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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에 수요자를 위한 꽃길을 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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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국토이슈와 대응 방향 26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듯 부동산투기는 국민 주거불안의 원인이다. 많은 임차가구가 내 집 마련을 소망하지만, 집을 구입할 수 있는 여건은 별반 나아지지 않고 있다. 부동산 투기 때문이다. 투기의 힘은 불로소득에서 나온다. 국민 주거안정을 위해 철저한 불로소 득 환수로 투기를 없애고 주택의 수급안정을 달성해 실수요층이 집 걱정 없는 사회로 갈 수 있는 꽃길을 조성해야 한다.

위기(crisis)에는 전환점이란 의미가 있다. 중대한 순간 혹은 결정적 순간을 전환점이라 한다면 그 순간의 전후는 확연하거나 혹은 많이 달라야 한다. 이 시기에는 과거 질서가 빨리 무너질 것처럼 예견들을 하지만, 실상은 새 질서가 분명치 않기 때문에 형상을 구 체화하기가 무척 어렵다. 경험적으로 볼 때, 우리가 변화의 속도를 느낀 시기가 있었다.

1997년의 IMF 외환위기가 그것이다. 외환위기는 1997년 11월 21일 시작되어 2000년 12월 4일까지 37개월이나 지속됐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는 평생직장 대신 비정규직 과 계약직 증가, 결혼 감소, 합계출산율 1명대로 바뀌었다. 1~2인 중심의 가구구조와 고 령화 · 저성장 · 저금리로 소득 및 자산 불평등과 양극화가 새로운 노멀이 되었다.

재래드 다이아몬드는 저서 「대변동 위기, 선택, 변화」(2019)에서 개인과 국가의 위기에 성공적으로 대응하려면 선택적 변화(selective change)가 필요하다고 했다. 선택적 변화 는 바람직한 순간과 사회로 이동하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것과 폐지해야 할 것을 명확 히 하는 데서 출발한다. 이를 위해 우선 코로나19 사태가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충격에 대 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부동산시장 위기는 수요, 공급, 가계부채라는 3종 요인의 결합에 의 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있지만 경제위기 충격을 감안할 때 1600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문제를 무시해도 될 상황은 아니다. 그렇다고 주택시장 일 부에서 나타나고 있는 가격 하락이나 거래량 감소를 인용해 과도하게 불안 심리를 조장

코로나19 위기와 부동산시장 충격의 단기 처방책

주택시장에 수요자를 위한 꽃길을 깔자

이수욱 | 국토연구원 주택ㆍ토지연구본부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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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4호 2020 June

하는 것도 현시점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 당분간 부동산시장에서는 강한 규제와 실수 요자의 관망으로 주택가격의 약보합세나 횡보가 예상된다. 이런 주장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위기 이후의 대응책 마련을 미루자는 뜻은 아니다. 저금리와 풍부한 시중 유동 성, 민간임대사업자 증가 등으로 부동산시장 상황은 과거 1997년이나 2008년 경제위기 때와는 많이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는 방비만으로도 현재는 충분하다는 의미이다. 방비 책은 부동산시장 충격 경로 중 약한 고리를 보강하는 것으로 가능하다.

코로나19 사태 충격이 주택시장에 미치는 경로는 코로나19가 실직과 소비 감소로 이 어져 가계 유동성 부족을 유발하고, 현금이 부족해진 가계는 주택을 매각하거나 경매로 내놓는 양이 증가하게 되어 서민의 주거안정을 해치게 된다. 늘어난 공급은 제때 해소되 지 못해 다시 가격하락을 가져온다. 이러한 공급충격은 부동산시장에서 수요층이 형성되 지 않는 데 기인한다. 수요자의 관망세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코로나19에 대처하 는 위기 대응 방식은 공급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완충장치를 정책화하는 것이다. 가칭 주 택은행을 설립해 경매나 급매로 처리할 주택을 매입한 후 임대주택으로 재공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코로나19 사태의 팬데믹이 선언되자 일각에서는 경기위기 극복을 위한 부동산시장 규제 완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우리 부동산시장은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이는 부적절한 주장이다. 과거 위기 극복 이후 에 나타났던 투기와 불평등, 가격폭등이라는 부작용 역시 보다 신중하고 장기적인 관점 에서의 위기 대응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 기조는 투기수요 근절, 맞춤형 대책, 실수요자 보호로 정리 된다. 이러한 정책기조는 2017년 8 · 2대책과 2018년 9 · 13대책을 통해 골격을 갖추게 되 었고,1)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도 이러한 정책기조는 여전히 유효하고 지속될 것이다. 따라 서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최우선 과제 역시 투기가 소멸된 부동산시장을 실현하는 것이 고, 이를 위해서는 부동산 보유에 따른 불로소득 창출을 차단해야 한다.

투자와 투기의 차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존재하지만, 투기를 ‘생산에서의 수익 적 사용보다는 매각으로 인한 자본이득(capital gain)에 중점을 둔 소유(Barlowe 2016)’,

‘수익률이 비현실적으로 높은 자산에 단기간에 투자(Botha 1970)’하는 행위로 보면(정우 형 2018, 9-10, 내용 재정리), 결국 단기간에 자본이득을 실현하는 모든 행위가 투기가 된다. 부동산투기의 동기는 타 대체재에 비해 자본의 투자수익률이 높다는 데 있다. 가격 상승에 의한 불로소득 발생은 건전한 근로의 가치를 훼손하고, 사회의 양극화와 불평등 을 당연시하는 풍토를 낳았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최우선 과제, 투기차단과 철저한 불로소득 환수

1) 주요 정책으로는 다주택자와 가수요자들의 투기 차단, 자산 불평등 확대 억제를 위한 보유세 강화, 주택 구입을 제한하 는 규제지역 지정 확대, 주택대출 제한, 거래세 강화, 전매제한 강화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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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국토이슈와 대응 방향 28

2018년 주택소유통계를 보면, 주택소유자 1401만 명 가운데 219만 2천 명(15.6%)은 주택을 2채 이상 소유하고 있는 다주택자다(통계청 2019b). 다주택자는 주택경기에 따 라 적게는 2만 8천 명, 많은 해에는 14만 명이 증가하기도 했다. 신규 공급된 주택 중 약 40% 내외는 다주택자들에게 돌아가고 있고, 이들의 절반은 서울 등 수도권에 거주한다.

그 결과 우리는 세 가구 중 한 가구가 남의 집을 빌려 쓰고 있는 사회를 살고 있다. 첫 집 마련에 7.1년이 걸리고, 집 구입을 위해서는 연소득의 6.7배(평균 PIR)를 모아야 가능하 게 되었다. 임대료도 월소득의 21.1%(평균 RIR)나 내고 있다(통계청 2019a).2) 저성장으 로 가계소득 증가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성실한 국민이 급등하는 주택가격을 따라잡 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는 PIR, RIR 같은 주거 관련 부담을 절반 이 하로 낮추는 것이 정책목표가 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부동산투기 소멸과 소유편중을 완 화하는 시장정책을 확대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본격화되면서 언택트 시대가 앞당겨지고 있다. 부동 산시장 거래방식의 가장 큰 특징은 대면거래에 있었다. 하지만 대면거래에서도 정보격 차나 개인정보를 오용한 허위문서 작성과 거래사기, 과장광고, 주택하자와 불충분한 정 보 제공 등이 빈번했다. 앞당겨질 언택트 시대에는 부동산 가상투어 서비스, 가상현실 (Virtual Reality: VR)과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을 이용해 스마트 기기만 가 지고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부동산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이러한 기술 발달 은 부동산정보에 대한 소비자의 접근성을 크게 높여주지만, IT산업 환경에 익숙지 않은 계층과 익숙한 계층 간의 이용불평등 발생이나 개인정보 공개에 따른 소비자 인권침해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과제도 던져주고 있다.

사회는 살아 있는 생명체다. 공동의 생명체는 신뢰와 믿음으로 발전하고, 희생과 양보 를 끌어낸다. 대도시의 부동산시장에서 서민과 실수요층은 주택에 쉽게 접근할 수 없다.

도시의 주택은 다주택자의 돈벌이 창구이면서 어떤 집에 거주하는가에 따라 신분을 결정 하게 된 지 오래다. 끊임없이 사회 갈등을 유발하는 주택에 변화가 필요하다. 포스트코로 나 시대의 부동산정책은 실수요층이 한층 수월하게 내 집을 마련할 수 있게 해주고, 부동 산시장은 서민의 주거비 부담이 큰 폭으로 줄어든 곳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 부동산 공개념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담아내는 그릇을 만들어야 한다.

인간 생활의 필수품인 주택은 사는 것(buying home)이 아닌 사는 곳(living place)임을 구성원 모두가 받아들여야 한다. 공개념은 공정한 소유와 분배 그리고 지속가능성의 철 학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한창 대두되고 있는 그린 뉴딜의 가치와 괘를 같이 한다. 이에 더해 코로나19 사태로 주택은 사는 곳에서 일터(격일 재택근무)와

앞당겨진 언택트 시대, 실수요층을 위한 주거안정의 꽃길을 깔자!

2) 평균 PIR 기준으로 수도권 8.6배, 월소득 대비 월임대료 비율(평균 RIR)은 수도권 24.0%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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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4호 2020 June

교육기관(온라인 교육), 의료기관(격리시설)의 기능도 포함하는 작은 사회임을 확인했다.

더 빨라질 1~2인가구 증가와 언택트 사회를 감안할 때, 기능과 용도가 다변화된 주택공 급에 필요한 공공성 논의가 풍부해져야 한다.

둘째, 주택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시장재로서 주택의 속성을 점차 축소해나가야 한다.

보유주택 수를 조세제도를 통해 강력히 규제해야 하고, 수요관리를 위한 금융규제 내용 에는 소비자뿐 아니라 공급원인 금융기관에 대한 책임도 한층 강화해야 한다. 시장안정 을 위해서는 보다 신중한 대출관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유한책임(비소구)대출3) 정착으 로 소비자에게 위험이 전가되는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아울러 주택시장에서 공공성 중시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공공주택 비중 확대와 입주대상 다양화가 필요하다.

2023년부터 유형이 통합된 공공임대주택 공급이 본격화되는 만큼 지역 상황이나 특 성에 맞게 저소득층 · 서민층 외에 중산층까지 단계적으로 입주대상을 넓혀 나가는 것 이 바람직하다.

셋째, 규제지역 지정은 범규제지역 지정으로 강화해야 한다. 부동산정책의 기조는 유 지되어야 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은 탄력적이어야 한다. 맞춤형 핀셋 정책은 국 지적 불안과 풍선효과를 낳는 부작용이 있다. 전국 혹은 대도시나 인구 20만 명 이상 도 시를 단위로 일정 규제수준과 범규제지역을 베이스로 정해놓고 투기가 우려되는 일부 지 역에는 더 강한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 부동산시장 규제가 강화되면 투기는 더 교묘하게 법망과 시장 질서를 피해가는 행태로 나타날 것이다. 그럴수록 조세와 행위규제를 통한 강력한 불로소득 환수로 투기수요 자체가 시장에서 자리 잡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실수요층이 주거불안 없이 살 수 있는 사회로 가는 꽃길도 놓을 수 있다.

재러드 다이아몬드. 2019. 대변동 위기, 선택, 변화. 파주: 김영사.

정우형. 2018. 한국의 토지투기사. 고양: 피앤씨미디어.

통계청. 2019a. 2018 주거실태조사, 1월 4일. 발표자료.

_____. 2019b. 2018 주택소유통계, 11월 19일. 발표자료.

참고문헌

3) 유한책임대출은 채무자의 상환 능력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대출자의 상환 책임을 담보물(해당 주택)에 한정하는 대출.

참조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