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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상의 손해발생은 사기죄의 성립요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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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문 요 약

형법 제347조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경 우”에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규정한다. 사람을 속여서 착오를 일으킬 것, 그로써 재물 또는 이익을 취득하는 것은 동조의 법문으로부터 도출되는 요건이다. 그런데 학설은 위에 더하여 한 가지 불문의 요건을 추가한다. 즉, 학설은 재산상의 손해발생도 사기죄 의 요건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은 바로 현재의 판례에 의한다 면 사기죄의 성립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질 수 있다고 하는 우려에서 기인한다. 판례는 기망자에 의해 야기되는 착오가 반드시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에 관한 것일 필요가 없 다고 판시한다. 또 판례는 사기죄의 성립을 판단함에 있어 조건관계의 공식을 철저히 적용하고도 있다. 즉, 피기망자가 착오에 빠지지 않았더라면 재산을 교부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 인정되면 판례는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법률 행위의 중요부분이 아닌 부수적 사정에 대해서도 교부자가 착오를 일으키기만 하면 사기죄의 성립에는 지장이 없다. 바로 이 점에 착목하여 학설은 손해발생을 사기죄의 요건에 추가하고자 하나, 이는 제347조에 배치된다는 난점이 있다. 그래서 본고는 제 347조의 법문을 존중하되, 기망의 대상을 제한함으로써 사기죄의 성립범위를 좁힐 것 을 제안한다. 거래목적의 실현이나 반대급부의 속성이라는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에 관 해 착오가 있을 때에 한하여 사기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재산상의 손해발생은 사기죄의 성립요건인가

김 준 호 *

36)

* 숭실대학교 법과대학 조교수.

연 구 논 문

(2)

[주제어] 사기죄, 기망, 착오, 조건관계, 재산상 손해

논문접수 : 2015. 11. 30. 심사개시 : 2015. 12. 1. 게재확정 : 2015. 12. 17.

목 차

Ⅰ. 논의의 발단

Ⅱ. 판례의 이론 1. 법문의 해석 2. 판시의 패턴 3. 비판의 초점 4. 기망의 대상

Ⅲ. 학설의 현재

Ⅳ. 대안의 모색

※ 참고문헌

Ⅰ. 논의의 발단

형법 제347조의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이다. 사람을 기망할 것, 그로써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할 것이라고 하는 점은 법문으로부터 자 연스럽게 도출되는 요건이다. 이를 정리하여, 학설은 사기죄의 성립요건을 기 망행위, 피기망자의 착오, 피기망자의 교부행위,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취 득으로 설명한다. 기망을 수단으로 해서 상대방의 착오에 기한 교부행위를 유 발하고 그로써 기망자가 재물 ․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여야 한다는 내용은 법 문의 흐름으로부터 알 수 있는 요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런데 현재 학 설은 위에 더하여 불문의 요건을 한 가지 추가한다. 즉, 재산상 손해의 발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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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죄의 성립요건이 된다고 하는 해석이 바로 그것이다. 법문의 어디를 보아 도 재산상의 손해가 발생하여야 한다는 점은 나와 있지 않지만, 일부 소수의 견해1)를 제외하고 절대 다수의 견해2)는 이를 요구한다. 환언하면, 이는 기망 자가 재물 ․ 재산상의 이익이라는 피기망자의 개별재산을 취득하는 것만으로는 사기죄의 성립에 부족하고 피기망자의 전체재산에 손해가 발생하여야만 사기 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3) 따라서 학설의 주장에 따른다면, 필연 적으로 사기죄는 개별재산에 대한 죄가 아니라 전체재산에 대한 죄로서 자리 매김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판례를 개관하면 사기죄의 성립요건은 학설과 사뭇 다르게 서술되고 있기에 의문을 야기한다. 분명히 판례는 기망으로 인한 재물의 교부가 있으면

1)정영석, 형법각론(제5정판), 법문사, 1983, 355면; 백형구, 형법각론(개정판), 청림출판, 2002, 183~184면; 정영일, 형법각론(제3판), 박영사, 2011, 316면; 오영근, 형법각론(제3판), 박영 사, 2014, 301면 참조.

2) 진계호, 형법각론(제4판), 대왕사, 2000, 362면; 하태훈, (판례중심)형법총 ․ 각론, 법원사, 2006, 577면; 이형국, 형법각론, 법문사, 2007, 383면; 진계호 ․ 이존걸, 형법각론(제6판), 대왕 사, 2008, 402면; 권오걸, (스마트)형법각론, 형설출판사, 2011, 463~464면; 박상기, 형법각론 (제8판), 박영사, 2011, 322면; 김성돈, 형법각론(제3판),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2013, 353면;

손동권 ․ 김재윤, (새로운)형법각론, 율곡출판사, 2013, 385면; 이영란, 형법학: 각론강의(제3 판), 형설출판사, 2013, 349면; 이재상, 형법각론(제9판), 박영사, 2013, 347면; 임웅, 형법각 론(제5정판), 법문사, 2013, 395면; 박강우, (로스쿨)형법각론, 진원사, 2014, 238면; 김성천 ․ 김형준, 형법각론(제5판), 소진, 2015, 417면; 김일수 ․ 서보학, (새로쓴)형법각론(제8판), 박영 사, 2015, 347면; 배종대, 형법각론(제9전정판), 홍문사, 2015, 479면; 정성근 ․ 박광민, 형법각 론(제2판),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2015, 382면; 황만성, “형법상 사기죄 관련규정의 제 ․ 개정방 안”, 「형사정책연구」, 제20권 제1호(2009), 479면; 장승일, “사기죄의 불법구조와 ‘재산상 손해’

개념의 검토”, 「(전남대학교)법학논총」, 제35권 제2호(2015), 156면 참조. 한편, 김종원, 형법 각론(상)(3정판), 법문사, 1973, 216~217면; 황산덕, 형법각론(제5정판), 방문사, 1982, 303 면; 정성근, 형법각론(상), 법지사, 1985, 414~415면은 이분설을 취한다.

3) 이 점은 독일형법상의 사기죄가 재산상의 손해발생을 명문으로 요건화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고 생각된다. 독일형법 제263조 제1항은 “위법한 재산상의 이익을 스스로 얻거나 제삼자에게 얻게 할 목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진실로 가장하거나 진실한 사실을 왜곡 또는 은폐함으로써 착 오를 일으키거나 유지시켜 타인의 재산에 손해를 가한 자는 5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벌금에 처 한다.”라고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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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체로서 곧 사기죄가 성립하고 상당한 대가가 지급되었다거나 피해자의 전체 재산상에 손해가 없다고 하여도 사기죄의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고 말한 다.4) 또 판례는 사기죄의 본질이 기망에 의한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의 취득 에 있고 상대방에게 현실적으로 재산상의 손해가 발생함을 그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고도 한다.5) 이 같은 판시들은 일회적인 선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후 속판결에 의해 반복해서 인용되며 판례의 법리를 형성하고 있기에 간과되어서 는 아니 된다.6) 그럼에도 학설은 명문의 요건만으로 사기죄를 구성하는 것은 동죄의 성립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할 우려가 있다고 하며 재산상의 손해발생이 라는 불문의 요건을 추가하여 넣는다. 이처럼 판례와 학설이 서로 접점을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현 시점에서 본고는 이제 양 입장을 정리하고 타 협이 될 만한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에 본고는 우선적으로 판 례의 이론을 분석하고 다음으로 학설의 동향을 개관한다. 그리고 해외의 이론 을 참고의 대상으로 삼아 위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모색해 보기로 한다. 학설 의 주장대로 사기죄의 성립범위를 제한할 필요성이 있다면 명문에 없는 요건 을 추가할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는 요건을 재해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4) 대법원 1982. 6. 22. 선고 82도777 판결; 대법원 1995. 3. 24. 선고 95도203 판결; 대법원 1999. 7. 9. 선고 99도1040 판결; 대법원 2000. 7. 7. 선고 2000도1899 판결;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5도5774 판결; 대법원 2007. 1. 25. 선고 2006도7470 판결.

5)대법원 1983. 2. 22. 선고 82도3139 판결; 대법원 1985. 11. 26. 선고 85도490 판결; 대법원 1988. 6. 28. 선고 88도740 판결; 대법원 1994. 10. 14. 선고 94도1911 판결; 대법원 2004. 4.

9. 선고 2003도7828 판결; 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6도6687 판결.

6)이재상, 앞의 책(주2), 347~348면이 판례의 입장에 대한 정확한 언급조차 생략하고 있는 점은 지적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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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판례의 이론

1. 법문의 해석

형법 각칙본조(各則本條)의 재산범죄는 개개의 재산을 보호의 대상으로 삼 는가 아니면 전체로서의 재산이 보호객체가 되는가에 따라서 개별재산에 대한 죄와 전체재산에 대한 죄로 구분된다. 개별재산에 대한 죄에서는 법익주체의 재산, 즉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이 상실되었다는 점이 법익침해로 간주되며, 따 라서 그 재산의 상실 자체를 가지고 기수범의 성립이 근거지어진다. 그러므로 개별재산에 대한 죄에서는 법익주체가 재산을 상실함과 동시에 다른 재산을 취득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재산범의 성립에 영향이 없다. 반면, 전체재산에 대 한 죄에서는 재산의 상실 및 취득을 아울러 평가해서 법익주체에게 재산상의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이 법익침해로 간주된다. 따라서 전체재산에 대한 죄에 서는 법익주체가 재산을 상실하면서 동시에 다른 재산을 취득하여 최종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지 않으면 재산범이 성립하지 않는다.

법문상으로 볼 때 현행 형법 속에서 전체재산에 대한 죄로 규정되어 있는 것 은 배임죄 하나뿐이다. 형법상 배임죄는 행위자가 배임으로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여 최종적으로 본인에게 손해를 가할 것을 요건으로 삼고 있다. 그러므 로 배임이 있더라도 여하한 사정에서든 본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지 않으면 배 임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반면에, 여타의 재산범죄에서는 타인에게 손해를 가 할 것이라는 요건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 절도죄는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때에 성립하므로 동죄에서는 재물의 취득만이 요건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행위자가 재물을 절취하면서 그에 상응하는 재화를 두고 온 경우에도 절도죄 의 성립에는 소장이 없다.7) 또한 강도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타인의 재물을

7)이에 반대되는 견해로, 김일수 ․ 서보학, 앞의 책(주2), 241면은 “1만원권 지폐 한 장을 놓고, 주 인 몰래 1천원권 지폐 열 장을 가져갔더라도 위법영득의 의사는 없다”라고 하며 절도죄의 성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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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취하거나 기타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때에 성립하므로, 역시나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취득이 요건이 되고 있다. 행위자가 재산을 강취하면서 그에 상 응하는 보상을 주더라도 마찬가지로 강도죄의 성립에는 지장이 없어야 한다.

그러므로 절도죄와 강도죄는 개별재산에 대한 죄라고 보는 것이 맞다.

그렇다면 이러한 관점을 연장해서 사기죄나 공갈죄, 횡령죄와 손괴죄를 보 더라도 동일한 논리를 적용하는 것이 가능하여진다. 분명히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때에 성립한다고 되 어 있다. 따라서 행위자가 기망으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이상 그로 써 상대방에게 손해를 입히지 않더라도 사기죄는 성립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듯이 보인다. 또 공갈죄도 사람을 공갈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함으로써 성립한다고 되어 있고 재산상 손해의 발생은 그 요건이 아니다. 그러므로 행위자가 재산을 갈취하며 그만한 가치의 이익을 공여하더라도 공갈죄의 성립에는 장애가 없다고 보는 해석이 일견 타당한 듯 이 생각된다. 나아가 횡령죄에서나 손괴죄에서도 피해자에게 손해가 발생하여 야 한다는 점은 요건이 아니다. 따라서 적어도 법문상으로는 사기죄를 비롯한 이상의 죄들을 차등 없이 개별재산에 대한 죄라고 분석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정합성을 가질 수 있다. 아래에서 보듯, 실제로 판례도 사기죄에서 재산상 손 해의 발생은 요건이 아니라고 하고 있으므로 사기죄를 개별재산에 대한 죄로 구성하는 이론은 설득력을 더한다.

2. 판시의 패턴

판례를 보면, 현재 우리 법원이 사기죄를 개별재산에 대한 죄로 이해하고 있

을 부정한다. 또, 임웅, 앞의 책(주2), 322면도 “타인의 1천원권 지폐 5장을 몰래 가져가면서 5 천원권 지폐 1장을 두고 간 경우에 액면가치의 감소가 없으므로 불법영득의사가 부정된다”라고 하면서 절도죄의 성립을 부정한다. 그러나 본고는 그 같은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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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점은 명확하다. 판례는 법문의 규정에서 조금의 가감도 없이, 기망에 의해 재산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면 그로써 곧 사기죄가 성립하고 재산상 손 해의 발생은 사기죄의 요건이 아니라고 하고 있다. 이에 관련하는 본격적인 선 례는 1980년대에 들어 형성되기 시작했다. 동일한 맥락의 것들이기는 하나, 판 시의 패턴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첫째, 의사 면허가 없는 피고인이 의사 자격을 사칭하여 피해자가 경영하는 병원에 내과과장으로 채용된 후, 취업기간 동안에 내과전문의에 상당하는 의 료기술을 가지고 진료행위를 하였는데, 이로 인하여 피해자는 종전보다 많은 의료수가를 받게 되어 전체적으로 아무런 재산상 손해를 입지 않았다고 하는 사기피고사건에 있어서 1982년 6월 22일의 대법원판결8)은 “재물편취를 내용 으로 하는 사기죄에 있어서는 기망으로 인한 재물교부가 있으면 그 자체로써 피해자의 재산침해가 되어 이로써 곧 사기죄가 성립하는 것이고, 상당한 대가 가 지불되었다거나 피해자에게 전체 재산상의 손해가 없다 하여도 사기죄의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고 볼 것이[다]”라고 하여 사기죄의 성립을 긍정하였다.

본판결이 나온 이후로 위의 판시는 후속판결에 의해 똑같이 인용되며 법리 를 형성하였다. 기망으로 인한 개별재산의 상실에 이어 피해자에게 상당한 대 가가 지급됨으로써 전체재산에는 손해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 사기죄의 성립을 인정하여야 할 것인가 라는 문제는 여러 판결을 통해 거듭해서 다투어졌다. 특 히 기망에 수반하여 피해자에게 지급된 대가가 편취된 재물의 가치의 전부에 미치지 않고 일부에 그치는 경우에도 그 편취액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적용 벌조를 결정짓는 데에 중요하게 작용하였다. 주지하듯, 형법 제 347조의 사기죄로 인하여 취득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 5억원 이상 일 때에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경제범죄법’ 내지

‘특경법’이라 약칭한다)9) 제3조에 의해 가중된 처벌을 받게 된다.10) 이 때 만

8) 대법원 1982. 6. 22. 선고 82도777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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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피해자에게 일부 지급된 대가가 있을 경우에 피고인이 교부받은 재물의 가 치로부터 그 대가를 공제한 차액을 가지고 편취액을 산정한다면, 피고인으로 서는 특경법의 적용을 피할 수 있어 그 산정방법을 다툴 실익은 충분하였던 것 이다. 하지만 이하에서 보듯 판례는 확고하게 개별재산의 상실 그 자체를 사기 죄에서의 법익침해로 이해하고 있다.

본판결의 판시를 그대로 답습한 예를 들어보면, 모 주식회사의 공동대표이 사 중의 한 사람인 피고인이 진정한 수출이 없음에도 수출이 있는 것처럼 속여 동 회사의 수출을 대행하는 피해자로부터 수출대금을 지급받았다고 하는 특정 경제범죄법위반(사기)피고사건에 있어서 1999년 7월 9일의 대법원판결11)은 위 주식회사가 피해자에 대하여 담보를 충분히 제공하였으므로 피해자에게 손 해가 발생한 바 없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사기죄의 성립을 인정하였 다. 또, 피고인이 세 차례에 걸쳐 피해자를 기망하여 금원을 편취하였다고 하 는 특정경제범죄법위반(사기)피고사건에 있어서 이 사건 임야에 관하여 피해 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으므로 그 임야에 해당하는 금원이 편취액 으로부터 공제되어야 할 것인지 여부가 다투어졌던 1995년 3월 24일의 대법 원판결,12) 다단계판매업자인 피고인들이 다단계판매원이 되고자 하는 피해자 들을 기망하여 금원을 편취하였다고 하는 특정경제범죄법위반(사기)피고사건

9)1983년 12월 31일 법률 제3693호로 제정되고, 2012년 2월 10일 법률 제11304호로 일부개정 된 것.

10)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약칭: 특정경제범죄법)

제3조(특정재산범죄의 가중처벌) ① 「형법」 제347조(사기)……의 죄를 범한 사람은 그 범죄행

위로 인하여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하 이 조에서 “이득액”이라 한다)이 5억원 이상일 때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가중처벌한다.

1.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일 때: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2.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때: 3년 이상의 유기징역

② 제1항의 경우 이득액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을 병과(倂科)할 수 있다.

11) 대법원 1999. 7. 9. 선고 99도1040 판결.

12) 대법원 1995. 3. 24. 선고 95도203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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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있어서 피해자의 예금계좌 등으로 투자금액의 일부가 수당 등의 명목으로 입금되었으므로 이를 편취액으로부터 공제하여야 할 것인지 여부가 문제되었 던 2000년 7월 7일의 대법원판결,13) 2005년 10월 28일의 대법원판결,14) 2007년 1월 25일의 대법원판결15)은 “사기죄에 있어서 그 대가가 일부 지급된 경우에도 그 편취액은 피해자로부터 교부된 재물의 가치로부터 그 대가를 공 제한 차액이 아니라 교부받은 재물 전부라 할 것”이라는 판시를 일관되게 유지 하며, 교부된 재물 전부에 대한 특경법상 사기죄의 성립을 인정하고 있다.

둘째, 건물소유자로부터 점포를 실질적으로 임차하고 있던 피고인이 동 점 포를 피해자에게 전대하면서 건물소유자에게는 전대사실을 알리지 않기로 합 의하는 한편, 임차보증금반환채권에 대하여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이 있는 사 실을 고지하지 아니하고 피해자로부터 전차보증금을 교부받았다고 하는 사기 피고사건에서는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채권압류 및 전부명령이 있은 사실을 고 지하지 않은 부작위가 사기죄의 기망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여 기서는 피해자에게 전차보증금반환채권이 이미 확보되어 있으므로 그러한 사 실이 사기죄의 성립을 저해하는지 여부에 논란이 있었으나, 이에 관해 1983년 2월 22일의 대법원판결16)은 “사기죄의 본질은 기망에 의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취득에 있고 상대방에게 현실적으로 재산상 손해가 발생함을 그 요건 으로 하지 아니한다.”라고 하며, “피해자에게 임대보증금 반환청구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사기죄의 성립에 아무 소장도 없는 것”이라고 하여 사기죄의 성 립을 인정하였다.

본판결이 나온 이후로도 같은 판시는 후속판결에 의해 그대로 인용되며 법 리를 형성하였다. 피고인이 대지와 지상건물을 매매하면서 그 대지가 자연녹

13)대법원 2000. 7. 7. 선고 2000도1899 판결.

14)대법원 2005. 10. 28. 선고2005도5774 판결.

15)대법원 2007. 1. 25. 선고 2006도7470 판결.

16)대법원 1983. 2. 22. 선고 82도3139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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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역 내에 있는 토지임에도 주거지역이라고 피해자를 기망하여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 중도금을 교부받아 편취하였다는 사기피고사건에 관련한 1985년 11월 26일의 대법원판결,17) 피고인이 제삼자 명의의 연대보증서 등을 위조하고 이들이 진정한 연대보증인인 것처럼 은행직원을 기망하여 착오에 빠 진 은행으로부터 대출금을 교부받았다고 하는 사기피고사건에 관한 1988년 6 월 28일의 대법원판결,18) 해당 토지의 소유자로 등기되어 있던 자가 자신이 진정한 소유자가 아닌 사실을 알게 되었음에도 이러한 사실을 고지하지 아니 한 채 그 토지의 수용보상공탁금의 출급을 신청하여 이를 수령하였다고 하는 특정경제범죄법위반(사기)피고사건에 관련한 1994년 10월 14일의 대법원판 결,19) 사채업자가 대출희망자로부터 대출을 의뢰받은 다음 대출희망자가 자동 차의 실제 구입자가 아니어서 자동차할부금융의 대상이 되지 아니함에도 그가 실제로 자동차를 할부 구입하는 것처럼 그 명의의 대출신청서 등 관련서류를 작성한 후 이를 할부금융회사에 제출하여 대출금을 받았다고 하는 사기피고사 건에 관한 2004년 4월 9일의 대법원판결,20) 주유소 운영자가 농민들에게 면 세유를 공급한 것처럼 부당하게 발급받은 면세유공급확인서로 석유정제업자 를 기망하여 부가가치세 등에 상당한 석유류를 취득하였다고 하는 사기피고사 건에 관한 2009년 1월 15일의 대법원판결21)에서는 모두 피해자에게 현실적인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하는 점이 주장되었으나, 위 판결들은 반복 해서 사기죄의 본질이 기망에 의한 재산의 취득에 있고 재산상 손해의 발생은 그 요건이 아니라고 하면서 사기죄의 성립을 긍정하였다.

17)대법원 1985. 11. 26. 선고 85도490 판결.

18)대법원 1988. 6. 28. 선고 88도740 판결.

19)대법원 1994. 10. 14. 선고 94도1911 판결.

20)대법원 2004. 4. 9. 선고 2003도7828 판결.

21)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6도6687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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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비판의 초점

이상으로 볼 때, 사기죄의 성립을 판단함에 있어 판례가 중점을 두고 보는 것은 개별재산이 상실되었는가이지 그로써 전체재산이 감소하였는가가 아니 다. 따라서 판례의 이론상으로는 사기죄를 전체재산에 대한 죄로 설정하는 것 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학설이 판례를 비판하며 사기죄를 전체재산에 대한 죄로 해석하는 표면상의 이유는 한 가지이다. 즉, 사기죄의 성립범위가 무단히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려는 시각이 바로 그것이다. 그렇다면 그 같은 학설에 대 해 의문을 제기해 보면, 과연 위에서 소개했듯 사기죄의 성립을 인정한 사례들 은 그 결론이 잘못되었는지, 그래서 사기죄의 성립을 부정하는 쪽으로 결론이 뒤집어졌어야 하는 것인가 라는 물음이 가능하다. 일견해 보아도, 행위자가 거 래상의 신의칙에 반하는 사술을 써서 계약을 체결하였다면 설사 충분한 반대 급부가 제공되었다 하더라도 판례의 결론대로 사기죄의 성립은 긍정되어야 할 것처럼 보인다. 백번 양보해도, 위의 모든 판례에서 일괄적으로 결론을 뒤엎고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사기죄의 성립을 부정하는 것은 타당하 지 않은 듯 생각된다. 최소한 사기죄의 성립을 긍정해야 할 경우나 또 그를 부 정할 수 있는 경우를 판가름할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대 목이다.

좀 더 쉬운 설명을 위해, 학설이 드는 사례를 인용해 보기로 한다. 학설은 우 선, “반드시 손에 넣고 싶은 귀한 골동품의 소유자에게 기망수단을 써서 매수 하였으나 정당한 가격을 지불한 경우”에 재물죄로서의 사기죄가 성립하는 가22)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또, “농번기에 농촌 일손이 부족하여 기망수단으로 노동력을 제공받았으나 상당한 노임을 제공한 경우”에 이득죄로서의 사기죄가 성립하는가23)라고 물음을 제시한다. 그리고 “일정한 자격자만이 입장이 허용

22)임웅, 앞의 책(주2), 395면은 필요설의 입장에 서서 이 경우에 사기죄의 성립이 부정되어야 한 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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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는 무료영화관람에 무자격자가 기망수단으로 입장하여 영화를 관람한 경우”

에는 아무런 재산상의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는데 사기죄가 성립하는가24)라고 도 화두를 던진다.

이상의 사례에서 피기망자에게 어떠한 재산상의 손해가 발생한 것은 아니 다. 그럼에도 위 사례에서 사기죄의 성부가 논의되는 이유는 원래라면 성립하 지 않았을 거래를 행위자가 기망을 통해서 성립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 대상 이 무엇이 되었건 간에, 행위자가 기망을 한 것은 맞다. 그래서 상대방이 착오 를 일으킨 것도 맞다. 그러한 기망이 없었다면, 그래서 착오를 일으키지 않았 다면 상대방은 거래를 하지 않았을 것이고, 따라서 재산은 기망자에게 이전되 지 않았을 것이다. 이 모든 일련의 연쇄는 처음에 행위자가 기망을 하였기 때 문에 일어난 일들이다. 다시 말해 기망이라는 실행행위와 재산이 이전되는 결 과는 조건관계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기망이라는 행위를 제거해 버린다면 재 산 자체의 상실이라는 결과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기망을 실행하 였다는 사실 자체에 초점을 맞추어서는 위 사례에서 사기죄가 성립된다는 결 론에 비판을 가할 수 없다. 그보다도 초점이 모아져야 할 부분은 기망의 대상 이 과연 사기죄의 성립을 근거지을 만큼 중요한 것이었나 라고 하는 점이다.

기망을 하였기 때문에 사기죄가 성립한다는 논리를 취하여서야 기망사건에서 열이면 열 모두 사기죄의 성립을 긍정하는 결과를 낳는다. 반대로, 손해가 없 었기 때문에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취한다면 언제나 사기죄의 성립이 부정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양자를 절충하면서 사기죄의 성립 을 적절히 제어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기망의 대상에 제한을 가하는 것이 고려 될 수 있다. 기망이 거래목적의 중요한 조건에 관해 이루어진 경우에 한하여

23)임웅, 앞의 책(주2), 395면은 필요설의 입장에 서서 이 경우에 사기죄의 성립이 부정되어야 한 다고 주장한다.

24)임웅, 앞의 책(주2), 395면은 필요설의 입장에 서서 이 경우에 사기죄의 성립이 부정되어야 한 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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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죄의 성립을 인정하고, 그렇지 못한 사항에 관해 이루어진 기망은 사기죄 의 범주에서 제외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4. 기망의 대상

그 간의 판결을 분석하면, 판례는 사기죄의 판단에 조건관계의 공식을 철저 히 적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판례는 기망의 대상이 무엇이 되었건 간에 기망으 로 인해 피기망자가 거래에 임하게 되었다는 사실 자체에 방점을 찍는다. 즉, 그 기망이 없었다면, 그래서 상대방이 착오에 빠지지 않았다면 재산을 교부하 지 않았을 것이라는 판단이 설 때에, 판례는 사기죄가 성립한다는 판단을 내리 는 것이다. 물론 판례도 기망의 대상에 대해 형식상 아무런 제한을 가하지 않 는 것은 아니다. 즉, 판례는 사기죄의 실행행위로서의 기망이 ‘처분행위의 판단 의 기초가 되는 사실’에 관한 것일 것을 요구한다. 다시 말해, 상대방이 처분행 위를 함에 있어 판단의 기초가 되는 사실에 관해 기망이 있었다면, 그래서 상 대방이 착오에 빠져 잘못된 판단을 함으로써 의사에 반하는 처분행위를 하였 다면 사기죄의 실행행위인 기망은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판례의 기 본적인 입장인 것이다. 하지만 그 같은 판시는 사실상 기망의 대상에 별 제한 을 가하지 않는 것과 진배없다. 이 점은 판례가 사기죄의 실행행위로서의 기망 이 반드시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에 관한 허위표시임을 요하지 않는다고 한 데 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급부를 하는 상대방이 일정한 거래목적을 의도하였 을 경우 그 거래목적을 실현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은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이 라 할 수 있다. 또, 급부의 대가로 얻게 될 반대급부가 급부에 상응하는 가치를 가지는가 라고 하는 반대급부의 속성도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이라 볼 수 있다.

이 ‘거래목적의 실현’ 내지 ‘반대급부의 속성’이라는 사정에 관해 행위자가 기 망을 하고 상대방을 착오에 빠뜨렸을 때에는 이는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에 관 한 기망이다. 그러나 판례는 사기죄의 실행행위로서의 기망이 반드시 ‘법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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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중요부분’에 관한 기망일 것을 요하지 아니하고, 그에 미치지 못하는 ‘부 수적 사정’에 관한 기망만으로도 사기죄의 실행행위를 구성함에는 부족함이 없다고 하고 있다. 거래관계의 부수적 사정일지라도 그에 관해 착오를 하지 않 았다면 처분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조건관계가 성립할 때에 그러한 사 정은 ‘처분행위의 판단의 기초가 되는 사실’이라고 인정된다. 그리고 ‘처분행위 의 판단의 기초가 되는 사실’에 관한 사술이 바로 사기죄의 실행행위로서의 기 망이 된다고 하는 것이 판례의 핵심인 것이다. 문제는 판례가 그처럼 기망의 대상을 부수적 사정에까지 확장한 결과 사기죄의 성립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지 지 않는가 라고 하는 점에 있다.

선례를 자세히 살펴보면, 현재까지 포착되는 판례에 국한해서는 사기죄의 과잉확장이라는 문제가 드러나지 않는 것도 있고, 반대로 드러나는 것도 있다.

기망의 대상에 관해 언급한 판례는 1990년대 이후의 것이 산견된다. 기망의 대상이 거래관계의 핵심적 사정이었던 사례25)를 제외하고 거래관계의 부수적 사정에 관한 기망이 다루어졌던 사례를 추려보면, 이른바 ‘용도사기(用度詐 欺)’라고 불리는 유형의 것들이 주류를 이룬다.

경매방해 등 죄로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대법원에 상고 중에 있어 서 만약 대법원에서 무죄가 나오지 아니하면 그 형의 집행을 받기 위하여 교도 소에 수감되어야 하는 형편에 처한 피고인이 동 사건에 관한 교제비, 변호사 선임비 등으로 사용한다고 하면서, “대법원에는 판사가 많기 때문에 로비자금 이 많이 필요하고 상고기각되더라도 착수금만 제외하고 나머지 돈은 다 돌려 받을 수 있으니 1억 5천만 원만 빌려달라”라고 거짓말을 하여, 그 말에 속은 피 해자가 피고인에게 액면금 1억 5천만 원인 약속어음 1매를 교부하였는데, 피 고인이 동 금원 중 1천만 원만 변호사 선임비로 쓰고 나머지는 자신의 사업자

25)가령, 대법원 1997. 9. 9. 선고 97도1561 판결은 쇠갈비의 품질과 원산지에 관하여 기망이 이 루어진 사례를 다루고 있고, 또 대법원 2002. 2. 5. 선고 2001도5789 판결도 산양산삼의 품질 에 관하여 기망이 이루어진 사례를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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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으로 사용하였다고 하는 사기피고사건에 있어서 1995년 9월 15일의 대법원 판결26)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며 사기죄의 성립을 인정하였다. 즉, “사기죄의 실행행위로서의 기망은 반드시 법률행위의 중요 부분에 관한 허위표시임을 요 하지 아니하고, 상대방을 착오에 빠지게 하여 행위자가 희망하는 재산적 처분 행위를 하도록 하기 위한 판단의 기초가 되는 사실에 관한 것이면 충분하므로 용도를 속이고 돈을 빌린 경우에 만일 진정한 용도를 고지하였더라면 상대방 이 빌려 주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계에 있는 때에는 사기죄의 실행행위인 기망 은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라는 것이 본판결의 논리였다.

여기서 본판결은 행위자가 만일 진정한 용도를 고지하였더라면 상대방이 돈 을 빌려주지 않았을 것인가 라는 조건관계의 판단에 천착한다. 본판결이 인정 한 사실에 따르면,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위 약속어음을 빌려주게 된 것은 피고 인이 피해자를 대리하여 제삼자와의 사이에 매매계약 체결 등의 문제를 처리 하고 있었고, 따라서 매매계약이 성사되지 않을 것을 염려한 피해자로서는 약 속어음을 대여하여서라도 피고인이 교도소에 수감되는 사태를 막을 필요가 있 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피고인이 차용금을 자신의 사업자금으로 쓸 것이라 는 진정한 용도를 고지하였더라면 피해자가 그를 빌려주지 않았으리라는 점은 명확하다. 본 사건에서 차용금을 어디에 쓸 것인가 하는 용도는 재산적 처분행 위의 판단의 기초가 되는 사실이 맞다. 나아가 그 같은 금전의 차용관계에서 차용금의 용도는 사정에 따라서는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이 될 수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본 사례처럼 금전거래의 양 당사자가 차용금의 용도를 미리 합 의하여 이를 거래의 목적으로 삼은 경우이다. 그래서 약속한 용도대로 금전을 사용할 뜻이 없었던 행위자가 상대방을 착오에 빠뜨리는 것은 법률행위의 중 요부분에 관한 허위표시에 해당하므로 사기죄의 실행행위로서의 기망을 이룬 다. 만일 피고인의 의사표시와는 무관하게 피해자가 스스로 착오에 빠진 경우

26)대법원 1995. 9. 15. 선고 95도707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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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차용금의 용도에 관해 오해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인에게 사기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하지만 본 사례처럼 차용금의 용도에 관 해 피고인측으로부터 적극적인 기망이 있었고, 그로 인해 피해자가 착오에 빠 져 처분행위를 하게 된 것이라면, 이는 사기죄의 실행행위로서의 기망을 구성 하기에 충분하다 할 것이다.

이처럼 판례는 차용금의 용도에 관해 기망이 있은 경우에 그것이 일단 법률 행위의 중요부분에 관한 허위표시는 아니라고 하면서 이를 부수적 사정에 관 한 기망으로 파악한다. 그리고 그 기망을 ‘행위 없으면 결과 없음’이라는 가정 적 판단공식에 대입하여 판례는 사기죄의 실행행위가 될 기망을 추려낸다. 즉, 판례는 용도에 관한 기망이 없었더라면 돈을 빌려주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계 가 인정될 때에 사기죄의 실행행위인 기망이 있는 것이라고 하여, 사기죄의 성 부 판단을 조건관계의 인정 여하에 의존한다. 하지만 앞서도 지적했듯, 이러한 판단의 틀은 자칫하면 사기죄의 성립범위를 대폭 확장할 가능성을 내포한다.

그 같은 기망이 없었다면 금전을 대여해 주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은 외부로 표명되지 않는 한 피기망자의 내심적 영역에 속한다. 더군다나 이는 가정적 소 거공식을 통하여 판단될 수밖에 없으므로 진실규명이 가능한 구체적 사실이라 단정짓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사기죄에 관한 그 간의 판례는 진실규명이 가능 한 구체적인 사실에 관해 기망이 이루어질 것을 따지는 경향에 있다.27) 따라 서 차용금의 용도에 관해 당사자 간에 합의가 이루어져 그것이 진실규명이 가

27)가령, 음식점을 경영하는 자가 ‘한우만을 판매한다’는 취지의 허위광고를 하였다고 하는 사안 에서 대법원 1997. 9. 9. 선고 97도1561 판결은 “이러한 광고는 진실규명이 가능한 구체적인 사실인 쇠갈비의 품질과 원산지에 관하여 기망이 이루어진 경우로서 그 사술의 정도가 사회적 으로 용인될 수 있는 상술의 정도를 넘는 것”이어서 피고인의 기망행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하 였다. 또, TV홈쇼핑방송에 출연하여 자신이 납품한 삼이 산양산삼인 것처럼 허위광고를 하였 다고 하는 사안에서 대법원 2002. 2. 5. 선고 2001도5789 판결은 “피고인의 위 광고행위는 진 실규명이 가능하고 구매의 결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로서 구체적 사실인 판매물품의 품질 에 관하여 기망한 것으로서 그 사술의 정도가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상술의 정도를 넘은 것”이어서 사기죄의 기망행위를 구성한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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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할 수준까지 구체화되지 못한다면 이를 섣불리 기망의 대상으로 인정하는 것도 법리상 무리를 초래할 수 있다.

그 동안 판례는 이른바 ‘용도사기’라 불리는 유형에서 위의 1995년 대법원판 결이 확립한 법리를 그대로 반복하여 왔다. 피고인이 그린벨트 내의 토지에 대 한 개발제한구역 지정을 해제하여 줄 의사와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건설 부 고위 공직자에게 청탁하여 제삼자 소유의 위 토지에 대한 개발제한구역 지 정을 해제하고자 하는 데에 접대비용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만약 금 2천만 원 을 빌려주면 이를 접대비용으로 사용하여 2개월 내에 위 토지에 대한 개발제 한구역 지정을 해제받고 토지소유자로부터 상당한 금액의 커미션을 받아 그 중 일부를 위 차용금과 함께 돌려주겠다”라고 거짓말을 하여 피해자로부터 금 2천만 원을 차용한 다음, 이를 자신의 부족한 생활비로 소비하였다고 하는 사 기피고사건에 관한 1996년 2월 27일의 대법원판결28)은 위의 1995년 선도례 의 판시를 그대로 답습하며 사기죄의 성립을 인정하였다. 여기서 피해자가 피 고인에게 그처럼 금전을 교부한 것은 차용금의 이자를 받아 수익을 거둘 목적 에서 나온 대차관계가 아니다. 그린벨트 내의 토지에 대한 개발제한구역 지정 을 해제한다는 특정한 목적을 염두에 두고 피해자는 금원을 교부하였던 것이 다. 따라서 위에서 피고인이 내세운 차용금의 용도는 피해자로부터도 동일하 게 의도되었던 거래의 목적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피해자가 선뜻 거액의 금원을 교부하게 된 것도 그 같은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한다고 풀이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위 사건에서 기망은 거래목적의 실현이라는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에 관련하여 이루어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물론 본판결 처럼 백 번 양보해서 그 사술을 부수적 사정에 관한 기망이라고 해석하여도 결 론에 있어서는 마찬가지이다. 진정한 용도를 고지하였더라면 돈을 빌려주지 않았을 것이라는 조건관계의 판단에 따라서 사기죄의 실행행위인 기망은 인정

28)대법원 1996. 2. 27. 선고 95도2828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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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 수 있다.

이처럼 기망의 대상이 된 용도가 거래목적의 실현에 연관될 경우에는 여하 한 이론구성에 의하더라도 사기죄의 성립을 긍정함에 무리가 없다. 하지만 다 음에서 보듯, 그 같은 용도가 거래목적의 실현과 별 상관이 없을 경우에는 실 행행위로서의 기망을 인정하는 것이 사기죄의 과잉확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가령, 상가의 관리소장으로 근무하는 자가 차용금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 도 없으면서 피해자에게 ‘상가관리비가 연체된 것이 많아 전기요금을 납부하 지 못하고 있다. 전기요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단전될 처지에 있으니 천만 원만 빌려달라. 월 4부의 이자를 주고 3개월 후에 틀림없이 변제하겠다.’라고 거짓 말을 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선이자 120만 원을 공제한 880만원을 교부 받아 이를 편취하였다는 등의 사기피고사건에 관련한 2005년 9월 15일의 대 법원판결29)도 위의 판례들과 판시의 취지는 동일하다. 즉, 동 판결은 “타인으 로부터 금전을 차용함에 있어서 그 차용한 금전의 용도나 변제할 자금의 마련 방법에 관하여 사실대로 고지하였더라면 상대방이 응하지 않았을 경우에 그 용도나 변제자금의 마련방법에 관하여 진실에 반하는 사실을 고지하여 금전을 교부받은 경우에는 사기죄가 성립하고, 이 경우 차용금채무에 대한 담보를 제 공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결론을 달리 할 것은 아니다.”라고 하여 사기죄의 성 립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전술과는 달리 피고인이 제시한 차용 금의 용도가 피해자에 의해 의도되었던 거래목적의 실현과는 별 관련이 없어 보인다. 전기요금을 납부하지 못해 단전될 처지에 처했다고 하는 것은 어디까 지나 피고인의 개인적인 사정이지 그에 관해 피해자가 어떠한 이해관계를 가 졌던 것은 아니다. 단지 피해자가 의도하였던 것은 금전을 대여하고 선이자를 받아 수익을 거두고자 하는 점이었다. 그 같은 차용금의 용도에 관해 설사 피 해자가 착오를 일으켰다 하더라도 이는 거래목적의 실현과는 관계가 없는 착

29)대법원 2005. 9. 15. 선고 2003도5382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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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서 사기죄의 실행행위인 기망을 근거지우지 못한다고 보는 것이 맞다. 위 사건에서 판례는 차용금의 용도를 속인 사술이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에 관한 허위표시가 되지 못함에도 조건관계의 판단에만 의지하여 사기죄의 성립을 긍 정하고 있는데, 이 점은 비판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결론을 말해, 판례의 법리대로라면 기망이 여하한 사정에 관해 이루어지든 그 기망과 교부 간에 조건관계가 인정되면 사기죄는 성립하는 것이 된다. 이처럼 판례의 법리는 사기죄의 성립을 대폭 확대할 우려를 내포하고 있는 바, 이 점에 제한을 가하고자 후술하듯 학설은 명문에도 없는 재산상의 손해발생이라는 요 건을 만들어냈다. 이하에서는 학설의 주장을 살펴보고 그 장단점을 분석한 후 기존과 다른 관점에서 사기죄의 성립범위를 제한할 가능성을 타진해 본다.

Ⅲ. 학설의 현재

사기죄의 성립요건에 재산상의 손해발생을 추가할 것인가를 놓고 학설은 몇 가지로 갈래가 나뉜다. 첫째, 사기죄의 성립에는 재산상의 손해발생이 필요하 다고 하는 입장이 있다. 이 필요설(必要說)은 사기죄가 재산범죄이며 그 주된 보호법익이 재산이므로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법익인 재산의 침해, 즉 재산상 의 손해가 발생하여야 한다는 점을 논거로 제시한다.30) 그러면서 동설은 재산

30)가령, 재산범으로서의 사기죄의 성격에 방점을 두는 견해로서, 김일수 ․ 서보학, 앞의 책(주2), 347면은 사기죄가 “재산범죄로서 침해범의 성격을 갖고 있”으므로 “피해자의 재산적 손해발생 은 사기죄의 구성요건결과이다.”라고 주장하고, 진계호 ․ 이존걸, 앞의 책(주2), 402면도 마찬 가지로 “피해자의 재산상 손해발생은 사기죄의 구성요건적 결과”이므로 “적극설이 타당하다.”

라고 주장한다. 또, 박상기, 앞의 책(주2), 322면은 “사기죄는 재산범죄이므로 재산상의 손해 발생은 불가피한 성립요건이라고 본다.”라고 주장하며, 손동권 ․ 김재윤, 앞의 책(주2), 385면 도 “개인적 법익에 관한 재산범죄인 사기죄에서 재산상 피해자가 없는 경우에 기수를 인정하 는 것은 이론상 타당하지 않다.”라는 이유로 마찬가지의 주장을 편다. 나아가 배종대, 앞의 책 (주2), 479면은 “사기죄는 재산범죄이다.”라고만 언급하며 따라서 재산상 손해발생 “긍정설의 견해가 타당하다”라고 서술하고, 이영란, 앞의 책(주2), 349면도 “사기죄는 기본적으로 개인의 재산권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재산죄다.”라고 하며 재산상 손해발생 필요설을 지지한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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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의 손해란 처분행위 전후 재산의 비교에 따른 전체 재산상태의 감소를 의미 한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필요설에 따르면, 상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재물 ․ 이 익을 편취한 경우에는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른다. 둘째, 사기 죄의 성립에는 재산상의 손해발생이 필요하지 않다고 하는 입장이 있다. 이 불 요설(不要說)은 사기죄의 보호법익이 전체재산이 아니라 개별재산이므로 전 체 재산상태의 감소를 의미하는 재산상의 손해발생은 사기죄의 성립과 관계가 없다고 주장한다.31) 그래서 불요설에 따르면, 상당한 대가를 지급하여 재물 ․

이익을 편취한 경우에도 사기죄는 성립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 견해는 재 산상의 손해가 발생하지 않아도 사기죄의 법익이 침해될 수 있다고 보는 점에 서 위와는 관점을 달리한다. 셋째, 사기죄를 재물사기죄와 이익사기죄로 구분 하여 전자의 경우에는 손해발생이 필요하지 않으나 후자의 경우에는 손해발생 이 필요하다고 보는 입장이 있다. 이 이분설(二分說)은 사기죄를 그 같이 둘로 구분하여 요건을 달리 설정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다 할 논거를 제시하지 않아 스스로 비판의 여지를 제공한다. 실제 본 견해는 손해발생의 요부를 놓고 사기취재(詐欺取財)의 경우와 사기이득(詐欺利得)의 경우로 나누어 고찰할 필요가 있다는 정도의 언급만 하는 데에 그친다.32)

정성근 ․ 박광민, 앞의 책(주2), 382면도 “사기죄가 재산침해범죄라는 취지에 비추어 긍정설이 타당하다”라고만 서술한다. 한편, 사기죄의 보호법익이 전체재산임을 강조하는 견해로서, 김성 돈, 앞의 책(주2), 353면은 “사기죄의 보호법익을 전체로서의 재산으로 보고, 보호법익의 정도 를 침해범으로 해석하는 태도를 취하는 이상 필요설이 타당하다.”라고 주장한다. 또한 임웅, 앞 의 책(주2), 395면도 “사기죄의 주된 보호법익을 재산으로 파악하는 이상 재산상의 손해발생 이 필요하다”라는 식의 간략한 논거를 대는 데에 그친다.

31) 예컨대, 정영석, 앞의 책(주1), 355면은 “기망되지 않았더라면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공 여하고 싶지 아니한 것을 기망된 결과 공여하였다는 사실” 그 자체가 “일종의 재산적 손해”라 고 주장하며, 정영일, 앞의 책(주1), 316면은 “상대방의 재산권을 기망을 통하여 침해”한 데에 사기죄의 본질이 있다고 본다. 또, 오영근, 앞의 책(주1), 301면도 “사기죄의 보호법익은 전체 로서의 재산이 아니라 개개의 재산”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32) 대표적으로 김종원, 앞의 책(주2), 법문사, 1973, 216~217면; 황산덕, 앞의 책(주2), 303면;

정성근, 앞의 책(주2), 414~415면이 그러한 입장을 취한다. 이들 견해는 사기취재에서는 개 별재산의 상실을 법익침해로 파악하고 사기이득에서는 전체재산의 감소를 법익침해로 파악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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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견해를 놓고 그 당부를 검토하려면 먼저 사기죄의 보호법익에 관한 문제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다. 확실히 학설이 인정하는 대로 사기죄의 보호법 익에는─의사결정의 자유는 별론으로 하고─재산이 포함된다. 따라서 사기죄 는 그것이 침해범임을 전제로 할 때에 보호법익인 재산이 침해되어야 기수에 이른다. 그렇다면 이제 논의의 흐름에 따라, 보호법익으로서의 재산이 침해된 다고 하는 것이 대체 무슨 함의를 가지는지를 살펴볼 순서이다. 절도죄를 예로 들면, 동죄의 기수는 재물이 점유자로부터 행위자에게 옮겨간 때에 성립한다.

즉, 기수의 성립에 점유의 이전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절도죄는 이전죄(移轉 罪)라고 설명된다. 설사 행위자가 재물을 절취하면서 그 가치만큼의 금전을 놓 고 나왔더라도 절도죄의 성립에는 소장이 없다. 절도죄에서 법익의 침해는 재 물의 점유를 빼앗아 감으로써 권리자가 이를 용익 ․ 처분하는 것을 방해하는 데 에 그 본질이 있기 때문이다. 판례가 절도죄의 성립에 있어 “권리자를 배제하 고 타인의 물건을 자기의 소유물과 같이 그 경제적 용법에 따라 이용 ․ 처분하 려는 의사”, 즉 불법영득의사를 요구하는 것33)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나아 가서 이 같은 사정은 강도죄나 공갈죄 같은 다른 이전죄에 있어서도 딱히 달라 질 바가 없다. 행위자가 재물 ․ 이익을 강취 또는 갈취하면서 그 가치만큼의 금 전을 교부하였다고 해서 강도죄나 공갈죄가 성립하지 않을 리 만무하다. 이들 범죄에서도 법익의 침해는 무엇보다 권리자의 점유를 탈취한다는 점에서 구할 수 있고 또 그러해야 마땅하다.

그렇다면 위와 마찬가지의 논리를 똑같은 이전죄인 사기죄에 대해서도 적용 해 볼 필요가 있다. 행위자가 재물 ․ 이익을 사취하면서 그 가치만큼의 이익을 제공하였다고 해서 과연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을지 라고 하는 점에 대해서는

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왜 같은 범죄 내에서 그와 같이 법익침해의 내용을 둘로 나누어서 파악해야 하는가 라는 의문에 있다.

33) 대법원 1965. 2. 24. 선고 64도795 판결; 대법원 1973. 2. 26. 선고 73도51 판결; 대법원 1981. 10. 13. 선고 81도2394 판결; 대법원 1981. 12. 8. 선고 81도1761 판결; 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5도8081 판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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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하기가 쉽지 않다. 재물이라고 해서 반드시 다른 이익으로 환산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또 이익이라고 해서 권리자가 원치 않는 시점에 그것도 하자 있 는 의사에 기해서 이전되는 것이 법익침해가 아니라고 말하기 어렵다. 따라서 굳이 손해발생을 내세우지 않아도 사기죄에서의 법익침해는 개별재산이 기망 에 의해 이전되었다는 점 그것 하나만으로 충분하다고 해야 한다. 이론상으로 볼 때 사기죄는 개별재산에 대한 죄로서도 충분히 그 자리를 찾을 수 있으며, 여기서 더 나아가 사기죄를 전체재산에 대한 죄로 축소할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이처럼 사기죄의 구성요건적 결과인 법익침해를 개별재산의 상실 그 자체에서 구할 수 있는 이상, 그에 더하여 굳이 전체재산의 감소가 있어야 만 사기죄의 법익이 침해된다고 볼 실익은 떨어진다. 사기죄의 성립요건에 재 산상의 손해발생을 추가할 것인가 하는 것은 당위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 제인 것이다. 그러므로 사기죄가 재산범죄이고 그 주된 보호법익이 재산이므 로 사기죄의 성립에 재산상의 손해발생이 필요하다고 하는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사실 이상에서 거론한 논리는 형법의 재산범죄 편에 정확히 반영되어 있다.

배임죄 하나를 제외하고 재산범 중 그 어느 것도 재산상의 손해발생을 명문의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설이 손해발생을 불 문의 요건으로 추가하는 까닭은 바로 사기죄의 성립범위를 좁히고자 하는 노 력에 있다. 불요설을 따르는 판례를 그대로 고수하는 한 부차적 사정에라도 기 망이 있을 경우 사기죄의 성립을 피할 수 없다. 다시 말하지만, 판례는 착오에 의한 개별재산의 이전 자체를 사기죄의 법익침해로 파악한다. 그리고 그 착오 를 초래하는 기망의 대상에 대해서 판례는 아무런 제한을 가하지 않고 있다.

“사기죄의 실행행위로서의 기망은 반드시 법률행위의 중요 부분에 관한 허위 표시임을 요하지 아니하고, 상대방을 착오에 빠지게 하여 행위자가 희망하는 재산적 처분행위를 하도록 하기 위한 판단의 기초가 되는 사실에 관한 것이면 충분하[다]”34)라고 하는 것이 판례의 반복된 법리이다. 그래서 판례는 사기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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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보호법익을 개별재산으로 파악하면서 그 침해의 형식적 측면에 주목하는 입장이라 풀이될 수 있다.

이에 반대해서 학설은 보호법익을 전체재산으로서 파악하려고 시도하나, 동 견해 역시도 판례에 대척(對蹠)되는 또 하나의 극단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바 람직한 대안이 되지 못한다. 동 견해에 따른다면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지 않은 모든 사례에서 사기죄의 성립을 부정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는데, 이처 럼 모 아니면 도 라는 식으로 어느 한 극단을 추구하는 것은 법적용의 융통성 을 잃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법문에 충실하게 재산상 손해발생이 요건 이 아니라고 보면서도 사기죄의 성립범위를 제한할 수 있는 이론이 요청되는 시점이다.

Ⅳ. 대안의 모색

입법자의 의도를 추단컨대, 형법 제347조가 사기죄의 요건에서 재산상 손해 발생을 배제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같은 재산범죄 편에 규정된 배임죄와 비교해 볼 때, 형법이 배임죄의 요건으로 재산상 손해발생을 요구하 고 또 사기죄의 요건으로 그를 요구하지 않는 것은 그만큼 양자를 달리 취급하 고자 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법문의 규정에 미루어, 배임죄에서의 법익침해가 전체재산에 대한 침해, 즉 전체로서의 재산의 감소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 과 달리, 사기죄에서의 법익침해는 개별재산에 대한 침해, 즉 개체로서의 재산 의 상실 자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러므로 적어도 조문에 충실하는 한, 사기죄의 보호법익은 전체재산이 아닌 개별재산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35)

34)대법원 1995. 9. 15. 선고 95도707 판결; 대법원 1996. 2. 27. 선고 95도2828 판결; 대법원 2004. 6. 11. 선고 2004도1553 판결 등.

35)이러한 맥락에서 이재상, 앞의 책(주2), 326면이 “사기죄의 보호법익이 재산권, 즉 전체로서의 재산이라는 데는 이론이 없다.”라고 단정짓는 것은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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례가 사기죄의 성립에 재산상 손해발생이 요건이 아니라고 보는 것도 법문을 그대로 해석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며, 그러한 만큼 판례는 사기죄의 보 호법익을 어디까지나 개별재산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제 와서 조문을 초월하 여 또 판례를 외면하고 재산상 손해발생이 사기죄의 요건이 되어야 한다고 주 장하기 위해서는 넘어서야 할 장벽이 만만치 않게 기다리고 있음을 알아야 한 다. 그러므로 사기죄의 성립범위를 현행보다 좁히기 위해서는 법문에 배치되 지 않는 방향으로 기존에 있는 요건을 제한해석하는 것을 검토해 볼 수 있다.

제347조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 ․ 이익을 취득한 때에 사기죄가 성립한다 고 규정한다. 동조의 기망이란 흔히 사람의 착오를 야기하는 행위라고 풀이된 다. 판례는 이 착오가 반드시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에 관한 착오일 필요가 없고 처분행위를 하기 위한 판단의 기초사실에 관한 것이면 족하다고 하고 있다. 그 러한 결과로 기망과 착오 간에 조건관계만 있으면 사기죄는 언제라도 성립할 수 있는 범죄가 되었다. 바로 이 점이 사기죄의 범위를 넓히는 주요한 요인이 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사기죄의 성립범위를 좁히려면 기망의 대상이 되는 착 오를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에 관한 착오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 기서 말하는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에 관한 착오란 다름 아닌 거래목적의 실현 이나 반대급부의 속성에 관한 착오를 의미한다. 즉, 애당초 교부자가 의도하였 던 거래목적을 실현할 수 없음이 밝혀졌을 때, 또 처음에 거래에 임할 당시 생 각했던 바와는 반대급부가 성질을 달리할 때에는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에 관해 착오가 있는 것으로 보아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리고 거 래에서 중요하지 않은 사정에 관해 착오를 일으켰을 때에는 사기죄의 성립을 제한하는 것을 검토해 봄직하다. 지금처럼 부수적 사정에 관한 착오까지도 모 두 사기죄의 성립을 기초지울 수 있다고 보아서는 사기죄의 성립범위가 지나 치게 넓어진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용도사기에 관련한 전기(前記) 판례를 보면, 거래목적에 관해 착오가 있어 사기죄의 성립을 인정해도 좋은 사례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례도 있다. 이 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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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부분에서 충분히 언급하였기 때문에 반복을 생략한다. 이제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이라는 기준에 의거하여 학설의 물음에 응답하면 다음과 같다. 앞서 인용했듯, 학설은 용도사기에 관련해서 아래와 같은 세 가지의 물음을 던진다.

첫째, “반드시 손에 넣고 싶은 귀한 골동품의 소유자에게 기망수단을 써서 매수하였으나 정당한 가격을 지불한 경우”에 사기죄가 성립하는가. 가령, 처음 부터 소유자가 국립박물관에만 골동품을 판매하기를 희망하였는데 일반인이 국립박물관 관계자라고 속이고 이를 매수한 경우에는 설사 소유자가 정당한 대가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기망에 의해 거래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것이 되므 로 사기죄의 성립을 인정해야 한다. 이 때에 사람을 속이는 행위는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에 착오를 일으켜 거래목적의 실현을 저해하는 것이므로 사기죄의 실 행행위로 평가받는다. 반면, 그 골동품이 실상은 희귀한 물건인데 상대방이 소 유자에게 흔하디 흔한 물건이라고 속이고서 자신에게 팔도록 유도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매수한 경우에는 사기죄의 성립을 부정해야 한다. 팔지 않고 계속 소장했을 경우에 장차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사정 혹은 소유자가 타인이 가지지 못한 희귀품을 소장하기를 원한다는 사정 등은 금전을 받고 골동품을 판다는 거래 자체의 목적 실현과는 관계가 없다. 그러므로 위와 같이 사람을 속이는 행위는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에 관해 착오를 일으키는 행위가 아니며 사기죄의 실행행위가 될 수 없다.

둘째, “농번기에 농촌 일손이 부족하여 기망수단으로 노동력을 제공받았으나 상당한 노임을 제공한 경우”에 사기죄가 성립하는가. 예컨대, 구인광고에는 과 수원에서 일할 인력을 모집한다고 되어 있었는데 그 광고를 보고 찾아온 구직 자에게 축사에서 일하도록 한 경우에는 설령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였다 하여도 사기죄의 성립을 인정해야 한다. 이 때에 구직자는 노임의 대가로서 과수원에 서 근로를 제공한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축사에서 근로를 제공하게 되었으 므로 반대급부의 속성에 관해 착오가 있었던 것이 된다. 이는 법률행위의 중요 부분에 관한 착오이므로 그를 유발하는 기망행위는 사기죄의 실행행위로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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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 마땅하다. 이와 달리, 주중에는 농장에서 작업을 하며 주말에는 현지 배낭 여행을 하는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을 홍보하여 작업원을 모집하였는데 실제 로는 그 인근에 여행객들이 선호할 만한 명소가 없었던 경우에는 사기죄의 성 립을 인정할 수 없다. 농장에서 작업을 하며 정당한 대가를 수령한 이상 인근에 여행할 만한 명소가 없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반대급부의 속성에 관한 착오를 기 초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기망행위는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에 착오 를 유발하는 행위가 아니므로 사기죄의 실행행위라고 평가받지 못한다.

셋째, “일정한 자격자만이 입장이 허용되는 무료영화관람에 무자격자가 기 망수단으로 입장하여 영화를 관람한 경우”에 사기죄가 성립하는가. 예를 들어, 영화의 무료시사회와 같은 행사는 기자와 같은 특정한 직업군에 종사하는 사 람들에게 미리 영화를 관람할 기회를 주어 영화를 널리 홍보할 목적으로 개최 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한 행사에 기자의 신분이 없는 일반인이 기자라고 속 이고 입장해서 공짜로 영화를 관람한 경우에는 사기죄의 성립을 인정해도 무 방하다. 이 경우에 행위자는 기망수단을 써서 영화티켓 대금 분의 이익을 취득 하였으나 주최측은 착오에 빠져 영화 홍보라는 소기의 목적을 실현하지 못했 기 때문이다. 이 때에 행위자가 야기한 착오는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에 관한 착 오이다. 자신을 기자라고 속이는 기망은 사기죄의 실행행위가 된다. 이와 다르 게, 외부인이 청소원으로 몰래 가장해 상영관에 입장해서 극장 한 모퉁이에서 영화를 관람한 경우에는 사기죄의 성립을 인정하기 곤란하다. 이 경우에는 청 소원으로서 극장에 입장하고 또 그를 묵인하는 행위 자체가 어떠한 거래를 구 성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행위자가 청소원으로 가장해 주최측의 착오를 일으 켰다고 해도 그것은 거래목적의 실현과는 관련을 맺지 않는다. 이 때에 행위자 가 야기한 착오는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에 관한 착오가 아니다. 자신을 청소원 으로 속이는 기망은 사기죄의 실행행위가 아니다.

한 가지 첨언을 하면, 위와 같은 논리는 사기범론(詐欺犯論)에서 그다지 낯 설지만은 않다. 사기죄에서 손해발생을 요건으로 삼지 않는 점, 또 배임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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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발생을 요건으로 삼는 점은 일본형법도 우리와 동일하다.36) 그런 연고로 일본에서도 사기죄의 성립범위를 한정하려는 목적에서 재산상 손해발생을 요 건에 추가하려는 견해가 일각에 주장되어 왔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일본의 판 례 역시 일찍이 재산상의 손해발생은 사기죄의 요건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판시하여 왔다는 사실이다.37) 즉, 판례는 기망이 없었더라면 교부되지 않았을 재물 ․ 이익의 상실 자체를 사기죄의 법익침해로 보는 것이라 파악되며, 이 점 은 사실 사기죄의 법문을 그대로 해석한 데에 지나지 않는다.

일본의 학설을 보면, 우리와는 사뭇 다른 양상으로 이론이 전개되어 왔음을 간취할 수 있다. 현재 일본에서 다수를 점하는 견해는 사기죄를 개별재산에 대 한 죄로 파악하는 입장이다.38) 당연히도 이 견해에서는 교부된 재물 ․ 이익의 상실 자체가 사기죄의 법익침해가 된다고 이해한다. 그래서 동 견해를 따르는 한 사기죄에서 재산상 손해발생은 요건이 아닌 것으로 된다. 이는 판례와 동일 한 관점에 서는 견해이다. 한편, 소수이지만 사기죄를 둘로 나누어 사기취재죄 (詐欺取財罪)에서는 재산상 손해발생이 필요하지 않지만, 사기이득죄(詐欺利 得罪)에서는 그것이 필요하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39) 이에 대해서는 같은 범

36)일본형법의 각 해당 조항은 아래와 같다.

제246조(사기) ①사람을 속여서 재물을 교부하게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②전항의 방법에 의해 재산상 불법한 이익을 얻거나 타인에게 이를 얻게 한 자도 동항과 마 찬가지로 처벌한다.

제247조(배임) 타인을 위하여 그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거나 본인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그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여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만엔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37)1910년 5월 17일의 대심원판결(大判明治43年5月17日刑録16輯879頁)이 그 같은 판시를 내린 이래, 지금까지 같은 취지에 입각한 다수의 판례가 뒤따르고 있다. 판례의 현황을 정리한 것으 로 大塚仁 외 編, 大コンメンタール刑法(第2版), 青林書院, 2000, 109~113면 참조.

38) 이를 ‘형식적 개별재산설’이라고 부른다. 藤木英雄, 刑法講義:各論, 弘文堂, 1976, 308면; 福 田平, 刑法各論(全訂第3版), 有斐閣, 1996, 249면; 川端博, 刑法各論概要(第3版), 成文堂, 2003, 179면; 大谷實, 刑法講義各論(新版第2版), 成文堂, 2007, 257면 참조.

39) 이를 ‘이분설’이라고 부른다. 団藤重光, 刑法綱要各論(第3版), 創文社, 1990, 620면; 大塚仁, 刑法概説 各論(第3版), 有斐閣, 1996, 242면 참조.

참조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