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연구』 97년 봄호 (통권 제19호)
금융개혁과 금융감독
채희율(경기대 경제학과 교수)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한 후, 프랑스 파리10대학교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주요연구 분야는 화페금융론, 금융기관론, 국제금융론. 주요저서로는 『은행 자기자본비율규제의 이론과 실제』(1995), 『유럽통화통합의 문제점과 전망』
(1995), 「외국의 은행합병 현황」(1996, 공저) 등이 있다.
I. 서론
II. 건전성 규제‧감독의 합리적 정비
1. 합리적 정비의 의의, 필요성 및 곤란성 2. 대표적 건전성 규제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3. 다양한 금융감독수단의 활용
4. 최종대부자 기능의 재정립 III. 금융감독체계의 개편
1. 감독체계의 현황과 문제점 2. 외국의 사례
3. 감독체계개편의 방향
IV. 금융감독의 국제적 협력 증진 1. 국제적 협력의 필요성과 유형 2. 우리나라 금융감독의 국제화 V. 요약 및 결론
I. 서론
금융자유화는 일반적으로 금융중개의 규모를 확대하고 경제성장에 기여하며 투자의 효율성을 촉진하는 긍정적 효과를 지닌다1). 그러나 금융자유화가 금융기 관의 부실화와 금융제도의 불안정성을 초래한 경우도 적지 않았음에 주목할 필 요가 있다. 예를 들어 스웨덴, 노르웨이, 핀랜드 등 북구 3국에서는 금리규제와 여신할당제의 완화에 따라 비금융민간부문에 대한 대출이 크게 늘어나는 과정 에서 금융기관의 부실채권도 급속히 증대하게 되었다. 특히 금융시장 개방이 금 융자유화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금융산업의 부실화가 심화되었다. 해외로부 터의 자본유입 증가로 인해 주식,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자 자금 의 운용과 조달 양 측면에서 한층 더 자유로와진 은행들이 민간신용을 확대하 면서 자산가격의 거품현상을 부추켰던 것이다. 그러나 일정 시간이 경과한 후에 결국 거품이 꺼지면서 금융기관들이 거대한 부실채권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러 한 상황은 과도한 대출을 유발한 조세제도, 부적절한 통화정책 등과 함께 금융 자유화 조치에 상응하는 건전성 규제 및 감독제도가 확립되지 못한 데 기인하 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2). 한편 프랑스, 스페인 등 다른 유럽 국가들에서도 금 융자유화와 금융시장 개방의 진전에 따라 금융기관의 부실화 문제가 심각한 현 안으로 대두된 바 있으며 미국에서도 1970년대말, 1980년대초의 금융규제 완화 가 느슨한 금융감독제도와 엇물리면서 결국 금융기관의 부실화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었다.
이러한 외국의 사례는 OECD 가입, 금융개혁위원회의 가동 등의 여건 변화 로 금융자유화‧개방화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한국의 상황에 대해 매우 큰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정부가 금융개혁을 추진함에 있어 경쟁제한적인 규제 를 과감히 폐지하고 금융기관 내부경영의 실질적인 자유화를 통해 금융제도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울러 금융제도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하 여 건실한 재정‧통화정책의 운용 등의 거시적 차원의 노력과 함께 실효성있는
1) Jonston and Pazarbasioglu(1995)와 OECD(1995)는 금융자유화를 추진한 국가들의 사례를 분 석하여 이러한 사실을 밝히고 있다.
2) 북구 3국의 금융위기에 대한 보다 자세한 설명은 함상문(1994) 또는 OECD(전게서)를 참조할 수 있다.
금융규제‧감독제도의 확립에 한층 더 힘 쓸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물론 금융감독당국은 지난 수년간 금융규제‧감독제도를 개선하기 위하여 다 각도로 노력해 왔다. 우리나라가 국제결제은행(BIS) 가입국이 아니었음에도 불 구하고 은행에 대해 BIS기준 자기자본비율규제를 1993년말부터 시행해 왔으며 최근에는 증권회사에 적용되는 자기자본규제안을 마련하는 등 금융기관의 자본 충실도를 유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은행별 거액여신총액한도제를 도입하여 대규모 여신의 공여에 따른 은행 의 위험노출에 대처하고자 하였으며 기존 부실여신의 조기상각과 신규 부실여 신의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현행 금융감독제도가 금융기관의 건전성과 금융제도의 안전성을 확보하여 금융의 질적 발전을 위한 토대를 제공하기에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 이유로 적어도 다음의 세가지 를 들 수 있다.
첫째, 건전성 규제‧감독이 ‘합리적’으로 정비될 여지가 많다. 그동안 지속적으 로 금융감독의 시행방안이 개선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규제의 목적에 사용된 지표의 적합성이 결여된 경우가 많으며 금융기관의 도덕적 위해(moral hazrd) 행위를 효과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방안도 미흡하다고 본다. 특히 다양한 금융감독수단의 개발이 미흡하며 기존에 제시된 정책수단의 실효성도 불투명하 다. 금융자유화와 금융국제화의 진전으로 금융기관의 자금 조달과 운용 수단이 다양화되고 점차 복잡한 금융기법이 개발‧이용됨에 따라 감독당국이 부과하는 외적 제약만으로는 감독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문 제에 직면하여 세계 각국의 감독당국은 금융기관이 자율적으로 위험관리체제를 구축하고 주주, 채권자 등이 능동적으로 금융기관 경영에 대한 감시‧감독기능을 수행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사안 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공시제도, 회계제도 등 관련 제도의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그 효과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둘째, 금융감독체계의 개편이 필요하다. 현행 금융감독체계는 지나칠 정도로 다기화되어 있으며 다양한 감독기관간 협력이 미흡한 실정이다. 그 결과 감독의 중복 혹은 역으로 감독의 공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아울러 금융의 겸업화 추 세 및 금융그룹의 형성에 대응한 대비책도 미흡한 실정이다. 이러한 현 상황은 지난 10여년간 금융감독체계의 개편을 통해 감독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기울여 온 외국의 사례와는 크게 대조된다.
셋째, 우리나라의 금융감독은 국제적 감독기준을 수동적으로 국내에 적용하는 초보적 국제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과거 국내 금융의 국제화 와 대외개방이 미미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향후 국내 금융기 관의 국제화가 진전되고 금융시장의 개방이 가속화됨에 따라 국제적 감독기준 의 제정과정 또는 감독기관간 협력과정에 보다 능동적으로 참여할 필요성이 커 지고 있으며, 외국 금융기관의 부실화로부터 국내 금융기관의 부실화가 유발되 는 가능성을 차단하는 방안도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본 연구의 목적은 이러한 과제에 직면하고 있는 한국의 현행 금융감독제도 의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데 있다. 논문은 서론과 결론을 포함, 모두 5개 절로 구성된다. 본론에 해당되는 3개 절에서는 각각 앞의 세가지 문제점을 보다 구체 적으로 살펴 보고 관련된 제도개선방안을 제시한다. 제II절은 건전성 규제‧감독 의 합리적 정비 방안을 논의한다. 우선 ‘합리적 정비’의 의의를 간략히 살펴본 후 현재 시행중인 두가지 대표적 건전성 규제인 자기자본비율규제와 동일인 여 신한도제의 개선방안을 논의한다. 자기자본비율규제의 경우 비율산정과 제재조 치의 문제점에 관한 개선방안을 논의하며 동일인 여신한도제의 경우 개별거액 여신한도제로의 전환의 필요성을 논의한다. 다음으로는 이른바 ‘시장친화적 규 제’와 ‘시장기능에 의한 감독’ 등 금융감독의 새로운 조류의 의의와 실제 적용상 한계를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에서 금융감독의 실효성이 낮은 근원적인 이유가 통화당국의 최종대부자 기능의 모호성에 있다고 보고 동 기능의 재정립 을 위한 정책방향을 제시한다.
제III절은 현행 감독체계의 문제점과 외국의 사례를 살펴 본 후 국내 감독체 계의 바람직한 개편방향을 제시한다. 여기서는 비은행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기구 의 설립 및 국내감독기구들간 협의체를 구성할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기능별 감독체계로의 전환 또는 감독체계의 통합이 현재로서는 불요불급하다고 보고 있다.
제IV절은 금융감독의 국제적 협력증진에 관해 논의한다. 이러한 주제는 기존 국내문헌에서 자주 다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국제적 협력의 필요성과 협력의 유형에 관해 비교적 상세히 정리하기로 한다. 그리고 시장개방압력의 효과적 우 회방안 모색, 금융규제의 국제적 조화 및 금융감독의 국제적 표준화 과정에의 적극적 참여, 외국 감독기관과의 교류 확충 등의 세가지 방안으로 집약되는 향 후의 감독방향을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제V절은 요약과 결론이다.
II. 건전성 규제‧감독의 합리적 정비
1. 합리적 정비의 의의, 필요성 및 곤란성
건전성 규제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우선 해당 규제가 문제로 삼는 금융 기관의 위험대처 능력 또는 위험노출 정도를 정확히 반영할 수 있는 지표의 개발 이 선행되어야 한다. 자기자본비율규제는 금융기관의 지급능력을, 유동성비율규제 는 유동성을, 그리고 거액여신규제는 은행의 편중여신에 따른 신용위험 노출을 각각 정확히 반영하는 지표에 기초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현행 유동성 비율 규제는 예수금에 대한 유동성자산의 비율이 30%를 상회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때 예수금을 잔존 만기에 관계없이 단순 합산하고 있다. 그러나 보다 정확히 유 동성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예수금을 잔존 만기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하여 합산할 필요가 있다.
건전성 규제‧감독이 사전적‧예방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의 도 덕적 위해 행위를 최소화하도록 고안되어야 한다. 여기서 도덕적 위해 행위는 금 융기관 또는 금융기관의 경영자가 스스로의 행동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지지 않 는 상황에서 조직 또는 개인의 사적 이익을 추구함으로써 여타 경제주체에게 손 실을 끼치는 행위를 말한다. 비근한 사례로서 정경유착과 관련한 대출을 들 수 있다3). 대출프로젝트가 성공할 경우 이익은 은행 또는 대출승인자가 향유하고 부 실화될 경우 손실은 납세자 또는 은행 전체가 부담하기 때문이다.
도덕적 위해 행위를 최소화하려면 규제‧감독제도를 유인부합적(incentive compatible)인 방향으로 정비하는 한편 규제회피적 행태가 발생할 수 있는 여지 를 없애야 한다. 유인부합적 제도란 경제주체가 제도가 지향하는 목적에 위배되 지 않도록 행동하는 것이 사적으로도 최선이 되는 제도를 의미한다. 유인부합적 규제‧감독제도의 구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규칙의 위반에 대한 제재가 엄격하
3) 이러한 예는 윤석헌(1996)으로부터 인용하였다. 한편 정경유착과 관련한 대출의 경우
고도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규제 위반에 대한 제재의 내역을 사전적 으로 명확히 밝힐 필요가 있으며 규제위반 금융기관에 대해 사후적으로 제재를 가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게 보일지라도 장기적인 시각으로 보면 사전적으로 명 시된 규칙에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자기자본비율규제에 대한 명시적 제재수단으로서 적기시정조치가 도입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한편 규제회피적 행태란 금융기관이 규제‧감독의 허점을 이용하여 규제‧감독이 상대적 으로 약한 부문으로 업무를 이전시킴으로써 규제의 의의를 퇴색시키는 행위를 말 한다. 규제회피적 행태와 관련하여 비근한 사례로서 최근 한보부도사태로 부각된 현행 동일인 여신한도관리제의 맹점을 들 수 있다. 동일인 여신한도관리제가 은 행계정에만 적용되고 신탁계정에는 적용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탁계정을 통해 대 규모의 대출금이 한보그룹으로 흘러들어가게 되어 금융기관들이 과도하게 신용 위험에 노출되는 결과가 빚어졌던 것이다.
현실적으로 이러한 개선방안을 추진하는 데는 몇가지 장애가 존재한다. 무엇 보다도 규제당국의 책무이행회피 행태를 들 수 있다. 규제의 내역을 변경하는 것 은 관련된 당사자들간에 기존에 존재하는 힘의 균형을 깨뜨리는 것이기 때문에 관련 당국은 제도변경에 소극적일 수 있다. 또한 규제 위반에 대한 제재를 사전 적으로 명시하고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은 관료의 입장에서 바람직한 제도가 아닐 것이다. 제도가 명확할수록 관료의 권한이 축소될 것이고 엄격한 규칙이 적용되 는 경우 관료는 온갖 비난에 직면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납세자의 대리인으로 서의 관료의 행동을 유인부합적으로 만들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어렵다면 금 융기관의 행동을 유인부합적으로 만드는 규제‧감독제도를 구축하기 어렵다는 것 이다.
이와 같은 정치경제학적 문제점은 논외로 하고 감독당국이 최선의 제도를 도 입‧시행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가정하자. 그렇더라도 규제‧감독제도의 합 리적 정비는 용이하지 않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정보의 불완전성, 즉 정보의 비대 칭성 또는 미래의 불확실성에 있다. 피규제자의 사적 정보가 존재할 때 피규제자 의 위험 노출을 정확히 반영하는 지표를 개발하여, 이를 기초로 규제를 시행하는 것이 곤란해진다. 피규제자는 감독당국이 사적 정보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을 활용하여 제도를 악용하려는 유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미래에 출현
할 모든 사건에 대해 사전적으로 완벽한 규정을 만드는 것이 곤란하므로 엄격하 고 공정한 제재도 어려워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감독당국으로부터 피규제자로 향 하는 수직적‧직접적인 규제‧감독제도는 실효성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감독당국은 정보의 불완전성 문제의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감독수단 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규제‧감독의 실효성 확보에 대한 다른 중요한 장애 요인은 외부성 (externality)이다. 감독당국이 사전적으로 수립한 원칙을 사후적으로 적용하지 못 한다거나 또는 제재의 성격을 모호한 채로 유지하는 이유는 전술한 바와 같은 정 치적 대리인 문제에도 원인이 있지만 금융기관 상호간에 대차관계 등으로 밀접하 게 연관되어 있어 한 금융기관에 대해 취해진 조치가 선의의 다른 금융기관에게 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기관이 감독당국의 이러한 행태를 사전적으로 감안하여 행동함으로써 도덕적 위해의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 다.
이하에서는 앞에서의 지적들을 감안하여 감독제도의 합리화 방안을 검토하기 로 한다. 우선 현행 건전성 규제에 대해서 감독방식의 근본적 변화가 없이 제도 의 골격을 유지하면서 개선될 수 있는 문제점들을 논의하기로 한다. 여기서는 대 표적 자기자본비율규제와 동일인 여신한도관리제에 논의를 국한하기로 한다. 다 음으로 감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수평적이고 간접적인 감독제도를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마지막으로 최종대부자 기능의 재정립 방안을 논의한다.
2. 대표적 건전성 규제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1) 자기자본비율규제
한국은행 은행감독원은 일반은행에 대해 1993회계연도말부터 BIS기준 자기자 본비율규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1995 회계연도말부터는 위험가중자산대비 자기자 본의 비율이 국제기준인 8%를 넘도록 지도하고 있다. 동 규제는 BIS에 의해 주 도되어 국제적으로 통일된 기준에 기초하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유사한 내용을
보이고 있으나 각국의 회계기준 또는 은행관행의 차이 등으로 세부 항목에서는 다소 상이하다4). 우리나라의 현행 제도도 다른 나라와 큰 차이가 없으나 보완자 본의 계산방식에서 다음과 같은 두가지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첫째, 국제기준에 따르면 일반대손충당금만이 보완자본에 포함되어야 하므로 특정손실 또는 특정자산의 명확한 減價를 충당하기 위해 적립된 금액은 보완자본 에 산입되어서는 안 될 것이나.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불특정 손실에 대비하는 기능이 없는 부실여신에 대한 충당금도 보완자본에 포함시키고 있다. 따라서 자 기자본비율이 금융기관의 지급능력을 보다 정확하게 반영하도록 부실여신전부와 고정분류 자산의 일부를 가상적으로 대손상각한 것으로 보고 이에 해당하는 금액 을 현행 비율의 분자와 분모에서 각각 차감하여 계산되는 비율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은행들의 자기자본비율은 전반적으로 낮아질 것이며 부실여신비율 이 높은 대형시중은행의 경우 더욱 그러할 것이다.
둘째, 현행 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의 산정방식을 보면 유가증권 평가익의 45%
를 은행의 보완자본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제도는 은행에 대해 과도 한 주식투자를 유발하는 부정적 인센티브를 초래하는 경향이 있다. 자기자본을 높이려는 은행은 주식투자를 늘려 매매익 실현을 통한 기본자본의 증대 뿐만 아 니라 평가익 증대를 통한 보완자본의 증대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평가 손이 발생될 때 은행이 적립해야 하는 유가증권 평가충당금은 보완자본에 산입되 지 않으므로 자기자본비율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오지만 은행의 주식투자를 억제 하기 위한 인센티브로서는 불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우리나라 은행들의 자산운용행태를 관찰할 때 자기자본비율이 낮은 은행들이 총자산중 주식투자운용 비율을 두드러지게 확대하는 경향이 발견되었다5). 따라서 이러한 부정적 인센티 브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영국 또는 미국에서와 같이 유가증권평가익을 자기자본 에 포함시키지 않는 산정방식의 채택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
자기자본비율규제를 통해 금융기관의 지급능력을 제고하도록 유도하려면 제시 된 기준에 미달하는 금융기관에 대한 제재가 엄격하고도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현행 제도는 최저자기자본비율에 미달하는 은행에 대해 경영합리화 조치
4) 동 규제의 각국별 비교에 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은행 은행감독원(1994)를 참조할 수 있 음.
5) 채희율(1995) 참조
를 적용하고 2년 이상 현저히 미달하는 경우 경영개선 조치를 적용하도록 규정하 고 있다. 경영개선조치는 유상증자 실시, 이익배당 제한, 특별대손충당금 설정, 점 포의 통폐합, 위험자산 보유제한 및 자산처분 등으로 상당히 엄격하게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전술한 바와 같이 현재 국내은행의 BIS비율은 과대평가되어 있는 상태로 8% 규칙에 미달하는 경우는 극히 예외적인 상황이다. 따라서 이러한 제재 조치가 현행 비율이 아닌 부실여신과 고정분류 여신을 감안한 새로운 비율에 의 거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한편 단계별 시정조치도 ‘현저히 미달’과 같은 막연 한 기준이 아니라 보다 명확한 기준에 따라야 제재조치의 예외적 적용이 남용되 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6).
이렇게 보완된 제도는 미국이나 덴마크 등에서 시행 중인 적기시정조치에 상 응한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금융기관이 회복불가능한 상태에 도달하였다고 판단 되는 경우 청산이나 매각을 강행토록 하는 조항은 여기서는 제외되어 있다는 점 에서 차이가 있다. 이 점과 관련하여 1997년 1월에 확정된「금융기관 규조개선에 관한 법률」에서는 채무가 채권을 초과하는 금융기관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정의하 여 청산이나 매각을 강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회계적 파산 이전 에도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때 청산이나 매각을 가능케 하는 적기시정조치 의 취지와는 거리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부실화된 금융기관에 대하여 보 다 강화된 형태의 개입을 가능케 하는 적기시정조치가 명시적으로 도입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2) 동일인 여신한도제
동일인 여신한도관리제는 과거 편중여신의 시정을 통한 금융의 형평성 제고에 주안점을 두고 만들어진 제도이나 동시에 거액여신의 공여에 따른 금융기관의 신 용위험노출을 제한하는 효과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현행 제도는 효과적인 신용 위험 예방의 관점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과 개
6) 제재조치의 예외적 적용이 반복되는 경우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 행위가 심각해질 수 있다.
그러나 예외적 적용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도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 예를 들어 경영진의 행태 와 무관한 거시적 충격으로 인하여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한 경우에도 제재를 가하는 것은 공평하 지도 않거니와 대리인 문제(agency problem)를 극복하면서 유인부합적(incentive-compatible) 체 제를 구축하는 목적에도 합당하지 않다. 이 점에 관해서는 Dewatripont et Tirole(1993)을 참조할 수 있다.
선방향을 간략히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첫째, 동일인 여신한도관리제는 현재 개인 또는 개별법인을 동일인의 개념으로 규정하여 관리의 대상으로 하고 있으나 계열내 기업들이 상호보증 등으로 밀접히 연계되어 있어 한 기업의 부실화가 계열내 다른 기업의 연쇄적 부실화를 초래하 는 현실을 감안할 때, 동일계열기업군도 동일인의 개념에 포함시키는것이 타당하 다.
둘째, 현행 제도는 대출에 대해 자기자본의 15% 초과 금지, 보증 및 인수에 대 하여 30% 초과 금지를 규정하고 있는데, 대출과 일반채무의 보증 또는 인수가 유 사한 신용위험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이와 같이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판 단된다. 그리고 보증, 인수 뿐만 아니라 원금보전약정이 있는 신탁상품과 관련된 자산, 대고객 파생상품거래 등 여타 부외거래도 금융기관의 신용위험을 높이므로 동일인에 공여된 여신의 범주에 포함하여 규제할 필요가 있다. 단 여신의 내역별 로 신용위험이 차이가 나는 점을 감안하여 적절한 가중치를 두고 합산하여 총여 신을 계산하여 자기자본의 일정 범위를 초과하지 않도록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하 다. 다양한 부외자산에 대하여 가중치를 부여하는 것이 용이하지는 않을 것이나 자기자본비율규제에 적용되는 부외자산의 신용환산율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자기자본비율규제와 동일인여신한도제는 모두 은행의 신용위험과 관련되기 때문 이다.
이상과 같이 변경한 동일인 여신한도제는 사실상 대부분의 OECD 회원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거액여신개별한도제와 다름이 아니다. 동 제도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거액여신총액한도제와 함께 우리나라 은행의 편중여신 공여에 따른 위험노 출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3. 수평적‧간접적 금융감독수단의 활용
1) 시장친화적 규제‧감독
이른바 ‘시장친화적(market-friendly) 규제‧감독’, 즉 피규제자의 개별성과 자 율성을 존중하는 규제‧감독이 최근의 국제적 금융규제‧감독의 중요한 흐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는 금융기관이 직면하는 위험에 대해 스스로 적절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도록 유도하는 것에 감독의 초점을 두는 것이다.
금융기관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대차대조표 내외자산의 질과 위험에 대해 누구보다도 우월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 사실상 금융기관이 보유한 모든 사적인 정보를 감독기관이 획득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더라도 용이하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찰이다. 특히 금융기법이 고도화되고 금융기관이 취급하고 있는 업무 의 범위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일일이 업무별로 제약을 부과하는 구태의연한 규제 는 실효성을 잃어가고 있다.
한편 전체 포트폴리오의 위험은 개별위험의 단순 합이 아닌 데다가 금융기관별 로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외부의 관찰자가 개별 위험 상호간의 상관관계를 정 확히 파악하여 전체 포트폴리오의 위험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이 다. 예를 들어 현행 자기자본비율규제는 개별자산에 위험가중치를 곱하여 총위험 자산을 계산하고 은행으로 하여금 이의 일정한 비율을 자본금으로 보유하도록 규 제하고 있는데, 이러한 방식은 분산투자에 의한 은행 전체자산 포트폴리오의 위 험축소 효과를 전혀 감안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감독당국이 개별자산의 위험 들간 상관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미흡하기 때문에 감독당국의 주도로 이 러한 문제점을 개선할 여지는 크지 않다.
따라서 금융기관 스스로가 제반 위험들을 통합관리하면서 적정한 수준의 ‘자기 보험’을 확보하도록 하는 것이 효율적인 동시에 안전한 방안이 될 수 있다. 즉 감 독당국은 구체적인 위험관리방식은 개별 금융기관에 일임하고 위험관리의 기본방 향을 제시한다든지 개별 방식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데 주력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감독당국이 은행에 대해 자산부채종합관리(ALM) 체제의 구축을 유도하면서 이러한 방식의 감독이 초보적인 형태로 도입되었다고 볼 수 있다. 금 리자유화 등 금융환경변화에 따라 은행 스스로도 ALM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 서 현재 ALM 전산시스템 구축의 기초단계인 자산, 부채의 금리별 잔존만기 현황 에 대한 전산화가 대부분 완료된 상황이다. 향후 감독당국은 은행이 금리예측 및 손익추정에 따라 자산과 부채구조를 신축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ALM위원회를 활성화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BIS가 시장위험에 대한 자기자본비율규제 방안으로 제시한 내부관리 모형에 기초한 규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감독기관이 제시하는 산 정기준에 따라 금융기관의 적정자본금 규모를 규제하는 종전의 방식과 달리 금융 기관이 자체 모형에 의하여 시장위험에 기인한 최대예상손실액(value at risk;
VAR)을 추정하여 이에 상응하는 자본금을 보유하도록 하는 규제이다7). 단 감독 당국은 VAR를 계산하는 내부모형 자체에 대해서는 상당한 자율성을 보장하지만 동일한 포지션의 포트폴리오가 상이한 모형안에서 전혀 동떨어진 값을 갖게 되는 상황을 배제하기 위해 신뢰구간, 포트폴리오 가치의 잠재적 변동을 계산하기 위 한 보유기간, 역사적 표본기간 등에 관한 제약은 가하고 있다8). 또한 감독당국은 모형의 적합성을 직접 또는 외부감사기구에 위임하여 판단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러한 방식의 규제와 유사하지만 은행의 자율성을 한층 더 존중하는 방식으 로 사전확약접근(precommitment approach)이 미국 연방준비이사회를 중심으로 검 토되고 있다9). 이는 내부관리모형에 대한 제약을 전혀 가하지 않은 상황에서 은 행이 합당한 방식으로 시장위험에 대한 최대예상손실액을 추정하여 이에 상응하 는 자기자본을 보유하도록 하고 감독기관은 사후적으로 확인된 손실액과 시장위 험에 대비하기 위해 보유한 자기자본 규모를 비교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 때 만약 전자가 후자를 상회하는 경우 벌과금을 부과함으로써 금융기관의 도덕적 위 해 행위를 예방하는 것이다.
현재 국내은행들의 위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체계적인 위험관리기법이 선 진국 은행에 비해 뒤떨어진 상황에서 선진국에서도 최근에 도입되기 시작한 내부 관리모형을 활용한 감독을 일반화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BIS의 신규제안에 따르 면 은행들은 내부모형을 사용하는 대신 감독기관이 제신한 표준화된 방법을 사용 하여 시장위험에 대비한 자본금 의무보유량을 결정할 수도 있으므로 다수 은행은 이러한 방식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윤석헌(전게서)이 지적한 바와 같이 국내은행의 과학적 위험관리를 촉구하고 해외 선진은행과의 경쟁심화에 대비한다 는 측면에서 감독당국은 일부 대형은행에 대해서는 내부모형개발을 권장할 필요
7) VAR란 기업의 전체 포트폴리오가 일정기간동안 직면하게 될 시장위험에 따른 잠재적 손실의 일정한 신뢰구간 내에서의 추정치이다. 이러한 지표는 단순하고 명료한 의미를 담기 때문에 불과 3∼4년전인 1993∼1994년부터 개념화되기 시작하였으나 최근에 와서는 BIS의 자기자본비율규제 의 도구로 활용될 정도로 기업의 위험관리에 필수적인 수단이 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VAR를 계산하는 모형에 대한 의견의 일치가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으며 Senario VAR, Historical VAR, Parametric VAR, Monte Carlo VAR, Riskmetrics VAR 등 다양한 방법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또한 VAR 모형은 포트폴리오 수익이 정규분포를 한다는 가정, 미래의 가격분포가 과거의 가격변 화와 유사할 것이라는 가정 등에 기초하기 때문에 시장구조가 변화하는 상황에서 적합한 위험관 리 지표가 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다. 아울러 VAR 방식에 의한 위험관리는 기업경영에 커다란 충격을 미칠 수 있는 사건(예컨데 주가폭락이나 외환시장위기)의 효과를 알아낼 수 있는 충격 테 스트(stress test)에 의해 보완되어야 한다.
8) BIS의 신규제안에 관한 보다 자세한 설명은 채희율(전게서) 부록 I 또는 한국은행 은행감독원 (1996a) 참조.
9) 이에 관한 보다 자세한 설명은 Kupiec and O'Brien(1995) 참조
는 있을 것이다.
한편 감독당국은 파생금융상품거래에 수반되는 위험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하여 금융기관 자체의 내부통제체제 구축 여부 및 실제 운용상황에 대한 감시‧감독에 힘써야 할 것이다. 최근 국제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던 Barings 사건과 다이와은 행 사건이 모두 금융기관 내부통제체제의 문제와 감독기관의 정보 부족에 기인하 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에서도 1995년 3월에 마련된 「파생 금융상품거래에 대한 리스크관리 및 감독강화방안」에서 금융기관 자체 관리감독 체제 구축의 중요성을 명시한 바 있으며 동년 5월에는 업무보고서 중 파생금융상 품거래 현황에 관한 보고를 확충토록 한 바 있다. 특히 감독당국은 금융기관 내 부의 파생금융상품 관리 및 통제체제 구축 여부뿐만 아니라 실제 운용상황에 대 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에도 힘쓸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하여 감독당국은 객관적인 검사기준에 의거하여 정기적인 임점검사를 시행하고 적발되는 문제점 또는 특기 사항을 다음 임점검사 내역 및 임점검사의 주기 결정에 활용해야 할 것이다.
내부관리체제에 기초한 감독과 내부통제체제의 모니터링은 진일보된 감독방식 이나 나름대로 한계가 존재한다. 내부관리체제에 의한 감독에서는 감독당국이 금 융기관의 위험관리모형의 적합성을 평가할 수 있는 전문지식을 보유하여야 한다.
감독당국은 그러한 능력개발을 위하여 감독인력의 재교육, 전문인력의 영입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지만 공공기관이 민간의 발전속도를 한발 앞서 선도하는 것 은 용이한 일은 아닐 것이다. 사전확약접근의 경우 사후적 손실이 최대예상손실 액을 초과한 금융기관에 대해 벌과금을 부과하여 그 금융기관이 부실화된다면 감 독당국은 사후적으로 벌과금을 경감할 가능성이 높고 이러한 감독당국의 행태는 다시 금융기관이 최대예상손실액을 과소계상하도록 유인함으로써 금융기관의 건 전성을 낮추는 부정적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한편 내부통제체제의 모니터링은 금융기관의 일상적 위험관리가 확립된 내부통제체제에 맞도록 이루어지는지 여부 를 파악하는 것이나 감독당국이 일일이 실제 상황을 파악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감독당국은 ‘시장친화적 규제’를 보완하기 위하여 ‘시장기능에 의한 감 독’이 원활히 수행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시장기능에 의한 감독 은 금융기관의 부실화 여부에 관심이 있는 예금주, 주주, 동업자 등 이해관계자들 이 금융기관의 경영상태를 감시하고 필요한 행동을 취함으로써 금융기관의 건전 경영을 유도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방식의 감독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공 시제도, 회계제도 등 금융하부구조가 정비되어야 하며 시장참여자가 부실화된 금 융기관과의 거래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매우
중요한 두가지 측면은 아래에서 보다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2) 시장기능에 의한 감독과 금융하부구조의 정비
시장기능에 의한 감독을 강화하기 위해서 공시제도, 회계제도 등 금융하부구조 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은행권에 대해 「은행경영 공시요구제도」
를 1994년 1월에 도입하였으며 증권회사, 투신사, 보험사, 종금사 등도 은행권과 유사한 공시제도를 도입하였다. 그러나 현행 공시제도가 금융기관 편의 위주로 운영되고 있고 회계정보가 금융기관의 실질적 재무상태를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 하는 문제점이 존재한다. 따라서 공시 이용자(예금자, 주주)가 쉽게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파악할 수 있도록 공시제도를 개선하고 회계제도를 국제적 기준에 맞 추어 개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은행의 여신건전성에 관한 정보(부실채권, 거액여 신 등)의 취득 가능성이 매우 제한되어 있는 현행 제도는 조속히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경영공시제도는 부실화의 위험이 커지고 있는 지역 및 서민금융 기관에도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자율규제기구의 활용도 금융기관의 건전성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공공기관에 감독권한이 집중되어 온 관계로 동업자들에 의 한 자율적 감시‧감독은 미미한 실정이다. 그러나 동업자들간 상호 밀접히 연관된 재무적 이해관계로 인해 자율적 감시‧감독의 유인이 존재하며, 금융자유화의 진 전으로 금융업종간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동업종내 개별 기관의 부실화 또는 금융사고는 업계 전체의 공신력 실추로 이어질 것이므로 그러한 유인은 향후 더 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동업자에 의한 자율적 규제‧감독은 전문성이 높 으며 피규제자의 사적 정보에 근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따라서 동업자 조 직의 권한과 책임을 제도화하여 법적감독기능의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10). 다만 동업자 조직이 동업자의 이해관계를 외적으로 대표한다는 점 과 회원사와 밀접한 인맥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규제책무 불이행 의 문제가 발생하여 오히려 감독의 실효성을 저하시킬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이 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법적감독당국은 자율규제기구에 대한 감독권과 문책권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한편 향후 급속히 증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파생금융상품의 거래에 수반되는 위 험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관련 법규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일괄청산식 상계 (close-out netting)의 법률적 효력을 국내법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 일괄청산식
10) 이와 관련된 보다 자세한 논의는 김대식(1995), 강문수(1996) 등 참조.
상계는 통화, 만기의 일치 여부와 관계 없이 채권채무에 관해서 계약당사자의 일 방에 파산 등의 해지사유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미이행의 채권채무를 기본계약서 에서 미리 정한 방법에 따라 현재가치를 계산하여 서로 상쇄함으로써 하나의 잔 액채권으로 만들기로 하는 합의를 의미한다. 따라서 이러한 합의는 법률적으로 유효한 경우 파생금융상품거래에 수반되는 신용위험과 유동성위험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갖게 된다. 반면 상계에 관한 법률적 효력이 거래상대국의 상법이나 파산 법 등 국내법에 명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방이 파산할 경우 채권은 행사하지 못하고 채무만 유효하게 될 수 있다. 따라서 파생금융상품의 국제거래에서 이러 한 합의를 계약서에 명시하기 위해서는 계약 쌍방의 국내법에 동 합의의 법적 유 효성이 확립되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점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미국, 독일, 프랑스 등은 이를 국내법에 명시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에서도 상계의 효력을 국내법에 명시함으로써 국내금융기간이 국제 파생금융상품거래에서 상계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4. 최종대부자 기능의 재정립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통화당국의 최종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 기능은 사전적으로 엄격하게 규정된 규칙에 의거한다기 보다는 사안별 로 당국의 재량권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와 같이 최종대부자 기능이 모호한 채로 남아있는 것은 정부의 자금지원이 필요한 상황 및 자금지원의 성격을 사 전적으로 엄밀하게 규정하기 어려운 기술적 어려움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정부 의 보호망이 존재함을 명시적으로 밝힘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금융기관의 도덕 적 위해 행위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모호성은 소위 계산된 모호성(calculated ambiguïty)이라고도 불리워 진다.
그러나 이러한 의도와는 달리 금융위기가 발생한 후 정부가 긴급자금지원을 통해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도덕적 위해 및 “too-big-to-fail"류의 문제가 심각해지는 부작용이 나타나게 되었다. 앞으로도 금융제도 전반의 기반 이 동요될 만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때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 지만 현재와 같은 모호한 정책기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지불되어야 할 비용은 매우 클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정부에 의한 구제적 성격의 자 금지원이 모든 금융기관에 대하여 보편적으로 적용됨에 따라 예금자 혹은 주주의 금융기관의 위험에 관한 판단능력을 마비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만약 이러한
상황이 앞으로도 지속된다면 공시제도의 강화에도 불구하고 시장감독기능의 강화 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며 금융기관의 위험관리체제 구축도 지연될 우려가 높 다. 또한 정부의 명시적 금융보호망인 예금보험제도가 시행되기 시작하는 시점 에서 향후 통화당국의 최종대부자 역할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전면적 재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본고는 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세가지 원칙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예금 보험제도의 도입으로 부실화된 금융기관의 예금자 보호 장치가 마련되었으므로 통화당국의 최종대부자 역할은 체계적 위험(systemic risk)과 관련된 경우에 국한 되어야 한다.11) 둘째, 통화당국의 최종대부자 역할은 지급결제제도와 직접 연관이 있는 은행권에만 적용되어야 한다. 셋째, 최종대부자로서 통화당국의 개별은행에 대한 지원은 지급능력은 있으나 유동성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은행만을 대상으로 하며 이 경우에도 고율의 벌칙성 금리를 적용한다12).
물론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이러한 원칙을 적용하는 데는 여러가지 어려움이 존 재한다. 우선 은행의 수가 적고 각 은행의 규모가 작지 않아 은행청산이 여타 은 행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는 점이 은행의 청산처리를 어렵게 하고 있다. 또한 지급불능 상태에 있는 은행과 지급능력은 있으나 유동성 부족의 어려움을 겪는 은행을 구분하기가 곤란하다는 일반적 관찰이 우리나라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비은행금융기관의 부실화시 예금자 혹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미비한 상황에서 자금지원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현실 적 문제점도 존재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제도 보완을 통하여 앞의 원칙들이 적용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적기시정조치의 도입을 통하여 금융기관의 지 급능력에 관한 모니터링을 함으로써 개별 금융기관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건전하 지만 유동성이 부족한 경우와 부실화된 경우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확충될 것 이다.
둘째, 부실화된 은행의 청산처리시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예금 보험공사에게 구제합병을 주선하도록 하는 한편 부실은행의 예금중 일정규모 이 상의 은행채무는 매입은행이 인수하는 것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
11) 체계적 위험은 전체 금융기관으로 손실이 전파되면서 실물경제에도 막대한 부정적 효과를 미치게 되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12) 이러한 원칙들은 최종대부자 기능에 관하여 19세기 영국에서 형성된 고전적 견해와 대체로 일 치한다. 최종대부자의 고전적 개념은 Humphrey(1989)를 참조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의 최종 대부자 기능에 관해서는 정운찬(1995)을 참조하라.
다. 여기서 구제합병의 가능성은 은행의 도덕적 위해의 문제점을 완화할 것이고 일정규모 이상 채무의 인수 금지는 거액예금주의 감시기능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 로 판단된다.
셋째, 비은행금융기관, 특히 「여신전문금융기관」과 「지역 및 서민금융기관」에 대한 감독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존감독기구의 확대‧개편 또는 전 담감독기관의 신설 등의 정책대안이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13). 또한 비은행금융기관에서의 예금자 또는 투자자 보호 제도도 강화되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도입이 결정된 증권부문의 투자자 보호기금은 때늦은 감이 있다 하겠다. 이미 미국에서는 1971년에 증권투자보호회사가 설립되었고 일본에서는 1968년에 기탁증권보상기금 설립되었고 영국에서는 1986년에 투자자보상기금이 설립된 바 있다. 한편 농‧수‧축협 상호금융에 대한 예금보험제도의 도입도 추진 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유럽의 농협은행은 고객의 예금보호 뿐만 아니 라 은행그룹의 존립을 위하여 강력한 농협중앙은행의 감사제도와 자체 예금보험 제도를 운용하고 있음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상과 같은 제도보완으로 최종대부자 기능을 회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 는 여건이 완벽히 마련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아니다. 다만 최종대부자 기능의 현행 운영방식에 기인한 도덕적 위해의 문제가 우리나라에서 감독의 실효성을 저 해하는 중요한 원인임을 감안할 때 어떤 방식으로든지 이를 개선하는 방안을 찾 아야 할 것이다. 앞의 원칙들과 제도개선방안은 이러한 방향의 연구를 위한 작업 가설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III. 금융감독체계의 개편
1. 감독체계의 현황과 문제점
우리나라 감독체계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은 감독체계가 지나치게 다기화되 어 있다는 것이다14). 이는 감독의 중복 또는 공백, 책임소재의 불명확화를 초래할 수 있다. 이미 앞에서 일부 지적되었듯이 이러한 문제는 증권, 보험을 제외한 비
13) 이 문제는 다음 절에서 보다 자세히 논의된다.
14) 우리나라 금융감독체계에 관해서는 금융산업발전심의회 금융제도개편연구소위(1993), 이한구 (1995), 김대식(전게서), 강문수(전게서) 등을 참조할 수 있다.
통화금융기관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예를 들어 상호신용금고에 대한 감독은 은 행감독원과 신용관리기금으로 이원화되어 있는데, 은행감독원은 정기감사, 시정, 명령, 징계 등을 담당하며 신용관리기금은 특별감사 및 부실금고 인수관리 등을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 하에서 금융기관은 이중보고 등의 업무부담이 증가 하며 부실화시 책임소재가 불명확하다. 한편 새마을금고, 신협, 상호금융 등은 연 합회 또는 중앙회의 자율감독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나 검사인력의 부족, 검사기 법의 미비 등으로 인해 실효성 있는 감독이 이루어지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카드, 리스, 할부금융 등 여신전문금융기관은 재정경제원의 직접 감독하에 있 으나 감독인력 부족으로 인해 감독의 실효성이 매우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따라 서 금융서비스 이용자의 보호가 미흡하며 부실화될 경우 투자자 보호의 문제도 심각하게 대두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 및 서민금융기관과 여신전문금융기관에 대한 감독의 실효성 확보는 이들 을 둘러싼 금융환경이 악화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더욱 더 시급한 과제라고 판단 된다. 지역 및 서민금융기관은 과거 지역기반을 바탕으로 높은 수신증가율을 보 였으나 금리자유화로 인한 은행의 수신경쟁력 강화, 자금운용의 어려움 등으로 성장성과 수익성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 그리고 다수 여신전문금융기관은 이미 치열한 경쟁, 높은 관리비용, 부실대출증대 등으로 수지가 악화되어 있으며 대외 개방에 따른 경쟁격화로 더욱 큰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감독체계가 다기화된 상태에서 유사한 금융업무에 대해 감독의 기준과 범위 및 검사방법이 달라 불균등한 경쟁기반이 조성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 적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반은행과 특수은행간 동질성이 커져 가고 일부 비통 화금융기관과의 업무영역이 중복되고 있으나 서로 상이한 감독을 받음으로써 인 위적으로 경쟁구도가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유사한 업무의 감독이 다원화 됨으로써 감독에서의 규모의 경제를 살릴 여지가 그만큼 줄어 들게 되어 비효율 성이 높고 전문성이 낮다.
마지막으로 현행 제도는 금융의 겸업화와 금융그룹의 형성 등 금융업무영역이 통합되는 추세에 비추어 볼 때 개선의 여지가 더욱 크다고 볼 수 있다. 유럽에서 는 이미 겸업형 은행제도가 확립되어 있고 은행과 보험은 상품개발‧판매 및 지분 참여를 통하여 상호 밀접히 연계되어 있다. 미국과 일본에서도 이종 금융기관들 이 다양한 복합상품 개발을 위하여 업무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선진국들은 우리나라에 진출한 자국 금융기관의 업무영역확대를 꾸준히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우리나라에서의 업무영역에 대한 규제완화를 촉진시킬 것
이다.
금융기관의 업무영역이 모호해지고 금융그룹이 형성되면서 금융그룹내 위험의 부문간 전파, 그룹내 금융기관간 불공정 거래의 가능성 등의 문제점이 부각될 것 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현행 감독체계하에서는 상이한 지휘체계하에 있는 감독기 관간 유기적인 협력관계 및 정보교환체제의 확립에 어려움이 존재하고 있다.
2. 외국의 사례
외국의 금융감독체계는 국가별로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서로 다른 감 독체계간 우열관계를 선험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어렵다. 각 제도는 나름대로의 장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기관별 감독방식(regulation by institution)과 기능별 감독방식(regulation by function)의 장단점을 검토해 보자. 기관별 감독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유럽의 대륙 국가들의 경우 증권업무를 겸영하는 은행은 은행감독당국의 감독대상이 되며 증 권업무만을 수행하는 증권회사는 증권감독기관의 감독대상이 된다. 이에 반해 기 능별 감독방식을 도입하고 있는 영국의 경우 하나의 금융기관이 수행하는 업무별 로 상이한 감독기관으로부터 감독을 받는다15).
기능별 감독은 기관별 감독에 비해 감독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시장 여건의 변화에 대한 감독의 적응력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금융기관의 건전 성 유지를 위해 높은 진입장벽을 설치해야 할 필요성이 감소하므로 진입을 촉진 시키고 금융혁신을 통한 동태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16). 마지막 으로 기능별 감독은 동일한 업무에 대해 동일한 감독을 적용하기 때문에 금융기 관간(이를테면 겸업형 은행과 증권회사간) 공정한 경쟁기반을 조성하는 데 기여 한다17). 반면 기능별 감독하에서는 금융기관이 업무별로 상이한 감독을 받게 되 고 일부 업무는 감독대상에서 제외되는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금융기 관 전체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또한 기능별 감독의
15) 금융의 겸업화가 크게 진전되지 않은 미국, 일본, 한국 등에서의 금융감독은 기관별 감독인 동 시에 기능별 감독의 양상을 보인다.
16) Herring and Litan(1995) 참조
17) 그러나 서로 다른 특성을 갖는 금융기관들간에 경쟁한 공정기반의 의미는 상당히 모호한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Benink and Llewellyn(1995)은 EU의 적정자본금지침(Capital Adequacy Directive)이 은행과 증권회사가 직면한 시장위험의 성격이 상이함에도 불구하고 양 업종에 동 일한 방식으로 시장위험에 대한 자본금규제를 함으로써 오히려 금융제도의 안정성에 부정적 효과를 초래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경우 감독당국간 감독관할권에 대한 합의 도출이 어려워 중복감독 내지 감독의 공백 등 비효율이 발생할 수도 있다.
영국에서는 이와 같은 기능별 감독의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필요한 경우 관련 감독당국간 양해각서를 체결하여 금융감독의 관할권을 명확히 하고 있다. 한편 금융그룹에 대해서는 주감독기관(lead regulator)을 두고 금융그룹의 전반적인 지급 능력을 감독하는 임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주감독기관은 감독당국간 의사소 통의 창구 역할을 하며 위기사태가 발생할 경우 이들 감독기관간 조정자의 역할 을 수행하게 된다.
노르웨이, 덴마크 및 스웨덴 등 북유럽국가들은 금융의 겸업화 및 금융그룹의 형성에 대응하기 위하여 통합된 금융감독기구를 운영하고 있다. 노르웨이에서는 과거 증권업의 감독과 보험업의 감독은 통산부와 사회복지부가 각각 담당하고 있 었으나 1986년에 증권업과 보험업에 대한 감독업무가 재무부로 이관되었으며 이 에 따라 재무부 산하 독립된 기관인 은행‧증권‧보험감독원(Banking, Insurance and Securities Commission)으로 통합되었다. 이러한 시도가 인접 국가인 덴마크와 스웨 덴으로 전파되면서 이들의 감독체제도 바꾸었다18). 최근에는 일본도 감독기구를 통합하여 금융감독청을 신설하는 방안을 구체화시키고 있다.
감독기구의 통합은 금융의 겸업화 및 금융그룹의 대두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 방안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다기화된 감독기구가 빚는 마찰과 협력 부족을 해 소하는 동시에 시장규모가 비교적 작은 상황에서 감독의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를 갖는다. 그러나 이러한 방안은 금융그룹의 도덕적 위해 행위를 유발하거나 ‘시장 의 감시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예를 들어 은행과 비은행금융기 관들로 구성된 금융그룹에서 한 비은행 금융기관이 부실화되어 폐쇄되는 것이 바 람직한 경우를 상정하자. 기관별 감독이 이루어지고 있다면 해당 금융기관을 비 교적 쉽게 폐쇄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그룹 전체의 안전성에 더 큰 관심을 갖 는 통합감독기구는 해당 금융기관을 폐쇄하는 경우 그룹내 은행에 부정적인 평판 을 주어 그룹전체의 안전성이 약화될 것으로 우려하여 부실화된 비은행금융기관 에 구제금융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사실을 금융기관이 사전적으로 인 지하고 있다면 이는 도덕적 위해 행위를 초래할 것이고 금융그룹내 개별 금융기 관에 대한 시장감시기능도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또한 금융그룹
18)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등의 감독체제에 대한 보다 자세한 설명은 강문수(1996)와 최장봉 외(1996)을 참조하라.
내 비은행금융기관과 독립 비은행금융기관이 안전성 측면에서 차이를 보이게 됨 으로써 후자에 경쟁적 불이익을 낳게 되는 문제점을 발생시킨다19). 마지막으로 통합감독기구는 이종 업종이 영위하는 유사한 업무에 관한 규제를 과도하게 동질 화시켜 오히려 금융제도의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20).
감독당국간 협력의 필요성이 커짐에 따라 다수 국가에서는 감독기관이 통합하 지는 않더라도 감독기관들간의 정례적인 회동이 제도화되고 있다. 미국의 연방금 융기관 검사협의회(Federal Financial Institutons Examination Council), 캐나다의 금융 기관감독협의회(Financial Institution Supervisory Committee), 프랑스의 연결위원회 (Comité de liaison), 호주의 금융감독자협의회(Council of Finacial Supervisors) 등이 그러한 조직이다. 국제적인 차원에서는 G-10과 룩셈부르크 및 EC집행위원회의 은 행, 증권, 보험감독당국 대표자로 ‘3자그룹’(Tripartie group of bank, securities and insurance regulators)이 1993년초 이래 회동을 가지면서 금융그룹에 대한 감독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외국에서는 비통화금융기관에 대한 감독체계가 우리나라와 같이 다기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독립된 기관인 연방 저축기관감독청( Office of Thrift Supervision)이 저축대부조합, 상호저축은행 등 저 축금융기관의 감독을 총괄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1984년 은행법 개정 이래 일 반은행 뿐만 아니라 협동조합은행, 저축금융기관, 지역금융기관 등이 모두 단일 법률에 의해 규제되고 동일한 감독기관에 의해 감독을 받는다21). 독일에서는 연 방은행감독청이 모든 형태의 은행(상업은행, 저축은행, 협동조합은행)을 감독하며 은행감독의 보조기관으로서 각 은행연합회가 산하 검사협회를 통하여 회원은행의 임점검사를 실시한다.
3. 감독체계 개편의 방향
우리나라의 금융감독체계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복잡 다기화된 체계를 단순 화하는 것과 감독기관간 협력을 증진시키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를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서 우선 증권감독원과 보험감독원의 감독대상을 제외한 나머지 비통화금 융기관을 총괄하여 감독하는 기구를 설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신용관리기
19) Koguchi(1993) 참조 20) 이한구(전게서)
21) 단 감독기관은 기능에 따라 은행규제위원회, 신용기관위원회, 은행위원회로 삼원화되어 잇다.
금을 확대‧개편하는 방안, 새로운 감독기구를 설립하는 방안 등의 대안들을 현실 적인 견지에서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은행, 증권, 보험 그리고 ‘제4의’ 금융감독기구가 정례적으로 회동하 여 협력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이를테면 금융감독협의회를 설치하여 다음과 같 은 기능을 수행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첫째, 유사한 업무에 관하여 감독기관간 일관성있는 감독기준과 감독정책을 실시하도록 함으로써 감독의 형평성을 제고하 도록 한다. 금융감독협의회는 과도한 규제의 조화는 지양하면서 감독의 일관성을 구축하기 위한 좋은 제도적 틀이라고 사료된다. 둘째, 감독기관간 역할 분담을 명 확히 하여 감독의 중복과 공백이 문제점을 없애도록 하고 필요한 경우 적절한 감 독방안을 수립한다. 특히 금융그룹의 감독에 관해 영국이 시행하고 있고 ‘3자 그 룹’이 권고하고 있는 주감독기관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며22), 이 때 동 협의회가 주감독기관을 지정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셋째, 금융그룹내 위험의 부문간 전파, 불공정 거래 등을 없애기 위하여 이종 금융업간 적절한 차단벽을 설치하도록 한다. 넷째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감독업무(예: 파생금융상품거래) 에 대해서는 기관별로 전문화된 담당부서를 두도록 하고 기관간에 유기적 협력관 계를 유지하도록 지도한다.
기능별 감독체제로의 전환 또는 감독체제의 통합 문제는 장점 뿐만 아니라 단 점 또는 현실적 제약이 뒤따르며 현단계에서 시급한 과제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외국에서 이러한 방향의 감독체계가 나타난 중요한 배경은 금융업무영역 통합의 진전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향후 겸업화와 금융그룹의 형성이 가속될 것으로 전 망되지만 유럽과 같은 방식으로의 전면적인 개편은 당분간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 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감독체계 개편이 일부 국가에서만 이루어진 사실을 감안할 때 아직 더 추이를 지켜 봐도 늦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금융감독협의회 가 단일 지휘권을 갖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감독당국간 협력을 주도해 나갈 수 있 는 실질적인 권한을 갖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22) ‘3자그룹’은 1995년에 “The Supervision of Financial Conglomerates"을 발표하여 금융그룹에 대한 감독의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한국은행 은행감독원(1996b)은 동 자료의 전문 번역임.
IV. 금융감독의 국제적 협력 증진
1. 국제적 협력의 필요성과 유형
금융산업개방과 자본자유화에 따라 금융시장의 국제적 통합이 진전됨에 따라 금융규제의 국제적 조화와 금융감독의 국제적 협력의 필요성23)이 점차 부각되고 있으며 실제 다양한 각도에서 구체화되고 있다.
1) 금융감독의 사각지대 문제
금융의 국제적 통합이 진전될수록 금융기관의 업무 공간과 금융감독 공간 사 이의 거리는 점차 멀어진다. 금융기관이 범세계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다국적 기업을 구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감독이 국가별로 격리된 체제에 안주한 다면 금융업무가 불충분한 감독을 받게될 가능성이 있다24). 따라서 금융감독당국 들은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의 혀율성을 높이기 위하여 다음 과 같은 측면에서 서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 첫째, 외국금융기관의 국내점포 설립 혹은 국가간(cross-border) 금융서비스 제공 여부에 관한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둘 째, 시장진입이 허용된 외국 금융기관에 대하여 어떠한 나라(駐在國 또는 母國)의 규제(法, 行政規定, 指針)를 준수하도록 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어떠한 나라 의 감독기관이 규제의 遵守를 강제할 권한을 보유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시장진입과 관련하여 OECD와 WTO는 외국 금융기관의 설립에서 내국민대우원 칙(national treatment principle)을 추구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진입장벽은 상당히 높은 실정이다25). 대부분의 선진국들도 외국 금융기관의 자국내 진출이 야기할
23) 금융규제의 국제적 조화는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규제 또는 유럽연합(EU)의 거액여신규제와 같이 국제적으로 통일된 규제안을 제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감독의 국제적 협력은 국제적 감독기준의 제정, 국가간 감독관할권의 조정, 쌍무적 또는 다국적 감독협의기구의 설립 등을 지칭한다. 이와 같이 양 개념은 엄밀한 의미에서 서로 다르지만 여기서는 특별한 설명이 없이 금융감독의 국제적 협력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때 양자를 모두 포괄하는 하는 개념으로 사용하 기로 한다.
24) 예를 들어 1991년 BCCI(Bank of Commerce and Credit International)의 파산은 국제적 내지 다국
~적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의 사각지대가 나타날 수 있음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었다.
25) 내국민 대우의 원칙은 한 나라에서 제3국 금융기관이 그 나라 금융기관과 동등한 경쟁적 기회 를 누리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