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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연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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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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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 은 글 긴 생 각

나의 작은 연못

광대울에는 숨겨진 연못이 있다.

억새와 갯버들에 둘러싸여 길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바닥만한 웅덩 이지만, 원앙이며 청둥오리가 날아와 목을 축이기도 하고, 얼마 전까 지도 수달이 내려와 미꾸라지를 잡아 먹었다고 한다. 주변이 온통 발 이 빠지는 습지다 보니, 농사를 지을 수도 없어 오래 전에 버려졌던 웅 덩이였다.

여름이 깊어지면, 나는 작은 낚싯대를 들고서 그 귀퉁이에 즐겨 앉는다. 이따금 버들잎 같은 참붕어가 찌를 올려 주기도 하지만, 잔잔한 물 위로 지나가는 뭉게구름과 그 위에 비치는 연두빛 산그림자를 가만 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다. 이따금 억새 덤불에서 어린 새들이 바스락거리고, 물을 먹으러 내려온 산토끼들이 빨간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기도 한다. 나른한 매미 소리에 취하여 부드러운 풀 위에 누우면 수자골에서 올라온 바람이 잣나무 숲을 지나며 솨아솨아 여름을 식히고 지나간다.

산 하나만 넘어서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자동차들과 도시의 소음으로 가득찬 곳에서 이런 한가로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나는 이 작은 연못을 숨겨두고 혼자서만 그 한가로운 만남 을 즐겨왔다.

그런데 얼마 전, 조용하던 광대울에 굉음을 울리며 포크레인이 등장했다. 엔진톱 소리가 며칠 동안 이 어지더니, 연못 주변의 산비탈이 휭하니 벗겨져 버렸다. 잘려버린 아름드리 잣나무들은 어디론가 실려가 고, 여기저기 꽂혀 있는 붉은 깃발이 이 작고 나른한 숲을 한바탕 전쟁터로 만들어 버렸다. 도로공사라고 하였다. 예전에 가오실을 넘어 마석장으로 가는 길이 있었지만, 겨울이면 얼어붙고 봄이면 발이 푹푹 빠 지는 진흙길인데다 여름이면 개울물이 넘쳐 어지간한 사륜자동차도 넘나들기 어려워 영락없이 걸어서 드 나드는 버려진 길이 되었다. 요즘 세상에 그런 흙투성이 길이 남아 있다는 게 갸륵하기만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드디어 4차선 자동차 전용도로를 만든다고 한다. 길이 나면 아무래도 빠르고, 편리하게 이곳을 드나들게 되겠지만, 나는 모처럼 만났던 그 한가롭던 작은 연못과 그 곳을 드나들던 수달과 원앙과 멧돼 지의 목마름에 덜컥 가슴이 내려앉았다. 땅이란 누구의 것일까. 그 위에 사람이 살고, 더 편리하게 살기 위해 저 숲의 작은 이웃들이 집을 잃고 어디론가 떠나야 한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국토를 생각하며, 그 안에 살아가는 우리가 사랑하여야 할 땅이 어떤 것인지 벌거벗겨진 겨울 산을 바 라보며 생각해 본다.

이시백|소설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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