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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영화의 대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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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영화의 대중성*

- 영화 <탕기Tanguy (Etienne Chatiliez : 2001)>를 중심으로

최 춘 식**

< 차 례 >

1. 머리말

2. 프랑스 대중영화의 역사

3. 프랑스 대중영화의 장르적 특성: 코미디

4. 영화 <Tanguy>의 대중성 5. 맺는 말

1. 머리말

영화 예술은 그 속성상 대중 관객의 존재 없이는 예술적 기능도 오락적 기능도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영화는 그 출발부터 대중사회와의 관계 위에서 시작했기 때문 이다. 아놀드 하우저의 말대로 영화는 유럽의 근대문명이 그 개인주의적 도정에 오 른 이래 대중관객을 위해 예술을 생산하려 한 최초의 기도로 정의된다.1) 말하자면 대중 관객이 예술의 수요자로 등장하여 그들에 의한 재원 충당 방식이 대규모의 영 화산업을 일으키고 나아가 영화예술 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따라서 영화는 대중에 의해 큰 영향을 받거나 대중의 취향을 살피면서 발전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는 영화예술이 대중사회에 기반하고 그 결과 대중예술을 지향하는 운명을 타고 났다는 말로 풀이할 수 있다. 따라서 가장 사회적인 예술이자 가장 대중적인 예술로서의 영화는 대중의 취향에 어울리는 예술과 오락의 욕구와 자연스럽게 결합 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영화의 대중적 성격에 주목한 사람은 영화를 대중오락 으로 인식하게 되었고, 영화의 예술적 성격에 주목한 사람은 영화의 미적 형식에 관 심을 갖게 되었던 것이다. 바로 여기에서 대중영화와 예술영화의 구분이 생겨나게 된다.

그러나 오늘날의 후기 산업시대로 들어서면 이런 구분은 별 설득력을 갖지 못한 다. 왜냐하면 대중적인 형식과 분리된 영화는 더 이상 예술로서의 기능을 못할 뿐 만 아니라 대중의 관심도 끌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중적 형식이야말로 영화예술의 에너지이며, 아무리 진지한 예술형식을 내재한 예술영화라도 대중적 소통이 빠져버

* 본 논문은 2005년도 부산외국어대학교 학술연구조성비에 의해 연구되었음.

** 부산외국어대학교 불어과 교수

1) 아놀드 하우저,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현대편 (백낙청/염무웅 옮김), 창작과 비평사, 1975, p. 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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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면 더 이상 의미 있는 작품으로 다루어지기 어렵다. 이른바 포스트 모던한 시대 에는 대중영화의 형식들이 고급예술로 통합되거나, 그와 반대로 고급 예술이 대 중영화 안으로 흡수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대중영화와 예술영 화를 구분하는 기준이 모호해진 것이다. 따라서 바람직한 영화연구란 예술과 오 락의 경계를 지우고 그 사이에 대중을 끼워 넣는 작업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할 것 이다.

본고는 이런 맥락에서 예술영화적 속성이나 측면만이 강하게 부각된 프랑스 영화 가 실은 광범위한 대중적 기반에 기초한 대중영화적 특성을 강하게 보유하고 있으 며, 프랑스 관객대중은 오히려 이런 영화들에 열광하고 있음을 논구하고자 한다. 이 를 위해 먼저 프랑스 대중 영화의 역사를 누벨 바그 시대까지 검토하고, 이어서 프 랑스 대중 영화의 특성을 장르의 시각과 프랑스 영화 박스오피스를 통해 분석함으로 써 2000년대에 들어서도 여전히 코미디 영화가 압도적인 대중적 장르로 받아들여지 고 있음을 논의할 것이며, 끝으로 프랑스 영화의 이런 대중적 속성을 예민하게 드러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은 영화 2001년 작 <탕기Tanguy>의 대중성을 그 예로 살펴 보고자 한다.

2. 프랑스 대중영화의 역사

1895년 12월 28일, 프랑스에서 영화가 처음으로 뤼미에르 형제에 의해서 대중에 게 공개되었을 때 영화는 예술이 아니라 하나의 경이로운 발명품에 지나지 않았다.

즉, 기원으로서의 영화는 어떤 예술적 행위나 주장에 대한 고려가 없이 단순한 현실 의 재생이나 스케치로 출발했던 것이다. 말하자면 영화는 예술로서의 노력을 그 기 원에서부터 시도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그저 단순한 현실의 재현이나 구경거리로 서 삶에 지친 대중에게 전달되었던 것이다.

영화가 발명되었던 당시는 산업혁명과 과학적 진보 덕에 프랑스인들의 일상생활이 혁명적으로 바뀌고 새로운 형태의 대중오락이 유행하던 때였다. 영화인이 아닌 발명 가 뤼미에르는 에디슨의 키네토스코프를 개량, 촬영뿐만 아니라 인화 그리고 영사까 지 가능한 시네마토그라프를 개발하여 낮에 거리에서 촬영한 필름을 인화하여 그날 저녁에 1프랑 정도의 돈을 받고 카페나 장터에서 관객을 모아놓고 영사를 하였는데 이것이 오늘날의 소위 영화의 출발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여기에는 처음 부터 영화예술에 대한 인식이나 발견이 있을 리가 없었다. 단지 뤼미에르의 시네마 토그라프를 통해 대중들은 그들의 남루한 일상이나 현실이 생생하게 재현되는 것을 목격하고 이에 열광했을 뿐이었다. 이렇게 해서 영화는 당대의 새로운 대중오락 내 지 대중문화 양식으로 자리잡게 되었던 것이다.

프랑스에서 탄생 초기의 영화는 전용 상영관 없이 장터극장 fête forain을 떠돌며 상영되었고, 1896년에야 겨우 파리와 리용에 전용 상영관이 나타났다. 대부분의 대 도시에서는 영화업자들이 일정 기간을 임대로 상영관을 확보하여 상영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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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1897년 5월 4일의 파리 자선 바자회 화재로 부유층 인사 128명이 죽는 사 고가 일어나자 영화는 위험한 오락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본격적인 영화 상영관 건립이 불가능하게 된 적도 있었다. 게다가 처음에는 신기하기 짝이 없던 활동사진 이 그 길이가 너무 짧고 천편일률적인 내용 때문에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과 대다수 지식인들은 영화를 경멸하는 풍조까지 나타났다.2)

당시의 장터를 중심으로 한 극장에서는 영화 1편당 한 쇼트로 구성된, 대략 1분 정도의 상영시간을 가진 필름을 10여 편 정도 보여주고 1프랑 내지 50 상팀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상영 중에는 변사의 해설이나 손풍금 따위의 음향효과가 뒤따랐 고, 초기의 뤼미에르 식의 기록영화 위주에서 차츰 벗어나 희극적이거나 남녀관계에 관한 내용이 가미되면서 서민들이 즐기는 오락으로 자리 잡게 된다.

영화의 이런 인기는 1900년의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절정에 달해 영화관련 전시장 에는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는 기록이 여러 군데서 나타난다. 다가온 20세기 는 영화의 세기임을 암시하는 이 박람회를 통하여 영화는 확고부동한 대중오락으로 자리 잡았으며 대중들의 영화에 대한 수요도 쇄도하여 장터 상영이 폭증하였다. 당 시의 영화 상영은 다른 구경거리 사이사이에 잠시 영화를 보여주는 곳과 영화만을 전문으로 보여주는 곳으로 나뉘어졌는데 이후 차츰 전용 가건물이나 조립 상영관 같 은 곳에서 전문적으로 영화를 상영하는 곳이 늘어나 기존의 공연장들, 즉 연극극장 이나 카페 콩세르, 뮤직홀 등이 급격히 쇠퇴하고 이것들이 도리어 영화관으로 대체 되거나 새로운 전문 영화관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대중적 코미디 영화가 화려하게 번성하던 때였다. 극장으로 몰려드는 대 중적인 관객들 때문에 그들의 고단한 삶을 위무하기 위해서라도 코미디는 꾸준히 필 요했던 것이다. 이 때부터 코메디아 델 아르테만큼이나 자급자족적인 코미디 영화의 전통이 세워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당시 세계 영화계의 선두주자였던 샤를 빠 떼는 1906년 12월에 상영업자와 제휴하여 옴니아-빠떼Omnia-Pathé 영화관을 세 우고 자기 회사 영화를 더 이상 판매하지 않고 대리점을 통해 대여하겠다고 선언했 다. 이른바 필름의 대여제가 정착되는 과정인데 이후로 빠떼 영화사는 영화의 제작, 배급, 상영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통제함으로써 세계 최대의 영화사로 등극하게 된 다. 이에 질세라 고몽 영화사 측도 1911년 가을에 고몽-빨라스Gaumont-Palace라 는 3400석의 세계 최대 규모의 영화관을 세우고 상영과 배급에 뛰어들게 됨으로써 영화 관객은 이제 장터의 어중이떠중이 관객들 그룹과 고몽 빨라스 같은 화려한 영 화관을 드나드는 고급 취향의 관객으로 구분되기에 이른다. 이에 따라 영화도 이들 을 위해서 달라져야 했다. 말하자면 부유한 관객 유치를 목표로 좀 더 고상하고 긴 영화들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른바 ‘오락’으로서의 영화와 ‘작품’으로서의 영화의 구별 이 필요한 시점에 도달한 것이다.3)

2) 크리스틴 톰슨/데이비드 보드웰, 세계영화사 : 영화의 발명에서 무성영화 시대까지 (주진 숙 외 옮김), 시각과 언어, 2000, p.69 참조.

3) 송기형, 「일차대전 직전까지의 프랑스 영화사 개관」, 프랑스사연구 제 8호, 한국프랑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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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는 무엇보다 1908년에 설립된 예술영화film d'art라는 영화사가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회사는 고전문학에 충실한 교양 층을 위 한 영화 제작에 매달려 그 첫 작품으로 프랑스 역사의 중요한 사건인 <기즈공의 암 살 L'Assassinat du Duc de Guise>을 세상에 내 놓게 된다. 당대의 유명 문인과 예술가들이 총동원된 이 영화는 권위의 상징인 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이 시나리오 를 쓰고 연극계 최고의 극단인 코메디 프랑세즈의 연출가가 감독했으며 그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1908년 11월에 개봉된 이 영화는 길이만 해도 무려 18분에 달한 대성공작 이었다.

이 영화의 성공은 영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고 부르조아지들을 영화관으로 끌어들이는 효과를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예술영화는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특정 한 개념을 창조하기까지 했다. 이 영화의 성공으로 인해 권위 있는 연극과 문학작품 이 각색되고 주요한 역사적 사건들이 본격적으로 영화화되기 시작했으며 당시의 프 랑스 영화산업은 크게 번창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당시의 영화들은 비록 예술영 화라는 개념을 안고는 있었으나 본격적인 영화예술의 등장은 1920년대의 인상주의 및 아방가르드 영화 운동이 시작되는 시점에야 가능하게 되었음을 잊어서는 안 된 다. 이 시기의 소위 예술영화들은 유명한 작곡자들의 음악이 수반되고 아카데미 프 랑세즈의 배우들이 연기하는 연극을 촬영한 것이 고작이었기 때문에 본격적인 영화 예술의 본령에서 한 참 떨어지는 것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08년의 <예술영 화사> 설립은 프랑스 영화사의 큰 전환점이었음은 명백하다.4)

이후로 1910년까지 유랑하던 장터 극장은 쇠락하고 보다 큰 규모의 영화상영관 들이 시장을 지배했다. 영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짐에 따라 영화관들도 고급 화되기 시작했으며 상영시간도 20분짜리 영화를 여러 편 보여주되, 모든 관객이 좋 아하는 희극영화부터 시작하여 중간에 뉴스 영화, 그리고 본 영화는 마지막에 보여 줌으로써 상영시간도 2시간 정도로 늘어났다.

이와 동시에 인기 배우의 탄생과 더불어 영화 시장의 변모가 크게 눈에 띈다. 가 장 인기가 있었던 희극영화를 찍기 위해 곡예사와 무명의 연극배우들이나 익명으로 출연시키던 영화계가 예술영화사의 설립이후 당대 최고의 연극계의 배우들을 영화 에 출연시킴으로써 영화배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크게 바뀌게 된 것이다. 배우들 의 출연료 인상 요구를 우려해 영화사들이 배우 광고는 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위 헐리우드 식의 스타 시스템을 구축하지는 않았지만 당대의 대중들은 약 150편의 영화에 출연하여 돈 많고 능수능란하며 여자를 좋아하고 삶을 즐기는 신사 막스 렝 데르Max Linder라는 인기배우에 열광했었다. 오늘날 대중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 는 관객의 특정 스타에 대한 매혹과 열광은 사실상 이 때부터 작동했다고 할 수 있 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주목해야 할 것은 이 시대는 미국에서와 마찬가지로 희극영화

학회, 2003, p. 170. 이하 많은 부분은 이 글을 참고했음.

4) 크리스틴 톰슨 외, 앞의 책, p.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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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전성기였다는 사실이다. 비록 연극의 연장선상에서 영화를 예술로 이해하려는 태 도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초기 영화 탄생의 역사는 코미디 영화의 탄생의 역사라 해 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은 뤼미에르의 영화 <물벼락 맞은 물 뿌리는 사람>에서 확인 될 수 있다. 코미디야말로 여러 종류의 극장에서 전 연령대의 관객들이 가장 좋아하 는 대중적 장르였으며 제작이 용이하고 주제가 풍부한데다 익살과 재치를 좋아하는 프랑스 사람의 국민성이나 감성에 부합하는 테마였던 것이다. 1900년대부터 쫓고 쫓기는 소동을 다룬 추적 희극영화에 이어 1906년 연작 희극영화를 제작하여 미국 의 희극영화에도 큰 영향을 끼친 빠떼 영화사의 연작영화는 각각의 이야기가 완결되 고 독립되어 있으면서도 동일한 주인공에 의해 연결되어 전체적으로는 처음과 끝이 닿아있는 형식을 갖고 있다.5) 챨리 채플린마저 자신의 스승이라고 까지 일컬은 막스 렝데르는 당대 최고의 배우이자 감독으로서 희극영화의 성공에 크게 기여했다. 이 바람에 다른 영화사들도 희극영화 제작에 뛰어들어 더 소란스럽고 빠른 리듬의 코미 디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제 1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프랑스 영화산업은 일시에 얼어붙게 된다. 전시 의 자본 및 물자에 대한 통제 때문에 영화사들의 사정이 여의치 않게 되자 이를 틈 타 미국과 이태리 영화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그중에서 찰리 채플린의 영화가 선풍을 일으키게 된다. 이제 프랑스인들에게 적어도 이전에는 익숙했던 스스로에 대한 조롱 이 힘들어졌기 때문에 대량 생산되던 코믹시리즈물이 거의 자취를 감추게 된다.6) 그 리고는 자연스럽게 범죄 연작영화와 관습적인 메로드라마가 인기를 끌게 된다. 그리 고 20년대 중반에 이르면 멜로드라마의 원작이 연극에서 소설로 바뀌고 그 경향은 여러 장르로 확대된다. 그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발전은 현대적 스튜디오 영화들 인데 이것들은 신세대의 멋진 삶을 표현하고 현대적인 것, 또는 패션, 스포츠, 댄스, 매너 같은 유행을 만들어 내는 데 일조했다. 소비 자본주의와 완전히 결합된 이 ‘멋 진 삶’은 프랑스적 특성을 제거하려는 분위기에서 작동되었다. 이후로 현대적 스튜디 오 영화는 프랑스 영화의 지배적인 장르가 되었다.7)

1930년대로 넘어오면 소리 즉, 유성영화의 출현으로 말미암아 프랑스의 아방가르 드 영화는 치명상을 입는다. 그러나 한편으로 소리의 발명은 뮤지컬과 영화화된 연 극이라는 가장 인기 있는 두 가지 장르를 만들어 낸다. 이 때 뮤지컬이란 그저 순수 하게 영화화된 오페레타일 뿐이었다. 뮤직홀의 코믹 가수들을 염두에 두고 단순하고 저속하게 만든 이런 뮤지컬은 프랑스를 강타했고, 희곡을 그대로 각색한 ‘영화화된 연극’도 대중관객을 사로잡았다. 풍자적인 길거리 코미디에 바탕을 둔 이 새로운 코 미디 덕분에 시나리오 작가들은 기존의 익살을 좀 더 날카롭게 다듬을 수 있는 기회 를 제공 받았고 프랑스적 입담으로 관객의 마음을 한껏 사로잡았던 그들의 재기발랄

5) 제프리 노엘-스미스 편, 옥스퍼드 세계영화사 (이순호 외 옮김), 열린책들, 2005, pp.

111-116 참조.

6) 앞의 책, p. 157.

7) 앞의 책, p. 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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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은 할리우드의 위협에 직면해 있던 프랑스 영화에 많은 기여를 했다. 특히 이를 계기로 시나리오 작가는 프랑스 영화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하게 되어 자크 프레베르 같은 시인들이 시나리오 작가로 나서게 되기도 한다. 이 시기는 바로 시적 리얼리즘 이라는 프랑스 어둡고 사실주의적인 멜로드라마가 영화의 또 한 장르로 자리잡고 있 던 시기이기도 했다.8)

독일 점령하의 프랑스 대중영화는 역설적이게도 암울한 시대의 최상의 오락물로서 프랑스인들에게 다가갔다. 이 시기에 제작된 대부분의 영화는 전쟁 이전에 나타났던 희극영화와 진부한 멜로드라마들이었으며, 훗날 ‘질의 영화cinéma de la qualité’라 불릴 완성도도 높고 명망 있는 영화들도 있었다. 이들 영화들은 현실과는 단절된 채 로맨틱한 체념의 분위기를 한편으로 전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억압에 대한 저항을 암 시하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것들이었다.9) 외국영화 수입을 무조건 금지시킨 당 시의 시장상황과, 독일과 비시 정권의 검열로 인해 어렵고 민감한 문제를 피해서 영 화를 만들었기 때문에 당시의 영화관은 바깥세상 보다 안전하고도 포근한 곳이었다.

따라서 프랑스인들은 앞 다투어 그들의 영화를 보러 갔으며 이 시기는 이전의 그 어 느 때보다도 프랑스 영화의 관객 점유율이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높았던 때 였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영화들이 안전한 오락영화였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해방 후의 사정은 누벨 바그라는 혁신적인 영화 운동으로 인해 기존의 ‘프 랑스적인 영화’들이 상당부분 비판을 받거나 저항에 직면하게 된다. 문학 작품을 각 색, 영화화하여 영화를 문학적 원천과 기교에 종속시켰다고 격렬하게 비판한 트뤼포 의 「프랑스 영화의 어떤 경향」은 <아버지의 영화 cinéma du papa>를 거부하고 소 위 <질의 전통 La tradition de la qualité>의 영화들을 싸잡아 비난한 바 있 다.10) 그렇지만 여기에는 1930년대에서 1960년까지의 기간을 통해서 확고한 장르 별 구별과 기업 구조를 갖추고 나아가 대중오락의 주요 형태로 자리매김한 이른바 프랑스 영화의 고전기에 대한 온전한 평가가 빠져있음을 주목해야 한다.11) 다시 말 해 이 기간 중에 만들어진 3,000여 편의 프랑스 영화중에는 위대한 작가감독의 작 품만이 아니라 대중적 장르도 함께 섞여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시대의 가장 중요 한 특징의 하나로, 위대한 작가 감독들도 주류 관객을 위해 영화를 만들었다는 사 실, 그리고 누벨바그 감독들의 업적도 그들이 적대시한 바로 그 영화계의 힘과 문화 에서 나왔다는 사실12)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연구와 평가가 뒤따라야 할 것 이다.

8) 앞의 책, pp. 413-416 참조.

9) 크리스틴 톰슨/데이비드 보드웰, 앞의 책, p. 206.

10) François Truffaut, “Une certaine tendance du cinéma français”, Cahiers du Cinéma, N. 31, Jan. 1954, pp. 15-29 참조.

11) 제프리 노엘-스미스, 앞의 책, p. 412.

12) 앞의 책, p. 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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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프랑스 대중영화의 장르적 특성: 코미디

장르라는 용어는 적어도 대중적인 거대 오락 산업과 관련을 맺는다. 19세기 이전 에 장르적이었던 것은 문학 또는 다른 고급 예술이었지만 대중적 오락에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했던 1800년대 후반의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영향으로 이런 입장은 뒤집어졌다. 즉, 대중문화를 상품화해서 여러 부류의 대중을 충족시키려는 필요성은 장르적이어야 하며 대중문화는 이 장르를 앞세워 관객들과 소통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이다.13)

토마스 샤츠에14) 의하면 영화 장르는 분석자가 발견하고 창안해 내는 게 아니라 상업영화 제작 그 자체의 물질적 조건의 결과이며 대중적인 영화 스토리들은 그것이 관객의 요구를 만족시키고 제작사에 이윤을 보장해 주는 한 계속 변주되고 반복된 다. 그리고 이 차이점의 의미는 이중적인데, 첫째, 영화 장르는 하나의 ‘특권적’ 영화 스토리의 정형이라는 것, 즉 한정된 영화 스토리들만이 고유한 사회적, 미학적 특성 에 힘입어 세련화 과정을 거친 뒤 정형이 된다는 것과, 둘째, 관객과 제작사의 상호 작용의 산물인 영화 장르는 장르라고 명명될 수 있을 정도로 친숙한 의미 체계가 될 때까지 점차 그 자체가 자신이 속한 문화의 한 부분을 구성해 간다는 것이다. 한마 디로 대중 영화의 스토리 정형이 된다는 것은 그것이 일관되게 특정한 가치를 반영 한 내러티브 체계로서의 지위를 인정받는다는 의미다.

한편으로 대중영화는 대중 사회와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데 이런 관계들을 살펴보는데 있어서 유용한 것이 바로 장르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산업적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형성된 것이 장르 영화인바, 흥행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가장 대중적인 쟁점과 정서를 그 소재로 삼을 수밖에 없고 바로 그것 때문에 영화는 대중의 욕망과도 깊숙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 장르가 반복을 통해 형성된다 는 점을 감안할 때 특정 장르가 형성되었다는 것은 사회구성원들에게 이미 익숙해졌 다는 것, 즉 반복을 통해 이미 사회의 문화를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가 되었다는 것 을 말해준다. 따라서 장르가 ‘산업 - 텍스트 - 관객대중’이라는 삼각점을 순환한다면 이 순환과정이란 특정한 시대의 집단의식(혹은 무의식), 사회적 생활양식 등을 형상 하는 과정이라 할 것이다.15)

이런 맥락에서 프랑스의 대중영화도 어떤 특정한 장르를 통해서 진화하고 발전 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장르라는 개념은 처음부터 영화산업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할리우드 영화에 고유한 것이자 할리우드 영화를 이해하는데 비교적 효율 적인 영화 분석 틀로 굳어지는 바람에 사실상 프랑스 영화를 장르의 틀이나 시각으

13) 수잔 헤이워드, 영화사전 : 이론과 비평 (이영기 역), 한나래, 1997, p. 288

14) 토마스 샤츠, 할리우드 장르의 구조 (한창호, 허문영 옮김), 한나래, 1995, p. 40- 41

15) 문재철, 「사회적 현상으로서의 영화」, 대중영화와 현대사회 , 도서출판 소도, 2005,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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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이해하고 분석하는 작업은 다소 생소하거나 소흘했던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 다. 그렇지만 앞에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프랑스 영화도 그 대중적 장르 의 하나로써 코미디를 선호했으며 이는 2000년대를 넘어선 오늘의 시점에서도 여 전히 유효한 인식이라는 점이다.16) 물론 코미디 장르는 세계 어디서나 보편적인 대중적 장르로 기능하고 있어 유독 프랑스 영화만의 어떤 특성으로 내세울 수 는 없다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겠지만 프랑스 대중영화에서 코미디 장르가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어느 나라 보다 월등히 높다는 사실에서, 그리고 그 이유나 배경을 그 들의 국민성에 연원을 둔 것으로 이해한다면 이론의 여지는 줄어들 것이다. 즉, 프 랑스인의 특질 중 하나가 가혹할 정도로 상대의 약점을 풍자하는 재치 esprit인데 이는 그들의 조상인 골로와 족의 기질에서 비롯되었다는 평가가 그것이다. 로마인 들이 보기에 이들은 솔직하며 쾌활하고 외설스런 기질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말하 자면 프랑스인들은 모여서 담소하기를 좋아하고, 토론을 즐기며 집합성이 강하고 순응성이 뛰어나며, 격하기 쉽고 이치를 따지기를 좋아하는 한편, 진리보다는 논리 를 좋아하는 성격에서 비판과 풍자를 즐기며 악의 없는 농담을 즐기는 이른바 골로 와저리 Gauloiserie를 그들의 집단 무의식 속에 가지고 있었다. 또 한편, 프랑스 인들은 저마다 사회 비평가가 되어 어떤 경우에도 굴하지 않고 기가 죽지 않으며 늘 웃음을 간직하고 있기에 라블레나 몰리에르 같은 위대한 해학가들을 배출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인은 분명 매우 다양한 기질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말하 자면 개인주의가 강한 반면에 어떤 때는 정의를 위해 주저하지 않고 자신을 희생 하는 면도 있다. 이런 프랑스인의 양면성에 대해 미쇼와 킴멜은 다음과 같은 사회 학적 기원으로 설명하고 있다. 즉, 전통을 중시하는 농민의 보수주의적인 기질,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부르주아지의 사실주의적 기질, 그리고 쉽게 흥분하며 몽상과 모험을 좋아하는 귀족계급의 개인주의적 기질 등 역사적으로 프랑스 사회 에 존재했던 여러 사회 계층의 다양한 기질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17) 이런 민 족성을 배경으로 한 프랑스 정신은 확실히 풍자와 해학이 바탕이 된 코미디 장르를

16) 물론 여기서 클루조나 베케르 그리고 장 피에르 멜빌과 같은 거장 감독을 낳았던 필름 느 와르를 당연히 함께 다루어야 하겠지만 2000년대 이후의 프랑스 영화의 대중적 경향을 다루고자 하는 본 논문의 취지를 벗어난 것 같아 다음기회로 미루기로 한다.

첨언을 하자면 프랑스 대중영화의 또 다른 한 축이랄 수 있는 필름 느와르는 70년 이후 이렇다 할 작품을 내지 못한 채 산발적으로 프랑스 관객의 주목을 끌었을 뿐, 대중적 관심 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루이 푀이야드의 <팡토마(1913)>로 부터 그 연원을 찾을 수 있는 프랑스의 필름 느와르는 30년대에서 70년 초까지 그야말로 극심한 변동을 겪고 있는 프 랑스 사회의 증인이라고 까지 극찬을 받으며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모았던 것이 사실이었 다. 그러나 이들 필름 느와르들이 이후로 선배 영화를 극복할 만한 새로운 영화 미학을 만 들어 내지 못한 채 공허하기 그지없는 탐정영화에 그치면서 대중의 관심은 멀어져갔던 것 이 일반적인 평가라고 하겠다.

17) G. Michaud et A. Kimmel, Le nouveau guide France, Hachette, Paris, 1997, pp. 18-19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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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으로 후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제로 프랑스인들의 영화관람 습관에 관 한 통계를 보면 프랑스인의 49%가 영화 속에서 웃음을 추구하는 것으로 확인되 었고, 29%가 현실도피를, 21%가 좋아하는 영화배우를 만나기를 바라고, 15%가 액션영화를 선호하며, 9%가 서스펜스와 스릴을 추구하는 것으로 조사되어 있 다.18)

프랑스의 대중영화에서 코미디 장르가 차지하는 비중은 프랑스 영화의 박스오피스 에서 가장 객관적으로 드러난다.19) 프랑스 영화사 상 800만 명 이상의 최고 관객 수를 기록한 17개 영화들에 대한 2002년의 통계를 보면 그 중에서 코미디 장르가 10편에 달한다.20) 프랑스 국내에서 무려 17,270,000명의 관객이 관람한 바 있는 불세출의 코미디 영화 제라르 우리 G. Oury 감독의 <La grande vadrouille (1966)>는 최고 관객 동원 영화라는 기록을 아직도 지키고 있으며, 다음으로 알랭 샤바가 연출한 민속적인 코미디 <Astérix et Obélix : Mission Cléopatre (2002)>가 14,500,000명의 관객을 동원하였고 이어서 장 마리 뿌아레 J-M. Poire 감독의 <Les Visiteurs (1993)>가 12,790,000명의 관객을 불러들였다. 말하자면 프랑스 영화사상 최고의 흥행작 3편이 모두 코미디 장르들이었던 것이다. 이 외에도 10,250,000명의 관객을 불러 모은 꼴린느 세로 Coline Serreau의 <Trois hommes et un couffin (1985)>, 그리고 9,220,000명을 끌어들인 베베르Veber 감독의

<Le diner des cons (1998)> 등 많은 목록들이 프랑스의 대중영화는 단연 코미디 장르 일색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특히 최근에 프랑스 내 미국영화 점유율(46.4%)에 육박할 정도로 자국 영화 점 유율(41.5%)이 높았던21) 2001년의 흥행작들 1위에서 3위까지가 모두가 프랑스 코미디 영화라는 사실도 이런 평가를 뒷받침하고 있다.22) 실제로 한 조사에서 프랑 스인들의 57%가 영화관에 갈 경우 우선적으로 코미디 영화를 보러 가는 것으로 응 답했으며 다음으로 모험영화와 탐정영화 그리고 역사영화 순으로 보러가는 것으로

18) Jacques Pécheur, Le cinéma français aujourd'hui, Hachette, 1995, p. 19.

19) 근본적으로 영화 장르는 수용자 집단의 피드백을 통해 그 문화적 형식을 확대 재생산한다.

이런 점에서 박스오피스는 관객이 영화에 대한 자신의 선호를 표현하고 나아가 영화의 문 화적 표현 형식에 관여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다. 물론 여기에는 영화의 상업성이 노골 적으로 반영되어 있으며, 나아가 관객 동원력만으로 영화의 대중성을 파악할 수 없다는 비 판을 면할 수 는 없지만 이 제도가 한편으로는 당대 관객들의 취향이나 선호도를 직접적으 로 알려주며 나아가 영화 장르의 진화를 가속화시키는 측면이 있음을 쉽게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20) Lanzoni, French Cinema, Continuum , 2002, p. 432 참조.

한편 Claude Beylie, Une histoire du cinéma français, Larousse, 2000, p.

257-260도 참조할 것.

21) 영화진흥위원회, 2003년 한국영화연감 , 커뮤니케이션북스, 2003, p. 143.

22) Francis Veber 감독의 <Le Placard>, Thomas Gilou 감독의 <La vérité si je mens! 2>, Jean-Pierre Jeunet 감독의 <Le Fabuleux destin d'Amélie Poulain>

등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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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되기도 했었다.23)

멀리 갈 것도 없이 2006년 한해만 해도 프랑스 영화의 주간 박스오피스는 코미 디 장르가 거의 독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24) 이를 자세하게 살펴보면 1월에 는, 아내를 잃고 혼자가 된 무뚝뚝한 중년 프랑스 남자 (미셸 블랑 분)가 결혼중매 회사의 소개로 루마니아에서 프랑스로 건너온 여자와 티격태격 소동을 벌리는, 이 자벨르 메르고 감독의 <당신은 아름다워 Je vous trouve très beau>가 <브로크 백 마운틴>을 제치고 2주째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고, 같은 시기에 에릭 라르티고 감독의 우주 정거장 탈취를 소재로 한 코믹 인질극 <우주 행 티켓 Un ticket pour l'espace>이 개봉 첫 주에 23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미국영화들을 제쳐 냈다.

또, 2월 1일에 개봉한, 역시 배꼽 빠지게 웃기는 상황을 엮어낸 파트리스 르 콩뜨 감독의 코미디 <선탠하는 사람들 3-Les Bronzés 3-amis pour la vie>은 개봉 2 주 만에 관객수 6백만 명을 돌파하며 3주 연속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다. 프랑스 전역을 코미디 열풍으로 몰아넣은 이 영화는 프랑스 박스오피스에서 자국 코미디 영 화의 매서운 흥행세를 다시금 확인시켜 주었다. 45% 이상의 관객 점유율을 기록한 이 영화는 <아스테릭스 : 미션 클레오파트라>의 14,500,000명의 기록에는 못 미치 나 1천만 관객 돌파는 무난할 것으로 전망했었지만 안타깝게도 총 관객 9,645,000 명으로 기록을 끝내고 말았다. 1978년에 처음으로 소개된 <선탠하는 사람들Les Bronzés> 시리즈는 6명의 괴짜 친구들에 대한 향수와 이들이 벌이는 엽기적인 해프 닝으로 인해 기존의 고정 팬들은 물론 새로운 관객층이 늘어나 27년의 세월이 지나 도 여전히 건재한 인기를 증명해 주었다.

<선탠하는 사람들3>에 이어 또 하나의 코미디 영화가 개봉 첫주 주간 관객 3십만 명을 기록하며 3월에 나타났는데, 하는 일마다 꼬이는 한 남자에게 찾아온 행복한 일상을 기적이라는 우화로 엮어낸 필립 르 구와이 감독의 신작 <다음날 하루 Du jour au lendemain>이 그것이다. 이 영화는 미국 영화를 제치고 자국 영화의 흥행 세를 계속 이어가게 하는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었다.

그리고 이런 흥행세는 4월에 들어서 더욱 강력해진다. <선탠하는 사람들 3>이 박 스오피스에서 사라지자마자 또 다른 프랑스 코미디 영화 한편이 흥행 돌풍을 일으켰 던 것이다. 3월 말에 개봉한 프랑시스 베베르 감독의 <라이닝 La Doublure>이 그 주인공인데, 학생시위가 이어지는 어수선한 4월의 정국 속에서도 프랑스 사람들은 자국 코미디 영화에 여전히 열광하고 있었음을 보여 준다. 대개 개봉 첫 주 1위작이 주간 관객 50만 명 이하인 것을 감안하면 이 영화는 주간 관객 1백만 명을 끌어 모 아 흥행 돌풍을 예고한 바 있다. 다니엘 오떼이유와 가드 엘마레흐가 출연한 이 영 화는 거짓말로 얽힌 등장인물들의 해프닝을 그야말로 프랑스식으로 그려내고 있어 그 인기가 폭발적이었다.

23) Jacques Pécheur, 앞의 책, p. 17 참조.

24) www.cbo-boxoffice.com 또는 www.lefilmfrancais.com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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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5월에는 미국과 영국 등의 박스 오피스를 집어삼킨 할리우드 블록버스트

<미션 임파서블 3>이 개봉 첫 주에 프랑스 코미디 영화, 파비앙 옹뜨니앙뜨가 연출 한 <캠핑Camping>에 밀려 2위로 내려앉는 수모를 겪는다. 무려 113만 명의 관객 을 동원한 이 영화는 캠핑족들의 커뮤니티를 유쾌하고 따뜻하게 담아내며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이 외에 5월 초에 개봉된 크리스티앙 벵상 감독의 <네 개의 별 Quatre Etoiles>도 과하지 않은 유머가 섞인 고품격 로맨틱 코미디 영화 로서 프랑스인의 사랑을 받았다. 여기에다 2006년 여름 기대작으로 시선을 모았던 에릭 톨레다노와 올리비에 나카쉬가 공동 연출한 또 한편의 코미디 영화 <행복한 나 날들 Nos jours heureux>이 월드컵 여파 속에서도 25만 명이라는 관객 수를 확 보한 것만 봐도 프랑스인들이 얼마나 코미디 장르 영화에 빠져있는 지를 확인할 수 있다.

결국 프랑스 영화 시장의 튼튼한 버팀목은 단연 코미디 장르라는 사실은 새삼스럽 지도 않지만 반드시 주목해야할 부분이다. 이는 프랑스 대중영화의 큰 축이 코미디 장르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웅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살펴봐도 프랑스의 코미디 영화는 어떤 단일한 유형에 묶여있지 않고 다양한 톤과 스타일을 통해 발전해 왔음을 알 수 있다. 프랑스인들은 대체로 코미디 장르 안에서 전문화되지 않은 영화인들의 작품이되 보다 독창적이고 개인적인 시나 리오로 만들어진 코미디를 선호해 왔다.25) 원래 장르로서의 코미디는 의도적으로 리 얼리즘을 거스르며 상식과 합리를 비튼다. 이는 코미디 영화의 전통적인 태도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코미디는 억압된 긴장감이 안전한 방식으로 해소될 수 있는 장이거 나 아니면 그러한 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심리적으로 유용한 기능을 갖추 고 있다.26) 이렇게 볼 때 프랑스인들은 영화를 단순한 대중적 오락으로서만 아니라 영화의 계몽성 내지 기능성도 함께 향유하는 국민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다음으로 화제의 영화 <탕기Tanguy (2001)>의 대중성을 살펴보기로 하자.

4. 영화 <Tanguy>의 대중성

프랑스 영화의 자국 영화 시장 점유율이 40%를 훌쩍 넘어 섰던 2001년 11월 말 에 개봉된 에티엔느 샤틸리에의 4번째 장편영화 <탕기Tanguy>는 개봉되자마자 그 첫 주 주간 관객만 해도 88만 명이 몰리는 유례가 드문 흥행성적을 과시했다. 만드 는 영화마다 대중적인 히트를 치는 감독의 솜씨가 한층 더 무르익었음을 보여준 영

25) 굳이 프랑스 코미디 영화를 그 하위 장르로 구분한다면,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뷔흘레 스크 코미디 Comedie burlesque와 성격 코미디 Comédie de caractère, 모험 코미디 Comedie d'aventure, 풍자 코미디Comédie satirique 그리고 심리 코미디 Comédie psychologique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앞의 책, pp. 54-60 참조.

26) 수잔 헤이워드, 앞의 책, p. 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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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였다. 3대에 걸친 가족의 문제를 다룬 색다른 프랑스식 블랙 코미디물인 이 영화 는 총 관객 수 4,309,496명을 극장으로 끌어들인 2001년도의 흥행 대작 중의 하나 로 평가된다.

이 영화를 연출한 샤틸리에는 이미 그의 최초의 장편영화 <인생은 조용히 흐르는 강물La vie est un long fleuve tranquille (1988)>로 4,088,009명의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였으며, 두 번째 영화 <타티 다니엘Tatie Danielle(1990)>은 2,151,463명을, 세 번째 영화 <행복은 초원에서 Le boneur est dans le pré (1995)>은 4,952,695명의 관객을 끌어들인27) 바 있는, 블랙 코미디 영화의 대가 로 알려져 있다. 샤틸리에는 텔레비젼 연속극의 시나리오들이 즐겨 기대던 프랑스 사회의 전통적인 요소나 가치들을 단숨에 뒤집어버리는 감독으로 정평이 나있다. 방 자하기 짝이 없는 파르스farce의 전통을 결코 버리지 않은 채 그의 영화들은 기성관 념이나 얼간이들에 대해 유쾌한 비판을 거두지 않을 뿐 아니라 지상의 모든 소외자 나 오쟁이 진 사람들, 그리고 모욕을 당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거친 애정을 유보 하고 있다. 말하자면 <타인의 취향 Le Gout des autres>과 같은 영화처럼 그의 영 화는 전혀 저속하지 않으며 능란하고도 유쾌한, 일종의 기분전환용 영화 cinéma distrayant로 대중들이 즐겨 찾는 흥행 영화의 보증수표인 셈이다.28) 그는 비평가 와 관객으로부터 동시에 찬사를 받는 감독으로, 그의 영화들은 비평가와 관객을 결 합시키는 역할을 할 정도로 문제적이며 대중적이다. 네 번째 영화 <탕기Tanguy>에 서도 그는 가족 관계에 대한 전통적인 관념과 맞설려는 샤틸리에적 저항 정신과, 주 변의 위선으로 꼬여버렸지만 마침내는 드러나 버릴 모종의 관습적 상황에 대해 맹렬 하기 그지없는 재치를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면 영화 <탕기>의 어떤 속성들이 그토록 많은 관객을 몰려들게 하였는가?

이를 살펴보기 위해 다음으로 영화 <탕기>의 대중성을 몇 개의 키워드로 정리해보기 로 하자.

1. 소재의 기발성과 대중성

영화 <탕기>의 스토리는 아래와 같이 크게 3개의 서사구조를 갖고 있다. 즉,

Acte 1 : 28살인 주인공 탕기는 아직도 부모 집에서 살고 있다. 에꼴 노르 말 출신인 그는 중국에 관한 학위논문을 준비하며 한편으로는 여자 들을 집으로 데려와 즐기는 대학강사이자 정신적으로는 아직 어린 애다. 그러나 그의 부모는 겉으로는 그를 사랑하는 척 하지만 28 살이나 되는 아들이 자신의 집에 얹혀살며 자신들의 사생활에 방해 가 되는 것에 매우 괴로워하는 한편, 부모로서 또 당연히 당해야

27) www.cbo-boxoffice.com 참조

28) René Prédal, Le jeune cinéma français, Nathan, 2002, pp. 11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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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의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자주 이런 상황에 대해 주위 사람들의 눈치에 난감해 한다. 심지어 엄마는 탕기를 집에서 내보 내야 한다는 자신의 생각이 마치 영아유기 죄라도 저지른 양 정신 과 의사와 상담을 할 정도로 괴롭다. 이런 사정은 아버지도 마찬가 지다.

Acte 2 : 부모는 마침내 자신의 아들을 내보내기로 결정한다. 이리하여 집 밖으로 아들을 내 보내려는 부모와 악착같이 붙어 있을려는 아들 간의 전쟁이 벌어진다. 온갖 저항 끝에 별 수 없이 부모의 도움으 로 집을 나간 탕기는 마침내 정신쇠약에 걸려 자신의 부모를 법정 에 고소한다. 그리고 민법 203조를 들어 법원은 탕기의 손을 들어 준다.

Acte 3 : 집으로 돌아온 탕기는 여전히 부모의 박해를 견디며 자신의 생활 비를 벌어가며 논문에 매달린다. 마침내 부모의 심기가 폭발할 즈음 그는 홀연히 중국으로 날아가 마음대로 중국여자와 결혼, 자신의 부모와 할머니를 중국으로 초청한다. 중국에서의 행복한 나날들, 말하자면 가족 간의 분규와 갈등이 끝나고 해피엔딩인 셈 이다.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영화 <탕기>는 나이가 차서 독립할 때가 넘었는데도 부모 에게 붙어살려는 프랑스의 캥거루 세대를 겨냥하고 있다. 실제로 31살이나 먹은 아 들을 집에서 쫓아내려던 부모가 출입문 자물쇠를 아들 몰래 바꾸었다가 법정 고발을 당했던 이태리에서의 실제 사건을 시나리오로 옮겼다는 이 영화는 프랑스 사회에 만 연한 실업문제와 전통적인 가정의 위기를 드러낸다. 한 통계에 의하면 10대 후반만 되면 부모로부터 독립하던 과거 세대와 달리 현재 20~24세 프랑스 젊은이의 절반 이상이, 그리고 25~29세 젊은이의 20% 이상이 여전히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것 으로 나타났다.29) 영화 <탕기>는 프랑스 사회에 엄존하는 이런 사회 현상을 풍자한 것이다.

또한 부모는 자식을 계속해서 부양할 책임이 있다고 명시한 프랑스 민법 203조 와 관련하여 프랑스 내에서 해마다 약 900건의 법정 소송이 벌어지고 있는 사정 을 감안 한다면30) 이 영화는 그야말로 프랑스 사회의 예민한 문제를 건드린 셈이 된다. 이런 것들이 많은 프랑스 사람들을 관람 욕구를 자극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29) 서울대학교 불어문화권연구소, 프랑스, 하나 그리고 여럿 , 도서출판 강, 2004, p. 154 30) www.ecrannoir.fr/films/01/tanguy.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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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멜로드라마적 가족지상주의의 재현

영화 <탕기>는 엄밀히 말해 코미디라는 외장을 입힌 가족 멜로드라마로 읽을 수 있다. 대중문화의 한 양식으로서의 멜로드라마는 사회적 위기에 주목하고 사생활의 컨텍스트 즉 가정 안에서 그 위기를 매개하는 속성이 있다. 따라서, 멜로드라마는 사 회 질서가 사적인 것을 통해 표현되기를 갈망하는 부르주아의 욕구를 반영한다. 이 런 관점에서 멜로드라마가 왜 가족에게 과도하게 집착하는지, 그리고 그 출발점이 왜 과잉인지를 알 수 있다.31) 영화 <탕기>도 젊은이들의 실업과 그로 인한 전통적인 프랑스 가정의 위기를 부르조아적인 방식으로 제시한다. 즉 <탕기>는 풍요하고 안락 한 삶의 단계로 접어든 아버지 세대와 아직 불안전한 삶을 끌고 갈 수 밖에 없는 아 들 세대 간의 판이하게 다른 욕망과 도덕과 관습이 서로 충돌하고 그 과정에서 희화 화된 가족의 모습을 드러낸다.

여기에다 주인공 부모와 그 부모의 부모 세대(즉 탕기의 할머니)와의 이해관계, 말하자면 연로한 부모의 봉양이라는 사회적 문제가 탕기의 가족 문제에 덧붙여지면 서 3대에 걸쳐진 가족 관계의 문제가 영화 중반에 드러나기도 한다. (탕기의 할머니 는 탕기의 부모에게 자신을 부양해야 할 법률적 근거로 프랑스 민법 205조를 꺼내 든다.) 이 경우 가족은 가족 내의 갈등이나 분규를 노골적으로, 그러나 어디까지나 비사실적으로 드러내며 이것의 해소와 봉합을 향해 영화는 극적 긴장을 높여간다.

멜로로드라마는 가족을 재생산하고 그 안에서 전치된 소외를 생산하기 때문에, 가족 구성원들이 상이하게 체험하는 착취와 억압을 가족 관계의 긴장이라는 형태로 시각 화한다. 멜로드라마의 짜릿함은 적들 사이의 갈등이 아니라 피와 사랑으로 엮인 사 람들 간의 갈등에서 오는 것이다.32)

이리하여 가족 간의 화해와 되찾은 행복이라는 결말을 통해 <탕기>의 멜로드라마 적인 세계는 결국 가족지상주의를 재현하고 만다. 이는 개인을 강조하거나 그 개인 과 사회와의 관계를 스크린에 올려 놓으려는 프랑스 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이데올로 기로서 영화 <탕기>의 대중적 속성이 가장 잘 해석되는 부분일 것이다. 이러한 사랑 과 화해와 융합의 가족 지상주의는 사회통합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 나가며 이런 해 피엔딩으로 인해 멜로드라마는 현실의 모순에도 불구하고 유토피아는 바로 이곳이라 는 신화로 당연히 굳어진다.

3. 캐릭터의 대중성

영화 <탕기>에 출연한 배우들은 하나같이 대중적인 스타들이다. 이들은 프랑스 영 화사에서 여러 차례 언급되는 중량급 배우들로서 프랑스 국민들로부터 대중적인 인 기를 한 몸에 안고 있는 스타급 배우들이다. 할리우드 식의 스타 시스템의 결과는

31) 수잔 헤이워드, 앞의 책, p. 88.

32) 앞의 책, p.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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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더라도 탕기 부모역의 사빈느 아제마와 앙드레 뒤솔리에는 숱한 영화에서 그들 의 연기력과 관록을 쌓은 데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아 이 영화의 흥행에 크게 일조했 다. 탕기역의 에릭 베르제르는 연극무대에서 관록이 쌓인 배우인데, 탕기의 캐릭터, 즉 어린아이 같으면서도 음흉하며 뻔뻔하고도 한편으로는 순진한 이미지를 완벽하게 소화해 내고 있다. 여기에 할머니 역의 헬렌느 뒥은 그 연륜과 관록으로 탕기 가족 의 분규를 키우거나 조정한다. 이런 스타급 배우들의 대중성 또한 영화의 흥행을 보 장하는 한 속성이며 관객들은 이들이 해석하는 극중 캐릭터에게 숭배에 가까운 열광 을 표시한다. 극중 캐릭터가 아무리 강렬하고 개성적이라 하더라도 스타급 배우들이 갖고 있는 대중적 인지도가 결합되지 않으면 대중영화는 관객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이 거의 정설이다. 이런 점에서 영화 <탕기>의 흥행도 감독의 연출력 못지않게 스 타급 배우의 기용에 크게 기대고 있음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4. 널려있는 오리엔탈리즘적 기제와 장치들

탕기는 동양학, 더 은밀히 말해 중국을 공부하는 예비 학자로서 중국 관련 논문을 쓰는 외에도 중국어를 가르치는 일도 한다. 또 그는 부모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고 일본 여자까지 집에 끌어들여 섹스를 하고는 태연하게 인사를 시키기도 한다. 이런 탕기의 주위에는 중국을 비롯한 동양적 정신주의와 관련된 미쟝센들이 도처에 늘려 있음을 관객들은 놓치지 않는다. 중국 복식 차림이 어색하지 않는 주인공은 늘 중국 식 속담 즉, 아포리즘을 입에 담고 살며 그의 부모들은 탕기의 이런 행동을 때로는 부러워하기도 하고 지긋지긋해 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탕기는 자신의 어려운 처지나 상황을 늘 중국 철학이나 사상을 끌어들여 피해나가는데 선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화 곳곳에서 중국어를 말하거나 배우는 프랑스인들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심지어는 부모의 성화로 마침내 집을 나가 탕기가 얻어놓은 아파트도 빠리 의 차이나타운에 있는 한 빌딩이다.

이런 설정과 기제들은 탕기 가족이 그들의 갈등을 프랑스적인 방법, 즉, 타협과 설득 그리고 대결과 논리를 통해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갈등의 극한에 까지 이르렀을 때 오아시스처럼 홀연히 등장하는 중국, 즉 북경이라는 오리엔탈리즘에 기 대어 전격적으로 해소하는데 관객들은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게 한다. 영화는

<탕기>의 가족들이 북경에서 오리엔탈리즘을 즐기며 마침내 3대가 화해하고 화합하 며 더없이 사랑하는 하나의 가족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해피엔딩하기 때문이다. 말하 자면 한 문화권의 치유 불가능한 갈등이 타 문화권의 이질적 여유와 감정의 풍요 속 에 녹아들면서 저절로 갈등 국면이 가라앉는 효과를 영화 <탕기>는 정교하게 이용하 고 있는 것이다. 일종의 도피적 몽상의 상징으로서 중국은, 더 구체적으로 북경의 이 미지들은 이 영화의 끝 부분에서 웅장하고도 화려하게 그러나 공허하기 그지없는 인 상으로 탕기 가족들을 끌어안고 있다. 그리고 이런 인상을 배경으로 탕기 가족은 우 월감과 안도감에 젖어 그들의 되찾은 삶에 더없이 희희낙락하는 것이다. 일종의 현 실 망각을 위한 향수의 묘약과도 같은 동양-사실은 이마저도 타락한 서양의 쾌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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겠지만-은 프랑스인인 주인공 가족들의 화해와 재결합의 고리로 작용하면서 그들의 공허한 정신주의를 자극하고 이를 공공연히 유포함으로써 프랑스에 만연해 있는 동 양적 향수를 부풀리고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많은 요소들이 영화 <탕기>의 대중성과 밀접한 관계를 보이고 있다. 예 를 들어 갈등의 설정- 갈등의 작동- 갈등의 고조 - 갈등의 해소 같은 고전적 장르 영화의 스토리 공식을 그대로 답습함으로써 관객들이 영화의 재미에 몰입할 수 있도 록 배려한 점이나, 섹스를 둘러싼 인물들의 비도덕적 행위에 대한 풍자, 그리고 부모 와 자식 간의 법정 다툼 같은 다소 생소한 설정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에 도 불구하고 영화 <탕기>의 대중성은 코미디 장르의 모든 장점과 덕목을 두루 갖춘 데 있을 것이다.

5. 맺는 말

부르디외에 의하면 취향에는 엘리트적인 것과 어느 정도 교양이 있는 것, 그리고 대중적인 것의 세 범주가 있는데 이것들은 모두 계급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또 계급이란 소유하고 있는 경제적 자본의 형식에 의해서뿐만 아니라 문화적 자본의 형식에 의해서도 정의 된다. 따라서 대중적인 취향이 소박하고 촌스러운 것과 관련 되어 있다 하더라도 이는 당연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생산된 것이며 그것은 계 급과 문화적 자본 및 경제적 상황과 직접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33) 이런 지적을 대 중영화의 상황과 관련지어 보면 대중들이 예술영화라는 고급 텍스트를 해독할 능력 이 없어서 접근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고급텍스트가 생산된 조건이나 수용여건들에 타 계급에 대한 배타적 취향이 작동한 결과 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배타적 취향이 작동된 예술영화라 하더라도 그 내부에는 대중성이 라는 속성이 이미 내재되어 있다. 왜냐하면 벤야민이 지적한대로 영화라는 매체는 생득적으로 필름의 복제로 인해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것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이 경우 영화의 대중성은 영화매체가 지닌 하나의 천부적 속 성으로서 기능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프랑스 관객 대중들의 취향도 코미디나 범죄 시리즈 같은 장르에 집중되어 있었으며 장르를 통해 그들의 대중영화에 대한 욕구를 발산해왔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 장르라는 개념이 워낙 미국적인 것이라 프랑스 영화를 연구하거나 분석하는 입장에서는 이 용어의 사용이 거북했던 것이 사 실이었다. 오히려 프랑스 영화를 논할 때는 작가주의적 비평의 관점을 취하는 것이 훨씬 더 전략적일 수 있었다. 그러나 프랑스의 대중영화는 앞서도 살펴보았듯이 장

33) 조안 호로우즈 & 마크 얀코비치, 왜 대중영화인가? (문재철 역), 1999, 한울, pp. 17- 19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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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의 변형과 변주를 거듭하며 발전해 왔다. 나아가 이들 장르들은 반복과 차이의 논 리를 통해서, 또 사회적인 것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면서 대중의 사회, 역사적 상상 력과 관계를 맺어 나갔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하나의 영화를 장르로 접근하든 작가주의로 접근하든 그것은 영화를 통해 무엇을 보느냐와 관련된 개인의 취향이지 결코 특권화된 양식은 아니다. 오히려 한 편의 영화에는 장르적 속성과 작가주의적 경향이 혼재해 있다. 영화 <탕기Tanguy>

는 이런 점에서 한편으로는 독특한 풍자적 코미디 장르에 속하는 영화로 분류되지만 한편으로 샤틸리에라는 작가 감독의 창조성과 세계관이 투영된 하나의 대중적 텍스 트이자 예술작품으로 평가 못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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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ecrannoir.fr/films/01/tanguy.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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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ésumé>

La popularité du cinéma français

CHOI Choon-Sik

D'après l'histoire du cinéma français, on peut constater que le cinéma populaire de France s'est développé autour d'un genre comique, qui est devenu le fameux type du film français.

Le cinéma français est ouvert comme un amusement de foire, telle fut la conclusion après la première projection en 1895 du film <La sortie des Usines> selon le procédé “cinématographe” des fameux frères Lumière. Et pourtant cet amusement de foire a conquis la terre entire et les hommes qui a besoin de rire et l'évasion.

Au cinéma, les Français recherchent donc en priorité le rire, l'évasion, le plaisir de voir les comédiens qu'ils aiment, l'émotion, l'action et le suspense. Ainsi ils se passionnent pour la comédie dans laquelle il y a quelques type préférés : comédie burlesque, comédie de caractère, comédie d'aventures, comédie psychologique etc. Donc, la comédie est un genre que le cinéma français n'a jamais cessé de fréquenter et on doit souligner que la comédie conduit le cinéma populaire de France.

Tanguy, qu'on a analysé ses popularités sur quelques éléments comiques, est une petite comédie noire, sans message particulier, à la fois drôle et acide, qui fait pratiquement mouce à tous les coups. Et aussi c'est une comédie sociale en demi-tenite sur les rapports enfants-adulte et parent. Tanguy, c'est une vrai comédie populaire au sens le plus noble du terme qui sait efficacement et avec beaucoup de drôlerie bousculer et renverser les valeurs et les idées bien pensante sans jamais se prendre au sérieu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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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어(Mots-clés) : 프랑스 영화(le film français),

대중성 (Popularité), 코미디(Comédie),

장르 (Genre), 대중영화 (le Cinéma populaire)

논문투고일 2006년 11월 25일 심 사 일 2006년 12월 30일 2007년 1월 4일 심사완료일 2007년 1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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