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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프로젝트: 다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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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도시재생 이야기 • 41

빈집프로젝트: 다자요

남성준 다자요 대표 ([email protected])

제주는 우리의 집이다

제주 출신인 나는 다른 제주도민들과 마찬가지로 성인이 되어 일자리를 찾아 제주를 떠났 지만, 서울에서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틈틈이 제주에 내려와 올레길을 걷곤 했다. 제주를 방문해본 사람이라면 느낄 수 있듯이 제주는 잠시 다녀간 사람들에게까지 그리움을 심어 버리곤 한다.

제주로 다시 돌아온 나처럼 대다수의 도민들은 늦더라도 제주로 돌아온다. 육지에서 육 지로 터전을 옮기는 것과 육지에서 제주로 옮기는 것은 생각보다 고민의 무게 차이가 크

<그림 1> 빈집프로젝트 4호에서 바라본 마을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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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0호 2021 OctOber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돌아오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단 하나. 제주가 우리의 ‘집’

이기 때문이다.

현대사회를 함께 버텨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집’은 더 이상 ‘집’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느 시점부터 집은 거래하는 공간이라는 개념이 강해졌다. 물론 모두에게 해당하는 이야 기는 아닐 것이지만, 집에 대한 개념과 이해가 예전과 많이 달라진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 실이다. 공장에서 찍어낸 집들은 서서히 우리를 무기력하게 만든다. 제아무리 첨단 시설 로 가려 보아도 그와 같은 집에서는 어김없이 권태기가 찾아온다. 권태를 극복할만한 리모 델링을 거칠 여유가 되거나 혹은 그 시기가 끝날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볼 수 있으면 좋으 련만, 그마저도 원하는 만큼 머무를 수 없는 경우가 많아 기운이 빠진다. 이 와중에 하나의 생각이 내 머리를 스쳐 갔다.

어쩌면 우리는 더 이상 물리적인 ‘집’만을 나의 집이라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이었다. 이제 집은 일반적인 의미에서 휴식을 취하는 공간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사는 동 네에 있는 산책길은 나의 정원, 나만 아는 맛집은 나의 또 다른 주방, 기분에 따라 골라 가 는 카페는 나의 작은 테라스가 된다. 이처럼 우리는 어느 순간 마을과 동네 자체를 우리의 집에 포함시키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말한다, 제주 자체가 나의 집이라고

제주로 돌아오기 전, 제주를 방문할 때마다 그 아름다운 모습이 급격하게 훼손되어 가는 걸 바라보며 나는 절망했다. 아마 이 시기의 제주를 본 사람이라면 ‘절망’이란 단어가 과장 되지 않은 표현임에 동의하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제주 또한 사람이 살아가 는 곳이기에 소위 ‘발전’이라고 칭해지는, 무분별하지만 당연한 변화를 막는 것은 이기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림 2> 재생 전 빈집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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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얼마 안 가 제주에 버려진 수많은 공간들이 그 생각은 아주 틀린 것이었다고 나 에게 소리쳤다. 당시 제주 전역에 있는 빈집은 무려 2만 5천여 채에 달했다. 그중에는 새 로 지어진 못난이 건물에 밀린 제주의 아름다운 옛 가옥들도 물론 포함되어 있었다. 이와 함께 농촌의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며 상황은 더 악화되었다.

줄어가는 농촌인구와 늘어가는 관광객, 이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했던 선택은 자연과 풍경을 훼손하고 숙박시설을 짓는 것이었다. 일단 건물을 높게 지으면 내부에서도 바다와 한라산이 보이니 건물의 외부가 어떠하든 손님을 끌 수 있고, 육지에서 공사에 필요한 자 재를 받아와야 하는 제주의 특성으로 인해 집을 재생하는 것보다는 새로 짓는 것이 예산을 절약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또, 관광 붐이 끝나더라도 해당 건물을 매매해 버리면 되는 점 도 큰 장점이다. 하지만 너무나 합리적으로 쉽게 들어온 건물 한 채가 마을 전체를 두 번 다시 볼 수 없게 만들었다. 높아진 건물 한 채는 너도 나도 높은 집을 짓게 했고, 건축 예산 을 줄이고자 마을의 풍경은 삭막한 회색빛으로 변했다. 모두가 의식 없이 당연하고 동등하 게 누리던 풍경은 일정 세대의 특권으로 둔갑했다.

집으로 회귀하여 ‘다자요’를 설립하다

다자요의 메인 프로젝트인 ‘빈집프로젝트’는 지방에 방치된 빈집들을 재생하여 이용객들이 머물 숙박시설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이는 농어촌 주민들이 살고 있는 주택을 민박으로 활 용하는 농어촌 민박과는 다른 개념이다. 빈집프로젝트는 주인이 없는, 주인이 있더라도 거 주할 수 없는 ‘빈집’을 대상으로 이루어진다.

다자요의 재생철학은 최대한 ‘다움’을 잃지 않는 것이다. 낮은 돌담, 올레길, 어디든지 고개를 돌리면 느낄 수 있는 한라산의 정취와 그 반대편의 파아란 수평선, 그리고 종종이 달린 감귤밭의 귤빛 등 모든 아름다운 자연은 곧 ‘제주다움’이다. 그 자연을 존중하며 바람 밑 옹기종기 자리한 낮은 지붕과 돌담과 마을 사람들이 오랫동안 지내며 자연스레 만들

우리 동네 도시재생 이야기 • 41

<그림 3> 빈집프로젝트 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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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0호 2021 OctOber

어진 정갈한 굽은 길들. 학부생일 때 어느 교수님께서 제주가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려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10년이고 20년이고 그대로 놔둬야 한다고 말씀하셨던 것이 생각 난다. 그러나 외관의 특성을 ‘놔두는’ 다자요에서 재생한 숙소의 내부는 여느 신규 아파 트 못지 않은 최신식의 시설로 채워진다. IoT를 기반으로 각종 경비 시스템과 집안의 전 자기기들을 조정할 수 있고, 숙박객이 바뀔 때마다 스스로 비밀번호를 변경하는 도어락 을 예로 들 수 있다. 또한 테이블에 스피커가 내장된 테크 아이디어 가구나 요즘 혼수 필 수품인 전자가전들도 세팅되어 있다. 우리가 당연시 여기는 ‘집다움’의 옵션 또한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다자요’는 원칙이 있다

요즘에는 ‘재생 건축’, ‘구옥 리모델링’처럼 오래된 공간을 재생하는 것과 관련된 소재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빈집프로젝트에서 재생 건축은 그저 한 부분일 뿐 이다. 첫째, 우리는 빈집프로젝트의 숙소를 무상으로 장기

‘임대’한다. 소유주는 비어 있는 건물을 무료로 다자요에 제 공하고, 대신 평균 10년 정도 후에 완벽히 재생된(풀 세팅) 상태의 건물을 받게 된다. 빈집프로젝트는 기본적으로 빈 집 1채를 재생하는 데 1억 원 이상을 투입하기 때문에, 사 실상 사용할 수 없는 공간을 1년에 1천만 원씩 받고 임대하 는 것과 동일하게 이해할 수도 있다. 1억 원이 넘는 공사금액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우리 는 겉핥기식의 리모델링을 하는 기업이 아니다.

바닥에서부터 지붕까지 우리가 재생한 집이 몇십 년 후에도 같은 자리에 같은 모습으로 있을 수 있도록 말 그대로 빈집을 ‘재생’한다. 단, 재생과정에서부터 숙박영업을 마칠 때까지

<그림 4> 빈집프로젝트 1호

<그림 5> 빈집프로젝트 1호의 설계 당시 스케치 <그림 6> 빈집프로젝트 1호의 재생 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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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도시재생 이야기 • 39 우리 동네 도시재생 이야기 • 41

주택의 기존 소유주는 변동되지 않는다. 시골 마을에서 내 이웃의 집이 예쁘게 고쳐지고 나 서도 소유주가 변동되지 않았다는 것은,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큰 유대감을 마을 구성원 에게 전달한다. 그리고 이는 마을 구성원의 변동을 늦추는 데 도움을 준다.

둘째, 우리는 빈집프로젝트로 발생한 ‘매출’을 마을에 환원한다. 우리는 마을 기부금을 조성하여 해당 마을의 관리에 참여한다. ‘수익’이 아닌 ‘매출’을 기준으로 마을 기부금을 조 성하기 때문에 금액이 결코 적지 않다. 잘 정돈된 마을은 반듯한 사람들을 살게 하고, 이미 거주하던 사람들의 계속 거주를 돕는다. 오순도순한 마을의 풍경 속에 발그레 자리 잡은 빈집프로젝트 숙소들의 모습은 마을 사람들에게 심심치 않게 오곤 하는 네모건물의 유혹 을 떨치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셋째, 우리는 빈집프로젝트 숙소를 중심으로 로컬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빈집프로젝트 의 숙소에는 로컬기업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소파, 공기청정기, 스피커, 매트리스, 조 리기구에서부터 동네 로스팅 카페의 원두, 애월 양계장의 유기농 달걀, 천연입욕제와 중소 기업의 어메니티까지, 빈집프로젝트는 대기업 자본에 밀려 높은 품질의 자사제품과 서비 스를 홍보하지 못했던 스타트업 · 중소기업의 전시실 역할 또한 수행하고 있다. 빈집프로 젝트가 시행된 마을에 거주하는 인재를 관리직으로 고용하는 계획도 네트워크 구축의 일 부분이다.

물론 ‘다자요’는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영리법인이다

빈집프로젝트 1, 2호를 개업한 지 1년이 다 돼가고 3, 4호의 오픈을 며칠 앞두었을 때 영업 을 1년 넘게 중단해야 했던 고통스러운 날들을 겪기도 했다. 그 와중에 “결국 당신은 무인텔 을 마을마다 세워서 돈을 벌겠다는 것이 아니냐”라는 가시가 돋친 공격도 받았다. 하지만 다 자요는 문화적 가치가 풍부한 가옥을 재생하여 우리 고유의 색을 유지해야 하고, 그 집이 있 는 마을을 관리해야 하고, 더 나아가서 그 마을과 집이 계속해서 아름다울 수 있도록 자생력

<그림 7> 빈집프로젝트 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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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0호 2021 OctOber

을 키워야만 수익을 낼 수 있는, 긍정적인 모토를 가진 기업임을 의심하지 않았다.

확신을 가지고 열심히 부딪힌 끝에 ‘한걸음 모델 1호’라는 타이틀을 얻고 다시 사업을 재개할 수 있게 된 지금, 다자요는 빈집프로젝트 사업을 제주에 한정하지 않고 확장하게 되었다. 전국 각지에서 빈집프로젝트 요청이 들어옴은 물론이고, 첫 사업구상 때와 비교 하면 우리의 철학을 공유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어느샌가부터 여행객들은 ‘동네’ 맛집, ‘로컬’ 인증, ‘도민’ 맛집까지 한곳에 오래 정착한 사 람들에게 신뢰를 느끼기 시작했으며, 숨겨진 작은 마을과 자연을 고생스레 찾아가 그것 그 대로의 풍경을 즐기고 공유하고 있다. 여행은 유행에 가장 민감한 사업 중 하나이다. 빠르게 바뀌는 여행 패러다임 속 변하지 않는 것은 우리 고유의 것을 누리고픈 소망일 것이다.

서귀포시 도순동에 있는, 100여 년 전부터 마을을 지키고 있던 종갓집은 자식들이 육지 나 도심으로 떠나고 마지막으로 집을 지키고 계시던 할머님까지 하늘나라로 떠나시자 빈 집으로 오랜 시간 방치되어 있었다. 오래된 가족의 집을 팔기도, 큰돈을 들여서 재건축할 수도 없었던 가족들은 빈집프로젝트를 신청했다. 그렇게 ‘도순돌담집’이라는 이름으로 다 시 한번 태어난 집이 유럽의 이름난 성과 크게 다를 것 없다고 나는 생각했다. 유럽의 오래 전 누군가의 집이었던 멋진 성이 당연한 관광지로 자리 잡은 것처럼, 지속가능한 관광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생된 도순돌담집은 곳곳에 새로운 멋진 요소들을 가지게 되었다. 전에 입던 옷보다 훨 씬 멋진 옷을 입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집’은 변하지 않았다. 도순돌담집 주변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던 귤나무들은 올해에도 어김없이 열매를 맺어 서귀포 여느 마을의 당연

<그림 8> 빈집프로젝트 3호

참조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