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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 교사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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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국어교사의 직무 사례를 중심으로 -

50)석주연**․이상욱***

목 차

1. 머리말

2. 인공지능 시대 직업 및 직무와 교사의 역할

3. 인공지능, 기계지능, 특수지능, 일반 지능 : 인공지능 시대의 직업과 직무

4. 인공지능 시대 교사의 직무와 역할 : 국어교사의 사례 5. 맺음말

<국문초록>

본 논문에서 우리는 인공지능 시대 교사의 역할을, 특히 국어교사의 직무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인공지능과 기계지능 등 관련 핵심 개념 을 분석한 후 가까운 미래에 등장할 인공지능은 인간처럼 비정형화된 다양한 상황에 서 지적 능력을 발휘하는 ‘일반지능’이 아니라 특정 인지적 능력에서 인간을 훨씬 뛰어넘는 수행 능력을 보이는 ‘특수지능’이 될 것임을 밝힐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기계지능이 대체할 가능성이 있는 것은 특정 직업 전체가 아니라 ‘특정 직무’이며 직무의 성격에 따라 기계지능으로의 대체가능성이 결정된다는 점을 제시한다.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교사 직무의 성격에도 정형적이고 기계적인 성격의 직 무가 있는가 하면 비정형적 실천적 성격의 직무가 있을 수 있음을 이해하고 국어 교사의 경우도 국어교사의 특정 직무가 정형적 성격을 띠는지 혹은 비정형적 성격 을 띠는지의 여부에 따라 인공지능과의 협업 가능성을 탐색해 볼 수도 있고 인공

* 이 논문은 2015년도 조선대학교 학술연구비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음.

** 제1저자, 조선대학교 국어교육과 부교수

*** 교신저자, 한양대학교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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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과의 협업보다는 비정형적 실천적 지식의 활용과 이론적 지식의 연마에 더 강 조점을 둘 수도 있음을 살펴본다. 특히 인공지능으로의 대체 불가한 교사의 직무 를 국어교사의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이러한 사례에 있어서 교사의 실 천적 지식과 실천적 능력의 활용의 중요성과 함께 그 적용에 있어서 경계할 점 등 을 고찰한다. 전제되고 있는 교사의 실천적 지식이나 능력의 활용이 생산적이기 위해서는 교사의 이론적 지적 전문성의 연마와 실천적 지식이나 능력에 대한 정확 한 판단 역시 여전히 인공지능 시대 좋은 수업을 수행하기 위한 주요 토대가 된다 는 점을 확인한다.

주제어 : 인공지능, 기계지능, 직무, 국어교사, 실천적 지식, 실천적 능력, 전문성, 이론적 지식

1. 머리말

인공지능과 인간의 대결로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이 일반인의 예상을 벗어나 인공지능의 승리로 끝나면서 국내에 서는 인공지능이 전통적으로 인간의 영역으로 간주되던 고도의 지적 능력 에서조차 인간을 앞서게 될 것이라는 우려에 찬 전망이 널리 퍼지게 되었 다. 이후 법률, 의학, 교육 등의 전문직에서도 인공지능이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비관적 예측이 대중매체에 연이어 보도되면서 사람 들의 걱정은 더욱 커져 가고 있다.1)

1) 최근에는 미국의 퀴즈 프로그램에서 역대 챔피언을 꺽고 우승한 IBM의 인공지능 왓슨이 수학 디지털 교과서와 함께 초등학생의 문제풀이 지도에 ‘빨간펜 선생님’으로 활용될 예정이라는 기사까지 나오면서 이런 우려가 단순한 먼 미래에 대한 공상이 아니라는 점이 점점 확실해지고 있다(매일경제 인터넷판 2017년 6월 22일자 기사, 「빨간펜 선생님

-인공지능 왓슨 수학 디지털 교과서에 도입」 참조). 더욱이 최근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마윈 등에 의해 점원 없는 편의점이 실제로 도입됨으로써 인공지능과의 일자리 경쟁이 이론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중앙일보 인터넷판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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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인공지능 기술의 현 단계에서 교사를 비롯한 전문 직업에 대한 대 체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라고 보아야 한다. 인공지능의 발 전이 당분간 교사를 비롯한 전문직의 역할을 모두 대체할 정도의 기술 수 준에 도달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2)그러나 미래의 교사 역할은 수 업의 조정자, 상담자, 관리자의 역할이3)더 커질 것이라는 관점과 함께 학 령 인구 감소와 그로 인해 초래될 교사 인력의 적절한 수급 문제와 관련된 한국적 현실은, 인공지능이 가지는 전문직 대체 가능성에 더하여 교사의 전 통적 역할뿐 아니라 직업으로서의 교사의 미래에 대해 성찰해 보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본고는 앞으로 도래할 인공지능 시대 ‘직업’으로서의 교 사의 직무 대체 가능성을 염두에 둘 때 한 사례로 국어교사의 역할 중 어떠 한 측면이 이 인공지능 시대에 강조될 수 있는지 살펴보는 데 목적을 둔 다.4) 그런데 이러한 측면을 제대로 살펴보기 위해서는5) 인공지능의 본질,

6일자 기사)

2) 인공지능 기술 개발의 현황과 미래 발전 전망에 대해 균형 잡힌 분석은 Kaplan, Jerry,a,

Artificial Intelligence : What Everyone Needs to Know, Oxford : Oxford University

Press, 2016a 참조. 인공지능 기술 발달로 교사를 포함한 전문직 모두가 한꺼번에 사라지 는 것이 아니라 전문직의 성격에 따라 다른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은 Susskind, Richard and Susskind, Daniel, The Future of Professions: How Technology Will Transform

the Work of Human Experts, Oxford : Oxford University Press, 2017

참조.

3) 교사의 역할에 대한 기존의 견해에서는 학습의 지도자로서의 역할, 생활지도와 상담자 로서의 역할, 교육평가자로서의 역할, 학급경영자로서의 역할, 학교경영참여자로서의 역할, 사회의 변화촉진자로서의 역할이 거론되어 왔다. 그런데 이 중 학습의 지도자로서 의 역할은 오늘날과 같은 지식과 정보가 폭발하는 지식정보사회에서는 점차 수업의 관 리자(teacher as instructional manager)로서의 교사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고 한다. (박 찬상, 2014, 50~55면 참조).

4) 본고의 초점은 국어교사의 역할을 총체적, 전면적으로 살펴보는 데 있지 않다. 본고에 서는 직업으로서의 인공지능의 교사 직무 대체 가능성이라는 다소 제한적인 관점으로 국어교사의 역할 문제를 사례로서 살펴보고자 하는 것이다. 그것은 본고에서 고찰하고 자 하는 문제가 ‘인공지능’이라는 변인을 중심으로 하기에 다른 직업군과 관련하여 이 문제를 다룰 경우와 어느 정도 공유가능한 시각으로 이 문제를 바라볼 필요성을 제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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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의 직업 및 직무 대체 가능성, 대체 가능성이 높은 직무의 성격 및 대체되기 어려운 직무의 성격 등에 대해 깊이 있는 이해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므로 본고에서는 우선적으로 본문 중 상당 부분을 할애하여 이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2. 인공지능 시대 직업 및 직무와 교사의 역할

인간과 기계의 오랜 상호작용의 역사에서 인간이 하던 일을 기계가 대신 하게 된 것 자체는 결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인간이 할 수는 있지만 단순 반복적인 육체노동처럼 단조롭고 간단한 노동을 기계 가 대체하는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부담감을 느껴오지 않았지만, 명품 장인 의 노동처럼 오랜 기간 훈련을 통해 체화되어야 하는 숙련 노동을 기계가 대신할 수 있게 되는 것에 대해서는 역사적으로 심리적 저항이 있어 왔다.6)

전자는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는 도구로서 기계의 역할을 설정할 수 있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아예 인간의 능력을 ‘대체’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산업혁 명 초기에 면화에서 실을 뽑아내는 방적 작업이 기계화되고 이렇게 뽑아낸 실로 옷감을 만들어 내는 방직 작업 역시 기계화가 되면서 그 전까지 자본가에 대해 일정한 저항력을 갖고 있던 숙련 노동자들이 러다이트(Luddite) 운동을

기 때문이기도 하다. 본고에서 국어교사가 하는 일을 특히 ‘직무’라고 표현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5) 본고와 달리 국어교사의 역할을 전면적 총체적으로 살펴본 그동안의 논의들은 사범대 교육 과정의 측면(김혜영 2006), 세계화 시대의 대응의 측면(이삼형 2007) 교사선발과 양성의 측면(이성영 2009) 등 다양한 국면에서 논의가 이루어져 왔으며 여기 지면 관계 상 미처 일일이 거론하지 못한 논의들에서도 다각적 관점에서 이 문제가 꾸준히 다루어 진 바 있다.

6) 인간과 기계 사이의 오래된 상호작용의 역사와 그 과정에서 서로의 정체성이 규정되는 방식이 변화되어 온 과정에 대해서는 Mazlish, Bruce, The Fourth Discontinuity : The

Co-Evolution of Humans and Machines, Ithaca, NJ : Yale University Press, 1995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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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롯한 각종 방식으로 강하게 저항했던 것이 이에 해당된다.7)

인간의 정신노동에 대해서도 유사한 비교를 할 수 있다. 아무리 암산을 빨리 하는 사람들도 휴대용 전자계산기보다 사칙연산을 빨리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놀라워하거나 절망하지 않는다. 사칙연산을 빨리 하는 일이 인간의 고유한 정신노동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당한 기간의 훈련 과 자격증 취득이 필요한 전문직, 예를 들어 변호사, 의사, 교사 등이 수행하는 정신노동을 인공지능을 갖춘 기계가 대신할 수 있게 된다면 사회적으로 상당 한 파장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전자계산기는 일반 사무직 노동자들에게 유용 한 ‘도구’에 불과하지만 일반 사무직 노동자가 하는 노동 자체가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된다면 사회적으로 심각한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단순 육체/정신 노동과 숙련 육체/정신 노등 의 구별이 사회적 파급효과에 있어 상당한 차이, 즉 인간 노동의 보완이냐, 대체냐의 차이를 가져오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 차이 자체는 원칙에 입각한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구성(construction)된다’고 하는 점을 이해하는 것 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기계가 사칙연산을 비롯한 수학적 계산을 인간 수준으로 해낼 수 있다는 점을 19세기에 찰스 배비지가 시제품을 통해 보여주기 전까지 사칙연산을 비롯한 논리적 추론 능력은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이성의 고유한 영역으로 간주되었다. 마찬가지 이유로 현재는 우리에게 기계장치 로 간주되는 ‘컴퓨터(computer)’는 알란 튜링(Alan Turing)을 비롯한 20세 기 초의 선구적 컴퓨터 과학자의 성취 이전까지는 수학 계산만을 위해 특 별히 고용된 ‘계산하는 사람’을 의미했다.8)이는 인간과 기계의 상호작용의

7) 이 과정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Landes, David S., The Unbound Prometheus : Technological

Change and Industrial Development in Western Europe from 1750 to the Present,

Cambridge :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3 참조.

8) 배비지에서 시작하여 튜링에 이르는 컴퓨터 개발의 역사가 인간- 기계 역할 분담에 대해 갖는 함의에 대한 분석은 Gleick, James, The Information : A History, a Theory,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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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서 인간에게 ‘고유한’ 능력이라는 영역이, 당시의 기술 수준에 의해

‘규정’될 수밖에 없으며, 특정 역사적 시점에 충격으로 간주되는 사건, 예를 들어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긴 사건은 궁극적으로는 미래의 사람들에게 는 그저 ‘상식적인’ 일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인간과 기계의 고유 영역을 결코 나눌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다음 절에서 설명하겠지만 가까운 미래에 등장할 인공 지능조차 수행하기 어려운 인간 고유의 영역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 만 가까운 미래에 인공지능으로 구현되기 어려운 인간의 영역조차 먼 미래 에는 궁극적으로는 실현될 가능성이 높기에 인간에게 ‘고유한’ 영역은 역사 적으로 계속 ‘변화’될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고에서는 인공지능이 사회적으로 더 광범위하게 활용될 가까운 미래 의 맥락에서 국어교사의 사례를 중심으로 그 역할이 어떻게 재설정될 필요 가 있는지를 다음과 같은 논점들을 중심으로 고찰하고자 한다.9)

첫째, 국어교사의 직무가 인공지능의 보다 발전된 형태에 의해 ‘대체’될 가능 성은 정말로 있는가?

둘째, 그렇다면 그러한 대체는 전면적일까? 부분적일까? 어떤 근거에 의해 그 러한가?

셋째, 대체가 부분적일 뿐이며 공존과 공생이 불가피하고 최선의 방책이라면 국어교사와 인공지능의 관계가 전자계산기와 사무직 노동자의 관계처 럼 보완적이고 상호공생적인 관계가 되기 위해서는 국어교사의 역할에 서 어떤 점이 강조되어야 하는 것일까?

넷째, 인공지능으로 대체 불가능한 국어교사의 직무 사례와 여기에 활용되는

Flood, New York : Random House Inc., 2012

참조.

9) 그런데 이 작업 자체 역시 그다지 새로운 상황이 아니다. 국어 교수법 자체는 새로운 교육 방법이나 교구의 도입 과정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해왔다. 국어교사를 비롯한 상당한 훈련 기간이 필요한 숙련 정신노동자의 일자리가 위협받는 인공지능의 시대에 국어교사의 역할을 생각해 보는 일은 나름 시의적절성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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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은 어떤 성격을 가지며, 이렇게 인공지능으로의 직무 대체가 불가 능하다고 간주되는 직무만이 오로지 인공지능 시대 국어교사의 역할 수 행에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물론 위와 같은 논의는 기본적으로 교사 일반의 사례와 연계 가능한 논 의이기도 하지만 이 글에서는 주로 국어교사의 사례를 들어 논의하기로 한 다. 그 이유는 인공지능이든 인간이든 의사소통 능력에 기반하지 않고는 어 떤 역량이나 과제도 발휘하거나 수행할 수가 없다는 점, 특히 모어를 중심 으로 한 의사소통 능력의 교육을 담당하는 국어교사의 역할을 사례로 이 문제를 논하는 것은 그 어느 경우보다 우선적으로 필요한 일이라는 점 때 문이다. 아울러 국어과가 가지는 도구교과적 성격은 국어과 교사의 사례로 부터 다른 교과 교사의 사례를 유추하여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논의의 출발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다음 절에서는 인공지능 시대의 직업 및 직능의 대체 가능성 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한 관련 주요 개념을 정리하고 현재까지 이 루어진 이 주제에 대한 현황을 정리한다. 이후에는 이러한 논의에 기반, 인 공지능 시대 국어교사의 역할 영역에서 강조되어야 측면들을 탐색해 본다.

마지막 절에서는 논의를 정리하고 본고의 논의가 교사의 역할 일반에 대해 가질 수 있는 함의를 제시한다.

3. 인공지능, 기계지능, 특수지능, 일반 지능 : 인공지능 시대의 직업과 직무

인공지능 시대에 대해 논의하기에 앞서 우선 인공지능이란 개념 자체를 분석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 란,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든 지능을 의미한다. 원칙적으로 인공지능은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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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에게 익숙한 컴퓨터처럼 물질적으로 구현되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계 산이나 논리적 추론, 패턴 인식처럼 지능적 결과를 산출할 수 있는 알고리 즘 혹은 프로그램에도 사용할 수 있다.10)실제로 인공지능 연구에 있어 획 기적인 기여를 한 알란 튜링에게 있어서 인공지능의 전형적 형태는 계산가 능한(computable) 모든 연산을 수행할 수 있는 보편 튜링 기계(universal Turing machine)로 설정되었는데 이때 튜링이 비록 기계라는 단어를 사용 하긴 했지만 중요한 것은 어떤 종류의 보편 튜링 기계도 구현할 수 있는

‘알고리즘’ 자체였지 그 알고리즘을 ‘어떤 물질적 대상’이 구현하는가는 중 요하지 않았다.11)

추상적 알고리즘이 물리적으로 어떻게 구현되는지는 알고리즘이 핵심인 인지과정자체를 이해하는 데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이러한 생각이 인지 과학의 계산주의 마음 이론(computational theory of mind)이다. 인간의 지 적 능력을 포함하여 다양한 정신적 능력의 핵심은 알고리즘적으로 처리될 수 있다는 점, 즉 ‘계산’이라는 생각이다. 이런 생각에 따르면 뇌세포로 이루

10)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은 인간이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지능을 의미한다. 그런 데 실제적으로 이런 인공지능은 기계적으로 구현되기에 인공지능과 기계지능(machine intelligence)은 외연이 갖다고 볼 수 있다. 유의할 점은 컴퓨터 과학자들은 기계(machine) 라는 개념으로 일반인이 기계라고 부르는 물질적 대상보다 더 포괄적 대상을 지칭한다는 사실이다. 즉, 일정한 규칙에 의해 연산(operation)을 수행하는 물질적 혹은 추상적 알고 리즘 전체를 ‘기계’라고 이해한다. 이런 전문적 의미로 이해할 때는 더더욱 인공지능과 기계지능은 외연이 같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절의 논의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두 개념은 그 함축에 있어 상당한 차이가 있기에 본고에서는 전문적 의미를 강조하는 맥락에서는 기계지능이라는 용어를 일반인이 이해하는 맥락에서는 인공지능이라는 용어 를 사용하기로 한다.

11) 인공지능을 비롯한 컴퓨터 과학/공학 분야에서 알란 튜링이 끼친 영향 및 그것의 사상사 적 의미에 대해서는 앤드류 호지스의 치밀한 전기를 참조하면 좋다. Hodges, Andrew,

Alan Turing : The Enigma, London : Vintage, 2014.

인공지능을 비롯한 튜링이 연구했 던 여러 학술적 주제에 대한 주요 논문은 코플랜드가 편집한 Turing, Alan, Essential

Turing: The Ideas that Give Birth to the Computer Age,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2014에서 찾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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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진 우리 두뇌에 의해 실현되는 마음과, 실리콘 칩에 의해 이루어진 컴퓨 터에 의해 실현되는 마음, 이 두 대상은 물질적으로는 너무도 다르지만 그 작동 원리에 있어서는 동일하다는 생각에 이를 수 있다. 즉, 세포로 구현되 든 반도체로 구현되든 지능을 포함한 마음의 핵심은 ‘알고리즘적 계산’에 있다는 것이다.12)

그러므로 21세기 현대적 맥락에서 인공지능이 제기하는 여러 쟁점을 올 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만들었다는 의미가 내포된 ‘인공지능’이라 는 용어보다는 ‘기계지능(machine intelligence)’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 이 더 적절할지도 모른다. 인간이 만들었는지의 여부보다는 기계가 인간과 동일한 수준의 지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기 때문이다.13)

알란 튜링은 1950년대에 인간과 동등한 수준의 인공지능이 수십 년 내로 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실제로 인간과 동등한 수준의 인공지능이 등 장하는 시점, 흔히 ‘약한 특이점(weak singularity)’은 아직 도래하지 않았 다.14)이 점이 전문직의 미래에 대해 함축하는 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

12) 현대 인지과학의 보편적 입장인 계산주의의 이런 핵심적 입장이 중요한 이유는 이런 견지에서 볼 때 ‘인공지능’이라는 용어는 관련 쟁점을 혼동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계산주의 입장에서 볼 때 지능이 발현되는 방식이 계산으로 동일하지만 물질적으로 구현되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은 의미있는 차이일 수 있지만 진화의 역사에서 자연적으 로 등장한 지능, 즉 인간지능인지 그렇게 등장한 인간이 원인이 되어 등장한 지능인지는 별다른 이론적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13) 비슷한 이유로 카플란은 인공지능이라는 말 대신 합성지능(synthetic intelligence)라는 말을 선호한다. Kaplan, Jerry, Humans Need Not Apply, Ithaca, NJ : Yale University Press, 2016b.

14) 인공지능 연구에서 ‘특이점(singularity)’는 약한 의미와 강한 의미, 두 종류로 이해된다.

약한 의미의 특이점은 인공지능이 평균적인 인간의 일반지능 수준에 도달하는 순간을 의미하며, 강한 의미의 특이점은 인류 전체의 지능을 모두 합한 수준에 도달하는 순간을 의미한다. 이러한 우리의 인공지능 기술이 가까운 미래에 이러한 특이점에 도달할 것이라 고 믿는 ‘특이점주의자’의 대표적인 기술자로 레이 커즈웨일이 있다. 이러한 주장을 담은 그의 책, Kurzweil, Ray, The Singularity is Near : When Humans Transcend Biology, New York : Penguin books, 2006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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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까지 기계지능이 작동하는 방식과 함께 현재까지 개발된 기계지능이 특 정 기능을 수행하는 특수지능이며 인간처럼 모든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일반지능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공지능 시대의 직업(job), 직무(task), 직능(occupational ability)15)의 전 망과 관련하여 일반지능과 특수지능의 구별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구체적인 사례로 사무직 노동자의 직무를 생각해 보자. 평범한 사무실에 서 일하는 사무직 노동자는 인공지능의 대두와 함께 대량의 실업 사태가 예상되는 직업처럼 보인다. 사무직 노동자가 하는 일은 인공지능이 모두 대체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일단 지극히 평범한 사무직 노동자가 하는 일이 상당히 다양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생각해 보자. 첫째, 사무직 노동자는 상사의 지시를 받아 특정 자료를 분석하여 문서로 작성하는 작업을 한다. 둘째, 경 쟁사의 신제품 출시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회의에 참여하는 일을 한 다. 셋째, 사무직 노동자는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해외 출장을 가서 무역업자와 협상을 벌이는 일을 한다. 그런데 이러한 직능의 성격을 인공지 능의 그 대체 가능성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종류의 직무, 즉 잘 정형화된 자료를 활용하여 분석 보고서 등의 문서로 정리하는 일은 인공지능의 발전을 통해 현재도 이미 상당 정도 대 체가 되었고 앞으로도 그 대체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16) 단, 특정

15) 인공지능으로 사람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최근의 우려에서 일자리는 트럭 운전 사, 회계사와 같은 구체적인 직업(job)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러한 직업에 종사하는 사 람들이 수행하는 일은 다양한 직무(task)로 더 세분화될 수 있다. 분야에 따라 직무라는 용어 대신 업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으나 의미는 같다. 예를 들어, 트럭 운전 사는 출발지와 목적지 사이에 트럭을 운행하는 일만이 아니라 어떤 물건을 트럭에 실을 것인지를 선택하는 일, 선택한 화물을 운행 중 움직이지 않게 잘 고정하는 일 등 여러 직무를 수행한다. 직능(occupational ability)이란 이런 구체적인 직무를 수행하는 데 필 요한 능력을 의미한다. 교육 일반이나 국어교육적 측면으로만 논의를 한정한다면 ‘직능’

보다는 ‘역량’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수 있다.

16) 구체적인 사례는 Ford, Martin, Rise of the Robots : Technology and the Threat 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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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을 수행하는 인공지능의 개발은 그 개발을 통해 상업적 이득이 분명할 때만 급속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예를 들어, 특정 재판과 관련된 법률 문서 를 아카이브(archive)에서 뽑아내고 이를 사안에 맞게 분석하는, 즉 현재 하 급 법률 직원들이 수행하는 직무는 비용절감 효과가 크기에 빠르게 대체될 것이다. 하지만 인문학 대학원생이 하는 일, 즉 관련 학술논문을 읽고 그 내용을 요약하여 발제하는 일은 상업적 이득이 크지 않기에 원칙적으로 인 공지능으로 그 직능의 대체가 가능하겠지만 그 개발 비용을 지불하려는 인 공지능 회사는 당분간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두 번째 직무는 어떠한가? 이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상호작용을 전제로 하는 직무이다. 하지만 이 작업에서도 발전한 인공지능이 담당할 직무의 내 용은 분명히 존재한다. 예를 들어, 경쟁 기업의 신제품 출시에 따른 시장의 반응을 조사하고 이에 대한 대응전략을 모색하여 보고서로 작성하는 직무 는 첫째 직무보다 고도의 추론 능력을 요구하는 것이긴 하지만 현재 인공 지능의 발전 속도를 고려할 때 가까운 미래에 충분히 비용효율적인 기계지 능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런 분석 자료가 특정 사업적 결정을 강제할 수는 없다는 점이 중요하다. 기계지능은 경쟁기업 신제품의 출시에 따른 대응책으로 A안, B 안 등을 제시하고 각각의 성공가능성과 위험 요인을 수치나 서술 형태로 제시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이렇게 제시된 분석 결과에 기초해 사업적으로 중요한 판단을 내리는 직무는 경영적으로 책임을 질 수 있는 인간이 하게 될 것이다. 현재로서는 기계지능이 사회 구조상 경영적 판단에 따른 책임을 질 수 없기에 기계지능의 역할은 이처럼 분석 보고서 작성과 판단을 위한 자료 제공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17)

a Jobless Future, New York : Basic Books, 2016

참조.

17) 현재 법률상 의사만이 처방전을 발행할 수 있기에 기계지능이 환자의 상태에 대해 정 확하게 진단하고 어떤 약이 필요한지 정확하게 제시한다고 해도 최종적인 처방전은 이 런 기계지능의 도움을 받아 의사가 하게 되는 것과 정확히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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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가 작동하는 방식은 기계지능이 제공하는 분석 결과나 추론 결 과가 얼마나 적절한지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를 법적, 도덕적 책임을 질 수 있는 인간 행위자가 어떤 특정 결정을 사회적으로 공인된 방 식으로 수행하는 것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즉 기계지능의 추론 결과가 아무 리 정확하더라도 법적 도덕적 책임자인 인간을 통해서만 ‘결정’과 ‘수행’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마치 의장이 사회적으로 공인된 방식으로 회의의 시작 과 끝을 알리는 의례적 행위를 통해서 ‘유효한 논의’와 ‘그렇지 않은 논의’를 구별하듯, 현재 우리 사회가 작동하는 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사무직 노동 자의 두 번째 직무에서 기계지능의 작동 방식은 첫 번째 직무와 달리 적어 도 당분간은 인간 행위자를 완전 대체하기보다는 인간 행위자와 협력하여 직무를 처리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 지점에서 기계지능이 본질적으로 인간이 사회적 상징 작용을 통해 수행하는 사회적 기능을 결코 수행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 아님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이 점을 잘 보여주는 역사적 예가 ‘법적 인격’ 즉 법인(法人)의 출현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인간이 아닌 법적 인격, 즉 법인을 사회적으로 적법한 행위자로 인정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법인은 유럽에서 대항해 시대 때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장거리 상업 활동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보험 제도, 파산 제도 등과 함께 만들어진 ‘새로운’ 제도였다. 즉, 낯선 지역을 탐색하고 경제적 이익을 취하려 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어려 움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사회적 혁신(innovation)이었던 것이다.18)

유사한 방식으로 미래에는 기계지능에게 일정한 범위 내에서 결정권과 법적 책임을 부여하는 사회적 제도가 널리 수용될 수도 있다. 이미 제한적 이나마 자율주행 자동차의 법적 책임과 관련하여 이런 방향의 논의도 이루 어지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이러한 변화는 사회 제도 변화의 특성상

18) Ferguson, Niall, The Ascent of Money : A Financial History of the World, New York : Penguin Books, 2009, pp.66~119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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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진적일 것이고 당분간은 두 번째 직무와 관련하여 인간지능과 기계지능 의 협력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19)

세 번째 직무의 특징은 비정형성(indefiniteness)과 인간-인간 상호작용 의 비제거성(indispensableness)이다. 해외 출장을 가서 새로운 판로를 개 척하는 일은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만나서 어떻게 일을 진행해야 하는지 등 모든 직무 과정에 미리 정해져 있는 규칙이 없다. 현재까지 개발된, 그리 고 가까운 미래에 개발될 기계지능은 이렇게 비정형화된 직무를 감당하기 매우 어렵다. 그 어려움의 상당 부분은 정형화하기 쉽지 않은 다양한 사람 들과 언어적, 비언어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일을 인공적으로 구현하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기계 지능의 핵심은 비교적 잘 정의된 문제(예를 들어, 효율적인 물류 관리 시스템 구축과 운영)를 비교적 정형화된 입력값(예를 들어, 보관해야 되는 물건의 종류 및 입출 시기, 수량, 재고 비용 등)에 입각해서 알고리즘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즉, 다시 말해 현재까지 개발된, 그리고 앞으로 등장할 기계 지능은 특정 직무를 매우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특정 직무에 특화된 ‘특수지능 (special intelligence)’이라 할 수 있다. 그에 비해 세 번째 직무는 직무 내용이 잘 정의되지 않고 정형화된 입력값이 부재한 상황(사실 이런 상황에서는 무 엇을 입력 값으로 볼 지조차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다)을 처리해야 한다. 즉, 다양한 영역의 지적 능력을 결합해야 하고 그 결합 자체가 비알고리 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이런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일 반지능(general intelligence)’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현재까지도 일반지능에 대해서는 그것을 기계적으로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에 대한 기초적인 합의조 차 부재한 상황이다. 그에 비해 인간은 기계지능이 이렇게 어려워하는 일반지

19) 자율주행차에 대한 학술적 논의도 적어도 가까운 미래 상황은 이런 방식으로 인공지능 기술이 구현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Lipson, Hod and Kurman, Melba, Driverless :

Intelligent Cars and the Road Ahead, Cambridge, MA : The MIT Press, 2017

참조.

(14)

능을 발휘할 수 있기에 셋째 종류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

물론 인간이 일반지능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사람이 세 번 째 종류의 직무를 늘 손쉽게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직무 능력이 뛰어난 인간 행위자에게도 세 번째 종류의 직무처럼 불 확실성과 비정형성이 높은 직무는 매우 어려운 직무이며 충분한 훈련이나 경험이 없다면 많은 경우 실패한다. 핵심은 인간 행위자의 경우 설사 그 직 무를 만족스럽게 할 수 없더라도 그 직무의 성격을 이해하고 시도하는 데 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개발된 최고 수준의 기계지능조차 이런 일반 지능이 관 련된 문제가 등장하면, 미리 대강이라도 직무의 범위와 수행 지침을 주지 않으면 바로 오류나 무한 루프에 빠져 든다.20)이렇듯 특수 지능과 일반 지 능의 차이는 인간 지능과 기계 지능의 직무 수행 방식에 있어서 결정적인 차이를 가져온다.

이상의 논의를 고려할 때 기계지능이 광범위하게 활용될 가까운 미래 사 회에서 특정 직업의 대체를 논의할 수 있는 경우는 오직 그 직업 종사자들 이 수행하는 직무의 성격이 앞서 이야기한 첫 번째 종류, 즉 인공적인 특수 지능에 의해 대체될 수 있을 것인 경우에 한정된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기계지능을 통해 빠른 속도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되는 직업군이 장거리 화물차 운전자인데 그 이유는 이들의 작업이 비교적 정형 화되어 있고, 큰 도시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처럼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서 일반지능적 판단이 필요한 상황만 제외하면, 대부분의 직무 능력이 기계지능으로 대체가능할 것이라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 화물차를 수십 대 연이어 운전하면서 가장 앞에 위치한 차에만 인간 운전자가 탄 채 기계지능의 도움을 받아 운전하고 나머지 뒤따르는 화물차는 모두 앞차의

20) 관련 논의는 Shanahan, Murray, The Technological Singularity, Cambridge, MA : The MIT Press, 2015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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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지능과 통신을 통해 운행하도록 하면 상당한 비용을 줄일 수 있기에 관련 법률이 정비되는 즉시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그에 비해 일반 사무직 노동자의 경우 직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첫 번째 직무와 두 번째 직무에서 기계지능 대체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분 명 상당한 정도의 직능별 대체가 이루어지겠지만 사무직 노동자라는 직업 자체가 통째로 사라지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사무직 노동 자의 직능 중 기계지능이 담당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서 전체적으로 그 숫자는 줄겠지만 남아있는 사무직 노동자들은 인간과의 상 호작용과 일반지능적 역할이 중시되는 세 번째 직무에 보다 특화된 형태로 근무하게 될 것이다.21)

이상의 논의를 통해 우리는 기계지능의 등장으로 인한 직업 세계의 변화 가 단순한 대체보다는 훨씬 복잡하게 ‘직능별로’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 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직업(job)이 아니라 ‘업무’ 또는 ‘직 무(task)’를 중심으로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함을 알 수 있다. 즉, 기계지능으 로 대체가 가능한, 다시 말하자면 입출력 값이 잘 구조화되고 풀려는 문제 도 잘 정의된 직무의 경우 특수지능으로서의 기계지능이 관련 직능을 빠른 속도로 대체할 것이고 그 결과 이런 직능을 주로 수행하는 직업군에서는 분명 일자리 감소가 분명하게 나타날 것이다. 그에 비해 직무 내용이나 입 출력 값에 있어 비정형성(indefiniteness)22)이 강하고 인간과 인간의 상호 작용을 통해 사회적, 제도적 의미가 획득되어야 하는 직무는 적어도 당분간

21) 실제로 이런 취지의 분석 보고서가 최근 국제적 컨설팅 회사인 맥켄지에 의해 출판되기 도 하였다. Chui, Michael, Manyika, James, and Miremadi, Mehdi, ‘Four Fundamentals of Workplace Automation’, McKinsey Quarterly, November 2015, pp.1~9 참조.

22) 예를 들어, 입출력 값이 특정한 길이를 갖는 숫자의 배열로 표현될 수 있다면 정형적 (definite)이다. 이에 비해 어떤 경우에는 숫자로, 어떤 경우에는 문자로, 또 다른 경우에 는 맥락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기호로 주어지는 입출력의 경우 비정형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이 가진 일반지능의 장점은 이렇게 비정형적인 입출력에 유연하게 대 처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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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기계지능의 급속한 발전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기계지능이 인간이 보여주는 수준의 일반지능을 단기간 내에 획득할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교사를 비롯한 전문직의 미래에 있어서 기계지능에 의해 전체 일자리 감소는 크지 않겠지만 교사의 직무 상당 부분이 바뀌게 될 가능성은 높다.

즉, 특수지능으로서의 기계지능이 인간보다 훨씬 더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예를 들어 그것이 설사 수업 자료라 하더라도 자료를 모아 표를 만들거 나 복잡한 시간표를 짜는 직무 등은 기계지능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경우 교사는 기계지능과의 상호협력을 통해 직무 를 수행할 가능성이 높고, 마치 컴퓨터가 보편적으로 도입되면서 컴퓨터 매체 에 능숙한 직능이 교사의 중요한 직능이 된 것처럼 기계지능과 능숙하게 상호작용하는 능력이 모든 분야 교사의 중요한 능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기계지능에 의해 대체되기 어려운 교사의 직능, 특히 본 논문의 관심사인 언어교사 더 나아가 구체적인 수준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국어 교사의 직능 사례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이에 대해 다음 절에서 논의한다.

4. 인공지능 시대 교사의 직무와 역할 : 국어교사의 사례

위에서 열거된 사무직 노동자의 직무 범주와 그에 다른 직능의 성격을 보면 교사 직능에도 정형적이고 기계적인 성격의 직무가 있는가 하면 비정 형적 성격의 직무가 있을 수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국어교사의 특정 직무 가 인공지능이 대체하기 쉬운 정형적 성격을 띠는지 혹은 그러기 어려운 비정형적 성격을 띠는지의 여부에 따라 인공지능과의 협업 가능성을 탐색 해 볼 수도 있고 인공 지능과의 협업보다는 비정형적 지식의 활용에 더 강 조점을 둘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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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인공지능과의 협업 가능 직무와 인공지능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직무

기계적 성격의 직능 즉, 사무직 노동자의 첫 번째 직무와 유사한 직무를 유추를 통해 교사의 직능에서 찾는다면 정형화된 학습자 요구 분석, 학습자 료 도표 정리 및 요약, 학습 자료 검색 및 편집, 채점, 교육용 소프트웨어의 기계적 가동 등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떠올리기 쉬운 직무 라 할 수 있다.

두 번째 직무, 즉 기계직능과 협업하는 양상의 교사의 직무를 유추해 보 면 교사의 역할로 학습자 평가 후 교수 방식의 변화나 선별 적용을 결정하 는 역할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학습자의 국어 능력을 평가한 후 가장 큰 문제로 어문 규범에 대한 무지가 드러난다면 이후의 교수의 입 력 값을 어문 규범 오류 발생 빈도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학습자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 문항과 채점은 기계지능에 의해 입수된 자료에 의해 선택될 수 있고 더 나아가 교사의 입력값 즉 적용 가능한 교수 방식의 여러 선택지 역시 기계지능이 제시할 수는 있지만 그 결과치에 대한 검토 및 기계 지능에 의해 선택된 가용 가능한 여러 교수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하는 일은 궁극적으로 교사의 판단에 의존하게 될 것임을 알 수 있다.

결국 이 경우에 기계지능은 최적화된 방식으로 자료 제공은 하겠지만 결국 최종적 작업의 구체적 방향 결정과 수행은 교사에 의해 이루어짐을 알 수 있다. 이 경우 교사와 기계지능은 협력하여 직무를 처리하게 된 셈이다.

국어교육학계에서 그동안 국어 교사의 능력이나 직무에 대해서는 개별 논자마다 다양한 논의를 전개해 왔기에23)그 중 그 어떤 하나의 견해를 표

23) 이들 논의에 있어서 아직은 사용 용어나 개념 등이 하나로 통일되어 있거나 표준화되어 있지는 않아 본고의 추가적 논지 전개에 어려움이 있다. 그래도 보다 최근의 논의가 그동안의 논의를 보다 종합적으로 반영하고 있으리라는 전제 하에 다음의 두 논의를 중심으로 살펴보았을 때 이 중 윤여탁 외(2012)에서는 ‘교사의 국어 능력’을 (1) 수업

(18)

준적 직무들의 집합이라고 단정하기가 현재로서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지만 대체로 그동안의 논의들에 거론된 직무 관련 논의를 종합하면 대 략 다음과 같은 네 영역으로 직무를 범주화할 수 있을 듯하다.

(1) 수업 관련 직무 (2) 행정 관련 직무 (3) 소통 및 협업 관련 직무 (4) 교과 문식 관련 직무

그렇다면 이 중 기계지능이 대체할 수 있거나 또는 기계지능과의 협업이 보다 더 강조될 수 있는 직무는 어떠한 것일까?

사무직 노동자의 경우에서 유추해 보았을 때 일단 (2)의 행정 관련 업무 중 공문서 작성 등의 직무는 공문의 작성 형식이 정형화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작업의 일부 성격이 기계지능에 의해 대체 가능할 수 있는데다 전제 되는 의사소통의 방향이 상호작용적이기보다는 일방향적 성격이 강한 면 이 있는 등 전반적으로 정형적인 성격이 상당히 강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

능력(교사 화법, 수업 설계 능력 등), (2) 공문 등 문서 작성 능력, (3) 동료 교사 및 학생과 의 대화 능력, (4) 교과 전문성을 보여줄 수 있는 문식 능력(예: 수학 교사가 수학적으로 사고하여 글을 쓸 수 있는 능력) 등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이선영(2014)에서는 국어 관련 직무 활동과 관련된 초등 교사의 국어 능력 범주를 (1) 교과 수업 운영 능력, (2) 학급 운영 및 인성 지도 능력, (3) 행정 업무 능력 등으로 구분하고 있음이 주목된다. 그런데 이 두 논의는 네 개의 항목 또는 세 개의 항목으로 교사의 국어 능력을 범주화하여 제시 하되 (1)의 수업 능력 같은 경우와 같이 서로 일치를 보이는 부분도 있지만 범주 간의 재구획이나 용어 재설정이 필요한 측면도 보여(가령 윤여탁 외(2012)의의 ‘(2) 공문 등 문서 작성 능력’은 이선영(2014)의 ‘(2) 학급 운영 및 인성 지도 능력, (3) 행정 업무 능력’

과 함께 포괄하여 ‘행정 관련 직무’라 재구획될 필요가 있다고 본고에서는 판단하였음) 부득이 본고에서는 이들 논의를 종합한 후 ‘교사의 국어능력’이라는 용어가 아닌 ‘국어교 사의 직무’라는 용어를 사용, 네 개의 범주로 재구획한 후 그 용어를 수용 또는 재설정하 였음을 밝혀둔다. 특히 뒤에서 보다 자세히 논하겠지만 교사의 직무를 논할 때 인간뿐 아니라 인공지능과의 소통 및 협업이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하여 본고에서는 ‘(3) 소통 및 협업 관련 직무’를 교사의 직무 범주 중 하나로 재설정하였음을 밝힌다.

(19)

므로 (2)의 경우는 기계지능의 대체 역할에 기반한 기계지능과의 협업을 생 각해 볼 수 있다.

(4)는 최근 일부 인공지능이 간단한 소설을 작성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요구되는 교사 전문성의 수준이나 요구되는 문식성의 수 준에 따라 기계지능의 대체 가능성이 아예 부정되지는 않을 듯하다. 그러나 상당히 수준 높은 전문성이나 문식성을 요구한다면 기계지능으로의 완전 대체는 가까운 미래에는 쉽지 않을 듯하다.

한편 앞에서 언급한 사무직 노동자의 세 번째 유형의 직무, 즉, 사무직 노동자가 새로운 판로 개척을 위해 해외 출장을 가서 무역업자와 협상을 벌이거나 하는 일의 성격은 비정형적일 뿐 아니라 인간 대 인간 상호작용 을 반드시 수반하는 ‘일반지능적’ 직무다. 기계지능의 알고리즘은 현재로서 는 이 맥락에서 작동하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이 직무는 인간 대 인간의 상 호작용을 전제하는데 인간 대 인간 상호작용의 특성상 매 단계마다 이어질 다음 대화의 범위조차 확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24)

이를 염두에 둘 때 현재로서는 (1)과 (3)의 교사의 직무는 일반지능적 업 무, 즉, 기계지능이 대체하기 상당히 어려운 직무라 볼 수 있다. (3)은 소통 의 대상이 학생, 학부모, 동료교사, 때로는 인공지능 등 여러 층위인데다가 의사소통의 방향이 상호작용적이기에 정형적 성격을 가지기 어렵다. 따라 서 현재로서는 이러한 비정형적 일반지능적 직무는 교사에게 온전히 역할 이 부여될 것임을 알 수 있다. 교사의 역할에서 이러한 직무는 특히 그 때 그 때 교사의 현장 적응 결과 및 수업상의 상호작용으로부터 추출할 수 있 는 실천적 지식(practical knowledge) 또는 실천적 능력의 활용이 이루어질 때 수행된다고 볼 수 있다.

24) 예를 들어 챗봇 사이의 다음 대화를 들어보면, 의학적 진단처럼 전문적이고 제한된 대화 맥락이 주어지지 않은 ‘자유 대화’에서 챗봇의 능력은 아직 제한적임을 알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nzlbyTZsQY

(20)

교육학 일반에서 실천적 지식(practical knowledge)이란 교사가 교실 일상 의 교수 학습의 체험 속에서 누적하고 재구성한 지식으로서(Elbaz 1981), 때로는 이론적 지식과는 구별되는 장인적 지식(craft knowledge)으로 명명되 기도 하는데 과목 내용을 효과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지식인 교수적 내용에 대한 지식(pedagogical content knowledge)과 학습자를 지원 할 수 있는 교수 절차와 방법에 대한 지식인 학습자에 대한 지식(pedagogical learner knowledge)으로 나뉜다(Grimmett & MacKinnon 1992; 김은주 2010 : 27-46 재인용).

국어교육학에 있어서는 이것이 교실이라고 하는 실제 상황 맥락에서 ‘실 천적 능력’을 지칭하는 ‘국어교사의 역량(competence)’(이성영 2009: 396)25) 으로 규정되기도 하였는데 일종의 ‘교수학적 전문성’이 발휘되는 영역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이 대체하기 어려운 비정형적 교사의 직무는 바로 위의 일련의 논의들에서의 ‘실천적 지식’, ‘실천적 능력’, ‘국어교사의 역량’, ‘국어교과의 교수학적 전문성’ 등과 관련된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구체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이렇게 과목 내용을 효과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의 실천적 지식이나 실천적 능력 또는 역량의 활용 사례로 다음과 같 은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즉 고등학교 국어 수업에서 이두와 같은 국어 차자표기 원리의 교수학습 시 한자의 음과 훈을 차용하는 원리를 줄곧 평면적인 강의식으로 가르치는 방식보다는, 이두로 역사적 사실이 표기된 광개토대왕비 비석의 역사적 의의 를 다루는 국사 수업과 연계시켜 가르치는 방식(과목 융합 수업 또는 팀티칭) 의 효과가 상당히 클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한 사례 같은 경우가 이에 해당할 수 있다. 여기에 활용된 국어교사의 지식이나 능력은 정의하기가 어렵고 상황

25) 이성영(2009)에 따르면 이 국어교사의 역량은 교수학적 변환이 이루어진 지식, 학습자 에 대한 지식, 수업 전개 능력, 국어교사로서의 자아개념, 특질, 동기 등을 광범위하게 포괄하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또 이 ‘국어교사로서의 역량’은 ‘생활인으로서의 국어 소 양’, ‘교과 연계 전문성’과 함께 총체적인 ‘국어교사로서의 자질’을 구성하게 된다.

(21)

에 따라 유동적이며 그야말로 비정형성을 띠기에 바로 교사의 직무와 관련하 여 인공지능이 대체하기 어려운 일반지능적 성격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최근의 학습자들은 소프트웨어나 영상적 자극에 민감할 뿐 아니라 일상 생활 속에서 매우 친숙하게 이들을 활용한다. 이 점에 착안하여 증강현실 (Augmented Reality)을 이용, 학습자들에게 거리의 건물 간판 상호명 중 고유어, 외래어, 외국어, 한자어를 구별하게 하는 활동을 수업에 도입하는 방식의 채택 역시 일상에 침투 중인 최신 소프트웨어를 활용하여 국어 지 식을 적용해 보게 하는 활동이 학습자들의 흥미를 자극할 수 있다는 국어 교사의 실천적 지식이나 실천적 능력을 수업에 활용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런 경우들에 있어서26)수업을 위해 국어교사는 새로운 방식을 ‘착안’하 고 ‘활용’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교사-학생 간 상호작용 시의 교사의 직무는 현재로서는 인공지능이 접근하기 힘든, 국 어교사의 비정형적 직무 수행 사례라 할 수 있다. 현재까지의 인공지능은 기존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확률적 결론을 내리는 일에는 매우 효율적일 뿐 기존 데이터 집합에서 탐색되지 않은 새로운 가능성을 ‘착안’하거나 ‘제안’

하고, 접해본 적 없는 ‘착안’과 ‘제안’을 실제 ‘수행’하는 데에는 매우 서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실천적 지식, 실천적 능력, 교과 관련 교수학적 전문성이 연계된 국어교사의 직무만이 인공지능 시대 국어교사의 역할 수행에 의미가 있는 것일까? 인공지능이 대체 가능한 국어교사의 직무나 국어교사가 갖춘 전통적 의미의 이론적 지식은 인공지능 시대 국어교사의 역할 수행에 큰

26) 국어 수업 중 차자표기의 교수학습과 국사 수업의 광개토대왕비 비석의 이두를 연계한 융합 수업은 실제 2017학년도 1학기 조선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사교육론’의 수업 중 이 과목을 수강한 교육대학원 학생에 의해 일선 고등학교에서의 실제 적용 상황과 그 교수학습에의 효과가 발표된 바 있다. 증강현실을 이용한 국어 어휘 교수 학습 방안 역시 같은 학기 학부 개설 국어교육특강 수업에서 4학년 학생의 교생실습 준비 국어학 수업 방안 발표를 통해 다루어진 바 있다.

(22)

의미를 가지지 못하는 것일까? 이러한 점들을 다음 절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4.2. 인공지능 시대 국어교사의 역할 : 직무의 정형성 여부 및 지식 앞의 두 가지 구체적 수업 사례에서 국어교사가 활용한 지식이나 능력은 현장 경험 중심의 맥락적 성격을 가지며27)학습자에 대한 분석을 기반으로 한 일상의 교수 학습에서 체득한 일종의 ‘지혜’나 ‘통찰’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이러한 실천적 성격을 가지는 지식 이나 능력의 활용상의 난관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즉 교사들이 이론적 지적 한계, 판단의 오류 등에 의해 실천적 지식의 독특한 맥락을 잘 못 진단하여 교육상황에 부적합한 실천적 지식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28) 늘 주의하고 경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휘의 종류에 대한 교사의 이론적 지식이 간판 상호명의 생소한 자료들 을 올바르게 다루는 데에 미치지 못해 증강현실을 적용한 학습자들의 활동 결과에 대한 피드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는 해당 교수 학습의 상황에서 교사가 판단한 실천적 지식이나 실천적 능력 또는 교수학적 전문 성의 활용이 이루어졌고 인공지능이 현재로서는 수행할 수 없는 비정형성 을 띤 직무가 수행되었음에도 결과적으로 예상외의 바람직하지 못한 교수 학습의 결과를 초래한 경우에 해당할 수 있다.

27) 교육의 실천적 맥락에 의거하여 교육 내용이 구성되어야 한다면 그것은 결국 교사 교 육에도 그대로 반영될 수밖에 없으며 결국 실천적 맥락에서 요구되는 총체적 교사의 자질이 교사 교육의 주요 내용이 되어야 함을 함의한다 할 수 있다. 김혜영(2006 : 68)에 서도 지적된 바와 같이 이러한 논의는 교사를 위한 사범대 교과목 설정의 문제와 연계 하여서도 앞으로 지속적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

28) 실천적 지식은 일반화가 어려우며 정형화되기 어렵기에 교사 전문성 향상을 위한 참고 자료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실천적 지식의 문제점으로는 현실 순응, 통제성, 맥락 부적합 등이 지적되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최인자(2006)에서는 현장에서 교사 학생 간 갈등으로 교사의 신념이 달라져 결국 현실적응적으로 교사의 실천적 지식이 변하는 양 상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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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ombek(1998)에서는 교사가 학생들의 영어 발음 관련 정확성과 유창 성 증진의 교육적 과제 수행에 있어서 ‘학생들의 발음 영역을 지나치게 강 조하지 말고, 특히 다른 학생들 앞에서 발음을 교정함으로써 학생들을 당황 하게 하지 말자’라는 나름의 실천적 능력을 활용하여 발음 교정을 경시하는 수업을 운영하다가 결국 학생들이 상급 과정에 진급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 래한 사례를 찾아 볼 수 있다.29)정확성과 유창성을 동시에 요구하는 맥락 과 교육적 상황에 임했을 때 교사의 적절하지 못한 실천적 지식이나 실천 적 능력 활용이 초래한 바람직하지 못한 사례라 할 수 있다.

다음 사례 역시 실천적 지식이나 실천적 능력의 유동성, 그에 따른 개인 적 판단 오류가 항상 수반될 수 있다는 점과, 이것이 초래할 학습자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잘 보여준다. Hart(1934)는 고등학생 10,000명을 대상으로 가장 좋아하는 교사상과 가장 좋아하지 않는 교사상을 조사했는데 가장 좋 아하지 않는 교사상 중 2위에 해당하는 교사 유형으로 공부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발화를 하고 교수 내용에 대한 명백한 설명을 못하며 수업 중의 작업 이 계획성이 없는 교사의 유형임이 드러났다.

교사가 교수에 대한 명백한 설명을 하지 못하거나 교수의 단계 설정이나 작업에 있어 계획이 없다는 것은 앞에서 거론한 교사들의 이론적 지식의 미흡이나 지적 한계, 판단의 오류 등에 기인할 가능성이 높다. 이 지점에서 인공지능 시대에 적합한 교사의 역할 수행에 있어서 비정형성을 띤 실천적 지식이나 실천적 능력 자체를 연마하고자 노력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지 만30) 동시에 교사가 실천적 능력 발휘의 토대가 되는 이론적 전문성을 제

29) 발음의 경우에는 학습의 초기에 교정되지 않으면 화석화(fossilization)되어 후에 교정 되기 어렵다는 교사의 지식이 바탕이 되었다면 초래되지 않았을 수 있는 상황이다.

30) 교육용 소프트웨어의 활발한 활용과 더불어 최근 ‘거꾸로 수업’, ‘배움의 공동체 학습법’

도입 등 수업 형태의 다양화를 교육 현장에서 활성화시키고 있는 사례 역시 기계지능이 접근하기 어려운 상호작용적 교수 학습 방식을 교육 현장에 적용하고 있는 사례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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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로 갖추는 것 역시 여전히 인공지능 시대 좋은 수업을 수행하기 위한 주 요 조건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앞에서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는 직무로 정형성을 띤 직무를 언 급했었는데 이러한 교사의 직무에 대해서는 선행 논의에서도 지적했듯이 인공지능과 협업할 수 있는 능력이 교사에게 요구된다고 볼 수 있다. 자료 를 모아 교수를 위한 표나 그래프를 만들거나 복잡다단한 변인들을 고려하 여 시간표를 짜는 직무 등은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경우 교사는 기계지능과의 상호협력을 통해 직무를 수행할 가능성이 높고, 마치 컴퓨터가 보편적으로 도입되면서 컴퓨터 매체에 능숙 하게 대응하는 직무가 교사의 중요한 직무가 된 것처럼 인공지능과 능숙하 게 상호작용하는 능력이 모든 분야 교사의 중요한 능력이 될 가능성이 높 다. 즉 궁극적으로는 ‘인공지능과의 상호작용 능력’과 ‘학습자와의 상호작용 능력’ 모두가 교사에게 요구되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다.

이러한 인공지능과의 협업 능력, 교사의 실천적 능력 함양 및 실천적 지 식의 적용 맥락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실천적 능력의 유연한 활용 등 국어 교사만이 수행할 수 있는, 즉, 현재로서는 인공지능이 대체하기 어려운 국 어교사의 직능 및 역할의 중요성은 감소되지 않을 뿐 아니라 인공지능 시 대에 오히려 더욱 커지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31)

5. 맺음말

이 글에서는 인공지능 시대 교사의 역할을 특히 국어교사의 직무 성격을

31) 물론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국어교사만이 수행할 수 있는 직무란 역사적으로 구성된다 는 점, 즉, 인공지능이 훨씬 더 발전한 미래에는 국어교사만이 수행할 수 있는 직무라는 것 자체가 현재와는 조금 다른 양상으로 재정의될 수 있다는 점 등은 여전히 기억되어 야 할 측면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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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로 살펴보았다. 국어교사의 자질이나 능력 등을 다룬 기존의 총체적 논 의들과 달리 본고에서 직업으로서의 인공지능의 교사 직무 대체 가능성이 라는 다소 제한적인 관점으로 국어교사의 역할 문제를 살펴보고자 한 것은 본고에서 고찰하고자 하는 문제가 ‘인공지능’이라는 변인을 중심으로 하기 에 다른 직업군과 어느 정도 공유가능한 시각으로 이 문제를 바라볼 필요 성을 제기하기 때문이다. 본고와 같이 다른 직업군에서 직무 대체 가능성과 불가능성에 대해 논의되는 방식을 적용하여 국어교사의 역할에 가지는 의 미를 살펴보려는 시도도 국어교사의 역할에 대한 전체 논의의 폭을 확장하 는 데 나름의 의의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를 위해 2장에서는 고찰해야 한 논점을 설정하고 3장에서는 이를 탐색 하기 위해 필요한 인공지능 관련 핵심 개념을 분석적으로 살펴보았다.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이라는 개념보다는 보다 중립적인 기계지능이라는 개념 이 우리가 설정한 문제를 분석하는 데 더 적절할 수 있다는 점과 가까운 미래에 등장할 기계지능 혹은 인공지능은 인간처럼 비정형화된 다양한 상 황에서 지적 능력을 발휘하는 일반지능이 아니라 특정 인지적 능력에서 인 간을 훨씬 뛰어넘는 탁월한 수행 능력을 보이는 특수지능이 될 것임을 지 적했다. 그리고 이러한 기계지능이 대체할 가능성이 있는 것은 특정 직업 전체가 아니라 특정 직무이며 직무의 성격에 따라 기계지능이 충분히 수행 할 수 있는 직무의 내용이 결정된다는 점을 보였다.

이후 4장에서는 2, 3장 논의에 바탕을 두고 교사 직무의 성격에도 정형적 이고 기계적인 성격의 직무가 있는가 하면 비정형적 실천적 성격의 직무가 있을 수 있음을 지적하며 국어교사의 특정 직무가 기계적 성격을 띠는지 혹은 비정형적 성격을 띠는지의 여부에 따라 인공지능과의 협업 가능성을 탐색해 볼 수도 있고 인공 지능과의 협업보다는 비정형적 실천적 지식의 활용과 이론적 지식의 연마에 더 강조점을 둘 수도 있음을 살펴보았다.

특히 인공지능으로의 대체 불가 국어교사의 직무 사례를 구체적으로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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펴보고 이러한 사례에 있어서 국어교사의 실천적 지식, 실천적 능력, 교과 전문성의 활용의 중요성과 함께 그 적용에 있어서 경계할 점 등을 살펴보 았다. 전제되고 있는 교사의 실천적 지식의 활용이 생산적이기 위해서는 교 사의 이론적 지적 전문성의 연마와 실천적 지식이나 능력에 대한 정확한 판단 역시 여전히 기계지능 시대 좋은 수업을 수행하기 위한 주요 토대가 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공지능 시대 국어교사의 역할을 특히 인공지능과의 협업 또는 대체 가 능성 및 불가능성의 관점에서 살펴보았을 때에는 국어교사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구체적으로 직무의 어떠한 측면이 강조되고 활용되어야 할지 등에 초점을 두어 진행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여기에 국어교육을 포함하여 교 육의 ‘궁극적 지향점’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과 논의가 더해질 때 인공지 능 시대 교사의 역할에 대한 보다 생산적이고도 실효성 있는 논의가 가능 해지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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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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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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