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Crisis Pattern Change and Its Implication for National Crisis Management System
It has been ten years since the Republic of Korea has established a comprehensive national crisis management system. There were several attempts on changes in policy and the recognition of crisis management as one of academic fields was improved.
However, the fact that we discuss national crisis management system in perspective of ‘organization’ remains the same. It is true that one of the most effective way to manage crisis is how to assure the role of ‘control tower’ and in this context, the role of the Blue House is critical in order to integrate each ministry’s efforts. Yet, there are more issues which require fundamental discussions.
Currently, crisis management system in the Republic of Korea is conceptually di- rected based on traditional security, disaster, and national critical infrastructure and this generates ambiguity in forming universally accepted crisis concept. In addition, politicization of crisis management, lack of public discourse on the role of the gov- ernment, and rapidly changing crisis patterns, all lead to further confusion regarding crisis management.
This paper highlights changes of crisis patterns, assesses the national crisis manage- ment system, and suggests future directions on crisis management system.
Key Words : crisis, crisis management, crisis management system, crisis response, cri- sis pattern
국가위기 양상의 변화와 대응방향 †
부형욱*, 최수온**1)
Ⅰ. 서론
Ⅱ. 위기관리의 개념과 위기대응
Ⅲ. 위기양상의 변화와 한국의 위기관리
Ⅳ. 위기관리 발전방향
Ⅴ. 결론
†1)본 논문은 2014년 4월 8일-11일에 개최된 제17차 한미 국방분석세미나에서 영문으로 요약 발표된
“Crisis Pattern Change and Its Implication for National Crisis Management System”을 보완한 것이다.
* 한국국방연구원 국방전략연구실장, 공공정책(위기관리) 박사, [email protected]
**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원, 정치학 박사수료, [email protected]
Ⅰ. 서론
한국이 국가 차원에서 위기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를 수립한 지 10년이 지났다. 그동안 여러 정책 변화 시도가 있었고, 학문분야로서 위기관리의 인지도 도 높아졌다. 그러나 국가위기관리체계의 문제를 ‘조직’을 중심으로 논의한다는 점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효과적인 위기관리체제 구축을 위한 주된 논의는 청와 대의 위기관리조직을 어떻게 조정해야 하는지에 초점을 두고 있다. 물론 효과적 인 위기관리의 핵심 중의 하나가 ‘콘트롤 타워’ 역할을 어떻게 보장하느냐에 있 고, 이런 맥락에서 각 부처의 노력을 통합하는 청와대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 나 위기관리에 관한 보다 근본적인 이슈가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의 위기관리체계 정비에 주된 관심이 쏠리는 점에 대해서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의 국가위기관리체계는 개념적으로 전통안보, 재난, 국가핵심기반으 로 나누어져 관장된다. 이로 인해 ‘위기’에 관한 보편적인 개념 정립에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또한 위기관리를 통합적으로 관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인 법률 제정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위기관리의 정치화가 진행되고 있는 현 대국가의 상황을 충분하게 감안하지 않고 위기관리체제를 논의한다는 점도 문 제이다. 정부관료제 틀 안에서 국가위기관리를 모두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논의가 정부를 중심으로 진행된다는 점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더욱 이 이러한 문제들이 상존하는 가운데 위기발생 양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 글은 위기발생 양상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그동안 진행된 한국의 국가위기관리 관련 논의에 더하여 보다 근본적인 이슈를 다루고자 하는 의도에서 쓰여졌다. 본 논문에서는 위기개념을 고찰하고, 위기양상의 변화를 강 조하며, 한국의 위기관리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향후 대응방향에 대한 제언을 하고자 한다.
Ⅱ. 위기관리의 개념과 위기대응
1. 위기관리의 개념2)
위기관리는 1950년대 소련의 전략 핵공격에 대한 미국의 민방위(civil defense) 활동에서부터 시작하였다. 그러나 위기관리가 실무적・학문적으로 발전하게 된 계기는 다름 아닌 미국의 주정부와 지방정부 수준에서 재난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에서 비롯되었다. 이에 따라 실무적・학문적으로 위기관리가 체계화되는 과정에서 주정부 및 지방정부 수준에서 연구되었던 재난관리의 틀 을 원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본래 지방정부 및 주정부 수준에서 연구되었던 모델 이 국가 수준으로 확대하여 개념화된 것이다.
애초부터 위기관리가 독자적인 영역으로 발전되지 않았기 때문에 위기관리의 체계화 과정에서 몇 가지 문제가 노정되었다. 지금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 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국방 및 안보 분야에서의 위기 개념을 타 분야 및 국가 차원에서의 위기 개념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이냐 하는 문제이다. 국방 및 안보 분야에서는 학계와 민간 부문에서 사용하는 위기 개념과는 별도로 위기가 영어 의 ‘crisis’를 지칭한다고 보고, 이를 주로 전쟁 발발과 연관시키면서 개념화를 시도한다. 안철현은 국방 분야의 위기관리 활동 및 기능을 논하면서 “위기관리 는 전쟁 등 위기가 임박한 시점까지를 대상으로 한다.”고 하였으며, 전경만은
“국방 분야에서 위기 개념은 전쟁과 필연적으로 연계되는 것이며 위기관리의 실패가 곧 전쟁이다.”고 강조했다(안철현, 2009).3) 한편 국방부에서는 위기관리 를 국내 또는 국제적 위기발생의 예방, 위기발생 시 상황통제 및 피해 범위의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면서 전쟁으로의 확대를 방지하고,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 결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및 절차로 보고 있다. 또한 위기관리는 사태인지・위기
2) 이하의 내용은 필자가 참여하여 작성한 정책연구보고서(서주석 외(2012), 국가위기관리 및 비상 대비체제 발전방안, 서울: KIDA Press)의 내용을 바탕으로 하였다.
3) 전경만 박사 인터뷰, 2009년 2월 9일.
평가・대안모색・시행 등의 과정으로 구성되며, 위기상황이 종결될 때까지 반복하 는 것으로 개념화한다.
이처럼 위기를 어떤 범주로 보는지에 따라 국방 및 안보 분야 내에서도 상이한 위기관리 담론이 형성될 수 있으므로 위기관리를 논의하기 전에 먼저 위기의 개념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위기관리와 마찬가지로 위기 개념과 관련해서 도 학문 및 실무 차원에서 서로 다르게 정의되고 사용되고 있어서 혼란을 야기하 고 있다. 한국어로 ‘위기’는 영어의 ‘emergency’ 또는 ‘crisis’를 지칭한다. 예전에 비상기획위원회를 ‘Emergency Planning Commission’으로 번역한 예에서 보듯이
‘emergency’를 ‘비상’으로 사용하기도 하였지만 최근 들어서는 학계를 중심으로
‘비상’보다는 ‘위기’라는 용어가 통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미국의 각종 법령 및 제도에서, 위기(emergency와 crisis)와 병렬적으로 사용되 는 용어로는 ‘disaster’와 ‘catastrophe’를 꼽을 수 있으며, 이는 우리말로 ‘재난’
또는 ‘대재난’으로 번역된다. 학계에서는 위기와 재난을 다양한 방법으로 정의하 고, 동일한 용어를 상이한 맥락에서 다른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루이스(Lewis) 는 위기를 ‘어떤 사태 전반’으로 지칭하고, 재난을 ‘부정적인 결과를 광범위하게 초래한 사태’로 정의하였다. 루이스는 이러한 개념화를 거쳐 “위기관리에서 우 리의 관심은 재난과 관련된 부정적인 결과를 최소화하거나 회피하는 데 있다.”
고 본다(Lewis, 1988).
한편 쿼런텔리(Quarantelli)는 emergency, disaster, catastrophe 개념에 질적 차 이가 있음을 강조하고, 3개 용어 간의 위계적 관계를 상정한다(Quarantelli, 2005, pp. 1-9). 캔톤(Canton)은 쿼런텔리의 개념화를 기초로 하여 미국의 국가위기대 응계획을 분석하면서 위기의 개념과 대응단계 및 방법을 중심으로 하는 위기위 계모델을 주장하였으며 이를 요약하면 <표 1>과 같다(Canton, 2007).
<표 1> 캔톤의 위기위계모델
위기 종류 일상적 위기
(emergency)
주요 재난 (major disaster)
대형 재난 (catastrophic event)
대응 수준 운영적
(operational)
전술적 (tactical)
전략적 (strategic)
대응 방법 사건지휘체계
(incident command system)4)
유관기관 협조 (multi-agency coordination)
위기관리 (crisis management)
주 행위자 지방정부 지방 및 주정부 주정부 및 연방정부
출처: Canton, Lucien G. (2007). Emergency Management: Concepts and Strategies for Effective Programs. Hoboken, NJ: John Wiley & Sons.
한국 정부가 위기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는 참여정부 시절 작성된 위기관 리 표준 매뉴얼에서 사용하는 위기 개념에 잘 나타난다. 동 매뉴얼에서 위기는
“국가 주권 또는 국가를 구성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체계 등 국가의 핵심요 소나 가치에 중대한 위해가 가해질 가능성이 있거나 가해지고 있는 상태”로 정 의된다(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 2004). 한국 정부가 상정하는 위기 개념은 캔 톤의 위기위계모델 최상층에 있는 대형재난을 지칭한다고 볼 수 있으며, 중앙정 부가 다루어야 할 수준의 위기 범위를 적절하게 포괄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이러 한 위기 개념은 위기관리의 4대 기능인 예방(prevention 또는 mitigation), 대비 (preparedness), 대응(response), 복구(recovery)와도 관련 있다.
한편 합동・연합작전 군사용어사전에서는 위기(crisis)를 “대한민국과 그 영 토, 국민과 군대, 소유권 혹은 이익에 위협을 주는 사건 또는 상황을 말한다.
다시 말해서 국가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외교적, 정치적, 경제적 및 군사적으로 중요한 조건(condition)이 조성되어 군대 및 자원의 투입이 요구되는 사건이나 상황을 의미한다.”고 정의한다(합동참모본부, 2004). 이러한 ‘위기’ 개념은 조지 (George)가 상정하는 위기 개념과 연결되는데, 이는 위기관리의 실패로 말미암 아 우발적 전쟁(inadvertent war)에 이른 사례 연구를 통해 도출한 위기 개념이다 (George, 1991).
4) ICS(Incident Command System)는 197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대형 산불 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하여 지방정부와 관련기관과의 협조를 통하여 효과적인 재난 관리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채택된 위기관리 프로토콜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위기 개념은 현재 다양한 용처에서 서로 다른 의 미로 사용되고 있다. 사회학, 정치학, 행정학, 경제학, 법학 등 사회과학뿐만 아니 라 공학 및 자연과학과도 연계되어 있는 위기관리 연구를 다학문적 (interdisciplinary) 연구로 아우를 수 있는 단일한 위기 개념의 정립은 매우 어려 운 과제이다. 물론 위기 개념화의 문제가 위기관리라는 학문 분야가 아직 성숙되 지 못한 데서 기인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학문적으로 미성숙된 분야임에 더하여 한반도에서 냉전적 대결구도가 지속되고 있는 현실도 위기 개념화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2. 위기의 유형
가. 정책적 필요에 의한 유형
현재 대통령 훈령으로 제정된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에서는 위기를 ① 전통 적 안보, ② 재난, ③ 국가핵심기반의 3개 영역으로 나누어 고찰함에 따라 현행 법규상 ‘위기’는 ① 전통적 안보영역의 위기, ② 재난, ③ 국가핵심기반과 관련된 위기로 구분된다. 전통적 안보영역에서는 분쟁방지와 통일・외교・국방 분야 대비 계획의 연계성 강화를 중점관리 내용으로 하며, 재난과 관련해서는 예방 및 피해 최소화와 현장 중심의 대응체계를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국가핵심기반과 관련해 서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최소한의 기능을 유지하고 대체자원 관리체계를 구축 하고 운영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와 같은 위기 분류는 정책 우선순위 및 제도 현실을 반영하는 것으로 분류기준 자체의 논리성보다는 정책적 필요에 더 무게 를 둔다.
나. 위기 발생빈도, 심각성을 기준으로 한 유형
앞서 살펴본 정책적 필요에 의한 분류만큼이나 일반적인 것이 발생빈도와 심
각성을 기준으로 한 분류이다. 심각성이라는 기준이 주관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고강도의 위기는 발생빈도가 낮고, 저강도의 위기는 발생빈도가 높다고 인식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고도로 심각하다고 분류될 법한 사건이 ‘위기의 일상화’로 인하여 별로 중대하지 않은 사건으로 간주되기도 한 다. 발생빈도와 심각성을 기준으로 한 분류는 정책결정자의 상황판단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장점이 있어 분류기준으로의 의미를 가진다.
다. 위기발생 영역을 기준으로 한 유형
또 다른 위기 분류방식으로는 위기가 발생한 영역을 기준으로 한 분류를 꼽을 수 있다. 이는 앞서 논의한 위기 개념 정립과 깊은 연관이 있는데, 외부로부터의 군사적 위협에 초점을 맞추는 국방 분야의 위기와 국방 분야 이외의 정치・경제・
사회 제 영역에서의 위기로 나누어 고찰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등장한 포괄안보 개념은 테러, 범죄, 환경파괴, 자연재해, 인권유린 등 광범위한 부분을 지칭하는 것으로, 포괄안보 개념은 국방 분야의 위기뿐만 아니라 정치・경제・사회 제 영역 에서 심각한 사안 또는 사태가 대규모로 확대되는 상황 거의 모두를 포함한다.
라. 인간 행동과 의도의 개재 여부를 기준으로 한 유형
위기의 유형은 위기가 어떻게 발생하였느냐에 따라 자연재난(natural disaster) 과 인위적 재난(man-made disaster)으로 나누어 고찰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구분 에서는 인간의 행동과 의도 개재 여부가 분류의 기준이 된다.5) 그러나 현실에서 는 자연재난과 인위적 재난이 복합되고 상호 상승작용을 일으켜 피해규모가 확 대되는 경향이 짙다. 통상 안보 분야 위기는 자연재난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오히려 깊은 연관성을 보일 수도 있다. 임진 강 황강댐 무단방류와 같은 상황은 북한의 의도(인위적 재난)에 폭우(자연재난)
5) 여기서 위기와 위기의 ‘결과’로 초래된 부정적 상황을 의미하는 ‘재해(또는 재난)’이 위기의 유형 론에서도 다시 밀접하게 연관되어 사용되고 있음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라는 상황이 더해지고, 이것이 한국 측 대응체계의 미비와 상승작용을 일으켜 대형 재난으로 이어진 경우로, 자연재난과 인위적 재난이 복합적으로 위기를 초 래하였다.6)
마. 위기에 대한 지식보유 여부를 기준으로 한 유형
미 해군 대학원의 데닝(Denning)은 럼스펠드(Rumsfeld) 전 국방장관이 재임 시 강조했던 미래 상황의 3가지 범주를 인용하여 위기상황을 분류하였다 (Denning, 2006, pp. 15-20). 럼스펠드는 미래 상황을 Known(K 상황), Known Unknown(KU 상황), Unknown Unknown(UU 상황) 3가지로 나누었는데 데닝은 이 아이디어를 위기상황 분류에 적용하였다. K 상황은 언제, 어디서, 무엇이 발 생할지 예측가능한 상황이며, 각 상황별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는 상황 이다. 다음으로 KU 상황은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는 알고 있으나,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는 모르는 상황으로 보았다(예: 화재, 지진, 군사작전 등). 마지막으로 UU 상황은 언제, 어디서, 무엇이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으로 이는 위기의 전형적 인 상황이다(예: 9.11 등 전혀 예상하지 못한 대형 재난 및 공격). 데닝은 위기의 범위와 강도가 커지거나 위기로 인한 영향을 받는 국민들의 수가 커질 경우 KU 상황이 UU 상황으로 발전된다고 보았다(부형욱, 2009b, pp. 6-7).
3. 위기 유형과 대응방안의 연계
앞서 제시한 위기 유형을 위기에 대한 대응방안과 연계시킬 수 있는지가 중요 한 연구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는 미진하다. 다만 조직이 론 분야의 위기 대응조직 사례 연구와 네트워크 이론의 위기관리 연구가 우리가 위기 대응방안을 모색함에 있어 함의를 줄 수 있어 이를 소개한다.
6) 한편, 이는 앞에서 위기의 발생영역을 기준으로 한 분류의 관점에서 본다면 국방분야의 위기로 간주되어야 할 것이다.
가. 위기 대응의 조직화
위기관리 분야에서 많이 인용되는 연구로 스톨링스(Stallings)의 위기 대응 과 정에서 관찰되는 조직화 양상에 관한 연구를 들 수 있다(Stallings, 1978). 스톨링 스은 위기사태 시 요구되는 임무가 통상적인지(regular) 혹은 통상적이지 않은지 (non-regular)와 이를 대응을 위한 조직화 과정에서 구조가 신설되는지(new), 기 존의 것(old)을 유지하는지를 기준으로 <표 2>와 같이 위기사태 대응을 위한 조 직화 양상을 분류하였다.
<표 2> 위기사태 대응을 위한 조직화 양상
조직화 양상 임무(Tasks)
통상적 임무(regular) 비통상적 임무(non-regular)
구조 (Structure)
기존(old) 기존 조직화(established) 제1유형(Type I)
연장 조직화(extending) 제3유형(Type III)
신규(new) 확장 조직화(expanding) 제2유형(Type II)
긴급 조직화(emergent) 제4유형(Type IV) 출처: Stallings, Robert A. “The Structural Patterns of Four Types of Organizations in Disaster.” in
Disasters: Theory and Research, edited by E. L. Quarantelli. Beverly Hills: Sage Publication Inc., 1978.
앞서 논의한 위기의 발생빈도와 심각성을 기준으로 한 위기 유형화와 스톨링 스의 연구를 연계하여 살펴보면, 빈도수가 높고 통상적인 위기는 기존 조직을 이용하여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에 제1유형의 조직화 양상을 보인다고 설명할 수 있다. 한편, 발생빈도가 낮은 위기의 경우 기존 조직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하 기 때문에 제4유형의 긴급 조직화가 필요하다고 풀이할 수 있다. 한편, 중간 정 도의 심각성과 중간 정도의 빈도로 발생되는 위기의 경우는 제2유형이나 제3유 형의 조직화가 되는데 이는 통상적 임무의 확장, 또는 신규조직의 창설과 같은 조직화 양상을 보일 것이다.
<그림 1> 정책문제와 조직
<그림 2> 네트워크에 의한 문제해결 나. 네트워크 이론의 시각7)
네트워크 이론은 현대 정부가 당면한 제 정책문제가 복잡하고 다차원적이어서 하 나의 정부부처, 더 나아가 정부 홀로는 해 결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강조한 다.8) 앞서 지적하였다시피 최근 ‘포괄안보’
개념이 적용되어 국가 위기의 하위개념인 국방 및 안보 차원의 위기에는 전통적 안보 위협으로 인식되는 군사위협 외에 테러, 초 국가적 위협, 대규모 재난, 인권유린 등이 포함된다. 따라서 포괄안보 개념하에 수립 된 정책은 일개 부처, 더 나아가 정부만의 노력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과업이 된다.
이처럼 복잡하고 다차원적 정책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론적 돌파구를 모색함에 있어 네트워크 이론이 시사하는 점을 살펴 보자. 현대 국가가 당면한 복잡하고 다차원 적이며 무정형인 정책문제의 해결을 위해 현대 사회과학이 제시한 대안은 네트워크 를 통한 문제해결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데닝은 신속한 다조직 간 네트워크 형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Denning, 2006, pp.
15-20). 데닝은 럼스펠드가 국방장관 재임 시 강조했던 미래 상황의 3가지 범주를 위
7) 이하의 내용은 한국국방연구원의 주간국방논단 제1282호에 실린 필자의 「국방 위기관리의 학 술적 토대모색」의 내용을 바탕으로 하였다(부형욱, 2009b).
8) 일찍이 네트워크 이론가들은 정책문제와 조직 간의 관계를 위의 그림과 같이 도시하여 설명하고 있다(그림에서 O1, O2... 등은 개별 정부부처로 보면 된다).
기대응에 차입하면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급조 네트워크9)(HFN: Hastily Formed Network)를 형성할 수 있는지가 위기대응의 결정적 변수라고 주장한다. 데닝은 앞서 위기 유형 관련 논의에서 살펴본 KU 상황과 UU 상황 모두에서 기존의 관료조직에 의한 대응은 효과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데닝은 이 러한 이유 때문에 위기대응 시 급조 네트워크가 개재될 여지가 생기며, 급조 네 트워크의 효과적인 형성이야말로 위기관리의 핵심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다. 위기대응의 실제
1) 기존 접근: 단일한 합리적 행위자로서의 국가
안보・국방 분야에서 가장 많이 연구되고 인용되는 위기관리 사례는 쿠바 미사 일 위기 사례이다. 조지(George)는 위기관리에 관한 외교논리(diplomatic logic) 와 군사논리(military logic)가 경합할 때 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조정하여 정책 목표를 달성할 것인지에 주목하였다. 즉, 안보위기 시 위기상황이 전쟁으로 이어 지지 않게 하기 위한 외교논리와 군사논리가 다를 가능성이 있고, 이에 따라 정 책수단과 대응 강도에 대한 선호에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위기관리 상 황에서는 이러한 상이한 관점을 효과적으로 조정하여 소기의 정책목표를 달성 할 수 있어야 한다(George, 1991).
또한 국가를 하나의 합리적인 행위자로 간주하고, 외교논리와 군사논리가 경 합하는 상황에서 고도의 ‘전략’을 채택할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한다.10) 예컨대, 위기의 고조 국면에서 의도적인 휴지기(pause)를 조성하여 상호 간의 득실을 따 져 보는 시간을 갖는다거나 반대로 위기 고조(escalation)를 허용하여 의도적으로 극한 상황으로 몰아감으로써 문제의 일괄해결을 도모할 수도 있다(부형욱, 2009b, pp. 1-9)
9) 여기서는 ‘급조’란 용어의 부정적 측면보다는 긍정적 측면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10) 쿠바 미사일 위기가 무력충돌 없이 해결되고 나서 맥나마라 국방장관은 “이제 더 이상 전략이라 는 것은 없다. 위기관리가 있을 뿐이다(Today, there is no longer any such thing as strategy;
there is only crisis management).”고 평함으로써 기정립된 ‘전략’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였는데, 여기서 말하는 ‘전략’은 위기관리를 위한 전략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2) 새로운 접근: 네트워크 형성과 관리자로서의 국가11)
21세기에 들어 위기관리 시 조율과 정보공유의 필요성이 매우 중요하게 인식 되기 시작했다. 특히 부처 간 협조 메커니즘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었더라면 9.11 테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음이 사후조사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 여 달(Dahl)은 미 연방정부가 낡고, 위계적이고, 연통형 혹은 사일로(stove-pipe 또는 silo)와 같은 조직이며, 따라서 연방정부 내 횡적인 의사소통이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고, 노력의 통일(unity of efforts) 혹은 전 정부적 접근(a whole-of- government approach)이 불가능하다고 평가했다(Dahl, 2007, pp.1-23).
다수의 미국 학자들은 미 행정부 내 안보정책 관련 부처 간 협조메커니즘인 국가안전보장회의(NSC)만으로는 국방・안보 정책의 효율적 조정이 어렵다고 평 가한다. 1946년에 제정된 미국 국가안보법(NSA of 1946)에 의해 만들어진 NSC 는 법령으로 고정된 조직이 아니고, 대통령이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NSC 조직 을 변화시킬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이러한 NSC의 유연성은 부처 간 협조를 돕기 위해 만들어진 NSC의 존재 목적과는 역설적이게도 오히려 협조를 더 어렵 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대통령 안보수석(the President’s National Security Advisor)은 상원의 인준을 받지 않고, 국무성, 국방성 등과 관료・정치적 으로도 연계되지 않기 때문에 이들과 조율되지 않은 목소리를 내기도 하고 기초 적인 정보조차 공유되지 않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다.
이와 같은 점은 국가를 하나의 합리적인 행위자로 보는 것이 가능하지도, 적 절하지도 않다는 주장과도 상응한다. 따라서 현대 정부가 작동하는 메커니즘에 기초하여 문제점을 식별하고 발전 대안을 강구함에 있어 위기대응을 위한 국가 시스템을 네트워크(organizational networks)로 보고 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관 리할 것인가를 연구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11) 이하의 내용은 한국국방연구원의 주간국방논단 제1282호에 실린 필자의 「유관기관협조단의 필요성 및 운영방안에 관한 제언」의 내용을 바탕으로 하였다(부형욱, 2009a).
<그림 3> 팻 테일 분포와 정규분포 3) 두 가지 접근법의 절충 모색
위기대응의 실제를 분석함에 있어 기존의 접근법인 국가를 하나의 합리적인 행위자로 보는 시각이 일견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단일의 합리적 행위자로서의 국가 모델은 여전히 의미 있는 접근이며 나름의 장점이 있다. 북한 핵 문제와 같이 국제적이고 외교적인 맥락에서 해결해야 하는 경우 국가를 하나의 합리적 인 의사결정자로 간주하고 분석하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제정치 적 역학 구도하에서 특정 국가의 지도자 혹은 고위 외교당국자가 주요 행위자로 등장할 때, 이들이 취하는 전략적인 무브(move)는 한 국가를 하나의 합리적인 행위자로 간주할 수 있을 만큼 인격적(personified)인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면, 위기대응 시스템을 조직 간 관계의 망으로 보는 시각과 국가를 하나의 합리적인 행위자로 보는 시각은 상호보완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Ⅲ. 위기양상의 변화와 한국의 위기관리
1. 위기양상의 변화
현대사회의 복잡성 때문에 위기발 생 빈도수가 증가하고 새로운 위기가 추가되고 있다는 주장에 이견을 제기 할 사람은 많지 않다. 이른바 위기발 생의 확률 분포가 팻 테일 분포 (fat-tailed distribution)를 이룬다고 보 는 것이다.12) 팻 테일 분포는 정규분 포와는 달리 극한치의 발생확률이 매
12) 이를테면 존 캐스티(John Casti)의 저서 X-Events를 예로 들 수 있다.
우 높아지는 확률 분포를 말한다. 이러한 관점에 따르면, 통상적인 확률로는 상 상하기 어려운 극한 사건이 의외로 자주 발생하는데, 그 이유는 실제 위기발생의 확률 분포가 우리가 상정하는 확률 분포(정규분포)가 아닌 팻 테일 분포를 보이 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위기발생의 원인을 밝히려는 다수의 연구들이 있다. 그중 가장 잘 알려진 연구는 페로우(Perrow)의 정상사고이론(normal accident theory)이다. 페 로우는 현대사회가 지닌 긴밀한 연계성(tightly-coupled nature) 때문에 사고는 피 할 수 없다고 본다. 이와 같은 페로우의 견해는 복잡성이 더해져가며, 각 요소 간의 연계성이 증가해가는 현대사회에서 위기의 발생이 빈번해지는 이유에 대 한 설명력을 높여준다(Perrow, 1984). 위기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자주 발생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유형의 위기가 추가되기도 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 중국발 미세먼지, 최근 발생한 철새로 인한 조류독감 발생 등은 과거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위기이다.
여기에 복합화된 위기의 등장도 문제가 된다. 위기의 복합화 양상은 다양한 차원에서 진행된다. 자연재난과 인위적 재난이 연계되어 상승작용을 하는 것이 첫 번째 국면이다. 애초에 자연적으로 발생한 위기가 인간과 조직체계의 문제로 2차, 3차 위기로 이행되면서 증폭되는 경우이다. 두 번째 국면은 한국에 해당하는 특수한 경우로서, 북한 위협과 관련한 복합화된 위기상황이다. 2009년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7.7 디도스 대란의 결합이 그 예인데, 이는 전통적 위협인 미사일 발사와 비전통적 위협인 사이버 공격이 결합되어 복합화된 상황이다. 또 다른 복합화된 위기의 예로 2010년 연평도 포격사건과 같은 날 발생한 구제역 사태를 들 수 있는데, 이는 안보 위기와 자연재난의 복합화 사례이다.
세 번째 국면은 도메인을 넘나드는 위기의 발생이다. 위기의 발생 원인을 국내 적 요인 또는 국제적 요인으로 확실히 구분 짓기 어려운 경우로, 자연재난, 전통안 보, 국가기반시설의 영역을 넘나드는 위기를 들 수 있다. 이러한 위기양상의 변화 는 위기발생 시 관료 체제에 기반한 국가위기관리체계가 적시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준다. 이하에서는 남북 대치국면이 심화되고, 사회의 복잡
성이 증대되며, 기후변화 등 자연환경의 변화가 가속화되는 한국의 현실에서 이 미 발생하였거나 향후 발생가능한 위기의 복합화 양상에 대해서 살펴본다.
2. 위기의 복합화 사례
가. 전통+비전통 수단을 복합화하는 북한13)
요즘 들어 북한은 비전통 안보 위협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비전통 안보 위협 중 북한과 관련해서 최근 많이 논의되는 분야가 사이버 위협이다. 사이버 안보 위협은 사이버 공간이라는 새로운 영역이 등장하면서 생겨난 안보 위협이 다. 사이버 위협은 시설 및 인력 등의 측면에서 낮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낼 수 있으며, 상대의 정보통신기술 발전정도가 고도화될수록 효과가 큰 아이러니 한 측면을 지닌다. 북한은 IT 기술이 발달된 한국 사회가 사이버 공격에 취약한 점에 착안하여 사이버 무기를 대량살상무기에 못지않은 전략적 무기로 육성 중 에 있다. 북한은 필요시 전산화된 원자력 시설, 고속철도, 항공관제시설, 증권시 장, 가스・전력시설 등 망산업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다고 평가되기 때문에 사이버 안보 위협은 현재적인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대두 되었다. 다음은 2009년과 2013년 북한의 위협이 초래한 위기에 관한 분석이다.
1) 2009년 사례
북한은 2009년 4월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다. 이는 비록 실패한 발사로 드러났 지만, 발사체가 3,800km를 날아감으로써 북한의 미사일 기술이 계속 진보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한 달 후 5월, 북한은 2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일제히 비난 성명을 냈다. 미국은 하와이에 있는 방어 미사일 이동계획을 발표하는 등 가시적으로 군사조치를 취할 기세였으나 대외적으로는
13) 이 부분은 필자의 다음 글을 바탕으로 재구성하였음을 밝힌다(부형욱, 「북한위협의 진화와 위기 관리」, 주간국방논단, 한국국방연구원, 2013. 6. 3.).
아프가니스탄 문제, 대내적으로는 의료보험 개혁 등의 정치사안에 우선순위를 두면서 북한 핵문제 해결에는 깊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 사이 미국 정부 일부에서는 2차 핵실험 징후를 사전에 탐지하지 못한 정보 기관에 대한 문책이 있었고, 일각에서는 사이버 대응훈련(Cyber Storm)에 한국 과 일본을 포함시키겠다는 계획도 발표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은 그동안 간헐적으로 시험하던 미사일을 7월 초에 잇달아 발사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독 립기념일인 7월 4일에는 7발을 발사했고 약 4만여 대의 좀비 컴퓨터를 동원한 DDOS 공격도 감행했다. 미국 주요 정부기관의 홈페이지들을 공격했는데, 공격 대상에는 백악관, 재무성, 교통성, 비밀경호국, 연방통상위원회 등이 포함되었다.
또한 3-6만대의 컴퓨터를 동원하여 한국의 주요 기관에 대한 DDOS 공격도 감행 했다. 7월 9일에는 74개국에 흩어져 있는 약 17만여 대의 컴퓨터를 동원한 대대 적인 공격이 이루어졌다.
이후 북한이 한국을 상대로 유화공세를 벌였지만 얼마 지나지 않은 2009년 10월, 한국의 모 군부대 화학장교의 화학물질사고대응정보시스템(CARIS) 아이 디와 패스워드가 해킹되어 관련 정보가 북한으로 넘어간 사실이 드러났다. 중요 한 사실은 이러한 정보유출이 7개월 전에 이미 이루어졌고, 이를 확인하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실은 북한이 전통적 군사 위협 수단 과 비전통적 위협을 유기적으로 결합할 때 우리 안보를 얼마나 위태롭게 하는지 를 보여준다.
2) 2013년 사례
2012년 12월 12일, 한국의 대선 직전에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다. 사정 거리가 대폭 늘어난 로켓 발사를 통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을 지속하 고 있음을 알렸다. 국제사회는 일제히 북한의 로켓 발사를 비난했고, UN 안보리 제재결의가 성사되었다. 그러나 각국의 정치적 관심은 이내 곧 국내문제로 옮겨 져 미국은 재정절벽 논의에, 한국은 박근혜 정부 출범에 촉각을 세웠다.
이러한 와중에 북한은 2013년 2월 12일 3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이 날은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연설 하루 전이자 한국 신정부 출범을 앞둔 날이기도 했으 며 설날 연휴가 끝나는 시점이기도 했다. 북한은 3차 핵실험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결의가 이루어진 3월 초부터 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의 위협을 계속하였고 정전협정 폐기, 전쟁 상황 간주 등으로 위협하며 전쟁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이어 3월 20일에 북한은 방송사 및 금융기관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감행했다.
악성코드로 PC를 감염시켜 마스터 부트 레코드(Master Boot Record)를 손상시킴 으로써 부팅이 안 되고, 논리 드라이브에는 손상을 입었으며, PC 4만여 대의 문서 등 데이터가 삭제되었다. 또한 신한은행과 농협 영업점 전산망 및 다수의 ATM기가 작동 불능상태가 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 워싱턴 소재 북한인권위 원회도 같은 시간대에 사이버 공격을 받았는데, 이는 유엔인권위원회의 북한인 권조사위원회 설치 안건에 대한 표결을 하루 앞두고 일어난 해킹이었다.
나. 안보 위기와 재난의 복합
2010년 11월 23일은 연평도 포격사건이 발생한 날이다. 이 날은 향후 수개월 동안 3조 원이 넘는 피해를 낸 구제역 최초 신고가 접수된 날이기도 하다. 정부 와 국민들의 관심이 연평도 사건에 머무는 동안 구제역은 전국적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보다 단호한 군사조치를 취했어야 했다는 주장과 함께 비상대 비태세의 취약성이 부각되었다. 연평도 포격사건은 후방지역에서 일어난 구제역 사건을 잠재웠다. 연평도 포격 당일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는 연평도의 모습은 다른 소식을 모두 덮어버리기에 충분했다.
이때부터 왐슬리(Wamsley)의 이른바 ‘CNN 정책과정(CNN policy process)’이 시작되었다. 위기가 발생한 지역에 정부보다 한발 앞서 도착한 방송사들이 고통 받는 시민들의 모습을 전국적, 전 세계적 뉴스로 방송하였고, 정부에 대한 국민 들의 불신은 더욱 커져갔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지 못하는 정부를 향한
비난 역시 거셌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치권이 각종 조치를 취하지만 매스미디어 가 전하는 비극적인 인간 드라마는 곧 시민들의 뇌리에서 사라지고, 정치인들은 또 다른 새로운 사건에 집중하게 된다.
3. 한국 위기관리의 문제점
위에서 한국의 도전을 위기양상의 변화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먼저 전통안 보 분야에서 북한의 위협이 전통적 수단과 비전통적 수단이 결합되면서 복합화 되었다. 또한 북한에서 비롯되는 안보 위기와 재난이 중첩적으로 발생함으로써 정부의 대응체제가 효과적이지 못했다. 한국의 위기관리체제는 이러한 새로운 도전들에 대하여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대체로 다음과 같은 문제점 을 노정했다.
가. 정책조율 기능의 미흡
국가 전체적으로 노력을 통일하는 일, 또는 全 정부적 접근(a whole-of- government approach)을 구현하는 일은 국가 위기관리에서 가장 중시해야 하는 일이다. 그러나 한국의 위기관리에는 부처 간 정책조율 문제가 있고 역기능적 관료 문화로 인한 부처 간 ‘칸막이’ 효과가 존재한다. 즉 서로가 하는 일에 무관 심하며, 대응이 적시적이지 못하고, 효과적이지도 않다.
안보 위기를 비롯한 여러 위기관리를 위해 그동안 발전시켜온 각종 체제는 개별적으로 합리성을 가진다. 그렇지만 체제가 개별적으로 완비되어 있더라도 국가 전체 차원에서 정책이 조율되고 정보가 공유되고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이 다. 앞서 한국의 국가 위기관리를 논의할 때 청와대를 중심으로 하는 콘트롤 타 워를 어떻게 조직화할 것인지가 가장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글이 청와대를 중심으로 하는 위기관리 콘트롤 타워 기능의 중요성을 부정
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이미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 위기관리 기능 축소로 인해 야기된 문제를 경험했기 때문에 콘트롤 타워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는 NSC 사무처를 폐지하고 비상기획위원회 조직을 행정안전부의 내국으로 축소하였기 때문에 박왕자 씨 사망사건, 천안함 피격사건, 연평도 포격 사건 등의 대응에서 문제를 노정하였고, 구제역 사태 등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하여 위기관리와 관련된 정책조율체계가 정립되어 위기 시 즉각적 이고, 통일된 대응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구비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 박근혜정부에서는 국가안보실을 설치하고 NSC를 상설화하는 등 콘트롤 타워 기능이 지속적으로 보강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중앙행정기관 이 산재되어 있는 점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이다.14)
나. 위기관리 시스템의 형식화 가능성
클라크(Clarke)는 “관료제는 통상적으로 모든 상황에 대비되어 있다는 신념을 불어 넣는 환상문서(fantasy documents)를 생산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Clarke, 2001). 즉 환상문서를 작성하는 사람과 이를 업무에 적용하는 사람들 모두 스스로에게 ‘모든 상황이 통제가능하다’는 신념을 불어넣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 정책조율 및 정책정보 공유체계가 서류상으로 완비되 었더라도 그것이 환상문서가 아닌지 검토해보아야 한다.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사태에서도 당시 위기관리체계가 ‘문서상으로는 잘 구비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효과적으로 작동되지 않는 시스템’이라는 사실이 드 러났다. 문서상 계획과는 달리 군사 조치 외에 민관군 대비 및 신속한 주민 대피 및 구호를 위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연평도에서는 경보시 설 및 대피시설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고, 유사시를 대비한 주민 대피에 혼란이
14) 국가안보실은 2013년 3월에 발족하였으며, 외교・안보・통일・국방 분야의 컨트롤 타워로서 국가 안보에 관해 대통령을 보좌하는 역할을 맡는다. 위기 관련 상황 관리 및 대응도 국가안보실의 주된 업무이다. NSC는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되는 사항들에 관해 대통령에게 자문하는 직속 자문 기관으로 국가안보실장이 NSC 상임위원장을 겸임한다.
초래되었다. 무엇보다 민방위 경보시설인 사이렌이 작동되지 않았다는 점은 큰 문제점으로 부각되었다.
연평도 포격 당시 문서상으로 연평도에는 19개소의 대피소가 있었고, 대피소 에는 1,300명의 주민을 수용할 수 있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주민들을 대피소로 유도하는 사람들도 지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2010년 11월 24일 추계된 바에 의 하면 계획된 대피인원의 절반 가량인 약 760명만이 대피했다. 대피시설이 노후 화되고, 취사도구, 숙박시설, 비상식량이 구비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였다.15) 이러한 상황에서 軍과의 유기적인 협조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비상상황 이 신속하게 전파되지 못함으로써 경보체제 발동과 후속조치가 적시에 이루어 지지 못했다(행정안전부, 2011). 문서상으로는 작동되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작 동되지 않는 시스템이 존치된 이유는 위기관리 의사결정체계 및 조직들이 중복 되고 분산되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위기관리체계의 형식화는 큰 문제점으로 인식된다.
다. 위기관리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한 비상대비
현 비상대비체제의 가장 큰 문제는 평시와 전시를 연결하는 위기관리가 개재 될 여지가 크지 않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하면, 현재의 비상대비체제는 국지전 또는 전면전 상황으로 치닫는 중간과정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 이는 국가 차원 위기관리의 문제로 향후 전쟁 또는 기타 위기상황 대응 시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 이 있다.
전쟁 이외의 위기상황은 명확히 정의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위기대응 수단으 로 군사력 사용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기도 곤란하다. 섣부른 군사적 대응은 자칫 상황을 극도로 악화시킬 수 있으며, 쌍방 모두 원치 않는 군사대결로 치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기상황에 대한 고도의 전략적 의사결정이 필요하며 위
15) 대피소에는 화장실, 싱크대가 구비되어 있지 않았고, 라면과 생수 등 최소한의 비상 식료품도 없었다. 더구나 대피소는 건설된 지 30-40년이 지나 콘크리트 벽이 떨어져 나가고 녹슨 철근 구조물이 노출되는 등 안전도도 의문시되었다.
기상황에 대비한 비상대비도 따로 논의되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비상대비체 제는 남북 간 전면전 상황 또는 국지전 상황을 가정하고 만들었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 이외의 위기에 대해서는 사실상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즉, 북한의 도발에 대해 우리의 군사력 사용가능성이 극히 제한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 위기관리 및 비상대비체제가 가정하는 상황 의 개연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라. 외형적 위기관리체계 설계에 집중된 관심
앞서 한국의 위기관리체제에 여러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보다 더 큰 문제는 한국의 위기관리에 대한 해결책이 주로 조직체계에 국한되어 논의된 다는 점이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청와대의 위기관리 콘트롤 타워를 어떻게 구 성할 것인지가 주로 논의되었다. 이러한 정책처방이 미봉책임은 2013년 한국국 방연구원에서 열린 한미연합연습에서도 드러났다. 연합연습에서 한미는 테러 등 에 의한 상황에 대한 유관기관들의 대응능력을 점검하고 실질적인 능력 향상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였다. 필자들은 당시 참여기관들의 기관 간 의사소통의 빈도 를, 연습을 위해 구축된 포탈(portal) 접속 건수를 통해 측정하였다. 이를 네트워 크 분석 프로그램인 UCINET을 활용하여 분석해 보았다. 보안 관계상 분석결과 를 자세히 수록하지는 못하지만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외부 공격으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이것이 테러에 의한 것인지 여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기관 간 의사소통이 전반적으로 현장 담당기관-청와대 및 외교부-주미대 사관과 국방부-합참-의무사 간 협력으로 양분되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테 러임이 확인된 이후의 기관 간 의사소통에서도 비군사 부문과 군사부문 간의 정보흐름이 활발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양 단계 모두에서 지적될 수 있는 문제는 사건 실무담당기관과 청와대의 과부화이다. 이러한 문제는 그동안 다양 한 위기 및 비상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대비책의 일환으로 정부 내・
외적으로 실시된 Pol-Mil 게임 결과에서도 드러났다.
Pol-Mil 게임에서는 가상으로 각 기관을 대표하는 플레이어(players)들을 구성 하여 세부적인 역할모의를 한다. 필자들이 평가관으로 참여한 Pol-Mil 게임들에 서는 정부 유관기관들이 긴박한 상황에서 판단을 상부로 미루는 경향을 보였다.
이로 인해 위기발생 시 실무기관은 과부화 상태가 되고 동시에 중요한 의사결정 의 양적・질적 부담은 최고결정권자에게 집중되는 결과가 초래되었다. 이러한 점 을 고려한다면 위기관리를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청와대 위기관리 조직의 설계와 더불어 유관기관 협조가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논의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Ⅳ. 위기관리 발전방향
16)한국에서는 대구 지하철 화재 사고 이후 위기관리체계가 본격적으로 구축되 었다. 그전에는 비상대비를 중심으로 하는 전시대비가 위기관리의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난과 전통안보를 포괄하는 위기관리체계가 정립된 이후 한동안은 국가위기관리에서 재난과 전통안보가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비슷했다.
그런데 북한의 위협이 가중됨에 따라 한국의 위기관리는 다시 전통안보로 그 중점이 옮겨지고 있다. 앞장에서는 북한위협이 진화되고 있으며, 한국의 위기관 리는 북한위협과 재난이 중첩되는 상황도 포함해야 하는 부담이 있음을 설명했 다. 이처럼 복합적인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위기관리체제를 어떻 게 정비해야 할까? 본 논문에서 제안하는 사항은 다음과 같다.
1. 법령 및 기구 통합 정비
현재 한국의 국가위기관리를 위한 통합지침은 대통령 훈령인 ‘국가위기관리
16) 이하의 내용은 「북한위협의 진화에 대응한 국가 위기관리체계 발전방향」을 중심으로 재작성한 것이다(부형욱, 2013b, pp. 70-81).
기본지침’에 의거하며, 위기별 임무수행은 상위규범인 법령에 의해 규정된다. 이 러한 까닭에 위기관리 관련 개념에 혼란이 유발되고 있다. 한국의 위기관리가 전통안보와 재난으로 대별되는 만큼 개별 법령들은 전시・평시 상황 여부, 군사・
비군사 상황 여부를 구분하고 있다. 이는 통합조치를 요구하는 실제 상황 관리에 어려움을 준다.
위기관리 관련 기구 및 조직도 무질서하게 난립하고 있다. 이들 조직이 관장하 는 자원도 전시대비 자원, 민방위 자원, 국가핵심기반 보호 자원 등으로 구분되 어 효율성과 통합성이 저해된다. 최근 추세가 위기관리 및 비상대비 관련 포괄체 제를 지향하고 있음을 감안하고 ‘全 위험 접근(all hazard approach)’이라는 지도 원리를 표방하는 미국의 국토안보부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2. 정보공유 및 명확한 지휘체제의 확립
미국을 비롯하여 전 세계적으로 재정 감축으로 인한 정부 규모 축소압력이 가해지면서 한국의 위기관리체제도 축소된 바 있다. 그러나 위기관리 소요는 조 직체계의 축소와는 반대로 계속 증가했다는 것이 우리가 비싼 대가를 치르고 얻은 교훈이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할 때 정부는 수많은 사회조직들의 네트워크 를 통해 위험정보를 수집하고 위기발생 시 함께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 를 구축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추진해야 할 사안은 범국가적 무선통신망의 구축이다.
안전행정부는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이후 재난 시 현장에서 기관 간 통합적인 대응이 가능한 무선 통신망을 구축하는 사업을 추진하였으나 12년째 표류 중에 있다.17) 정부가 공식적으로는 이처럼 추진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아직 예산조차 확보하지 못한 상태라 국가 재난안전무선통신망이 구축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17) 국가 재난안전무선통신망 구축 사업은 소방, 경찰, 응급의료기관, 행정기관 등 재난 관련 기관이 개별적으로 사용하던 무선통신망을 전국 단일망으로 만들어 평상시에는 기관별로 사용하다가 테러나 대형 재난이 발생하면 통합된 무선통신망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사업이다. 초대형 사고 가 발생하면 통합 교신 체계를 이용해 공조체계를 확실하게 갖추려고 추진된 것이다.
전망된다(전자일보, 2014.3.17). 국가 재난안전무선통신망은 조속히 구축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재난과 전통안보 분야와도 연동되는 범위에서의 확충이 필요하다.
2011년 8월 NLL 인근 포 사격 때의 혼란을 감안하면 국가 위기대응을 위한 표준운영절차도 개선되어야 한다. 현재 8대 분야 321개 기관(소방, 경찰, 해경, 군, 지자체, 응급 의료기관, 가스, 전기 등)에 한정하여 무선통신망을 구축하려는 계획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대상기관을 보안 유지가 가능한 선에서 최대한 확충 할 필요가 있고 그에 대한 지휘체계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정부뿐만 아니라 위기대응과 관련된 민간의 여러 행위자들을 포함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미 국의 경우에도 오클라호마 폭탄사건에서 사건 지휘자(incident commander)가 자 기 휘하의 T/F 조직원뿐만 아니라 다른 정부조직, 민간 및 비정부 부문까지 지휘 했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은 재난 관련 사건명령체계(ICS: incident command system)18)가 정부 조직뿐만 아니라 비정부부문이 함께 참여하여 같은 명령체계 하에서 작동되었기 때문이다(김은성・정지범・안혁근, 2009, pp. 30-31). 이는 한 국의 위기관리 선진화 추진에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3. 위기관리의 딜레마를 인식한 정치적 지원
‘효과적인 위기관리’는 집단행동의 딜레마(collective action dilemma)를 안고 있다. 단순히 청와대의 콘트롤 타워를 새롭게 설계한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문제 가 해결되지 않는다. 새롭게 설계된 제도를 자원과 인력이 함께 뒷받침해주어야 한다. 강도 높게 위기대비태세를 구축하려 할 경우 많은 비용이 든다. 그러나 그로 인한 편익은 넓게 분산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치적 지지를 확보하기는 어렵다. 또한 시민들은 위기관리체계 수립과정에서 생활의 불편을 호소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위기관리정책은 강력히 추진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방치할 수도 없게 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정책결정자는 위기상황은 ‘다른 사람의 시
18) ICS는 1980년대 미국 임업부(Forest Service)가 산불 대응 시 다양한 조직체들 간 역할 조정을 위해 고안한 통제 및 조정 시스템이다. 2003년 국토안보부 설립 이후에는 국가사건관리시스템 (NIMS: National Incident Management System)으로 발전되었다.
계(someone else’s watch)’, 즉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임기 때 발생할 것이라고 막연히 추측하는 경우가 많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 경우 정책결정자는 위기관리 체제의 공고화를 강력히 추진하는 데 심리적 저항을 갖게 된다.
국가적 위기가 발생하고 정부 대응이 미진할 경우 매스미디어가 이를 포착하 여 이슈화하면 위기관리체계 정립의 필요성이 쉽게 정치화되기 마련이다. 정치 권에서는 금세라도 모든 것을 바꿀 듯이 각종 조치를 취하지만 정치인들은 곧 또 다른 새로운 이슈들에 매몰된다. 결국 정부 관료들이 정치인들과 정책결정자 들이 손대었으나 미완인 정책을 맡아 수행하게 되므로 정부의 조치가 효과적으 로 추진되기 어렵다. 또한 시민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협조해줄지도 의문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위기관리체제의 구축은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따라서 정부 내에서 위기관리 업무에 대한 관심 저조와 안보의식 약화로 관련 전반적인 역량 이 약화되고 있음을 직시하고 시민들의 의식을 제고하는 한편 정책결정자들에 게 지속적인 관심을 북돋아야 한다.
4. 위기관리체제의 취약성 검증 강화
위기관리 분야에서 오래된 논쟁이 있다. 정상사고이론(Normal Accident Theory) 과 고도신뢰성이론(High Reliability Theory) 간의 논쟁이다. 정상사고이론은 현 대사회의 기술적, 조직적 복잡성 때문에 ‘사고(accident)’는 피할래야 피할 수 없 다는 주장이다. 고도신뢰성이론은 이러한 주장에 반박하여 집약적이고 강도 높 은 훈련, 과감한 투자, 기술 기반의 확충으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핵 발전소, 우주개발프로그램, 항공모함 운영 등이 고도신뢰성이론의 예이다.
정상사고이론으로 위기발생 빈도의 증가와 위기발생의 필연성을 고찰해볼 수 있겠으나 위기관리체제의 발전이라는 대책을 강구함에 있어서는 고도신뢰성이 론이 유용하다. 여기서 유념해야 할 점은 정상사고이론과 고도신뢰성이론 간의 논쟁의 결과가 어떠하든 간에 위기관리체제의 취약성 분석이 필요하다는 점이 다. 컴포트(Comfort)는 9.11 사례를 연구하면서 위기관리체제의 취약성을 분석
(fragility test)했다(Comfort, 2002, pp. 98-107). 컴포트는 빌딩공학에서 사용하는 취약성 분석을 비유적로 차용하여 분석틀을 제시했다. 즉 빌딩은 단선적으로 어 느 한 순간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외부 충격을 어느 정도는 견디다가 붕괴되는 데, 여기에서 다양한 요소별로 외부충격에 대한 취약성 곡선(fragility curve)을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컴포트는 국가 위기관리체제도 ① 목표 공유, ② 위협분석의 정확성, ③ 기술 기반, ④ 시스템 내 조직프로세스, ⑤ 문화의 차원에서 취약성을 분석해 볼 필요 가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국방연구원에서 수행한 사이버 위기와 관련한 연구에 서도 사이버 위기대비태세에 대한 취약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전 문가 의견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는데, <그림 4>에서 보듯이 사이버 안보를 위한 기술기반과 위협분석은 잘되어 있지만 목표 공유 정도, 조직프로세스, 문화(정보 공유 등) 측면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렇다면 한국의 위기관리체제 전반 에 대한 취약성을 분석하면 어떠한 결과가 도출될까? 사이버 대비태세와 관련하 여 진행한 평가결과와 유사한 결과가 도출될 것이라고 예상된다. 아래 <그림 4>에서 낮은 점수를 기록한 위기관리 조직프로세스와 문화(정보공유)가 위기관 리체제의 고질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매우높음 5
높음 4
보통 3
낮음 2
매우낮음 1
목표공유 정도 위협분석의 정확성 기술기반 위기관리 조직프로세스 문화(정보공유) 2.6
3.3
3.6
2.1
1.5
<그림 4> 취약성 분석의 실제: 사이버 위기대비태세의 경우
출처: 부형욱 외. (2013). 국방사이버정책 발전방안. 서울: 한국국방연구원
국가위기관리체제의 발전방향을 논의하면서 시스템 전반의 취약성 판단이 동 시적으로 진행될 필요도 있다. 민・관・군이 함께 모인 한 그룹이 국가위기관리체 제의 혁신에 대해 연구하고, 또 다른 그룹이 이에 대한 취약성을 검증해보는 것 이 하나의 방안이다. 컴포트가 제안한 5가지 검증 틀을 참고하여 세부적인 지표 를 개발하고, 이를 기초로 국가 위기관리체제의 취약성을 검증하는 위원회를 운 영하는 것도 또 다른 방안이다.
Ⅴ. 결론
본 논문은 위기 및 위기관리에 관한 개념적인 차원에서의 혼란이 존재한다는 논의를 시작으로 하여 위기관리에는 크게 전통안보 위기관리와 재난 관리라는 두 영역이 있음을 설명했다. 이 과정을 통해 안보위기와 재난이 위기관리라는 틀 안에서 공존하지만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강구하는 시각이 상이할 수 있음도 논의했다. 또한 현대사회의 위기양상이 변화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에서의 위기 발생 양상은 더욱 그러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더불어 북한이 전통적 수단과 비전통적 수단을 결합하여 위협하고 있으며, 전통안보 분야의 위기와 재난이 중 첩되어 발생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국가위기관리체제가 과부화되는 상황을 부각 시켰다.
이러한 새로운 도전에 대해 한국의 위기관리체제가 때로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다. 정책조율기능 미비, 위기관리시스템의 형식화, 비상대비와 연결되지 못 한 위기관리, 외형적 위기관리체제 설계에 집중되는 현상 등이 문제가 되었다.
본 논문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가진 위기관리체제의 통합・정비, 정보공유 및 지 휘체제의 확립, 위기관리가 처한 딜레마 상황을 고려한 정치적 지원, 위기관리체 제의 발전방안을 논의하는 동시에 취약성 검증을 강화할 필요가 있음을 주장하 였다.
그동안 우리는 전통안보와 재난이 중첩되는 영역에 대해 큰 관심을 두지 않았
다. 왜냐하면 두 영역은 일견 분리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복합적으로 진화해가는 북한 위협에 더하여 안보 위기 및 재난의 중첩가능성은 이러한 이분법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국가 위기관리체제의 변화 방향에 관한 논의가 절실하다. 그동안 학문적・실무적 관점에서 위기관리체제를 어떻게 개선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다수 있었다. 본 논문에서는 이 문제를 위기 양상의 변화와 연계하여 진행했다는 점에서 기존 연구와 차별화된다고 할 수 있다. 향후에는 개념적 수준을 넘어 보다 실증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심도 있는 분석과 구체적인 정책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논문 접수 : 2014년 2월 25일 논문 수정 : 2014년 4월 1일 게재 확정 : 2014년 4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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