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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매일경제신문 정순우 기자
사장이 편해야
직원도 편하다
한국 직장인들에게 직장 생활에서 가져야 할 최고의 미덕은 오래전부터 단연‘성실’이었습니다. 성실해야 상사에게‘눈도장’을 받고 그래야만 제때 승진하고 정 년까지 오래오래 일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러다보니 일주일 내내 야근하고 그 걸로도 모자라 주말까지 회 사로 출근하는 사람을 주위에
서 종종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회사 입장에서 이 런 사람을 두고 성실하다고만 평가할 수 있을까요. 오히려 불 성실한 한국 직장인의 전형은 아닐까요. 하루 종일 책상에 앉 아 뭔가를 하고는 있지만 정작 결과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제대로 했다면 한 시간이면 끝 낼 일을 하루 종일 하고도 모
자라 업무시간 끝나고까지 붙잡고 있기도 합니다.
본인을 두고 불성실하다 평가한다면“상사들이 다 남 아있는데 눈치 없이 퇴근하는 게 더 문제 아닌가”라고 항변하면서“어차피 남을 거라면 할 일이라도 있는 게 낫다”라고 반박하겠죠.
이 역시 맞는 말입니다. 한국 조직문화의 안타까운 현 실이죠. 결국 직원들이 제때 퇴근하려면 높으신 분들 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사장님이 눈치껏 일 찍 퇴근해줘야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주위
사장님들은 대부분‘워커홀릭’입니다. 직원 어느 누구 보다 일찍 출근하고 별다른 외부 일정이 없는 한 퇴 근도 늦습니다. 물론 사장님의 야근은 직원의 야근과 는 차원이 다릅니다. 사장님의 야근은 하루 종일 시간 을 쪼개가며 효율적으로 일하고도 다 처리하지 못한 일을 하기 위한‘진짜 야근’입 니다. 그렇다면 왜 사장님만 이 렇게 바쁠까요. 회사 주식을 많 이 가졌으니까, 연봉을 많이 받 으니까 사장님이 바쁜 건 당연 한 걸까요.
아무것도 하지 않은 두 낫씽 (Do Nothing)의 리더십 여기서 외국 사례 하나를 소개 하겠습니다. 클라우드컴퓨팅 및 네트워크 보안 분야 세계 1위 기업인 미국 시트릭 스(Citrix)의 마크 템플턴 최고경영자(CEO)는 작년 가 을 가족문제를 이유로 돌연 휴직을 선언했습니다. 지 금까지 회사의 모든 의사결정을 도맡아오던 CEO가 몇 달간 자리를 비우겠다는 요청은 우리가 보기에 말 도 안 되는 것 같지만 시트릭스 이사회와 직원들은 이 를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그렇다면 그 후 회사는 어떻 게 됐을까요. 공교롭게도 CEO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시트릭스의 작년 4분기 매출은 전년대비 10% 가까
매일경제신문 정순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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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Summer
이 늘었고 순이익도 21.6%나 급증했습니다. 올해도 무탈하게 순항 중입니다.
리더십의 대가인 키스 머니건(Keith Murnighan) 미 국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최고의 리더십이‘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즉‘두 낫씽(Do Nothing) 리더십’이라 고 역설합니다. 두 낫씽 리더십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 가 바로 시트릭스입니다. 시트릭스의 이사회와 직원들 은 회사가 운영되는 확고한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굳 이 CEO가 없어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의 휴직을 수락한 것이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서 밤늦게까지 일하는 사장님의 입장에서 생각해봅시다. 내 자식과 같은 회사를 키우 기 위해 기꺼이 야근을 감수하지만 그들 마음 속 깊은 곳엔“내가 왜 이 시간에 여기서 이 고생인가”라는 생 각이 있습니다. 제가 기자로서 많은 중소기업 사장님 들을 만나면서 깨달은 사실이
그들도 똑같은 사람이라는 점 입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 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장이기에,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할 일을 우선시합니다. 스 트레스죠. 사장의 스트레스는 임원을 거쳐 직원들에게 전달 되기 마련이고 결국 경직되고 비효율적인 조직문화로 귀결됩 니다. 직원들이 받는 업무상 스
트레스의 근본 원인은 바로 사장에게 있는 것입니다.
때문에 사장이 스트레스 없이 편하게 일해야 직원들 도 편하게 일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 기업의 현실을 고려할 때‘두 낫씽’을 무 작정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대기업들이야 모르겠지만 중소·중견기업에서 사장이 갑자기 현업에서 손을 떼 버린다면 바로 다음날부터 회사 운영이 힘들어질 것 이 뻔합니다. 먼저 사장이 없어도 회사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근무시간이 아닌 업무성과로 자신을 알려야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리더가 할 일과 직원이 할 일을 구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직원이 할 일까지 리 더가 신경 쓰게 되면 리더에게 불필요한 스트레스가 생기는 것은 물론, 직원도 주도적으로 업무를 처리할 기회를 잃게 됩니다. 이런 현상이 누적되면 사장님만 바쁘고 직원들은 눈치 보느라 힘들어집니다.
머니건 교수가 꼽은 리더의 할 일은 빠른 의사결정과 적재적소에 인력을 배치하는 것 두 가지입니다. 큰 그 림에서 회사 운영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인력을 배 치하고 직원이 독자적으로 처리하기 힘든 장벽에 부 딪혔을 때 그 장벽을 걷어내 주는 것. 이 두 가지만 잘 해도 좋은 리더입니다. 여기서 리더가 꼭 사장일 필요 는 없습니다. 사장에게 권한을 부여받은 임원도 똑같 은 리더입니다.
시스템이 완성되어 갈수록 사 장이 할 일은 줄어드는 것이 두 낫씽 리더십의 정수입니다.
그렇다면 직원들은 어떻게 해 야 할까요? 일단 직원이 해야 할 일에 충실해야 합니다. 본인 의 직급과 직책에 맡는 업무를 차질 없이 해 내는 것이 최우 선이죠. 그리고 리더가 되기 위 해 본인의 전공은 잠시 잊고 큰 그림에서 생각하는 훈련도 하길 권장합니다. ‘내가 팀장이라면’, ‘내가 본부장이 라면’, ‘내가 사장이라면’과 같은 가정을 자주 해본 사 람이 실제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훨씬 더 높은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이제 근무시간이 아닌 업무성과로 자신을 알려야 합 니다.
할 일 다 했으면 남 눈치 안 보고 퇴근하는 문화가 자 리 잡는다면 더 이상‘성실’로 자신을 포장할 필요는 없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