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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교육정책으로서의 대학서열체제 해소와 관련된 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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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서열체제의 구조와 해소방안 연구 *

1)

이두휴(전남대)

< 요 약 >

한국의 대학은 서열화되어 있다. 학벌과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작동하는 서열체제 하에서 상위 권대학에의 진입은 곧 높은 사회적 지위의 획득을 의미하기 때문에 입시경쟁은 더욱 격화될 수 밖에 없으며, 이에 참여하는 학부모들의 경쟁 역시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줄 세우기식 대학입시제도는 대학서열구조를 더욱 강화시키고 있으며, 이로 인해 입시경쟁은 다시 더욱 치열해진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벌이나 지역과 같이 전근대적이며 특수주의로서 연고주 의에 바탕을 두고 작동하는 사회적 지배체제가 능력에 기초하여 작동하도록 대학서열구조를 해 소하지 않으면 안된다. 따라서 대학서열구조를 혁파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시급한 일이며, 이는 학벌주의와 지역에 기초한 연고주의를 추방함과 동시에 대학서열체제를 강화시키고 있는 지역 간 불균등발전과 석차경쟁을 부추기는 입시제도를 개혁하는 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장치들이 현실화될 때 학부모나 사회의 의식도 변화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대학서열체제의 해소와 관련된 정책으로 다음과 같은 몇 가지를 제시할 수 있다. 첫째, 대학서열체제의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학벌과 지역에 기반을 둔 연고주의가 작동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두어야 한다. 둘째, 지역균형발전과 지방대학 육성을 통한 대학서열체제의 유동화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셋째, 국가고사로서의 대학수학능력시 험은 폐지되어야 하며, 불가피하다면 그것은 자격고사의 형태로 전환되도록 해야 한다. 넷째, 학 부모와 사회의 대학서열에 대한 왜곡된 의식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해 민간차원의 대학평가기구 가 설치되어야 하고, 대학서열과 관련된 신념들이 합리화될 수 있도록 국가 사회의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노력이 기울여질 필요가 있다.

주제어: 대학서열, 대학서열체제, 학벌, 학벌타파, 지방대학, 대학입시

* 이 논문은 2004년도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지원에 의하여 연구(KRF-2004-041-B00437)된 것으로, 2007년 한국 교육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한 것이다. 학술대회에서 유익한 논평을 해주신 한국교원대학교 손준종 교수 님과 논문을 심사해주신 익명의 논평자들께 감사를 드린다.

†교신저자: 이두휴(550-749 전남 여수시 둔덕동 96-1, 전남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부, doohlee@chonna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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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대학서열을 보는 눈

한국의 대학은 서열화되어 있고, 그것이 한국교육이 안고 있는 교육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비 켜가기 어려운 문제라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학서열에 대한 이러한 인식 은 그것을 무조건적으로 부정적인 시각으로 파악하게 만들고 있다. 일반적으로 서열은 경쟁의 결과 로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적절하게만 이루어진다면 경쟁은 유용한 동기유발의 수단이 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한국의 대학서열은 이와 같은 경쟁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형성된 것 이며, 그것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데 문제의 근원이 있다.

대학이 서열화된다는 것은 대학의 초기 서열이 점차 고착화 되어가는 과정으로 일정한 기준에 근 거한 측정의 결과가 사회적으로 수용되어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대학의 서열체제는 서열화가 완성되 어 유기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상태로 일종의 구조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대학의 서열구조란 대학 의 서열이 점차 고착화되면서 이들이 교육 및 사회체제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상태를 의미한 다. 더 이상 서열은 유동화되거나 붕괴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교육 및 사회, 경제체제 등에 광범위 한 영향력을 미치면서, 기존의 서열을 재생산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되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 단계에 이르면 서열은 더 이상 정태적인 개념이 아니며, 서열체제는 현 상태에 대한 설명을 넘어서 그것을 유지‧재생산하기 위하여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기제로 파악된다.

한국의 대학들은 서열화 되어 있고, 그 서열은 대학의 교육력과 같은 교육 내적 요인 보다는 외적 요인에 의하여 결정되는 성향이 강하다. 특히 이러한 대학의 서열은 점차 고착화되고 있다(고형일․

이두휴, 2003; 김안나, 2003; 김진영, 2006; 오호영 외, 2006). 김진영(2006)에 따르면 1994년부터 2003년까지 10년 동안 대학서열의 변화는 상위 30%에서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고, 중위권 대학들 의 서열에만 변동이 일어날 만큼 고착화되고 있다. 한국의 대학서열체제의 정점에는 서울대학교가 있고, 다음으로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의 대학들, 그리고 지방의 대학 순으로 이어진다. 물론 대 학의 서열체제가 이처럼 단순한 것만은 아니다. 즉 지역, 설립연도, 설립형태, 대학의 규모 등에 따라 서 다르게 나타난다.

대학간의 서열체제가 확립된다는 것은 대학간의 순위가 고착되어서 대학들의 교육활동에 실제로 어떤 변화가 일어나든 관계없이 일정한 지위가 확고히 보장됨을 뜻한다. 서열체제의 상위대학은 언 제 어떤 상황에서나 ‘좋은 대학’이고 하위대학은 역시 언제 어떤 상황에서나 ‘좋지 못한 대학’으로 남는다는 것이다. 일정한 때의 상위대학이 ‘좋은 대학’의 위치를 계속해서 독점하는 것이다. 이는 경 쟁을 소멸시키는 결과로 나타난다. 즉 하위권 대학에게는 상위권 대학과 경쟁하려는 유인을 제공하 지 못하고, 상위권 대학은 추격해오는 대학이 없기 때문에 자기발전을 위한 동력을 얻지 못하게 만 드는 것이다. 이렇게 형성된 서열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을 재생산하는 힘을 갖는다. 즉 경쟁 에 의해서 생긴 서열이 역전되어 서열을 위한 경쟁을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대학서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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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더 이상 단순한 서열의 의미를 넘어서 하나의 체제 혹은 구조로서 기능하게 된다. 이처럼 확고하 게 정착된 대학의 서열체제는 입시경쟁을 한층 가속화시킨다. 즉 모든 학생들이 상위서열의 학교에 입학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이에 실패할 경우 차상위서열의 학교를 위한 경쟁으로 옮겨가 게 되는데, 갈수록 경쟁의 강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고착화된 서열은 경쟁의 장을 분화시 키고 여러 층위를 만들어내면서 확대되어 간다. 그리하여 치열한 경쟁을 유발하고, 이를 위한 여러 가지 형태의 비교육적 행위들을 양산해내는 원인이 된다. 이 과정에서 학교의 교육활동은 왜곡되고 비정상적인 교육활동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으며, 과외니 학교붕괴니 하는 현상들이 발생하게 된다.

그동안 한국사회에서는 이러한 대학서열체제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해소하려는 시도들이 이루어져 왔으나, 서열체제는 약화되기는 커녕 더욱 견고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대학서열체제의 본 질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한 접근이었다기보다는 겉으로 드러난 현상에만 초점을 맞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지방대학의 위기가 고착화된 대학서열체제로부터 비롯되었기 때문에 이의 원인 에 대한 분석을 기초로 대안이 제시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방대학의 교육 및 연구 등에만 초점 을 둔 역량강화사업 등을 추진함으로써 재정의 낭비뿐만 아니라 지방대학에 대한 사회적 평판을 악 화시킴으로써 오히려 지방대학의 위기를 가중시켰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정부의 대학서열의 고착화에 대한 인식과는 달리 시민사회에서는 그 원인을 학벌주의로 규정하고, 이의 해소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시민사회의 논의들은 학벌타파가 대학서열체제를 해소하는 방안이라는 전제 하에 학벌타파를 위한 사회운동 및 의식개혁운동,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토론회를 개최하고는 있으나 실제로 이것이 정책에 반영되지는 못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노력들이 기울여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서열체제는 우리 사회의 교육활동을 규제하는 강력한 기제로 작동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입시경쟁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더욱이 대 학서열체제는 입시경쟁에만 그 영역을 한정하지 않고 그 영향력을 확대해감으로써 그 폐해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이 연구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한국사회에서 고착화된 대학서열체제의 형성원인과 과정을 살펴보고, 효과적인 대학서열체제의 해소방안을 탐색해 보고자 한다.

Ⅱ. 대학서열체제와 관련된 담론들

한국사회에서 대학서열 문제를 둘러싼 논의는 학문적 논의 보다는 주로 시민사회 차원에서의 논 의가 주축을 이루어 왔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담론의 구조를 살펴보기로 한다.

1. 대학서열에 대한 학문적 논의

한국사회에서 대학서열과 관련된 학문적 논의는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학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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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혹은 학벌주의와 관련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대학서열의 특성에 관한 연구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학력주의 혹은 학벌주의와 관련된 연구들은 그 특징에 따라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학력주의 혹은 학벌사회의 형성과정에 관한 연구들(강창동, 1993; 김미숙, 1990; 김부태 1995)을 들 수 있다. 이들 연구들은 학력사회의 형성 요인의 탐구, 학력주의 사회의 근원에 대한 탐구, 또는 학 력사회의 형성이나 전개과정을 분석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다음으로 학력주의 사회의 문제점을 분석하는 데 초점을 둔 연구들(강순원, 1988; 김승호, 1985; 이두휴, 1987; 황원철, 1991)을 들 수 있 다. 이들 연구들은 과잉교육, 과잉학력, 학력 인플레이션과 같은 현상들에 대한 접근을 통해서 학력 경쟁이 지니고 있는 문제점을 드러내고 이의 특성이나 원인을 분석하려는 경향을 보여 왔다. 셋째로 학력주의 혹은 학벌사회의 문제점을 분석하는 데 초점을 둔 연구들(이영호, 1998; 이종각, 1997; 김 동춘, 2000; 김영화 외, 1993)을 들 수 있다. 이들 연구들은 학력주의 혹은 학벌주의가 과도한 교육 열을 유발시키고 있으며, 이로 인해 학교교육이 황폐화되고 각종 교육 부조리나 사교육비 문제 등이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넷째로는 학력주의 혹은 학벌사회의 경제적 가치를 분석하는 데 초점을 둔 연구들(강희돈 1988; 이혜영 외, 1998; 장수명, 2002)을 들 수 있다. 이들 연구들은 학력이 직업적 지 위와 소득의 결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를 분석함으로써 학력의 사회경제적 가치나 효용성을 분 석하였다. 학력 혹은 학벌사회의 문제점을 분석한 일부 연구들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학벌 혹은 학력사회와 관련된 연구들은 대부분 대학서열화에 대한 관심이나 문제의식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 사 실이다.

반면 대학서열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는 연구들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이는 대 학서열의 형태를 분석하려는 연구와 대학서열체제의 형성 원인을 분석하려는 연구들로 나눌 수 있 다. 대학서열의 특성을 분석하려는 연구들(오호영 외, 2006; 김안나, 2003; 김진영, 2006)은 대학의 서열이 어떠한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이것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떠한 형태로 전개되고 있는지를 통계자료를 통해 분석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대학서열체제의 형성원인을 분석 하려는 연구들(이두휴, 1993; 이두휴․고형일, 2003; 김상봉, 2004; 김기수 2001)이 있는데, 이들은 대학서열화의 원인을 국가의 입시정책과 경제 및 사회개발정책 등과 관련지어 설명하려고 하거나 학 벌주의와 관련지어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들 외에 대학서열체제의 타파에 초점을 둔 연구들(김경근, 1999; 정진상 외, 2005)이 존재한다. 이들 연구들은 대학의 서열을 타파하기 위한 적극적인 방안으로 프랑스나 독일 등과 같은 유럽의 대학교육시스템을 도입할 것을 주장하고 있으며, 교육학자가 아닌 역사학자와 사회학자에 의 해서 접근되었고 모두 대학평준화를 주장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실제로 교육학계에서 대학서 열체제의 해소와 관련된 학문적인 논의는 활발하지 못한 편이다. 대부분의 연구들이 학력주의나 학 벌주의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대학서열체제의 실천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작업은 소홀히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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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교육정책으로서의 대학서열체제 해소와 관련된 담론

대학서열체제는 교육정책의 영역에서는 관심영역으로 다루어지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교 육정책에서 대학서열체제 문제가 다루어지기 시작한 것은 2003년 1월 22일 ‘국민통합과 양성평등사 회 구현을 위한 국정과제 토론회’부터라고 할 수 있다. 대학서열체제에 관한 언급은 이전까지 교육 부 업무추진계획이나 정책자료집에서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2003년 이전까지 정부차원의 대학서열체제 해소를 위한 노력은 없다고 할 수 있으며, 우회적인 접 근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지방대학의 육성정책들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정책으로서 지방대학 육성과 관련된 정책은 1978년 교육부가 추진한 지방의 특성화공대 육성사업, 국책공대 사업(1994-1998), 지 방대학 특성화 사업(1994-1998) 등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들은 주로 특정분야를 중심으로 지방대학 을 육성하기 위한 것으로 대학서열체제에 대한 문제의식 보다는 특성화 사업의 측면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정부정책으로 대학서열에 대한 문제의식이 반영되기 시작한 것은 2002년 실시된 ‘지방대학 육성사 업’이라고 할 수 있다. 지방대학 육성사업은 지방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우수한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대학을 대상으로 실시된 대학 재정 지원 프로그램으로 당초에는 2006년까지 시행예정이었으 나, 2004년부터 NURI사업으로 통합되었다. 지방대학 공동화에 따른 위기를 극복하고, 지방대학 발전 을 통한 지역균형발전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며,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 적합한 지방대학의 역할을 모색한다는 것이 취지라고 할 수 있다.

2004년 시행된 지방대학 혁신역량 강화사업(NURI)은 지방대학의 육성을 통한 국가균형발전을 기 치로 하여 기존의 지방대학 육성정책과 국립대학 발전계획을 하나로 통합하여 추진된 정책이다. 이 의 주요내용은 지방대학 특성화 및 경쟁력 강화를 통하여 지역발전과 연계된 특성화 분야를 집중 지 원하여 지방대학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우수인력의 양성을 통한 지역발전을 촉진하며, 지역혁신체계 (RIS) 구축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데 있었다.

이러한 소극적인 의미의 대학서열체제에 대한 접근과는 달리 2003년에 교육인적자원부는 대학서 열체제의 해소를 위한 적극적인 방안을 제시하게 된다. ‘학벌주의 극복을 통한 능력중심사회 구현’이 라는 명칭으로 제시된 이 정책은 심화된 학벌 구조가 인적자원의 배분․활용구조 왜곡과 사회 계층 구조의 양극화를 초래하여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으며, 학벌주의는 능력보다 간판 (졸업장)이 우선하는 취업 및 고용구조와 학연에 따른 인사관행에서 기인하며 서열화된 대학구조 하 에서 입시경쟁과 연계되어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따라서 학벌주의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기업체 등의 학력위주 고용관행 변화와 대학의 서열구조 해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제시 하고 있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다양화․특성화를 통한 대학의 서열구조를 개선하는 방안, 범 정부차 원에서 지방대학을 중점적으로 육성하는 방안, 지방대학 졸업자의 취업능력 제고를 위한 평생․직업 교육의 기반을 구축하는 방안, 능력중심 인사관행을 공공부문부터 민간부문으로 확대하여 정착시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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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방안 등을 제시하였다. 나아가 이의 효과적인 추진을 위하여 학벌주의 극복을 위한 범사회적 차 원의 운동을 전개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교육인적자원부, 2003).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은 국가의 교육정책들의 특징은 대학서열의 본질에 대한 관심이나 천착 이 부족했다는 점을 특징으로 한다. 물론 2003년 제시된 학벌주의 극복방안은 처음으로 국가수준에 서 학벌타파와 대학서열체제 해소를 정책의제로 선정하였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일이긴 하지만, 이행 과정에서 법제의 정비나 강력한 실천력이 뒤따르지 못한채 표류하고 있다.

3. 시민사회의 대학서열체제에 대한 접근

대학서열에 대한 논의는 시민사회의 영역에서 훨씬 활발하게 이루어졌고, 그 대안 역시 적극적으로 제시되어 왔다. 특히 이들 시민사회의 논의들은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참여하면서 활발한 학술적 토론과 세미나, 홍보 등을 통해서 대학서열체제의 문제점과 이의 타파를 위한 실천운동을 전개해 왔 다고 할 수 있다. 이들 시민사회의 대학서열체제에 대한 논의들은 학벌사회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이의 원인을 진단하고, 이를 타파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는 쪽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들은 한국사회 는 학벌이 지배하는 사회이기 때문에 서열체계의 상층부에 위치하는 학벌들이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 면서 사회적인 권력으로 군림하게 되었고, 이처럼 사회를 지배하는 권력이 된 상층부의 대학에 들어 가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국교육의 문제점이 심화되고 있다고 파악한다. 따라서 학벌을 타파 하는 것이 무엇 보다도 중요하다고 본다. 대학서열체제의 해소는 곧 학벌타파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들을 공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시민사회의 학벌타파를 통한 대학서열체제의 해소방 안은 두 가지 방향으로 전개되어 왔다. 이들의 입장은 ‘학벌없는 사회’와 ‘학벌없는 사회만들기’라는 단체를 통해서 전개되고 있는데, 서울대학교와 대학의 지배구조, 국가의 역할, 그리고 입시제도에 관 한 입장에 있어서 각기 다른 견해를 보인다.

먼저, ‘학벌없는 사회’와 관련된 주장들을 살펴보자. 이들은 우선 학벌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대학교를 대학원 대학으로 개편하거나 폐지하는 등의 개혁을 주장한다. 나아가 전국의 대학들을 단일의 국립대학으로 개편하며, 국립대학으로 전환하더라도 대학의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입 장이다. 입시제도와 관련해서는 현행 수학능력시험을 폐지하거나 자격고사로 전환하고 국립대학을 통합 전형하는 등 프랑스나 독일과 같은 형태의 평준화 모델을 도입할 것을 주장한다. 그리고 이러 한 과정에서 국가가 학벌에 의한 독점을 방지하기 위해 강력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한 다.

다음으로는 ‘학벌없는 사회만들기’와 관련된 입장을 살펴보자. 이들의 대학서열과 학벌사회에 대한 문제인식은 ‘학벌없는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은 학벌을 하나의 ‘카스트’로 볼만큼 강력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으나, 학벌타파와 관련해서는 국가의 개입 보다는 오히려 자율에 기초한 시장 경쟁의 논리에 따른 해결을 강조한다. 이들은 서울대학교를 민영화하거나 독립법인으로 전환하고,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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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의 자율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대학입시를 폐지하고 대입전형을 대학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이러한 주장의 배경에는 국가의 개입이 학벌사회를 조장하고 대학서열체제 를 심화시켰다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결국 두 단체의 입장은 국가의 역할과 관련하여 서로 대립되는 입장을 취한다. ‘학벌없는 사회’에 서는 국가의 역할을 강화하고, 적극적으로 개입함으로써 학벌을 타파하고 대학서열체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을 전개한다. 반면 ‘학벌없는 사회만들기’는 국가의 역할을 축소하고 대학운영이나 입시 제도를 시장에 맡김으로써 학벌을 타파하고 대학서열체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이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학벌주의는 해소될 수 있는 것일까? 만일 학벌이라는 것이 하나의 사회 제도라면 이의 수정을 통해 해소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학벌주의라는 것 이 하나의 의식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학벌주의사회를 학력주의 사회로 바꿀 수 있다면 이러한 고민은 쉽사리 해결될 수 있다. 그러나 학벌은 제도가 아니다. 그것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국민들의 의식속에 하나의 신념으로 자리잡아 온 것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대학서열체제가 학벌이 라는 단일요인에 의해서 형성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따라서 대학서열체제에 대한 보다 종합적인 접근이 요구되는 것이다.

Ⅲ. 대학서열체제의 형성과정

1. 학벌주의와 대학서열

대학서열체제에 대한 논의에서 핵심적인 것은 대학서열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서열의 구조 내지는 체제이다. 대학서열체제의 핵심은 경쟁을 제한하고, 경쟁을 무력화시키는 구조라는 것이며, 그 과정 은 계층체제에서 상층들이, 기득권층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체제를 재생산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흔히 고등교육이 상승 이동의 통로라고 말한다. 그러나 고등교육을 받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있어 고등교 육은 계층적 지위의 변화를 위한 것이기보다는 현재의 지위나 위치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의 성격이 훨씬 더 강하다. 우리 사회에서는 그것에 더해 특정 학교 졸업의 여부가 기득권층을 낳는다. 이것이 바로 학벌이고, 이러한 것이 중시되는 사회를 학벌사회라고 할 수 있다.

학벌(學閥)이란 본래 능력을 의미하는 학력(學力)이나 학교에 다닌 이력을 의미하는 학력(學歷)이 라는 말과 같은 의미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학벌이라는 것이 능력이나 이력으로서의 의미를 넘 어서서 통용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한국사회에서 학벌은 일종의 족벌이나 권력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으며, 실제로 그러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학벌은 전근대적인 개념으로서 서열과는 다르 다. 학벌은 신분이며, 붕당이고, 독점이며, 편견으로 규정할 수 있다. 신분으로서의 학벌은 그것이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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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 외양은 근대국가로서의 모습을 갖추었지만 그 의식구조가 여전히 봉건적이고 신분적 가치관을 벗 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고착된 것이다. 따라서 학벌은 일종의 성취지위이지만 한번 얻어진 성취지위 의 대가 이상으로 개인사에 미치는 영향력이 지대하고 학벌과 전혀 무관한 취직, 일상사, 인간관계 등에까지 판단기준으로 군림하게 된다. 학벌은 당파성을 지닌 붕당으로서 다른 집단에 대해 극도의 배타성을 지니며, 자신들의 패권적 지위를 차지해 권력과 과실을 독점하는 데 가장 우선적인 목적을 두고 있으며, 이는 독점으로 이어진다. 나아가서 학벌은 인종차별이나 여성차별 등과 같이 모든 사회 집단의 무의식에까지 파고든 거대한 편견으로 작용하고 있다(김동훈, 2001).

한국사회를 학벌사회라고 부를 수 있으며, 이는 일종의 연고주의가 지배하는 사회라고 할 수 있 다. 연고주의의 핵심은 파슨즈의 근대와 전통의 구분에서의 특수주의이다. 사람들과의 관계맺음에 있 어 보편적 기준이 아닌 특수한 기준, 예컨대 나와 인척관계인가 아닌가 등의 기준에 의해 이루어지 는 것이 특수주의적 원칙이다. 이러한 특수주의의 근간은 일정 경계 내에서의 포섭과 그 밖에 대한 배제이다. 그리고 그 기준은 노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숨겨져 있으며, 은폐되고, 또는 머뭇거림이 다.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정진상 외, 2005).

그렇다면 왜 우리 사회에서는 이러한 연고주의에 기초한 학벌주의가 기득권체제, 또는 지배체제에 서의 핵심적 위치를 가지는가? 이에 대한 해명은 보족적 지배원리의 개념을 통하여 가능할 것이다. 일 반적으로 인종적‧민족적‧종교적 차이 또는 균열이 뚜렷하지 않는 사회에서는 지역적 차이가 그러한 균열을 대신하도록 형성되는 경향이 있으며, 우리 사회에서의 지역주의적 균열을 이러한 맥락에서 이 해할 수 있다. 그러나 지역적 균열이 인종, 민족, 종교 등의 균열과 궤를 같이 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 래서 그 균열의 역사적‧문화적 바탕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경우에는 다른 보족적 지배원리가 활용되며, 우리 사회의 경우에는 학벌주의가 그러한 보족적 지배원리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학벌 주의는 우리 사회에서의 전통적인 학문에 대한 숭상과 더불어, 근대적 원리라고 하는 능력주의의 형 식도 갖춘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그 어느 지배원리보다도 더욱 그럴듯함을 가지게 된다(정진상 외, 2005).

학벌주의는 다른 지배의 원리와 마찬가지로 피지배집단을 여러 갈래로 분리시키고, 지배집단에 속 하는 집단들도 다시 차등화시킨다. 그것은 지역주의가 경상도와 전라도를 대립시키면서, 서울-수도권- 지방으로 이루어지는 지역 격차를 유지하고, 그러면서 다시 서울에서도 강남과 강북으로 나누는 것 과 유사하다.

그렇다면 학벌주의와 대학서열체제의 관계는 과연 어떠할까? 먼저 학벌과 서열의 관계를 살펴보 자. 학벌과 서열은 그 개념 자체가 다르다. 학벌은 권력과 연계되어 있으며, 네트워크와 관련된 용어 이다. 학벌에는 일반적으로 ‘좋은 또는 강한’ 학벌과 ‘나쁜 또는 약한’ 학벌 등과 같이 수식어가 따 라다니는 반면, 서열은 ‘높은’ 서열과 ‘낮은’ 서열 등으로 구분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와 같은 성격을 지닌 대학의 서열이 학벌에 의해서 지배되고 있다는 것이다. 학벌이라는 용어는 사회적 이해관계와 관련하여 ‘좋고 나쁨 또는 강하고 약함’이 기술되는 반면, 서열이라는 용어는 일정 수준의 객관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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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에 의하여 평가될 수 있다. 학벌이라는 용어는 가치중립적이거나 객관적인 표현은 아니다. 즉 그 것의 좋고 나쁨이나 강하고 약함을 평가하는 기준이 결코 객관적일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학벌은 문벌을 대체하는 개념으로 자리잡아 왔다. 실제로 그것은 대학서열 보다 훨씬 오래된 개념이다. 한국사회에 대학들이 몇 개 되지 않아 서열을 매기는 일이 불가능했을 당시에도 학 벌은 존재하였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당시에는 고등교육이 소수자의 전유물이었기 때문에 ‘능력으로서 의 학력 = 이력으로서의 학력 = 학벌’은 모두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져 왔다. 왜냐하면 고등교육 이수 자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사회․경제적 보상을 누릴 수 있었기 때문에 실제로는 학벌에 따른 차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표면화되어 문제로 지적되지는 않은 것이다. 실제로 해방이후 여러 대학 들이 설립되었으며, 선발대학과 후발대학을 비롯하여 개별대학 간에 사회․경제적 보상의 차이가 존 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대학 간의 서열이니 학벌이니 하는 식으로 논란의 대상이 되지는 않았 다.

2. 대학의 서열화과정

한국사회의 대학서열체제의 구조화과정을 보면 198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즉 1980년 이전까지 막연하게나마 존재하던 대학의 서열이 1980년대 초반들어서면서 구체적인 형태로 나타나게 되고 이것이 반복되면서 대학서열의 고착화 및 구조화가 진행되기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 다(이두휴, 1993).

가. 학벌의 사회화: 학력 인플레이션과 대학 서열

대학서열 혹은 학벌이 사회적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학력의 가치 변화, 즉 학력 인플레이션과 관련지어 설명될 수 있다. 학력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대학교육에 대한 보상이 일반인의 기대를 일정 수준 충족시켜주고 있었기 때문에 대학의 ‘좋고 나쁨’, ‘학벌’, ‘서열’ 등과 같은 용어들 은 관심 밖의 문제였다. 그런데 학력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서 대학교육에 대한 보상기대가 실현되 지 못하자, 가치문제가 사회적인 관심사로 부각되었다. 이 과정에서 학벌의 위력이 점차 강해지면서 서열화가 진행되고, 상위권의 서열에서 학벌의 영향력이 강화되면서 학벌사회의 문제가 심각한 사회 적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970년대 들어 꾸준하게 증가하던 대졸자의 취업률은 1980년 들어서면서 72.97%까지 상승했다가 지속적인 하락추세를 보이면서 급기야 1986년에는 45.67%까지 떨어졌다(통 계청, 1970-1987). 뿐만 아니라 대학졸업장이 갖는 상대적 가치의 하락현상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러 한 경향은 학력 간 임금격차가 줄어드는 형태로 나타났다. 즉 1970년대 이후 고졸자와 대졸자의 학 력 간 임금격차 역시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 것이다(통계청, 1970-1987). 또한 직종별 취업구조의 변 화를 보면, 대졸자의 직종하향취업현상이 심화(이두휴, 1993)되는 등 대졸학력의 인플레이션 현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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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와 같은 학력 인플레이션의 심화는 대학졸업장의 가치를 평가절하 시키게 된다. 노동시장에서 대학졸업장은 그것이 갖는 가치에 따라 평가되는데, 문제는 이들 졸업장의 가치를 평가할만한 기준 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학졸업장의 가치가 차등화 될 필요가 있었으나 신뢰할만한 합리적 인 도구나 지표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학벌은 가장 편리한 도구로 사용될 수밖에 없었다. 즉 외 견상으로 학벌이란 손쉽게 ‘學力’과 치환 가능한 개념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수용되었다. 학벌의 높고 낮음 혹은 강하고 약한 정도에 따라 노동시장에서 대학졸업자의 가치가 평가되어진 것이다.

그런데 학벌이 형성되는 과정은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 즉 학벌이라는 일종의 연줄은 오랜 기간 을 거치면서 형성되어 온 것으로, 역사나 짧거나 규모가 작은 대학 보다는 역사가 오래고 규모가 클 수록 유리한 조건을 형성하게 된다. 또한 한국사회와 같이 국가주의적 사고가 강한 경우에는 국가와 의 관련성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요인들은 객관적으로 입증가능한 요 소들이 아니다. 즉 그것은 역사가 길다거나 규모가 크다거나 국가에서 지원하기 때문에 다른 대학들 보다는 더 나을 것이라는 일반인의 통념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 그러한 결과로 학벌은 초창기 대학 서열의 형성과정에서 중요한 지표로서 작용하게 된 것이다.

나. 학벌의 객관화: 국가의 교육정책과 대학서열

교육정책의 측면에서 1980년에 단행된 소위 ‘7.30조치’는 대학의 서열화를 심화시킨 요인의 하나 로 볼 수 있다. ‘과열과외해소 및 교육정상화방안’이라고 불리우는 이 조치는 고등교육과 관련하여 두 가지 중요한 정책의 변화를 불러오게 되었다. 그 하나는 대학졸업정원제와 대학입학정원의 대량 증원이었고, 다른 하나는 본고사의 폐지 및 국가고사의 실시였다.

7.30조치에 따라 도입된 대학졸업정원제와 대학정원확대 정책은 상대적 과잉인구를 창출함으로써 학력 인플레이션을 가속화시키는 동인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1980년에 116,700명이었던 4년제 대학 입학정원은 1981년에는 187,062명으로 늘어났고, 1984년에는 20만 명을 넘어서게 되었 다. 1981년부터 대졸자의 취업률이 떨어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고려할 경우, 이러한 대학입학정원의 증가가 대졸자의 취업난을 심화시킬 것이며, 이들이 학력 인플레이션의 심화로 이어진다는 것은 당 연한 논리적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학력 인플레이션의 심화는 노동시장에서 대 졸자에 대한 선별의 필요성을 강력히 요구하게 만들었고, 학벌은 대학서열화의 도구로 작용하게 되 었다.

학력 인플레이션으로 학력의 가치가 차등화 되자 교육수요자들의 입장에서는 어떤 학교가 더 높 은 교환가치를 갖는 가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학벌은 가장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잣 대가 되었다. 즉 강한 학벌을 지닌 상위권의 대학들에 진학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기 시작한 것 이다. 이처럼 상위권대학에의 진학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는 과정에서 입시의 공정한 관리라는 명 분하에 대학입시에 대한 접근방식의 변화가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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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조치로 인해 대학별고사가 폐지되고 대학입학예비고사라는 국가수준의 시험이 실시된 것은 전 국의 대학을 단일한 기준에 의해 줄 세우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1980년 이전까지 대학입학예비 고사와 대학별고사에 의해 치러지던 대학입시체제 하에서는 전형방식이 달라서 대학에 서열을 매기 는 일이 어려웠던 데 비해 국가가 주도하여 전국적으로 실시하는 국가고사의 도입은 전국의 대학입 시를 단일경쟁체제로 재편하였으며, 학력고사 점수라는 단일기준에 의해 수험생과 대학을 줄 세우는 것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일차적으로 대졸노동시장에서는 대학졸업자의 서열을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가 등장한 것 이고, 대학지원자의 입장에서도 자신의 서열에 맞는 대학을 찾는 객관화된 장치가 마련된 셈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대학의 서열은 학력고사나 수학능력시험점수와 같이 객관화되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그러나 대학의 서열을 평가할만한 합의된 지표나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 현실에서 서열은 지금까지의 사회적 통념을 기준으로 매겨질 수밖에 없었고, 이 과정에서 학벌(學閥)은 우선적인 고려 사항이 되었다. 그리고 해를 거듭해감에 따라 입시전문기관에 의해 매겨진 대학의 예상합격선을 바 탕으로 한 대학서열은 점차 구체적인 형식을 갖추게 되었고 사회적으로 수용되어져 갔다. 즉 대학의 교육력과는 무관하게 도입초기에는 합격예상 점수로 매겨지기 시작했던 대학서열들은 점차 교육수요 자들에게 마치 객관화된 하나의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기 시작했고, 이러한 관행들이 반복되어지면서 마치 그것이 실제로 대학의 경쟁력이고 서열인 것처럼 수용되어져 갔다.

3. 대학서열체제의 강화기제

1980년대 초반의 대학입학정원의 증가와 국가고사형태의 대학입학시험의 도입은 학벌에 따른 대 학서열의 형성을 더욱 강화하는 요인이 되었다. 그러나 학벌이라는 것은 권력의 일종으로서 모두에 게 균등하게 주어지는 것도 아니며 그것이 갖는 영향력이나 의미도 같은 것이 아니다. 따라서 대학 서열에 영향을 미치는 학벌의 효과는 일정수준에서 제한될 수 밖에 없다. 즉 상위권 대학서열에서는 학벌의 효과가 존재하지만 하위권으로 갈수록 학벌의 효과는 약해지거나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이다. 그것이 권력으로서의 학벌의 속성이다.

이와 같이 약화된 학벌의 자리를 대신하게 되는 것이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학벌이 갖는 전근대 성과 이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성과는 달리 지역이라는 요인은 일정한 경험적 판단의 기준과 근거가 작용하고 있다. 한국의 대학서열화과정에서 이처럼 지역의 효과를 강화시킨 정책적 요인으로 수도권 정비계획법과 지역 간 불균등 발전을 들 수 있다.

1982년에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수도권 내 대학의 신·증설을 억제하고 학교의 총량을 규제하 는 방식으로 이후 수도권대학의 증원을 억제하는 요인이 된다. 문제는 수도권의 인구는 늘어나는데 수도권의 대학입학정원은 동결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수도권에 소재한 대학들에 입학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수도권대학에 진입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수도권대학의 가치는 높아지게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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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러한 평가는 대학서열의 형성과정에 반영되었다. 특히 <표 1>에 나타난 바와 같이 대학의 총 량은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수도권대학의 신·증설은 억제되고 있었기 때문에 수도권대학과 지방대학 의 가치는 상반된 방식으로 평가될 수밖에 없다.

<표 1> 대학수의 변화

대학수 국공립대학수 사립대학수 수도권대학수* 지방대학수

1980 85 20 65 42(37) 43

2006 175 25 150 68(38) 107

* ( )안은 서울소재 대학 수

<표 1>에 따르면 1980년 85개였던 4년제 대학들이 2006년에는 175개로 26년 동안 90개교가 증가 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 기간 동안에 증가한 90개 대학중 국립대학은 5개뿐이었으며, 소재지역별로 도 수도권 소재대학들은 경기지역의 소수 대학이 신설되거나 서울소재 대학이 이전하였을 뿐 신설된 대부분 대학들은 지방의 사립대학들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국가가 수도권대학의 신·증설을 억제하 는 대신 지방대학의 신·증설을 허용함으로써 수도권대학의 사회적 가치는 높아지게 되었다. 특히 1980년 이후 수도권대학의 증가는 서울 이외의 지역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서울소재 대학들의 상대적 가치는 더욱 높아져만 갔다. 반면, 지방대학의 경우는 신·증설로 인해 1980년의 2.5배에 이르는 증가 를 보였으며, 이 기간에 신설된 대학들은 대부분이 사립대학이었다. 이는 결국 소재지는 지방이고, 설립유형은 사립이면서 설립역사가 짧은 지방의 신설 사립대학으로 하여금 서열체제의 저변을 형성 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다.

물론 이와 같이 지역에 기초한 대학서열체제를 더욱 강화시킨 요인은 높은 수도권집중도와 지역 간 불균등발전을 들 수 있다. 다음 <표 2>는 이를 단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구 분 전 국(A) 수도권(B) 집중도(B/A)

국 토(05) 99,646 11,730 11.8

인 구(05) 천인 49,268 23,782 48.3

산 업(05) 취업(천명) 22,699 11,153 49.1

지역총생산(10억원) 787,796 375,875 47.7

제조업(04) 사업체 113,310 64,124 56.6

종업원(천명) 2,798 1,297 46.3

서비스업(04) 사업체 759,591 365,029 48.1

의료기관(04) 기관수(개) 47,378 24,189 51.1

금 융(05) 예금(10억원) 561,946 381,040 67.8 대출(10억원) 613,922 409,655 66.7

공공청사(03) 소계(개) 403 344 85.4

<표 2> 부문별 수도권 집중도

자료: 통계청, 통계정보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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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2>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사회적 재화와 기회는 수도권대학에 대한 선호도를 높이는 요인이 된다. 그런데 수도권대학에서 상대적으로 증원이나 신설이 억제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입학을 위한 경쟁은 치열해지고 그 결과로 지방대학에 비해 상대적 서열이 상승하는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지역 특히 서울이 갖는 의미는 매우 특별하다. ‘말은 나면 제주로 보 내고,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라’는 속담이 있듯이 서울은 한국사회에서 선망의 대상이 된다. 이러 한 선망의 대상인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대학의 숫자는 억제되는 대신, 수도권으로의 인구유입 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수도권 대학에 들어가기가 어렵게 되고, 자연스럽게 수도권대 학의 서열은 상승하게 되는 것이다.

서울지역 소재 6개 대학과 지방소재 주요국립대학 7개 대학의 경제학과를 대상으로 1982년부터 1991년까지 10년 동안의 학력고사 성적 평균을 분석한 결과(이두휴, 1993)에 따르면 1982년 이전에 이들 13개 대학들의 성적은 지방대학들이 대부분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1980년대 중반이후 이러 한 경향은 역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대학의 경우는 평균성적이 약간 증감한데 그치는 반면, 서울 소재 6개 대학은 10년 동안 꾸준한 상승세를 보임으로써 서열이 판이하게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 다. 지방대학들의 경우는 모두 국립이면서 역사도 오래된 대학들이며, 사회적 인지도나 평판 역시 더 높은 대학들임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대학들에 비해서 이들 지방대학들이 밀려나는 것은 학벌의 효과 가 지역의 효과 보다는 미약하다는 것을 시사해준다.

지방대학들의 경우 학벌의 영향력이 매우 미약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지역의 발전수준과 연계되어 있다. 즉 지방대학 출신들이 지역사회 내에서 형성하고 있는 인적 네트워크와 역량을 가지고 있으며, 지역사회의 사회 경제적 기회구조가 충분히 제공되는 경우 학벌은 나름대로 영향력을 지닌다. 그럴 경우 지역과 지방대학의 학벌은 결합되어 질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지역이 대졸자를 위해 제공할 수 있는 고용구조와 지역사회가 제공해 줄 수 있는 각종 사회문화적 유인들이 결합해서 대학서열을 형성 하는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에 따라 대학의 서열은 지방에 따라서 또 다른 층위를 형성하게 된다.

그리하여 대학서열의 지역 간 분화는 서울과 지방, 서울과 수도권, 영남과 충청, 호남, 강원 등으로 나 타나게 된다(이두휴․고형일, 2003). 이것이 대학서열의 구조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며, 이러한 서열체 제는 일반인들의 통념으로 자리 잡게 되어, 입시를 통해서 반복되고 확인되어 고착화되어 온 것이다.

Ⅳ. 대학서열체제의 구조와 해소방안

1. 대학서열체제의 구조

대학서열체제는 학벌주의의 심화 및 이에 따른 파생효과로 특징 지워진다. 따라서 한국사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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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의 형성에 대한 이해는 서열체제 해소방안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대학은 미국의 대 학들과는 달리 산업화로 인한 기술의 발전과 그에 필요한 자격증의 제도의 정착에 따라 발생한 것은 아니었다(김동춘, 2002). 근대화의 과정에서 한국의 대학은 식민지 통치의 도구로서 활용되었다. 즉 일제는 각급학력간의 위계관계와 접근 절차를 더욱 분명히 하고, 그들의 지배의도를 학력의 내용성 으로 전화시키려는 노력을 전개한 것이다. 따라서 학력은 일제가 요구하는 자질이면서 동시에 민족 의 분열을 위한 기제로도 사용된 것이다. 이 시기의 학력, 구체적으로 대학은 선별적으로 그 획득의 기회가 제공되었고, 또 획득된 학력에 따라 엄격한 차별적 보상이 적용된 것이다(김부태, 1997). 이 처럼 학력이라는 것을 제도화함으로써 일제는 교육을 통한 식민통치의 전략을 구축하였고, 경성제국 대학을 창설함으로써 대학을 권력획득의 수단으로 만들었고, 시험을 교육의 최종 목적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교육과 사회적 지위획득간의 고리는 별다른 의심 없이 근대화라는 이름 으로 수용되어져 오면서 학벌주의는 사회의식으로 자리잡게 되었고, 학벌을 위한 경쟁은 입시경쟁이 라는 형태로 정착되어 갔다. 그리고 이와 같은 시스템이 무리없이 작동할 수 있었던 것은 능력주의 라는 신화였고, 이는 기존의 지배체제를 유지하고자 하는 기득권층의 이해와 부합되는 측면이 있었 다고 할 수 있다(김동춘, 2001).

대학서열체제의 고착화는 이와 같은 학벌주의의 정착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일제하에서 권 력의 획득수단으로 정착한 학력은 능력주의의 신화와 맞물리면서 이의 획득을 위한 치열한 경쟁으로 나타나게 되고, 이와 같은 경쟁의 과정에서 학력 인플레이션에 직면하게 되고, 서열체제는 더욱 세분 화되는 것이다.

대학서열이 형성되는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한 요인은 물론 학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학벌이 모든 대학서열의 형성에 작용한 것은 아니다. 학벌의 영향력에 따라 그것이 대학서열 의 형성에 미친 영향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즉 학벌의 영향력이 강한 집단의 경우에는 대학서열의 상층에 속하게 되고, 이들 사이에는 강한 연결고리가 형성되어 있어서 학벌은 서열을 재생산 해낸다.

반면 학벌의 영향력이 강하지 못한 집단의 경우에는 학벌보다는 다른 요소들이 서열의 형성에 영향 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요소들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대학의 소재지라고 할 수 있다.

학벌이 강력한 연고주의와 관련된 반면, 지역이라는 요인은 연고주의로서 지역주의와 함께 노동시 장을 비롯한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의 기회와 관련된 개념이다. 이러한 사회·경제적인 측면에서의 기 회는 대학에 재학하는 기간 동안 뿐만 아니라 취업과 그 이후의 사회생활에서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된다. 따라서 학벌의 영향력이 아주 강한 대학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지역의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관계를 정리하면 [그림 1]과 같다.

[그림 1]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대학의 서열은 학벌과 지역의 결합에 의해 형성되는 것으로 서열의 상층에 속하는 대학들의 경우에는 학벌의 영향력이 지배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학벌의 영향력 은 시간이 갈수록 확대 재생산되어지기 때문에 서열체제의 상위권에 속한 대학들의 지위는 확고하게 유지되고 서열의 변동은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반면 학벌의 영향력이 강하지 못한 경우에는 지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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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고주의와

사회의식 지역격차 입시제도

대학서열의 고착화 교육경쟁의 심화와 파행적 교육활동

학벌 × 지역 대학서열의 형성

[그림1] 대학서열체제의 구조 모형

라는 요인이 상대적으로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 학벌의 효과가 약하기 때 문에 학벌의 재생산이 이루어지지 않고, 그 결과로 외적 요인인 지역의 효과가 커지게 된다.

이렇게 형성된 대학의 서열이 고착화 되는 과정은 지역과 학벌이라는 요소와 결합한 연고주의의 확대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과 학벌은 연고주의와 결합 하여 각각 지역주의와 학벌주의라는 형 태로 사회 전반에 침투함으로써 기존의 대학서열을 공고히 하는 데 작용하게 된 다. 이와 같은 연고주의는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 모두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즉 국가정책의 형성, 지배 엘리트의 형성과정, 기업의 고용관리관행 등에서 뿐만 아니라, 개인의 사 적 경제활동의 영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연고주의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따라서 사회 의식은 당연히 이와 같은 연고주의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사회체제에 대응하여 형성될 수밖에 없다.

즉 연고주의가 사회의 원리의 하나로서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연고주의에 편승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이것이 학부모들로 하여금 교육경쟁에 몰입하게 만드는 요인이며, 대학의 서열을 재 생산해가는 동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연고주의와 더불어 대학서열을 고착화시키는데 기여하는 또 다른 요인으로 지역격차라는 것을 들 수 있다. 지역격차는 지역 편중적 산업화과정, 수도권정비계획법 등을 비롯한 국가의 정책적 요인과 많은 관계를 맺고 있다. 지역격차가 대학서열과 맺는 관계는 연고주의와는 달리 합리적이고 객관적 인 방식으로 접근이 가능하다. 즉 지역 연고주의와 관련된 서열이 비합리적이라고 평가되는 것과는 달리, 지역격차를 바탕으로 한 서열은 지역이 갖고 있는 사회적 재화나 기회구조의 차이로부터 비롯 된 것이기 때문에 일정한 수준의 정당성을 획득하게 된다.

이러한 요인들에 의해서 형성된 서열체제가 더욱 객관화되고 정당성을 획득해가는 과정은 입시라 는 제도를 통해서라고 할 수 있다. 즉 전국의 수험생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국가수준의 획일화되고 표준화된 입시제도는 대입지원자들을 석차경쟁으로 몰아넣고 있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연고주의와 지역격차를 바탕으로 재생산되어지는 대학의 서열체제는 더욱 객관화되고 정당성을 획득해간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대학서열체제의 구조는 입시준비과정 뿐만 아니라 대학교육까지도 형식 화시키고 황폐화시키게 되며, 교육의 과정에서 강조되는 것은 오로지 석차밖에 없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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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대학서열체제의 해소방안

앞에서 논의한 바와 같이 대학서열체제는 학벌과 지역에 근거한 연고주의, 그리고 지역격차에 기 반을 두고 형성되며, 이들이 작동하는 사회체제에 대한 학부모와 대중의 의식구조를 통해 경쟁이라 는 형태로 입시제도를 통해서 확인되고 재생산되어 간다. 따라서 대학서열체제의 해소방안은 연고주 의로서의 학벌주의와 지역주의에 기초한 사회의식의 타파, 지역격차의 해소 등에서 찾아야 한다. 대 학입시제도는 이를 매개로하는 대학서열체제가 정당화되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이의 개선만으로는 대 학서열체제를 해소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대학서열체제의 해소를 위해서는 각 분야의 총체적인 접근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그동안 개별적으로 논의되어 온 관 련 정책들을 검토하고, 이를 바탕으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가. 학벌 타파와 능력주의 사회의 구축

학벌은 대학서열을 형성하고 고착화시킨 요인이다. 한국사회에서 이러한 학벌의 정점에는 국립 서 울대학교가 존재한다. 그 외에도 소수의 영향력을 지닌 학벌집단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 폐해가 서 울대학교에 비할 만큼은 아니다(김동훈, 2001; 박홍기․김재천, 2003; 김상봉, 2004). 미국 뿐 아니라 많은 사회에서 상층의 권력 엘리트들이 소수의 대학 출신들로 주로 구성되는 경우는 많다. 그 소수 의 대학들은 우수한 교수와 학생들로 구성되고 재정이나 시설도 훌륭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소 수의 대학들이 계속적으로 최상위권의 위치를 차지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소수의 엘리트 집 단이 일정한 성채를 만들어 그 속을 진지로 사회에 상층 집단을 지속적으로 재생산한다면,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적 원리에 어긋나는 것이며, 그것은 잘못이다. 비록 그러한 현상이 선진 사회에서 일반적 으로 관찰되는 현상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잘못이다. 존재하기 때문에 선일 수는 없는 것이다. 이 런 의미에서 최근 미국 사회의 유명 대학들은 자신의 대학에 상층 자녀들이 몰리는 현상을 완화하려 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뉴욕 타임즈 기사는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정진상 외, 2005). 한국사회의 학 벌문제 논의에서 서울대학교가 주요 대상으로 거론되는 것도 그와 같은 문제인식 하에서이다. 그런 데 이 학벌이라는 것은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것이며, 그것의 영향력 역시 가시적인 형태로 나타 나기도 하지만 때로는 비가시적이며 단기간에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단기간에 학벌을 타파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학벌의 정점에 서 있는 서울대학교 문제와 관련해서 지금까지 제시되어 온 의견들은 3가지로 요 약된다. 서울대학교의 학부를 폐지하고 대학원 대학으로 개편하는 방안, 서울대학교를 비롯한 국립대 학을 민영화하거나 독립법인화하는 방안, 그리고 전국의 대학을 하나의 국립대학으로 통합하는 방안 등이 그것이다.

먼저, 민영화나 독립법인화의 문제를 생각해 보자. 서울대학교를 민영화하거나 독립법인화하는 방 안은 서울대학교 문제가 제기되는 배경, 즉 학벌의 영향력을 제거하자는 취지에 부합되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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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지금 제기되는 서울대학교의 학벌문제는 서울대학교가 오랜 설립의 역사와 그들에게 주어 진 특혜를 통해 성장하면서 한국사회의 거대한 학교권력으로 자리 잡았고 지금은 자신의 학벌권력을 재생산하는 거대한 힘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학벌이라는 것은 일종의 연줄주의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한번 형성된 서울대학교라는 학벌은 그것이 국립이든 사립이든 관계없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이 내세우는 바와 같이 국립대학이기 때문에 받는 특혜라는 것이 지금의 서울대학 교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현시점에서는 오히려 독립법인화되거나 민영화되었을 때 지금 가지고 있는 학벌의 영향력은 확대될 수 있다. 따라서 서울대학교의 지배구조는 문제해결의 실마리 가 되기는 어렵다.

다음으로 서울대학교의 학부를 폐지하는 방안을 살펴보자. 서울대학교의 학부를 단순하게 폐지만 하고 대학원 중심체제로 전환하는 것은 서울대학교의 학부를 중심으로 맺어져 왔던 학벌을 차단한다 는 점에서는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안에도 문제점이 존재한다. 그것은 차상위의 대학들이 다음 서열을 차지하면서 서열체제가 유지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렇지만 이들 차상위권대 학들의 학벌이 갖는 영향력은 서울대학교만큼은 아니다. 따라서 이들에 의한 상위권에서의 대학서열 에 대한 독점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학벌의 정점에 서 있는 서울대학교의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실 질적인 경쟁이 일어날 수 있도록 후발대학을 부양하고 이들 간에 서열경쟁이 일어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그러한 점에서 전국의 모든 대학교를 하나의 대학으로 통합하자는 또 하나의 견해는 의미가 있어 보인다. 전국의 대학을 서울대학교나 다른 이름으로 통합할 경우 우선 서울대학교라는 학벌의 영향 력이 약화될 것이며, 다른 의미에서 보면 지방대의 경쟁력을 높임으로써 지역에 바탕을 둔 서열체제 의 유동화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학벌의 학문적 분화에도 관심을 기울이면서 의학, 법학, 교육 등과 같은 분야는 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고, 학문분야를 광역화할 것을 주장한다.

이러한 방안은 독일이나 프랑스의 대학모델에 근거해 있는데, 국립대학뿐만 아니라 사립대학들까지 도 통합해서 국립대학으로 전환하는 것을 주장한다. 이는 일종의 대학평준화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데, 현실적인 제약이 많이 따르고 있다. 특히 사유재산인 사립대학을 국유화하는 것이 가장 장애물이 라고 할 수 있다. 설령 이것이 가능하다고 해도 국가가 부담해야 할 재정적인 지출을 감당하기가 어 렵다.

학벌을 타파한다는 것은 대학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기 보다는 높여준다. 그런데 이러한 학벌이 타 파되기 위해서는 서울대학교 학부의 폐지나 개편이 우선적인 과제가 된다. 강한 독점력과 재생산 능 력을 갖는 서울대학교 학부의 영향력을 축소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일일 것이다. 현재와 같이 학벌이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대학서열체제가 교수나 학생을 주어진 순위에 안주하도록 만들어 감으 로써 오히려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기 때문에, 서열체제가 유동화되어 대학 간 경쟁이 일어날 있다 면 고등교육의 수월성은 한층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학벌을 타파하여 대학들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경쟁할 수 있도록 대학들에 대한 유인을 제공하는 것이 무엇 보다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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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지역주의 및 지역격차의 해소와 지방대학의 경쟁력 강화

대학서열체제의 해소와 관련해서 학벌이라는 연고주의와 더불어 중요한 요소는 지역이라는 연고주 의라고 할 수 있다. 지역주의는 학벌주의와 마찬가지로 깊은 뿌리를 갖고 있어서 해소하기가 어려운 요소이다. 대학 간 서열체계가 구축된 이유의 하나가 지방보다 서울을 선호한다는 데 있고, 서울을 선호하는 이유의 하나는 서울의 대학에 다니면 나중에 사회진출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유리 한 이유는 한편으로는 연고주의와 같은 사회적 자본 때문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지역이 갖는 사회 경제적 기회구조와 관련이 깊다. 이와 같은 현상은 서울지역의 대학출신이 사회진출에서 우위를 차 지하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사회생활에 필요한 인적 유대가 서울지역출신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게 된 탓이다. 실제로 한국사회 파워엘리트를 배출한 교육계의 허브대학 20개중 수도권대학이 15개였고, 영 남권대학이 3개였다. 출신지역별 파워엘리트 분포를 보면 서울, 경북, 경남의 순으로 나타났으며, 그 들의 직장 인맥에 대한 분석에서도 고려대, 서울대, 연세대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이규연 외, 2006).

따라서 기존의 서열체계를 무너뜨리고 유동화하기 위해서는 연고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을 추 진해야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오랜 기간 동안 국가에서 지방대학출신자의 사회진출을 도와줌으로 써 지방출신도 사회생활에서 필요한 인적 유대를 구축할 기회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서울중심으로 이루어지던 각종 사회경제적 활동들을 지방으로 분산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물론 지 방대학들 간에도 서열은 존재한다. 즉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요소의 집중도에 따라 지방대학들 간에도 서열이 존재하는 것이다.

대학의 서열에 미치는 지역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제시되고 있는 방안들은 크게 지방대학을 육 성하는 방안과 지방대학 출신자에 대한 우대, 그리고 지역 간 균형발전 등의 방안이 제시되어 왔다.

먼저 지방대학 육성방안을 들여다보자. 지방대학 육성을 위한 정부차원의 투자가 많이 이루어진 것 은 사실이다. 1994년 공책공과대학 육성사업과 지방대학 특성화사업, 2002년 지방대학 육성사업, 2004년 지방대학혁신역량강화사업 등으로 막대한 재정 투입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대학서열체제는 오 히려 훨씬 견고해지는 성향을 보이고 있다(김경근 외, 2006). 실제로 이두휴․고형일(2003), 오호영 등(2006)에 따르면 대학의 교육여건이나 교육력은 서열체계의 변동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지방대학의 문제가 낮은 교육경쟁력 탓이 아니라 지방대학의 서열이 낮고 이에 따른 학 생수요가 없기 때문에 교육 및 연구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그 결과로 대학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접근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겉으로 드러난 현상에만 초 점을 둔 지방대학 육성정책은 오히려 지방대학에 대한 일반인의 통념을 부추켜서 지방대학 기피현상 을 심화시키기도 한다.

지방대학 출신자에 대한 고용우대 정책이나 지역 간 균형발전 전략 등은 그러한 의미에서 문제의 원인을 적절히 진단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그것만으로 대학서열체제가 무너지지는 않는다. 지방대 학이 서열체계에서 상대적으로 수도권대학들에 밀리는 이유는 지방이 갖고 있는 고용구조가 취약하 고, 사회문화적 인프라가 취약하다는 점에 있다. 이러한 요인들이 수도권으로의 인구이동을 촉진하고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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