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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겨 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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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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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석 사 학 위 작 품

그 해 겨 울

- W in t e r o f T h at Y e a r -

국 민 대 학 교 문 예 창 작 대 학 원

시 전 공

2 0 0 0

(2)

그 해 겨 울

지 도 교 수 신 대 철

이 작 품 을 석 사 학 위 청 구 작 품 으 로 제 출 함 .

2 0 0 0 年 6 月

국 민 대 학 교 문 예 창 작 대 학 원

시 전 공

2 0 0 0

(3)

신 경 옥 의

석 사 학 위 청 구 작 품 을 인 준 함

2 0 0 0 년 6 월

심 사 위 원 장

심 사 위 원

심 사 위 원

(4)

Ⅰ . 작 품 요 약

Ⅱ . 작 품

1 .섬진강에서 ・・・・・・・・・・・・・・ 1 2. 땡땡거리 ・・・・・・・・・・・・・・ 2 3. 입양아 ・・・・・・・・・・・・・・4 4. 어머니 ・・・・・・・・・・・・・・5 5. 스물하고도 한 살이던 그 때 ・・・・・・・・ 6 6. 그 해 겨울 1 ・・・・・・・・・・・・・・ 8 7. 그 해 겨울 2 ・・・・・・・・・・・・・・ 9 8. 헤어짐에 관한 소고 ・・・・・・・・・・・・・・10 9. 공산성 ・・・・・・・・・・・・・・12 10. 뒷집 할머니 ・・・・・・・・・・・・・・13 11. 새 집 안에는 새가 없어요 ・・・・・・・・・・14 12. 북어 - 사랑 1 - ・・・・・・・・・・・・・・15 13. 수련 ・・・・・・・・・・・・・・16

(5)

15.동학사에서 ・・・・・・・・・・・・・・18 16. 바다로 가는 길 ・・・・・・・・・・・・・・19 17. 이효석 생가를 찾아서 ・・・・・・・・・・・・・20 18. 사근진 해수욕장 ・・・・・・・・・・・・・・22 19. 월정사 ・・・・・・・・・・・・・・24 20. 당신이 이 세상에 온 날에 ・・・・・・・・・・・26 2 1. 그리운 사람 하나 ・・・・・・・・・・・・・・27 22. 물치항 ・・・・・・・・・・・・・・28 23. 시집살이 1 - 항아리 - ・・・・・・・・・・・・・29 24. 겨울 들판을 바라보며 ・・・・・・・・・・30 25. 내 안의 나에게 ・・・・・・・・・・・・・・3 1 26. J UGGERNAUT 의 수레바퀴 ・・・・・・・・・・ 32 27. 386세대 콘서트 ・・・・・・・・・・・・・・33 28. 소망 ・・・・・・・・・・・・・・35

A b s t r a c t ㆍ ㆍ ㆍ ㆍ ㆍ ㆍ ㆍ ㆍ ㆍ ㆍ ㆍ ㆍ ㆍ 3 6

(6)

I. 작품 요약

(7)

I. 작품 요약

본문에는 모두 28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나는 이번 창작품을 통해서 평범 한 소시민으로서의 일상적 삶에 대한 애환( 슬픔, 사랑, 이별, 절망, 희망 등 )을 시화해보려고 노력하였다. 나는 기쁨보다는 슬픔, 희망보다는 절망과 관 련된 체험들이 시를 낳게 해준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것들은 인간에게 어떤 절실함과 심연 깊숙하게 각인된 반성적 비판 정신이 투영되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본문의 시는 여행을 통해 쓰여진 시 ( 섬진강에서 외 8편 ), 일상적 삶에 대한 애환을 그린 시 ( 땡땡 거리 외 10편 ), 어두운 사회상을 반영한 시 (

그 해 겨울 1 외 7편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섬진강에서 외 15편은 기행 하는 도중에 느낀 혼탁한 삶 속의 내 모습을 표현한 시들이고 땡땡 거리 외 11편은 소시민적 삶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어두운 심상을 노래한 시들이다.

자신을 또는 자신의 창작을 객관화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여기 수록된 모든 작품들은 체험을 바탕으로 하여 삶의 애환을 표현하고자 했다.

(8)

II. 작품

(9)

섬 진 강 에 서

신경옥 솔 향이 은은히

펼쳐 있는 고운 모래밭

송림에는 햇빛 반짝이고 가슴이 시리도록 맑은 섬진강

눈이 아릿거리도록 물 속을 응시하는 동안 나도 지나는 바람도 잠시 멈춰 버린다

한번도 하동을 떠나 본 적이 없다는 얼굴 까만 아이

풀 있고 구멍난 모래더미 긁어 재첩을 캐다 물빛 눈으로 손 한 움큼 자갈을 건넨다.

혼탁한 두 눈

내가 보기에도 부끄러워

섬진강 속으로 돌멩이처럼 뛰어 드는데 어느새 솔 향내 물든 강으로 흐른다

산등성이에 걸린 해는 능선 위로 낮게 내려앉고

(10)

땡 땡 거 리

신경옥

홍대를 지나

산울림 소극장 건너 후미진 골목 오래된 철길 옆

단층 술집들 낡은

레일처럼 놓여있는 동네

늦은 저녁

백열등 불 밝히며 술렁거립니다 어둠이 익을 대로 익어 가면 드럼통 탁자에 둘러앉아

소주 마시는 사람들, 유난히 소리 큰 아저씨, 느닷없이 우는 청년, 한숨쉬는 작부 그 사이로 술병 나르는 아줌마 끈적끈적하게 거리를 채우고

골목엔 안개 피워 오르듯 고기 굽는 연기가 자욱합니다

한때 버림받은 여인 몸 속으로 독주가 채워지던 거리

비틀거리며 들어간 구석진 화장실 불빛 없는 전구 밑에는

누군가 게워놓은 구토물이 가득합니다

(11)

여전히 기차는 지나가고 양철집 문 두드리며 새벽까지

땡땡 거리를 찾는 수많은 이들은

땡땡 거리 지나도 땡땡 거리로 들어섭니다.

(12)

입 양 아

신경옥

로스엔젤레스로 가는 비행기안

쉴 새 없이 재잘거리던 종달새 같은 소녀 미국으로 입양 가는 길

기내에서 긴 밤 지내고 공항에 마중 나온 파란 눈 양부모 만나

겁먹은 얼굴 지친 목소리

치마 뒤에 숨던 입양아 소리 없이 흔들리는 어깨

떠는 가슴 위로 점점 지워지는 햇빛

어둠이 내린

이국의 거리에 퍼지는 흙바람 불어 메마른 목소리

- 아줌마, 아줌마가 키워주면 안되나요- 지워지지 않는 그 소리

소리에 갇혀

낯선 거리를 서성거렸다

(13)

어 머 니

신경옥

열여덟에 시집 와

똬리 얹어 쌀을 이고 지고 다섯 아이들 뒷바라지한 어머니

서울 드나들 때

새마을 회관에서 3, 5, 7 고스톱으로 하루를 녹이게 될 줄 몰랐던 어머니

밤실 사는 진천댁 큰며느리 해산했다 는 소리 뒤로하고

전화조차하지 않는 자식들 기다리며

바가지에 남은 동전 쓸어 담아 댓돌 지나 미닫이문 열고

불꺼진 집으로 돌아가는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충청도 산골에 홀로 사는 어머니

(14)

스 물 하 고 도 한 살 이 던 그 때

1 신경옥

스물하고도 한 살이던 초 봄

배낭 속에 거짓말을 주렁주렁 매달고 단양으로 가는 기차에 올랐습니다.

당신과의 첫 여행이었지요

설레이던 그 날

떨리는 두 손을 꼭 맞잡고 무언의 암시

큰 눈을 껌벅이고만 있었습니다.

앞자리 앉은 남자

숏커트 머리 애띤 내 모습 가련했는지 옆에 있는 당신 지뢰처럼 느껴졌는지

내일이 할머니 회갑연인데 우리들을 초대하고 싶다 고

벼르고 별러 떠났던 날

우리는 단양 어느 초가집 좁은 골방에서 밤을 지새웠습니다.

(15)

2

교외선 타고 강촌에서 내려

흐르는 강물 옆 세모난 텐트 치고 서로를 말없이 바라보았습니다.

강물 따라 밀려온 어둠 속 하나 둘 별 보이고 두둥실 달 떠오르는 강촌 강가

태어날 때 그 모습 그대로 안아보고 싶어 별과 달이 훔쳐보고

흐르는 물 속의 자갈돌마저 재갈 재갈 웃어대는데 우리는 강물이 되었습니다.

오월, 아카시아 향기에 취해 숨조차 쉴 수 없었던

스물하고도 한 살이던 그 때부터

우리 강물은 줄기를 잡고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바다가 어디 있었던가요?

(16)

그 해 겨 울 1

신 경 옥 눈보라 휘몰아치는 날

101호에 살던 인영이네 실직한 아빠 빚잔치로 사글세방도 못 구해 가재도구 챙겨서 서울을 뜨고

사나운 삭풍

햇빛마저 얼어붙은

퇴계원에 살림 보따리를 풀었다

무력한 어깨 허물어진 눈빛 낯선 집 담 밑에 쓰러져 마지막 햇빛 쪼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나

집 앞을 흐르는 개울 안경너머로

소리 없이 소리치는 겨울날

살얼음 속 지나는 물

땅을 생채기 내며 거품을 토해낸다.

(17)

그 해 겨 울 2

신경옥

아들의 손가락 자른 아버지 통곡 소리를 겨우내 들어야 했다

눈조차 내리지 않고 바람만 불던

그 해 겨울

문밖의 삭풍이 잠들기를 바라며

오돌오돌 떨고만 있었다.

(18)

헤 어 짐 에 관 한 소 고

신경옥

문을 열고 나가기가 그리 쉬운 일이던가요

영혼 위에 길이 있다고

영혼이 쉬어갈 자리를 내어 준다는 말에 취해 바라보던 동백꽃이 이제는 지고 있네요.

전화에 남겨진 목소리도

오늘밤이면 지워지고 말겠지요.

모두 소생하는 이 봄에 저 끝까지

추락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떨고 있어요.

어둠마저 흔들리고 있네요

이렇게 침몰하다 보면 어디로 가게될까요 한 쪽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린 다는데 정말 그러할까요

(19)

말없이 떨어지는 동백꽃이 어느 문을 두드렸는지 새벽이 오고 있어요.

길은 어디에도 있다고 소리 없이 속삭이는

(20)

공 산 성

신 경 옥

빈 마음으로 오르는 길

엷은 안개와 푸르른 바람 떨어지는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갈색 햇살

반대쪽으로 가던 사람 무심한 등을

조바심 치며 바라봐도 길은 계속되고

길은 길을 향해 길대로 통해 있었다

(21)

뒷 집 할 머 니

신경옥

당뇨합병증으로 수족을 못써 기어다니는

6척 거구 껍질만 남은 노인 반 백년 전

부잣집 영감 재취로 들어와

삼남매 기르느라 아이도 낳지 않았다는데

마당깊이 자라 있는 풀 아무렇게나 피어있는 꽃 검버섯 뒤덮인

주름진 얼굴

약을 한 움큼 쥐고 보고싶은 자식들 손자 생각에

잡풀이 무성한 앞마당을 짓무른 눈으로

바라보는 할머니

(22)

새 집 안 에 는 새 가 없 어 요

신경옥

성미산 언덕 지나 커다란 나무 위 새 집 지금은 텅 비어

새 집 안에는 새가 없어요, 새는

어느 하늘 향해 날아가고 있을까요

날다가 지치면 되돌아올까요

어느새 빈 둥지 밑에는 풀들이 말라가고

바람도 없이

군데군데 몽울진 꽃들만 흔들리고 있어요

이젠 어찌해볼 도리 없이 어긋나 둥지 밖 길로 들어선 새

하늘에도 길?

(23)

북 어

- 사랑 1 -

신경옥

어둠 속 고개 들고

나를 향해 망치를 든 사람

두둘기면 두둘길수록 내 가슴에 남아있는 자국 그대로 서러운 상처로 남아도 제발 멈추려고 하지 마

때리면 때릴수록 부드러워 지는 나는 생채기 쓰다듬으며 웃고

속이 터지고

살이 쫙쫙 찢어져야 너에게로 갈 수 있다면

(24)

수 련

신경옥

일산 호수공원 넓은 연못을 뒤덮은 희고 붉은 꽃

꽃술마저 떨며 물 위 수놓은 너는 밤이 되면

꽃잎 닫고 깊이 숨는다

아침이 올 때까지 기다리며 웅크린

밤에도 피어나고 싶은 꽃

어둠 안 빛으로 살고 싶은 마음 뿌리 뒤엉킨 채 수런거리는 사이 물밑으로 새벽이 걸어온다

(25)

동 백 꽃

- 사랑 2 -

신경옥

목련꽃처럼 지기보다는 동백꽃처럼 떨어지고 싶다.

꽃잎을 간직한 채 그대로.

(26)

동 학 사 에 서

신경옥

시간의 모퉁이 돌아 오른 동학사

눈 속에서도 오월처럼 피어 있는 꽃

말없이 나를 바라보고

선방 앞에

흰 고무신 한 켤레

뜨락엔 달빛만 남아 장삼자락처럼 서걱이며 비구니 독경소리

잿빛으로 떠돌고 있다.

(27)

바 다 로 가 는 길

신경옥

지친 삶 버리러 떠난 길

심한 안개 자욱한 해발 769 미터 대관령 지키는 검은 바위

까마득한 어흘리 돌아가는 길

어흘리 지나도

짙은 농무 걷히지 않고 가도 가도 끝없는 골 곡 지나

순포 수퍼 돌아

구겨진 휴지처럼 축 늘어 졌을 때 보인다는 사근리 바다

바다로 가는 길 멀고 험하고

다가가면 갈수록 멀어지는 사라져버린 길

없는 바다

그렇게 힘들게 할 수 있느냐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악 쓰는 나를 피해 숨어버린

(28)

이 효 석 생 가 를 찾 아 서

신경옥

흰 싸리 꽃 피어 있는

산길 지나 도착한 가산 공원 하얀 꽃 만발한 돌배나무 메밀꽃 보이지 않고

남안동 다리 밑

어린 효석 멱 감았던 시냇가

물오리 한 마리 시원하게 헤엄치며 놀고 물레방아간 가는 길

냉이 꽃, 애기똥 풀, 민들레, 개망초 스쳐 지난 길 오른쪽 어머 보리밭

영글어도 고개 숙이지 않고 꺾어지는 보리 가산의 넋으로 피어 푸르다

물레방아간 지나 다다른 이효석 생가

서울에는 다 지고 없는 하얀 목련 마당에 핀 불도화 어서 오라고, 어서들 오라고

(29)

오 년 전 찾았던 가산 생가 훼손된 채 주막으로

누군가 주문한 메밀 술 한잔

곰치 나물 안주 삼아 처연한 마음 삭히는데

툭툭 떨어지는 꽃송이들 우리가 디딘 땅을 지나 가산에 쌓이고 있다

(30)

사 근 진 해 수 욕 장

신경옥

1

함박꽃 피는 계절

사근진 밤 바닷가에 따뜻한 바람 부는 것은 아주 특별한 경우 등뒤로 검은 바람이 불때

석 달 열흘 바다만 보다 떠난 사내

불어오는 훈풍

맨발로 목이 터져라 부르던 노래 파도에 묻혀 버리고

보고 싶은 얼굴 모래 속에 섞여 버린 달도 뜨지 못한 밤바다

밤새 모래 속 헤집으며 어디에 있느냐고 소리쳐도 아무런 대답 없던 바다

(31)

2

일출 보기 위해 나온 이른 바닷가

먼저 나온 해와 손잡고 하얀 모래사장 걷다가

어젯밤 잃어버린 얼굴 떠올랐다 혹시 저 바다 속으로?

탁 트인 바다 끝까지 찾으러 작은 배타고

파도 치는 성난 바다로 나가 보았다

가까이 가면 갈수록 멀어지는 수평선 찾을 수 없는 얼굴

끝없는 바다 길

이젠 그만 포기하라 고 소리치는 파도 귀 막아도 들리는 검은 파도소리

(32)

월 정 사

신경옥 처음도 끝도 숨기고 있는

길을 걸었다 일주문에서 800미터 전나무 숲 길

태어나면서부터 표피가 검은 나무들의 쓰라린 업보

곧은 적송 향해 푸른 햇살 꽂히고

큰돌에는 긴 세월만큼의 이끼 천년 고찰 한 서린

검은 수피 목마름을 감추지 않았다

숲 향에 취해 걷는 길 천왕문 우리를 반기고

눈 부릅뜬 사천왕상 두려워 눈을 감고 조용히 금강문 지나

성보박물관 부처님의 진신사리 바라보니 삼보가 무엇인지 여기가 불보 사찰

단종 죽이고 계속되는 업 피하고 싶어 불교에 심취한 세조 괴로움

구 층 석탑 해체할 때 나온 세조 옷 한 벌 등 밀어준 문수동자 어디선가 나타나 내 업보 풀어 준다면

(33)

팔각구층석탑고보살좌상 주변을 계속 돌고 나를 불복장 하기를 !

나무아미타불

*삼보 (불보, 승보, 법보)

*불복장 (불상의 몸 속에 불교적 상징성을 띤 물품을 넣는 행위)

(34)

당 신 이 이 세 상 에 온 날 에

신경옥

당신이 이 세상에 온 날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함께 하고 싶었지만 당신의 마음

비어있는 까닭에

이렇게 혼자 촛불을 켜고 있습니다.

산다는 것이

이다지도 버거운 일인 줄은 차마 아지 못하였드랬습니다.

지금은 내 곁에 없는

당신을 위해 비어있는 잔을 가득 채웁니다.

비어 있어야

채울 수 있는 것을

함께일 때는 몰랐습니다.

(35)

그 리 운 사 람 하 나

신경옥

그리운 사람이 하나 있습니다.

바라보기에도 눈이 시린 그런 사람입니다.

흔들리는 갈대 보다 더 휘청거리는 허허로운 사람

그 휘청거림을 멈추게 하고 싶었는데 그 사람 보다 더 내가 흔들릴 줄은 그때는 알지 못하였습니다.

흔들림에 밀려서 베란다로 나아가

하얀 가제 수건으로 동백꽃 이파리를 닦습니다.

손수건 빛깔만큼이나 마음이 환해집니다.

마음 안 그가 웃고 있습니다.

그가 보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리워 할 그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만족하자고

(36)

물 치 항

신경옥

굽이굽이 돌고 돌아 찾아간 속초의 초입 물치항 손을 흔들며

나를 삼켜 버렸다.

비릿한 바다 내음 작은 횟집 앞

석쇠에 조개 구워 소주와 벗하는 사람들 튀기는 조개소리에 열리는 어두운 길 바다로 가는 길밖에 보이지 않는다

무엇을 위하여 먼길을 쉬지 않고 달려 왔을까

파도치는 바다 분처럼 고운 모래 손바닥에서 사각이며 떨어져 내리는데

작은 포구 물치항 생선의 퍼득임

날카로운 비명소리, 욕지거리, 헤픈 웃음 널려도 비릿한 피의 냄새 진저리쳐지는 삶도

거부하지 않는 거친 생명력 부러워 철푸덕 앉아버린 백사장에는

하나 둘 별이 떠오르고 한 잔 소주에 달이 웃고 헝클어진 마음 한 조각

물치항 어둠 속으로 숨어 버린다.

(37)

시 집 살 이 1

- 항아리-

신경옥

꿈을 반죽하여 빚어지기를

뜨거운 가마에서 끝까지 견뎌내고 땀방울 닦아내며

그 오랜 세월 견뎌 괴산 어느 마을

장독대 가까이 놓여져 지금 웃고 있느냐

늦은 밤 내리는 찬 서리

그냥 맞으며

아무것도 채우지 못한 채

(38)

겨 울 들 판 을 바 라 보 며

신경옥

앙상한 나목 눈에 덮여 숨죽이는

김포면 풍무리 274번지 겨울 들판

파란 꿈 영글고 싶어

툭툭 터져 나오고 싶은 씨앗들 밖으로 나가고 싶어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어두운 창 넘어

햇살을 보기 위해

찬 서리 매운 바람마저도 붉은 입술 앙 다물고 참아야지 이겨내야지 다가올 미래

빛나는 아침을 위해 오늘을 견뎌라

바람이 말을 건네는 겨울 들판에 서서

들녘에 돋아날 봄풀을 기다린다

(39)

내 안 의 나 에 게

신 경 옥

달라져야 한다 아픈 선택을 위하여 원하지 않았던

저 모든 숙명들의 외침소리를 들어라

피 빛 구름 속 살갗을 찢고

감각의 힘줄을 거슬러

연분홍 새살이 돋아나는 오후

스스로를 위하여 모든 것을 던져버려라 두려워하고

희망하면서 다시 일어나 뼛속까지 울리도록 소리 지르자

어둠 속을 뚫고

햇빛이 안개를 불사르고 이슬이 별이 되는

그 날이 올 때까지

(40)

Ju g g e rn au t 의 수 레 바 퀴

신 경 옥

가장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을 만나는

날을 위하여

이 세상은 눈물과 죄 혼돈의 골짜기

죽음이 우리를 영원한 영광 속으로 해방시켜 줄 때를 기다려

폭풍우 치는 날

불빛 새어 나오는 창 그리워 살아가기 위해

무자비한 계절 속

구리 빛 태양 피해 가는 숨가쁜 길이 싫다

따듯하고 환한 곳 극락으로 통하는 문 그 곳으로 가기 위해 열리지 않는 문 두드린다

주)Juggernaut (힌두교의 우상)의 수레바퀴에 치어 죽으면 죽어서 극락세계로 간다는 미신 때문에 자진하여 깔려 죽는 사람이 많았다고 함.

(41)

3 86세 대 콘 서 트

신경옥

토요일 오후 7시 장충체육관 앞 386세대를 위한 콘서트

중년의 관객들 모처럼 나들이 온 몸 땀에 젖어

길게 늘어선 채 석양을 맞고

성내며 기다려

한시간 지난 오후 8시

겨우 입장한 콘서트 장 환상의 조명등 아래 별천지 또 다른 세상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정치를 바꾸고 경제를 살리느라

공부할 시간도 없이 바빠 갈 곳 없는

386세대 여러분

지금부터 신나게 놀아 봅시다

(42)

맨발의 여가수 선창

모르모트처럼 따라하는 386세대 세월도 잠시 접어두고

기억의 지하창고 지나서 설운 세상 살아온 386세대 어둠 속을 뚫고

몸에 불붙여 앵콜을 외친다.

(43)

소 망

신경옥

지진에 무너진 땅 맑은 샘 솟아오르고 꽃 진 자리

풋 열매 맺히듯

끝내 주저앉고만 싶은 또 다른 나를 버리고 살고 싶다

서로를 헤아리며 마음으로 맞이하는 겨울이 따뜻하기를

(44)

A B S T R A C T

- W int er of T h at Year -

b y S h in , K y eon g - O ak M aj or in P oet r y Com p os it ion Gr a du at e S ch ool of Cr e at iv e W r it in g

K ook m in U n iv er s it y S eou l, K or e a

T his t ex t con sis t s of 28 poem s in t ot al. In this edition , I

h av e tried t o as s ociat e poetic illu s ion s t o a com m on

in dividu al ' s life an d th e em otion s an d feelin g s (s adn es s , lov e ,

s ep ar ation , desp air , h ope, an d oth er s ). I thin k th at s adn e s s

an d desp air r ath er th an h appin es s an d h ope g iv e birth t o r e al

poetry b ecau s e I s tr on g ly b eliev e th at s u ch feelin g s ar e

r eflectiv e of an u n der ly in g critic al spirit of m an , w hich h a s

b een deeply et ch ed by th e deeper feelin g s w h ich th es e

u n der ly in g con dition s h av e cr eat ed an d th e des per at e lon g in g s

for u nkn ow n thin g s .

(45)

T h e s e poem s can b e cla s sified int o s om e g en er al cat eg ories : poem s b as ed on a journ ey (8 poem s , in clu din g : "A t S omj in

R iv e r );" poem s ab out th e em otion s an d feelin g s w e

ex perien ce in ou r daily liv e s (10 poem s , in clu din g :

"T 'a eng t 'a eng S tr e e t );" poem s th at r eflect th e d ark er side of ou r s ociety (7 poem s , in clu din g : "W in t e r of T ha t Y ear: 1 )."

15 poem s in clu din g "A t S omj in R iv er " ex pr es s th e w ay I look in side th e con fu s ed an d u n clear liv es th at I ex perien ced du rin g m y jou rn ey . 11 poem s in clu din g "T 'a eng t 'a eng S tr e e t"

ex pr es s th e s in g of th e d arkn es s in th e inn er - s elv es of th os e people w h o can ' t h elp r epeatin g th e m om en t s of th eir h ackn ey ed liv es ev ery sin g le d ay .

W h at a difficu lt t as k it is t o look at on es elf an d on e ' s

w ork s fr om a thir d per s on ' s per s pectiv e? I h av e tried t o

w rit e poem s ab out th e g ood an d th e b ad in ev ery day life ,

b a s ed on m y ow n ex perien ces .

(46)
(47)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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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매일 자신에게 작은 선물을 하고 그 선물을 즐기는 시간을 가진다.. 친절 매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