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255호
(2021. 3.26)
북한의 전술유도탄 발사 배경과 향후 전망 분석
성기영 외교전략연구실장
제255호
March 2021. No. 255
국문초록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와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소집 등으로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정중동(靜中動)을 유지하던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가 ‘한반도 비핵화’ 대신 ‘북한의 비핵화’만을 강조하며 한미연합훈련 중단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 데서 미국 신행정부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었을 것으로 보인다. 미사일 발사를 통해 미중관계 재정립, 아프가니스탄 철군 일정, 이란 핵합의 복귀 등으로 갈길 바쁜 바이든 행정부 외교안보팀을 향해 적어도 핵미사일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시키는 데는 성과를 거두었다. 북한의 향후 행보와 관련하여 오바마 행정부 초기 도발적 행동패턴으로 회귀하거나 중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통해 북미 긴장 상황을 유지하면서 미국과의 장기전에 대비하는 두 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해볼 수 있다. 북한이 두 가지 방안 중 어떠한 시나리오를 택할지는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재검토 결과에 달려있다.
핵심어 : 전술유도탄 발사, KN-23, 바이든 대북정책
북한의 전술유도탄 발사 배경과 향후 전망 분석
이슈브리프 255호
북한의 전술유도탄 발사 배경과 향후 전망 분석 01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와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소집 등으로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정중동(靜中動)을 유지하던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3월25일 북한이 신형 전술유도탄 2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하고 한미 양국이 우려를 표명하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재검토 과정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한미 양국의 반응에는 온도차가 감지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화의 분위기에 어려움을 주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우려를 표명하는 수준에서 대응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동시에 북한을 향해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를 유지하는 한 외교의 기회가 열려있다 는 메시지도 던졌다.
바이든 취임 당시부터 계획
미국 신행정부의 대북정책 재검토가 막바지에 이른 단계에서 북한이 동해 상으로 미사일 발사에 나선 데에는 최근 한미, 미중 고위급회담 결과에 대한 나름의 독법(讀法)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한국 정부가 트럼프 시대 북미 협상의 성과였던 한반도 비핵화와 체제안전 보장이라는 프레임을 계승하려는 외교적 노력을 지속한 데 비해, 바이든 행정부는 ‘한반도 비핵화’ 대신 ‘북한의 비핵화’만을 강조하며 한미연합훈련 중단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 데서 북한은 신행정부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었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방한과정에서 북한을 향해 “자국민에 대해 체계적 이고 광범위한 학대를 자행하고 있다”고 비난하자 이를 북한 체제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더 이상 대북정책 재검토를 기다리기 보다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성기영 (외교전략연구실장)
이슈브리프 255호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개량형으로 확인된 이번 전술유도탄 발사는 두 달 전 바이든 대통령 취임 당시부터 계획되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취임 이틀 후였던 1월22일 이미 순항미사일 2발을 서해상으로 발사한데다 미국이 한미, 미중 고위급회담(2+2)을 통해 동아시아 외교 행보에 본격적으로 나서자 또한번의 순항 미사일 시험을 단행한 바 있기 때문이다. 단, 앞서 두 번의 순항 미사일을 동해가 아닌 서해상으로 발사하고 바이든 취임식 직후 미사일 시험은 아예 대외적으로 공개조차 하지 않았던 것은 북미협상 재개 가능성에 대한 나름의 계산 아래 수위 조절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발사 현장에 김정은 위원장이 나타나지 않은 것도 바이든 시대 북미관계의 판이 아직 짜여지지 않았다는 인식 하에 미국의 반응을 먼저 확인하기 위한 의도로 읽혀진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오바마 정부 출범 초기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장거리 로켓 발사와 비교된다. 오바마 행정부 출범 석 달만인 2009년 4월, 북한은 장거리 로켓 ‘은하-2호’ 발사를 단행했고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7년 2월에도 무수단급(사거리 3천∼3천500㎞ 이상) 중거리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다. 미국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질 때마다 중저강도 미사일 도발을 통해 존재감을 나타내고 미국의 대외전략에서 북한 문제의 중요성을 과시하려는 북한식 외교 문법으로 이번 전술유도탄 발사를 설명할 수 있는 이유이다.
북한이 노린 정치적 타이밍
미국 신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기간 내에서 미사일 시험의 정치적 타이밍을 어떻게 잡느냐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북한은 아베 일본 총리와의 미일 정상회담 날짜에 맞춰 미사일 시험을 단행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회담이 열리던 플로리다 현지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보도를 보고 심야 긴급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번에도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 직후와 첫번째 기자회견에 맞춰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집중했다. 당초 바이든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코로나, 경제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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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전술유도탄 발사 배경과 향후 전망 분석 03
총기사고 등 국내 문제에 집중될 것으로 관측되었으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인해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 문제가 외교 정책의 최우선순위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북한은 미중관계 재정립, 아프가니스탄 철군 일정, 이란 핵합의 복귀 등으로 갈길 바쁜 바이든 행정부 외교안보팀을 향해 적어도 핵미사일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시키는 데는 성과를 거두었다.
북한으로서는 외교적 소득이라고 평가할 만한 대목이다.
북한의 다음 행보를 예측하게 하는 두 가지 외교적 변수는 미중 전략경쟁의 향배와 북중밀착의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미중관계는 알래스카 고위급회담 결과에서 보듯 당초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전략경쟁의 구조화와 공고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당초 미중 2+2회담은 트럼프 시대 중단되었었던 전략적 소통 채널을 재건한다는 ‘새로운 시작’의 의미를 가진 외교 이벤트였다.
그러나 예상치 못했던 블링컨 국무장관과 양제츠 국무위원의 언쟁으로 인해
‘새로운 시작’으로서의 의미는 퇴색되고 대결 국면만이 부각되고 말았다.
미중관계와 북중밀착 수준이 변수
북한은 바이든 정부의 미중관계가 민주주의와 인권을 주축으로 하는 규범과 가치 충돌의 문제라고 판단할 경우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거나 이에 편승할 이유를 찾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미중관계의 본질이 규범과 가치 충돌은 표면적 이유일 뿐 국제정치의 주도권, 동아시아의 패권적 지위, 그리고 한반도 문제 해법의 선점을 노리는 영향력 경쟁이라고 판단하는 순간 이야기는 달라진다. 북한이 외교적 고립 상태를 ‘벗어나기’ 전략이 아닌 ‘버티기’ 전략 으로 종주하겠다는 구상을 분명히 한 이상, 생존전략을 위해서라도 지정학적 대결 국면을 조성하고 활용해야 하는 유인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쿼드(QUAD) 정상회의와 미일, 한미, 미중 고위급회담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던 동아시아 외교의 지각변동 국면에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통해 편승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미중경쟁의 향배는 이러한 관점에서 향후 북한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는 배경요인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북중밀착 구도 역시 북한의 전략적 계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다.
중국은 경제 제재 장기화 국면에서 노동당 8차 당대회 이후 북한의 ‘자력갱생 시즌2’를 지원할 수 있는 유일한 우군인 동시에 바이든 행정부의 공격적 인권 외교에 맞서 한목소리를 낼 수 있는 파트너이다. 특히 미중 고위급회담이 공동성명도 없이 거친 설전으로 막을 내린 이후 중국의 주변국 외교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미중 알래스카 회담 직후 중국은 러시아와 외교장관 회담을 통해 ‘소그룹을 이용한 집단대결을 멈춰야한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동맹 복원 움직임을 비난했고 ‘타국 내정에 대한 간섭을 중단하라’며 인권의제화 시도를 맞받았다.
북한도 이러한 분위기를 놓치지 않고 시진핑 주석과 구두 친서교환으로 북중밀착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친서에서 ‘적대 세력의 도전과 방해에 대응하는 북중단결’을 강조했고 시진핑 주석은 ‘새로운 상황에서 북한 동지들과의 협력’을 역설했다. 북중 양국 정상 모두 ‘적대세력’과 ‘새로운 상황’
이라는 표현으로 바이든 행정부를 함께 겨냥하는 ‘이인삼각(二人三角)’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두 가지 시나리오
북한의 전술유도탄 발사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소집 등으로 인해 바이든 행정부 북미관계의 불확실성은 더욱 높아졌다. 조만간 모습을 드러낼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재검토 결과와 북한의 미사일 추가 시험 여부에 따라 북미 간 긴장의 수위는 더욱 높아질 수도 있다. 지금으로서는 두 가지 시나리오를 예상해볼 수가 있을 것이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오바마 행정부 초기 북한의 도발적 행동패턴으로 회귀 할 가능성이다. 북한은 오바마 대통령이 선거운동 기간 ‘과감하고 직접적인 외교(tough and direct diplomacy)’를 공언하며 북미 직접대화의 가능성을 예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취임 이후 대북 특사 파견 등 가시적 조치가 이뤄지지 않자 4월을 기점으로 행동에 나선 바 있다. ‘은하-2호’ 로켓 발사가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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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전술유도탄 발사 배경과 향후 전망 분석 05
이었다. 위성발사를 표방한 탄도미사일 시험 이후 북한은 핵연료봉 재처리 방침 발표(4/14) → IAEA 감사요원 추방(4/16) → 핵연료봉 재처리 개시 발표(4/25) → 2차 핵실험 실시(5/25) 등으로 북미 간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바 있다. 북한이 3월말 미사일 실험을 북미관계 전환의 변곡점으로 판단한다면 지난해 당창건 75주년 열병식과 노동당 8차 당대회에서 예고했던 전략무기의 추가 공개 및 실험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중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통해 북미 긴장 상황을 유지 하면서도 ICBM 등 전략적 도발은 자제하면서 미국과의 장기전에 대비할 가능성이다. 바이든 정부가 어떠한 형태로든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고 추가 제재에 나서지 않는 한 북한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추진에 집중해야 하는 국내적 필요성에 직면해 있다. 중국도 미중 충돌 국면에서 북한의 활용도를 감안하면 막후 경제지원에 대해 더욱 적극적 태도로 나설 수 있다. 실제로 이는 최근 신압록강대교 조기 가동 움직임 등으로 인해 가시적 조치로 이어 지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중국과의 긴밀한 조율을 통해 철저하게 계산된 수준에서 군사적 시위를 지속함으로써 미국에 굴복하지 않고 자력부강 노선을 견지한다는 명분을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이 두 가지 방안 중 어떠한 시나리오를 택할지는 무엇보다도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재검토 결과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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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내용은 집필자 개인의 견해이며,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