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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성과 상호매체적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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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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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 승 빈*

1)

Ⅰ. 들어가는 말

Ⅱ. 수행적 퍼포먼스 1. 과정적 사건의 형성 2. 기호해석에서 의미창출로

Ⅲ. 상호매체적 지각 변환 1. 사이영역의 진동

2. 역치적 공간으로의 전환 3. 이중적 신체성의 지각

Ⅳ. 나오는 말

Ⅰ. 들어가는 말

1960년대 이후 발화의 행위로서 주목되던 수행성 개념이 공연에 적극적으로

* 서강대학교 강사

이 논문은 한국미학예술학회 2015년 가을 정기학술대회에서 자유주제로 발표한 원고를 수정 보완하여 게재한 것임.

* DOI http://dx.doi.org/10.17527/JASA.46.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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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되면서 ‘작품’이 아닌 ‘사건’으로서의 공연예술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능동적 주체와 수동적 객체, 일방적 방향의 기호의 생산과 해석을 강요했던 작품으로서 의 공연예술1)은 고정된 텍스트의 의미와 재현의 방식들을 벗어나서, 퍼포먼스에 서 ‘몸’과 몸이 수행하는 ‘행동’을 주목했다. 퍼포먼스 과정에서의 ‘행동’들은 우연 적이고 창발적인 요소들을 통해 ‘사건’들을 만들어 나간다. 이러한 사건 형성의 과 정으로서의 공연들은 우리에게 ‘행동’의 수행성을 통한 효과들을 바라보게 하였다.

몸의 움직임이 드러내는 기호적 의미가 아닌, 실제적인 행동을 통한 변화의 과정 으로서의 공연은 생산과 수용방식에도 변화를 초래했다. 이제 공연에서는 작품이 재현하는 공간과 시간이 아니라, 공연이 행해지는 실제 공간과 실제 시간이 중시 되었다. 물론 전통적으로 공연은 공연장이라는 현장에서 행해지는 일회적인 작품 으로 인식되어져 왔다.2) 하지만 작품으로서의 공연은 몸을 통해 명백한 의미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으로서, 관객에게 행위자의 현상적인 현존과 몸이 아닌 기호 적인 몸을 해석하도록 하였다.

이와 달리 수행적 공연에서는 행위자의 실제 현존과 행동의 과정이 중요했 으며, 행위자의 행동은 그 어떤 의미도 재현하지 않는 실제적 행위일 뿐이다. 행 1) 공연예술에는 음악, 연극, 춤 등 다양한 장르가 속해 있으나 본고에서는 몸을 주요 매체로 하는 춤을 논의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공연에서 수행성에 관한 논의는 60-70년대 이후, 특히 90년대 이후 퍼포먼스적 연극에서 활발하게 논의되었다. 이러한 연극은 연극의 주요 매체였던 기호를 전달했던 언어적 행위를 제거하고, 몸과 움직임을 통한 수행적인 행위에 주목했다. 연극과 춤은 몸의 움직임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유사성을 띠고 있다. 춤 또한 기 호적 의미 전달에서 벗어나기 위해 피나 바우쉬 이후 탄츠테아터에서 연극적 요소를 도입 한 춤의 변화를 꾀하였으며, 현대의 많은 공연들은 이제 이러한 장르적 경계가 모호한 상 태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의 움직임이라는 측면에서 연극과 춤은 명백한 차이 가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수행적 공연에서 움직임의 다름에 의한 지각의 변화는 서로 다 른 공연을 창출할 것이나, 이러한 차이에 대한 분석은 향후의 연구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다루기로 하고, 본고에서는 현대에 이루어지고 있는 춤 공연을 예로 논의를 펼쳐갈 것이 다.

2) 공연의 영상적 기록이 가능해지면서 공연의 일회적 성격을 반복가능한 것으로 이야기하는 논의들도 있으나, 이러한 기록에는 현장에서 생성되는 분위기, 아우라, 작품을 통한 행위자 와 관객의 소통이 담겨질 수 없으므로, 하나의 작품으로서의 공연이라 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전통적 공연 또한 수행성을 전제하고 있다. 하지만 작품으로서의 공연은 이러한 수 행적 요소들을 부차적 요소로 간주하며, 의도된 기호의 재현과 전달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 에 있어서 수행성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공연과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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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과정 속에서 우연적 요소들, 매체들 간의 상호관계를 통해 생성되는 수행적 퍼포먼스는 하나의 일시적이고 과정적인 사건으로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러한 퍼포먼스 공연의 변화를 기반으로 ‘수행성 미학’의 논의가 출발되었고, 예술적 소 통에서 지각이 새로운 매체로 논의되면서 현대 퍼포먼스에 관한 논의는 전통적 미학적 범주에서 지각학의 영역으로 범위를 확대해 오고 있다.

재현에서 벗어난 무대는 의미 전달 수단으로서의 몸이 아닌, 몸 자체의 물 질성과 감각적 이미지를 강조한다. 공연에서는 행위자의 현존하는 몸과 공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생성되는 에너지 순환 등이 주목되기 시작했으며, 관객은 수동 적 수용자가 아닌 공연의 또 다른 행위자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공연 은 ‘작품’을 벗어난 ‘사건’이 되며, 행위자와 관객의 현상적 신체를 매개로 일어나 는 수행성과 사건성에 의해 공연의 현존성이 체험될 수 있게 된다. 이제 공연예 술에서 중요한 매체인 신체는 기호적 몸뿐만 아니라, 현상적인 상호매체적 몸이 된다. 그리고 이러한 몸의 지각의 문제는 무대 공간과 관람 공간 사이의 상호매 체적 교류 속에서 새롭게 나타나게 되면서, 행위자와 관객의 현상적인 몸이 공연 에서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었다.

수행성을 통해 생성되는 공연은 지각화의 과정을 전제로 한다. 여기서의 지 각화는 전통적 의미의 일방적 방향성을 지닌 지각을 벗어난 상호적 지각으로 이 야기할 수 있다. 수행적 공연에서 행위자는 의미를 재현하지 않기 때문에, 관객은 그의 몸의 물질성을 지각하고 이에 반응한다. 이러한 반응은 행위자의 몸과 다른 관객의 몸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치며, 상호적 관계 속에서 지속적으로 몸의 움직 임들이 생성되어 간다. 행위자는 관객과 다른 행위자의 몸의 행동을 지각하고, 관 객 또한 행위자와 다른 관객의 몸의 행동을 지각한다. 그리고 양자는 각각의 의 미를 생성해나간다. 여기서 생성된 의미는 그들의 이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이러한 영향은 또한 우연적이고 창발적인 요소들을 창출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공연에서 정해진 것은 없다. 행위자와 관객, 관객과 관객, 몸과 공간, 공간 과 시간 사이에서 끊임없이 진동하는 사이의 상태를 통한 변화의 과정이 생성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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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위자와 관객 사이의 지각화에서도, 행위자와 관객 사이의 지속적 상호관 계를 형성함에 있어서도 ‘사이’의 상태가 실현된다. ‘사이’의 상태는 매체의 차이를 드러내는 ‘사이’ 공간을 형성하고, 이것은 바로 매체, 신체 등의 순환통로를 만드 는 상호매체적 변환의 공간으로 논의할 수 있다. 이러한 공간은 고정된 실재 공 간으로서가 아니라, 수행적 행동과 상호매체적 매개의 결과로 새로이 형성된다.

공간적 선회를 통해 수용자와 예술작품 사이의 관계변화가 생겨난다. 수행적 공 연에서 매체성, 공간성, 신체성은 서로 연결되거나 혹은 상호 역동적 관계를 통해 상호매체적인 ‘사이’ 공간을 창출한다. 그러므로 수행적 행동과 상호매체적 매개의 결과로 생성되는 공간은 ‘주관적-객관적’ 신체 배열의 결과로서 고찰될 수 있을 것이다. 공연에서 강화된 행위자의 육체적 현존과, 기호적 몸의 이중성, 그리고 이 를 통한 관객의 지각 변환은 상호매체적인 열린 구조 안에서의 자기 반영을 초래 한다. 즉 경계들이 해체된 공간 안에서 스스로의 신체로 공연을 지각하고 구성하 게 되는 것이다. 수행적 공연에 드러나는 상호매체적인 공간의 열린 구조는 공연 을 변화하게 만들고, 퍼포먼스의 진행에서 자신의 신체와 공간으로 사건을 만들 어가는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퍼포먼스의 수행적 전환을 통한 공간과 신체 지각의 변화를 면밀히 살펴보기 위해 예술에 적용되는 수행성 의 개념을 논의하고, 이러한 수행적 행동들을 통해 나타나는 상호매체적인 공간 적 선회와 신체성의 변화를 통해 공연의 지각 변화를 논의해 볼 것이다.

Ⅱ. 수행적 퍼포먼스

‘수행성(Performativität)’은 단순한 의사소통을 넘어서 행위를 완결하기 위한 발화나 대화를 지칭하는 언어적 관점에서 사용되기 시작되어, 인간의 행위에로 그리고 상호문화적 관점에서 행위를 실행하는 ‘몸’ 자체에로 확대 논의되어 왔다.

1961년 오스틴(John L. Austin)은 언어적 표현에 있어 ‘확언적 발화’와 ‘수행적 발 화’를 구분하면서, 발화된다는 것 자체로 행위를 수행하여 실제적인 변화를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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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수행적 ‘언술행위’를 논의하였다.3) 그는 수행성이라는 개념을 ‘행위를 통한 변화’ 창출의 과정으로서 보고 있다. 또한 퍼포먼스의 제의적 수행성 개념을 주목 한 빅터 터너(Victor Turner)는 수행성을 ‘진행 중인 과정을 완성’4)하는 개념으로 이해한다. 터너 또한 오스틴과 유사하게 수행성이라는 개념을 고정되고 결정된 것이 아니라 행위를 통한 과정으로서, 즉 그 과정 안에서 무엇인가가 생성될 수 있는 열린 구조적 개념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960-70년대 퍼포먼스 예술의 등장으로 공연에서의 ‘수행적 전환’이 논의되 면서, 이제 ‘수행성’이라는 용어는 언어행위를 넘어서서 인간적 행위들로 확장되어 적용되었다. 주디스 버틀러(Judith Butler)는 젠더의 형성 과정을 ‘수행적’이라 지 칭한다. 젠더는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라, 반복되는 행동들을 통한 변화의 과정에 서 형성되는 것이다. 즉 언어행위를 지칭했던 수행성 개념과 유사하게, 그녀에게 있어서도 수행성은 변화의 과정이라 볼 수 있다. 버틀러는 이러한 수행적 과정을 몸을 통한 체현(Verkörperung)의 과정으로 설명한다.5) 이러한 젠더적 수행성의 관점에서 나아가 이제 수행성은 상호문화적인 맥락에 놓이게 된다. 이제 수행성 은 공연에서의 신체성에 적용된다. 수행성을 통해 배우가 역할을 ‘수행’, 즉 체화 하고 보여주는 방식을 고찰한다. 신체성에 적용된 수행성 이론은 몸을 고정된 기 호로 바라보던 시각을 벗어나 배우의 몸에 가해지는, 곧 관객의 몸에 가해지는 감각적 정서들을 평가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6)

3) John L. Austin, “Zur Theorie der Sprechakte, Zweite Vorlesung”, in: Performanz.

Zwischen Sprachphilosophie und Kulturwissenschaften, hrsg. von Uwe Wirth (Frankfurt a. M: Suhrkamp Verlag, 2002), pp. 63-71, 특히 p. 63 f. 오스틴은 모든 언어적 표현을 단 순히 어떤 상황을 묘사 내지 보고하거나 사실에 대한 옳고 그름을 주장하는 ‘확언적 발화’

및 발화들이 설명하는 행위들을 실제로 수행하는 ‘수행적 발화’로 구분하면서 행위로서의 언술의 차원을 논의한다. 오스틴은 수행적이라는 표현을 통해 ‘말은 단순히 사실관계의 진 위를 판단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그 사실을 직접 수행하고, 특정한 조건이 주어질 때는 세 계를 ‘변화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임을, 즉 말이 어떤 상황을 적극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음을 설명한다.

4) Victor Turner, “Dramatisches Ritual, rituelles Theater. Performative und Reflexive Ethnologie”, in: Performanz, pp. 193-209, 특히 pp. 197-203 참조.

5) Judith Butler, “Performative Akte und Geschlechterkonstitution. Phänomenologie und feministische Theorie”, in: Performanz, pp. 301-321, 특히 p. 301 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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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수행성 개념은 언어적 발화행위에 대한 논의에서 인간의 행위에 관 한 정서들을 지각하는 용어로 확장되어 적용되어 왔다. 행위와 신체성에 관련된 수행성 개념은 혁신적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 현대 공연예술에서 적극적으로 수용, 해석되고 있다. 현대 공연은 몸이 재현하는 기호적 의미 생산과 수동적 해석이 아니라, 몸이 수행하는 행위자체로 인한 변화와 생성의 열려 있는 과정 자체를 지각 대상으로 논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수행성이 작용하는 공연에서 초래되는 모든 변화의 과정들이 결과적으로 지각의 변화를 초래함을 단 계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1. 과정적 사건의 형성

공연에서 논의되는 수행성은 과정적 몸의 행위로서 지각의 변화를 초래하는 개념이다. 우리는 표현 매체들을 기호적 의미 전달 수단으로 사용하는 작품으로 서의 공연에서 벗어나서, 현장성, 일시성, 우연성, 불안정성에 기반하고 있는 수행 적 공연의 과정을 통해 기호로서의 몸이 아닌, 물질로서의 즉 현상적인 몸을 인 식하게 된다. 작품으로서의 공연에서는 행위자 혹은 연출자의 의미 전달과 해석 이 중시되었다면, 수행적 공연에서는 행위자와 관객과의 상호관계를 통한 의미생 성이 중요시된다. 시빌 크래머(Sybille Krämer)는 현대의 수행적 공연에 나타나는 행위자와 관객의 상호관계를 수행성이 전제하는 ‘지각화’ 개념을 통해 논의한다.

크래머의 ‘지각화’7) 개념은 ‘사이’의 상호관계, 몸의 물질성, 공연의 사건성, 6) Patrice Pavis, 21세기 인문학에서의 수행성과 매체성 , 수행성과 매체성: 21세기 인문학 의 쟁점, 순천향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편 (푸른세상, 2012), pp. 16-44, 특히 p. 25 참조.

7) Sybille Krämer, “Was haben Performativität und Medialität miteinander zu tun?” in:

Performativität und Medialität (München: Wilhelm Fink Verlag, 2004), pp. 13-32, 특히 pp. 14-19 참조. 크래머는 공연에서의 수행성이 전제하는 ‘지각화’ 개념을 지각의 양극성, 신체성, 사건성격, 위반성을 통해 설명한다. 첫째 지각의 양극성은 행위자와 관객 사이의 관계를 규정하는 지각사건의 양극성을 통해 설명된다. 지각사건은 ‘사건과 지각행위’, ‘행 위자와 관객’ ‘사이의 상호관계”에서 일어난다. 그러므로 지각은 ’생산과 수용‘ 이라는 양극 성 사이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크래머에 따르면 행위자와 관객 사이에서 공연은 지각의 양극성에 근거하여 바로 작품이 아닌 사건을 생산한다. 또한 수동적 수용자였던 관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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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초월의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즉 수행성의 전제가 되는 지각화는 결국 이미 기호적 의미 해석을 벗어난 ‘변화’의 과정으로서의 수행적 행위들 사이에서 형성되는 상호매체적 관계의 지각이자, 상호관계를 통한 새로운 의미생성을 내포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크래머는 이러한 수행성의 발전 단계를 ‘보편화하는 수행성’, ‘반복가능화하 는 수행성’, 신체화하는 수행성’으로 설명한다. 첫째 ‘보편화하는 수행성’은 언어행 위적 관점에서의 수행성이다. 이러한 수행성에서는 소통행위자들의 개인적 차이 가 전적으로 배제된다. 즉 모두는 언어행위를 통해 기호의 재현적 의미를 해석하 게 된다. 이러한 수행성은 의미의 재현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 지각화의 관점에서 논의되는 공연의 수행성이 전제하는 현존 과정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8)

둘째 ‘반복가능화하는 수행성’은 기호 의미의 변화를 초래한다. “시공간적인 새로운 맥락에서의 기호표현들의 반복은 동시에 기호의미의 변화를 일으킨다.”9) 기호들의 반복은 차이를 만들어내고, 이러한 차이는 의미를 변화시킨다. 그는 이 러한 반복과 차이의 교차를 통한 의미의 변화를 주목하고 있지만, 이 수행성 또 한 언어 중심적 매체성에 근거하여 관객의 주체적 의미생산이 배제된 고정된 기 호적 관점에서의 수행성으로 논의되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퍼포먼스에서의 수행성 논의에서 우리는 수행성의 세 번째 단계인 ‘신체화 하는 수행성’을 주목하게 된다. 그에 의하면 신체화하는 수행성은 ‘퍼포먼스 경험 을 통한 구상적 자극이 행위자와 관찰자의 상호관계에서 제시되는 지점에서 발현’

사건에 참여하면서 공동생산자로서의 역할을 이행하게 된다. 둘째 행위자와 관객의 상호 관계는 ‘신체성’을 통해 수행된다. 신체성은 “인간, 사물 그리고 기호가 가진 물체성을 물 질성 연속체라는 스펙트럼 안에서 동등하게 포함한다.” 크래머가 논의하는 신체성은 현상 적 물질성에 근거하고 있으며, 이러한 신체성은 지각사건의 토대를 형성하고 있다. 셋째 무대 시공간에서 실행되는 “현재성의 일회적 사건” 성격을 논의한다. 공연은 특정 공간에 서 실행되며, 이 공간에 신체적으로 현존하는 관객만이 지각대상을 지각할 수 있다는 것 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지각화에서 이분법적 개념의 경계가 부딪히는 경험’을 하게 된 다. 그러므로 지각화와 관련된 현상들은 결국 경계, 사이에 머무르게 된다는 점을 ‘위반성’

으로 설명하고 있다.

8) S. Krämer, “Was haben Performativität”, p. 15.

9) S. Krämer, “Was haben Performativität”, p.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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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다. 즉 그는 우리가 앞서 논의했던 변화의 과정으로서의 수행성을 행위자와 관 찰자의 상호관계, 즉 사이에서 생성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사이’에서 발현되는 수행성은 공연을 해석 대상인 작품이 아니라, 현재성에 기반한 하나의

‘사건’으로 만들게 된다. 그러므로 공연은 표현 매체의 기호적 의미가 아니라 매체 의 현상적 물질성을 드러냄으로써, 행위자와 관객의 지각적 상호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이렇듯 ‘사이’에서 생성되는 공연의 “불안정성과 일시성(Flüchtigkeit)”이 바 로 ‘신체화하는 수행성’을 구성하는 요소이다. 따라서 크래머는 퍼포먼스적 공연을

“행위자와 관찰자 사이의 감각적-활동적 긴장관계를 전제하는 지각과정들, 그리 고 지각화 및 보여짐과 관계”10) 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수행성은 행 위자와 수용자의 이분법적 관계를 해체한다. 그리고 그동안 퍼포먼스를 구성하고 있던 많은 기호적 관습적 경계들을 넘어섬으로써, 생산된 의미의 해석이 아닌 과 정에서 일어나는 행위들을 통한 수용자의 주체적 의미생성 과정으로 퍼포먼스를 변모시킨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크래머의 논의처럼 수행성은 결국 과정 속에서 의 지각의 변화, 주체와 객체의 관계 변화, 상호관계를 통한 새로움의 생성 과정 으로서의 공연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임을 확인할 수 있다.

2. 기호해석에서 의미생산으로

예술적 수행성, 즉 사건과 일시성에 기반한 지각의 변화를 초래하는 수행성 개념을 기반으로 한 크래머의 논의에서 공연을 변화시키고 구성하는 적극적 수행 성의 개념을 볼 수 있었다면, 피셔-리히테(Erika Fischer-Lichte)의 해석들에서 수 행적인 공연에서 행동에 기반한 몸의 해석, 의미 창출의 구체적 과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수행성의 미학 Ästhetik der Performativen 에서 크래머 와 유사하게 공연을 ‘작품’이 아닌 ‘사건’으로 바라보고, 공연의 일시성과 현재성에 근거해 공연에서 수행적으로 드러나는 물질성을 주목한다.

공연은 ‘고정되거나 전통적으로 물려줄 수 있는 물질적인 인공적 제작물이 10) S. Krämer, “Was haben Performativität”, pp.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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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라, 일시적이고 변환적이며 현재성 속에서 완성’되는 것이다. 이제 공연에서 행위자의 몸과 모든 공연의 요소들은 사전 합의된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는 ‘사건’으로 존재한다.11) 공연은 그 자체로 열린 기표이 자 열린 과정이고, 무대와 객석의 그때마다의 상호작용을 통해 그 자체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가는 ‘자기생산적 시스템(autopoietisches System)’이다.12) 이러한 공연의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수행성’이며, 그 과정에서 관객은 공연에 개입하여 행위자로서 사건을 만들어갈 수 있다.13)

피셔-리히테는 작품에서 ‘사건’으로의 경계를 초월하는 이러한 변화의 과정 을 “예술들의 급진적 수행성”14)으로 설명한다. 그녀에 의하면 퍼포먼스의 전회는 바로 경계의 해체이며, 이러한 해체는 행동, 즉 수행적 행동으로의 변화로 인해 가능한 것이다. 수행적 행동은 무엇보다도 “행위자와 관람자의 실제 ‘공동-현존 (Ko-Präsenz)’을 통해 구성된다. 공동-현존의 과정에서 주체들은 상호작용하는

‘공동-주체들(Ko-Subjekte)’이 된다.15) 이와 같이 구성되는 수행적 행동은 일시적

11) 본고에서는 자샤 발츠(Sasha Waltz)의 <Körper>(2000)를 통해 수행성에 기반한 ‘사건’으 로서의 공연을 구체화할 것이다. 이 공연에서 관객은 커다란 유리 앞에 서 있게 된다. 춤 꾼들은 유리와 벽 사이에서 밀고 밀치고, 서로 겹쳐져 올라가며 그들의 신체를 이미지로 형태화한다. 유리에 압착된 신체는 삼차원적 이미지로 보여 지고, 몸은 매우 느리게 움직 인다. 마치 수족관을 연상시키는 닫힌 공간 속에서 행위자들의 신체는 충격적인 신체더미 들로 형상화된다 (Anerej Mirčev, Intermediale Raumkonzepte: Wechselwirkungen zwischen bildender Kunst, Theater und Tanz seit den 1960er Jahren [Berlin: Freien Universität, 2011], p. 207 참조). 이 공연에서 가장 먼저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몸의 움직임 관습의 해체이다. 행위자의 몸의 움직임은 기존 현대춤에서의 행위들과 확연히 다 르다. 이러한 움직임은 관객에게 움직임 기호를 해석하기 어렵게 만든다. 단지 그들의 몸 이 만들어가는 이미지들 속에서 개인의 몸과 집단의 몸의 기표들을 지각하게 한다. 그리 고 관객은 기표의 지각을 바탕으로 주체적인 의미를 생성해 나간다. 그러므로 수행성에 기반한 사건으로서의 공연은 피셔-리히테의 논의에서처럼, ‘지금, 여기’라는 현장적 일회성 과, 그 속에서의 양자의 몸의 현존을 기반으로만 성립 가능한 것이다.

12) Erika Fischer-Lichte, Ästhetik des Performativen (Frankfurt a. M: Suhrkamp Verlag, 2004), p. 61.

13) Fischer-Lichte, Ästhetik des Performativen, p. 127.

14) Erika Fischer-Lichte, Theaterwissenschaft. Eine Einführung in die Grundlagen des Fachs (Tübingen/Basel: A Francke Verlag, 2010), p. 203.

15) Erika Fischer-Lichte, 우리는 어떻게 행동하는가 , 문화학과 퍼포먼스: 우리는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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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행동으로 ‘지금, 여기’에 현존해야만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행동은 이미 주어 져 있는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의 진행과정에서 생성되는 의미들을 만들어 낸다. 그러므로 공연에서 행동의 과정은 일시적 사건으로 등장하고, 여기 에서 행동은 그 공간에서 사건들과 관련 맺게 되는 것이다.16)

그러므로 수행적 공연은 의미 생성과 해석의 과정을 전도시킨다. 작품으로 서의 공연은 연출가, 행위자에 의해 이미 기호화된 의미가 공연을 통해 드러나고, 수용자는 이 기호를 해석한다. 하지만 수행적 공연에서는 행위자도 수용자도 공 연을 통해 의미를 생성하고, 이후에 주관적으로 의미를 해석하는 과정으로 나아 가게 된다. 왜냐하면 수행적으로 구성되는 공연은 ‘연출이 의도하지 않은 돌발성, 우연성, 비예측성을 전제’17)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공연은 바로 그 현장에 서의 돌발적인 요소들과 우연적인 상황들로 구성되어진다. 이러한 상황을 피셔- 리히테는 ‘창발(Emergenz)’18)적 의미의 생성 과정으로 설명한다. 공연의 과정에서 일시적이고 우연적으로 생성되는 창발적 요소들은 관객의 능동적 지각과 주체적 의미구성을 가능하게 한다. 이제 공연은 지속적인 생성의 과정과 사라짐의 과정, 행위자와 관객의 상호작용으로 인한 자동형성적인 피드백 고리(Autopoiesis der feedback-Schleife)19)안에서 형성된다. 이러한 공연의 창발적 요소를 통한 자동형 행동하는가, 루츠 무스너, 하이데마리 올 편집, 문화학연구회 옮김 (유로), 2009, pp.

17-37, 특히 pp. 21-22 참조.

16) Fischer-Lichte, 우리는 어떻게 행동하는가 , pp. 24-29.

17) 물론 작품으로서의 공연에서도 연출이 의도하지 않은 우연적 상황들이 생성될 수 있다. 하 지만 이러한 공연에서는 우연적 상황들은 부수적 요소들이 되고, 행위자도 관객도 기호 의 미를 전달하고 해석하고자 하는 관습적 입장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수행적으로 구 성되는 공연은 의미를 전달하고자 하는 연출적 의도가 배제된다. 관객은 몸의 움직임, 소 리, 표현적 매체들에 내포된 기호적 의미가 아니라, 오로지 그 매체가 가진 물질성에 주목 하여 스스로 의미를 생성해나가는 과정 속에 놓이게 된다. 그러므로 수행적 공연에서는 연 출이 아닌 우연성, 일시성, 현재성, 돌발성 등을 통해 의미가 창발된다고 볼 수 있다.

18) 피셔-리히테에 의하면 창발은 모든 상황맥락이 부재하는 것, 즉 지각의 자기관련성 (Selbstbezüglichkeit) 안에서 지각되는 것, 지각된 요소들이 자신의 현존 안에서 나타나는 것 등을 의미한다.(Erika Fischer-Lichte, “Emergenz”, in: Metzler Lexikon Theatertheorie, hrsg. von Erika Fishcer-Lichte, D. Kolesch und M. Warstat [Stuttgart Weimar: Metzler, 2005], pp. 85-87, 특히 p. 86 참조).

19) Fischer-Lichte, Ästhetik der Performativen, p. 127. 그녀에 따르면 자동형성적인 피드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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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피드백 고리의 작용은 신체성의 변화를 통한 수행성의 ‘체현’ 개념과 유기적 으로 연결된다. 행위자와 관객의 역할 전도를 통한 체화된 정신으로서의 몸의 개 념은 무대 위의 이중의 몸을 경험 가능하게 하고, 이를 경험하는 행위자와 관객 간의 상호관계를 통한 공간적 변화를 초래한다. 우선 이러한 변환적 과정으로서 의 상호매체적 공간을 형성하는 ‘사이’의 상황을 살펴보도록 하자.

Ⅲ. 상호매체적 지각 변환

살펴본 바와 같이 현대 공연에서의 수행성을 전제한 지각의 변화는 미적 경 험의 변화를 가져온다. 이제 관객은 관람객 및 해석자로서의 입장에서 직접적으 로 공연에 개입하여 의미를 생성하는 행위자로서의 경험으로 나아가게 된다. 공 연이라는 예술은 그 특성상 이미 현장에서 행위자와 관객 사이의 몸적인 상호작 용을 전제하고 있다. 즉 바로 지금 이곳이라는 현장에 있지 않고서는 경험할 수 없는 예술인 것이다. 그러므로 관객이 공연의 의미를 생성한다는 것은 행위자와 의 몸적인 상호작용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우리가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수 행적 공연에서 드러나는 ‘사이(Zwischen)’의 상태이다. ‘사이’의 상태가 실현되기 때문에 행위자와 관객 사이의 지각화도, ‘자동형성적 피드백고리’를 통한 행위자와 관객 사이의 지속적인 상호관계도 형성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사이’의 상태가 무 엇인지, 어떻게 실현 가능한 것인지를 상호매체성에 관한 논의들 속에서 살펴보 도록 하자.

고리의 작용은 새로운 주체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즉 “모든 참가자에게 공연의 과정에 행 동함에 있어 타인을 함께 규정하고, 자신의 행위도 타인에 의해 규정되는 주체, 즉 독립적 이지도 않고 타인에 의해 규정되지도 않는 주체.” (Fischer-Lichte, Ästhetik der Performativen, pp. 287-288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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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이 영역의 진동

로외브스키(Irina O. Rajewsky)에 따르면

상호매체성은 매체들, 사물들, 의미들 사이에 존재하는 하나의 장소, 하나의 규정성, 하나의 ‘움직이는 상태’를 산출한다. 이것은 다른 것 안에서 하나의 분출이 전제될지도 모르는 매체의 통합이 아니라, 항상 그리고 지속적으로 진동하는, 일시적인 ‘사이’에 있는 것이다.20)

그녀에 의하면 상호매체성은 바로 ‘사이’이다. 행위자와 수용자의 수행성을 통한 사건으로서의 공연이 생성될 수 있는 근저에는 바로 이러한 상호매체성, 즉 매체들 간의 경계를 넘어서고 분할할 수 있는 진동의 상태, ‘사이’의 상태가 있다.

이러한 변화, 융화, 해체 등이 가능한 상호매체적인 ‘사이’가 허용되지 않고서는, 일시적이고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으로서의 ‘사건’은 형성될 수 없다. 경계를 허물고 유동적인 ‘사이’의 상태를 형성하는 상호매체성은 전통적 공연예술에 존재 했던 제4의 벽21)을 ‘관통’하여 새로운 공간질서를 생성한다. 또한 ‘사이’의 공간을 경험하는 행위자와 수용자간의 상호작용적 지각 경험을 가능하게 하며, 이를 통 해 현존성을 전제하는 과정적 사건으로서의 공연이 가능하게 된다. 체플(Freda Chapple)과 카텐벨트(Chiel Kattenbelt) 또한 연극과 퍼포먼스의 상호매체성 Intermediality in Theatre and Performance의 서문에서 상호매체성이 ‘사이영역 (Zwischenfeld)에서 작동함을 언급한다.

우리의 논제는 상호매체적인 것이 경계들이 약화된 공간이라는 것이다. 그

20) Irina O. Rajewsky, Intermedialität (Tübingen/Basel: A. Francke Verlag, 2002), p. 22.

21) 제4의 벽은 전통적 공연예술의 무대와 객석을 가로막고 있는 보이지 않는 벽을 지칭한다.

즉 이러한 공연에서 관객은 결코 공연에 개입할 수 없다. 단지 연출가와 행위자가 보여주 는 퍼포먼스의 의미를 읽어내고 해석하는 수동적 수용자이다. 하지만 수행적 공연은 행위 자와 관객의 역할을 규정하는 제 4의 벽을 넘어섬으로써, 관객의 주체적 공연 개입을 통한 의미창출을 가능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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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고 우리는 공간, 미디어 그리고 현실의 혼합 내부에 그리고 공간 사이 (in-between)에 있다. 그러므로 상호매체성은 사고의 변환 과정과 어떤 차 이가 퍼포먼스를 통해 형성되는 과정이다.22)

카텐벨트는 “상호매체성은 하나의 매체에서 다른 매체로의 교체가 아니라, 여러 매체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전제 한다”고 논의하면서, “사이 공간” 즉 “Inter”

를 전제하는 사이공간에서 “상호작용들이 일어날 수 있다”고 단정한다.23) 매체들 은 다른 매체들과의 관계 속에서, 즉 매체들의 ‘사이 공간’에서 서로 구별되고 시 청각적 현상들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매체적 변형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매체들은 이미 상호매체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이러한 상호매체성은 매체의 차이를 가시적 으로 만드는 방법이며, 공간성에 관한 새로운 이해의 토대를 마련한다. “inter”라 는 접두어는 공간적 관계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러한 상호매체성은 매 체들 사이의 상호적 관계를 가능하게 하면서, 또한 그 차이를 명백하게 드러나게 하는 것이다. 그러한 차이들은 바로 ‘사이영역’을 만들게 되고, 이 영역에서 변환 의 과정이 실현되는 것이 바로 상호매체성이다.

페히(Joachim Paech) 또한 상호매체성의 공간적 관계를 설명한다. “상호매 체성의 형식들은 경계와 문지방처럼, 그 안에서 매체의 차이를 형상화시키는 분 열, 사이, 간격, 혹은 사이 공간이다.”24) 차이를 드러내는 변환하고 있는 과정으로 서의 상호매체성은 공간에 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며, 이러한 변환은 공연을 구성하는 신체, 이미지, 소리, 대상들 사이의 관계뿐만 아니라, 역동적으로 변환되

22) Freda Chapple, Chiel Kattenbelt, “Key issues in Intermediality in theatre and performance”, in: Intermediality in Theatre and Performance, hrsg. von Freda Chapple, Chiel Kattenbelt (Amsterdam-New York: Rodopi, 2006), pp. 11-25, 특히 p. 12.

23) Chiel Kattenbelt, “Multi-Trans-und Intermedialität: drei unterschiedliche Perspektiven auf die Beziehungen zwischen den Medien”, in: Theater und Medien: Grundlagen- Analysen-Perspektiven, hrsg. von Henri Schoenmakers, Stefan Bläske, Kay Kirchman, Jens Ruchatz (Bielefeld: Transcript Verlag, 2008), pp. 125-132, 특히 p. 129 참조.

24) Joachim Paech, “Intermedialität. Mediales Differenzial und transformative Figurationen”, in: Intermedialität. Theorie und Praxsis eines interdisziplinären Forschungsgebietes, hrsg. von Jörg Helbig (Berlin: Erich Schmidt Verlag, 1998), pp. 63-71, 특히 p. 25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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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유동하게 되는 관찰자의 지각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25)

살펴본 바와 같이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사이’로서의 상호매체성은 바로 현 대의 수행적 공연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이다. 행위자/수용자, 시간/공간, 기호적 몸/현상적 몸들의 ‘사이’에서 작동하는 여러 상호작용들이 공연을 고정된 의미 기 호가 아니라, 현장에서 우연적인 요소들을 통해 만들어져 가는 ‘사건’으로 작동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상호매체적인 ‘사이’공간은 무대라는 물리적 공간에 국한되 어있던 공간성을 수행적 행위를 통한 새로운 공간, 이질적 공간으로 변환시킨다.

이러한 변화는 행위자와 관객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그들의 지각 또한 변화시 킨다.

2. 역치적 공간으로의 전환

다양한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이러한 ‘사이’ 공간 개념은 피셔-리히테의 역 치성(Liminalität)과 변환의 카테고리에 관한 논의에서도 확인된다.

공간은 대립, 역치성과 변환의 카테고리의 사이-공간에서 열린다. … 재차 공연에서 가능한 미적경험은 가장 먼저 문지방경험(Schwellenerfahrung)을 투과시키기 위해 변환을 야기할 수 있는 문지방 경험으로서 서술된다는 것 이 보여 졌다.26)

피셔-리히테가 강조한 것처럼 역치적 공간은 “대립이 사라지고” 미적이고 비미적인 현실성 사이의, 예술, 삶, 매체 세계 사이의 이분법이 해체되는 하나의 공간으로 이해된다.27) 즉 모든 경계와 고정된 의미, 지각화의 관습을 넘어서는 공 간이다. 이러한 공간은 매체, 신체, 공간의 상호 순환통로를 만드는 상호매체적 변

25) Anerej Mirčev, “Intermediale Raumkonzepte”, p. 17.

26) Fischer-Lichte, Ästhetik des Performativen, p. 305.

27) Fischer-Lichte, Ästhetik des Performativen, p. 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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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의 공간이다. 따라서 우리는 상호매체적인 ‘사이’ 공간에서 새로운 ‘공간적 선회’

를 발견하게 된다. 이제 공간은 고정된 실재 공간으로서가 아니라, 수행적 행동과 상호매체적 매개의 결과로 새로이 형성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상호매체성은 매체들의 차이를 드러내고, 공간적 변화를 초래하는 “변환적 방식”으로 파악할 수 있다. 내부 공간과 외부 공간 사이의 차이 는 혼란을 초래할 수 있고, 일종의 ‘사이 공간성’을 도출한다. 사이 공간성은 ‘전위 (Verschiebung)’에 토대를 두고 있으며, 이러한 ‘사이’의 범주는 모든 고착화에서 벗어나고 모든 동일화를 거부하는 토포스로서, 잠재성, 사건성 (Ereignischaftigkeit) 개념과 관계된다. 즉 동일성에 고착화되지 않은 움직임의 공 간, 생성의 공간으로서의 ‘사이’ 공간은 역동성이 작용하는 공간, 진동의 공간, 잠 재적 공간이자 실제의 건축적 공간과는 다른 이질적인 수행적 공간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28) 이러한 수행적 공간은 푸코(Michel Foucault)의 이질적인 “헤 테로토피아(Heterotopia)”의 공간과 유사하다.29) 공연에서 수행적 행위를 통해 형 성되는 공간은 바로 실재하지만 ‘차이’를 드러내는 다른 공간인 헤테로토피아의 공간으로 볼 수 있다. 관객은 바로 이러한 공간, 즉 ‘사이’를 만들어내는 헤테로토

28) 자샤 발츠의 <Körper>에서 관객은 이러한 두 개의 공간을 지각하게 된다. 공연이 행해지 는 장소의 공간성과, 유리벽에 압착된 행위자들 개인의 행동과 집단의 행동과 관객의 행동 의 사이에서 생성되는 수행적 공간. 이러한 수행적 공간은 몸의 공간에서도, 움직임의 공 간에서도 그리고 형성된 이미지의 유동의 공간에서도 일시적으로 생성되는 것이다. 마치 우리가 공연에서 움직이는 몸의 연속적 움직임을 조형적 구성으로 인식하는 것은 바로 이 러한 신체의 흔적을 통해 형성되는 수행적 공간을 인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공연 에서 무대 공간과 매체들 사이에서 드러나는 공간성과, 몸 자체와 몸의 움직임들의 상호작 용적 관계에서 생성되는 이질적 공간성, 즉 수행성 공간성을 주체적으로 지각하게 된다.

29) 푸코는 ‘현실에 없는’ ‘유토피아’적 공간과 ‘실재하지만 절대적으로 다른, 모든 장소 바깥의 실재 장소들’을 ‘헤테로토피아’ 공간으로 구분한다. 이러한 헤테로토피아는 ‘서로 양립 불가 능한 복수의 공간, 복수의 배치를 하나의 실제 장소에 나란히 구현’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극장은 사각형의 무대 위에 서로 무관한 일련의 장소들이 이어지게 할 수 있고, 영화관은 이차원의 스크린에 사차원의 공간이 영사되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헤테로토피아는 대 체적으로 시간의 분할과 연결된다. 즉 우리가 전통적인 시간과 완전한 단절 속에 있을 때 제대로 기능하기 시작된다. 또한 헤테로토피아는 언제나 그것을 고립시키는 동시에 침투 할 수 있게 만드는 열림과 닫힘의 체계를 전제한다. (미셀 푸코, 다른 공간들 , 헤테로토 피아, 이상길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4), pp. 41-58, 특히 pp. 52-55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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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적 공간에서 자신의 몸과 다른 요소의 상호작용을 통해 주체적인 의미를 생 성해 나가게 된다. 그러므로 이러한 공간에는 몸의 흔적이 남게 된다. 그리고 이 러한 흔적의 지각이 바로 나와 타인의 몸의 지각과 공간과 몸의 얽힘에 의한 상 호매체적인 매개를 지각하게 한다. 이러한 공간은 일시적이고 우연적 사건이 일 어날 수 있는 잠재적 공간이며, 이 공간과 신체의 얽힘은 역동적인 긴장관계를 형성한다. 그리고 이 공간에서의 역동적인 상호작용은 이제 공연에서 기호성, 재 현, 커뮤니케이션을 구분하고 사건, 우연성, 잠재성 안에서 전개되는 공간적 영역 을 열어준다.30)

다시 말해 수행적 공간은 경계가 사라지는 역치적 공간이다. 이분법적 개념 의 사이에 존재하는 이러한 공간은 이질적 공간을 지각하게 할 뿐만 아니라, 공 간 안에서의 매체들의 상호작용 안에서 공연에 드러나는 매체성과 기호성의 ‘사 이’를 지각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상호매체적 ‘사이’는 공간이 변화뿐만 아니라, 공연에서의 신체성의 변화, 몸의 지각의 변화를 생성한다. 전통적인 공연 무대는 신체성과 매체성, 물질성과 기호성 사이의 어떤 차이를 상호관계 안에서 제시할 수 없다. 하지만 이중의 대립을 넘어서 상호매체성은 불안정한 지각을 야기하고 관중에게 변환적인 효과를 제공할 수 있는 진동하고 있는 상태 안에서 작동하고 있다. 이러한 진동은 피셔-리히테에 의하면 ‘관객의 지각을 특정한 공간성, 신체 성, 소리성으로 유도하는 공연의 근본적 특성’31)이기도 하다. 따라서 지각되는 사 건으로서의 공연은 이러한 ‘사이’ 상태에서의 진동에서 생성되는 상호매체적인 관 계 안에서 논의되어야 하며, 이러한 관계는 또한 이중적 신체성을 통한 지각의 변화에 관계됨을 다음에서 살펴 볼 것이다.

30) Mirčev, “Intermediale Raumkonzepte”, p. 26.

31) Erika Fischer-Lichte, “Theater als Modell für eine Ästhetik des Performativen”, in:

Performativität und Praxis, Jens Kertscher, Dieter Mersch, Hrsg. (München: Wilhelm Fink Verlag, 2003), pp. 97-111, 특히 p. 107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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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중적 신체성의 지각

크래머는 “신체성의 변형은 잠재화의 조건 아래에서 공간성 자체의 변형에 관계 된다”32)고 논의한다. 위에서 논의한 것처럼 경계를 초월하는 상호매체적 공 간의 움직임에서 관찰자, 예술사건, 행위자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공간 과 신체성의 변형이 생성되는 것이다. 전통적 공연은 관객에게 행위자의 기호적 인 몸만을 보도록 강요했다. 하지만 수행적 공연에서 관객은 기호적인 몸과 현상 적인 몸을 지각하게 된다. 피셔-리히테는 이러한 현상적 몸과 기호적 몸 사이의 긴장관계를 “연기자의 현상하는 몸과 그의 인물 표현 사이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33)으로 설명하면서, 현상적 몸과 기호적 몸 사이의 진동을 바로 수행적 공연 의 ‘체현’ 개념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나는 현실 속에 존재하는 육체 자체로서의 배우와 인물의 표현 사이에 존 재하는 긴장을 공연에서의 몸성의 드러냄에 관한 연구의 단서라 생각한다.

[…] 무엇보다 몸성의 드러냄과 그것의 지각 자체는 하나의 잠재성과 영향 력적 요소로서 특수하게 드러나는 두 가지 현상이다. […] 체현의 과정과 현존의 현상 속에서 공연이 파악된다.34)

그녀에 따르면 체현은 행위자 몸의 고유한 물질성과 등장인물의 상징적 기 호성 사이에서 일어나는 지속적인 지각 과정의 결과물이다. 피셔-리히테는 체현 을 네 과정으로 분석한다. 첫째 ‘연기자와 역할 관계의 전도’를 통해 행위자의 몸 이 하나의 표현의 수단도, 기호 형성을 위한 물질도 아님을 강조한다. “몸의 물질

32) Sybille Krämer, “Verschwindet der Körper? Ein Kommentar zu virtuellen Räumen”, in:

Raum-Wissen-Macht, hrsg. von Rudolf Maresch, Niels Weber (Frankfurt a. M:

Suhrkamp Verlag, 2002), pp. 49-68, 특히 p. 50 참조.

33) Erika Fischer-Lichte, “Was verkörpert der Körper des Schauspielers?”, in: Performativität und Medialität, hrsg. von Sybille Krämer (München: Wilhelm Fink Verlag, 2004), pp.

141-162, 특히 p. 141 참조.

34) Fischer-Lichte, Ästhetik des Performativen, p.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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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배우의 행위를 통해 태워져 하나의 에너지로 변해야 한다. 배우는 자신의 몸 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을 스스로 행위자로 만든다. 살로서의 몸은 여기서 체화된 정신으로서 행위 한다.” 몸을 통한 체현은 상징적 표현이 아니라, 몸에 존재를 가진 무엇인가가 나타난다는 것을, 즉 행위자 자신의 현상적 몸이 드러남을 의미한다. 둘째 ‘행위자 개인 신체성의 강조’. 현대 공연에서 행위자 개 인의 몸성을 강조하는 구성들을 통해 몸 자체가 공간을 통해 움직이는 공연의 주 대상으로 기능하고, 무대에서 몸의 고유한 존재의 전시가 이행되는 것이다. 무대 에서의 몸의 전시는 배우의 몸을 변형시킨다. 셋째 ‘신체의 불안정성’. 무대에서 불안정한 신체를 보여줌으로써, 관객은 등장인물이 아닌 행위자의 현상적 몸을 지각하게 된다. 즉 관객은 배우의 현상적 몸이 지니는 영향력에 노출되며, 이러한 영향력은 개개의 현현상적 몸이 지니는 고유성이 가장 특별한 방식으로 지금, 이 자리에서 드러난 것이다. 넷째 ‘크로스 캐스팅’을 통해 연기자의 몸을 주목하게 하 고, 연기자의 몸과 인물을 분리해서 인지하게 하는 방식이다.35)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피셔-리히테가 논의하는 체현의 과정이 현상적 살로서의 몸36)과 인물의 기호적 몸이 지니는 이중성 속에서 파악되고 있다는 것 이다. 무대에서 보여 지는 신체의 이중성은 관객에게 독특한 지각의 경험을 창출 한다. 보는 자와 보이는 자, 즉 관객과 행위자 사이의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살’이다. 관객은 행위자의 행동을 통해, 행위자는 관객의 행동을 통해 서로 영향을 받게 되고 상호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앞서 논의했던 행위자와 관 객의 ‘공동-현존’을 통해 가능한 것이며, 또한 관객은 자신의 현상적 몸을 통해 행위자의 기호적 몸과 현상적 몸 ‘사이’에서 일어나는 무언가를 지속적으로 지각 하게 된다. “미학적 지각은 초점이 배우와 행위자의 현상적 몸과 기호적 몸 사이 35) Fischer-Lichte, Ästhetik des Performativen, pp. 140-150.

36) 그녀는 체현 개념이 메를로 퐁티(Maurice Merleau-Ponty)의 ‘살’의 철학과 연결되어 있다 고 본다. 퐁티의 ‘살’의 철학은 육체와 영혼, 감각과 비감각각 사이를 이분법적 방식이나 형이상학적 방법이 아닌 형식, 즉 육체적이고 감각적인 것에 근거한 비대칭으로 연결한다.

우리의 몸은 항상 이러한 ‘살’을 통해 세상과 연결되는 것이다. 인간의 모든 행위는 신체를 통해 이루어지고 체현화된다. 따라서 “신체는 살의 속성 속에서 모든 도구적이고 기호적인 기능을 넘어선다.” (Fischer-Lichte, Ästhetik des Performativen, p. 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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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진동할 때 일어난다. 이것은 지각하는 자를 일종의 ‘사이’ 상태에 빠지게 한 다.37) 즉 공연에 나타나는 신체의 이중성과 이를 지각하는 관객 사이에는 상호매 체적 ‘사이’ 공간이 생겨나는 것이다. 이러한 ‘사이’에서 생성되는 체현은 지각의 경계에서 만들어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피셔-리히테에 의하면 “체현의 개념은 ‘텍스트’ 혹은 ‘재현’과 같은 개념들의 해명에 직면하여 방법론적 변경의 수정요구로서 기능해야만 한다.” 우리는 신체와 그것의 연출을 완결되지 않은 현상으로서보다는, 전적으로 규정, 분리 그리고 분 할에 열려있는 구성으로서 고찰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역동적인 감정과 연결된 신체되기(Körperwerden)의 잠재성에 근거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행적 인 기능의 강조를 통해서 배우의 강화된 육체적 현존을 통해 고유한 신체성에 주 목하게 되는 관중의 지각의 변환이 나타난다.38) 앞서 수행적 공연의 예로 제시했 던 <Körper>는 이러한 이중적 몸 사이에서의 체현의 과정을 보여준다. 이 공연 에서 관객은 먼저 행위자 개인의 현상적인 몸을 지각하게 된다. 유리에 압착된 그들의 신체는 흔히 우리가 춤에서 상상하는 조형적인 몸의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는다. 따라서 관객은 일그러지고 압착된 그들의 몸 자체를 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개인들이 서로간의 행동과 관계 속에서 만들어가는 움직임의 행위, 사 이 공간에서의 창발적 요소들을 통해 기호적인 몸을 지각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 한 두 가지 몸의 지각을 통해 자신들의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의미 생성의 과정을 진행한다. 즉 체현의 과정으로 나아가는 것이다.39) 행위자와 관객

37) Fischer-Lichte, Ästhetik des Performativen, p. 151.

38) Fischer-Lichte, Ästhetik des Performativen, p. 160.

39) <Körper>에서 행위자의 몸과 등장인물의 상징적 몸 사이에서의 체현은 <Körper>에서의 왜곡된 신체들의 융합적 움직임 과정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두 명의 춤꾼이 천 조각 아 래에서 서로에게 단단하게 연결되어서 그로테스크하고 느린 움직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움직임은 춤꾼들에 의해 반복되며, 점점 더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바뀐다. 이제 무대 위 공 간은 매우 무질서하고 시끄럽게 변한다. 많은 춤꾼들이 동시적으로 다양한 움직임을 수행 한다. (Mirčev, “Intermediale Raumkonzepte”, pp. 210-212 참조). 이러한 변화는 기호적 몸 과 현상적 몸의 지각에서 관객의 시선을 현상적 몸의 행위로 더욱 주목하게 한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지는 소리, 빛 등은 관객의 지각을 분산시킨다. 그리고 앞서 논의했던 수행적 공간들이 행위자들 주변 곳곳에서 창발적으로 생성된다. 여기서 관객은 다시 주체적 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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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이제 공연의 열린 구조 안에서 스스로를 반영한다. 그리고 경계들이 해체된 공간 안에서 스스로의 신체로 공연을 지각하고 구성하게 되는 것이다.

살펴본 바와 같이 수행적 공연에 드러나는 상호매체적인 공간의 열린 구조 는 공연에서의 신체성 또한 변화시킨다. 전통적 공연에서 최대한 숨겨야 했던 행 위자의 현상적인 몸은 수행적 공연에서 중심적 위치를 차지한다. 경계를 넘어서 는 ‘사이’, 우연적 사건과 돌발적 요소들의 창발적 과정을 통한 사건을 형성하고자 하는 수행적 공연은 이러한 현상적인 몸을 주목한다. 그리고 몸을 통한 기호화는 행위자, 수용자 개인의 지각적 과정과 경험을 통해 개별적으로 생성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므로 수행적 공연에서 하나의 정해진 주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 만 공연 진행 과정 속에서 신체와 공간, 서로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지는 변화하는 ‘사건’이 존재할 뿐이다. 이러한 공연에서의 변화를 가능하게 한 것이 바 로 수행성 개념이며, 이러한 전환은 모든 것에 열려있는 ‘사이’의 공간에서의 다양 한 요소들의 상호매체적인 관계형성을 통해 가능한 것이라 본다.

Ⅳ. 나오는 말

이제 우리는 몸을 통해 재현되는 의미를 해석해야만 하는 공연에서 벗어나 게 되었다. 그리고 몸의 행위가 만들어내는 기호적 의미가 아니라, 행동을 통해 스스로 의미를 구성해나가는 과정적 공연을 조우하게 되었다. 공연에서의 수행성 개념은 행위자와 관객이 ‘사건’과 ‘현존’에 주목하게 하면서, 공연예술을 하나의 행 위의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하였다. 그러므로 이제 공연에서 재현적 의미를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표현의 과정을 통한 상호매개적 지각을 경험하게 된다. 행 위의 과정으로서의 공연은 우연을 산출하는 열린 공간을 열어주었고, 이러한 공 연 실행은 수행적 전환을 기반으로 하는 사건성, 공간성, 신체성, 과정성 그리고

형성의 단계, 자신의 몸적 경험에 기반한 새로운 의미형성의 단계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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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지시성의 상호관계로 이해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열린 구조는 기호성과 매체 성간의 진동이 작용하는 상호매체적인 경계 초월의 장이기도 하다. 수행적인 행 동을 통한 퍼포먼스의 변화는 공연 구조, 공간, 그리고 지각의 커다란 변화를 초 래했다. 행위자와 관람자의 실제 ‘공동-현존’을 통해 구성된 수행적 행동은 공동 주체들의 상호작용을 생성했고, 공연이 가진 현장성과 일시성을 해석할 수 있는 새로운 단초를 제공했다. 또한 기존의 공연들에서 제시되었던 고정된 의미화 과 정, 고정된 역할, 그리고 공연장에서의 제4의 벽에 의한 소통의 단절을 해체할 수 있는 상호관계적 논의를 가능하게 해 준다.

행위자와 관객의 공동-현존을 전제하는 수행적 공연은 하나의 작품이 아닌 사건성을 생산한다. 이러한 사건을 통해 ‘공간성’, ‘물질성’, ‘신체성’ 간의 수행적인 상호매체적 관계가 형성되며, ‘창발’적 요소들을 통한 관객의 주체적 미적 경험이 만들어진다. 또한 개인적이고 현상적인 몸의 체현의 과정을 통해 사이 상태로서 의 지각적 과정이 행해진다. 이러한 수행적 체현은 과정적 체현이다. 이와 같이 규정되지 않은 몸의 상태를 전제로 하는 진동 상태의 몸은 되기의 과정, 공간적 변화, 체현의 과정을 전제하고 있다. 재현과 의미전달을 중시했던 전통적 공연에 서 행위자와 관객은 제4의 벽에 의한 철저한 단절의 공간에 속해 있었다. 행위자 는 의미 전달자로, 관객은 수동적 수용자로 공연의 고정된 의미를 해독해내어야 하는 의무를 부여받았다. 하지만 공연의 수행적 전환은 이 모든 패러다임의 전복 을 가능하게 했다. 이제 공연의 의미는 일방적인 생산과 수용의 차원을 벗어난다.

공연에서의 공간의 해체는 양자 간의 지각의 변화를 가져왔다. 현장에서 이루어 지는 과정적 사건으로서의 공연은 행위자와 관찰자 사이의 상호관계를 통한 자기 생산적 의미 생성의 과정을 열어주었다.

수행적 공연은 우연성과 돌발성, 비예측성을 통해 구성된다. 공연에서 생성 되는 이러한 창발적 요소들은 관객이 자신의 몸을 통한 자기지시적 구성과 주체 적 지각을 가능하게 한다. 전통적 공간성, 신체성, 지각의 해체의 과정에서 나타나 는 상호매체적 공간은 시각적 공간을 ‘촉각적 공간’으로 변모시켰다. 촉각적 공간 에 나타나는 ‘사이’의 상태는 매체들의 차이를 드러내는 변환적 방식으로서의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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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매체적인 전위를 통한 역동적 긴장관계, 즉 진동의 상태를 야기한다. 이러한 촉 각적 공간은 이미지를 신체화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으며, 신체의 흔적들을 공간 에 그려나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열린 공간에서 행해지는 공연은 바로 살아있는 공간성을 주목하게 한다. 내부와 외부 경계의 분산을 통한 공간의 개방성과 불완전성은 공연을 지속적인 생성의 상태에, ‘사이’의 상태에 머무르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공간은 또한 신체화된 공간임을 앞서 논의했다. 배우의 고유한 물질 성과 상징적 기호성을 드러내는 등장인물이라는 관계의 지속적인 인지적 과정으 로서의 ‘체현’을 통해 이중의 신체 사이에서 진동하는 관객의 지각이 새로운 지각 을 창출함을 확인했다. 이러한 ‘사이’에서 나타나는 지각의 변화는 경계들이 해체 된 공간 안에서 행위자와 관객이 스스로의 신체로 공연을 지각하고 구성할 수 있 게 한다. 경계들이 해체된 공간은 관객이 자신의 역동적인 감정과 연결된 신체되 기의 과정 속에서 자신의 신체를 통해 공연을 지각하고 구성가능하게 만들었다.

지각 사건으로서의 공연은 결국 수행적인 사건의 생산 과정이 다양한 요소들의 결합 과정에서 매체들의 상호매체적 관계성을 만드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수행적 공연에 드러나는 상호매체적인 공간의 열린 구조는 퍼포먼스의 진행에서 자신의 신체와 공간으로 사건을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므로 상호매체적인 공간성은 사이영역으로서 개별적인 것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다른 요소들과의 유대를 강화했던 전통적인 공연의 역할을 벗어난 공연의 새로운 변환 의 가능성을 제공하는 것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공연예술의 지 평을 넓혀준다. 수행성에 기반한 상호매체적 공간 변화는 고착된 모든 관계와 경 계들을 벗어난 ‘사이’의 공간에서 행위자도, 관객도 상호적인 관계망 안에서 공연 을 만들고 해석해 나갈 수 있는 지속적 생성의 과정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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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문투고일: 2015년 12월 14일 / 심사기간: 2015년 12월 15일-2016년 1월 14일 / 최종게재확 정일: 2016년 1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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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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