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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시에르의 미학적 체제에서 바라본 정치적 디자인에 관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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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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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일_2019.12.10 심사기간_2020.01.01-14 게재확정일_2020.01.16

랑시에르의 미학적 체제에서 바라본 정치적 디자인에 관한 연구

A Study on Political Design through Jacques Rancière’s Regime of Aesthetics

도일_홍익대학교 대학원 / 고선정(교신저자)_대진대학교 디자인학부

Do, Il_Graduate School of Hongik University / Ko, Sun Jung(Corresponding author)_Division of Design, Daejin University

차례

1. 서론

1.1. 연구 배경과 목적 1.2. 연구 범위와 방법

2. 미학과 정치 그리고 디자인의 관계 2.1. 미학과 정치의 연관성

2.2. 디자인의 정치적 행위

3. 정치적 미학으로서의 디자인 3.1. 감성적인 공동체의 형상:‘전형’

3.2. 공통의 개념적 핵심:‘표면’

3.3. 기호에 따른 내적 표현:‘상징’

4. 디자인의 감성적 분할과 재배치

5. 결론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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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시에르의 미학적 체제에서 바라본 정치적 디자인에 관한 연구

A Study on Political Design through Jacques Rancière’s Regime of Aesthetics

도일_홍익대학교 대학원 / 고선정(교신저자)_대진대학교 디자인학부

Do, Il_Graduate School of Hongik University / Ko, Sun Jung(Corresponding author)_Division of Design, Daejin University

요약 본 연구의 목적은 미학과 정치 그리고 디자인의 상관관계를 자크 랑시에르(Jacques Ranceère)의 이론을 중심 으로 감성의 분할과 재배치라는 차원에서 고찰하고, 이를 감각의 재편성을 통해 정치적 디자인의 가능성을 보여 주는 데 있다. 1) 몸이 세계를 느끼는 방식인 ‘미학’과 감각적인 것들이 부딪혀 ‘불일치(dissensus)’를 이루는

‘정치’가 ‘감각적인 것의 분할’이라는 동일선상에서 디자인의 정치적 행위와 어떠한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는 지 알아본다. 2) 디자인의 정치적 행위를 랑시에르가 말하는 예술의 미학 체계 안에서 살펴보기 위해서 ‘디자 인’의 실천과 이념을 모던디자인의 기본이 되는 ‘전형’, ‘표면’, ‘상징’으로 나눠 이를 통해 감각의 분할이 이뤄 지는 현상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이는 무질서한 스타일에 동일한 원칙을 적용하여 ‘전형’적인 형태를 구축 하고, 이미지와 텍스트의 이질적인 결합으로 재탄생된 ‘표면’, 그리고 새로운 삶의 형태이자 공통 이념인 ‘상징’

으로 감각의 분할이 재배치되는 정치적 현상들을 말한다. 3) 이렇게 탄생된 현상들은 기존 디자인된 사물에서의 기능과 사용성의 존재방식이 변용을 일으키고, 폐품으로 만든 가방은 불일치를 통해 감각을 재배치함으로써 명 품을 만든다. 또한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사물들이 재(re-)사유를 통해 공동체의 합의된 감각을 재(re-)분할하 는 등 감각적인 것들을 미학적 체제 안에서 정치적인 문제로 ‘디자인’이라는 매체를 살펴본다. 따라서 본 연구 는 디자인된 사물이 감각의 불일치로 끊임없이 충돌하고 재배치되면서 공동체의 합의된 감각으로 재분할되는 것을 미학적 체계 안에서 증명될 수 있는 정치적 디자인으로 연구 가능성이 충분함을 증명한다.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examine the correlation between aesthetics, politics, and design in terms of rearrangement and the distribution of the sensibility around Jacques Ranceère’s theory, and to demonstrate the possibility of political design through re-organization of senses.

1) This study seeks to confirm if ‘politics’, the element which forms ‘dissensus’ when the

‘aesthetics’, the way in which the body conceives the world, and other sensuous components collide, forms any inseparable relationship between the political action of design, at the collinear level of ‘reorganization of the sensuous components’. 2) In order to examine the political action of design within the aesthetic system of the art which Ranceère mentions, this study specifically examines the phenomena that lead to the partition of sensation by separating the practice and ideology of ‘design’ into ‘type’, ‘surface’, and ‘symbol’, the basis of the modern design. In turn, this refers to the political phenomena that lead to the rearrangement of the sensuous partition from the establishment of the ‘typical’ form by applying the same principle to seemingly chaotic styles, the ‘surface’ which is reborn by the heterogeneous combination of the image and text, and the ‘symbol’, the form of the new life and mutual ideology. 3) The phenomena, born through this process, cause transformation in the function and usability of the pre-designed object, and the bag made off of junk rearranges the sense through dissensus to transform itself into the masterpiece. Additionally, by setting the sensuous elements, such as repartitioning the sense that is agreed upon by the community by rethinking on objects that already exist in the world, as the political issue within the aesthetic system, this study reviews the medium called ‘design’.

Therefore, this study proves that political design bears sufficient research potential as the political design that can prove the repartitioning of the pre-designed object as the sense that is agreed upon by the community while endlessly colliding and rearranging due to the dissensus.

중심어

미학 감성의 분할 재배치 정치적 디자인

ABSTRACT Keyword

Aesthetics

The distribution of the sensible Rearrangement Political 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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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1.1. 연구 배경과 목적

21세기에 들어와 모던디자인의 각각의 요소들과 형태들은 현대 디자인의 전반적 흐름에서 볼 때, 제각기 분절되고 재배열 또는 재배치되는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모더니 즘은 제도화된 예술과 규격화된 디자인을 요구하며 디자인된 사물들이 감각의 분할로 각자의 자리에 머물길 바랐다. 반면 오늘날의 디자인은 포스트모더니즘 시기로 넘어오면서 자본주의 소비문화와 대중예술에 기반을 두고 디자인적 요소들과 형태들이 이질적으로 결합하며 재 (re-)정의되고, 재(re-)사유되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여기서 본 연구자는 어떠한 미학적 개념들이 감각의 재편성을 통해 디자인의 정치적 가능성을 열어주었는지 미학적 근거를 찾고자 정치철학자인 자크 랑시에르(Jacques Ranceère)의 이론을 중심으로 본 연구를 시작하였다.

랑시에르가 주장하는 정치철학의 이론을 ‘디자인’이라는 매체 안에서 고찰해보면, 어떤 대상의 정체성을 시각화하는 기능적인 수단이었던 모던디자인과는 다르게 현대 디자인은 자본주의적 소비촉진을 위한 매개체로써 사회적 위계를 드러내는 기호(상징)의 역할을 한다. 이는 몸이 세계를 느끼는 방식인 미학이 감각의 분할을 일으키면서 ‘디자인’이라는 개념 아래 자기들끼리 끊임없이 분열과 충돌, 재배치함으로써 ‘디자인’의 정치적 가능성을 성립하였다. 결국, 디자인 과 정치는 불가분의 관계에 놓이게 된다. 따라서 “인간이든 사물이든 어떤 대상을 규정하고, 그것의 위상을 전치시키는 행위는 정치성을 띤다고 말할 수 있다.”1) 이를 통해 변화되는 오늘 날의 디자인이 그들의 욕망을 어떤 식으로 표출하고 사유하는지 그리고 감각이 어떻게 재편성 되는지 여러 사례를 통해 살펴볼 것이다. 결과적으로 본 연구는 예술로 속하지 못했던 ‘디자인’

이 감성의 분할과 재배치를 통해 순수미술과 상업미술이라는 프레임 안에서 벗어나 위계질서 가 없는 동등한 세계에서 새로운 감각과 사유로 디자인의 무한한 가능성을 모색하는 데 그 목적과 의의를 둘 것이다.

1.2. 연구 범위와 방법

본 연구는 디자인과 정치의 연관성을 랑시에르의 이론을 중심으로 미학적 측면에서 다음과 같이 논의하고자 한다. 먼저, 미학과 정치 그리고 디자인의 연관성을 찾기 위해 랑시에르의 이론을 조명하였다. 이를 통해 ‘감각적인 것의 분할’이라는 동일선상에서 미학과 정치, 디자인 을 논의할 수 있으며, 이들의 관계가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있음을 증명할 수 있다. 둘째, 랑시 에르의 미학적 예술 체제를 중심으로 ‘통일성’이라는 같은 원칙이 적용된 단순한 형태들이 디 자인의 ‘전형’과 ‘표면’, ‘상징’에서 어떻게 재배열되고, 정치적 미학 안에서 디자인이 어떤 양상 을 보이는지 고찰해보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디자인을 감각과 정치적 가능성에 감성의 분할과 재배치라는 개념을 투영시켜 몇몇 디자인 사례들을 분석하며 예를 들어 살펴볼 것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일상에서 사용되는 사물들로 합의와 치안의 형식이 아닌 이질적 감성에 의한 ‘불일치 (dissensus)’로 정치적 형태의 재분할된 것들이다. 따라서 본 논문은 디자인을 통해 이뤄진 공동체의 질서가 사물에 대한 독특한 재해석을 가능하게 하며, 더불어 상징적 요소들의 불일치 로 디자인의 정치적 가능성이 더욱 커졌음을 증명하고자 한다.

2. 미학과 정치 그리고 디자인의 관계

2.1. 미학과 정치의 연관성

정치철학자인 랑시에르는 기득권층의 권력(power)으로 생긴 착취 구조가 사람들의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이미 구축된 사회 구조 안에서 정해진 그들의 자리에 ‘몸’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곧 감각의 문제와도 연결된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미학은 몸과 감각을 통해 세계를 보고 느낀다. 그러나 사회의 권력에 의해 노동자나 가난한 자, 프롤레 타리아들은 그들이 착취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들은 각자의 능력에 따라 지정된 자리에서 제한된 세계를 바라보고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랑시에르는 착취당

1) 안영주, 「디자인의 정치: '감각변용'으로서의 디자인」, 『현대미술사연구』 38권 38호, 2015,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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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들이 예속된 이유가 단지 지식의 문제라고 보기보다는 사회에서 ‘몸’이 어느 자리에 놓이 느냐 하는 감각의 문제라고 보았다. 권력은 위계와 지역, 감각 등을 나누어 착취와 피착취 등을 지속해서 나누고 구분한다. 그러나 이때 권력에 대해 무지한 누군가가 자리와 그들이 느끼는 감각 사이의 연결선을 끊어버린다면, 해방이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클 것이다. 따라서 랑시에르는 해방의 문제를 지식의 문제가 아닌 몸이 느끼는 ‘감각’의 문제로 본 것이다.2) 그는 미학을 “몸이 세계를 느끼는 방식”이라고 칭하며, 정치를 “그렇게 몸이 세계를 느끼는 방식들 이 충돌하고 특정한 감각의 방식에 따라 세계 안에 각자의 자리가 부여되는 과정”3)이라고 정의 내린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미학이란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었던 예술의 본질에 대한 학문이 아니라 행동과 지각, 사유하는 양식에 따라 결정되는 감성의 분할 체계라는 것이다.

더불어 정치는 권력에 대한 투쟁이 아닌 공유(the common)와 관련된 갈등과 평등의 문제로 몸이 세계를 느끼는 방식들이 서로 충돌하며 발생하는 불일치를 말한다. 따라서 정치를 곧 미학이라 할 수 있다.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 양식은 테크닉(technic)에 따라 기준이 정해져 있어 감각과 미를 정확하 게 나눌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의 예술은 메를로-퐁티(Maurice Merleau-Ponty)가 말하 는 ‘몸 틀’에 특정한 기준도 없고 비교 대상마저 사라졌기 때문에 미학과 감각적인 것의 나눔이 불가능해졌다. 다시 말해서, 고대 미술 양식에서 볼 수 있었던 인체의 이상적인 비례와 같은 몸의 기준(키, 몸무게, 비율 등), 즉 ‘틀’이 사라졌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 각자의 다른 몸과 감각으로 표류하여 토대 없이 떠다니는 것들의 나눔이 불가능해졌다. 다만 예술의 양식이 파괴 되고 새롭게 다시 시작할 수 있을 때, ‘감각적 나눔’의 새로운 출발은 가능할 것이다. 이를 랑시에르는 ‘정치’라고 칭하며, 이로써 미학과 정치가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있음이 증명된다.

게다가 랑시에르는 미학적 활동의 개념을 가시화된 문학과 미술, 음악에만 한정 짓지 않고, 공간과 시간, 활동 형태들의 어떤 분할에 따라 그와 관련된 “감각적인 것의 분할”4)을 정치적 활동으로 확장하였다. 그리고 확장된 무언가가 사회 안에서 어떻게 배치되는지를 고민하였다.

그는 19세기 프랑스 노동자들의 해방적 활동을 예로 들고 있는데, 그들에게 감성적 혁명이란 다음과 같다.

“노동자들을 공동체의 상징적 공간 안에 자리를 배정하고, 그들을 생산과 재생산의 ‘사적인’

영역에 놓는 전통적인 감각적인 것의 나눔(분할)을 뒤집는 것이다. 지배적인 감각적인 것의 나눔에 따르면, 노동자들은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잠을 자며 휴식을 취해야 한다. 반대로 19세 기 초중반 노동자들은 밤에 더 많은 것을 하기 시작하면서 해방의 물꼬를 텄다. 밤에 안자고, 쓰고, 읽고, 생각하고, 토론하는 것, 그럼으로써 자기에게 주어진 자리이자 이름인 노동자에 대해 무관심해지는 것(탈정치화·탈계급화)이야말로 해방의 시작인 것이다. 노동자들은 밤을 새로이 전유함으로써, 시간의 짜임을 바꾸었을 뿐 아니라 더는 사회학적으로 식별되는 계급으 로서의 노동자가 아닌 계급의 소멸로서의 계급인 프롤레타리아가 된 것이다.”5)

이처럼 랑시에르가 생각하는 진정한 정치란 ‘배제된 자들의 주체화’로 “보이지 않았던 것을 보게 만드는 것, 그저 소음으로만 들릴 뿐이었던 것을 말로써 듣게 만드는 것, 특수한 쾌락이나 고통의 표현으로 나타났을 뿐인 것을 공통의 선과 악에 대해 느낌(감각)으로서 나타나게 만드 는”6) 것이다. 따라서 노동자들의 노동과 휴식의 시간으로 분배되는 자리가 전복되는 순간,

2) 자크 랑시에르, 『미학 안의 불편함』, 주형일 옮김, 인간사랑, 2008, pp.11-12.

3) 위의 책, p.12.

4) 어떤 공통적인 것의 존재, 그리고 그 안에 각각의 몫과 자리를 규정하는 경계설정을 동시에 보여주는 이 감각적 확실성의 체계를 랑시에르는 ‘감성의 분할’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감성의 분할은 분할된 공통적인 것과 배타적 몫을 동시에 결정짓는다. 몫들과 자리 들의 이러한 분배는 어떤 공통적인 것이 참여에 소용되는 방식 자체 그리고 개인들이 이 분할에 참여하는 방식 자체를 결정하는 공간들, 시간들 그리고 활동 형태들의 어떤 분할에 의거한다.(자크 랑시에르, 『감성의 분할』, 오윤성 옮김, 도서출판b, 2012, pp.12-13.)

5) 자크 랑시에르, 『정치적인 것의 가장자리에서』, 양창렬 옮김, 서울: 길, 2013, p.98.

6) 자크 랑시에르, 『정치적인 것의 가장자리에서』,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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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행위가 바로 ‘감성적 혁명’을 끌어낼 수 있다.

2.2. 디자인의 정치적 행위

랑시에르는 정치를 언급하면서 자연스럽게 미학과 예술을 끌어들인다. 그에 따르면, 어떤 것이 예술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것이 예술로 체험하고 규정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각과 사유가 존재 해야 한다. 이러한 방식은 랑시에르가 논하는 미학과 정치의 관계, 감성적인 것의 나눔을 뒷받 침하는 논거로 그는 3가지 ‘예술 체제(régime des arts)’를 구성한다.7) 이는 예술의 주요한 식별로 윤리적·재현적(시학적)·미학적 예술 체제라고 구분한다. 이 체제들은 “단순히 하나의 작품이 어떤 예술 장르에 속하는지를 구별하는 것을 넘어서 사회 구성원들의 감각이 처리되는 방식을 구별하고 규정”8)한다. 따라서 이러한 식별 체제의 구분은 노동과 권력의 역사에도 적 용이 가능할 것이다.

먼저 ‘예술의 윤리적 체제’는 모방의 체제라 할 수 있다. 사물의 이데아를 모방한 예술이 얼마 나 많이 닮았는지, 그리고 사회적으로 규정된 유용성의 가치에 따라 예술의 아름다움이 결정된 다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예술 작품은 다른 노동의 결과물과 마찬가지로 정신적 가치가 존재 하지 않기 때문에 예술가는 “자신의 몸이 느끼는 감각을 표현하는 사회적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존재”9)로 머물게 된다. 둘째, ‘예술의 재현적 체제’에서 예술 작품이 모사품(simulacrum)에서 벗어나 노동의 영역이 아닌 독자적인 규칙을 갖는 독립된 영역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예술가 의 능력에 따라 예술 안에서 위계질서가 생겨나고, 이는 사람들이 몸을 느끼는 감각적인 것이 분할되어 구분된다. 반면 마지막으로 ‘미학’이라고도 불리는 ‘예술의 미적 체제’는 재현적 예술 체제와의 단절로 형성된 감각의 분할선을 무너뜨리고 가로지른다. 랑시에르는 여기서 재현과 비재현, 고급문화와 대중문화 사이의 분할들을 미학적 논의들을 통해 정치적 의미에서 가시화 하여 분할의 한계를 드러내고자 한다.10) 즉 “예술의 독특성, 독자성을 주장하고 예술의 자율성 을 확립하며 우리의 몸이 느끼는 감각들에 특정한 자리를 부여하려 하는 모든 분할의 노력을 거부하는 것이 미적 체제”11)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윤리적 체제와 재현적 체제는 예술의 위계와 자리를 만들어 사람들이 몸으로 느끼 는 감각적인 것과 감성적인 것을 나누지만, 예술의 미적 체제는 분할을 오히려 깨뜨린다. 느끼 는 모든 감각을 특정한 자리에 배치하고 모든 분할의 노력을 거부하는 것이 미적 체제라 할 수 있다. 결국, 정치를 제대로 하려면 합의를 거부해야 한다. 이때 감각되는 것들이 서로 부딪 혀 ‘불일치(dissensus)’를 이루며 충돌해 이견을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진정한 미적인 행위이 자 정치적인 행위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디자인’이야말로 정치적인 행위라고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디자인은 “사람들이 단어나 형태를 조합·배치함으로써 그저 예술의 형태들만 이 아니라 볼 수 있는 것과 사유할 수 있는 것의 어떤 짜임새(configuration), 감성적 세계에 거주하는 어떤 형태들을 정의하는 방식”12)으로 공동 공간의 나눔(partage)을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조형요소들이 조형원리를 통해 재배열되면서 기하학적인 형태들과 내포된 의미 들이 끊임없이 충돌하여 새로운 정보전달의 요소로 재탄생된다. 다시 말해서 디자인이 우리가 몸으로 느끼는 방식을 가시적으로 표현해내며, 인간의 감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공간이나 시간, 우리의 활동 형태 등을 분할하는 총체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정치적인 것이 드러난 한 형태로 디자인을 이야기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새로운 감각을 재분할 할 수 있다.

3. 정치적 미학으로서의 디자인

랑시에르는 “선을 긋거나 단어나 형태를 조합·배치하고 표면을 배분함으로써 공동 공간의 나

7) 박기순, 「랑시에르의 미술론」 『미술은 철학의 눈이다』, 서울: 문학과 지성, 2014, p.449.

8) 자크 랑시에르, 『미학 안의 불편함』, p.13.

9) 위와 같음.

10) 박기순, 「랑시에르의 미술론」 『미술은 철학의 눈이다』, p.447.

11) 자크 랑시에르, 『미학 안의 불편함』, p.14.

12) 자크 랑시에르, 『이미지의 운명』, 김상운 옮김, 2014, 현실문화,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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눔(partage)을 디자인하는 방식”13)에 흥미를 느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단지 예술로만 볼 것이 아니라 시각적인 것과 사유할 수 있는 것의 배열에 따라 정치적 형태의 재분할이 이루 어지고, 이를 통해 디자인의 위치가 재정립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본 장에서는 20세기 이후에 발전한 ‘디자인’의 실천과 이념이 어떻게 정치적 미학으로 자리 잡게 되는지 크게 3가지 현상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3.1. 감성적인 공동체의 형상:‘전형’

디자인은 20세기 초에 일어난 ‘모더니즘’이라는 예술 운동에서 파생되었다. 기존의 예술과는 달리 기하학적 형태들의 조합과 배치, 상징주의와 물질주의, 예술과 장르, 시대 구분의 경계를 가로질렀다. 특히 고전 예술이 추구하던 장식적인 요소들을 전면적으로 배제하고, 여러 가지 기능과 형태에 ‘통일성’이라는 같은 원칙을 적용해 축약되고 단순화된 형태인 ‘전형’을 구축시 켰다. 이는 근대 산업화 사회의 기준이 되는 표준화·규격화된 형식을 가지고 근대사회의 대량 생산과 대량소비를 촉발하였다.

그 중심에는 근대 디자인의 사상을 출현시킨 독일공작연맹(Deutscher Werkbund)이 있었다.

이를 계기로 기존 상업적 무질서에서 보이던 스타일‘들’이 표준화·규격화로 인해 본질적인 형 태와 단순화된 곡선, 기하학적인 모티브 등의 오브제 또는 아이콘으로 디자인의 전형적인 형태 가 구축되기 시작하였다. 특히 독일의 디자이너이자 건축가인 페터 베렌스(Peter Behrens)가 독일 전기회사인 아에게(AEG)의 터빈 공장(1909)을 설립하면서 회사 건물을 비롯한 로고, 포스터, 전등, 가구 등을 단순화하고 기능적인 형태로 제품을 표준화하며 ‘전형’을 실현시켰다.

이는 형식과 내용, 오브제의 형태와 기능을 일치시킴으로써 브랜드 아이덴티티(Brand Identity)를 구축하였고, 그 ‘전형’ 안에서는 다양한 사회의 원칙들이 내포되고 함축되었다.

따라서 디자인의 전형은 다양성 안에서 공통의 정신적 원칙을 찾아 물질적 형태를 통해 브랜드 의 이미지를 생성하였다. 예컨대, 오늘날의 기업 이미지(Corporate Identity)나 브랜드 아이덴 티티의 구축은 한 회사나 브랜드 전반의 모든 것들에 동일한 원칙을 적용함으로써 통일된 ‘전 형’을 만드는 작업이라 할 수 있고, 랑시에르는 이러한 ‘전형’을 “어떤 감성적인 공동체의 형상 을 그리는 것”14)이라고 말한다. 결국, 디자인은 “전형에서는 산업적 형태와 예술적 형태가 결합”되고, 여기서 나온 “생산물의 형태는 삶의 형태를 형성하는 원칙”15)이 된다. 따라서 이러 한 과정에서 감각의 분할이 이루어지고 감성적 혁명이 일어나 정치적 디자인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3.2. 공통의 개념적 핵심:‘표면’

랑시에르는 자신의 글인 「디자인의 표면」에서 디자인과 예술에 대 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여기서 그의 관심은 기존 예술이 위계와 위상 을 만들어 사람들이 몸으로 느끼는 감각적인 것을 분할시키려는 치안 의 세계를 막는 데 있다. 따라서 디자인의 이념과 실천이 감성적 세계 를 나누는 총체적인 실천 속에서 여러 장르의 예술과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 주목해보고자 한다.

먼저, 독일의 구강세정제 브랜드인 오돌(Odol)은 아에게(AEG)와 마 찬가지로 그래픽디자인과 브랜드 이미지 개발에 성공적인 모델로 평 가받는다. 오돌(Odol) 광고의 그래픽디자인은 낭만주의적 풍경 또는 델포이 유적을 떠올리는 풍경에 단순하고 기능적인 요소를 담고 있는 세정제 병과 텍스트가 결합<그림 1>하여 그려졌다. 여기서 언뜻 보기에 이 그래픽디자인은 그리스 풍경이라는 예술적 무대장치 위에 실용품인 구강세정제가 배치되어 전달하려는 메시

13) 자크 랑시에르, 『이미지의 운명』, p.169.

14) 위의 책, p.174.

15) 위의 책, p.175.

<그림 1> Odol Advert, 1906

(7)

지가 형태의 기능주의적 통일성과 대립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서, 시각적 요소와 텍스 트적 요소의 결합이 매우 이질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구성은 외적으로 시선 끌기에 매우 효과적으로 광고디자인이 추구하는 목적성을 정확히 달성하였고, 동시에 내적으로는 이 미지와 텍스트의 방식이 기존의 재현 시스템과의 위계적 관계를 전복시킬 수 있는 중요한 역할 을 한다.

오돌(Odol)의 그래픽 디자이너는 유사-기하학적 특성을 사용하여 텍스트를 조형적 요소로 다루고 있고, Odol이라는 알파벳 기호를 원근법적인 원칙에 종속된 3차원적인 형태로 전환해 풍경으로 배치<그림 2>하였다. 이는 그래픽적 기표(signifiant)를 조형적으로 변형한 것으로 회화에서의 어떤 용법을 예상케 했다. 랑시에르는 오돌(Odol)의 광고<그림 1>에서 보이는 유적의 돌덩어리가 마그리트의 <대화의 기술(L'art de la conversation)>이라는 작품<그림 3>에 영감을 주었다고 언급한다.16)

이처럼 디자인이 가지고 있는 기호와 형태, 기능, 오브제 등의 공통 원칙은 예술의 자율성과 고유성, 예술의 형태, 삶의 형태 사이에 지배적이었던 패러다임을 재검토하는 계기가 된다.

이로써 각각의 예술은 자신의 고유한 수단과 매체, 재료 등을 개척하였고, 특히 회화는 자신의 고유 공간인 캔버스라는 ‘평평한 표면’인 2차원적 평면을 구성함으로써 3차원적인 환영을 포 기하였다. 결국, 이렇게 형성된 회화적 표면은 예술의 근대적 자율성의 전형이 된 것이다. 그러 나 현대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일컬어지는 말레비치(Malevich)와 칸딘스키(Kandinsky)가 작 품에서 ‘전형’이라는 원칙을 구축하자 다다이스트나 미래파 예술가들이 회화적 평면의 순수성 을 정반대의 것으로 변형시켜버렸다. 게다가 팝아트의 등장으로 상업적 메시지의 유통과 실용 품의 조작은 예술의 형태를 혼란에 빠뜨렸다.17) 그렇지만 장르의 분리와 위계질서에 놓여있던 예술 체제와의 단절은 근대 미학적 혁명으로 동등해지면서 어떤 공통의 감성적 표면으로 재탄 생하였다. 여기서 랑시에르가 바라본 공통의 개념적 핵심인 디자인의 ‘표면’은 정확히 ‘그래픽 디자인의 표면’을 말하는데, 이를 정리하자면,

“첫째, 모든 것이 예술에 가담하는 평등한 평면이다. 둘째, 말·형태·사물이 역할을 맞바꾸는 전환의 표면이고, 마지막으로 형태들의 상징적인 기록이 순수예술의 표현에도, 실용적 예술의 도식화에도 가담하는 등가성의 표면이다.”18)

이처럼 디자인의 ‘표면’은 기호와 형태, 행위가 동등해지고 예술의 원칙들을 폐지하는 평등한 공간이자 공동체를 통일시킬 수 있는 정신적 통일을 사회에 제공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랑시에 르는 디자인의 표면을 통해 위계질서가 없는 동등한 세계의 모습을 그리고자 하였으며, 정치적 디자인으로 요소들을 재배열하였다.

16) 자크 랑시에르, 『이미지의 운명』, p.181.

17) 위의 책, p.189.

18) 위의 책, p.192.

<그림 2> Odol Advert, 1904

<그림 3> 르네 마그리트,

<대화의 기술>, 캔버스에 유채, 65x81cm,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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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기호에 따른 내적 표현: ‘상징’

디자인은 인간의 감각으로 느껴지는 모든 것 을 그래픽적 요소들과 조형적 요소들로 시각 화하여 등가성을 이룬다. 공통의 감성적 세계 는 단순하고 합리적인 형태로 사물이나 문자 에 표현되고, 이는 새로운 삶의 형태로 구축되 면서 사회 전반에 정신적 통일을 제공한다. 이 는 ‘상징’이라는 공통의 이념을 만들어낸다.

‘상징’은 공통적인 요소에 공통의 감성을 넣어 만든 형태로 재배치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 해서 정신과 혼이 가득 찬 약호로서의 역할과 공통 관념을 단순한 형태로 축소할 수도 있지 만, 결국 이러한 기능들은 서로 자리바꿈을 통 해 공통의 개념적 핵심을 갖고 공통의 이념을 실현하고자 한다. 랑시에르는 ‘상징’의 예로,

‘퐁타방의 갈레트 상자에 그려진 브르타뉴 여

성’<그림 4>이 그려진 쿠키 박스의 표면 광고디자인을 들고 있다.

여기에 그려진 여성들은 폴 고갱(Paul Gauguin)의 <설교가 끝난 후의 환상(Vision After the Sermon)>이라는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그림 5>이다. 상징주의 시인이자 미술평론가인 알베르 오리에(Albert Aurier)는 이 작품을 보고, “새로운 회화, 즉 더는 현실을 재현하지 않 고, 관념들을 상징으로 번역하는 회화의 선언”으로 “회화에서 보여진 것과 보여지지 않는 것 사이의 균열 위에서 작동”19)하는 무언가는 회화에서 볼 수 있는 것의 새로운 지위를 수립하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이는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에게 쓴 편지에서 잘 나타난다.

“인물에 있어서는 투박하고 맹신적인 느낌을 살리면서 매우 단순하게 표현했네. 전체적으 로는 매우 간결해 보이는 느낌이야. 이 그림에 서 야곱과 천사의 씨름장면 뒤로 보이는 풍경 은 설교가 끝난 후 기도하는 사람들의 상상 속 에서만 존재하지. 그래서 앞의 사람들은 실물 크기로 표현했고, 배경의 씨름장면은 비율도 맞지 않게 현실과 다른 상태로 표현되도록 이 둘을 대비시킨 것이라네.”20)

전통 의상과 흰색 두건을 쓴 부르타뉴의 시골 아낙들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담아 상징적인 형태로 프랑스 퐁타방을 대표하는 쿠키인 갈레트 상자에 광고 아이콘처럼 그려졌다.

이것은 화가나 디자이너, 상징주의자들이 유사한 방식으로 똑같은 이념의 축약된 상징을 사물 이나 형태에 공통적인 추상적 요소로 이상적인 형태나 광고의 아이콘으로 통일시킨 것이다.

이는 마치 단 하나의 이념을 가진 상징에 두 개의 실천을 형상화하듯 회화적 추상과 기능적 디자인이 예술적 형태의 원칙에 따라 재배치 또는 자리바꿈한 것이다. 결국, 공동체의 정신적 세계가 다양한 요소들로 디자인의 ‘전형’, ‘표면’, ‘상징’을 통해 감각의 분할로 재배열되면서 정치적 디자인의 움직임은 더욱더 활발해졌고, 특히 매체의 물질성에 따라 디자인의 정치적 힘은 강해졌다.

19) 자크 랑시에르, 『이미지의 운명』, p.156.

20) vangoghletters, http://www.vangoghletters.org/www.vangoghletters.org, Paul Gauguin to Vincent van Gogh.

Pont-Aven, on or about Wednesday, 26 September 1888. Amsterdam, Van Gogh Museum, inv. nos. b847 a-d V/1962, 2019.11.20.

<그림 5> 폴 고갱, <설교가 끝난 후의 환상>, 캔버스에 유채, 73x92cm, 1888, 스코틀랜드 에딘버러 국립미술관

<그림 4> Traou Mad Pont Aven-Cookies Tin Box (※ 이미지: 폴 고갱, <Breton Girls Dancing, Pont-Aven>, 1888, 캔버스에 유화, 73x92.7cm, 내셔널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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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디자인의 감성 분할과 재배치

오늘날의 ‘디자인’은 우리가 사는 현시대의 감각을 함축적으로 가장 잘 표현해내는 매개체라 할 수 있다. 이는 권력의 장에서 구성되는 정치적인 현상과 매우 밀접하여서 본 연구자는 감각 적인 것의 정치적 문제를 디자인을 통해 살펴볼 것이다.

먼저, 예술의 미학 체제는 재현 규범의 해체로 전통 예술의 재현 대상이었던 성서 이야기나 신화적 장면들, 귀족의 초상, 국가적 행사 등 작고 무의미한 그리고 소외된 대상들로 재현의 대상이 바뀌었다. 이는 예술에 대한 근본적인 관점의 변화이자 사유 체제의 변화로 분할이 사라지고 모든 것에 동등한 자격과 권리를 준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미학적 자율성은 미학 적 ‘평등’의 이념을 산출시킨다. 따라서 예술은 삶과 분리될 수 없어 필연적 연관성, 즉 정치성 을 동시에 갖는다. 이를 랑시에르는 ‘감성적 불일치 dissensus’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한 바 있다.21) 그는 미학의 정치적 힘을 “지배적 합의의 거부와 새로운 감각과 지각의 양식을 배포하 는 불일치(이견)의 장으로 기능”22)한다고 보고 있다. 디자인도 이질적 요소들을 통해 감성의

‘불일치’가 일어나고, 이때 비로소 정치적 힘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이질적 감성 형식은 단순히 “삶으로부터의 분리만을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형식의 새로운 실험으로서 등장 하면서 이미 존재하는 삶의 형식의 필연성과 정당성을 무너뜨릴 때, 그것은 미학 체제에 고유 한 정치성을 구성하게 된다.”23)

더불어 랑시에르는 관념과 실현을 매개하는 수단으로 ‘매체medium’에 대한 미학적 성찰을 요구한다. 예술에서의 매체는 단순히 목적 실현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 되었 다. 사물과 관념의 재현이 아닌 매체의 물질성에 관한 형식적 탐구가 시작되면서 예술은 자신 의 고유성을 버리고 테크네(Techne)를 받아들였다. 그는 매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예술은 예술인 것과 예술이 아닌 것 사이의 구별이 불분명해지는 어떤 감각적 환경에 자신의 생산물들이 귀속하게 될 때 예술이 된다. 요컨대, 수단은 자기 자신의 목적과는 다른 어떤 것을 획득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그것은 또한 특정한 환경의 형성에 참여하는 수단이다.”24)

이러한 관점에서 예술은 동시대의 새로운 이해를 통해 기호와 상징, 물질성 속에서 구체화된 다. 하지만 테크네를 받아들인 사물이 우리의 삶에서 어떻게 감각을 분할하고 재배치할 것인지 에 대해 본 연구자는 세 가지 사례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일상의 디자인된 사물이 사물에 부여된 ‘기능’과 ‘사용성’의 관계에 따라 감각의 재분할이 이루어진다. 감성적 공동체의 형상으로 만들어진 디자인 ‘전형’은 산업적 형태와 예술적 형태 가 결합하여 감각되는 것이 서로 부딪혀 불일치를 이룬다. 하나의 사물이지만 그 안에는 사물 이 가진 ‘기능function’과 ‘사용use’이라는 요소들이 끊임없이 충돌한다. 공예 이론가 하워드 리사티(Howard Risatti)는 그의 책 『공예란 무엇인가』에서 ‘기능’이란 목적을 위한 제작자 의 의도로 만들어진 것인 반면, ‘사용’이란 목적도 의도도 기능도 없는 것으로 사용만으로 사물 을 파악하기란 어렵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머그컵이 물을 담고 있으면 제 기능을 하는 것이나 그 외 책장을 고정시키는 문진의 역할을 한다면 이는 기능이 아닌 그냥 사용되는 것이다. 이처 럼 사물의 사용성은 반드시 목적이나 기능과 일치하지 않는다. 즉 모든 사물의 기능이 사용성 으로 전환되면서 발생하는 차이는 “목적과 기능을 넘어서 실제의 삶 속에서 사물의 존재 방식 을 변용”25)시킬 수 있다. 더불어 장식 배제와 기능주의가 중심인 모더니즘 미학은 재료와 구 조, 형태, 기능 등 그 자체가 하나로 통일된 사물이었다. 이는 기능에 의한 결과물로 형태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하지만 포스트모던디자인은 기능주의와 합리성을 떠나 대중적이고 사용 성을 강조한 해체주의적 양상을 보인다. 이는 분할된 디자인 모습의 경계를 허물고 재배치함으

21) 박기순, 「랑시에르의 미술론」, 『미술은 철학의 눈이다』, pp.451-452.

22) 자크 랑시에르, 『미학 안의 불편함』, p.18.

23) 박기순, 「랑시에르의 미술론」, 『미술은 철학의 눈이다』, p.455.

24) Jacques Rancière, WHAT MEDIUM CAN MEAN, Parrhesia, no.11, 2011, p.35.

25) 안영주, 「디자인의 정치:'감각 변용'으로서의 디자인」, 『현대미술사연구』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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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써 사회적 역할의 변화를 추구한 것이다.

두 번째 예로 기본 원단은 버려진 트럭 방수천, 부속품은 자전거 바퀴 속 고무와 폐차 안전띠 를 재활용한 스위스산 가방 브랜드 프라이탁 (freitag)를 들 수 있다. 프라이탁은 1993년 그 래픽 디자이너인 마커스(Marcus)와 다니엘 (Daniel) 프라이탁 형제가 설립한 가방 제조 회 사이다. 이들은 비가 많이 오는 스위스의 기후 때문에 방수가 잘되고 내용물을 안전하게 보호 할 수 있는 기능성 가방을 찾다가 만들게 되었 다. 프라이탁 가방의 작업 과정 <그림 6>은 먼 저, 헌 트럭 방수포를 세탁하여 색상별로 구분 하고 재단한다. 그리고 자전거 안쪽 고무튜브를 활용하여 가방의 테두리를 막는다. 어깨끈은 버려진 자동차 안전띠를 사용하는데, 이는 내구성이 강하고 보풀이 일어나지 않으며 길이 조절 이 가능하여 효과적이다. 이렇게 폐품을 재활용하여 만든 이 가방 <그림 7>은 새로운 삶의 형태를 구축할 수 있는 ‘상징’이라는 공통의 이념을 담아 만들어진 ‘희소성’과 ‘스토리’ 때문에 오늘날 명품 대접을 받게 된 것이다. 희소성과 기능적 디자인이 예술적 형태의 원칙에 따라 재배치됨으로써 소비자의 욕구는 충족되고, 5년 된 방수천만을 고집하며 45일간의 공정을 거 쳐 탄생한 새로운 가방은 그들만의 역사와 스토리를 품고 단순히 재활용이라는 차원을 넘어 감각의 재배치로 사회적인 자원 절약과 환경을 위한 아이디어 상품으로 재탄생된다. 결과적으 로 폐품과 명품이라는 경계선과 분할선, 감각의 틀에서 벗어나며, “이견을 만들어낼 수 있는 행위가 진정으로 미적인 행위이고 정치적인 행위”26)라는 것을 이 가방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이처럼 정치가 그러하듯 디자인 또한 끊임없이 이견을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일상의 사물에 대한 감각의 재분할을 시도한 네덜란드 ‘드로흐(Droog) 디자인’27) 은 1993년 디자인 역사가인 레니 라마커스(Renny Ramakers)와 디자이너 헤이스 바케르 (Gijs Bakker)에 의해 설립되어 세상에 이미 존재하는 주어진 사물들을 재(Re-) 사유함으로 써 공동체의 합의된 감각을 재분할하고, 그것을 통해 인간과 사물, 그리고 디자인에 대해 다르 게 보기 위한 재배치를 시도하는 그룹이다. 드로흐 디자인의 특징28)을 살펴보면, 먼저 디자인

‘행위’ 그 자체로 ‘비평’하고 ‘저항’한다. 사물에 대한 깊이 있는 철학적 통찰을 디자인에 담고, 새로운 가치와 시선을 발견하고자 노력한다. 그들은 클라이언트만을 의식한 디자인을 경계하 고, 세계화와 국제화로 규격화된 디자인의 방법 또한 전면 부정하였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기존의 디자인과는 달리 급진적이고 혁명적이며 때로는 유치하고 유머 넘치는 그리고 실용적 이고 유용하지만 불완전하고 완벽하지 않은 것이 드로흐 디자인만의 매력이고 그 자체로 아름

26) 자크 랑시에르, 『미학 안의 불편함』, p.17.

27) 드로흐(Droog) 디자인은 1993년 2월 28일 암스테르담의 ‘팔라디소(Paradiso)’라는 작은 록 클럽에서 ‘오후에 하는 평범한 짓거 리(Een middag gewiin doen)’라는 이름의 디자인 전시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 전시는 네덜란드의 젊은 디자이너의 작품들을 최초로 수집한 전시회였다.(박지나·오주은·조현신, 『사회적 디자인』, 서울: 누하, 2015, p.88.)

28) 박지나·오주은·조현신, 『사회적 디자인』, pp.89-90 참고.

<그림 6> OPEN BAG SURGERY

<그림 7> Markus Freitag, Daniel Freitag, Top Cat Bag (model F13), 1993, M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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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 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 둘째, 사물의 기존 기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디자인에 대해 재(re-)사고 또는 재(re-)정의를 통해 이질적 감성을 불러일으켜 전혀 다른 새로운 물건으로 재(re-)탄생시킨다. 이는 사물의 위상을 새롭게 배치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한 묶음의 낡은 천으로 만들어진 ‘누더기 의자(Rag chair)’ <그림 8>는 일반적인 의자가 갖는 프레임을 거부하고 전혀 생각지도 못한 재료로 만들어졌다. 누더기 천을 재활용한 이 의자는 아름다움과 쓰임새의 합목적성을 동시에 지닌 조형물로서 기존의 의자와는 다르게 재정의된 사물로 재탄생된 것이다. 이는 감각과 감각이 충돌하면서 이질적 감성, 즉 랑시에르의 정치 개념에 핵심이 되는 ‘불일치’가 성립된다. 스무 개의 낡은 서랍들을 쌓아서 만든 서랍장 <그림 9>이나 일반적인 알전구로 만든 샹들리에 <그림 10> 등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이처럼 평범한 사물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여 재(re-)정의하면 평범함을 뛰어넘은 또 다른 사물이 탄생하게 된다. 즉 드로흐 디자인의 “사물에 대한 재(re-)사유는 의도적 폐기와 함께 끊임없 이 새로움을 추구해야 하는 산업자본주의의 마케팅 시스템이 빚어낸 과잉공급의 모순에 대한 비판이자 쓸데없이 반복되는 물질문명과 과잉소비에 대한 저항으로 볼 수 있다.”29) 마지막으 로 사용자를 수동적인 소비자로 한정 짓는 접근에서 탈피하여 사용자의 일상생활을 관찰하고, 그 과정을 디자인의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처럼 드로흐 디자인은 디자인을 통해 삶의 질적 향상과 함께 물질문명의 폐단에 따른 책임과 인간과 사물의 관계 개선이라는 측면에서 새로운 디자인 사고방식을 제창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일상의 사물들을 합의된 형식이 아닌 이질적 감성을 ‘불일치’의 형태로 재분할한 드로흐 디자인이 새로운 감성의 분할 로 정치적 가능성을 발생시킨다고도 볼 수 있다.

더불어 인간과 자연이 균형을 이루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지속 가능한 디자인이나 에코디자인 을 구분해야 할 것이다. 지속 가능한 디자인은 단지 친환경 자연 소재나 에너지 소비가 적은 것을 모아 재사용, 재활용할 뿐 그 이상의 재사유나 재정의를 내리진 않는다. 반면 드로흐 디자인은 기존의 규율과 고정관념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디자인으로 끊임없이 충돌하며 공동 체의 합의된 감각을 재분할하려고 시도한다.

5. 결론

본 연구는 디자인과 정치의 관계를 랑시에르가 논의하는 미학과 정치의 연관성을 통하여 알아 보고, 그의 핵심적 개념인 감성적인 것의 나눔이 디자인에서 어떻게 실천되고 있는지 몇몇 사례들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랑시에르의 예술론은 미학과 정치의 관계와 이것을 그의 핵심

29) 박지나·오주은·조현신, 『사회적 디자인』, p.91.

<그림 10> Chandelier 85 Lamps, Peter van der Jagt, Erik-Jan Kwakkel, Arnout Visser, 1997

<그림 9> Tejo Remy, Chest of Drawers

<그림 8> Tejo Remy, Rag chair,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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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인 ‘감성적인 것의 나눔’과 연결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논거로 예술의 세 가지 체제 로 나눠 논하였다. 그는 예술의 재현적 체제가 가지고 있는 순수성과 상업성, 고급문화와 대중 문화와 같이 구분된 경계선을 예술의 미학적 체제를 통해 무너뜨리고자 했다. 이로써 예술과 디자인, 미학 모두가 감성적 세계를 구축하고 총체적 실천으로 공통의 감각을 갖춘 채 하나의 동일한 표면 위에 공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서 디자인의 정치적 역할은 다양한 정치적 상황에서 디자인된 사물의 기능적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주어진 자리에서 벗어나 감성 적 분할을 중지하고, 기존의 감각적 질서를 재분할하여 정치적 가능성을 열어주는 일이다.

따라서 오늘날 기존의 예술과 디자인이 가지고 있었던 사회적 통념을 깨버리고 공동체 안에서 동일한 것으로 재분할하고 재배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미학이 고 정치인 것이다.

더불어 디자인은 우리 시대의 감각을 읽고 우리의 삶에 개입하는 감각적 경험의 형태로 존재하 기에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 기존의 질서들을 새로운 감각으로 재분할할 때, 정치적 가능성 은 더 커질 것이고, 디자인은 “자기분열을 통해 새로운 분배의 방식을 끊임없이 모색함으로써 불일치(dissensus)의 논쟁적 상황을 만들어”30) 낼 수 있을 것이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디자 인된 사물의 위상은 새로운 방식으로 재분할하여 다양한 형태로 확장된다. 기능과 사용성, 폐품과 명품 사이에 존재하는 프라이탁(freitag) 디자인, 그리고 새로운 개념의 드로흐 (Droog) 디자인의 경계는 불명확하여 그들의 시도는 기존의 감각 질서를 재분할하는 매우 정치적 행위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정치적 가능성이 구축됨에 따라 더욱더 활발한 정치적 활동이 요구된다.

참고문헌

박기순, 『미술은 철학의 눈이다』, 서울: 문학과 지성, 2014.

박지나·오주은·조현신,『사회적 디자인』, 서울: 누하,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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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랑시에르, 『미학 안의 불편함』, 주형일 옮김, 인간사랑, 2008.

자크 랑시에르, 『이미지의 운명』, 김상운 옮김, 현실문화, 2014.

자크 랑시에르, 『정치적인 것의 가장자리에서』, 양창렬, 서울: 길,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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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freitag.ch.

https://www.letablierbleu.com.

http://www.vangoghletters.org.

30) 안영주, 「디자인의 정치:'감각 변용'으로서의 디자인」, 『현대미술사연구』, p.158.

참조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