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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공간을 찾아서: 공간, 그 쓸쓸함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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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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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공간공감(空間共感) 최종회

77

나만의 공간을 찾아서:

공간, 그 쓸쓸함에 대하여

연말연시가 다가오면서 각계각층에서 2020년에 대한 각종 트렌드 전망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2020년에 대한 전망 중 도드라지게 눈에 띄는 것은 ‘외로움’에 대한 마케팅 트렌드다. ‘혼밥’, ‘혼 술’은 이제 다양한 1인용 식사 상품과 식당 메뉴가 선보일 정도로 보편화되었으며, 이를 뒤이어 혼자 영화보기(혼영), 혼자 코인노래방 가기(혼코노), 혼자 여행하기(혼여), 혼자 놀기(혼놀) 등 다양한 ‘혼◯’ 문화 역시 대중 속에 깊이 파고든 지 오래다. 남들과 함께하는 상황에서 벗어나 나 만의 충전을 위한 휴식 시간을 추구하는 문화를 상징하는 ‘미타임(me time)’이라는 단어가 2013 년 옥스퍼드 영어사전 온라인 판에 신조어로 등록1)된 바 있으며, 이러한 문화 양상은 사그라들 지 않고 시공간 속에서 더욱 확대되는 양상을 보인다. 다음소프트 생활변화관측소에서는 매월 1억 2천만 건의 소셜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일곱 개의 인사이트로 정리한 결과를 정리하여, 2020년 트렌드에 대해 아예 ‘혼자만의 시공간’을 타이틀로 내세운 「2020 트렌드 노트」(염한결 외 2019) 를 출간하였다. 마크로밀 엠브레인 연구진이 집필한 또 다른 책 「트렌트 모니터 2020」(최인수 외 2019)에서도 2020년 소비 트렌드 변화의 핵심 키워드를 ‘외로움’으로 선정하고, 개인화된 사 회성을 넘어서 더 극단적인 형태의 개인화가 나타나며 외로움의 크기가 대중 소비자들의 ‘개.

취. 존(개인 취향 존중)’ 추구형 삶으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혼자만의 외로움이 대세인 시 대가 되었고, 그러한 것이 쓸쓸하다거나 초라해 보인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오히려 자유롭 고 편하고 즐겁게 즐길 수 있다는 형태로 문화의식이 바뀌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이 하루아침에 발생한 것은 분명 아니다. 몇 년 전 ‘케렌시아(Querencia)’라는 단 어가 세간에 관심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서는 2018년의 소비 임영모 | (주)웨이버스 부장, 「맵인사이트: 지도를 보는 따스한 시선」 저자([email protected])

1) ‘me time’에 대한 옥스퍼드 사전 해석은 다음과 같다. “Time spent relaxing on one's own as opposed to working or doing things for others, seen as an opportunity to reduce stress or restore energy.” (www.lexico.com/en/definition/me_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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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국토 제458호(2019. 12) 공간공감(空間共感) 최종회

트렌드 전망으로 ‘WAG THE DOGS(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를 중심으로 한 키워드를 선정하여

「트렌드코리아 2018」(김난도 외 2017)을 발간했으며, 그 책에서 ‘케렌시아’라는 공간을 찾는 현 대인의 트렌드를 소개한 바 있다. ‘케렌시아’는 투우장의 소가 마지막 일전을 앞두고 홀로 잠시 숨을 고르는 자기만의 공간을 일컫는 단어로, 현대인들이 전쟁 같은 일상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잠시나마 휴식과 충전을 취할 수 있는 사적인 공간을 추구하는 경향을 대변하는 상징적 단어로 쓰였다. 이는 확실히 예전의 ‘아지트(Agit)’라는 단어와는 느낌이 전혀 다르다. 아지트는 집단을 위한 은신처나 집합소를 가리키는 어둡고 비밀스러운 느낌을 주었다면, 케렌시아는 귀소 본능 으로 찾아드는 오로지 혼자만을 위한 따스한 공간일 테다. 누구에게는 혼자 소리 지르며 스트레 스를 푸는 코인노래방이, 누구에게는 남들은 잘 모르는 나만의 단골 카페가, 하다못해 주차장에 세워둔 자가용 안이나 비좁고 냄새나는 화장실 한 칸마저도 일종의 케렌시아가 될 수 있다. 현 대인들은 얼기설기 엮인 사회관계에 의한 피로감으로부터 혼자만의 공간 속으로 잠시나마 탈출 을 시도하려고 한다. 스스로가 선택하는 외로움의 공간이다.

정말 극도의 외로움을 추구하려는 경우 ‘자발적 유배’를 선택하기도 한다. 섬이나 산속의 사 찰, 혹은 순례길 등 아는 사람이라고는 일체 없는 낯선 곳으로 유배를 떠나서 일정 기간 동안 자 신을 스스로 그 공간에 가두는 것이다. 낯선 공간에 덩그렇게 혼자 놓여 있다 보면 평소에는 결 코 포기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사회적 관계들의 경중이 가려지고, 타인의 삶을 통해서만 투영되 던 온갖 지위와 규정으로 덧씌워진 자신의 모습 대신에 이름 석 자로 대변되는 본질적 자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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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만나게 된다고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런 자발적 유배는 철저히 혼자여야 하며, 낯선 공간,

낯선 시간, 낯선 사람들 속에서 스스로 즐겨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 자발적 유배처럼 긴 기간을 할애할 수 없는 직장인들은 혼자만의 짧은 여행으로 이 외로움에 대한 욕구를 해소하기도 한다.

혼자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서 김영하 작가가 「여행의 이유」(김영하 2019)에서 소개한 글처럼

‘슬픔을 몽땅 흡수한 것처럼 보이는 물건들(데이비드 실즈의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

재인용)’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로움을 선사하는 호텔에 여장을 푼 후, 매일 흔적이 제거되고 새 롭게 리셋되는 객실이라는 공간을 누리면서 자아에 대한 리셋을 추구해 볼 수 있겠다.

신체라는 물질과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에게 있어서 공간이라는 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철저한 공공재 성격이다. 한정된 공간을 서로 공유하고 일정 부분을 나누어 생활함이 마땅하다. 공간 속에서 생활하고 이동하며, 공간 내에서 타인들과 사물들과 엮여 있고, 그 안에서 소통한다. 사 회가 현대화되고 복잡해질수록 공간 속에서 부대끼며 느끼는 피로감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 그 것이 결국 스스로 외로움의 공간을 찾아 나서게 하는 문화로 이어지는 듯하다. 자발적 외로움의 공간을 찾는 문화는 개인화된 맞춤형 공간정보를 요구하게 되지 않을까? 공간에 대한 현대인의 요구사항 변화에 좀 더 주목해봐야 겠다.

참고문헌

김난도, 전미영, 이향은, 이준영, 김서영, 최지혜, 서유현, 이수진. 2017. 트렌드 코리아 2018. 서울: 미래의창.

김영하. 2019. 여행의 이유. 파주: 문학동네.

염한결, 이원희, 박현영, 이예은, 구지원, 김정구, 정유라. 2019. 2020 트렌드 노트-혼자만의 시공간. 서울: 북스톤.

최인수, 윤덕환, 채선애, 송으뜸. 2019. 트렌드 모니터 2020-대중을 읽고 기획하는 힘. 서울: 시크릿하우스.

편집자주

공간공감 연재를 마칩니다. 자칫 어려울 수도 있었던 지도와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풀어 연재해준 필자께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보내주신 독자분들의 관심에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참조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