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IHS 보고서
106 국토 제453호(2019. 7)
우리나라의 지방자치, 분권은 더디고 더딘 과정이었다.
역사적으로 중앙집권적인 국가운영의 유산이 강하게 남 아 있는 데다가, 해방 이후 혼란과 한국전쟁, 이후 권위 주의 독재정권이 연이어 집권하는 등 정치적 여건 자체 가 지방자치나 분권을 제도화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민 주화 이후 다시 시작된 지방자치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기에 제도적으로 큰 발전을 이루었고, 문재인 정부 들 어 지방분권의 시대라 할 만큼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분권형 헌법개헌 시도에서 알 수 있듯이 문재인 정부의 지방분권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확고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지방분권과 늘 한 쌍으로 제시되는 것이 균형 발전이다. 분권과 균형발전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것인 데, 양자는 그 속성상 갈등의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 에서 ‘분권형 균형발전’은 그 자체로 모순형용이라 할 수
있다. 지방분권은 그 주체가 자치단체라는 기관이든, 주 민이든 간에 고유한 자치권을 보장한다는 의미이며, 이 자치권의 실효적인 행사를 위해 물적 토대 역시 당연히 보장되는 것으로 본다. 그러나 균형발전은 지역 간 격차 해소를 목적으로 하며, 국가적으로 고른 지역발전을 지 향한다. 다시 말해, 균형발전은 국가적 시각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으며, 지역에 대한 국가의 개입과 조정을 예정 하고 있다. 이처럼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이 상호 갈등의 소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두 가지가 항상 함께 제시 되는 것은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특수한 사정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지방자치, 분권은 독재정권에 맞서 민 주주의 확보라는 정치적 목적으로 주장되었다. 대표적으 로 고(故) 김대중 대통령은 일찍부터 박정희 정권에 맞서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지방자치의 필요성을 주장하였고, 윤영근 | 한국행정연구원 부연구위원([email protected])
분권형 균형발전,
그 모순형용 해소를 위한 담대한 제안
분권형 국가균형발전의 실천 전략 연구
A Study on the Strategies for Decentralization of Balanced National Development Policies
이원섭, 양진홍, 박태선, 김진범, 강창민, 김현호 지음
107 노태우 정부 때는 단식투쟁을 통해 지방자치 실시를 이
끌어 내기도 했다. 민주와 반민주라는 대립적 정치구도 속에서 지방자치와 분권은 민주주의 회복을 알리는 상징 적인 사건과도 같았다. 그런데 민주화 노력이 제도적으 로 일정한 성과를 내고, 지방자치가 도입된 1990년대 이 후부터는 경제력 집중으로 인한 지역 격차 해소를 목적 으로 균형발전도 동시에 강조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을 생각할 수 있는데, 민주화 이후 지역의 삶의 질에도 더 이상 소홀히 할 수 없었던 점, 중앙정부 주도의 국가발전 관성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었던 점, 그 리고 1990년대 말 금융위기 이후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 서 중앙정부의 경제적 · 사회적 역할이 더 확대되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이처럼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 으로 작용하여 균형발전의 요구 역시 분권만큼이나 강하 게 제기되었고, 분권과 균형발전은 어느 것이 먼저라고 할 수도 없는 동시적 과제로 진행되어 왔다. 모순형용처 럼 여겨지는 분권과 균형발전의 동시적 요구는 그 어려 움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해결해 나가야 하는 이 시대의 과제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남게 된다. 여기에 이 연구는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융 합하는 분권형 국가균형발전 전략을 제시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연구에서는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으나, 자치분권 측면에서 지방의 자율성과 권한이 전반적으로 미흡한 점을 지적하고, 자 치분권을 위해서는 분권형 지역발전 제도의 적극적인 활 용과 지역 간 재정력 격차 해소를 위한 균형 장치가 필요 함을 지적하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이 연구는 분권형 균 형발전의 이론적 검토를 비롯해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정 책의 법적·제도적 기반을 분석하고 그 성과와 과제를 일 목요연하게 분석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지방분권과 균 형발전이 선순환할 수 있는 추진 전략과 세부 실천 과제 를 제시하고자 하였다. 또한 우리와 유사한 대륙법적 전
통을 가진 프랑스, 독일, 일본의 사례 분석을 더해 한국 적 맥락에 맞는 분권형 균형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분권형 균형발전을 위해 연구에서 제시하는 정책대안 은 네 가지이다. 우선 균형발전 정책을 구성하는 핵심 요 소인 공간계획, 추진체계, 지원체계, 제도 등을 분권화된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 둘째, 지방정부의 계획고권 강 화를 골자로 하는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분권화, 셋째, 자 치분권형 지역발전 추진체계를 위한 정부 간 협력 및 지 역거버넌스 강화, 그리고 자치분권 기반의 계획계약제도 시행, 마지막으로 분권형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균형발전 법령, 지방자치법령, 지방재정법령 등을 개정하고, ‛분권 균형발전특별법’을 제정하는 것 등이다. 이러한 대안들 을 평가하자면, 현재의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정책에 대 한 포괄적인 진단과 분석을 통해 도출한 문제의식을 바 탕으로 양자의 결합을 위한 담대한 실천 과제를 제시하 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겠다.
이 연구는 또 다른 연구 문제의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앞으로 개헌이나 법제도 개정 을 통해 실현 가능한 수준으로 분권형 균형발전 체제가 마련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 하나가 분권과 균형발전에 필요한 물 적 토대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인데, 이 는 분권을 통한 균형발전이 실현될 수 있는 적합한 공간 전략에 대한 고민을 포함한다. 특히 지역의 인구 감소와 고령화 추세, 경제 · 산업구조의 재편 등으로 지역의 여 건은 갈수록 불리해져 가는 상황에서 과연 지금과 같은 광역-기초의 지방자치 시스템이 균형발전에 유리한지 따져볼 시점이라 하겠다. 이미 국토연구원의 각종 연구 와 저서를 통해 이 문제에 대한 많은 진단과 대안이 제시 되었기 때문에, 분권형 균형발전을 뒷받침할 수만 있다 면 초광역정부 도입이나 압축도시 전략 등 가능한 모든 대안들이 진지하게 검토될 필요성이 있다. 이 연구를 바 탕으로 더욱 다양한 논의들이 이어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