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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성장 단계의 우리 사회, 회복력에 대한 진정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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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성장 단계의 우리 사회, 회복력에 대한 진정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 김수현 서울연구원장

하수정 |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

김수현(金秀顯)

서울대학교 도시공학과 졸업(1984) / 서울대학교 도시공학 석사(1989) /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행정학박사(1996) 서울시정개발연구원(현 서울연구원) 도시사회연구부 연구위원(1999)·도시사회연구부장(2001) / 대통령비서실 비서관(2003) / 환경부 차관(2007) / 세종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교수(2008~) / 서울연구원장(2014.8~)

저서: 주택정책의 원칙과 쟁점(2008) / 저성장 시대의 도시정책(2011) / 주거복지의 새로운 패러다임(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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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리나,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재난을 경험하면서 기존 의 재난관리 대응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 고 있다. 세계적으로 회복력 있는 사회 구현에 초점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역시 회복력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번 호 이슈와 사람에서는 김수현 서울연 구원장을 만나 도시의 회복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에 대 해 들어보았다.

▶ 하수정(이하 ‘하’): 최근 국제기구 및 해외 정부에서는 불 확실성 시대의 위기 대응전략 방향으로 회복력(resilience) 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2013년 세계경제포럼 (WEF)에서는 ‘회복력 있는 역동성’을 주제로 논의한 바 있 으며, UN 국제재해경감기구(UNISDR)에서는 ‘회복력 있는 도시 만들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록펠러 재 단은 우수한 회복력을 지닌 도시를 조성하기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로 ‘세계 100대 회복력 있는 도시’를 공모하고 있 습니다. 이렇듯 전 세계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회복력의 개념과 이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배경에 대하여 설명 부탁

드립니다.

▶▶ 김수현(이하 ‘김’): resilience는 넓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용어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resilience란 용어 가 우리나라에 처음 등장한 것은 미국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허리케인 카트리나 재난 무렵부터입니다. 우리나 라에도 대형재난을 대비할 수 있는 대응력이 필요하다 는 자각이 시작된 것이지요. 선진국에서조차 재난대응 은커녕 후속조치마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 리도 위기대처 능력이 있는가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지금까지는 발전지수, 경쟁력지수 등을 통 해 경제성장이 사회발전의 정도를 가늠하는 척도라고 인식하였다면, 최근에는 위기나 충격을 극복하고 잘 회 복하는 시스템의 구축을 기준으로 하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듯 회복력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최근 서울연구원을 포함한 각 연구 원에서 회복력에 대해 다루기 시작하고 있는 것으로 알 고 있습니다. 회복력에 대한 관심의 증대는 결국 한국 사회도 앞만 보고 달리던 시대를 지나 지금 내가 서 있 는 자리에 대한 성찰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 니다. 특히, 세월호 사태 이후 빚어진 사회 환경을 통해 과연 우리 사회는 위기 대응을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가 에 대한 고민과 성찰이 시작된 것 같습니다.

그러나 회복력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려 면 아직은 이른 감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한국 사회는 지금 변곡점을 지나는 상황에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의 사람들이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좀 더 참고, 좀 더 열심히 일하면 모든 일들이 해결될 것이라 는 기대가 있습니다. 이는 고도성장 세대들이 갖고 있는 세상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식입니다. 현재 상영 중인

‘국제시장’에서도 잘 나타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 사회는 아무리 참고 기다려도 과거와 같은 고도성 김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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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 위기 및 외부 충격에 대응하기 위하여 회복력 보유 가 필수적이라면, 우리나라에서 불확실한 미래에 따른 위기 는 어떠한 종류가 있을지, 또 가장 시급하게 대응해야 할 과 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미래의 위기에 대응하고 적 응하기 위하여 도시의 회복력을 강화하는 방안들에 대해 말 씀을 부탁드립니다.

▶▶ 김: 저는 회복력을 일종의 물리적 논의, 재난 측면의 논의로만 국한시켜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지금 우리 사 회의 가장 큰 문제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 가장 낮은 출산율 등이라고 생각합니다. 도로가 함몰된다거 나 지하철 사고가 일어난다거나 하는 것들도 심각한 재 난이긴 하지만 이들은 급속성장 과정상의 부작용을 수 습하는 차원의 문제입니다. 우리가 예견할 수 있고 추가 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러 나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적·사회적 위기라는 것은 다 른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합니다.

서울시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서울시가 대비해야 할 위기가 여러 가지 있겠습니다만, 더욱 중요한 것은 공동체 안전과 같은 의미에서 ‘Human Safety Net(인 적 안전망)’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물리적 안전은 기 본적으로 중요하고, 이미 정해진 로드맵에 따른 예산과 인력이 편성됩니다. 이에 대해 필요 없다는 사람은 아무 도 없습니다. 다만 누가, 언제 부담할 것이냐 하는 문제 때문에 논의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Human Safety Net’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 습니다. 예를 들면, 고도성장 세대는 안정망의 필요성에 대해 의심하는 반면, 젊은 세대들은 현재의 안전망에 대 한 불안이 높아서 위태로움을 느낍니다. 그렇다면 도대 체 무엇이 중요한 것이냐가 문제인 것입니다. 우리나라

는 수출로 먹고 살아야 하는, 대외의존도가 높고 내부의 경제탄력성이 매우 취약한 나라입니다. 외부에 개방된 나라일수록 사회안전망이 탄탄해야 합니다. 물리적 위 기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가 이미 합의하고 있지만 그것 보다 더 중요한 인적 위기의 문제에 대해서는 공통된 의 견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행복한 삶을 위한 사회안 전망 강화는 꼭 필요합니다.

▶ 하: 전문가들은 세계경제의 장기침체 가능성에 주목하 고 있으며, 우리 경제가 위기에 놓여 있다고 합니다. 경제 활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회복력 제고를 위해 서울연구 원에서는 어떠한 정책들을 제안하고 있는지 설명을 부탁 드립니다.

▶▶ 김: 고도성장기에는 각 지역마다 역할과 특성이 있 었습니다. 도시의 특성에 맞춘 일자리가 창출되었고, 사람들은 이에 따라 주거지를 옮기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성숙 단계 혹은 저성장 단계에서 먹거리를 찾 는 문제는 최대 고민이자 걱정거리입니다. 1990년대

하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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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지나면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근본적으로 도시 정책을 바꾸었습니다. 도시의 발전을 위해 도시재생 정 책, 도시산업 정책에 변화를 주었습니다. 이제는 관광, 게임, 미디어 등 창조적인 산업, 즉 창조경제에서 생산 성의 원천을 찾을 수밖에 없는 사회라는 것을 먼저 안 것입니다.

서울도 두 개의 공간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나 는 공간을 통해서 새로운 산업거점을 형성하는 것입니 다. 상암지역 일대는 디지털미디어 산업이, 한전부지 일 대는 마이스(MICE) 산업이 집적되고 있습니다. 창동, 상계는 동북부지역의 신경제중심지로 조성되고 있습니 다. 또 다른 공간정책은 기존 공간을 창조적 네트워크로 변신시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동대문의 DDP, 즉 동 대문디자인플라자와 창신동의 영세 봉제공장들의 연계 는 창조경제의 모델이 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서울의 40 여 군데 공간에서 클러스터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올해 서울연구원에서는 서울의 창조산업을 육성하고 창조경 제의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필요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찾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이것은 아마도 ‘서울형’ 창 조산업의 발전방향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 하: 최근 원장님은 서울의 미래 비전을 ‘사람 도시’라고 언급하셨습니다. 사람을 존중하고 사람과 소통하는 사회 시 스템의 구축은 도시의 회복력을 높이는 필수요소일 것입니 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방식으로 실현될 수 있는지 설명 부 탁드립니다.

▶▶ 김: 저는 서울을 특이한 곳이라고 봅니다. 서울은 2 차 대전 이후 독립한 국가의 도시들 중에서 가장 경제 적으로 번영한 도시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정확히 표 현하면, 비유할 도시가 없습니다. 눈부신 성공신화를 가 진 서울은, 이제 앞으로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할지 고 민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미 서울은 성숙단계에 이르 렀고, 달리 표현하면 정체단계이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

적으로 서울이 참고할 만한 도시가 없습니다. 우리처럼 개도국 수준에서, 전쟁의 상처가 새겨진 폐허에서 이렇 게 성장한 도시가 없으니 서울만이 해답을 제시할 수 있 을 것입니다. 물론 다른 국가들의 사례를 참고하고 도 움을 받겠지만, 서울이 가진 문제 자체가 워낙 ‘서울적’

인 것들입니다.

오히려 우리를 배우고 싶어 하는 도시들은 많습니다.

일례로 아시아의 여러 개도국 도시 관계자들이 저희 연 구원에 방문하시면 저는 두 장의 사진을 보여드립니다.

한 장은 1920년대의 서울이고, 또 한 장은 2008년의 서 울입니다. 두 장의 사진에는 80년이라는 간극이 있습니 다. 개도국 관계자들에게 저는 그 시간 동안 서울이 겪 은 시행착오를 배우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 를 합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시행착오를 더 많이 겪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서울의 미래는 결국 서울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이제는 ‘서울도시론’이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도 해봅니다. 서울의 고도성장 과정은 고통 스러웠지만 또 다른 차원에서 보면 찬란한 경험이기도 했습니다. 향후 서울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대해 서는 ‘사람’을 중심에 두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합니다.

상투적으로 들릴 수도 있고, 정치적 슬로건처럼 들릴 수 도 있겠습니다만, 이것 이상의 해답은 없을 것 같습니 다. 그동안 물적 발전을 통해 도시가 사람을 집어삼켰 다면, 이제는 사람이 도시를 바꿔야 합니다. 창조경제의 핵심은 사람입니다.

▶ 하: 국토연구원과 서울연구원, 서울시립대학교는 지난해 말 ‘융복합 도시연구 협력을 위한 MOU(업무협약)’를 체결하 고, 도시 관련 융복합 공동연구 수행, 학술 및 연구인력 교 류, 정보공유 등의 협력체계를 구축하기로 하였습니다. 이 와 관련하여 원장님께서 구상하고 계신 계획은 어떠한 것 이 있으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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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에는 이견이 있을 수 가 없습니다. 각 연구원들도 컨버전스 연구를 많이 하 자는 추세입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닙니다. 문제의 복 잡성에 비해 대처의 전문성은 지나치게 세분화되어 있 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극복해야 할 과제인 것 같습니다.

융복합 연구의 원론에는 이미 동의했기 때문에 원론 을 다시 강조하는 것보다는 융복합 연구의 성과를 어떻 게 축적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이번 업무협약을 계기로 다양한 연구가 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 하: 국토연구원은 국토·도시·지역정책, 주택정책, 교 통정책과 관련된 국토 및 도시 전반에 관한 정책 연구를 수 행하고 있습니다. 회복력 있는 국토 및 도시를 만들기 위해 국토연구원에 당부하고 싶으신 사항이 있으시면 말씀해주 십시오.

▶▶ 김: 저는 ‘회복력 있는’이라는 말에 약간의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회복력(resilience) 이라는 말은 왜 나왔을까요? 과거 방식으로는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합 니다. 이는 정치적으로 또는 행정적으로 표현하는 것 이 어렵습니다. 따라서 어떤 상황에도 회복력 있는 사 회를 지향하는 것으로 언급되는 것입니다. 즉, 본질은 한국 사회의 경제적·사회적 토대가 바뀌고 있다는 것 입니다. 계속해서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이 정점을 지났 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계속 달릴 수 있다는 관성을 마음속에 가지고 있지만, 현실에서 는 이미 달리기가 어려운 여러 정황들이 벌어지고 있 는 것입니다.

따라서 회복력 있는 국토 및 도시의 연구에 대한 본

있습니다. 과거와 같은 고도성장을 전제로 하는 연구가 아니라 사회경제적 조건이 바뀌었음을 인정하는, 즉 뉴 노멀(New Normal) 시대의 연구들이 등장할 것으로 기 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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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