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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의 생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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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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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 은 글 긴 생 각

요즘 서울 종로 일대는 시끄럽고 어수선하기가 그지없다.

차를 위해 만들었던 아스팔트와 사람을 위해 만들었던 보도블록을 뜯어내고 공원을 조성하는 공사를 하 고 있기 때문이다. 공원이 완성되면 그 길을 지나다니던 사람들이나 자동차는 좁아진 길 때문에 얼마간 불 편하겠지만 자기 몫의 일부를 돌려받은 땅은, 숨 한번 제대로 쉬기 어렵고 흙 한 번 밟기 어려운 도심 한복 판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언제나 그렇듯이 제 생명력을 나누어 줄 것이다.

흙은 생명의 근원이다. 남쪽으로 베란다가 있는 집으로 이사한 몇해 전 봄날. 엄마는 방울 토마토 묘목 을 하나 얻어와 화분에 심고는 정성스레 가꾸기 시작했다. 금새 훌쩍 커버린 토마토에는 버팀목이 필요했 고, 나는 길가에서 죽은 나뭇가지를 하나 주워왔다. 며칠이 지난 후 토마토에 물을 주시던 엄마가“어머, 얘 가 은행나무였네”하길래 베란다에 나가보니 토마토 가지에 매어 놓은 앙상한 나뭇가지에 아기손톱 같은 새잎이 톡톡 돋아 있었다. 단단한 껍데기를 뚫고 새잎을 밀어내느라 애쓴 은행나무가 얼마나 기특해 보이 던지. 무엇보다도 죽은 줄만 알았던 나뭇가지에 생명을 불어 넣어준 화분 속 흙의 생명력에 놀라지 않을 수 가 없었다. 아마 화분 속 흙은 며칠 동안 은행나무에게 봄의 생명을 불어넣었으리라.

어느 사무실에서나 공기청정기가 필수용품이 되고, 외출할 때는 특수마스크를 써야 안심이 되는 요즘, 갖가지 나무와 꽃들을 잉태하고 세상에 내보이는 흙의 생명력이 더욱 절실하다고 할 것이다.

밖에 나가면 뽀얀 먼지와 공사 소음이 대부분이지만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봄냄새, 꽃냄새, 아지랑이 냄새는 근질근질 나를 간질이며 밖으로 불러낸다. 밖으로 불려나간 나는 어느새 순하게 땅이 나눠주는 생 명력을 받고 있는 은행나무에게 갈 것이다. 그리고는 아직 바싹 마른 모양이 꼭 불쏘시개 감이나 해야 할 법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아기 손톱 같은 새잎들을 달고 있는 은행나무가 너무 대견해“애썼네, 고생했 네”하며 엉덩이를 툭툭 두드려 줄 것이다.

그리고 모든 살아 있는 것들에게 아낌없이 생명력을 나눠주는 땅에게“네 덕이다”, “고맙다”인사도 잊 지 않을 것이다.

정현주|수필가

흙의 생명력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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