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콘텐츠 교육연구(Ⅰ)
- 동국대 영상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 교과과정을 중심으로 김기정
*, 이종대
**1. 머리말
2. 문화산업을 보는 몇 개의 시선 3. 문화콘텐츠 교육의 전제 4. 문화콘텐츠학과 교과과정 5. 맺음말
국문초록
문화의 산업화가 심화되어가는 가운데 정부는 지속적으로 문화산업 육성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세계의 문화산업과 정부차원에서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에 부응하듯 많은 대학은 문화산업에 적정한 인력을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교육시설, 전문교수 요원의 부족, 실질적 교육프로그램의 부재와 같은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글은 문화콘텐츠학과를 개설한 대학들이 교육 현장에서 겪는 몇 가지 어려움을 점검해 보고 현재 문화콘텐츠 교육을 담당하는 대다수의 대학들이 추구 하고 있는 ‘실용적 인재 양 성’이라는 구호가 공허한 외침으로만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비난이 아닌 비판적 지식’과 ‘산 업 실무 지식’을 동시에 교육해야 함을 주장하기 위해 씌어졌다. 특히 동국대학교 문화콘텐 츠학과가 무엇을 지향하며, 목적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어떠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지금의 교과과정에 이르렀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여 논의하였다.
주제어
문화, 문화산업, 대중문화, 문화콘텐츠, 교육, 인문학
1. 머리말
이제는 익숙한 비유인 “잘 만든 영화 한편이 자동차 수출 수 만대와 같은 이익을 생산한 다.”는 오늘날의 문화와 산업의 결합에 대해 사람들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 다. 그리고 이 비유에서 사용된 ‘잘 만든’이라는 말 이면에는 인간의 욕망에 대한 적극적인 수렴 의지와 테크놀로지를 통한 문화콘텐츠의 생산과 유통에 대한 강조가 내재되어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과거 인간의 욕망에 대한 사회적 통념이 ‘~하면 안된다’라는 금기가 우선이었다면 포스트
모던 사회가 도래하면서 욕망은 빠르게 ‘~하고 싶다’로 전환되고 있다. 근원적인 의미에서
욕망의 성격이 변한 것이 아닌 개인들이 지니고 있는 다양한 욕망의 양태들을 인정하고 긍
정하는 변화가 생긴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앞당기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 자신의 존속과
성장을 위해 욕망을 수렴하거나 부추겨야 하는 문화산업이다.
나날이 발전하는 디지털기술을 기반으로 차세대 성장 동력이라는 상징을 거머쥔 문화산업 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선진국들과 기업들은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 치 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정부는 문화산업을 전략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1999년
‘문화산업진흥기본법’을 제정했으며, 그 목적을 “문화산업의 지원 및 육성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여 문화산업 발전의 기반을 조성하고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 향 상과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1)고 명시함으로써 삶의 질 향상과 경제 발전이라는 사적영역과 공적영역에서의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이후 정부는 지속적으로 문 화산업 진흥 정책에 힘을 쏟고 있으며, 이를 위해 2001년에 발표한 국가 6대 핵심기술에는 CT(Culture Technology)가 포함되었고, 2005년에는 문화강국(C-Korea) 2010 비전을 발표하 였다. 2008년 3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자료
2)에는 역점 추진과제로 ‘콘텐츠산업 전략적 육성’이 당당히 맨 앞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국내 산업체들의 발 빠른 대응이 이루어지고 있다. KT, KTF 같은 통신사 업자들과 CJ그룹, 오리온그룹, 대성그룹 등의 전통 제조업체나 대기업들이 통신망, 미디어, 서비스의 융합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최종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문화산업에 속속 진출 하고 있는 것이다.
3)또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세계의 문화산업과 정부차원에서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에 화답하듯 많은 대학과 대학원은 문화산업에 적정한 인력을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4)이러한 과정에서 문화콘텐츠와 관련한 대학 교육이 양적으로는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대부 분의 교육기관들은 교육시설, 전문교수 요원의 부족, 실질적 교육프로그램의 부재와 같은 문 제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물론 가장 근본적이며 절실한 문제는 ‘學’으로서의 문화콘텐 츠에 대한 규정
5)일 것이다.
이 글은 문화콘텐츠학과를 개설한 대학들이 교육현장에서 겪는 몇 가지 어려움을 점검해 보고 현재 문화콘텐츠 교육을 담당하는 대다수의 대학들이 추구 하고 있는 ‘실용적 인재 양 성’이라는 구호가 공허한 외침으로만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비난이 아닌 비판적 지식’과 ‘산 업 실무 지식’을 동시에 교육해야 함을 주장하기 위해 씌어졌다. 이를 위해 먼저 문화와 산 업의 결합에서 탄생한 문화콘텐츠에 대한 상반된 몇 가지 시선을 통해 문화콘텐츠의 정체성 에 대해 생각해보고, 문화콘텐츠 교육에서의 어려움들을 점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같이 고민해보고자 한다.
* 동국대 문화콘텐츠학과 박사과정
** 동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1) 문화산업진흥기본법 참조.
2) 문화체육관광부, 「소프트파워가 강한 창조문화국가」, 2008.
3) 김평수 외, 『문화콘텐츠 산업론』, 커뮤니케이션북스, 2007, 55~57쪽 참조.
4)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KOCCA)에 따르면 2·3년제, 대학교, 대학원, 사이버대학까지 모두 합쳐 문화콘텐츠관련 전공이 ’02년 706개에서 ’05년 1,124개로 증가하였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문화콘텐츠 국내외 교육기관 현황조사』, 2005 참조.
5) 물론 이는 아직은 성급한 요구이다. 장상호는 분과학문으로 성립하기 위한 세 가지 조건을 다음과 같이 제시 한 바 있다. 첫째, 여타의 분과학문에 의해 탐구되지 않은 사실을 포착하는 고유한 지식체계를 확보해야 한다.
둘째, 대상을 탐구하는 방법론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셋째, 하나의 자율학문은 고유한 개념체제와 방법들을 공유하는 일단의 학문공동체를 구성한다. 이 기준들에 비추어보면 문화콘텐츠가 ‘學 ’으로 나아가기 위한 길은 아직 요원하다 할 수 있다. 장상호, 『학문과 교육(중Ⅰ)』, 서울대학교출판부, 2006, 31~37쪽 참조.
2. 문화산업을 보는 몇 개의 시선
문화산업이라는 말은 1947년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가 그들의 공저
『계몽의 변증법』에서 처음 사용한 말이다. 그들은 산업이 문화를 조직하여 동질화 시키고 있는 양태를 설명하기 위해 문화산업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그들이 보기에 문화는 일종의 사용가치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문화는 모두 교환가치로 환원하여 거래되고, 사 용가치와는 관계없이 교환가치로서 효용이 없는 경우 그것은 즉각적으로 폐기처분된다. 따 라서 “전 세계는 문화 산업이라는 필터를 통해 걸러”
6)지고, “소비자가 분류할 무엇은 더 이 상 남아 있지”않게 되며, “교양의 상실과 야만적 무질서의 증가”
7)가 이루어진다고 비판했다.
그들의 경고는 오늘날의 문화산업을 이해함에 있어서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실 제로 문화산업의 관심은 오로지 경제적 이익에만 집중되어 있으며, 최대한의 이익을 확보하 기 위해 다수의 사람이 좋아할 만한 것을 선별하여 제공한다. “영화 한 편을 만들기 위해 해야 하는 수천 번에 달하는 선택에서 궁극적인 잣대는 수익성의 계산”
8)일 뿐이고, “수용자 에 대한 서비스는 결국 목적이 아닌 수단에 불과하며, 은밀한 수익․비용의 계산틀 내에서 만 실행될 것”
9)은 자명하다.
따라서 많은 지식인들에게 문화산업은 매우 위험스러워 보인다. 문화는 산업적 이익을 위 한 수단은 결코 아니며 그 자체로 목적이라 여겨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대학에서 문화 와 산업의 결합을 가속화시키기 위해 문화콘텐츠라는 새로운 용어를 전면에 내세우고 그것 을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배우기 위한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상아탑에서 도덕, 교양, 진리를 가르치는 대신 문화를 상품으로 포장하는 방법을 가르친다는 것에 대해서는 아마도 다음과 같은 비판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문화 상품화의 주장은 우리들이 믿는 세계관과 가치관과는 상관 없이 고객의 구미에 맞는 문화적 보존과 생산에 대한 요청을 함의한다. 그것은 잘만 팔린다면 …… 문학․예술 작품들을 이태원을 드나드는 외국인 여행자들의 취미에 맞게 만들자는 논리와 마찬가지다. 문화에 대한 이런 태도는 밤의 고객들을 찾아가면서 자신의 취향과는 상관 없이 고객의 구미에 맞게 화장하고 치장하는 콜 걸들의 태도와 꼭 같다.10)
문화의 상품화 현상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는 위의 글은 곧바로 문화콘텐츠의 존재 론적 토대를 향한 화살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전면적이지는 않지만 문화콘텐츠에 대한 일부 의 연구도 내심 이러한 비판에 동의하고 있는 경향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문화콘텐츠라 고 하면 기존의 전통을 잇는 ‘교양’의 측면보다는 새롭게 두드러진 ‘오락’의 측면을 지칭하는 것으로 오해된 측면이 없지 않았다.”
11)라며 문화콘텐츠를 오락보다는 교양에 중점에 두어 이해하는 것이 그러하고, “문화 혹은 역사와 연관된 콘텐츠들을 흥행, 산업으로 얽어매서는 안될 것”
12)이라는 경계의 목소리가 그러하다.
6) 아도르노·호르크하이머, 김유동역, 『계몽의 변증법』, 문학과지성사, 2001, 191쪽.
7) 위의 책, 241쪽.
8) 허버트 쉴러, 『정보 불평등』, 민음사, 2001, 53쪽.
9) 허만․맥체스니, 강대인․전규찬 역, 『글로벌 미디어와 자본주의』, 나남, 1998, 27쪽.
10) 박이문, 『문명의 위기와 문화의 전환』, 민음사, 1996, 22쪽.
11) 김기덕, 「콘텐츠의 개념과 인문콘텐츠」, 『인문콘텐츠』, 제1호, 2003, 21~22쪽.
12) 김호, 「문화 콘텐츠와 인문학」, 『인문콘텐츠』, 제1호, 2003, 60쪽.
하지만 위와 같은 비판이나 경계의 목소리는 19세기 아놀드가 “완성에 대한 공부”
13)로 파 악한 문화의 개념과 동일한 관점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놀드는 특히 문화의 가치 는 자기 자신의 배움을 위해서라기보다는 “퍼뜨리려는 노력”
14)이 더욱 중요하다고 주장했 다. 그가 이러한 주장을 하게 된 이유는 기계화, 도시화, 자유방임 경제가 필연적으로 사회 를 무정부 상태로 이끌어 붕괴시킬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고, 이를 방지하기 위 해 대중을 교화, 계몽시키는 방법으로서 문화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었다.
그러나 아놀드의 주장은 “진화의 한쪽 끝에 인류가 다른 한쪽에 유인원과 다를 바 없는 인류의 조상이 있다고 가정하고, 마치 귀족들과 중산층은 노동계급보다 훨씬 더 진화한 것 이라고 말하는 듯이 보인다.”
15)또한 이러한 계몽의 기획 이면에는 “의식적이건 아니건 간 에 이데올로기적 충동, 즉 자신의 사회 유형이 갖는 규범을 합리화하고 우월화하려는 지속 적인 욕구”
16)가 있음이 드러났다. 즉, 이는 일부 기득권 세력의 문화적 취향을 보편적 진리 로 정당화․특권화하려는 지식인 중심주의의 상징폭력일 따름이었다.
시대적 상황이 변했으면 그것을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 문화의 새로운 생산조건인 산업을 결부시킨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의 날카로운 분석 과 통찰력이 지금의 문화산업 비판에도 주요 근거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 고 해서 그들의 주장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요컨대 그들은 문화산업 체제 내 에서의 수용자는 자본주의 경제원칙에 완전히 종속되어 생산적, 창조적 활동을 전혀 할 수 없는 것으로 이해하였는데, 이는 그들이 사용한 분석틀이 “마르크스의 정치․경제 분석을 차용한 것으로 문화를 전적으로 생산의 관점에서 파악”
17)한 결과 문화영역의 중층성 (overdetermination)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현재 문화산업에 대한 이론적 시선을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하나는 아도 르노와 호르크하이머와 같이 생산방식에 초점을 맞추어 문화가 산업, 자본의 논리에 휘둘려 저열한 문화만을 양산한다거나, 문화적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며 비판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 는 문화연구(cultural studies)에서 이루어진 작업으로, 수용방식에 초점을 맞추어 문화산업 이 자본주의 논리에 충실한 것은 사실이지만 수용자는 텍스트를 능동적으로 독해하기 때문 에 문화산업의 논리를 그대로 추종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창조적으로 만들어간다는 것이 다.
후자의 예로는 민중문화(popular culture)를 옹호하는 피스크를 들 수 있다. 피스크는 대중 이 텍스트를 능동적, 생산적으로 분별하는 방식으로 유관성과 기호적 생산성, 소비양식의 융 통성 세 가지를 제시하였는데
18), 대중이 텍스트를 독해하는 방식은 텍스트 구조의 내재적 가치에 주목하여 텍스트 의미의 가변성을 인정하지 않는 미학과는 달리, 시간과 공간에 따 라 유동적일 수밖에 없는 문화적 자원에서 수용자가 자신의 일상생활과 적절히 연결되는 것 에서 텍스트를 확인하고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텍스트의 생산자는 대중의 분 별력이나 대중의 생산성 가운데 어느 것도 통제할 수 없다. 대중문화는 제아무리 호의적인 것일지라도 쉽게 통제되는 것이 아니다.”
19)고 주장했다.
13) 매튜 아놀드, 윤지관 역, 『교양과 무질서』, 한길사, 2006, 55쪽.
14) 위의 책, 57쪽.
15) 존 스토리, 박만준 역, 『대중문화와 문화연구』, 경문사, 2005, 26쪽.
16) 그레고어 맥레넌, 「계몽주의 기획의 재조명」, 스튜어트 홀 외, 전효관․김수진 외 역, 『모더니티의 미래』, 현실문화연구, 2000, 404쪽.
17) 조종흡, 『의미 만들기와 의미 찾기』, 개마고원, 2001, 26쪽.
18) 존 피스크, 박만준 역, 『대중문화의 이해』, 경문사, 2005, 187~230쪽.
피스크의 주장대로라면 문화산업이 문화를 어떻게 가공하여 배포하는 가와는 무관하게 대 중의 수용방식이 문화를 만들어나가므로 문화산업에 대해 조금도 걱정할 것이 없다는 결론 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피스크와 같이 의미의 구성과 수용 방식에 초점을 맞춘 주장 또한 다음과 같은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문화연구의 수용자 구상은 소비자들의 선택이 아무 구속없이 자유롭다고 하는 보수파의 고창(高 唱)과 쉽게 한통속이 된다 …… 문화연구는 문화산업의 운행과 관련하여, 문화산업이 산업으로서 실제로 어떻게 운행하는지, 그리고 문화산업의 경제조직이 의미(意味)의 생산과 유포확산에 어떻 게 상충하는지, 에 대해 별반 분석하지 않거나, 거의 분석하지 않고 있다는 문제이다. 문화연구는 또 사람들의 소비선택이 경제구성체속에서 차지하는 그들의 위치에 따라 구속받는다는 것도 검토 하지 않는다.20)
결국 경제적 전제들의 토대로 문화가 결정된다고 보는 입장이나 수용자의 자율적 독해 능 력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문화산업의 구조적인 영향을 간과하여 인간의 자율성을 억압 하는 다양한 모순들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는 입장, 양자 모두 어느 한 쪽에 치우쳐 고찰 한 나머지 오늘날의 문화산업을 이해하는데 적절하지 않다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극복하 기 위해서는 고급문화나 전통문화에 대한 과거의 향수에 집착하는 문화론이나 산업을 위한, 산업에 의한 문화론이 아닌 산업과 문화의 결합 형태와 작동방식이 마땅히 우리의 문화적 권리(cultural rights)
21)에 어떻게 기여 혹은 훼손하고 있는지를 드러낼 수 있는 문화론이 필 요하다. 이제는 귀에 낯설지 않은 ‘문화콘텐츠’라는 말은 문화와 산업의 결합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요구하고 있다.
3. 문화콘텐츠 교육의 전제
동어반복이지만 문화콘텐츠학과에서는 문화콘텐츠를 가르쳐야 한다. 너무 자명해 보이는 이 명제는 그러나 그리 쉽게 실천으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첫째, ‘무엇을 교육 해야하는가?’라는 대상에 대한 물음에 정확한 답을 내리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고 둘째, ‘어 떻게 교육할 것인가’라는 구체적 실천을 요구하는 물음에 답을 내리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 다.
첫째, ‘무엇을 교육해야하는가’란 대상에 대한 물음에 답을 구하기 위해서는 먼저 문화콘 텐츠가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 혹은 정의하고 있는지가 밝혀져야 한다. 물론 영화, 애니메 이션, 만화, 게임, 음악, 캐릭터, 방송, 에듀테인먼트 등이 문화콘텐츠의 대상으로 이해되고 있지만 이는 합리적 기준에 의해 정의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엄밀한 합리적 기준으
19) 위의 책, 274쪽.
20) 피터 골딩 ․ 니콜라스 간햄, 김지운 역, 「문화,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정치경제학」, 김지운 외, 『현대언론 과 사회』, 나남, 1993, 37쪽.
21) 1948년 12월 10일 유엔이 제정한 ‘세계인권선언(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 제22조에서는 문화적 권리가 경제적 권리 및 사회적 권리와 함께 기본인권임을 밝히고 있다. 제22조 본문은 다음과 같다.
“모든 사람은 사회의 일원으로서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권리를 가지며, 국가적 노력과 국제적 협력을 통하여 그리고 각국의 조직과 자원에 따라 자신의 존엄성과 인격의 자유로운 발전을 위하여 불가결한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의 실현에 관한 권리를 가진다.” 문화적 권리에 대한 보다 자세한 논의로는 노명우, 「‘문화헌 장’제정과 문화정책의 과제」, 『문화과학』, 제46호, 2006, 참조.
로 문화콘텐츠의 경계를 설정하려 해도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컴퓨터게임이 문화콘텐츠라면 디지털 그래픽으로 구현된 카지노의 슬롯머신은 왜 문화콘텐츠가 아닌지, 축제가 문화콘텐츠라면 왜 문화콘텐츠인지에 대해 우리는 쉽게 답 을 내릴 수 없다. 일찍이 비트겐슈타인이 말했듯이 그것들이 어떤 공통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짐작만 할 수 있을 뿐 도대체 무엇이 그것들이 지니고 있는 공통적인 특성인 지 추출할 수는 없고
22)불안정한 유형만 추출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로부터 우리가 즐겨왔던 놀이들이 변해왔듯이 문화콘텐츠의 경계는 유동적이며 지속적으로 변동될 수밖에 없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 경계의 탐색을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완전히 투명한 합리적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고 믿는 대신 합의를 위한 제한된 합리적 기준 을 통해 문화콘텐츠가 전제로 하는 동질성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이고, 이것이 문화콘텐츠학 으로 가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과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문화콘텐츠 범주의 광범위함과 유동성 그리고 각 대학들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교육 여건 으로 인해 대학들은 자의적으로 문화콘텐츠 교육 대상과 범위를 설정하고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문화콘텐츠학과가 공통된 교과목으로 획일적인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문화콘텐츠 개별 장르들을 세부적으로 전부 교육해야 한 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각 대학의 교육프로그램은 그 대학의 역사와 전통이 내재된 교육인프라, 대학의 교육목표, 이미 확보하고 있는 교수 요원의 능력 등 여러 요소가 반영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 칭만 문화콘텐츠로 동일할 뿐 교육프로그램이 너무 이질적이라면 각 학교의 문화콘텐츠학과 간의 소통과 협동에 어려움을 초래하는 문제점이 있다 하겠다. 당분간 이러한 문제는 지속 될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좀더 흐르면 문화콘텐츠에 대한 이질적인 시각들이 몇 개의 지점 으로 수렴되겠지만, 이를 위해서는 먼저 문화콘텐츠를 연구하는 연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 가 필요하다.
둘째,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라는 물음은 좀더 현실적이고 어려운 문제이다. 익히 알다시 피 문화콘텐츠는 인문․예술․공학의 산물이기에 분과학문의 경계를 넘어서는 학제간 (interdisciplinary) 교육이 필요하다. 산업계나 학계 모두 인문ㆍ예술ㆍ공학의 결합을 적극적 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양상을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천할 것인가라는 문제와 그 성과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 다.
물론 이러한 학제간 교육이 깊이 있는 교육을 가능하게 할 것인가?라는 학문적 깊이에 대 한 의심이 가능하다. 산술적으로 생각해보면 제한된 시간동안에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은 ‘넓 고 얕음’과 ‘좁고 깊음’의 선택으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콘텐츠를 배운다는 것은 매우 넓은 대상에 대해 지식을 습득해야 하는 것이고, 대학원의 경우 2년 정도의 시간과 졸 업을 위한 이수학점 내에서 어떻게 그 많은 것을 제대로 익힐 수 있겠는가라는 회의적인 생 각에 이를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창의적인 사유가 학문들의 경계에서 뛰쳐나왔다.
세계 최초의 컴퓨터 게임을 개발한 스티브 러셀은 공상과학 소설을 좋아하는 MIT공과대
학생이었고, 애플사의 CEO인 스티브 잡스는 그가 탄생시킨 매킨토시의 디자인이 리드대학
에서 청강한 서예과목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라고 고백한 바 있다. 즉, 등질적인 담론에 머물
러 있기 보다는 다양한 담론들을 접함으로써 이질적인 사유를 촉발시킬 수 있고,
23)이 이질
22)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이영철 역, 『철학적 탐구』, 책세상, 2006, 70쪽.적인 사유가 창의적 결과로 연결될 수 있다.
문화콘텐츠 교육에 있어서 학제간 교육이 최선이라는 합의에 이른다 하더라도 실행에 있 어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무엇보다 전문 교수 인력의 수급 문제가 쉽게 해결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들은 대부분 문화산업과는 거리가 있 는 세분화된 영역을 전공한 학자들이기 때문에 문화콘텐츠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갖추었으 면서 전문지식을 교육할 수 있는 교수 인력이 많지 않다. 또한 실무에서 좋은 실적을 갖춘 전문가에게 강의를 맡긴다 하더라도 한 학기의 강의를 체계적으로 이끌어나갈 힘이 없는 경 우가 많으며, 1학기나 2학기 정도의 단기적 강의로 그치게 되어 교육을 장기적으로 실천하 기가 어려워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교수 인력풀제’가 대안으로 제시되기도 했지만
24)문 화콘텐츠가 학제간 과목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기존 교육 체계에서 훈련된 인력들은 학제 내 연구 주제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25)문화콘텐츠를 가르칠 수 있는 교수 인력의 문제는 문화콘텐츠를 체계적으로 학습한 박사급 인력들이 배출되어야 다소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각 학교마다 여건이 다르겠지만, 동국대 문화콘텐츠학과가 소속되어 있는 영상대학원은 문화콘텐츠학과, 영화영상학과, 멀티미디어학과 3개의 학과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문화콘 텐츠학과 학생들은 본인의 필요에 따라 타 학과에 개설된 교과목을 자유롭게 수강할 수 있 고, 타 학과의 학생들도 마찬가지로 문화콘텐츠학과에서 개설된 교과목을 자유롭게 수강할 수 있다.
학문의 경계를 허물기 위해 영상대학원의 교과과정은 학생 자신들이 소속된 학과 강의만 이 아니라 타 학과의 강의를 자율적으로 선택하여 이수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지만, 학생 들이 아무런 제한도 없이 자유롭게 강의를 선택하도록 놓아두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문화콘텐츠를 배움에 있어 반드시 습득해야 하는 필수적인 지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의 의 난이도가 높을 경우 이를 회피하려고 하거나, 쉽게 이수할 수 있는 강의만을 선택하려는 학생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대학원 차원에서는 2008년부터 세 개 학과의 공통 교육 부분을 명문 화하여 실행하고 있다. 영상대학원에서는 이를 ‘대학원 수평적 연계 교육과정’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전공과는 무관하게 문화콘텐츠 전문 인력으로써 갖추어야 하는 필수적인 교육 내용 을 4개의 교과목으로 구성하여 영상대학원 학생이면 누구나 필수적으로 이수토록 한 것이 다. 여기에 선정된 교과목은 각 학과에서 운영되고 있던 기존 교과목 중에서 선정하기도 하 고, 기존 교과목에 없는 내용은 새로 개발한 것이다. 2년의 연구기간을 통해 대학원 수평적 연계 교육과정을 시행한 것은 2008년 3월부터이므로 그 효율성과 적합성에 대해서는 아직 평가할 수는 없지만, 제작을 전공하는 멀티미디어학과나 영화영상학과 학생들에게는 인문학 적인 소양을, 문화콘텐츠기획이나 시나리오 창작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는 기초적인 제작 지식을 습득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렇지만 학제간 교육이 수월하게 잘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문화콘텐츠학과의 경 우는 학제간 교육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으며 이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공학기반이나 제작 기술을 교육하는 교수들은 그 필요성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
23) Karl E. Weick, 「Theory Construction as Disciplined Imagination」, 『The Academy of management Review』, Vol.14, 1989, p.523.
24) 신광철, 「문화콘텐츠학과 교과과정의 현황과 전망」, 『문화예술』, 2004, 53쪽.
25) 이은경 외, 「인문학과 정보과학기술의 학제간 연구․교육 현황과 활성화 방안」, 『인문정책연구총서』, 2006, 76쪽.
우가 많다. 그 시간에 차라리 기술 하나라도 더 이해하고 익히는 것이 취업 경쟁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는 학제간 연구가 제도적인 장치로서만 풀어질 일이 아닌 “학 자의 학문적 시각이 넓어진 결과로 나타난 자연스런 연구태도여야 한다”
26)는 주장과 동일한 논리로 문화콘텐츠 교육자들의 학제간 교육을 위한 인식의 전환이 시급하다 하겠다.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라는 물음의 연장선에서 우리는 또한 다음과 같은 물음을 가져볼 수 있다. 요컨대 ‘비판적 능력에 초점을 맞춰야 하느냐 아니면 실무 능력에 초점을 맞춰야 하느냐’라는 문제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생각보다 적게 의문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 화콘텐츠를 교육하는 대학들 대부분이 ‘문화산업에 적합한 전문 인력 양성’이라는 구호를 전 면에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러는 “문화콘텐츠학은 대중들에게 상품을 팔기 위 한 수단인가, 상품소비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를 제공하는 학문인가 정도의 문제에 대해서도 아직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27)와 같은 솔직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와 같은 의문제기가 반가운 것은 인문학을 토대로 문화콘텐츠를 바라보는 연구자들이 표면적으로는 문화콘텐츠는 실용적 학문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도 내심 문화콘텐츠를 옛것 으로 환원하여 취급하려는 경향이 강하거나, 비록 문화콘텐츠 분야에 몸담고 교육을 하고 있지만 산업과 자본에 대해 심정적(心情的)인 거부 반응이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동국대 문화콘텐츠학과의 경우 실용적 인재를 양성하고자 하는 전문대학원에 소속되어 있 으며, 명백히 문화콘텐츠 산업 전문 인력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목표 설정은 문 화를 산업을 위한 수단으로 다루어서는 안된다는 시각에서 보면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 다. 그러나 만약 문화의 산업화가 불만족스럽다면 멀리 떨어져 간간히 비난의 화살을 던지 기 보다는 마땅히 그 곳에 들어가서 우리가 믿고 있는 문화적 가치를 보존, 발전시키기 위 해 실천을 해야 함이 옳을 것이다.
예를 들어 국내 문화산업 종사자가 모두 인간, 문화, 예술, 산업에 대한 이해 없이 온전히 경제적 이익만을 위해 일을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 가정해본다면, 국내 문화산업의 미래가 불안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문화, 예술이 인간의 삶의 질에 있어 얼마 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깊이 이해하고 산업에 참여한다면, 그들이 우리의 문화를 창조적 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라도 문화콘텐츠 교육은 비판적 능력과 실무 지식 모두를 수용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4. 문화콘텐츠학과 교과과정
동국대학교는 ‘인문학․예술․사회과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문화콘텐츠 기획 및 콘텐츠 시 나리오 창작 능력을 심화시키며, 문화연구 및 문화정책 마케팅 전략을 연구하여 21세기의 키워드인 CT분야에서 요구하는 전문 인력을 양성한다.’는 교육목표를 가지고 있다. 동국대 학교는 문화콘텐츠에서 가장 필요한 인력이 기획인력과 시나리오 창작인력이라는 인식아래 콘텐츠기획 전공과 콘텐츠시나리오 전공을 두었다. 각 전공은 다시 세부 심화전공으로 나누 어지는데 콘텐츠기획 전공은 영상콘텐츠기획과 공간․공연콘텐츠기획으로, 콘텐츠시나리오 전공은 영상시나리오와 공연예술시나리오로 나누어진다.
26) 최종덕, 「학문의 위기와 학제간 프로그램이라는 작은 대안」, 전국대학인문학연구소협의회 제2회 공동학술 대회 발표문, 1998, 5쪽.
27) 김만수, 「문화콘텐츠와 대학교육」, 『대중서사연구』, 제16호, 2006, 74쪽.
콘텐츠기획 전공은 작품, 문화, 문화콘텐츠 산업에 대한 분석과 이해를 토대로 창의적인 콘텐츠를 기획한다는 모델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모델이 실질적인 교육으로 이루어지 게 하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무엇보다 학과에서 양성하고자 하는 기획자의 역할 이 단지 기안자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화콘텐츠의 생산과정은 크게 PreProduction, Production, PostProduction 세 부분으로 나 누어진다. 영화의 경우 기획자는 시나리오선정, 감독과 배우 구성, 제작방식 설계, 유통관리 및 홍보전략 수립 등 영화의 시작에서부터 완성되기까지의 전체적인 계획을 만들고 관리하 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위 세 과정 전체에 관여하는 역할이라 할 수 있으며, 기획자 를 양성한다는 것은 각각의 역할에 대해 대학이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물론 2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대학원에서 하나의 장르가 아닌 문화콘텐츠 전체 장르에 대해 위 과정 모두에서 필요한 능력을 교육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동국대학교 의 경우는 PreProduction 단계에서의 기획 교육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인문학을 기반으 로 하는 학과이니 만큼 원천 소스의 발굴과 개발 그리고 문화콘텐츠에 대한 비판적 이해를 함양하기 위한 교과목들이 포함되어 있다.
콘텐츠시나리오 전공의 경우 교육 목표는 양질의 시나리오 창작에 있다. 콘텐츠시나리오 전공 또한 콘텐츠기획 전공과 마찬가지로 작품, 문화, 문화콘텐츠 산업에 대한 이해를 통해 시나리오를 창작한다는 모델을 갖고 있다. 문화콘텐츠 대부분이 서사양식을 통해 표현된다 는 점에서 콘텐츠기획 전공자에게도 이야기에 대한 이해를 강조하고 있으며, 콘텐츠시나리 오 전공자에게도 마찬가지 논리로 지금의 문화와 산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양질의 시 나리오를 창작할 수 없다는 점에서 문화와 산업에 대한 이해를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동국 대학교 교과과정은 두 전공 모두 필수적으로 익혀야 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공통교과목을 통 해 필수적으로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공통교과목은 성격별로 다음과 같이 분류된다.
문화텍스트 분석․이해 시나리오 창작 문화산업․정책 이해
․대중문화론
․현대명작강독
․문화원형과 문화콘텐츠
․세계의 문화와 신화
․공연 및 영상시나리오론
․스토리텔링
․문화콘텐츠 산업론
․문화정책론
․콘텐츠저작권
<표 1> 동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공통교과목
지금까지 콘텐츠기획 전공과 콘텐츠시나리오 전공의 교육 모델을 간략하게 설명하였다.
이제부터 문화콘텐츠학과 교과과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2005년 학과 개설 이후 교과과 정이 조금씩 수정되어 왔는데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2008년부터 교과과정을 트랙형으로 변 경하여 실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트랙형이란 전공별로 학생이 매 학기마다 어떠한 과목들을 수강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학기를 기준으로 단계별 전공 교육 내용을 심화시키는 방법을 말한다. 트랙형 프로그램을 실행하게 된 배경은 다음과 같다.
첫째, 무엇보다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토로하는 어려움이 대체 무엇을 어떤 순서로 공부해
야 할 지 모르겠다는 것 때문이었다. 2008년 이전의 교과과정은 대학원 과정에서 필수적으
로 익혀야 된다고 판단되는 다양한 교과목을 개설하여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자신의 관심사
위주로 과목을 선택하게 하였었다. 하지만 3년 동안 실행해 본 결과 많은 학생들이 어떤 과
목이 어떤 분야에 필요하며, 자신의 지식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떤 순서로 교과를 이수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나이가 어리고 사회 경험이 없는 학생이 이러한 경 향이 있었다. 학생들이 자신의 학업이수 계획을 세우는데 있어 갖는 어려움의 원인에 대해 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대학원 교육을 통해 문화콘텐츠 전문가가 된 롤 모델을 찾아보 기 힘들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둘째, 문화콘텐츠 영역이 대단히 넓어 교육내용을 압축적으로 운영할 필요를 절실히 느꼈 기 때문이다. 콘텐츠기획 전공의 경우 ‘기획’의 대상과 범주가 불분명하다. 물론 ‘기획’의 의 미를 엄밀하게 규정할 수 없다 하더라도 우리들은 그 영역이 무엇을 하는 것인지 경험적으 로 알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어떻게 그것을 교육할 수 있느냐의 문제에서 심각한 고민을 가졌던 것이다. 콘텐츠시나리오 전공의 경우 배우고 익혀야 할 대상이 ‘시나리오’로 명확한 대상이 있다. 하지만 매체별로 시나리오 강좌를 개설한다는 것은 곧바로 교수 인력의 문제 가 된다. 또한 시나리오에서 중요한 것은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극작 기술을 익히는 것이라 는 점에서 매체별로 시나리오 강좌를 개설하는 것은 합리적인 방법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이와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콘텐츠기획 전공자 중에서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 과 같은 영상물 기획을 원하는 학생들은 ‘영상콘텐츠기획’트랙을 통해 학기별로 순차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했다. 축제, 테마파크, 공연기획, 공연전시 등과 같은 공간․공연 기획을 원하는 학생은 ‘공간․공연콘텐츠기획’트랙을 통해 학습할 수 있도록 했다. 마찬가지 방법으 로 콘텐츠시나리오 전공자들 중 공연예술 시나리오 학습을 바라는 학생은 ‘공연예술시나리 오’트랙을, 영화, 애니메이션과 같은 영상물 시나리오 학습을 원하는 학생은 ‘영상시나리오’
트랙을 통해 학습할 수 있도록 했다. 트랙형 교육프로그램을 포함한 문화콘텐츠학과 전체 교과과정은 다음과 같다.
문화콘텐츠연구 영상콘텐츠기획1
영상콘텐츠기획2 영상콘텐츠분석
공간·공연 콘텐츠기획1
공간·공연 콘텐츠기획2
공간·공연 콘텐츠분석
문화콘텐츠학과 공통과목 (표1 참조)
극작법1 뮤지컬극작1
극작법2 뮤지컬극작2
영상시나리오 작법1 영상시나리오
작법2 디지털콘텐츠
시나리오
영상대학원 공통과목
(문화심리학, 고전강독, 작품소재론, 감성학)
콘텐츠기획 전공 콘텐츠시나리오 전공
1학기 2학기 3학기 4학기
영상콘텐츠기획 트랙
공간·공연콘텐츠 기획트랙
공연예술시나리오 트랙
영상시나리오 트랙
<그림 1> 문화콘텐츠학과 전체 교과과정 구성도(석사학위과정의 경우)
시나리오 창작 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기획 인력을 양성하는 것은 보다 더 어려운 문제라 생각한다. 창의력을 필수적인 요건으로 하는 기획인력 교육에 대한 선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고민은 비단 동국대뿐만이 아니다. KAIST 문화기술대학 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전봉관은 기획인력은 표준화된 교육과 훈련으로 양산할 수 없다는 회의적인 견해를 갖고, 문화콘텐츠에서 인문학의 역할은 “인문학이 직접 문화콘텐츠 를 기획․제작에 활용할 수 있는 지식을 개발․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문화콘텐 츠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초연구를 착실히 수행하는 것”
28)이라고 했는데, 그가 말한 바와 같이 교육제도 안에서 기획인력을 교육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어렵다고 하여 불가능한 일이라고 미리 단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국내 대학에 문화콘텐츠라는 이름으로 학과를 만들고 교육을 실행한 것은 아직 10년이 채 되지 않았으 며, 그것을 구체화시켜 실행에 옮긴 시간은 훨씬 짧다. 문화콘텐츠에 적합한 교육 프로그램 마련에는 앞으로도 많은 실험과 시행착오를 겪어나가겠지만, 문화콘텐츠 교육은 아직 걸음 마 단계이니 만큼 너무 조급히 회의적인 생각을 가질 필요는 없다.
많은 것을 배우고 익혀야 하는 문화콘텐츠 교육에서는 모든 것을 교육할 수 없기 때문에 보다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요컨대 제도적 교육이 강점을 보이는 부분에 집 중하되, 제도적 교육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은 현장학습을 이용해야 할 것이다. 제도적 교육이 강점을 보이는 부분은 이론을 토대로 한 분석과 비평의 영역이다. 문화콘텐츠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창의력은 짧은 시간 내에 나올 수 있는 결과물이 아니다. 오히려 인문학이 지속적으로 고민해왔던 인간과 사회에 대한 치밀한 분석과 깊은 이해를 통해 학생들이 창의 력을 발할 수 있도록 보조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장학습을 이용해야 할 부분은 세부 응용영역들이다. 특히나 문화콘텐츠처럼 많은 장르 를 다루는 경우 개별 장르 모두를 치밀하게 교육할 수 없기 때문에 학생들이 산업현장의 실 무경험을 통해 익힐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해줘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동국대의 경우 2007년에는 애니메이션, 컴퓨터게임, 영화, 공연·공간기획 등의 현장 전문가 20명을 초청하 여 현장실무전문가 초청 특강을 실시했는데, 이러한 프로그램은 학생들로 하여금 산업현장 에서 필요한 지식이 무엇인지, 어떤 실질적인 어려움들이 있는지를 이해하게 하는 계기를 제공해주었다. 이러한 형태의 현장 지향적 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실상 문화콘텐츠의 많은 부분들은 산업체에서 실제로 경험하는 가운데 배우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5. 맺음말
오늘날의 문화는 매우 혼성적이다. 고급예술과 대중예술은 시장에서 선택받기 위해 경쟁
적으로 서로를 참조하고 있으며 매체는 스스로의 특징을 제거하려는 듯 타 매체의 장점을
빠르게 흡수하며 융합되고 있다. 그리고 우리사회는 민속문화, 대중문화, 고급문화를 향유
하는 계층이 엄격하게 구별되어 문화적 취향이 계급과 연결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문화
콘텐츠라는 말은 이러한 문화적 혼합 양상을 포괄하기 위한 우리사회에서 탄생한 논리적 대
응이라고 볼 수 있으며, 문화콘텐츠라는 말은 문화라는 말 만큼이나 유동적이고 경계가 불
28) 전봉관, 「문화콘텐츠 전문 인력 양성에서 인문학의 역할」, 『대중서사연구』, 제16호, 2006, 42쪽.투명하지만 다양한 문화텍스트를 포함하여 이해하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할 수 있다.
문화콘텐츠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 관심은 정부, 산업계, 학술계, 교 육계 등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상이할 수 있지만, 그 관심이 촉발된 주요 배경은 문화콘텐 츠가 고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산업이라는 점 때문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이 글은 먼저 문화콘텐츠를 바라보는 몇 가지 시선에 대한 검토를 출발점으로 삼아 문화콘텐츠 를 교육함에 있어 교육현장에서 겪게 되는 여러 어려움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방안으로서 현재 동국대 문화콘텐츠학과가 시행하고 있는 교육프로 그램을 제시하였다. 이 글에서 제시한 교육프로그램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동국대 문화콘텐츠학과는 영상전문대학원 소속으로 대학원에는 문화콘텐츠학과 외에 영화 영상학과, 멀티미디어학과가 있기 때문에 세 개 학과의 교과과정 융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 를 얻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에 대한 하나의 시도로 2008년부터 ‘대학원 수평적 연계 교육과정’을 시행하고 있다. 그리고 문화콘텐츠학과에는 콘텐츠기획 전공과 콘텐츠시나 리오 전공이 있는데 학과차원에서는 두 전공을 유기적으로 결합시키기 위해 학과 공통교과 목을 두어 학생들이 전공과 관계없이 필수적으로 이수토록 하고 있으며, 학기를 기준으로 단계별 전공 교육내용을 심화시킨 4개의 트랙형 교과과정을 2008년에 새로 도입함으로써 학 생들이 세부 심화전공 지식을 체계적으로 습득하도록 하고 있다.
이렇듯 동국대 문화콘텐츠학과에서는 문화콘텐츠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다양한 교과과정 을 새로 만들어 운영해보고 있지만, 이 교과과정의 방향성과 타당성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국내외 대학원들이 문화콘텐츠 관련 교과과정을 어떻게 시행하고 있는지 정밀하게 비교분석 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동국대 문화콘텐츠학과에서는 세분화된 트랙형 교과과 정을 시행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제시한 트랙 이외에도 다양한 트랙이 개발 가능하다는 점 을 고려할 때, 이들 4개의 트랙 중심으로 교과과정을 개발하고자 하는 취지 및 근거가 보다 구체화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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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A Study on Cultural Contents Education(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