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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학습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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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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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테마학습활동

<한국의 고전작가와 작품세계 9>

염정시(艶情詩)의 세계 담당교수 : 하정승

(2)

염정시의 세계

 인생에서 가장 황홀한 순간은 언제일까? 원하는 학 교에 진학하고 직장에 취직하는 것 등 여러 가지 경 우가 있겠지만, 필자는 사랑의 경험을 꼽고 싶다.

사랑이야말로 동서고금,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인류

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가장 위대한 황홀한 기쁨

이요 행복의 인자(因子)가 아닐까? 때문에 사랑은

인류의 역사에서 문학을 필두로 음악, 미술, 무용,

연극 , 영화 등 다양한 예술 장르에서 지속적으로 다

뤄져 온 주제이기도 하다. 이는 아마도 인류가 존재

하는 한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3)

염정시의 세계

 중국이나 우리나라 한시사에서는 특별히 이러한 사랑을 주제 로 한 한시를 ‘염정시(艶情詩)’·‘애정시(愛情詩)’․‘향렴체시 (香奩體詩)’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러왔다. 염정시의 문학적 매력은 그 무엇보다도 아름답고 애틋한 사랑의 감정을 노래 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자기도 모르게 시인이 느끼는 사랑 의 감정과 동일한 사랑의 황홀함이나 쓰라림 등을 경험케 해 준다는 데에 있을 것이다. 일종의 감정이입 효과이다. 더구나 간결함과 고도로 정제된 압축미가 생명인 한시를 통해서, 해 도 해도 다 못할 사랑의 복잡하고 오묘한 감정을 읊조리는 것 은 얼핏 불가능해 보이기도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렇기 때 문에 사랑노래는 서구의 연애시나 현대시보다 오히려 한시가 더 매력적이고 절절할 수 있다. 다른 식으로 표현하자면, 짧 은 노래에 한없이 긴 여운이 담겨서 미학적 효과를 극대화 시 키는 것이라 해도 좋겠다.

(4)

염정시의 세계

 염정시의 작가는 크게 남성과 여성으로 나눌 수

있다 . 하지만 숫적인 면만 놓고 보면 여류시인보

다는 남성시인의 작품이 훨씬 많다. 남성작가 시

의 경우에도 남성화자의 시와 여성화자의 시로

나누어지는데 , 대체로 여성화자의 시가 남성화

자 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더 많은 양을 차

지한다 .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남성화자와 여성

화자의 변화에 따라 ‘시점(視點)’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 즉 시적화자의 차이가 시점의 차이가 된

다 .

(5)

염정시의 세계

 필자가 따져본 바로는 남성화자의 시는 대체로 3인

칭 시점으로 기술되고, 여성화자의 시는 1인칭 시점

으로 기술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소설에서 말하는

시점을 빌려서 좀 더 세분화 해보면, 남성화자의 시

는 3인칭시점 중에서도 시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심

적 상태와 모든 정황을 화자(話者; narrator)가 다

알고 있는듯한 태도를 취한다는 점에서 ‘전지적 작

가 시점’이라 할 수 있다. 여성화자의 시는 대체로

화자가 시의 내용[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 서술하

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소설로 치면 ‘1인칭 주인공

시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면 이제 고

려시대의 대표적인 사랑 노래 한 수를 살펴보자.

(6)

염정시의 세계

 문에 기대어 석양을 바라보니

 정녕 외딴 마을의 나무에 걸려있구나

 눈물 젖은 눈은 침침한데 새는 멀리 날아가니

 서울이 어디인지 비로소 알겠구나

 한 번 이별한 것이 천 년 같은데

 이 한스러움 누구를 의지하여 말할까

 온 산을 향하여 눈을 크게 떠봐도 또다시 첩첩산중뿐

 그 어디가 님께서 돌아오는 길인가

 倚戶望斜陽 正在孤村樹

 淚眼昏昏鳥 遠飛京國知何處

 一別似千秋 此恨憑誰語

 極目千山又 萬山底是郞歸路

(7)

염정시의 세계

 인용한 시는 고려후기의 시인 김구용(金九容, 1338-1384) 의 작품으로 시의 제목 「복산자(卜算子)」는 송나라 때 유행 했던 쟝르인 송사(宋詞)의 사패(詞牌)중 하나로, 쉽게 말하면 노래의 곡조라고 생각하면 된다. 제목을 통해 시인이 송사의 형식을 빌려 지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시의 시적화자는 떠나 간 님을 기다리는 여인이다. 여인은 님이 떠나간 뒤에 저물녘 이면 매일같이 집앞에 나와 동구밖을 바라본다. 이 시는 시작 부터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한데, 집앞에 나와 문에 기대어 하염없이 저 멀리 바라보고 있는 여인과 뉘엿뉘엿 서산으로 지면서 나무에 걸려있는 저녁 해, 외딴 마을 등이 시각적 조 화를 이루며 시의 의상(意象)을 더욱 침통하게 만들어 준다.

눈물 젖은 눈으로 먼 곳을 응시하던 여인은 마침 저 멀리로 날아가는 새를 목격한다. 그제야 님이 떠난 곳이 새도 쉽게 날아갈 수 없는 먼 서울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8)

염정시의 세계

 제 5구의 “한 번한 이별이 천 년같다”는 말은 그만

큼 이별의 고통이 크다는 것을 암시한다. 님이 과연

돌아오기나 할 지, 또 온다면 그 때는 언제인지, 여

인에게는 이 모든 것이 불안하고 걱정이다. 마지막

7-8구, 사방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첩첩산중뿐이니

그 어디가 님이 돌아오는 길인가라는 독백은 불안하

고 걱정스런 여인의 그러한 심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말이다 . 사실 분명히 산에 난 길이 있음에도 불구하

고 , 그녀의 눈에는 길은 보이지 않고 오직 꽉 막힌

산만 보일 뿐이다. 그만큼 여인은 지금 이별의 고통

과 확신할 수 없는 끝없는 기다림으로 지쳐 있는 것

이다 .

참조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