) 셋째, 자연의 대상을 재현한 유기적 형태 넷째, 이상의 형태들이 조합된 통합 형태로 구분할 수 있다.

세 번째, 형식에 따라 구분해보면 기(器)를 중심으로 한 도자와 조형도자로 나누어지는데, 조형 도자에서는 자연주의, 미니멀리즘, 신표현주의, 추상표현주의 등의 다양한 양식이 나타난다.

작품을 서구 미학적 관점에서 보면 구체적 대상의 지시는 재현의 영역에 속함으로 구상계열로 분류되고, 대상을 해체, 재구성하여 작가의 주관적 감성이 적극적으로 드러나거나 기하학적 형상은 추상계열로 분류된다. 다시 말해, 재현은 사실주의나 고전주의 계열로 표현은 추상표현 주의나 미니멀리즘 계열에서 사용되는 방식으로 구분된다. 하지만 이 두 가지 대립하는 방식이 한 작품에 혼재되어 구현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본 연구에서 다루는 조형도자를 형태적 관점에 서 살펴보면 첫째, 구체적 대상을 지시하거나 암시하는 보편적 형상들이 드러나는 재현성이 주가 되는 작품 둘째, 대상의 형태를 왜곡하거나 기하학적 형태의 관념적 형상들로 보이는 표현 성이 주가 되는 작품 셋째, 앞선 두 가지 요소인 재현성과 표현성이 혼재된 작품으로 구분할 수 있다. 따라서 추상의 개입이나 접근 정도에 따라 작품이 어떤 경향성을 보이게 되는지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한국현대조형도자의 특성은 미국의 영향을 받아 형식적으로는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미국과 달리 타 장르가 아닌 전통 도자교육을 받은 후에 조형도자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전통적 제작방식인 물레, 옹기타렴과 같은 전통제작방식을 응용한 작품이 다수이며 동양의 정서가 작 품에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4. 한국현대조형도자에 나타난 재현성과 표현성

본 장에서는 작가의 주관적 개입이 중시되는 확장된 재현개념과 외적 대상이 없이 작가의 정신 이나 감성을 예시하는 확장된 표현개념의 관점에서 한국의 현대조형도자를 분석하였다. 하지 만 재현과 표현은 완벽히 경계 짓기 모호한 부분이 있다. 왜냐하면, 작품에는 재현과 표현이라 는 두 가지 요소를 동시에 일정 정도씩 공유하기 때문이고, 작가의 정신을 통한 추상화라는 과정에 속해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앞선 고찰에서 논의되었듯이 확장된 재현개념으로 보면 작품에는 필연적으로 작가의 주관적 심상이라는 주관이 개입된다. 따라서 작품을 추상적 접근 정도에 따라 재현적 조형도자. 재현과 표현이 혼재된 조형도자, 표현적 조형도자로 분류하여 분석하였다.

4.1. 재현적 조형도자

본 단원에서는 재현이 주가 되는 조형도자 를 살펴본다. 신상호의 2003년 작품 ‘아프 리카의 꿈’은 실존하는 동물의 형상이 아닌 작가가 상상해 낸 형상이다. 아프리카의 꿈 연작에 등장하는 상상의 동물상들은 몇 가 지 공통적 특성을 보이는데 먼저 전체의 형 상은 뿔이 달린 동물의 두상이며, 두상의 눈은 사람의 눈을 지녔다. 작품의 색깔은 무채색 계열의 몇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아 프리카 특유의 강렬한 원색을 연상시키는 것과 동시에 한국의 오방색과도 맞닿아 있 다. 이러한 이질적인 조합으로 인해 작품은 몽환적이고 신비스러운 느낌을 발산한다.

작품은 구체적 대상을 지시하는 듯하지만,

<Figure 4> Sangho Shin, Dream of Africa, 2003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020625/783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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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상은 자연에 실재하는 않는다. 하지만 관람자의 입장에서 보면 양 같은 대상을 연상시킨다. 즉, 관람자 의 관점에서 보면 작품이 작가의 의도와는 다른 무관한 대상을 재현한 것으로 이해되는 때도 있다. 2007년 클 레이아크에서 개최된 전시 글에서는 ‘아프리카의 꿈’

전시에 대해 원초적 생명의 근원, 미의 본질, 작가가 꿈 꾸는 마음의 고향에 존재하는 생명체로 설명한다. 이것 은 앞서 고찰한 굿맨의 확장된 재현개념인 ‘지시’에 해 당한다.

여선구의 2000년 작품 ‘알프레드 써머’는 2003년 이천 세계도자비엔날레 국제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 으로 작가가 수학했던 대학의 다양한 사람들을 형상화 한 작품이다.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각기 다른 개성 과 표정, 성격 등을 드러낸다. 그리고 이 각각의 피규어 들은 서로 뒤엉키고 접합되어 탑과 같은 형태로 쌓아진 군상을 이룬다. 고전적 의미의 재현적 성격이 강하지만 작가가 작품에 담아내는 혼돈, 아이러니, 아름다움, 파 괴와 같은 의미를 유추해보면 확장된 재현개념인 ‘지시’로 작품을 이해할 수 있다. 또한, 무수히 변주되고 반복된 피규어는 보드리야스의 ‘시뮬라크르’를 연상하게 한다.

4.2. 재현과 표현이 혼재된 조형도자

본 단원에서는 재현과 표현이 혼재된 조형도자를 살펴본다. 장수홍은 1983년부터 2년간 미국 의 R. I. T에서 작업하였다. 그 기간 동안 장수홍은 미국의 추상표현주의도자라는 새로운 도자 를 접하게 된다. 그의 자신의 작품에 대해 “자연물에 내재한 생명감의 표출”이라고 말했다. 장수 홍의 2009년 작품 ‘별’은 기본적으로 같은 형태의 동어반복 구조를 가졌다. 원추 형태를 반복적 으로 접합하여 원형구조를 이루고 있는데 관람자가 직관적으로 별이나 꽃, 멍게나 성게 같은 대상을 떠올린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이러한 일련의 작품들에 ‘별’이나 ‘꽃’이라는 제 목을 적당히 붙인다.”라며 “별은 하늘에 올라가 피어난 꽃이요, 꽃은 땅에 떨어져 환생한 별이라 할 수 있으니 곧 이 둘은 다 같이 꿈꾸는 존재라 여겨 따로 구분하지 않을 따름”이라고 말한다 (Shin, D. 2006). 작가는 자신 작품의 대상이 자연의 형상을 연상시킨다는 것을 인지하지만 정작 말하고자 하는 것은 고도의 추상화 된 관념, 즉 작가의 사유를 펼쳐놓은 것이다. 그 사유는 삶과 죽음, 생성과 소멸, 환생과 같은 자연의 섭리에 대한 토로라 볼 수 있다. 장수홍의 작품을 고전적 재현개념에서 보면 자연의 형상을 지시하거나 모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작가가 작품을 말할 때 ‘꿈꾸는 존재’라는 의미를 부여한 관점에서 보면 굿맨이 주장한 은유적 예시인

‘표현’으로 판단된다. 정리하면 장수홍의 작품 ‘별’은 고전적 재현개념과 확장된 표현개념인 ‘은 유적 예시’의 성격이 비등하게 혼재된 작품으로 판단할 수 있다.

신광석은 1970년대 중반 미국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하계학교를 마치고 바로 유럽 10개국의 여행을 시작했다. 신광석은 미국과 유럽에 걸친 여정에서 새로운 도자기법과 문화를 경험하고 1976년 귀국했다. 이후 서울대학교에 부임하여 30여 년간 작품 활동과 더불어 후학을 교육하 였다. 신광석의 1992년 작품 ‘자연-생명력’은 기하학적 형태를 가졌다 작품의 외형적 모티브 가 된 것은 제기(祭器)다. 제기는 인간이 만든 사물로 하늘과 땅, 또는 신과 인간에 대해 불확실 한 미래에 대한 불안을 해갈하고 안녕을 기원하는 제의에 사용된다. 따라서 신광석의 작품에는 하늘과 땅이라는 가시적이지만 그것이 상징하는 무한성과 생명이라는 대상을 지시하게 된다.

신광석의 작품은 외형적으로는 고전적 재현개념에 천착해 있지만, 작품에 내재된 주제는 비가 시적인 추상적 정서이다. 고전적 표현개념으로 비추어보면 플라톤의 ‘이데아’를 지시하고 있으 며, 현대적 표현개념으로 비추어보면 대상과 정서가 일대일을 대응 관계를 기각하는 ‘은유적

<Figure 5> Sun-koo Yuh, ‘Alfred Summer(2000)’

(https://www .kocef.org/collect/collect_view.

asp?searchIdx=CS-IAAM-00-0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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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시’로 볼 수 있다. 정리하면 작품은 재현성과 표 현성이 혼재된 것으로 판단된다.

서병호의 작품 ‘기억 080902’는 2009년 경기도 세계도자비엔날레에서 금상을 수상하였다. 작품 의 형태는 한국의 돌절구를 모티브로 차용하여 이미지화하였다. 작품에서 보여지는 풍만함과 부 드러운 곡선은 우리네 옛 시골의 서정적인 정서 와 소박함을 드러낸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대 해 인터뷰에서 “돌절구에서 이미지를 따왔다. 어 머니 품처럼 푸근한 느낌을 강조했다.”라고 말 했다. 그리고 공모전 심사위원들은 ‘목가적이며 정겨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형태로 한국의 완만 한 산들을 연상케 한다’ 등으로 평가하였다 (https://news. joins.com). 작품의 외형은 작가가 직접 밝히듯이 절구를 지시한 것이다. 일정 정도 변형된 이미지로 구현됐지만 일반적인 시각에서 보더라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즉, 작품의 형상은 고전적인 재현개념의 영역에 속한다고 볼 수 있 다. 그리고 작품에 내재된 정서는 어머님의 푸근 함, 목가적 정서, 동양의 부드러움과 같은 비 가시 적인 추상적 성격을 가진다. 따라서 작품은 재현 성과 표현성이 혼재되어있다고 볼 수 있다.

본 단원에서 재현과 표현의 비중이 비등하게 혼 재된 조형도자를 고전적 재현개념과 현대적 표현 개념의 관점에서 분석하였다. 다음 단원에서는 재 현보다 표현이 주가 되는 작품을 살펴본다.

4.3. 표현적 조형도자

본 단원에서는 표현적 조형도자를 살펴본다. 권오훈의 2015년 작품 ‘Monument’는 기하형태의 단일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권오훈의 작품을 미니멀리즘 계열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지만, 연구 자는 기하학적 추상표현 계열로 판단한다. 그 이유는 작품의 모티브가 자연의 돌, 꽃잎, 나뭇잎, 나비와 같은 가시적 대상과 바람, 유연성과 같은 비가시적인 대상을 포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상성을 폐기하여 독립되고 자율적인 사물을 지향했던 미니멀리즘 계열과는 궤적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작품 ‘Monument’는 관람자의 입장에서는 작품의 원상이 되는 가시적 대상을 찾아 내기 어렵다. 기하학적 형태의 조합들로 이루어진 형태일 때 이러한 현상은 빈번하게 일어난다.

작가는 가시적 대상을 모티브로 사용하였지만, 그 대상에서 은유적으로 예시되는 비가시적인 정서나 현상을 구현한다. 따라서 작품은 작가의 정신적 표현의 매개체로 현현하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Monument’는 작가의 정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춘복은 2007년 ‘New Generation’, 세계도자기엑스포에서 작품 ‘porcelain, polishing’으로 은 상을 받았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나는 정의내리기 애매하여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것들을 좋아하며 직선과 곡선, 점과 선의 중간, 고착과 부양, 즉흥과 계획, 빛과 그림자 등의 상반된 이미지들의 나열은 내 작업의 실마리(the first step)가 된다-중략-숲길을 산책하며 관찰하고 발견했던 여러 가지 선(線)과 점들이 작업의 표면에 규칙적으로 또는 불규칙하게 배치하여 빛의 양을 다르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http://www.artmail.com/db/2009/20090318-Leechunbok-1.htm고 말한다. 그의 작품은 전 반적으로 변형된 기하형태를 가지지만 그 경계가 모호하다. 자신의 말처럼 직선인 듯 곡선이며

<Figure 8> Byung-ho Seo‘.Remembrance0809 02(2009)’

http://www.gginews.co.k r/3455

<Figure 6> Soo-hong Chang, ‘Star(2009)’

(https://blog.naver.com/ gifhgu8374/130009260606)

<Figure 7> Kwang-suk Shin. Nature-Life(1992)’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yrc252 6&logNo=220691662421&proxyReferer=https:%2F%2F www.google.co.kr%2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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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부드럽게 돌아 나간다. 이러한 모호 함에서 자연과 인공의 경계 또한 허물어진다. 작품 ‘porcelain, polishing’은 비가시적인 대상인 빛과 공간에 대한 자신 사유 의 결과로 가시적 대상에 대한 재현이 대부분 제거된 표현으 로 판단할 수 있다.

4.4. 한국현대조형도자의 성격

한국의 현대 조형도자는 추상적 접근 정도에 따른 관점에서 본다면 재현적 조형도자, 표현적 조형도자, 그리고 재현과 표 현이 혼재하는 조형도자로 구분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형식의 구분은 일반 관람자와 작품을 제작한 작가와의 입장 이 동일하진 않다. 앞서 살펴본 작가의 작품을 고전적 개념의 시각에서 보면 신상호와 여선구는 가시적 대상을 유추할 수 있는 재현적 작품의 형식을, 권오훈과 이춘복은 비가시적 대 상을 유추하게 하는 표현적 작품의 형식을, 장수홍은 가시적 대상과 비가시적 대상의 중간쯤에 위치하는 재현과 표현이 혼재된 작품의 형식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작가의 의도는 그 와 일치하지 않는다. 일반인 관람자의 관점에서는 재현적으 로 인식되는 것이 작가의 관점에서는 표현적인 것인 경우가 있다. 이러한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일반 관람자가 비전문가 이기도 하지만 재현과 표현개념이 고전적 개념의 범주에 머물 러 있는데 기인한다고도 볼 수 있다.

앞서 고찰한 현대의 확장된 재현과 표현개념의 관점으로 한국 의 현대조형도자를 보게 되면 신상호와 여선구의 조형도자는 보드리야스의 ‘시뮬라크르’, 최광진의 ‘지칭’, 굿맨의 ‘지시’란 개념으로, 장수홍의 조형도자는 굿맨의 ‘지시’, ‘은유적 예시’

최광진의 ‘지칭’, ‘예시’란 개념으로, 권오훈과 이춘복의 조형 도자는 최광진의 ‘예시’, 굿맨의 ‘은유적 예시’의 성격을 지닌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이유는 가시적이든 비가시적이든 작품을 제작하는 시작부터 작가의 주관과 판단이 개입하기 때 문이다. 또 선험적인 정서 또한 작가의 내면에서 표출되는 것으로 표현의 영역에서 벗어 날 수 없다.

정리하면 한국의 현대조형도자에서 재현적 성향의 작품은 가시적 대상이 모티브로 사용되나 작가의 정신이 작용하여 표현적 성향을 내포하고, 비가시적 대상이 모티브로 사용되는 표현적 성향의 작품에도 가시적 사물이 포함되어 일부 재현적 성향을 내포한다. 형태적 측면은 재현에 서 표현으로 진행할수록 가하학적 성향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5. 결론

일제 강점기 이후 전쟁을 겪은 한국은 황폐해진 국토에서 빈곤을 겪었지만 1970년 이후 급속한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경제적 성장과 더불어 국민의 욕구들이 교육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나게 되었다. 그중 한국 현대조형도자는 1950년대 이후 전개된 미국 추상표현주 의 도자의 영향을 받았다. 그 영향으로 한국 현대조형도자는 기존의 전통도자에서 벗어나 자유 로운 표현을 추구하는 작품들이 다수 등장하였다. 본 연구의 선행과제로 재현성과 표현성에 영향을 미치는 추상성에 관하여 몬드리안과 칸딘스키의 작품을 통해 고찰하였다. 또, 고전적 재현개념에 대해 고찰한 후 근대 이후 확장된 개념을 고찰한 결과 재현에 대해 보드리야스와 들뢰즈는 ‘시뮬라크르’, 굿맨은 ‘지시’, 최광진은 ‘지칭’이라는 개념으로 대치하였으며, 고전적

<Figure 9> Oh-hoon Kwon,

‘Monument(2015)‘(http://www.galerie- gaia.net/sub.asp?maincode=453&sub_se quence=&sub_sub_sequence=&mskin=

&exec=view&strBoardID=kui_454&int Page=1&intCategory=0&strSearchCate gory=|s_name|s_subject|&strSearchW ord=&intSeq=106)

<Figure 10> Chun-bok Lee,

‘Porcelain, Polishing’, 80x40x38cm (http://www.myarts.kr/web/artistView/

CTN_ATST20121116115738lxgsC2C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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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개념에 대해서 굿맨은 ‘은유적 예시’ 최광진은 ‘예시’라고 주장하였음을 알 수 있었다.

본 연구의 중심과제인 한국현대조형도자의 성격을 규명하기 위해 첫째, 미국과 한국 조형도자 의 특성과 차이를 고찰하였다. 연구 결과 미국의 조형도자와 한국의 조형도자는 외형적으로는 유사해 보이지만 일정 부분 차이를 보였다는데 그 차이는 한국은 미국과 달리 오랜 기간 도자 전통을 가졌기 때문에 동양의 정체성이 작품에 드러나는 경우가 많았다. 더불어 타 장르가 아닌 전통 도자 교육을 받은 후에 조형도자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물레나 옹기 타렴 방식 같은 전통제 작방식을 응용한 작품이 다수 있었다. 둘째, 한국 현대조형도자의 성격을 추상적 접근 정도에 따른 재현성과 표현성의 관점에서 분석하였다. 연구 대상으로는 1980년대 이후 대학에서 교육 한 작가와 ‘이천세계도자비엔날레’에서 수상한 국내 작가의 작품을 선정하였다. 연구작품을 고 전적 재현, 표현개념과 현대의 확장된 재현, 표현개념의 관점에서 분석한 결과 신상호와 여선구 의 조형도자는 보드리야스의 ‘시뮬라크르’, 최광진의 ‘지칭’, 굿맨의 ‘지시’란 개념으로, 장수홍 의 조형도자는 굿맨의 ‘지시, 은유적 예시’ 최광진의 ‘지칭, 예시’란 개념으로, 권오훈과 이춘복 의 조형도자는 최광진의 ‘예시’, 굿맨의 ‘은유적 예시’의 성향을 지닌 것으로 볼 수 있었다.

한국의 현대조형도자의 성격은 첫째, 추상적 접근 정도에 따라 재현적 작품, 표현적 작품, 그리 고 재현과 표현이 혼재하는 작품으로 구분될 수 있었다. 둘째, 재현적 성향의 작품은 가시적 대상이 모티브로 사용되나 작가의 정신이 작용하여 일부 표현적 성향을 내포하였고, 비가시적 대상이 모티브로 사용되는 표현적 성향의 작품에도 가시적 대상이 포함되어 일부 재현적 성향 을 내포하였다. 그리고 연구된 작품에 담겨진 추상적 정서는 생명, 마음의 고향, 자연, 환생, 하늘, 신, 어머니, 기억, 목가적 정서, 바람, 빛, 경계 등의 동양적 성격을 보였다.

본 연구를 진행하면서 보다 많은 작품의 사례를 다루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으나 후일 후속 연구로 부족함을 보완할 것이며, 본 연구가 한국 현대조형도자의 성격을 이해하는데 보탬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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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