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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일_2019.08.10 심사기간_2019.09.01-14 게재확정일_2019.09.27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의 만화 이미지 차용에 관한 연구

Analysis on the Image of Comic appeared in <Spider-Man: Into the Spider-Verse>

김윤경_호서대학교 창의교양학부

Kim, Yun Kyung_College of Liberal Arts, Hoseo University

차례 1. 서론

2. 데리다의 차연과 예술

2.1. 차연(différance)의 개념(차이와 차연) 2.2. 차연의 의미작용과 흔적으로서의 예술

3. 애니메이션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의 만화책 기법 표현 3.1. 만화의 시각형식을 활용과 반복가능성

3.2. 만화책 스타일 그래픽 화면구성기법 3.2.1. 만화책 인쇄 기법 구현

3.2.2. 소리와 속도의 시각화

4. 결론 및 제언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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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의 만화 이미지 차용에 관한 연구

Analysis on the Image of Comic appeared in <Spider-Man: Into the Spider-Verse>

김윤경_호서대학교 창의교양학부

Kim, Yun Kyung_College of Liberal Arts, Hoseo University

요약 동시대 예술의 주된 경향 중 하나는 서로 다른 매체의 결합을 통한 시각화이다. 팝아트 작가 로이 리히텐슈타인 (Roy Lichtenstein)은 자신의 회화에 만화의 기법을 차용하여 미술과 만화가 혼합된 독특한 양식을 선보였다.

미술과 융합된 만화의 시각적 전달 방식은 미술과 만화의 경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미학적 탐구를 반영한다. 디 지털미디어 환경에서 혼성 예술의 경향은 더욱더 심화하여 영상에 만화의 형식이 도입되는 작품들이 탄생했다.

특히 2019년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받은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Spider-Man: Into the Spider- Verse)>를 주된 연구 대상으로 영상과 만화의 관계를 분석하고자 한다. 본 연구의 주된 목적은 만화와 영상의 상호작용에 의한 시각적 연출방식이며,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영상에 구현된 만화의 형식과 기법들에 주목 할 것이다. 영상에서 차용된 만화 양식의 다층적인 구조와 복잡한 양상을 이해하기 위해 자크 데리다가 언급한 차연(différance) 개념을 바탕 이론으로 삼고자 한다. 먼저 서론에서 서로 다른 매체의 차이와 경계가 예술의 소재가 될 수 있음을 리히텐슈타인의 팝아트 작품을 통해 다루었다. 2장에서는 데리다의 차연 개념과 차연의 사유가 예술에 구조화되는 방식을 논의하고, 이어지는 3장에서 팝아트가 만화의 흔적과 차이를 통해 시각효과 를 구현한 것처럼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영상에 반영된 만화기법을 살펴보았다.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 스> 영상에 나타난 만화책 스타일 그래픽 화면구성기법은 두 개의 부제로 나누었다. 첫 번째, 만화책 인쇄 기법 구현 그리고 두 번째, 소리와 속도의 시각화이다.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에 나타난 만화 질감의 영상화에 따른 시각적 표현은 관객에게 새로운 미적 체험을 선사하였다. 매체의 혼용이 가치를 생산하는 시대에 <스파이 더맨: 뉴 유니버스>를 통한 만화 이미지 차용에 관한 분석이 새로운 연구과 제작의 방법적 토대로 작용하기를 기대한다.

One of the main trends of contemporary art is visualization through the combination of different media. Roy Lichtenstein presented a unique style that blends art and comics by employing the techniques of comics in his paintings. Visual delivery method of comics fused with art reflects a new aesthetic inquiry beyond the boundaries of art and comics. In the digital media environment, the tendency of hybrid art has deepened, and works that use the method of comics in the film have appeared. In particular,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analyze the relationship between film and comics through <Spider-Man: Into the Spider-Verse>, which won the 2019 Academy Award for Animated Feature Film. The main purpose of this study is the visual presentation method by the interaction between comics and film, and will focus on the format and techniques of comics embodied in <Spider-Man: Into the Spider-Verse>. In order to understand the multi-layered structure and complex aspects of the comic style in film, I will use Jacques Derrida's theory of différance. In the introduction, Lichtenstein's pop art works dealt with the differences and boundaries of different media can be the subject of art. Chapter 2 discusses Derrida's theory of différance and how it is structured in art, in the next chapter 3, we looked at comic techniques reflected in the <Spider-Man: Into the Spider-Verse>, just as pop art embodies visual effects through the traces and differences of comics. The comic book style graphic display technique shown in <Spider-Man: Into the Spider-Verse> is divided into two subtitles. The first is the implementation of comic book printing techniques and the second is the visualization of sound and speed. Visual expression of the comic texture visualized in

<Spider-Man: Into the Spider-Verse> gave the audience a new aesthetic experience. It is hoped that the analysis of comic images through <Spider-Man: Into the Spider-Verse> will serve as the basis of new research and production in the age of mixed media producing value.

중심어

자크 데리다 차연 만화책 기법 로이 리히텐슈타인

ABSTRACT Keyword

Jacques Derrida Différance

Comic Book Technique Roy Lichtenstein

(3)

1. 서론

디지털미디어 시대에 현대인은 이미지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이미지는 현대인의 삶과 문화적 가치관을 반영하며 기술의 변화와 함께 빠르게 퍼져나간다. 이미지를 구성하는 다양한 매체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혼재되는 다원화 경향을 드러낸다. 다원화된 이미지에서 주목되는 현상 중의 하나는 매체의 개별적인 속성을 뛰어넘는 미학적 시도들과 이를 통한 미적인 표현 양식의 확장이다.

이와 관련하여 현대미술의 새로운 표현, 즉 애매하거나 이것이 될 수도 있고 저것이 될 수도 있는 이중적인 표현은 특정한 대상과 다른 대상과의 사이에서 둘 다 혹은 둘 중 하나 아니면 그 이상을 지칭하는 의미작용을 갖게 된다. 다시 말해 20세기 탈근대 미술은 ‘이미지와 의미의 불일치’, ‘주제와 오브제의 간극’, ‘오브제가 없는 예술’이나 ‘실재와 비 실재’, ‘표현과 비 표현’,

‘완성과 미완성’, ‘고정-유동’, ‘불변-가변’, ‘항상-유한’ 등의 사이, 즉 명확하게 표현 불가능 한 간극을 드러내기 위해 틈(gap), 사이(inbetween)를 강조하고 있다.1)

반 근대를 부르짖는 포스트모더니즘이 등장하기 이전까지만 해도 동일성이나 유사성이 재현 의 근거였다면 모방은 재현의 방법이었다. 그러나 모든 작용이 반작용을 유발하듯 미메시스와 같은 동일과 유사의 작용은 다름과 차이에 대한 반성적 인식을 낳게 마련이다.2)

모방에 의한 재현의 반작용은 대상 없는 재현 즉 탈중심적이고 해체적인 혼합의 형태를 가져오 게 된다. 다른 요소들과의 혼성화에서 중요한 인식은 다름과 차이이다.

이를테면 데리다가 제시하는 차연(différance) 개념이 그러하다. 그것은 동일성의 약점을 최 대한 이용하려는 눈속임(재현)의 평면들과는 달리, 차별화된 양식들로 의미의 이해와 해석을 무기한 지연시키고 있는 추상화와 같다. 이처럼 존재론적 동일성에 대한 거부와 해체, 나아가 청각적 차이와 차별의 강조를 위해 데리다가 발명한 개념이 곧 차연인 것이다.3)

모호하고 실재가 불분명한 현대예술은 유동적이고 가변적이다. 모방의 속성인 동일성과 유사 성의 재현과는 반대되는 다름과 차이의 인식으로 현대예술에서 고정적인 의미는 지연된다.

다른 요소들과의 차용과 결합을 통해 재구성되는 현대예술의 특징을 이해하기 위해 데리다의 차연 개념을 바탕으로 복합적인 양상과 구조의 미디어 이미지를 분석해보고자 한다.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것은 서로 다른 매체의 결합과 상호작용에 따른 차이와 시각화 방식이 다. 먼저 팝아트(Pop Art) 작품들에 나타난 만화의 형식과 기법을 살펴보고 본문에서 영상 애니메이션 작품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Spider-Man: Into the Spider-Verse)>와 만화 의 시각적 관계에 대한 분석을 이어가기로 한다.

1960년대 미국과 영국에서 동시에 일어난 팝아트(Pop Art)의 경향은 대중적인 성격을 가진 단어 팝(Pop)이라는 명칭에서 그 성격을 알 수 있다. 팝아트 작가들은 매스미디어의 형상과 기법 등의 양식을 혼용하였고 전통 민속 미술의 요소 속에 만화 등에서 따온 새로운 방식을 혼합하였다. 대중적 형상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팝아트 작가로 로이 리히텐슈타인과 앤디 워홀 을 꼽을 수 있는데 리히텐슈타인은 만화의 형식, 주제, 기법 등을 그대로 사용하고 워홀은 상업적 이미지와 광고의 속성 등을 차용하였다.4)

팝아트 작가들이 만화의 이미지를 작품에 사용하거나 만화의 표현기법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면서 미술과 만화의 경계와 차이는 예술의 새로운 소재가 되었다.

1) 한기주, 「‘차이’의 회화적 해석에 관한 연구:20세기 후기 회화를 중심으로」, 홍익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06, p.166 2) 이광래, 『미술철학사3: 해체와 종말: 포스트 모더니즘에서 파타피지 컬리즘까지』, 미메시스, 2016, p.63

3) 이광래, 앞의 책, p.78

4) 노버트 린튼/윤난지 역, 『20세기의 미술』, 예경, 2003, p.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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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로이 리히텐슈타인(Roy Lichtenstein), 《꽝!》 Whaam!, 1963, 421.6 × 172.7 cm 테이트 모던

로이 리히텐슈타인(Roy Lichtenstein)의 1963년 작품 꽝!(Whaam!)은 팝아트에서 가장 유명 한 작품 중 하나로 두 개의 캔버스가 합쳐져 세로화면보다 가로화면이 두 배 이상 길다. 왼쪽 패널에는 미사일을 발사하는 전투기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고 있는 모습이며 오른쪽 패널에는 미사일에 의해 폭발하는 비행기가 만화 스타일로 그려져 있다. 검정 테두리의 노란색 글자 의성어 “WHAAM!”은 소리를 시각적으로 보여 주는 만화적 그래픽 텍스트이며 폭발의 화염을 표현하는 단순하고 유형화된 빨간색과 노란색의 불꽃 그래픽에 의해 오른쪽 패널의 격추장면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그림 1]

두 패널이 연결된 그림은 만화의 화면구성방식을 연상하게 하며 그림의 제목 꽝!은 왼쪽 패널 에서 오른쪽 패널로 이어지는 서사의 흐름과 공간적인 그림의 차이가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 다. 그림의 구조는 마치 시간적인 지연과 공간적인 차이의 두 가지가 동시에 의미작용을 하는 데리다의 차연 개념을 연상시킨다. 제목이자 의성어 그림문자 “WHAAM!”은 왼쪽 패널 위의 말풍선 대사와 오른쪽 폭발 화염 그림의 공간적 차이를 연결하는 지점에 구성되어 있다. 그리 고 왼쪽 패널과 오른쪽 패널을 수평선으로 가로지르는 미사일의 연기 흔적은 마치 시간의 흐름 과 경과처럼 이어지고 있다.

리히텐슈타인은 만화의 형식적인 스타일을 사용하여 소리와 시간의 흐름, 심리 등의 감정적인 주제를 묘사하고 관람자가 이를 해석하고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두었다. [그림 1]

리히텐슈타인이 만화의 기법을 자신의 작품에 활용한 또 다른 예시로 벤-데이 망점(Ben-day dot)이 있다. 리히텐슈타인은 만화의 인쇄에 명암효과를 주기 위해 사용하는 망점과 같은 만화 기법과 만화의 이미지는 그대로 사용하지만, 그가 만화 이미지를 자신의 작품에 옮기는 방식과 실제 만화가 인쇄되는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연재만화에서 모티브를 선택해 드로잉한 후 그것을 실물 투영기로 투사하여 전사하고 두꺼운 윤곽선으로 감싼 후, 테두리의 안과 밖에 채색과 벤-데이 망점을 찍어 작품을 완성하는 것이 다. 즉 기계복제와 수작업을 오가는 제작방식을 사용했는데 이것은 레디메이드와 핸드메이드 의 경계에 놓인 독특한 방식이었다. 리히텐슈타인은 드로잉을 하는 이유에 대해 ‘복제하기 위 해서가 아니라 재구성하기 위해서’라고 했는데 이는 작품제작에 작가의 개성이 얼마나 반영되 는가를 이야기하는 부분이다. 워홀이 캠벨, 코카콜라 등의 상품명을 그대로 작품에 사용한 것과 대조적으로 리히텐슈타인은 자신이 차용한 이미지에서 상품명을 제거해 독창성의 개념 을 고수하려고 했다.5)

기계적 인쇄물의 벤-데이 망점을 작가의 손으로 직접 드로잉하는 방식으로 제작하면서 어떤 것이 기계 작업이고 어떤 것이 수작업의 방식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작업 방식은 모방이나 복제 가 아닌 다름과 차이로 직조한 재구성의 방식이다. 리히텐슈타인은 자신의 작품에 만화 스타일 을 차용하고 변형하는 독창적인 프로세스를 통해 시공간의 분리와 통합의 세계를 구축한다.

5) 진중권,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후기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편』, 휴머니스트, 2013, p.182

(5)

2. 데리다의 차연과 예술

2.1. 차연(différance)의 개념(차이와 차연)

불어에서 디페레(différer)는 지연, 양도, 유예, 우회, 유보 등에 의해 무엇을 연기시킨다는 뜻의 동사이다. 물론 ‘차이가 난다’는 뜻의 동사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것은 시간과 공간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그러나 불어에는 이 동사의 명사형이 없다. différer의 명사형인 디페랑스 (différence)는 ‘차이’라는 뜻만 갖고 있을 뿐이다. 여기서 데리다는 différer 동사의 현재분사 형인 디페랑(différant)을 다시 명사화하여 디페랑스(différance)라는 용어를 만들어 냈다.

différence와 발음은 똑같이 ‘디페랑스’이지만 스펠링은 e가 a로 바뀌었으며, ‘차이’와 ‘연기하 다’라는 공간적 사물과 시간적 운동을 다 포함하게 되었다. 우리말에서는 차이와 연기를 합쳐 차연(差延)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6)

차연은 데리다가 만들어 낸 용어이다. 차이를 뜻하는 단어에서 일부러 스펠링을 바꾸어 만들었 다. 데리다는 ‘차이’라는 단어의 뜻만으로 그의 철학을 전달하기에는 부족했던 것이다.

일반적으로 차이는 종종 두 개의 동일성들로 주장되는 것들(흑과 백, 동과 서, 선과 악, 남성과 여성 등) 사이의 차이로 여겨진다. 일상적인 대화에서 우리는 이것과 저것 ‘사이의 차이’라고 말한다. 데리다는 이런 차이에 대해 대안적인 이해를 하기 위해서 차연-항들 ‘사이의’ 차이가 아니라, 외관상의 동일성들을 낳는, 그리고 그럼으로써 그 동일성들 사이에 차이가 있다고 주장 할 수 있게 만드는, 무한하고 끊임없는 미분화의 이행(passage)-이라는 말을 만들어낸다.7) 차이는 끊임없는 운동하는 유동적인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사물의 모든 요소들은 기존의 요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움직인다. 이러한 차이는 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차연이 생겨났다.

차연의 철학은 아도르노에 의해 발전된 동일화하는 사유에 대한 비판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차연을 생각한다는 것은 동일화시키지 않음, 즉 다른 것 혹은 구별되는 것을 같은 것이 나 동일한 것으로 여기지 않음을 뜻한다. 그렇기 때문에 차연적 사유를 통일적이고 그 자체로 서 증명할 수 있는 철학적 흐름으로 특정짓는 일은 실상 그 의미에 거슬리는 일이다. 차연적 사유는 그 자체 다른 것일 뿐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 속에 있는 것이지 항상 같은 것일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더 정확하게 데리다의 차연의 철학이라고 말할 때 그것은 동일한 것이거 나 동일한 것으로 머물러 있지 않고 그 자체가 끊임없이 바뀌는 철학이다.8)

예를 들어 영화, 회화 그리고 만화와 같은 요소들의 시각 이미지는 고정적인 차이에 의해 상호 작용하지 않는다. 시각 이미지들은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다가올 흔적과 관계하면서 생성되고 사라짐을 반복한다.

흔적이란, 하나의 체험이 의미 있게 되기 위해서는, 즉 하나의 체험이 차이의 절대적 부재로부 터 벗어나서 의미의 관계 속에서 위치를 차지하게 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전제되어야 할 차이 의 체계하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9)

영화, 만화와 같은 미디어의 형식과 구조는 서로의 흔적에 관여하며 변형되고 해체된다. 흔적 의 형식으로서 해체와 구성의 겹침과 반복은 동시에 일어나기도 하며, 그 의미작용은 지연되기 도 한다. 이와 같은 차연의 사유로 인해 미디어의 형식과 구조는 유동적이며 비확정적이며 다원적이다.

2.1. 차연의 의미작용과 흔적으로서의 예술

차연은 공간적 개념인 차이와 시간적 개념인 연기의 엮임 혹은 짜임이 된다. 시간적인 연기의 개념은 기회를 기다리는, 작동 시간을 늦추는 혹은 경과를 지켜보는 시간화(temporization)로, 공간적인 차이의 개념은 공간화(spacing)로 수렴된다.10)즉 시간적으로 늦게 연기되고 공간적 으로 다르게 하는 두 가지가 동시에 의미작용을 하는 것이다.

6) 박정자, 『빈센트의 구두』, 기파랑, 2005, pp.44~45

7) 페넬로페 도이처/변성찬, 『HOW To READ 데리다』, 웅진지식하우스, 2007, pp.63~64 8) H.키멜레/박상선, 『데리다:데리다 철학의 개론적 이해』, 서광사, 1996, p.15 9) 이성원 엮음, 『데리다 읽기』, 문학과 지성사, 1997, p.48

10) 이경하, 「데리다의 ‘차연’」, 연세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3, p.17

(6)

공간의 시간화는 죽은 시간의 현재로서 흔적의 사라짐, 흔적 지우기이기도 하지만, 이것은 되돌려 받기의 말소, 삭제로서 주고받기를 위한 지연 효과라 할 수 있다. 또한 하나의 말, 글, 이미지에 또 다른 말, 글, 이미지를 추가하기 위해 지연되는 시차이며, 이것에 그러한 말, 글, 이미지가 다시 추가되었을 때 양자 간의 차이와 의미작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시간적 차이로서의 지연 또한 의미작용 속에 있는 것이다. 이러한 차연의 구조와 차연이 생산하는 차이의 구조는 근본적으로 흔적이라는 측면에서 서로 반사적이며 자기 반영적인 겹침의 형 식구조이다.11)

예술도 흔적의 작용이며 시간적으로 지연되고 공간적으로 다른 차이의 운동이다. 흔적으로서 예술은 시간화와 공간화가 겹쳐져 동시에 발생한다. 이러한 차연은 흔적과 자기 반영적인 의미 작용의 형식이며 구조다.

데리다는 『맹인의 기억』에서 18세기 화가 브누아 쉬베의 <디뷰타드 혹은 그림의 기원>이 라는 그림을 예로 들어 드로잉이 지각보다는 기억에 더 의존한다는 것, 그러니까 그림의 기원 은 눈멂이라는 가설을 제시하였다.12)화가가 인물화를 데생하고자 할 때, 화가가 데생의 인물 대상을 보고서 캔버스에 그 인물을 데생한다. 화가가 그린 데생 그림에서는 화가가 본 실제 인물은 가시적이었으나, 그 인물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고 그 실제 인물은 데생 그림과 의 관계에서 절대적 비가시성으로만 남는다. 다시 말해서 화가가 데생한 실제 인물은 데생 그림에서는 단지 화가가 데생하는 작업과정의 흔적으로 존재하면서, 볼 수 없는 것으로서의 흔적이 된다.13)

<그림 2> 거울 속의 소녀(Girl in Mirror) 1964 8 to 10 editions <그림 3> Roy Lichtenstein 이것 좀 봐 미키 Look Mickey 1961 oil on canvas 121.9 cm × 175.3 cm (48 in × 69 in) National Gallery of Art

거울 속의 소녀(Girl in Mirror)는 팝아트 작가 로이 리히텐슈타인(Roy Lichtenstein)의 작품 이다. [그림 2] 얼핏 만화의 한 장면으로 보이는 거울 속의 소녀는 작가가 실제 인물도 사진도 아닌 만화의 한 장면을 선정하여 작업을 착수한다. 여기서 더는 전통적인 회화작업 방식의 실제 모델이나 사진 등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만화장면을 작가는 캔버스 크기로 확대하여 실물투영기에 투사하고 그 위에 리히텐슈타인은 드로잉을 시작한다. 만화의 흔적은 새로운 요소와 중첩되어 작가의 손을 거쳐 새로운 작품이 된다. 즉 리히텐슈타인이 선택한 만화 인쇄 물 이미지는 확대하고 투사하는 과정의 흔적으로 남아 있다가 드로잉과 채색으로 채워지는 것이다. 차연의 의미작용은 만화의 흔적과 드로잉의 겹침 그리고 양자 간의 연쇄작용을 통해 리히텐슈타인 작품의 형식구조로 반영된다. 그리고 이 형식구조를 통해 만들어진 작품은 또 다른 요소의 흔적이 된다. 웃고 있는 소녀의 만화 인쇄물이 리히텐슈타인의 그림으로 다시 재구성되었을 때 그림 속 소녀의 웃음은 즐거움이나 기쁜 감정과는 무관해 보인다. [그림 2]

11) 김연환, 「차연과 은유에 관한 연구:데리다의 초월적 미학이란 무엇인가」, 홍익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3, p.110 12) 박정자, 『빈센트의 구두』, 기파랑, 2005, p.232

13) 김병환, 「대중문화세계에서 회화·영화 속 이미지에 대한 융합·통일·차이의 철학적 분석:데리다의 해체회화론, 들뢰즈의 감각논리회 화론·이미지영화이론을 토대로」 ,새한철학회, 2012, p.13

(7)

리히텐슈타인의 작품 속 소녀의 모습은 단순하게 유형화된 만화적 표현이라기보다는 작가의 내면의 세계가 화폭에 옮겨진 듯한 정적의 느낌을 준다. 원래 작가가 선택한 이미지 즉 모델은 시간화와 공간화를 거친 차이와 흔적들로 남아 볼 수 없는 다른 그 무언가의 흔적이 된다.

데리다의 차연은 시간의 연기와 공간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작용을 통한 중첩과 흔적의 연쇄작 용이다. 이러한 사유를 리히텐슈타인의 예술뿐만 아니라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에서도 찾아보고자 한다.

3. 애니메이션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의 만화책 기법 표현 3.1. 만화의 시각형식을 활용과 반복가능성

‘텍스트 바깥에는 아무것도 없다.’ 데리다가 말했던 것처럼 ‘컨텍스트 바깥에서는 어떠한 의미 도 규정될 수 없다. 하지만 어떠한 컨텍스트도 모든 것을 충족시키진 못한다.’ 이는 데리다의 텍스트가 방식은 다를지라도 항상 긍정을 유지함을 뜻한다. 데리다는 이를 때로는 ‘텍스트’라 고 했다가, 때로는 ‘글쓰기’라고 했다가, 어떤 때는 ‘흔적’ ‘대리보충’ ‘디페랑스’ ‘잉여’ ‘반복가 능성’ ‘표시’라고 하기도 한다.14)

데리다의 디페랑스 즉 차연은 시간의 지연과 공간의 차이가 겹쳐져 동시 작용하는 것으로 흔적 을 수반하는 반복가능성이다. 반복가능성은 동일한 것의 반복과 변주의 교차가 직조되어 구성 되는 끊임없는 움직임이며 경계를 넘나드는 연쇄적인 과정이다.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Spider-Man: Into the Spider-Verse)>의 주인공 마일스는 우연 히 방사능 거미에 물리고, 스파이더맨의 초능력을 갖게 된다. 초능력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마일스는 우연히 죽어가는 스파이더맨을 목격한다. 그리고 죽기 직전 스파이더맨은 마일스에 게 지구를 구해달라는 부탁을 한다.

아직 스파이더맨의 초능력을 활용하지 못하는 마일스는 스파이더맨의 흔적에 걸쳐있는 경계 선에 있다. 죽은 스파이더맨과 초능력을 사용하지 못하는 마일스의 컨텍스트는 스파이더맨의 실재도 부재도 아닌 차연이다.

단어 하나에서도 틀림없이 반복은 가능하다고 데리다는 주장한다. 말하자면, 표시라는 것은 틀림없이 원칙적으로 온갖 컨텍스트에서 재삼재사 반복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면서도(‘어떠 한 컨텍스트도 충족시킬 수 없다.’), 다른 한편으로는 어떤 의미에서 매 순간마다 유일성으로 존재한다는 것도 틀림없는 일이다. (‘어떠한 의미도 컨텍스트 바깥에서는 결정될 수 없다.’) 반복가능성은 그러므로 ‘반복’(동일성)과 ‘변모’(차이)를 동시에 동반하는 현상이다.15)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의 반복가능성은 멀티버스(Multiverse)에 의해 더욱 확장된다. 멀티 버스는 차원 바깥에 존재하는 다중우주이다.

각 세계는 각자의 시간과 공간에 존재한다. 하지만 마일스가 알게 된 바에 따르면, 각 세계를 나눠놓는 경계는 극복이 가능하다. 마일스가 사는 세계의 킹핀은 다중세계 간의 경계를 뚫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냈으며, 바로 이 기술 때문에 다른 세계의 피터 파커와 페니 파커, 스파 이더 햄 그리고 스파이더 누아르가 마일스의 세계에 나타나게 된 것이다.16)

5개의 멀티버스에서 온 5명의 스타이더맨은 오리지널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 스파이더우먼 스파이더 그웬, 1930년대 흑백 스파이더맨 스파이더 누아르, 미래형 스마트 스파이더 페니 파커, 카툰 돼지 스파이더맨 스파이더 햄 등이다. 마일스를 포함하여 총 6명의 스파이더맨이 킹핀의 음모로부터 세계를 구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이게 된다. [그림 3]

14) 니콜러스로일/오문석, 『자크 데리다의 유령들』, 앨피, 2007, p.150 15) 니콜러스로일/오문석, 앞의 책, p.154

16) 김민성,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스페셜 매거진」, ART NOUVEAU, 2018, p.16

(8)

<그림 3>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Spider-Man: Into the Spider-Verse)>, Sony Pictures, 2018. 화면 스크린샷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는 스파이더맨 캐릭터에 대한 무제한의 스핀오프이며 다양한 버 전의 스파이더맨 이야기이다. 그런데 전혀 상관이 없을 것 같은 6명의 캐릭터 사이에는 동질성 이 있다.

다중우주 즉 다른 차원에서 온 5명의 스파이더맨과 마일스는 다양한 모습과 능력들 그리고 색다른 시각적 스타일을 보유한다. 하지만 악당 킹핀의 음모에 대항하여 지구를 구하고 각자의 멀티버스 세계로 귀환하고자 하는 같은 목표를 갖고 있다. 멀티버스는 서로를 구속하는 한 세트의 한계이자 경계선이며, 5개의 멀티버스 프레임이라는 가시적인 주제는 데리다가 언급한 차연의 중첩이며 반복가능성이다.

서로의 흔적에 관여하는 5명의 스파이더맨과 마일스의 차이는 스타일과 디자인을 통해 변주된 다. 먼저 주인공 마일스가 등장하는 장면들에서 자연스러운 조명과 색상을 통해 현실 세계의 일상적인 느낌을 주었으며, 마일스의 외형은 십 대 청소년의 신체적 특징과 몸짓 언어를 반영 하여 디자인되었다. 스파이더 그웬(Spider-Gwen)은 능숙한 무용수처럼 우아하게 거미줄을 타고 날아다니는 스파이더우먼이다. 우아한 발레 형식의 움직임은 스파이더 그웬의 특징으로 스파이더 그웬 캐릭터를 반영한다.

스파이더맨 누아르는 누아르 장르 특유의 음침한 명암이 강조하기 위해 흑백을 사용하였고, 페니 파커는 일본 애니메이션 스타일로 디자인되었다. 페니 파커는 유일하게 거미 능력이 없는 스파이더맨이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연결되어있는 거미와 함께 특별한 로봇을 조종한다. 그리 고 오리지널 스파이더맨 스타일의 피터 파커와 마지막으로 1920~30년대 미국 카툰 스타일의 스파이더 햄까지 총 6명의 다양한 스타일의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6명의 복합적인 스타일의 캐릭터를 동일한 물리적 공간에 있는 것처럼 만든 것은 3D 조명과 특수 효과 활용이 었다.

그리고 연속된 칸 그림으로 지면을 구성하는 인쇄된 만화의 형식을 영상 화면에 적용하여 차원 의 분열로 다른 차원에서 온 인물들을 한 화면에 합친다.

만화는 인쇄 지면이라는 한정된 공간 속에 특유의 방식으로 이야기와 그림을 분절시키고 배열 하면서 시공간의 연속체를 만들어낸다. 각 장면은 극히 짧은 지속을 나타내며, 시각의 각도와 그림 칸의 증가에 의해 얻어지는 리듬에 따라 편집된 의미감을 전달한다.17)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는 칸으로 분할된 만화의 지면처럼 영상에 여러 개의 장면을 함께 배치하여 5개의 멀티버스에서 온 스파이더 군단의 모습을 조합한다. 이러한 화면 분할방식은 주인공 마일스가 거미에 물리는 장면에서도 효과적으로 사용된다.

17) 김성필, 「만화의 표현형식에 나타나는 칸(Panel) 운용에 관한 연구:서사만화를 중심으로」, 홍익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2,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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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Spider-Man: Into the Spider-Verse)>, Sony Pictures, 2018. 화면 스크린샷

거미에 물리는 찰나의 순간을 세 개의 분할 다중시점으로 나누어 한 장면에 담았으며 바둑판 형식으로 나열되는 일반적인 분할의 개념을 넘어서 칸의 경계선의 각도를 다양하게 적용하여 역동적인 상황을 묘사한다. 거미에 물려 몸에 변화가 일어나는 보이지 않는 순간을 연속된 칸 그림으로 배열하고 리듬에 따라 시간의 지연과 함께 칸이 증가하는 방식으로 공간의 차이를 구성한다. [그림 4]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배치를 통한 다층적인 시각 구조는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만화의 시각형식을 활용을 화면에 시적인 생명력을 부여한다.

만화책 기법을 활용한 다양한 시각효과들은 애니메이션<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의 화면 구성의 중요한 요소들이며 만화책 표현기법을 활용한 장면구성의 특징을 이어서 분석해보고 자 한다.

3.2. 만화책 스타일 그래픽 화면구성기법 3.2.1. 만화책 인쇄 기법 구현

만화와 영화 사이에는 분명한 관련이 있는 듯이 보이지만, 실제로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양자 모두가 언어와 이미지를 활용한다. 영화는 언어와 이미지들에 음향과 환영으로 보강한다. 만화 는 정적인 인쇄물을 기초로 하고 있음을 함축하고 있다. 영화는 사진술과 실제의 영상들을 전달하는 복잡한 기술을 쓴다. 다시 만화는 인쇄물로 제한된다. 만화가 실제 경험을 서술하는 데 반해, 영화는 실제 경험의 제공을 목표한다.18)

초기 만화의 인쇄물에서 색채의 사용은 판매 부수를 증가시켰지만 동시에 제작비도 올라갔다.

그래서 공정을 줄여 비용대비 효과를 증대하고자 했다. 그 결과로 표준 “4색 공정”이 자리를 잡았다. 이 공정은 3원색의 농도를 각각 100%, 50%, 20%로 제한했고, 선 작업에는 검정 잉크를 사용했다. 대담하고 단순한 윤곽선과 값싼 신문용지에 재생된 색상은 결국 미국 만화의 색조가 되었다.19)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의 그래픽 스타일은 표준 “4색 공정”의 4원색(CMYK) 망점들이 어우러져 색상을 표현했던 인쇄기의 표현 방식에서 단서를 가져오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색상 팔레트를 제한하고 서로 다른 크기 색상의 망점과 패턴이 명암과 빛 효과를 주는 하프 톤 (half-toning)이라는 잉크 기술을 사용했다.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 도입부 장면에서 등장하는 소니(sony)의 로고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화면 가득 확대된다. 자세히 보면 로고는 대소 밀도를 통해 줄지어 찍혀 있는 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림 5]

<그림 5>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Spider-Man: Into the Spider-Verse)>, Sony Pictures, 2018 도입부 화면 스크린샷

18) 윌 아이스너/조성면 역, 『그래픽 스토리텔링과 비주얼 내러티브』, 비즈앤비즈, 2009, p.71 19) 스콧 맥클라우드, 『만화의 이해』, 비즈앤비즈, 2008,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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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효과는 로이 리히텐슈타인 (Roy Lichtenstein)의 작품에서도 볼 수 있는데 리히텐슈타인은 하프 톤 망점과 핸드드로잉이 교차 된 방식으로 정교한 질감의 빈티지 만화책의 느낌을 생생하 게 표현한다. 따라서 리히텐슈타인의 작품 특징 중 하나는 점이며 만화의 음영이나 특수 효과 기법을 위해 고안된 하프 톤 망점 스타일로 구성된 그의 회화는 붓 자국의 배제하고 만화의 질감을 살려 재구성된다.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 영상에 보이는 하프 톤 망점은 스파이더맨 만화책의 기법이 재해 석된 것이며 만화책에서 캐릭터의 표정이나 동작을 강조하기 위해 캐릭터와 사물의 음영을 적용하는 스타일을 영상에서 시각화하였다. 만화책으로부터 영향은 받은 흔적들은 일반적인 영화의 그래픽과는 다른 독특한 스타일을 만들어낸다. 제한된 색상의 강렬함과 하프 톤 망점, 그림자를 사선으로 표현한 효과와 더불어 주목할 점은 만화책 인쇄물의 프린팅 오류로 인해 외곽선 바깥으로 색들이 삐져나온 현상도 영상에서 시각적 요소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영상에 재구성된 만화책 인쇄물의 다양한 시각적 특징들은 만화책을 볼 때 느낀 독자의 영감을 반영한다.

데리다가 아주 좋아하는 낱말 중의 하나가 흔적(trace)이다. 동물이 지나가면 발자국을 남기 고 수레가 지나가면 바퀴 자국을 남긴다. 그것이 흔적이다. 흔적은 동물이, 또는 수레가 지나간 표시이지만 지금 동물이나 수레는 없다. 이미 지나가고 지금 없으므로 흔적을, 동물이나 수레 의 현전(presence)으로 생각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과거에 한 번 지나간 것은 사실이므로 그것 들이 전혀 없다. 그러나 과거에 한 번 지나간 것은 사실이므로 그것들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도 없다. 단순히 현전도 아니고 단순히 부재(absence)도 아닌 것, 그것이 흔적이다. 흔적은

‘있다’, ‘없다’고 확정적으로 말할 수 없는 ‘비확정성(undecidable)’이다. 또는 있음과 없음 사이 에 애매하게 걸쳐있는 경계선이다.20)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의 만화책 기법을 활용한 예기치 않았던 시각효과들이 밖으로부 터 영상의 프레임 안으로 들어옴에 따라 만화책과 영상의 경계에 새로운 의미작용이 일어난다.

만화의 매체적 특징을 활용한 리히텐슈타인의 작품에서처럼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영 상은 만화의 이미지와 시각적 특성이 화면에 투영되어 있다.

3.2.2. 소리와 속도의 시각화

만화는 대사나 효과음 등을 그림문자 또는 문자의 형상을 빌어 전달하며 만화의 다양한 공감각 적 아이콘 중 가장 널리 쓰이고 복잡한 것은 말풍선이다. 소리를 담아내는 말풍선의 모양은 제각각이며 풍선 안쪽에도 상징기호들을 적용하거나 새로 발명해 넣어서 비언어적인 영역을 표현하고 있다. 말풍선 안팎에 사용되는 글꼴을 다양하게 하는 것도 소리의 본질을 잡아내려는 지속적인 투쟁의 일환이다.21)

<그림 6>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Spider-Man: Into the Spider-Verse)>, Sony Pictures, 2018. 화면 스크린샷

20) 박정자, 『마이클잭슨에서 데리다까지』, 기파랑, 2009, p.23 21) 스콧 맥클라우드, 『만화의 이해』, 비즈앤비즈, 2008,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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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속의 인물들은 자기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독자들에게 독백을 통해 이야기해주는 경우가 많고 실제로 독백은 현재 진행되는 줄거리와 요소들을 독자들에게 설명해주는 중요한 도구 중 하나이다.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의 주인공 마일스는 거미에게 물리고 나서 말풍선이 생긴다.

그러나 영상에서 마일스가 처음으로 말풍선을 띄울 때 자신에게 말풍선을 생겼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그저 “왜 머리 속에서 목소리가 이렇게 크게 울리는 거지? 라고 생각한다.

[그림 6]

말풍선은 마일스로 하여금 다양한 방식의 독백을 처리할 수 있게 한다. 영상에서 말풍선은 독백과 더불어 감정과 소리의 강도를 조절하기도 하고 상황을 부연하기도 한다. 거미에 물린 마일스는 단순히 스파이더맨이 된 것이 아니라 만화책 속 인물이 되었음을 말풍선을 통해 시각 적으로 드러낸다.

만화의 구성은 글과 그림 외에도 그림글자 같은 상징언어와 동작선 같은 요소들을 통해 음향의 한계를 극복한다. 영상과 달리 소리가 들리지 않은 만화는 대사나 의성어 그리고 동작이나 상황을 표현하는 이미지들을 통해 소리와 속도를 시각적으로 보여 준다.

등장인물이 말하는 대사는 일반적으로 말풍선 속에 갇혀서 그 의미가 독자에게 전달되는 데 비해, 의성어나 의태어는 말풍선으로 둘러싸이지 않고 칸의 내부에서, 경우에 따라서는 칸 선을 파괴하면서까지 독자적으로 매우 독특한 분위기를 환상적으로 연출해 낸다.22)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 영상에서도 ‘POW’, ‘BOOM’ 등의 효과음을 그림처럼 쓰여진 형태의 의성어로 화면에 옮겨서 마치 움직이는 만화책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화면 에 그림이나 글자로 배치하여 시각적으로 표현되는 음향 효과는 감정과 상황의 표현력을 높여 준다. 그림글자 같은 상징언어 외에 동작선 등도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에서 캐릭터의 상태와 정황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되었다.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에서 스파이더맨은 뭔가를 느끼거나 위협 등을 미리 알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스파이더맨이 위협을 감지하는 능력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 실체 를 확인할 수 없는 것인데 이것을 번개 물결 모양으로 시각화하여 캐릭터가 전파를 감지한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마일스 단독으로 위협을 감지하는 장면에서 번개 물결 모양 선 외에 마일스를 중심으로 화면 밖으로 퍼져나가는 선들을 볼 수 있다. 만화책에서 자주 사용하는 동작 선으로 방향성과 속도를 시각화한다. 만화책의 선 표현은 영상에서 옮겨져서 캐릭터의 감정과 상황을 전달하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활용되며 소리와 속도의 느낌이 시각적으로 확장되어 표현 된다.

<그림 7>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Spider-Man: Into the Spider-Verse)>, Sony Pictures, 2018. 화면 스크린샷

4. 결론 및 제언

본 연구는 데리다의 차연(différance)을 바탕으로 차연의 의미작용과 흔적으로서의 예술이 새로운 매체와 관련하고 있는 방식을 주목하였다. 서로 다른 매체의 혼용과 자기 반영적인 형식의 사례로 영상 애니메이션 작품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Spider-Man: Into the Spider-Verse)>의 만화책 그래픽 기법의 차용을 분석하였다. 만화의 형식과 기법을 활용한

22) 김성필, 「만화의 표현형식에 나타나는 칸(Panel) 운용에 관한 연구:서사만화를 중심으로」, 홍익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2,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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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아트(Pop Art) 작품에 나타난 스타일 사례를 통해 서로 다른 매체의 결합과 상호작용에 따른 차이와 시각화 방식을 살펴보고 만화적 질감의 영상화에 따른 비주얼 효과에 관해 연구하 였다.

데리다의 차연은 <시간의 공간되기>와 <공간의 시간되기>가 서로 교차하는 직물로서 표상 된다.23)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영상에서 만화 이미지와 형식을 차용한 방식은 매체의 차이에 따른 조율과 변형의 과정을 거친 흔적의 유동적인 연쇄 과정이다. 그리고 이미지의 차용과 혼성 모방은 그림과 만화 같은 2D의 공간과 3D 애니메이션의 공간의 멀티플 이미지와 공간의 재해석을 통해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다.

만화는 우리의 인생에서 일어날 수 있는 많은 사건을 글과 그림의 혼용, 중첩, 나열, 연속의 형식,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칸과 칸의 연결을 이용한 연상작용 등의 독특한 표현기법으로 이야기함으로써 장황한 한 편의 글보다도 더 함축적인 의미를 포함하게 하는 독특한 매체이자 장르이다.24) 그리고 만화는 말풍선과 속도선 등 소리를 대신하는 시각적 요소들이 사물이나 사건의 정황이나 상태 등을 표현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말풍선과 속도선과 같은 만화의 시각효과를 작품에 투영한 리히텐슈타인의 팝아트 작품처럼 애니메이션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는 만화책 화면 구성 요소들과 화면 분할방식을 반복 적으로 전개하여 3D 애니메이션으로 구현된 영상에 2D 그래픽을 조합하여 마치 현실에 2D의 만화적 공간을 옮겨온 듯한 효과를 준다.

이러한 시각적 효과로 인해 관객들은 끊임없이 만화책의 지면과 영상 애니메이션 화면의 기능 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움직이는 만화책을 보는 것 같은 영상은 만화책의 레트로적인 향수와 영상 특수 효과 기술을 통해 데리다가 말한 차연의 효과로 재탄생된다.

시간적인 현재의 자기 동일성이라는 것은 결국 과거와의 차이가 낳은 부산물이요, 다른 것에 연기된 관계 속에서 정립될 뿐이다. 그 다른 것이 또 다른 것에 연기된 그런 관계가 바로 흔적 이다.25)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 영상은 만화책 인쇄 기법 스타일을 재해석하여 만화책으로부터 영향은 받은 흔적들을 반영한다. 리히텐슈타인의 팝아트가 작가의 핸드드로잉에 의한 과정의 흔적으로 망점과 색상 등을 표현했다면,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 영상은 2D 그래픽과 다양한 특수 효과를 더하여 캐릭터와 사물을 재구성한다.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 영상은 작품 자체가 움직이는 만화책처럼 이미지를 중첩하고 재배열하여 프레임 사이에 발생하는 시간의 리듬을 변주한다. 2D와 3D 그래픽을 통합하고 변형하는 독창적인 프로세스를 통해 관객에게 독특한 미적 경험을 가능하게 하며, 매체의 상호 작용과 겹침의 구조는 반복과 해체를 통해 확장되며 다중적인 의미작용을 통해 다원적인 해석 을 가능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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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김형효, 『데리다의 해체철학』, 민음사, 1993, p.214

24) 김성필, 「만화의 표현형식에 나타나는 칸(Panel) 운용에 관한 연구:서사만화를 중심으로」, 홍익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2. p.13 25) 김형효, 『데리다의 해체철학』, 민음사, 1993. p.2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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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