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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이 빠져나간 도시의 민낯, 디트로이트와 플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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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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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처음 마주한 디트로이트(Detroit)는 유리창이 깨져 있는 63빌딩, 걸어다니는 이가 아무도 없는 텅 빈 거리, 조그만 무인전동열차가 타는 사람도 없이 혼자 공 중에서 궤도를 빙빙 돌고 있는, 책과 영화에서 보던 디 스토피아적인 미래도시 그 자체였다. 이곳은 미국의 자 동차 산업을 이끌어가던 미국 중부의 중심도시였으나, 자동차 산업의 몰락과 함께 도시의 명성만 남기고 경 제적 활력은 모두 잃고 말았다. 디트로이트를 되살리 고자 하는 재생사업이 계속 기획되었지만, 필라델피아 (Philadelphia)가 철강산업 도시에서 신산업 도시로 환 골탈태한 성공사례로 꼽히는 반면, 디트로이트는 대표 적인 실패사례로 종종 거론되고 있다.

플린트(Flint)는 디트로이트에서 서북쪽으로 자동차 로 한 시간 거리에 위치한 도시로, 플린트시에는 10만 명 정도, 플린트 대도시권에는 45만 명 정도가 거주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그다지 잘 알려진 도시가 아니지만, 1908년 윌리엄 크라포 듀란트(William Crapo Durant) 가 이곳에 제너럴 모터스(GM) 자동차 회사를 설립하였 고, GM의 뷰익과 쉐보레 공장도 이곳 플린트에 설립되 어 70여 년간 미국의 자동차 산업을 이끌어왔던 곳이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 하나둘씩 폐쇄된 자동차 공장들 은 1980년대 경제위기와 함께 모두 문을 닫았고, 플린 트는 범죄 도시와 경제위기

도시로 전락해버렸다.

마이클 무어(Michael Moore) 감독의 영화 ‘자본주 의: 러브스토리(Capitalism:

A Love Story)’는 그의 다른 다큐멘터리 영화들처럼 사 람들의 인터뷰와 기록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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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apitalsim: A Love Story(2009): 마이클 무어(Michael Moore) 감독, 마이클 무어(Michael Moore), 도라 버치(Thora Birch) 등 출연.

ㅣ 영화와 도시 ㅣ 24

영화 ‘자본주의: 러브스토리’ 1)

산업이 빠져나간 도시의 민낯, 디트로이트와 플린트

박내선 |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선임연구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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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하루아침에 집을 빼앗기고 홈리스(homeless)가 되 는 현장에서 시작한다. 이들은 내가 살던 집을 왜 빼앗기 게 되었는지, 미국의 자랑스러운 중산층이라고 생각했 던 자신들에게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모르겠다며 인터 뷰 도중에 눈물을 떨군다. 여기서 경찰들은 이러한 이들 을 보호하는 역할이 아니라 오히려 이들을 집에서 내쫓 는 집행관 역할이다. 무어는 아버지가 자동차 회사에서 일하던 풍족했던 자신의 어린 시절과 자동차 공장이 모 두 문을 닫아 아버지가 실업자가 된 이후의 대조적인 도 시의 모습과 함께 38만 명의 사람들을 해고한 자동차 산 업의 몰락을 통해 자본주의의 함정들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도시를 보여주기 위한 영화는 아니지만, 번성하고 성공한 살기 좋은 도시를 보여주는 영화는 더 더욱 아니지만, 도시를 움직이는 사회시스템, 특히 경 제시스템이 도시에 어떻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를 절감하게 해준다. 마이클 무어의 시선과 시각에 전 부 공감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불편한 영화일 수도 있다. 그러나 중간중간 등장하는 도표와 그래프 등은 하나의 설득력 있는 프레젠테이션처럼 느껴지기도 하

(http://www.michaelmoore.com/)와 유튜브에 공개 되어 있다.

자동차 산업은 흔히 2만 개의 부품이 필요한 산업으 로 연관 산업의 발전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파급효과가 크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울산이 지역소득 1위 를 유지하는 것도 현대자동차 공장이 위치해 있기 때문 이며, 일본의 제2도시가 오사카에서 나고야로 바뀌고 있는 이유도 도요타자동차 공장이 산업을 주도하고 있 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는 미국의 자동차 산업이 70년간 번영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2차 대전 후 일본과 독일의 자동차 산업이 정상궤도에 오를 때까지 상당 기간 미국 이 자동차 산업을 독점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일본과 독일의 자동차 산업이 성장하면서 미국 의 자동차 산업은 경쟁에서 뒤처지고, 디트로이트와 플 린트도 더불어 함께 쇠퇴하고 만 것이다.

이 영화는 도시를 예쁘게 보여주기는커녕 그 도시를 아는 사람들이나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근거리에서 보 여주기 때문에 그 흔한 도시의 경관조차 제대로 보기 힘 들다(영화 속 인터뷰이 너머로 보이는 풍경 정도다). 하 지만 도시라는 것이 사람들의 경제적 터전 이며, 그 경제적 기반이 흔들렸을 때 도시 가, 또 삶이 얼마나 취약한 것인지를 적나 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는 영화 속에서는 디트로이트, 플린트에 국한되지만 자본주의 를 살고 있는 바로 지금 이곳에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필자는 IMF 직후부터 2000년까지 디트 로이트와 플린트의 중간에 위치한 앤아버라 는 도시에서 살면서 도시계획을 공부하고 있 었는데, 디트로이트와 플린트는 늘상 도시

산업이 빠져나간 도시의 민낯, 디트로이트와 플린트

박내선 |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선임연구원([email protected])

마이클 무어 감독이 GM 본사 앞에서 인터뷰를 청하지만 경비원에게 거절당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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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수업 과제의 대상지역이었다. 디트로이트의 경제개 발계획과 주거환경개선계획, 플린트의 지역공동체 개선 을 위한 교육방안 등이 그 내용이었고, 이를 위해 자주 디트로이트와 플린트를 방문했었다.

미국에서는 흔히 자동차 안에 가방 등의 물건을 놓 고 내리면 유리를 깨고 가져갈 위험이 있으니 놓고 내 려야 할 물건이 있으면 트렁크에 넣어 안보이도록 하 라는 주의를 받는다. 그러나 디트로이트에 간다면 미 리 트렁크에 넣고 출발해야 한다. 내려서 물건을 트렁 크에 넣으면 안 된다. 행여 누군가 그 모습을 본다면 트 렁크마저 부수고 가져가기 때문이다. 길거리를 걷는 사 람은 아무도 보이지 않고 그래서 한적하다기보다는 오 싹한 도시다. 어쩌다 사람이 한 명 보일라치면 저 사람 이 나를 해치지 않을까 조마조마해야 한다. 63빌딩처 럼 한때 디트로이트의 부와 명성을 자랑했을 것 같은 우뚝한 건물들은 유리창이 깨진 채로 방치되어 있다

(나중에 ‘깨진 유리창의 법칙’2) 에 대해 들었을 때 바로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광경 때문이었을 것이다). 할로윈의 무대가 될 법한 거미줄과 잡목 이 가득한, 어느 모로 보나 폐 가인 듯한 집들이 몰려 있는 주 거단지에는 오히려 사람이 살 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더 놀랐다. 치안의 불안 및 건 물의 불량도 때문에 임대료는 매우 낮지만, 역시 치안문제 때 문에 선뜻 입주하기가 쉽지 않 다. 낮은 임대료로 인한 예술가 및 젊은이들의 입주가 늘고 있다는 분위기가 잠시 있었 지만, 의미 있는 도시재생으로 이어지는 데는 결국 실패 했다. 상대적으로 백인이나 동양인들에게 더 불안한 도 시였고, 인종적 다양성의 결여는 미국 도시에서는 매우 큰 약점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된다.

필자가 플린트에서 켈로그 재단의 지원으로 참여했 던 프로젝트는 플린트 도서관과 함께 플린트 지역의 저 소득층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커뮤니티 프로젝트였 다. 20~30명의 학생들을 모집하여 매주 토요일마다 인 터넷, 컴퓨터 사용법 등을 가르쳐주고, 이를 이용하여 자신들이 사는 지역을 위한 프로젝트를 개발, 실행하는 내용이었다. 모집된 학생들에게는 시간당 7.5달러라는 교육비가 지급되었는데, 이 금액은 맥도널드의 시급이 기준이 되었다. 교육을 받는데 교육비를 내는 것이 아 니라 오히려 교육 받는 시간당 돈을 받는다는 것이 처음 에는 낯설고도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그 이유를 듣 ㅣ 영화와 도시 ㅣ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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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깨진 유리창 법칙(broken window theory): 미국의 범죄학자인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1982년에 공동발표한 깨진 유리창(broken window)이란 글에 처음 소개된 것으로, 깨진 유리창을 방치하면 그 지역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된다는 이론.

GM 본사가 있는 디트로이트의 르네상스센터

ⓒ Ritcheypro,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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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토요일 오후를 교육으로 허비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이었다. 이 시급을 부모들에게 지급함으로써, 아 이들은 의무교육 시간 외의 추가 교육 시간을 보장 받 을 수 있던 것이다.

2주에 한 번 아이들에게 체크수표가 지급되었는데, 한 번은 한 부모가 체크수표를 받지 못

했다며 재발행을 요구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현금과 다름없는 체크수표를 한 번 더 발행하는 것은 규정에 어긋난다 며 플린트 도서관에서 이를 거부하자 그 아이의 어머니는 매우 화를 내며 더 이상 아이를 도서관에 보낼 수 없다고 아이를 데려갔다. 그 이후로 더 이상 그 아이를 볼 수 없었다.

아이들에게 삶에 대한 희망과 비전 을 주기 위하여 지역의 리더들을 초청한 강연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되었다. 그중 아직도 잊을 수가 없는 것은 스물네 살 의 할머니 이야기다. 열두 살 때 딸을 낳 고, 그 딸이 다시 또 열두 살이 되어 아 이를 낳았다. 사진 속의 어린 할머니는 멍한 표정으로 손녀를 안고 있었는데, 그 막막함이 그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 이들에게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하는 간 절함이 얼마나 도달했을지……. 그 아 이들에게 주어진 마지막 과제는 그들이 배운 디지털 스킬을 이용하여 자신의 커 뮤니티를 위한 활동을 조직하는 것이었 다. 자신들 동네의 스포츠 프로그램들 을 모아 일정을 공개하는 웹페이지를 만

그램들이 실질적인 성과를 얼마나 올렸는지는 가늠하기 힘들지만, 적어도 이를 기획하는 아이들의 희망어린 눈 빛과 웃음은 적어도 그들이 1년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 는 것보다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는 뜻으로 받아들 여졌다. 1년간의 프로그램이 끝나고 자체적으로는 성공

디트로이트의 버려진 집

ⓒ Notorious4life, 위키피디아 디트로이트의 공실률 증가 추이(2015.12~2012.12)

출처: Drawing Detroit(www.drawingdetroit.com/detroit-residential-vacancies-stabilize-in- late-2012/).

25 20 15 10 5 0 (%)

Q4 2005

Q1 Q2 Q3 Q4 Q1 Q2 Q3 Q1 Q2 Q3 Q4 Q1 Q2 Q3 Q4 Q1 Q2 Q3 Q1 Q2 Q3 Q4 Q1 Q2 Q3 Q4

2006 2007 2008 2009 2010 201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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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인 평가를 받았다.

많은 산업들이 만들어지고 또 사라지고 있다. 한때 우리를 먹여 살렸다고 하는 자동차, 조선, 철강, 반도 체 산업들이 세계경제의 흐름으로 인하여 휘청거리면, 이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도시들은 함께 휘청거릴 수밖 에 없다. 도시재생이란 물리적인 재생이 뒷받침되어야 함은 물론이겠지만, 그러한 물리적인 재생을 지속가능 하게 하는 것은 결국 도시의 사람들이 움직이는 경제활 동이다. 특정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크면 클수록 변화 에 대한 타격은 더 클 것이다. 이를 위한 준비와 비전 이 필요하다.

디트로이트는 그 타결책으로 카지노 유치를 선택했 었다. 캐나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디트로이트는 강 건 너에 위치한 윈저시의 카지노에 디트로이트 시민들이 출입하는 것에 주목, 디트로이트에도 카지노를 허가하 여 캐나다의 사람들을 끌어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당시 도시계획가들은 모두 반대했지만, 시민들은 혹시 나 하는 기대로 희망을 걸고 투표로 가결시켰다. 하지만

15년이 지난 지금도 디트로이트가 도시재생에 성공했 다는 소식은 아직 들려오지 않는다. 카지노의 도시재생 파급효과는 지금까지의 결과로는 부정적이다.

한때 제조업을 3차 산업으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주장 은 다시 2차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전환되 고 있는 듯하다. 서비스라는 것도 물질의 생산 없이는 뒷 받침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맥락에서라면 정 작 우리가 직접 먹고사는 기반이 되는 1차 산업은 더욱 더 중요해진다. 과거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가가치의 크 기로만 그 중요성을 가늠했다면, 이제는 다른 그리고 다 양한 잣대로도 볼 필요가 있다. 마이클 무어가 본 자본 주의에 대한 사랑이야기는 이제 더 이상 자본주의에 대 한 맹목적인 짝사랑에서 벗어나 조금 더 성숙한 사랑이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ㅣ 영화와 도시 ㅣ 24

플린트 전경

ⓒ Connor Coyne,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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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