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Geomorphological Landscapes of Jeju Island Depicted in Old Paintings and Geomorphological Perception

N/A
N/A
Protected

Academic year: 2021

Share "Geomorphological Landscapes of Jeju Island Depicted in Old Paintings and Geomorphological Perception"

Copied!
18
0
0

로드 중.... (전체 텍스트 보기)

전체 글

(1)

옛 그림 속 제주의 지형경관 그리고 지형인식

김태호*

Geomorphological Landscapes of Jeju Island Depicted in Old Paintings and Geomorphological Perception

Taeho Kim*

* 제주대학교 지리교육과 교수(Professor, Department of Geography Education, Jeju National University), [email protected]

?

?

?

?

참고문헌

?

대한지리학회지

?

?

?

?

?

?

?

?

?

?

요약 :『탐라십경도』와 『탐라순력도』에 수록된 옛 그림에는 탐승 장면뿐 아니라 진성에서의 행사 장면에서도 다 양한 지형을 경관요소로 배치하고 있어 제주지형 모음집의 성격을 갖고 있다. 화첩 속에 표현된 지형경관은 화 산, 하천, 해안 및 풍화지형으로 유형화할 수 있다. 제주도의 원형경관으로 한라산과 오름에 대한 제주민의 정 서가 반영되어 장면에 화산체가 가장 많이 등장한다. 용암동굴은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으나 『탐 라순력도』에 주경관으로 등장하여 두려우면서도 호기심을 자아내는 지형으로 인식되었다. 친수 공간이 부족한 제주도의 지역성 때문에 화첩 속에 서귀포의 천제연, 천지연, 정방 세 폭포가 모두 수록된 반면 용연 이외의 소 는 주요 지형경관으로 인식되지 않았다. 현무암질 용암류의 파식대가 섬 전역에 발달하므로 제주도의 해안은 대부분 비슷한 모습으로 비쳐진 데다가 수려한 경관의 해식애도 접근의 어려움과 조망의 제약으로 인해 주목받 지 못하는 등 해안지형은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했다. 제주지형에 대한 현지인과 외지인의 시점이 그림 속에 동 시에 투사되어 있는 『탐라십경도』와 『탐라순력도』는 선인들의 지형인식을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주요어 : 지형경관, 지형인식, 『탐라십경도』, 『탐라순력도』, 제주도

Abstract : Tamra Sipgyeongdo and Tamra Sunryeokdo contain a series of old paintings which exhibit topog- raphies nearby towns and forts as well as noted geomorphological landscapes. They could be consequently considered a collection of representative landforms in Jeju Island. Geomorphological landscapes in the paint- ings are classified into volcanic, fluvial, coastal and weathering landform. A volcanic edifice appears most frequently in the paintings, reflecting the particular emotion of Jeju people on Mount Halla and oreums as a prototype landscape of Jeju Island. A lava tube was underestimated due to its negative images. Neverthe- less, it was regarded as a frightening and intriguing landform in that a cave was firstly expressed as a major landscape in Tamra Sunryeokdo. While a pool was not highly evaluated except Yongyeon, all of three famous waterfalls in Seogwipo area were depicted in the paintings, suggesting there were scant freshwater zones in the island. A sea cliff was not also properly appraised due to its difficult access and limited views. Since the viewpoints of outsiders as well as natives were simultaneously projected on geomorphological landscapes in the paintings, Tamra Sipgyeongdo and Tamra Sunryeokdo are precious historical documents for examining the ancestor’s geomorphological perception on landforms in Jeju Island.

Key Words : landform, geomorphological perception, Tamra Sipgyeongdo, Tamra Sunryeokdo, Jeju Island

(2)

1. 서론

조선시대 후기에 제작된 『탐라순력도』는 사료로서 높은 가치를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림 하단에 배치된 기문(記文) 속 지리정보뿐 아니라 장 면마다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는 제주도와 제주민의 모습은 지명(오창명, 2004), 건축(윤일이, 2007), 해 녀(고광민, 2016), 복식(장현주·이주영, 2007), 무용 (채형지, 2001), 주악(임미선, 2011) 등 여러 분야에 서 당시 제주도의 상황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자료로 활 용되고 있다. 자료로서의 기능은 인문·사회적 영역에 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형·지질을 비롯하여 식물·

식생, 감귤, 축산 등 자연환경을 분석할 수 있는 다양 한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제주시·탐라순력도연구회, 2000; 김태호, 2016).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과 지오파크에 등재된 제주 도는 제4기의 분화활동으로 형성된 화산섬으로, 한반 도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독특한 지형들이 발달하고 있다. 환경부(2013)의 제3차 전국자연환경조사에 의 하면, 절대보전 및 보전 등급으로 분류된 지형이 제주 도의 전체 지형 가운데 63.4%를 차지할 만큼 제주도 에는 교육·학술적으로 또 경관적으로 우수한 지형이 많이 분포하고 있다. 따라서 제주도의 모습을 종합적 으로 담고 있는 『탐라순력도』의 주요 장면 속에 제주 도의 뛰어난 지형이 등장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한편, 『탐라순력도』는 제작기법과 내용구성 등 미 술사적 관점에서 1695년에 제작된 『탐라십경도』를 계 승하고 있다(이보라, 2007; 박은순, 2013). 당시 제주 민이 집단표상(集團表象)으로 공유하고 있던 제주도 의 경관 이미지는 『탐라십경도』를 통해 처음으로 외 재화되었다. 따라서 『탐라십경도』 속 10개 장면은 오 늘날 영주십경1)으로 불리는 제주경관 이미지의 출 발점으로 평가받고 있다(노재현 등, 2009). 『탐라순 력도』에 못지않게 『탐라십경도』도 제주도의 시대상 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록화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데, 수려한 지형경관을 자랑하는 경승지를 중심으로 장면이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당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던 지형을 가늠할 수 있는 자료가 된다(김태호, 2014).

『탐라순력도』는 『탐라십경도』 속 장면을 대부분 주 요 장면으로 수록하고 있어 그림 소재에서도 유사성 을 갖고 있다. 두 화첩은 모두 제주목사의 순력(巡歷) 을 계기로 제작되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으므로 장 면 구성에 제주목사의 개인적인 취향이 영향을 미쳤 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방관으로 제주도에 부임하여 현지 사정을 충분히 파악했다고 보기 어려운 상태에 서 화첩이 제작된 사실을 고려하면 이미 주민들 사이 에 승경(勝景)으로 잘 알려져 있던 지형을 포함하게 끔 장면을 구성했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두 화첩을 근거로 당시의 제주민뿐 아니라 화첩 제작을 주도한 제주목사 즉 외지인의 제주지형 에 대한 인식을 충분히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본 고에서는 『탐라십경도』와 『탐라순력도』의 미술사적 특징을 먼저 살펴보고, 옛 그림 속에 그려진 제주도의 지형경관을 유형별로 분석하여 화첩 제작에 관여한 현지인과 외지인 등 선인들의 제주지형에 대한 인식 을 고찰하고자 한다.

일종의 역사 기록물로도 평가받는 실경산수화는 미술학 관련 분야에서는 물론이거니와 조경학과 건 축학 등 경관계획이나 환경설계 분야에서도 국토경 관 연구의 소재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그림 속의 산지 모습과 시점 위치와의 관계에 근거하여 경 관을 유형화하고 경관요소의 형태와 구도를 조경학 적 관점에서 정량적으로 분석한 사례(강명수, 2001;

徐南姬, 2010)는 있으나 승경의 표상으로서 지형경관 을 고찰하거나 풍토경관의 구성요소로서 지형 유형 과 그 표현 방식을 분석한 사례(노재현 등, 2009; 유 가현·성종상, 2009)와 같이 실경산수화 속 경관을 지 형학적 관점에서 접근한 연구는 많지 않은데다 대체 로 정성적이며 시론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본고도 주 관성이 강한 그림 분석에 근거하고 있으므로 지형학 적 함의에 대한 지적이 있을 수 있으나 향후 다양한 사례연구의 축적을 통해 함의의 객관성이 확보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3)

2. 제주도를 그린 옛 그림

1) 이익태의 『탐라십경도(耽羅十景圖)』

1694년 제주목사로 부임한 이익태(李益泰, 1633~

1704)는 그해 9월 9일부터 19일까지 11일간 실시된 가을순력을 비롯하여 두 차례의 순력행차를 실시했 으며, 산행에도 조예가 깊어 백록담, 영실, 만장굴 등 제주도의 승경을 몸소 찾았다. 그리고 탐방한 군사요 충지와 경승지 가운데 열 곳을 골라 십경으로 집경하 고 이를 병풍화 형태의 화첩으로 만들었다. 이때 제작 된 『탐라십경도』는 국내에 남아 있지 않으나 그의 문 헌집 『지영록(知瀛錄)』에는 조천관, 별방소, 성산, 서 귀소, 영곡, 백록담, 천지연, 산방, 명월소 및 취병담 등 십경에 선정된 장소가 소개되고 있다(그림 1).

고려시대 중국의 소상팔경2)이 국내에 소개되면서 거주지 일원의 승경을 팔경이나 십경으로 집경하고, 이들 승경을 소재로 시문을 짓고 명승도를 그리는 관 습이 등장하였다(김동필 등, 1997). 조선시대 중기인 16세기 후반부터 17세기 전반에 걸쳐 읍지 제작이 성

행함에 따라 거주지에 대한 정체성 자각도 높아졌는 데, 거주지에 대한 지리정보의 수집과 지리지에 수록 된 승경을 소재로 삼은 시문의 제작은 자연스럽게 주 변 경관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이를 명승도로 표현하 려는 동기를 주었다(김현지, 2005).

더욱이 17세기 후반에는 지방관으로 부임한 관료 들의 환유문화와 결합하여 함경도, 강원도, 제주도 등 변방지역에서 많은 명승도가 만들어졌다. 환유(宦 遊)는 지방관으로 부임하거나 공무로 지방을 방문한 관리가 여가를 이용하여 주변의 승경을 둘러보던 조 선시대 관료의 유람행위를 가리킨다. 18세기 이후에 는 환유문화가 문인 사회의 중요한 관습으로 정착했 으며, 그 결과 지방마다 승경을 찾아내고 전파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박정애, 2013).

그러나 명승도 제작은 지방관의 취미활동으로서 승경에 대한 단순한 기록과 감상에 그치지 않는다.

특히 변방지역의 명승도 제작에는 그 지역에 소재하 는 경승지를 찾아내어 알림으로써 지역을 선양하려 는 행정적인 의도가 들어있다(이수미, 2002; 박정애, 2013). 이런 경향은 소론계 관료에게서 잘 나타나는 데, 이익태의 『탐라십경도』에서도 유사한 제작배경을

그림 1. 『탐라십경도』의 백록담과 『탐라순력도』의 별방조점 및 호연금서

(4)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지영록』에서 제주도에 뛰어난 경승지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기록된 것이 별로 없어 지역에서도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뿐더러 육 지 사람들에게도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아 애석하므로 화첩을 만들게 되었다고 제작배경을 소개하고 있다 (강창룡, 2004).

『탐라십경도』는 제작배경뿐 아니라 그림의 주제, 구도, 병풍화 형태 등 여러 면에서 1674년 함경도관 찰사 남구만이 제작한 십경도와 유사성을 갖고 있다.

10폭 병풍화로 제작된 『탐라십경도』의 구성은 화면 하단에 채색 실경산수도를 배치하고 상단에 이익태 본인이 발제한 기문을 배치하고 있는데, 실경도와 기 문을 조합한 구성방식은 남구만의 십경도에도 동일 하게 나타난다. 따라서 『탐라십경도』는 남구만 계열 의 관북명승도가 관북지방을 벗어나 다른 지역에까 지 영향을 미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이보라, 2007;

박정애, 2013).

이익태의 『탐라십경도』는 19세기까지 지속적으로 모사되면서 제주도의 경관을 보여주는 전범으로 활 용되었다. 탐라십경을 소재로 그린 현존하는 작품으 로는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2본과 일본 고려미술관 소 장 1본이 알려져 있다.3)19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보이 는 이들 작품은 십경의 구성과 형식뿐 아니라 그림 상 단의 기문 내용도 『지영록』의 기록과 일치하므로 이 익태의 『탐라십경도』를 원본으로 한 이모작으로 추정 된다. 박은순(2013)은 미술사적 관점에서 화풍과 장 면 구성에 다소 변화는 있으나 그림의 내용과 주요 소 재는 동일한 것으로 보았으므로 이들 이모본을 통해 서도 이익태의 『탐라십경도』에 등장하는 제주도의 지 형경관을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

2) 이형상의 『탐라순력도(耽羅巡歷圖)』

1702년 제주목사로 부임한 이형상(李衡祥, 1653~

1733)은 그해 10월 29일부터 11월 19일까지 21일간에 걸쳐 한 차례 순력을 실시하였다. 그리고 1703년 5월 목사직에서 파직되어 제주도를 떠나기 앞서 가을 순 력행차와 순력 전후에 치러진 각종 공식행사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지리지 성격의 채색화첩인 『탐라순력

도』를 제작하였다.

순행(巡行)이라고도 부르는 순력은 관내 고을의 풍 속과 민생을 직접 시찰했던 조선시대 관찰사의 업무 이다. 관내의 군사 및 행정을 지휘통제하고, 고을의 수령들을 감찰하기 위한 순력은 임금을 대신하는 지 방장관으로서 관찰사의 주요 임무라고 할 수 있는데,

『문헌비고(文獻備考)』에 관찰사가 순찰사를 겸한 것 으로 기록되어 있을 만큼 관찰사의 업무에서 순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다. 본래 제주도는 전라도관찰 사의 관할지역이나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데 다 접근도 어려운 섬이므로 관찰사가 직접 행차하기 에는 어려움이 따랐다. 따라서 제주목사가 제주목을 비롯하여 정의현과 대정현 등 도내 3읍의 관리감독과 함께 순력업무도 맡았다.

순력업무의 중요성 때문에 순력행차를 시각적으로 기록하여 남긴 순력도가 제작되었는데, 장대한 행렬 의 모습뿐 아니라 순력 중에 실시한 행사는 물론 탐방 한 경승지까지 공적 기록으로 보여주고 있다. 17세기 에 관동부사가 관할지를 순력한 후 제작한 『관동팔경 도』와 『관동십경도』를 비롯하여 제주목사의 『탐라십 경도』와 『탐라순력도』 그리고 정선이 1742년에 제작 한 『연강임술첩』 등이 지방관의 순력을 계기로 만들 어진 대표적인 기록화들이다(박은순, 2009).

제주시가 소장하고 있는 보물 제652-6호 『탐라순 력도』는 41면의 그림과 2면의 서문 등 총 43면으로 구 성되어 있다. 화첩에 수록된 41면의 그림 가운데 행사 장면이 39면으로 대부분을 차지하며, 나머지 2면은 남해 상공에서 부감시로 그린 제주도와 회화식 군현 지도 형식으로 표현한 제주지도로 각각 호연금서 및 한라장촉이라고 명명하였다(그림 1). 행사도는 28면 의 순력행차 장면과 11면의 순력외 행사 장면으로 구 분할 수 있다. 순력 행사도는 화첩의 10면부터 37면 까지 배치했으며, 순력외 행사도는 2면부터 9면까지 그리고 38면부터 40면까지 순력 행사도 앞뒤로 나누 어 배치하였다.

『탐라순력도』는 공적 기록화로서의 성격뿐 아니라 회화식지도, 실경산수화, 민화 등 다양한 회화 요소 를 지니고 있는 복합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이 보라, 2007; 박은순, 2013). 읍성 행사도를 비롯한 대

(5)

부분의 장면이 지리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 는 회화식지도 양식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탐승 장면 은 입체감이 부족하고 형식적인 표현이 많으나 조선 시대 중기 이후 유행한 실경산수화의 요소를 잘 보여 주고 있다(윤민용, 2011).

3) 분석에 사용한 그림 장면들

『탐라십경도』를 구성하고 있는 10개 장면 가운데 조천관, 별방소, 서귀소, 명월소 등 진성을 주경관으 로 다루고 있는 4개 장면을 제외하면 성산, 백록담, 영곡, 천지연, 산방, 취병담은 지형경관을 그린 명승 도에 속한다. 그러나 관방(關防) 장면의 별방소와 명 월소에서도 오름과 동굴 등 제주도의 지역성을 보여 주는 지형이 중요한 경관요소로 활용되고 있고, 특 히 서귀소에서는 원경의 한라산부터 근경의 섶섬까 지 서귀포 일대의 지형이 총망라되어 등장하고 있다.

따라서 『탐라십경도』에서는 10개 장면을 모두 분석에 사용하였다.

『탐라순력도』의 순력 행사도는 군사점검, 시험, 양 로, 배전 등 3읍 9진에서 실시된 공식행사 모습뿐 아 니라 순력여정에 들어있는 경승지를 탐방하는 모습

도 포함하고 있다. 제주목을 출발하여 시계방향으로 순회한 순력여정을 따라 김녕굴, 정방폭포, 천지연폭 포, 천제연폭포, 왕자구지, 산방산에서 이루어진 6개 의 탐승 장면을 각각 김녕관굴, 정방탐승, 천연사후, 현폭사후, 고원방고, 산방배작으로 명명하여 수록하 고 있다. 또한 순력외 행사도도 성산일출봉과 용연을 주경관으로 구성하여 성산관일, 병담범주로 명명한 명승도를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탐라순력도』의 41개 장면 가운데 실경산수 화적 요소가 잘 드러나는 탐승 행사도 7개4) 장면과 명 승도로 보기는 어려울지라도 화면 구성에 지형이 중 요한 경관요소로 사용된 8개 장면을 중심으로 분석하 였다. 후자의 8개 장면에 등장하는 행사는 조천, 교 래, 하도, 우도, 서귀, 고산, 한림, 명월에서 치러졌으 며, 각각 조천조점, 산장구마, 별방조점, 우도점마, 서귀조점, 차귀점부, 비양방록, 명월조점으로 명명되 었다.

한라산의 백록담과 영곡을 제외한 『탐라십경도』의 8개 장면은 『탐라순력도』에서도 거의 같은 구도로 재 현되고 있다. 따라서 8년의 시차를 두고 제작된 두 화 첩 사이에는 장면 구성 시 집경 장소에 대한 유사한 관점 즉 지형에 대한 동일한 인식이 있었을 것으로 판

그림 2. 지형이 주요 경관요소로 사용된 화첩 속 장면과 소재지

1.제주(취병담·병담범주) 2.조천(조천관·조천조점) 3.교래(산장구마) 4.김녕(김녕관굴) 5.하도(별방소·별방조점) 6.우도 (우도점마) 7.성산(성산·성산관일) 8.서귀(서귀소·정방탐승·서귀조점·천연사후) 9.중문(천지연·현폭사후) 10.사계(산방·

산방배작) 11.고산(차귀점부) 12.비양도(비양방록) 13.명월(명월소·명월조점) 14.영실(영곡) 15.한라산(백록담)

(6)

단된다. 본고에서 지형분석에 사용한 두 화첩 속 25개 장면의 소재지는 그림 2와 같다.

3. 옛 그림 속 제주도의 지형경관

1) 화산지형

화산섬 제주를 그린 화첩 속에는 화산체, 화구, 용 암동굴 등 다양한 화산지형이 등장한다. 주경관이든 부경관이든 가장 많이 그려진 화산지형은 화산체로

『탐라십경도』의 8개 장면, 『탐라순력도』의 11개 장면 에 한라산과 오름이 등장한다. 19개 장면 가운데 화 산체가 가장 많이 등장하는 그림은 교래 일대의 목마 장에서 마필을 점검하는 모습을 그린 『탐라순력도』의 산장구마로, 화면 최상단의 성널오름을 배경으로 화 면 가득 27개의 오름이 배치되어 있다(그림 3). 또한 제주시 해안을 그린 『탐라순력도』의 병담범주에서는 원경으로 한라산과 산록의 오름군이 등장하는데, 이 름을 표기하지 않은 오름까지 포함하면 그 수가 20여 개에 달한다(그림 8). 『탐라십경도』에서도 서귀포시 해안을 그린 서귀소에 배경의 한라산을 비롯하여 해 안과 중산간지대에 9개의 오름이 그려져 있다.

중산간지대와 한라산 산록에 분포하는 오름은 대 부분 스코리아콘(scoria cone)으로, 『탐라십경도』의 별 방소와 『탐라순력도』의 별방조점에서 화면 상단에 대

랑수악(大朗秀岳)이라는 이름으로 그려져 있는 다랑 쉬오름이 가장 모식적인 사례로 알려져 있다(김태호, 2011; 그림 1과 3). 비고 227m, 기저직경 1,013m, 둘 레 3,391m의 다랑쉬오름은 지형도에서 동심원군의 등고선으로 표현될 만큼 전형적인 원추형 화산체이 다(제주도, 1997). 『탐라십경도』의 성산에서는 적색 스코리아층이 노출되어 있는 섭지코지의 붉은오름을 붉은색으로 채색하여 화산체의 구성물질에도 주목하 였다(그림 5).

별방소 장면에서는 잘 표현되지 않았으나 다랑쉬 오름에는 산정화구가 발달한다. 화구는 비교적 빠르 게 침식되므로 모든 스코리아콘에 화구가 나타나지 는 않는데, 『탐라십경도』의 명월소와 『탐라순력도』의 비양방록에는 비양봉의 산정에 붉은색 화구가 입체 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또한 산장구마의 성널오름과 병담범주의 어승생오름 등 화구를 지닌 화산체는 산 정을 파이게 표현한 반면 그렇지 않은 오름은 산정을 뾰족하게 그려 화구의 유무를 그림에 반영하고 있다.

스코리아콘의 경우처럼 단성화산에 속하는 산방 산과 성산일출봉은 보통의 오름과는 달리 두 화첩에 서 모두 주경관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산방산은 비고 345m, 기저직경 1,314m, 둘레 3,780m의 비교적 큰 오름으로(제주도, 1997), 사면의 상·하부가 각각 볼 록사면과 애추사면으로 이루어진 모식적인 라바돔 (lava dome)이다. 그러나 그림에서는 애추의 직선사 면이 생략된 채 산록의 볼록사면만으로 화산체가 그 려져 있다. 사계 해안을 육지 쪽에서 부감시로 표현하

그림 3. 『탐라십경도』 별방소, 『탐라순력도』 산장구마 및 다랑쉬오름

(7)

고 있으나 두 화첩의 구도는 조금 다르다. 『탐라순력 도』에서는 산방산이 단독으로 등장하는 반면 『탐라십 경도』에서는 사계 앞바다를 중심으로 산방산, 단산, 송악산이 화면 왼쪽, 아래쪽, 오른쪽에 각각 배치되 어 있다. 그러나 산방산이 화면을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어 주경관이 산방산임을 쉽게 알 수 있다(그림 4).

『탐라십경도』의 성산과 『탐라순력도』의 성산관일에 주경관으로 등장하는 성산일출봉은 비고 174m, 기저 직경 693m, 둘레 2,927m의 터프콘(tuff cone)이다(제 주도, 1997). 아흔아홉봉으로 덮인 원주형 왕관처럼 그려진 성산일출봉은 약 5,000년 전 해저분화를 통해 해수면 위로 드러난 써르세이형5) 화산체로 45°의 급 사면으로 이루어져 있다(Sohn et al., 2002). 『탐라십 경도』에서는 성산일출봉을 중심으로 제주 본섬의 스 코리아콘들을 배치한 반면 『탐라순력도』에서는 화면 아래쪽에 우도의 소머리오름을 배치하여 구도를 달

리하고 있다. 소머리오름도 터프콘이므로 스코리아 콘과는 다른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두 장면 모두 성 산일출봉 왼쪽에 바다 위로 솟아오르는 해를 배치하 고 있어 이곳이 오래 전부터 해돋이의 명소임을 보여 주고 있다(그림 5).

지하의 화산지형인 용암동굴이 부경관으로만 다 루어진 『탐라십경도』와 달리 『탐라순력도』에서는 주 경관으로도 등장한다(그림 6). 장면의 제목에도 동굴 이 들어있는 『탐라순력도』의 김녕관굴에서는 김녕굴 과 만장굴이 주경관으로 나타나는데, 화면 중앙으로 부터 오른쪽 상단까지 용암동굴 3개가 연속적으로 그 려져 있다. 용암동굴로는 국내 최초로 1962년 천연기 념물로 지정된 길이 705m의 김녕굴은 본래 만장굴과 동일한 동굴계에 속했으나 동굴 천장이 붕괴되면서 만장굴과 분리되었다. 제주도 동부 용암동굴지대를 대표하는 길이 7,416m의 만장굴은 1970년 김녕굴에

그림 4. 『탐라십경도』 산방, 『탐라순력도』 산방배작 및 산방산

그림 5. 『탐라십경도』 성산, 『탐라순력도』 성산관일 및 성산일출봉

(8)

편입되는 형태로 천연기념물 제98호로 지정되었고, 1967년부터 두 번째 입구로부터 1㎞ 구간을 공개하고 있다. 동굴 내부는 최대 높이와 폭이 각각 23m, 18m 에 달할 만큼 규모가 크고, 용암선반, 용암종유, 용암 석주 등 다양한 동굴생성물이 발달한다(김범훈·김태 호, 2007).

『탐라십경도』의 명월소와 『탐라순력도』의 명월조점 에서도 명월진 배후에 3개 또는 1개의 용암동굴이 등 장한다. 명월진 일대의 명월·상명에는 생쟁이왓굴, 자구내거리굴 등 7개, 협재에는 협재굴, 쌍용굴, 소천 굴 등 8개의 용암동굴이 분포한다(손인석, 2007). 명 월소 장면의 기문에 나오는 배령굴(排舲窟)을 비정하 고 있지는 못하나 같은 기문에서 종유석을 언급하는 것으로 보아 천연기념물 제236호인 길이 99m의 협재 굴 또는 394m의 쌍용굴일 수도 있다. 이들 용암동굴 지상의 패사 사구지대에서 발생하는 용식작용으로 인해 탄산염 성분의 생성물이 동굴 내부에 발달하고 있다(鹿島·徐, 1984; 그림 6).

2) 하천지형

화첩 속에 등장하는 하천지형으로는 폭포, 소, 암 반하도 및 습지를 들 수 있다. 그림의 소재로 가장 많 이 그려지는 지형 가운데 하나인 폭포는 『탐라십경 도』의 2개 장면, 『탐라순력도』의 4개 장면에 등장한 다. 서귀포 일대의 세 폭포가 모두 그림의 소재로 사

용되고 있는데, 특히 중문의 천제연폭포는 두 화첩에 서 모두 주경관으로 다루어지고 있다(그림 7). 『탐라 십경도』의 천지연과 『탐라순력도』의 현폭사후에 그려 진 천제연폭포는 본래 중문천 하류의 길이 480m 구 간에 발달한 3개의 폭포를 가리킨다. 그림에서는 동 일한 구도로 상류 쪽의 두 폭포가 연속된 2단 폭포로 그려져 있으나 두 폭포는 130m가량 떨어져 있고, 그 림과 달리 상폭에는 평소 낙숫물이 보이지 않는다.

천지연폭포와 정방폭포는 『탐라십경도』의 서귀소 장면에서 서귀진의 주변 경관요소로 함께 그려진 반 면 『탐라순력도』에서는 천연사후와 정방탐승 장면에 각각 단독으로 등장하는데, 천지연폭포는 서귀조점 에서도 서귀진 왼쪽에 중요한 경관요소로 배치되고 있다. 연외천 최하류에 발달한 높이 22m의 천지연폭 포는 폭포벽 높이 8m 지점을 경계로 조면안산암질 상부가 하부의 역암보다 앞으로 더 튀어나온 모암(帽 岩) 폭포이다(김태호, 2012). 두 화첩에서 모두 바다 로 물이 직접 떨어지는 모습으로 그려진 정방폭포도 모암 폭포로 높이는 23m이다.

친수 공간으로 잘 이용되는 소는 주로 폭호(瀑壺) 의 형태로 화첩에 등장한다. 『탐라십경도』의 천지연 과 『탐라순력도』의 현폭사후에서는 천제연폭포 중간 에 소를 배치하여 폭포를 상폭과 하폭으로 나누고 있 는데, 천제연 제1폭포 앞에 발달한 최대직경 33m의 타원형 소가 천제연으로 불리는 폭호이다. 제1폭포에 낙숫물은 없으나 폭포벽 밑의 용천대에서 물이 용출 그림 6. 『탐라십경도』 명월소, 『탐라순력도』 김녕관굴 및 협재굴

(9)

하므로 폭호는 많은 수량을 갖고 있다. 『탐라십경도』

에서는 생략되어 있으나 『탐라순력도』에서는 천지연 폭포 앞에도 폭호가 등장한다. 정방폭포는 낙숫물이 직접 바다로 떨어지게 그리다보니 실제와는 달리 폭 포 앞에 소가 나타나지 않는다(그림 9).

『탐라십경도』의 취병담과 『탐라순력도』의 병담범주 에 등장하는 용연은 폭포와 무관한 소이다(그림 8).

제주 시내를 관류하는 건천 가운데 가장 큰 한천의 하 구에 발달하는 높이 15m의 협곡지대는 하상의 용천 수와 섞인 해수로 채워져 있다. 따라서 물이 흐르는 계곡의 경관을 만들므로 취병담 또는 용연처럼 소를 뜻하는 이름으로 불린다. 그러나 유수의 마식작용으 로 암반하상에 형성되는 소와는 차이가 있다.

『탐라십경도』의 취병담과 서귀소 그리고 같은 장소 를 그린 『탐라순력도』의 병담범주와 서귀조점에서는

한천, 병문천, 연외천, 동홍천 등 제주도의 지방하천 이 등장한다. 하류역에서 용천대를 통과하는 서귀포 의 연외천과 동홍천은 상시하천이므로 하도에 유수를 표현하고 있는 반면 제주의 병문천은 하류에서도 물 이 흐르지 않는 건천이므로 두 선으로 하도의 경계만 표시하고 도로와 구별하려고 이름을 병기하고 있다.

그러나 한천은 같은 건천임에도 불구하고 『탐라십 경도』의 취병담에서 매우 특이하게 하천 양안을 일련 의 암봉군으로 표현하고 있다. 한라산의 급사면을 흘 러내리는 한천에는 유수의 하방침식으로 인해 협곡 구간이 발달하고 마식작용을 받은 암반하도가 잘 나 타나는데, 이런 제주도 산지하천의 특성이 취병담에 서 과장되어 그려져 있다. 반면에 『탐라순력도』의 병 담범주에 그려진 한천에서는 산지하천의 모습이 보 이지 않고, 유수가 있는 것처럼 하도가 채색되어 실상 그림 7. 『탐라십경도』 천지연, 『탐라순력도』 현폭사후 및 천제연 제2폭포

그림 8. 『탐라십경도』 취병담, 『탐라순력도』 병담범주 및 용연

(10)

을 잘못 전하고 있다(그림 8).

한편, 『탐라십경도』의 백록담은 한라산의 산정화 구를 북쪽 상공에서 부감시로 그린 장면으로, 분화 구를 가득 채우고 있는 백록담 화구호에는 물을 마시 고 있는 흰사슴들과 사슴을 타고 있는 선인을 그려 넣 어 백록담 설화를 형상화하였다(그림 1). 그러나 백록 담 화구호는 분화구의 동쪽 바닥에 일부 물이 고여 만 들어진 습지로 담수면적은 160×100m이며, 수심은 1~2m에 불과하다(윤성효 등, 2002). 화첩 속에 온전 하게 그려진 습지로는 유일한 사례이나 『탐라순력도』

의 산장구마에 등장하는 물장올오름과 물영아리오름 의 산정에도 유수(有水)로 표기하여 화구호의 존재를 알리고 있다(그림 3).

3) 해안지형

순력여정에 포함된 진성과 승경이 주로 해안지대 에 위치하므로 『탐라십경도』의 7개 장면, 『탐라순력 도』의 12개 장면에서 해안이 등장한다. 현무암질 용 암류를 의식하여 해안을 검은색으로 채색한데다 헤 드랜드에는 톱날 모양으로 암반에 부딪치는 파랑을 그려 넣어 침식작용이 탁월한 암석해안을 묘사하고 있다. 특히 『탐라십경도』의 조천관과 『탐라순력도』의 조천조점에서는 파호이호이 용암(pahoehoe lava)으로 이루어진 파식대 해안의 특징이 잘 나타난다. 용암류 의 미기복 때문에 해안선의 굴곡이 매우 복잡하고, 해 안 부근에는 여(礖)라고 표기한 투물러스(tumulus)가

도처에서 수면 위로 드러나 있다(그림 9).

그러나 해안은 전반적으로 바다와 육지의 경계를 표시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어 용두암과 용머리 등 일 부 장소를 제외하면 해안지형의 표현에는 상세함이 결여되어 있다. 정방폭포가 소재하는 자구리 해안은 비고 20m의 수직에 가까운 해식애로 이루어져 있음 에도 불구하고 『탐라십경도』의 서귀소와 『탐라순력 도』의 정방탐승에서는 고도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단순한 해안선으로 그려져 있다(그림 9). 화첩 속 해 식애는 동굴 표현을 위해 부득이하게 그려 넣은 『탐라 순력도』의 차귀점부에서나 겨우 볼 수 있을 뿐이다.

차귀점부에서는 저생문(這生門)으로 이름이 표기 된 3개의 해식동이 고산 해안의 당산봉 옆에 그려져 있다. 미립질 화산쇄설물로 이루어진 당산봉에는 파 랑의 침식작용으로 해식애가 발달하며, 해식애가 후 퇴하면서 차별침식으로 단애면에 저승문 또는 저승 굴로 불리는 동굴들이 만들어졌다. 『탐라순력도』의 성산관일과 우도점마에 이름만 표기되어 있는 어룡 굴(魚龍窟)도 하이드로볼케이노인 소머리오름에 형 성된 해식동이다. 높이 11m, 폭 8m, 깊이 113m의 대 형 동굴로 동안경굴이라고 부르는데, 또 다른 해식 동인 달그린안을 가리킨다는 의견도 있다(오창명, 2004).

해안지형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탐라십경도』의 취병담과 『탐라순력도』의 병담범주에 모두 등장하는 용두암으로, 특히 취병담에는 주경관인 용연에 버금 가는 큰 경물로 그려져 있다(그림 8). 용두암은 용암

그림 9. 『탐라순력도』 조천조점, 정방탐승 및 서귀포 자구리 해안

(11)

수로의 벽면이 침식을 받아 용머리처럼 만들어진 암 괴지형으로 두껍게 흐른 아아 용암(aa lava)으로 만들 어져 높이가 10m에 달한다(한국지질자원연구원·제 주발전연구원, 2013). 용두암 주변에는 파식으로 제 거되어 일부만 남은 용암벽 지형들이 바다 쪽으로 뻗 어 있으므로 이를 반영하여 화첩 속에서는 용두암을 2개의 경물로 표현하고 있다.

4) 풍화지형

화산암으로 이루어진 제주도에서는 주로 조면암 분포지역에 토르와 타포니 등 풍화지형이 발달하는 데, 한라산 영실의 오백나한으로 유명한 토르군이

『탐라십경도』의 영곡과 서귀소 장면에 등장한다. 특 히 영곡에서는 화면을 가득 채운 암벽 위 산릉을 따라 침엽수로 묘사한 구상나무와 함께 토르가 다양한 동 물 모습으로 익살맞게 그려져 있다(그림 10).

한라산 속 장소를 장면으로 포함하지 않는 『탐라순 력도』에서는 성산관일과 산방배작의 화산체에 토르 가 등장한다(그림 4와 5). 그러나 성산일출봉 화구륜 의 아흔아홉봉과 사면에 발달한 등경돌, 곰바위 등은 주상절리의 차별풍화로 형성된 오백나한과 달리 하 이드로볼케이노(hydrovolcano)가 우세(雨洗)에 의해 개석되는 과정에서 염류풍화와 결합하여 만들어진 토르이다. 또한 산방산을 온통 덮고 있는 기암은 토르 보다는 조면암질 암벽에 발달한 주상절리를 과장하 여 형상화한 것으로, 정방탐승 장면에서 조면암질 용

암돔인 섶섬도 산정이 기암으로 덮여 있으나 역시 과 장된 표현으로 볼 수 있다(그림 9).

『탐라십경도』의 산방과 『탐라순력도』의 산방배작 에서 산방산 중턱에 크게 그려 넣은 산방굴은 표고 145m 지점에 발달한 길이 10m, 높이 5m, 폭 5m의 타포니이다(그림 10). 산방굴은 해식동으로 해석되어 제주도 융기의 증거로도 간주되었다(이문원·손인석, 1984). 그러나 산방산 암벽에는 벌집구조의 타포니가 잘 발달하는데, 타포니 바닥에는 벽면에서 떨어진 암 설이 쌓여 있고 벽면에도 암설이 붙어 있는 등 현재도 풍화작용이 진행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염류풍화 를 받기 쉬운 조면암질 용암에 발달한 대형 타포니로 보인다.

4. 옛 그림으로 들여다본 지형인식

승경을 그린 6개 장면뿐 아니라 진성을 다룬 4개의 관방 장면에도 다채로운 지형이 경관요소로 화면에 배치되고 있으므로 『탐라십경도』는 제주지형을 엄선 하여 수록한 최초의 대표지형 모음집이라고 할 수 있 다. 또한 순력여정에 들어있지 않아 한라산 속 지형을 화첩에 담아낼 수는 없었을지라도 순력 중에 경유한 경승지와 진성 주변의 지형을 화면 구성에 적극적으 로 활용한 『탐라순력도』도 이에 버금가는 지형 모음 집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림 10. 『탐라십경도』 영곡, 영실 토르군 및 산방굴

(12)

두 화첩은 제주목사 이익태와 이형상의 주도로 제 작되었으나 두 목사의 관점에서 선별된 지형으로 장 면이 전부 채워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이익태의 경우 1663년 속리산, 1673년 금강산, 1680년 지리산 등 제주도로 부임하기 전에도 이미 많은 경승지를 유 람했으므로 지형경관에 대한 남다른 안목을 갖고 있 었음에 틀림없다(강창룡, 2004). 그러나 육지와는 크 게 다른 제주도의 상황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 에서 진행된 순력행차를 계기로 화첩이 만들어진 사 실을 고려하면, 당시 주민들 사이에서 평판이 높았던 장소를 안내받아 목격한 후 자신의 경험에 근거하여 장면을 구성했을 것이다. 따라서 제주지역에서 집단 표상으로 전승되어 내려온 제주민의 시점에 제주목 사로 부임한 외지인의 시점이 결합하여 선별된 지형 들이 화첩 속에 등장했다고 볼 수 있다.

두 화첩에 그려진 제주도의 지형경관은 화산, 하 천, 해안 및 풍화지형으로 유형화할 수 있고, 단위지 형으로는 화산체, 화구, 용암동굴, 폭포, 소, 암반하 도, 습지, 파식대, 해식애, 해식동, 토르, 타포니로 구 분할 수 있다. 분화활동으로 형성된 화산섬 제주의 지 역성을 반영하여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위지형은 화

산체이다. 주경관이든 또는 부경관이든 한라산과 오 름 등 화산체는 『탐라십경도』의 8개 장면과 『탐라순력 도』의 11개 장면에서 등장하는데, 특히 『탐라순력도』

의 산장구마에서는 27개의 화산체가 화면을 가득 채 우고 있다.

섬 중앙의 한라산은 플라이스토세 전기인 120만 년 전부터 시작된 제주도의 화산활동과 함께 성장한 복성화산으로, 그리고 섬 전역에 분포하며 한라산의 측화산을 이루는 오름은 단성화산으로 구분된다. 오 름의 수는 334개(長谷中 등, 1998), 357개(박승필, 1985), 368개(제주도, 1997) 등으로 알려져 있는데, 제주도가 오름의 왕국으로 불리는 만큼 제주도의 대 표지형으로서 화산체의 존재는 각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김종철, 1995).

제주도라면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주봉 한라산 과 이를 감싸고 있는 오름은 가장 제주적인 지표경관 으로서 제주민의 의식 속에 일종의 원형경관으로 자 리하고 있다. 1709년에 간행된 『탐라지도병서』와 18 세기 중엽의 『제주삼현도』 등 제주도 전역을 오름으 로 가득 채우고 있는 지도로도 확인할 수 있듯이 화산 체는 제주를 상징하는 존재이다(그림 11). 외지인으

그림 11. 오름으로 덮인 제주도의 모습을 그린 『제주삼현도』

(13)

로서 화산체를 처음 접한 이익태와 이형상에게 오름 은 잊기 어려운 이국적인 지형이었을 것이다. 또한 그 림을 담당한 제주민 화공에게도 제주의 원형경관을 만드는 화산체는 장면 구성에 불가결한 경관요소이 었을 것이다. 화첩 제작자들의 이런 지형인식 때문에 두 화첩에는 주경관뿐 아니라 부경관으로도 많은 오 름이 장면을 꾸미고 있다.

순상화산의 대표적인 사례지형으로 소개되고 있는 한라산은 『탐라십경도』의 서귀소와 『탐라순력도』의 병담범주에서 장면의 배경으로 등장한다. 화첩 속에 한라산 전체를 단독으로 그린 장면은 들어 있지 않은 데, 세로로 긴 화첩의 화면과 가로로 긴 순상화산체의 형태를 고려하면 화면 구성이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 인다. 분석에 포함되지 않은 『탐라순력도』의 호연금 서는 남해 상공에서 제주도를 부감시한 장면으로, 광 역으로 잡은 화면 속에 순상화산으로서 한라산의 모 습이 잘 드러난다(그림 1).

『탐라순력도』에 한라산의 세부 장소를 그린 장면은 수록되어 있지 않으나 『탐라십경도』에는 백록담과 영 곡 두 장면이 들어있어 한라산의 지형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다. 한라산은 산정화구로 인해 두무악(頭 無岳) 또는 부악(釜岳)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백록 담 장면에서도 묘사되어 있는 흰사슴과 신선에 관한 설화가 깃든 백록담 화구호의 존재야말로 한라산을 영산으로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다. 『탐라지도병서』

와 『제주삼현도』에서 한라산이 동서방향으로 길게 뻗 은 화산체가 아니라 백록담만으로 표현된 것을 보면 백록담을 곧 한라산으로 인식했다고 볼 수 있다(그림 11). 따라서 한라산의 화구와 백록담은 신화와 신앙의 대상으로 제주민이 품고 있던 각별한 정서 그리고 산 정까지 몸소 올라 백록담을 목격한 이익태의 한라산 에 대한 관심으로 인해 순력 대상지가 아니었음에도

『탐라십경도』의 한 장면으로 수록되었다.6)

2007년 등재된 제주도의 세계자연유산 명칭이 제 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므로 자연유산의 콘텐츠로서 용암동굴이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 나 십경 가운데 용암동굴이 포함되지 못한 것으로 보 아 지형경관으로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한 것으로 판 단된다. 용암동굴은 화산체와 달리 지하에 형성되므

로 지표경관으로 인식되기 어려운데다 석회동굴처럼 내부에 스펠레오뎀도 출현하지 않으므로 인상적이지 못하다. 조명시설이 없던 용암동굴은 암흑의 세계였 을 뿐 아니라 김녕굴의 뱀 설화7)와 같은 부정적인 이 미지까지 더해져 사람들의 접근을 막았다. 『지영록』

에도 이익태가 1695년 5월 28일 김녕굴에 들어갔으 나 내부의 어두움과 두려움으로 인해 중간에서 되돌 아 나왔다고 기록되어 있다(김익수, 1997).

그러나 『탐라순력도』의 김녕관굴에서 김녕굴과 만 장굴이 처음으로 주경관으로 등장하는데, 동굴 속 지 하세계를 탐방하는 그림을 통해 용암동굴의 부정적 인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아내는 지형임을 알 수 있다. 『탐라십경도』의 명월 소에 이어 『탐라순력도』의 명월조점에서도 명월진의 배후에 부경관으로 동굴이 그려진 것으로 보아 한림 일대의 용암동굴은 이미 유명했던 것 같다(鹿島·徐, 1984). 특히 명월소 기문에서 종유석을 언급하고 있 는 것을 고려하면 용암동굴 속 석회동굴 경관이라는 제주 용암동굴의 특성은 당시에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천의 천이점(遷移点)과 낙수현상이 결합된 폭포 에는 승경이 많아 김홍도의 금강폭포, 정선의 박연 폭포 등 조선시대 산수화의 소재로도 인기가 높았던 하천지형이다. 층상구조의 용암류로 구성된 제주도 의 암반하도에서는 용암류 사이의 경계면을 따라 굴 식작용이 일어나기 쉬워 하천에 천이점이 잘 발달한 다. 그러나 투수성이 큰 현무암질 유역에서는 지표유 출이 발생하기 어려워 평소 천이점에 낙숫물이 보이 지 않으므로 폭포로는 잘 인식되지 않는다(김태호, 2012).8)

제주도 하천의 이런 특성으로 인해 서귀포 해안지 대에 국지적으로 분포하는 상시하천과 이곳 하천에 발달한 폭포는 제주민뿐 아니라 외지인의 눈길을 끄 는 데 부족함이 없다. 따라서 『탐라십경도』의 천지연 과 『탐라순력도』의 현폭사후에서 주경관으로 그려진 천제연폭포를 비롯하여 서귀소, 정방탐승, 천연사후, 서귀조점에서 정방폭포와 천지연폭포가 경관요소로 다채롭게 등장하고 있다. 『탐라십경도』의 제작동기로 알려진 남구만의 『함흥십경도』에 백악폭포 장면이 수

(14)

록되어 있으므로 이익태가 처음부터 폭포 장면을 염 두에 두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화첩 속에서 폭포 가 등장하는 장면의 수를 고려하면 제주지형에서 폭 포가 차지하는 위상이 높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절대보전지형으로 분류될 만큼 서귀포의 폭포가 학술 적으로 또한 경관적으로 우수할 뿐 아니라 친수 공간 이 부족한 제주도의 지역성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폭포와 더불어 친수 공간으로 친근한 소는 『탐라십 경도』의 취병담과 『탐라순력도』의 병담범주에서 등장 하는 용연을 제외하면 천지연과 현폭사후의 천제연, 천연사후의 천지연 등 폭포 전면에 출현하는 폭호에 국한되어 있다. 효돈천의 남내소, 도순천의 냇길이소 등 경관이 수려한 소들도 알려져 있으나 대부분 건천 에 발달하고 있어 탁족(濯足)을 즐기는 한반도식 친 수 공간으로는 기능하지 못한다. 더욱이 험준한 암반 하도의 지형 때문에 접근에도 어려움도 있는 등 지금 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한계가 있다(그림 12).

분석한 장면의 76%를 차지하는 19개 장면에 해안 이 그려져 섬으로서의 지역 정체성을 잘 보여주고 있 으나 해안지형이 주경관으로 취급되고 있지는 않다.

제주도 해안의 75%를 차지하는 암석해안은 용암류에 따라 지형경관이 달라지는데, 동·서부 해안에 분포하 는 파호이호이 용암류는 파식대가 탁월한 지형경관 을 만든다(김태호, 1997). 화첩에 그려진 단조로운 제 주도의 해안은 대부분 같은 모습으로 비치는 평활한 현무암질 암석해안의 특성이 투영된 결과로 볼 수 있 다(그림 12).

제주도의 해안경승지는 서귀포 칠십리해안, 남원 큰엉, 중문 지삿개, 범섬, 마라도 등 해식애로 이루어 진 암석해안을 주로 가리킨다. 해안에 조망점이 없는 경우에 해식애가 펼쳐진 지형경관을 즐기려면 해상 으로 나가야 하므로 수려한 해식애일지라도 조망의 어려움 때문에 당시에는 승경으로 인식되지 못했을 것이다. 따라서 해식애는 화첩 속 주경관으로 등장하

그림 12. 옛 그림에서 간과된 제주도의 지형들

1.소(남내소) 2.파식대(신창리 해안) 3.해식동(동안경굴) 4.습지(물장올오름 화구호)

(15)

지 못했을 뿐 아니라 『탐라십경도』의 서귀소와 『탐라 순력도』의 정방탐승에 등장하는 서귀포 칠십리해안 도 간략하게 선으로만 표시되었을 뿐이다.

제주도의 천연동굴 171개 가운데 35개는 해식동으 로 분류되는데, 대형 해식동은 제주 본섬보다는 우 도, 범섬, 마라도 등 부속섬에 분포하므로 과거에는 탐방이 쉽지 않았다(그림 12). 주로 뱃사람들의 입을 통해 알려졌을 이들 해식동은 어룡굴 또는 저승굴 등 이름으로도 알 수 있듯이 실재하는 장소라기보다는 신비의 장소로 인식되었을 것이다. 따라서 용암동굴 에 못지않게 제주도의 대표적인 해안지형임에도 불구 하고 『탐라순력도』의 차귀점부에 유일하게 그려진 저 승굴을 제외하면 이름만 표기되는 정도에 불과하다.

사질해안을 대표하는 사빈은 해수욕장으로 이용되 므로 가장 친숙한 해안지형이다. 하천에 의한 모래 공 급이 활발하지 않은 제주도에서 함덕, 협재, 곽지, 김 녕 등의 사빈은 길이가 짧고 암반 노출로 연속성도 낮 은 전형적인 포켓비치이다(김태호, 1997). 또한 모래 가 주로 바다 쪽에서 공급되므로 패사가 차지하는 비 율이 67%로 높은 패사사빈의 특징을 갖고 있다(한태 흥, 1998). 화첩에 사빈이 그려져 있지는 않으나 『탐 라십경도』의 명월소 기문에 협재와 금릉 일대의 사빈 을 소개한 것으로 보아 당시에도 사빈은 특이 지형으 로 인식되었음을 알 수 있다.

박리돔과 성곽형 토르가 모식적으로 발달하는 한 반도의 화강암산지에 비해 조면암 분포지에 편재하 는 제주도의 풍화지형은 규모도 작고 다양성도 떨어 진다. 따라서 화첩에서 풍화지형은 산방산, 성산일출 봉, 섶섬 등 화산체를 장식하는 보조 역할로만 등장하 나 예외적으로 『탐라십경도』의 영곡에서는 영실의 오 백나한이 주경관으로 그려져 있다. 이익태는 성벽 모 양의 이들 기암을 금강산에 비유했고, 김상헌은 부처 들이 손을 마주잡고 있는 모양이라고 하여 천불봉으 로 불렀을 만큼 오백나한은 한라산 탐방객에게 영감 을 준다(오상학, 2006). 화강암산지의 석산경관을 체 험하기 어려운 제주도에서 주상절리와 토르가 어우 러진 영실의 암괴지형은 한라산 등정에 활기를 불어 넣고 있으므로 이런 장소성으로 인해 주경관으로 다 루어지게 되었다. 순력여정에 들어가지 않아 『탐라순

력도』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제주를 대표하는 지형 으로서 영실기암이 차지하는 위상은 영주십경에 영 실기암이 포함되어 있는 사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투수성이 높은 화산성 지질로 인해 표면저류에 불 리한 제주도에서도 지형적으로 집수에 유리한 장소 에는 습지가 출현한다. 대표적인 장소가 산정화구로 백록담 화구뿐 아니라 물장올오름, 물찻오름, 물영아 리오름 등 한라산 산록에 분포하는 오름 화구에 다수 의 습지가 발달한다(그림 12). 오름에 둘러싸여 배수 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와지에 가까운 평탄면에도 습 지가 발달하는데, 한라산 산록의 1100고지습지와 숨 은물뱅듸가 이런 유형에 속한다(김태호, 2009). 또한 용암류의 미기복인 투물러스와 치밀한 암반 표면의 불투수성이 결합하여 동백동산의 먼물깍 같은 습지 가 출현하는 등 국내에서는 가장 많은 람사르협약 습 지가 제주도에 소재하고 있다.

그러나 『탐라십경도』에서 백록담이 주경관으로 다 루어지고 있을지라도 습지로서보다는 한라산의 상징 체로 간주되었기 때문으로서, 습지는 화첩에 담아낼 만한 경관요소로 인식되지는 않았다. 따라서 습지는

『탐라순력도』의 성산관일에서 우마용 음수원으로 그 려진 봉천수 이외에는 화첩에 등장하지 않는다. 그럼 에도 불구하고 산장구마에서 물장올오름과 물영아리 오름에 물이 있음을 표기하여 화구호를 특이 지형으 로는 인식하고 있었다.

5. 결론

『탐라십경도』와 『탐라십경도』의 옛 그림에 등장하 는 지형은 화산, 하천, 해안 및 풍화지형으로 유형화 할 수 있다. 한라산과 오름은 화산섬 제주도의 지역성 을 어떤 지형보다도 잘 보여주므로 제주를 대표하는 지표경관으로 그리고 제주민의 마음의 고향으로 받 아들여지고 있다. 더욱이 오름에서 태어나 오름으로 돌아간다고 표현할 만큼 오름은 제주민의 삶속에 녹 아 있는 원형경관이므로 제주민의 각별한 정서와 외 지인의 눈에 비친 이국적인 모습으로 인해 화첩 속에

(16)

화산체가 가장 많이 등장한다. 또한 백록담을 한라산 의 상징으로 여기는 지역 정서에 한라산에 대한 이익 태의 관심이 더해져 순력여정과는 무관한 장소임에 도 불구하고 백록담이 『탐라십경도』에 수록되었다.

용암동굴은 화산체와 함께 제주도의 지역성을 나타 내는 주요 화산지형이다. 그러나 어둡고 부정적인 동 굴의 이미지 때문에 『탐라십경도』에 보조적인 경관요 소에 머물렀다가 『탐라순력도』에 비로소 주경관으로 등장함으로써 두려우면서도 호기심을 자아내는 지형 으로 인식되었음을 알 수 있다.

건천이 발달하여 메마른 지역이라는 인상을 주는 제주도에서 서귀포 일대의 상시하천과 폭포는 친수 공간으로 희소가치를 지닌 하천지형이므로 과거에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반면에 계류와 어우러 져 탁족하는 장소로 친근감을 주는 한반도의 소와 달 리 위압감마저 주는 제주도 마른 내의 소는 중요한 지 형으로 인식되지 못했다. 또한 용암류와 파랑의 침식 이 결합하여 수려한 경관이 나타나는 제주도의 해식 애는 접근의 어려움과 제한적인 조망 때문에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 더욱이 제주도 해안의 3/4을 차 지하는 암석해안에는 현무암질 용암류로 이루어진 평탄한 파식대가 넓게 발달함으로써 해안의 모습은 장소를 불문하고 대체로 비슷하게 비치었으므로 주 목할 만한 지형경관으로 인식되기 어려웠다.

사질해안을 구성하는 사빈은 경관요소로 전혀 다루 어지지 않았고, 최근 관심이 높아진 내륙습지도 한라 산의 백록담을 제외하면 화첩에 등장하지 않는다. 지 형경관에 대한 평가기준은 시대상황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므로 경관미 이외에는 경승지로서 지형의 판단 기준을 크게 고려하지 않았던 당시에 이들 지형이 화 첩 속에 들어가지 않은 것은 부득이했을 것이다.

제주민에게 집단표상으로 전해오던 제주도 승경 의 이미지는 『탐라십경도』를 통해 처음으로 외재화되 었다. 그리고 이를 계승한 『탐라순력도』에 의해 안정 적인 표상으로 자리 잡으면서 오늘날 영주십경이라 는 제주의 대표경관으로 정형화되었다. 두 화첩은 제 주목사의 순력행차를 계기로 제작되었으므로 진성에 서의 행사를 소재로 그린 장면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행사도에도 진성 주변에 지형을 적절하게 배

치하여 화면을 구성함으로써 명승도 성격을 부여하 고 있다. 따라서 순력여정 속 승경을 그린 탐승도는 물론 명승도 성격의 행사도는 제주도 전역에 걸쳐 분 포하는 다양한 지형을 수록한 셈이므로 『탐라십경도』

와 『탐라순력도』는 제주도 대표지형 모음집으로 평가 할 수 있다. 또한 옛 그림 속 지형 모습과 장면 구성의 맥락을 통해 화첩 제작에 관여했던 현지인과 외지인 모두의 지형인식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두 화첩 이 지닌 자료로서의 가치는 매우 크다.

1) 성산일출(城山日出), 사봉낙조(紗峯落照), 영구춘화(瀛邱 春花), 정방하폭(正房夏瀑), 귤림추색(橘林秋色), 녹담만 설(鹿潭晩雪), 영실기암(靈室奇巖), 산방굴사(山房窟寺), 산포조어(山浦釣漁), 고수목마(古藪牧馬)를 영주십경이라 고 부른다.

2) 중국의 동정호로 유입하는 소강과 상강의 합류점 일대 풍 광을 그린 산수화 장르로, 산시청람(山市靑嵐), 원포귀범 (遠浦歸帆), 동정추월(洞庭秋月), 소상야우(瀟湘夜雨), 연 사만종(煙寺晩鐘), 어촌석조(漁村夕照), 평사낙안(平沙落 雁), 강천모설(江天暮雪)의 8경으로 구성되어 있다.

3) 국립민속박물관이 소장하는 2본은 각각 『탐라십경도』 및

『제주십경도』로 불리며, 고려미술관 소장본은 『영주십경 도』로 불린다(이보라, 2007). 『영주십경도』가 회화적으로 수준도 가장 높고 보존 상태도 양호하나 십경 가운데 산방, 명월소, 취병담 3경만 남아있다. 『탐라십경도』도 백록담, 영곡, 산방 3경만 있으며, 『제주십경도』만이 십경을 전부 갖추고 있으나 필력이 가장 낮은 민화 수준의 그림이다(이 보라, 2007; 박은순, 2013). 본고에서는 3본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탐라십경도』로 표기하였다.

4) 고원방고는 명승도로 분류되는 장면이나 지형경관보다는 감귤 과원과 주변 식생이 주 경관요소로 등장하고 있으므 로 분석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5) 2009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써르세이(Surtsey)는 1963년 아이슬란드 남쪽 수심 100m의 대륙붕에서 발생한 분화로 형성된 터프콘이다. 화구로 바닷물이 흘러들어 수 증기마그마폭발이 일어났고 물에 젖은 화산재가 분출됨으 로써 터프링보다 사면경사각이 크고 비고가 높은 화산체가 만들어졌다.

6) 이익태는 1694년 8월 16일과 17일 이틀에 걸쳐 한라산 정

(17)

상에 올라갔고, 이듬해 8월 19일에도 한라산 등정을 시도 하였다(김익수, 1997).

7) 김녕굴에는 풍우를 일으켜 농사를 방해하고 주민에게 재앙 을 퍼붓는 뱀에 관한 설화가 알려져 있다(최열, 2013).

8) 서귀포 악근천에 발달한 엉또폭포는 평소 물이 떨어지지 않는 마른 폭포이나 우천 시에는 높이 약 50m에 달하는 폭 포벽에 폭포수가 출현하여 장관을 만든다. 올레 코스에도 포함되어 최근 많은 사람이 찾는 제주도 비경의 하나로 낙 수현상의 희소성 때문에 신비의 폭포 또는 행운의 폭포로 불린다.

참고문헌

강명수, 2001, “진경산수화 분석을 통한 산지 구릉 경관 유형의 분류 및 해석,” 한국조경학회지, 29(4), 12 -23.

강창룡, 2004, “이익태 제주목사의 『탐라십경도』,” 삶과 문화, 13, 4-7.

고광민, 2016, “『탐라순력도』 속의 잠녀는 무엇을 따고 있 을까?,” 2016년 제주학회 학술발표논문집, 263- 269.

김동필·이기철·靑木陽二, 1997, “한국과 일본의 팔경의 변화과정에 관한 기초적 고찰,” 한국정원학회지, 15(1), 49-57.

김범훈·김태호, 2007, “제주도 용암동굴의 보존과 관리 방안에 관한 연구,” 한국지역지리학회지, 13(6), 609-622.

김익수(역), 1997, 지영록, 제주문화원.

김종철, 1995, 오름나그네, 높은오름, 서울.

김태호, 1997, “제주도의 해안지형,” 탐라문화, 18, 381- 397.

김태호, 2009, “제주도 산지습지의 지형 특성,” 한국지형 학회지, 16(4), 35-45.

김태호, 2011, “한국의 화산지형 연구,” 한국지형학회지, 18(1), 79-96.

김태호, 2012, “용암류 특성에 의한 제주도 폭포의 유형 화,” 한국지역지리학회지, 18(2), 129-140.

김태호, 2014, “『탐라십경도』에 표현된 제주도의 지형경 관,” 한국지형학회지, 21(4), 149-164.

김태호, 2016, “『탐라순력도』의 지형경관에 투사된 지형 인식,” 탐라문화, 51, 177-206.

김현지, 2004, “17세기 조선의 실경산수화 연구,” 미술사 연구, 18, 31-68.

노재현·신병철·한상엽, 2009, “탐라십경과 『탐라순력도』

를 통해 본 제주 승경의 전통,” 한국조경학회지, 37(3), 91-104.

박승필, 1985, “제주도 측화산에 관한 연구,” 전남대학교 논문집, 30, 159-166.

박은순, 2009, “19세기 회화식 군현지도와 지방문화,” 한 국고지도연구, 1(1), 31-61.

박은순, 2013, “조선 후기 관료문화와 진경산수화: 소론 계 관료를 중심으로,” 미술사연구, 27, 89-119.

박정애, 2013, “조선 후반기 관북명승도 연구: 남구만제 계열을 중심으로,” 미술사학연구, 278, 61-95.

손인석, 2005, 제주도의 천연동굴, 나우출판사, 제주.

오상학, 2006, “지도와 지지로 보는 한라산,” 제주도·한 라산생태문화연구소(편) 한라산의 인문지리, 63- 124, 도서출판 각, 제주.

오창명, 2004, 『탐라순력도』 산책, 제주발전연구원.

유가현·성종상, 2009, “진경산수화에 표현된 풍토경관 에 관한 기초연구 -겸재 정선의 작품을 중심으 로-,” 한국조경학회지, 37(1), 87-99.

윤민용, 2011, “18세기 『탐라순력도』의 제작경위와 화풍,”

한국고지도연구, 3(1), 43-62.

윤성효·고정선·강순석, 2002, “백록담 분화구 일대 화산 암류의 화산지질학적 연구,” 한라산연구소 조사 연구보고서, 1, 137-167.

윤일이, 2007, “『탐라순력도』를 통해 본 제주 9진의 건축 특성,” 대한건축학회논문집, 23(10), 113-120.

이문원·손인석, 1984, “제주화산도의 융기지형과 구조운 동에 관한 연구,” 제주대논문집, 17, 221-228.

이보라, 2007, “17세기 말 『탐라십경도』의 성립과 『탐라순 력도첩』에 미친 영향,” 온지논총, 17, 69-91.

이수미, 2002, “『함흥내외십경도』에 보이는 17세기 실경 산수화의 구도,” 미술사학연구, 233·234, 37-62.

임미선, 2011, “『탐라순력도』의 정재 공연과 주악 장면,”

장서각, 26, 256-291.

장현주·이주영, 2007, “조선 숙종조 『탐라순력도』를 통해 본 상급관원 복식,” 복식, 57(3), 108-123.

제주도, 1997, 제주의 오름.

제주시·탐라순력도연구회, 2000, 『탐라순력도』 연구논 총.

채형지, 2001, 제주 『탐라순력도』에 나타난 무용연구의 재

(18)

인식, 세종대학교대학원 석사학위논문.

최 열, 2013, 옛 그림 따라 걷는 제주길, 서해문집, 서울.

한국지질자원연구원·제주발전연구원, 2013, 제주도 지질 여행.

한태흥, 1998, “제주도 연안 해빈과 사구 연구,” 한국지형 학회지, 5(2), 73-87.

환경부, 2013, 제2·3차 전국자연환경조사: 1997~2012년 도 보고서.

鹿島愛彦·徐茂松, 1984, “大韓民國濟州島の僞鐘乳洞, 挾 才洞穴群,” 日本洞窟學會誌, 9(1), 23-30.

徐南姬, 2010, ソウルの眞景山水畵にみる謙齋チョンソ ンの地景觀に關する硏究, 東京工業大學大學院 博士學位論文.

長谷中利昭·李文遠·谷口宏充·北風嵐·宮本毅·藤卷宏和, 1998, “韓國濟州單成火山群の火山カタログ,” 東 北アジア硏究, 2, 41-74.

Sohn, Y. K., Park, J B., Khim, B. K., Park, K. H. and Koh, G. W., 2002, Stratigraphy, petrochemistry and Quaternary depositional record of Songaksan tuff ring, Jeju Island, Korea, Journal of Volcanology and Geothermal Research, 119, 1-20.

교신: 김태호, 63243,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제주대학로 102, 제주대학교 사범대학 지리교육과(이메일: kimtaeho

@jejunu.ac.kr)

Correspondence: Taeho Kim, Department of Geography Education, Jeju National University, 102 Jejudaehak- Road, Jeju 63243, Korea (e-mail: [email protected])

최초투고일 2017. 2. 8 수정일 2017. 3. 24 최종접수일 2017. 4. 14

참조

관련 문서

그림 4는 소양강 본류를 따라서 작성한 하천 종단면도로, 하상의 아 래에는 기반암을 표현하였고, 하상 위에는 검은 점 과 흰 점으로 소양강 본류과 북천에

과거 도시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 의견청취 등의 주민의사결정체제가 주민 의견을 반영하고 실질적인 주민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에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배경

보다 많은 수 의 바람통계값을 사용하여 예측하거나 예측 사이트에 보다 근접한 바람통계값을 사용한 다면 예측오차를 더욱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Erik Berge,

따라서 본 연구는 타인의 사회적 지원과 타인을 위한 선물제품 의 구매에서 느낄 수 있는 지불의 기쁨 간의 관계를 사회적 지원 에 의한 돈의 중요성의

老化의 原因에 대해서는 크게 先天 稟賦不足과 後天 攝生失 調로 나눌 수 있다. 특히, 여러 문헌을 살펴보면 精血의 虧虛를 老化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으며, 피부의 노화

제주도 대부분의 지역에서 가뭄 지속기간은 미래 에 감소할 것으로 분석되었지만 , 3개월 단위의 SPI 분 석결과에서 약한 가뭄과 심한 가뭄의 지속기간이 일

Fig.1.과 같은 유형별 분류기법은 알려진 패킹기 술뿐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패킹기술이 적용된 파일 도 유사한 그룹끼리 분류할 수 있다.. 사용된 패킹기 술을 모르더라도

Mössbauer 분광 분석 결과로부터 제주도 전기 분석구 지역의 시료들에서 hematite와 magnetite에 포함되어 있는 Fe 3+ 의 초미세 자기장에 의한 6 중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