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나노 기술과 예술의 융합에서 나타나는 앎의 역설

N/A
N/A
Protected

Academic year: 2021

Share "나노 기술과 예술의 융합에서 나타나는 앎의 역설"

Copied!
12
0
0

로드 중.... (전체 텍스트 보기)

전체 글

(1)

투고일_2019.06.10 심사기간_2019.07.01-14 게재확정일_2019.08.19

나노 기술과 예술의 융합에서 나타나는 앎의 역설

A Paradox of Knowledge in the Convergence of Art and Nanotechnology

전혜현_한국산업기술대학교 지식융합학부 교수

Cheon, Hea Hyun_Prof. Department of Consilience, Korea Polytechnic University

차례 1. 서론

2. 나노 기술과 이미지 재현의 역설

3. 지각 주체의 역설

4. 결론

참고문헌

(2)

나노 기술과 예술의 융합에서 나타나는 앎의 역설

A Paradox of Knowledge in the Convergence of Art and Nanotechnology

전혜현_한국산업기술대학교 지식융합학부 교수

Cheon, Hea Hyun_Prof. Department of Consilience, Korea Polytechnic University

요약 나노 아트는 주사 탐침 현미경 등과 같은 초고성능의 나노 기술을 통해 원자나 분자 수준의 물질 상태를 제시 해주는 예술로, 이에 나노 과학자 및 예술가들은 나노 아트의 이미지가 물질의 근본 구조와 그 실체를 밝혀준다 고 주장한다. 그러나 본 논문은 나노 아트를 통해 우리가 과연 물질의 실체를 알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 한다. 이 앎의 과정에는 재고해야 할 역설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나노 물질의 재현에 관한 문제다. 나노 규모의 물질은 특정 색이나 형태 등을 지니지 않으며, 따라서 나노 아트에서 접하게 되는 구체적인 형상들은 역설적이 게도 나노 규모의 물질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 아니라 그 상태의 수정, 조작 과정을 거친 이미지들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다음은 지각의 역설이다. 나노 아트에서 나노 기술로 재현되는 실재의 이미지는 과학적이 고 객관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현미경 탐침의 터치에 원자나 분자 단계의 물질 표면이 반응하는 것을 감지 하는 방법으로부터 기인한 것이다. 나노 기술의 이런 촉각적 관찰은 과학화된 객관적 지각을 시사하며 촉각이 지닌 주관의 불안정성을 넘어서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지각의 주체에 관한 문제가 발생한 다. 직접 감각인 촉각을 통해 물질의 실체에 접근하게 되는 주체가 엄밀히 말하면 예술가가 아니라 나노 기술 장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노 기술의 촉각적 시각화를 통해 비가시적 물질이 드러난다는 점에서는 지각의 확 장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이때 지각의 직접적 계기인 촉각이 기술 장치에 의한 것이라는 측면에서는 인간의 고 유한 지각 확장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아울러 나노 기술 장치의 촉각을 오감 중의 하나로 간주해야 할지, 아니 면 나노 기술의 과학적 연산으로 이해해야 하는지도 애매해진다. 고로 기술 없이는 불가능한 과학화된 지각에서 감각적 지각의 주체에 관한 문제는 분명 숙고해야 할 점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나노 아트는 기술 결정론적 산물 에 머물게 될 것이다.

Nanoscientists and nanoartists claim that the image of Nanoart reveals the fundamental structure and substance of matter. However, there is a paradox to reconsider in Nanoart. First, the question of the representation of nanomaterials. It should not be overlooked that the specific shapes and colors in Nanoart are not representations of nanoscale materials, but images that have been modified and manipulated through nanotechnology. The next problem is the paradox of perception. The image of reality in Nanoart is interpreted as scientific and objective. This is due to the way that the surface of the material at the atomic or molecular level reacts to the touch of a microscope probe. This tactile observation of nanotechnology suggests scientificized objective perception and is evaluated to overcome the instability of subjective sense of touch.

However, a problem arises about the subject of perception because the subject who approaches the substance of the substance through the tactile sense is not an artist but a nanotechnology device. Therefore, it can be evaluated as an extension of perception in that the invisible material is revealed through tactile visualization of nanotechnology, but it is difficult to conclude that human’s innate perception is extended in that the tactile sense. In addition, it is also ambiguous whether the tactile sense of nanotechnology devices should be regarded as one of the five senses, or as scientific operations of nanotechnology. Therefore, the question of the subject of sensory perception in scientificized perception, which is impossible without technology, must be considered. Otherwise, Nanoart will be nothing more than a product of technological determinism.

중심어

나노 기술 촉각 지각 지각의 주체 역설

이 논문은 2016년 대한민국 교 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NRF-2016 S1A5B5A07920630)

ABSTRACT Keyword

nanotechnology tactile perception subject of perception paradox

This work was supported by the Ministry of Education of the Republic of Korea and the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of Korea(NRF- 2016S1A5B5A07920630)

(3)

1. 서론

이 논문은 ‘나노 아트(Nano Art)’를 통해 나노 기술(nanotechnology)과 예술의 융합에서 나타 나는 앎의 역설(paradox) 문제를 밝히는 데 연구의 목적이 있다.1) 나노 기술의 ‘나노(nano)’

는 난쟁이를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말로, 매우 작다는 의미를 갖는다. 과학에서 나노는 10억분의 1에 해당하는 크기를 나타내는 단위로, 10억분의 1미터가 1나노미터(nm)에 해당한 다. 나노 기술은 원자(atom)나 분자(molecule)에 근접하는, 약 1에서 100나노미터 사이의 물질을 시각화해서 그것을 제어, 조작하는 기술이다. 모든 물질의 근본 구조는 원자로 이루어 져 있고 나노 기술은 이 기본 단위를 다루기 때문에, 나노 기술로 일어나는 독특한 현상들은 무엇이든 만들고 개선시킬 수 있는 획기적 응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세대 핵심 기술로 평가 받는다.

나노 기술의 이런 특징들이 도입된 나노 아트는 인간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원자나 분자 규모의 물질을 나노 기술로 관찰하고 가시적인 형상으로 제시한다는 점에서 그만큼 더 정밀하고 정확한 재현(representation)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간주된다.2) 예술, 특히 시각 예술에서 ‘재현’

은 매우 중요한 주제이자 표현 방식으로 작용한다. 자연과 인간, 세계 등의 대상을 재현하는 예술은 보는 이로 하여금 그 대상을 알도록 이끌기에 예술로서의 기능과 가치를 획득하게 된다.

여기서 대상을 ‘안다’는 것은 보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즉, 시각의 감각을 통한 지각, 그리고 그 지각이 궁극에는 무언가를 알고 판단하게 되는 인식으로 이어진다. 물론 이때 감각적 지각을 통해 대상의 실체를 인식하는 과정에는 반드시 지각의 주체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런데 주지하 다시피 이 주체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으며, 고로 대상의 정확하고 객관적인 재현에는 늘 불가피 한 한계의 여지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보편적인 앎의 단계에 이른다고 해도 이는 결국 주관에 의한 것이다. 그런데 나노 과학자이자 예술가들은 지각 주체가 지닌 주관성의 한계를 나노 기술이 극복함으로써 나노 아트가 대상의 재현에 혁신을 초래할 것으로 전망한다. 나노 기술을 통해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실재의 지각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본 논문은 이 점에 주목해서 과연 나노 아트가 실재를 그대로 재현하는지에 관해, 그리고 나노 기술을 통해 우리가 과연 물질의 실체를 알 수 있는지에 관해 비판적으로 고찰할 것이다. 이를 위한 연구 단계는 다음과 같다. 먼저 2장에서는 나노 규모의 물질 대상의 시각화, 즉 재현의 방식에 관해 살펴볼 것이다. 원자나 분자는 물질 구조의 핵심이지만, 실제로 가시광선보다 작은 나노 규모의 물질들은 정형의 형태나 색, 부피 등을 갖지 않기 때문에 원자나 분자의 존재하는 바를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없다. 따라서 나노 아트를 통해 구체적인 형상들로 드러 나는 나노 규모의 물질 이미지들은 엄밀히 말해서 나노의 실재를 그대로 재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제시하고, 아울러 구체적 형상이 없는 물질을 시각화하는 나노 기술의 이미지 제작 방식 을 짚어볼 것이다. 기존의 광학 카메라를 기반으로 대상을 표상하는 이미지 생산 방식과 달리, 나노 규모의 물질을 접근하는 방법은 나노 특수 현미경의 탐침과 원자 표면 간의 반응을 감지 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탐침이 나노 크기의 물질에 근접할 때 그 물질과 탐침 사이에 흐르는 전류를 측정하는 식의 방법으로, 시각이 아닌 촉각적 방식에 의한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서 과학화된 실재와 매개된 지각의 역설이 도출된다. 이에 3장에서는 감각적 확신을 거친 앎의 주체가 누구인가에 관한 문제를 접근할 것이다. 나노 아트를 생산하 는 공학자이자 예술가들은 나노 기술의 이미지 재현 방법이 고대로부터 지속된 시각 기반의 재현보다 더 완벽한 재현의 가능성과 그에 따른 인식의 변화를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러한 주장의 결정적인 근거는 시각에 비해 촉각이 대상에 대한 좀 더 직접적인 지각이기

1) 본 연구자가 나노 아트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나노 기술을 통한 물질의 이미지 재현 방법이 기존 카메라 기반의 광학적 방법과 다르다는 점 때문이었다. 이에 먼저 진행된 연구 논문에서는 나노 기술을 통해 물질을 시각화하는 방법과 이것이 전통 미술사적 재 현과 어떤 점에서 다른지에 관해 고찰한 바 있다. 당시 연구에서 나노 아트의 이미지 재현과 그에 따른 지각 주체가 갖는 역설 문 제를 발견하고 이를 좀 더 정리할 필요가 있었지만 지면상 한계가 있어 후속으로 이 논문을 시도하게 되었다. 기존 연구에 관해서 는 다음의 졸고를 참조하기 바람. 전혜현, 「예술과 나노테크놀로지: 실재의 촉지적 미메시스」, 『현대미술사연구』, 제36집, 2014, pp.211-231.

2) Chris Toumey, “Truth and Beauty at the Nanoscale.” Leonardo, Vol.42, No.2, 2009, p.152.

(4)

때문이다. 하지만 나노 기술의 촉각은 엄밀히 말해 예술가의 감각이 아니다. 나노 규모의 물질 을 재현하는 나노 아트에서 실제로 촉각을 통해 물질의 실체를 접근하게 되는 지각의 주체는 나노 기술 장치로, 이때 예술가는 지각의 이차 주체가 되는 셈이다. 물론 과학 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모색하는 테크놀로지 아트에서 기술 장치와 예술가를 전적으로 분리, 접근하는 관점은 더 이상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그러나 기술 장치를 매개로 대상을 지각하는 것과, 기술 장치의 지각대로 대상을 인식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나노 기술이 접근하는 나노 규모의 물질 형상이 인간 지각의 산물보다 수학적으로 혹은 과학적으로 더 적확할 수는 있겠지만, 감각을 통한 주체의 주관적 체험이 보다 확실한 경험적 인식을 낳는다는 관점에서 보면 나노 관찰의 지각이 갖는 의미에 관해 재고해보지 않을 수 없다.

역사적으로 테크네는 은폐되어 있는 실체의 본질을 밖으로 끌어내 밝히는 것이었다. 본 논문은 나노 기술과 예술의 융합 산물인 나노 아트가 과연 실재의 본질을 드러내고 우리가 이를 지각, 인식할 수 있는가에 관한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무엇이든 융합이 가능한 시대에 그 융합이 지닌 문제나 모순 등에 관해 비판적으로 숙고해보고자 한다. 이러한 문제 제기는 나노 아트뿐 만 아니라 과학 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도모하는 여타의 테크놀로지 아트에도 유효한 물음이 될 것이다.

2. 나노 기술과 이미지 재현의 역설

나노 기술과 예술의 융합으로 구성되는 나노 아트가 다른 영상 미디어 아트와 차별성을 갖는 결정적인 이유는 대상을 원자나 분자 단계의 상태로 재현해내는 이미지 제작 원리의 차이 때문 이다. 그러므로 나노 아트를 접근하기 위해서는 이미지를 생산하는 나노 기술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물질의 가장 본질적인 구성 요소를 다루는 나노 기술은 물질 대상을 나노미 터 수준에서 재조합, 조작하여 1나노미터에서 수백 나노미터에 이르는 새로운 원자 배열의 나노 구조를 만들고 그로부터 도출되는 속성과 성능을 제어하는 초미세 기술이다.3)

<그림 1> 출처: MIT 멀티 스케일 재생 기술 연구소(The Laboratory for Multiscale Regenerative Technologies at MIT), 2015

https://nanomedicine.mit.edu/what-n

anotechnology <그림 2> 세포와 바이러스, 원자의 규모 비교

https://opentextbc.ca/biology/chapter/12-1-viruses/

따라서 나노 기술과 관련해서는 규모에 대한 파악이 중요하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1나노미터 는 10억분의 1미터를 가리키는 초미세 단위다. 나노 단위는 원자보다는 크고 마이크로 단위보 다는 작은 규모로서, 우리가 갖고 있는 통상적인 크기 관념으로는 실제 그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다. 가령 일반적인 원자의 크기는 0.2~0.3나노미터로 원자 3~4개를 일렬하면 1나노미터 가 되고, 원자 반지름이 가장 작은 수소의 경우에 10개가 모이면 1나노미터가 된다.4) 좀 더 쉽게 비유해서 사람 머리카락의 1만분의 1이 1나노미터다.

인간이 육안으로 접근할 수 있는 가장 작은 물질의 규모는 1만 나노미터로, 이 크기는 특수한 나노 기술 장치 없이는 접근할 수 없다. 기존의 일반 광학 현미경으로는 관찰할 수 없는 나노

3) 서갑양, 『나노기술의 이해』,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1, p.17.

4) 앞 책, p.16.

(5)

스케일의 물질 구조를 관찰하고 그것을 시각화하는 기술에는 주사 탐침 현미경 (scanning probe microscope)과 그 일종 인 주사형 터널링 현미경(scanning tunneling microscope), 원자력 현미경(atomic force microscope) 등을 들 수 있다. 주사 탐침 현미경이란 원자 규모로 날카롭고 뾰족하 게 가공한 탐침을 고체 시료 표면에 직접 접촉하거나 근접시킨 후에 시료 표면을 왕 복하며 쓸듯이 스캐닝하여 그 표면 형상을 측정하는 특수 현미경의 총칭이다.5) 다시 말해 탐침(probe) 혹은 팁(tip)으로 물질 표면의 물리적, 전기적, 자기적 전류 변화 를 스캔, 측정한 후에 이 데이터를 이미지 코드로 전환시켜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형상으로 생산해내는 장치들로, 이를 통해 관찰되는 나노 규모의 물질 형상이 나노 이미지에 해당한다.6)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런 특수 현미경을 통해 파악되는 나노 스케일의 물질과 그 물질 의 재현 이미지 사이에 모종의 역설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나노 기술을 통해 구체적인 색을 지닌 형상으로 생산되는 나노 이미지들은 물질을 원자적 수준의 실체로 드러낸다는 점에서는 재현적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원자는 원자핵 주위에 전자가 퍼져있는 양상으로 나타나서 색이 있는 형태로 특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림 4>나 <그림 5>의 경우에서처럼 나노 물질 에 가해지는 광학적, 화학적, 기계적, 전자기적 특성들에 따라 다양한 양상을 발현하기 때문에 가공의 이미지로도 설명할 수 있다.7)

<그림 4> 크리스 이웰스(Chris Ewels), <탄소 나 노 튜브(Carbon Nanotube Model)>(2002) https://www.ewels.info/img/science/nanotu bes/nanotube.jpg

<그림 5> 마이클 슈트뤡(Michael Ströck), <탄소 나노튜브 내 부(Interior of a Carbon Nanotube)>(2006)

https://en.wikipedia.org/wiki/Timeline_of_carbon_nanotu bes#/media/File:FlyingThroughNanotube.png

즉, 나노 이미지는 카메라나 광학 현미경을 통해 들여다보는 광학 이미지가 아니므로 나노 이미지가 원자나 분자의 외관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말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카메라에 의한 사진 이미지처럼 인간 스케일로 원자를 보여줄 확고한 이미지의 모델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나노 이미지가 허구적이라고 주장할 수도 없다. 요컨대 과학적 이미지의 진실성을 담보 하면서 동시에 그에 반하는 역설도 함축하는 것이다.8)

5) 앞 책, p.39.

6) Paul Thomas, “Nanoessence: God, the first nano assembler,” Technoetic Arts, Vol.6, No.3, 2009, p.219.

7) Chris Toumey (2009), p.152.

8) Kathryn de Ridder-Vignone and Michael Lynch, “Images and Imaginations: An Exploration of Nanotechnology Image Galleries,” Leonardo, Vol.45, No.5, 2012, p.448.

<그림 3> 주사 탐침 현미경(Scanning Probe Microscope) https://slideplayer.com/slide/10688770/

(6)

나노 아트는 나노 이미지의 이 같은 특징들을 전제로 한다. 실제로 나노 아트는 일반적 관념으 로는 추정하기 어려운 나노 규모의 물질 상태를 거시적인 이미지로 제시해서 대중으로 하여금 물질의 화학 구조를 이해하도록 유도하려는 목적에서 출발했다. 그런 점에서 나노 아트의 이미 지는 일종의 이상화된(idealized) 렌더링을 시사한다.9) 즉, 막연하고 추상적인 나노 기술의 뛰어난 기술력과 그 실효성을 구체적으로 전달, 이해시키고 홍보하는 데 이미지가 매우 효과적 이기 때문에, 실제로 나노 아트는 이런 목적을 위해 과학 실험실에서 나노 공학자의 연구 실험 들로부터 야기되었다. 이에 현재 활동 중인 대부분의 나노 예술가들은 나노 공학자이면서 동시 에 예술가이거나, 혹은 실험실에서 나노 공학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나노 아트를 생산한다.

<그림 6> 해바라기, 나팔꽃, 아오이, 백합, 앵초 및 캐 스터 콩 등, 다양한 식물 꽃가루의 컬러 스캔 전자 현미 경 이미지(2011)

https://en.wikipedia.org/wiki/Nanoart#/media/File:Mis c_pollen_colorized.jpg

<그림 7> 김 웨이 호(Ghim Wei Ho), <나노 플라워 부케(Nano Flower Bouquet)>(2006) http://news.bbc.co.uk/2/hi/science/natur e/3830061.stm

일례로 사람 머리카락의 일부에다 나노 규모의 꽃과 나무를 재현한 <그림 7>의 <나노 플라 워 부케>(2006)는 나노 공학자에 의해 다음의 과정으로 이루어진 작업이다. 우선 실리콘 표 면 위 갈륨(gallium) 메탈의 아주 작은 액체 방울로부터 나노 크기의 식물을 생장시킨다. 다음 으로 메탄을 함유한 가스에 물방울을 노출시켜서 아주 작은 탄화규소(silicon carbide) 와이어 에 가스가 응결되게 만들고, 그런 다음 온도와 압력을 변화시켜서 나노 와이어가 용해되어 1~5미크론(microns; 백만분의 1미터) 정도의 복잡한 형태를 형성하게 되면 이 물질을 주사 전자 현미경으로 관찰, 색을 입힌다.10)

이처럼 나노 기술로 생산되는 나노 아트의 이미지 역시 나노 규모의 물질 상태를 그대로 재현 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에서 발현되는 전자의 가변적인 밀도 변화를 이미지로 전환, 제시하는 것이다. 나노 아트는 물질의 구조를 수정, 조작할 수 있는 나노 기술력에 의해 다양한 이미지 제작을 시도한다. 가령 실험실에서 우연히 관찰되는 원자나 분자 단위의 물질 이미지가 지닌 독특한 아름다움을 추출하거나, 집속 이온 빔(focused ion-beam) 등의 특수 기술들을 활용해 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주변의 사물이나 자연 등의 다양한 대상들을 그대로 모방해내는 작업 등이 있다. 예를 들어 2009년에 데이비드 콕스(David Cox)가 영국 국립 물리 연구소에서 재현한 <나노 눈사람(Nano Snowman)>(2009)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눈사람으로, 너비가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10마이크로미터(μm) 정도, 높이는 30마이크로 미터가 채 안 되는 크기의 형상이다.11) 머리와 몸은 두 개의 금속 주석 구슬로 제작되었다.

사실적인 얼굴 표정을 위해 집속 이온 빔으로 눈과 미소를 조각했으며, 1마이크로미터보다 작은 코의 형상은 300나노미터의 미세한 백금 볼로 표현했다.12) 이 눈사람의 머리는 인간의

9) D. S. Goodsell, “Fact and Fantasy in Nanotech Imagery,” Leonardo, Vol.42, No.1, 2009, p.54.

10) 구체적인 과정은 다음의 사이트를 참조. http://news.bbc.co.uk/2/hi/science/nature/3830061.stm 11) https://academicminute.org/2015/02/david-cox-university-of-surrey-the-worlds-smallest-snowman/

12) https://academicminute.org/2015/02/david-cox-university-of-surrey-the-worlds-smallest-snowman/

(7)

적혈구 세포 크기와 비슷하고, 코는 바이러스 정도의 크기에 해당한다. 좀 더 쉽게 말해서 사람 머리카락 너비로 완전히 가려질 정도의 크기로 추정할 수 있다.

<그림 8> 데이비드 콕스(David Cox), <나노 눈사람(Nano Snowman)>(2009)

https://academicminute.org/2015/02/david-cox-univer sity-of-surrey-the-worlds-smallest-snowman/

앞서 제시된 이미지들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나노 아트의 이미지들은 특이한 물질 구조로 구성된 형상 드로잉이나 조각들로부터 지극히 사실주의적인 형상, 더 나아가서는 극사실적인 컴퓨터 그래픽 등에 이르기까지 그 양상이 매우 다양하며, 이를 크게 과학적 실재의 특징을 재현하는 이미지, 사진처럼 실재를 모방하는 이미지, 물질의 과학적 데이터를 제시하기보다 시각 예술로서의 이미지 창작에 주력하는 판타지 유형 등으로 나눌 수 있다.13) 또한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나노 아트가 제시하는 이미지는 우리가 쉽게 알아볼 수 있는 형상들로 나노의 물질 상태를 전환시킨다는 점에서 다분히 조작적이고 모방적인 가공의 이미지로 파악할 수 있다. 나노 아트의 이미지가 원자나 분자의 근본적인 물질 상태를 제시하는 것으로 간주됨과 동시에 그 물질 구조를 일정 부분 왜곡할 수도 있는 딜레마가 여기에 있다.14)

3. 지각 주체의 역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노 기술에 의한 나노 이미지가 물질의 본질 구조에 가장 근접하게 접근한 다고 평가받는 결정적인 이유는 기존의 광학적 방법과는 다른 관찰 방법 때문이다. 나노 규모 의 물질을 탐색한다는 것은 앞서 언급했듯이 주사 탐침 현미경의 탐침이 접촉하는 원자 표면의 반응을 감지하는 것이다. 즉, 나노 특수 현미경은 물질의 표면을 스캔하고 그 표면으로부터 전류 변화를 측정한 다음에 이 변화의 데이터를 이미지 코드로 전환시키는데, 이때 데이터는 현미경의 탐침으로 물질 표면을 감지함으로써 수집된다.15)

여기서 중요한 것이 물질의 표면(surface)이다. 나노 규모의 물질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특징 은 물질의 속성이 표면 특성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인데, 가령 물질이 나노 크기로 줄어들면 부피 대비 표면적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표면 특성이 두드러진다.16) 때문에 나노 물질에서 는 질량 특성보다는 표면 현상이 물질의 상태를 결정하게 되고, 그런 점에서 표면이 스케일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나노 특수 현미경이 접근하는 물질의 표면은 엄밀히 말해 탐침이 추적하는 일련의 지점들이며, 그러므로 이런 과정을 거쳐 생성된 나노 아트의 이미지는 광학적 카메라가 생산하는 이미지와 다를 수밖에 없다. 즉, 원자 수준의 표면을 직접 볼 수는 없지만, 반면에

13) 이 이미지 유형들에 관한 상세한 정리는 다음의 논문을 참조하기 바람. 전혜현, 「예술과 나노테크놀로지: 실재의 촉지적 미메시 스」, 『현대미술사연구』, 제36집, 2014, pp.216-218.

14) Chris Robinson, “The Role of Images and Art in Nanotechnology.” Leonardo, Vol.45, No.5, 2012, p.458.

15) Silvia Casini, “Sensing Nanotechnologies through the Arts: Seeing and Making on the Surface of Things,”

Leonardo, Vol.47, No.1, 2014, pp.37-39.

16) 서갑양 (2011), p.25.

(8)

실제 물질의 조작 및 재조합을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촉지각적(haptic) 과정을 거침으로써 나 노 물질을 관찰할 수 있다.17) 따라서 대상으로부터 일정하게 떨어져서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대상에 접촉해서 물질의 표면을 감지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나노 물질의 재현은 시각이 아닌 촉각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18)

문제는 이 촉각의 주체가 누구인가에 관한 것이다. 이는, 나노 아트가 과연 실체의 본질에 대한 앎으로 우리를 이끄는가의 물음과 관련해서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촉각이 중요한 감각 으로 대두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의 현대 예술에 이르러서다. 오감 중 하나인 촉각은 피부를 통해 느끼는 감각이며, 따라서 청각이나 시각과 다르게 손에 직접 닿는 지각 범주의 한정으로 인해 오감 중에서도 가장 단순하고 말초적인 감각으로 간주되어 왔다. 게다가 그림이나 소리 등은 정보로 분석하고 재현하는 것이 비교적 쉬운 반면에 피부에 직접 닿는 감촉이나 질감은 객관적인 지수로 상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촉각은 시각 및 청각 등의 감각들 보다 덜 객관적이고 하위적인 감각으로 다루어져 왔다.19)

대상에 대한 인식은 촉감이나 색채 및 소리, 냄새, 맛, 등의 감각들로부터 출발하여 그 감각을 통한 지각을 거쳐 결과적으로 인식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대상을 감각으로 느껴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감각 자체보다 그 감각이 궁극에 야기하게 되는 인식, 즉 앎을 중시하는 관점이 전제되어 있다.20) 그래서 이 경우에 무언가를 안다는 것은 다섯 감각들 중에서도 대상과의 일정한 거리를 필요로 하는 시지각과 가장 밀접하다. 시지각은 대상과 거리를 둠으로써 대상을 철저히 객체화시키는 지각이며, 그렇기 때문에 지각의 결과는 대상 자체의 본질보다는 지각하는 주체가 객체적 대상과 갖는 거리만큼의 객관성을 획득하게 된다. 시각이 지닌 이러한 속성은 서구 미술사에서 시각 중심의 세계관을 확립하는 데 결정적 인 요인으로 작동해 왔다.21)

그런데 주지하다시피 작금의 미술은 단순히 시각에만 경도되지 않으며, 특히 미디어 아트 분야 에서는 오히려 시각보다 좀 더 확실한 경험의 근거가 되는 촉각에 주목하는 추세다. 이와 관련 해서 일찍이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을 비롯한 미디어 이론가들이 주목한 촉각적 지각 의 양상은 엄밀히 말해 시각적 촉각으로, 이는 곧 대상에 대한 시지각으로부터 비롯된 촉각이 다.22) 반면에 나노 아트의 경우에는 대상에 대한 인식이 촉각에서 촉발되어 시각으로 전이되 는 촉각적 시각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서 후자의 지각은 비가시적인 나노 스케일의 물질을 나노 기술로 촉지각한 후에 그것을 다시 시각 데이터로 전환, 이미지로 구체화한다는 점에서 시각적 촉각과 분명 다르다. 또한 그런 점으로 인해 나노 물질의 표면에 대한 촉각적 재현은 물질의 외관을 있는 그대로 모사하는 것이기보다는 물질의 존재 양태를 제시하는 것으로 설명 할 수 있다. 즉, 물질의 표면을 시지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 표면의 양태 변화를 촉지하고 그것 을 데이터로 변환시켜 알게 되는 것이다.23)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나노 아트의 이미지는 나노 기술의 촉지각적 관찰을 통해 물질을 수학적 으로 재구성한 결과로도 풀이할 수 있다.24) 아울러 객관성의 측면에서 불안정한 감각으로 간주되던 촉각이 나노 아트를 계기로 해서 누구도 의심할 수 없는 가장 객관적인 지각의 원천 이라는 사실도 환기되고 있다. 시각보다 촉각은 대상에 대한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지각을 촉발 시켜 확실한 경험적 인식을 낳는다는 점에서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지각 주체에 관한 문제다. 앞서 언급했듯

17) Silvia Casini (2014), p.39.

18) Sarah M. Schlachetzki, Fusing Lab and Gallery: Device art in Japan and International Nano Art (Transcript Verlag, 2012), p.118.

19) Mark Paterson, The Senses of Touch: Haptics, Affects and Technologies (Berg Publishers, 2007), pp.1-2 참조.

20) 앞 책, p.6.

21) 앞 책, p.8.

22) 벤야민의 시각적 촉각 개념에 관해서는 다음의 논문을 참조. 전혜현, 「예술과 나노테크놀로지: 실재의 촉지적 미메시스」, 『현대미 술사연구』, 제36집, 2014, p.221.

23) Silvia Casini (2014), p.39.

24) 앞 글.

(9)

이 나노 아트가 여타의 미디어 아트들과 차별화되는 이유 중 하나는 그것이 지닌 새로운 이미지 생산 방식, 즉 나노 기술로 인한 촉각적 시각화의 이미지 제작 방식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서 나노 아트가 과연 우리로 하여금 물질의 실체 를 알도록 이끄는가에 관한 문제가 제기 될 수 있다. 나노 기술에 의한 물질의 촉 각적 지각은 나노 아트와 전통 시각 예술 간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중요 한 지표가 되지만, 직접 지각으로서의 촉 각 측면에서 볼 때 나노 기술의 촉각은 예 술가의 직접 감각이 아니라는 점에서 대 상에 대한 지각 주체의 모순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나노 아트에서 나노 물질의 상태를 촉각적으로 지각하는 주체는 엄밀히 말해 예술가가 아닌, 주사 탐침 현미경 등의 나노 기술이다.25) 즉, 나노 기술이 촉각적으로 지각한 바를 시각 데이 터로 전환시켜 가시적인 형상으로서 나노 물질을 관찰하는 것이다. 따라서 경험적 실증에 가장 적합한 직접 지각으로서의 촉각은 결국 대리적 촉각에 준하는 것이며, 그렇다면 이 경우에 나노 기술이 행하는 물질 표면의 터치가 엄밀히 말해서 진정한 촉각인지, 아니면 컴퓨터의 수학적 연산인지에 대한 규정도 모호해진다. 물론 기술과 예술의 융합 현상에서 지각의 주체를 단정, 구분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며, 심지어 무의미한 수고일지도 모른다. 인간으로부터 포스트휴먼으로의 이행에 주목하는 다양한 논의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인간과 기술 장치를 더 이상 주체 대 객체의 이원론적인 구도로 구분할 수 없게 된 지 이미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나노 기술이 촉각의 시각화를 통해 객관적인 실체를 구현한다고 간주되는 측면에서 본다 면, 이 촉각의 발로가 어디로부터 비롯된 것인지에 관한 문제는 간과할 수 없는 점이다. 기술 장치와의 유기적인 복합체로서 기술의 매개에 의해 실재를 인식하는 것과 기술 장치가 탐색하 는 대로 실재를 인식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나노 기술이 지각하는 나노 규모의 물질이 예술가의 촉각적 지각에 의한 것보다 과학적으로 더 적확할 수는 있으나, 결과적으로 볼 때 이 경우의 실재는 과학화된 실재에 준하게 될 것이 다. 고로 앎의 직접적 계기인 촉각이 기술 장치에 의한 것이라면, 예술가의 촉각 경험을 통해 앎을 확신할 수 있는 인식의 가능성은 재고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나노 아트는 기술 결정론적 산물에 머물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는 결국 예술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 즉 작금의 시대에 예술이란 과연 무엇인가의 질문과도 맞물려 나노 아트뿐만 아니라 과학 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도모하는 여타의 예술 분야들에도 유효한 물음이 될 것이다.

4. 결론

이상의 연구를 통해 다음과 같은 역설들이 도출된다.

먼저, 나노 기술에 의한 이미지 재현의 역설이다. 앞서 정리한 바, 나노 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다루는 기존의 연구들에서 나노 아트는 물질이 지닌 본질적인 구조를 정밀하게 드러냄으로써 실재의 본질을 재현해주는 예술로 설명된다. 그런데 본 연구에서 살펴보았듯이, 물질의 본질적 인 구조를 밝힌다고 간주되는 나노 기술의 원천은 물질을 존재하는 그 자체로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애초의 존재 상태를 조작하고 변화시키는 데 있다. 때문에 그에 기반하는 나노 아트 역시 물질 구조를 수정, 조작하는 과정을 통해 결과적으로는 가공의 이미지들을 제시한다.

나노 이미지의 실재를 과학적 실재(scientific reality)로 간주하거나, 나노 기술이 산출한 실재

25) Paul Thomas(2009), pp.229-230.

<그림 9> Science Friction presenter Natasha Mitchell with nanoartist Andrea Rassell in an RMIT clean lab with an Atomic Force Microscope(Supplied(RMIT))

https://www.abc.net.au/radionational/programs/sciencefric tion/nano-art---big-ideas,-tiny-canvas/10290118

(10)

의 데이터를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대상과 유사한 형상으로 재연출하는 경향 등이 이를 방증 한다. 그런 점에서 나노 아트가 실재의 본질을 발견, 재현한다는 주장은 일면 역설적이다.

다음은 지각의 역설이다. 나노 아트에서 나노 기술이 재현하는 실재는 그 본질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실재로 풀이된다. 이는 나노 기술이 발휘하는 촉각적 시각화에서 기인한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 부분에서 지각의 주체에 대한 문제가 발생한다. 원래 감각은 주관적인 것이다. 하지만 나노 기술의 촉각적 관찰은 과학적이고 객관적이며, 그로 인해 촉각 이 지닌 주관의 불안정성을 넘어서게 된다. 따라서 과학적 실재와 마찬가지로 나노적 관찰은 과학화된 객관적 지각을 함축하는 것이기도 하다. 여기서 지각의 주관과 객관이 동시에 작동하 는 객관적 지각을 어떻게 이해할지의 문제가 대두된다.

나노 관찰에서 촉각은 예술가의 감각이 아닌 나노 기술 장치에 의한 것으로, 이 과정에서 예술 가는 지각의 이차 주체가 된다. 그러므로 나노 관찰의 촉각적 시각화를 통해 비가시적 물질이 드러난다는 점에서는 지각의 확장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이때의 촉각이 기술 장치에 의한 것이라는 측면에서는 인간의 고유한 지각 확장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더 나아가 나노 기술 장치의 촉각을 실제 오감 중의 하나로 간주해야 하는지, 아니면 나노 기술 장치의 과학적 연산 으로 이해해야 하는지도 애매해진다. 나노 관찰의 촉각적 시각화가 객관적인 지각을 함축한다 면, 이는 결국 과학화된 지각으로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기술 장치 없이는 불가능한 과학화된 지각에서 감각적 확신을 거친 인식의 주체에 관한 문제는 분명 숙고해야 할 점이다. 그에 따라 지각의 주체이자 창작의 주체인 예술가의 범주를 비롯해서 예술에 관한 근본적인 논점들이 촉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노 관찰의 객관적 지각처럼 강화된 지각력과 예술의 가치가 정비 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좀 더 부연하자면, 과학과 예술이라는 이질적인 영역들의 융합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파생되는 역설도 발견할 수 있다. 나노 기술은 물질의 본질 구조를 수정 및 조작하는 기술력을 지니기 때문에 여기에는 윤리, 더 구체적으로는 나노 윤리(Nanoethics)의 문제가 결부될 수밖에 없 다. 특히 생명을 대상으로 삼는 경우에 이 문제는 한층 더 첨예해진다. 그렇다면 나노 기술에 기반하는 나노 아트 역시 이 윤리의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가령 나노 아트는 나노 기술을 통해 무엇이든, 심지어 살아 있는 생명체까지도 나노 규모로 조작, 산출해서 그 결과물을 예술의 창작물로 제시할 수 있지만, 이 일련의 과정이 나노 윤리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가능한 일이다. 만약 예술의 자율성과 예술성 등을 위해 나노 윤리의 조건들을 거부한 다면 나노 아트의 실행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그런데 나노 아트가 나노 윤리의 요구를 따라야 한다면, 그래서 그 산물이 나노 윤리에 위배되지 않는 것이라면, 이를 과연 자율적인 예술 창작으로 볼 수 있을까? 이러한 일련의 문제들은 무엇이든 융합이 가능한 이 시대에 숙고 해야 할 문제들로 향후 그 연구의 여지가 더 커지리라 생각한다.

(11)

참고문헌

서갑양, 『나노기술의 이해』,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1.

전혜현, 「예술과 나노테크놀로지: 실재의 촉지적 미메시스」, 『현대미술사연구』 제36집, 2014.

Casini, Silvia. “Sensing Nanotechnologies through the Arts: Seeing and Making on the Surface of Things.” Leonardo, Vol.47, No.1, 2014, pp.36-42.

De Ridder-Vignone, Kathryn and Michael Lynch. “Images and Imaginations: An Exploration of Nanotechnology Image Galleries.” Leonardo, Vol.45, No.5, 2012, pp.447-454.

Goodsell, D. S. “Fact and Fantasy in Nanotech Imagery.” Leonardo, Vol.42, No.1, 2009, pp. 52-57.

Paterson, Mark. The Senses of Touch: Haptics, Affects and Technologies, Berg Publishers, 2007.

Robinson, Chris. “Images in NanoScience/Technology.” Discovering the Nanoscale. Ed. by D. Baird and A. Nordmann. Amsterdam: IOS Press, 2004, pp.165-169.

Robinson, Chris. “The Role of Images and Art in Nanotechnology.” Leonardo, Vol.45, No.5, 2012, pp.455-460.

Sarah M. Schlachetzki. Fusing Lab and Gallery: Device art in Japan and International Nano Art, Transcript Verlag, 2012.

Thomas, Paul. “Nanoessence: God, the first nano assembler.” Technoetic Arts, Vol.6, No.3, 2009, pp.217-231.

Toumey, Chris. “Truth and Beauty at the Nanoscale.” Leonardo, Vol.42, No.2, 2009, pp.151-155.

https://nanomedicine.mit.edu/what-nanotechnology https://opentextbc.ca/biology/chapter/12-1-viruses https://slideplayer.com/slide/10688770

https://en.wikipedia.org/wiki/Nanoart#/media/File:Misc_pollen_colorized.jpg

https://en.wikipedia.org/wiki/Nanoart#/media/File:Rust_Mite,_Aceria_anthocoptes.jpg

https://www.abc.net.au/radionational/programs/sciencefriction/nano-art---big-ideas,-tiny-canva s/10290118

http://news.bbc.co.uk/2/hi/science/nature/3830061.stm

(12)

참조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