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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개편에 앞서 고려되어야 할 일감몰아주기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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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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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몰아주기 관련 규정의 개정논의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부당지원행위 규제개 편을 내용으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들이 의원발의 형태로 국회에 수건 제출되었 고, 공정거래위원회도 오는 6월 개정을 목표로 법제정비 작업에 착수한 상태이다.

최근에 목격되는 제도개편의 줄기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i> 하나는 위법성 의 성립 요건을 완화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입증부담을 완화시켜 주자는 것이고, ii> 또 다른 한 줄기는 제재대상을 지원객체로까지 확대하고 과징금이나 형벌의 수 위를 상향조정하는 등 제재를 강화하자는 것이다.1) 요컨대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대 폭 강화한다는 것이 골자인데, 이 같은 기조는 최근 경제민주화 담론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그 추진동력이 매우 강력해 보인다.

하지만 현재의 논의구도는 일감몰아주기에 내재되어 있는 복합적인 측면을 간과 하거나,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를 다소 불순한 것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국회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너무 나간 감이 느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된다. 사익편취를 목적으로 하는 소위 ‘나쁜 몰아주기’를 효과적으 로 규제하겠다는 것이 논의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라면 그 취지는 충분히 수긍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 제시된 개편안들이 그 ‘나쁜 몰아주기’를 선별해 낼만한 기준 을 제시하고 있는지를 놓고 보면 현재의 추진방향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들이 적지 않게 느껴진다.

지난 1996년 공정거래법에 도입된 부당지원행위 금지규정은 그간 대기업집단에 대한 사후규제의 핵심수단으로 자리 잡아 왔지만, 그 이면에 법위반을 가늠할 수 있는 합리적 기준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실제 문제되는 지원행 위는 제한적인데 비하여 조문상 문제될 수 있는 행위의 범위는 대단히 넓다는 점이 주된 이유였다.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실효성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현재 추진 중인

1) 다만, 총수일가 지분이 30%를 넘는 회사에 대해 일감을 몰아줄 경우 부당지원행위로 추정키로 하는 방 안은 재계에서는 물론이고 공정거래위원회의 부정적 입장에 따라 논의가 수그러든 상태이다.

규제개편에 앞서 고려되어야 할 일감몰아주기의 본질

신영수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3-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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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 개편움직임에도 일종의 기시감이 느껴진다. 종전에 부당지원행위 규제입법이 내포한 문제점이 되풀이되는 듯한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나쁜 몰아주기, 괜찮은 몰아주기, 혹은 불가피한 몰아주기

일감몰아주기를 둘러싸고 우리사회에 형성되어 있는 시각의 대립과 편차는 첨예 하고도 크다. 대다수의 시민들에게 일감몰아주기는 그 자체로서 부정적 뉘앙스와 비난가능성을 내포한 개념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를테면 총수일가의 사익편취와 중 소기업 고유 업종의 약탈, 골목상권의 침범 등이 일감몰아주기와 연계하여 떠올리 게 되는 현상들인데, 이런 선입견은 꽤나 견고한 것이어서 일감을 몰아줄 수밖에 없는 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여유를 갖지 못하게 한다.

사실 거래의 집중 내지 일원화로 불릴 수 있는 일감몰아주기는 그 자체로서 중립 성을 가진 개념으로서, 기업의 영업활동 과정에서 빈번히 선택되는 전략이기도 하 다. 기업들은 비용절감, 리스크의 분산, 영업상의 기밀유지 등의 이유로 거래를 내 부화하거나 거래처를 단일화하려는 유인을 자연스럽게 갖게 되기 때문인데, 특히나 기업규모가 커지면서 사내 사업부서를 계열사로 분리독립시키는 수직계열화를 추구 하는 과정에서 종전의 자재조달, 납품 관계를 유지하는 상황들이 발생하고 있다. 굳 이 계열사가 아니더라도 품질보증, 수급상황의 안정성을 위해 특정 업체와 지속적 으로 거래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공정거래법 위반행위를 카르텔류의(즉, 대부분 이 나쁜) 행위와 기업결합류의(즉, 대부분이 허용되는) 행위로 나눈다면, 일감몰아 주기는 체감상 카르텔 비슷한 행위로 느껴지지만, 그 본질은 기업결합류에 더 가깝다.

사실 부당지원행위 가운데 종전까지 집중적인 규제대상이 되었던 행태, 즉 거래 조건을 통한 지원행위(예컨대 싸게 팔거나 비싸게 사주는 행위)의 경우는 지원주체 의 손실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제3자들이 보기에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을 갖고 있었 다. 이에 반해, 일감몰아주기는 지원주체에게 손해가 되지 않거나 오히려 이득이 되 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그들에게 일감을 몰아주지 말 것을 요구하거나 그러 지 않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복합성을 내포하고 있다. 거래조건을 통한 지원행위의 경우 거래상대방 내지 지원객체는 예외 없이 계열사이어서 지원의도를 쉽게 추정할 수 있는 반면에, 일감몰아주기의 경우 거래상대방이 계열사가 아닌 경우도 있어서 지원하려는 의도가 없는 경우도 상정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거래조건을 통한 지원 행위 위법성 판단에는 부당성 보다는 거래조건의 현저성(정상가격과 실제가격의 차 이)에 대한 회계적 분석이 관건으로 여겨졌다고 한다면, 일감몰아주기에 대해서는 부당성의 판단 내지 사업 경영상의 필요여부에 대한 정확한 규명이 매우 중요한 전 제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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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몰아주기의 선별기준 수립이 관건

일감몰아주기를 둘러싸고 국회와 재계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은 듣는 시민들을 혼 란스럽게 한다. 이 혼란은 양측이 일감몰아주기를 두고 서로 다른 얘기를 하기 때 문에 생기는 일로 보인다. 국회와 정부는 사익편취를 목적으로 하는 나쁜 일감몰아 주기를 규제하자는 것이고, 재계는 기업의 입장에서 당연히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일 감몰아주기를 놔두라는 말을 하는 것이다. 이점에서 양측은 어쩌면 같은 말을 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사익편취를 야기하는 일감몰아주기를 문제 삼자는 시도에 반 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며, 마찬가지로 불가피하거나 괜찮은 일감몰아주기까지 문 제 삼자는 것이 정부와 국회의 의도도 아닐 것이다. 일감몰아주기가 공익적 측면에 서 간과할 수 있는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면, 그런 경우를 객관적이고 합리적 기준 을 가지고 선별해서 적절히 규제해야 한다. 그래야 부당하게 몰아주려는 자들은 계 획을 포기하고, 정당하게 몰아주려는 자들은 안도하고 자신의 합리적 경영판단에 따른 사업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까지 제시된 법안이나 입법계획들은 그런 기준을 고려하거나 제시 하고 있는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이다. 웬만한 일감몰아주기가 다 규제될 것 같아 보이니까 기업 측에서 반발하는 것이다. 현저성 요건을 삭제하거나 부당성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은 규제키로 마음먹은 행위를 제재하는 데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겠지만 집행자의 자의적 판단과 재량권을 지나치게 확대하는 결과 를 낳을 수밖에 없다. 일단 포괄적인 기준을 수립한 후 집행과정에서 선별하면 된 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법을 적용받는 기업의 입장에서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을 해 소시켜 주지는 못한다. 규제의 구체적인 기준이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 물론 그 기 준을 수립하는 일은 난이도가 대단히 높은 과제임에 분명하다. 솔직히 그것이 가능 한 일인지도 의문이다. 그렇다고 규제강화 일변도로 법제개편을 추진하기에는 놓칠 수 없는 부분들이 너무 많다. 이 점이 일감몰아주기 규제개편의 딜레마이다.

| 외부필자 기고는 KERI 칼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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