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 건설산업 기술혁신의 기술혁신의 영역과 영역과 한계 한계
홍 성 웅 | 한양대학교 겸임교수
1. 시작하며
1)최근 세계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 우리 나라 건설업계가 미분양과 유동성 부족으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정부의 무리한 신도시 및 부동산 정책과 그 것을 몸집 불리기의 기회로 삼은 건설 업체들이 연쇄 부도의 위 기에 처하고 있다. 특히 프로젝트 금융(project financing)으로 출발한 금융위기는 건설 산업뿐 아니라 우리 경제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금융업과 건설업 두 부문의 안이하고 낙후한 경영이 실물 경제 전 반에 피해를 끼치는 결과가 되었다.
과거 건설 산업이 우리 경제성장의 견인차였다는 주장은 지나친 것이 아니다. 우리 건설 산업은 압축성장시대 의 급격한 도시화와 산업화 과정에서 급증한 주택과 사회간접자본의 수요를 감당하였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데 주역을 한 것이다. 또한 우리 건설업은 해외시장에서도 활동의 폭을 넓혀 왔다. 1970년대는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 로 중동 특수를 맞았고, 최근에는 해외 엔지니어링과 플랜트의 수출로 견실한 기반을 다져 왔다.
우리 건설업은 오랜 동안 정부의 규제 속에서 최대 발주자인 정부에 종속적인 관계를 유지하여 왔다. 업역과 면 허제도의 보호 속에서 건설업의 중요한 관심사는 기득권의 유지였다. 기술혁신을 통하여 양질의 제품을 공급하려 는 지속적인 노력보다는 수주를 확대하여 단기간에 수익을 올리려는 경영 풍토가 지배하였다. 오래 동안 길들여 진 안이한 관행은 한적한 농촌이나 대도시에 같은 모양으로 건축한 성냥갑 같은 아파트 군을 보아도 짐작이 간다.
건설업계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마다 건설업이 차지하는 국민 경제적 위상이나 경기 대책으로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는 예가 많았다. 그러나 앞으로 우리 경제와 산업구조가 많이 성숙되어 가면서 건설 산업만을 위한 파 격적인 지원을 정부가 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워 질 것이다.
건설산업이 기술과 경쟁력을 바탕으로 자생적인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건설산업의 속성에 대하여 새로운 인식
1) 이 글은 2007년 Asia Construct의 기조연설 내용을 토대로 한 것이다.(Hong, Sung Woong, "Innovation in Construction:
Hindrances and Opportunities", Asia Construct Conference, October, 2007)
지 · 상 · 특 · 강
이 필요하다. 건설 산업의 새로운 발전 방안은 제품, 생산과정 그리고 생산조직의 특성을 바탕으로부터 모 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건설 산업에서 혁신의 장애 요인과 기술혁신이 가능한 영역이 무엇인지에 대한 새로운 평가가 있어야 할 것이다.
2. 우리 건설 시장의 특성
1) 양적 성장
과거 건설산업은 두 자리 수의 경제성장을 지탱하기 위한 산업기반과 사회간접자본시설 수요를 소화 하고, 급격히 불어난 도시인구의 주거 수요에 대응하였다. 그 결과 건설업의 성장 속도는 경제 성장을 앞 질렀다.
건설산업은 정부 개발정책의 충실한 시행자로서 급속한 산업화와 인구의 도시집중에 필요한 산업시설, 도시 주택과 사회간접시설을 적시에 공급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되는 과제였다. 건설 수요는 비교적 단순 한 기능을 제공할 수 있는 시설로 충분하였으며 안전이나 질적인 측면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므로 우리건설업은 대규모의 사업을 처리하는 시공능력이 주류를 이루었고, 다수의 대형 건설 업이 출현하였다. 우리 건설업의 대형화는 진입규제나 정부 정책 등 시장 외적인 요인들의 영향이 컸던 것 으로 볼 수 있다. 보다 경쟁적 시장 환경이 정착될 경우, 많은 대형 건설업체들이 현재와 같은 규모를 유지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현재 건설업이 국내 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 안팎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 건설 산업의 국가 경제에서의 비중은 동남아시아의 신생 공업국이나 선진국에 비하면 높은 수준이다.
2) 규제
우리 정부는 산업화 초기에 건설업의 품질 관리와 산업 육성을 위한 방안으로 면허제를 도입하였다. 이 러한 진입의 벽은 기업규모의 확대와 대기업의 시장지배력(market power)을 강화시킨 배경이 되었다. 규 제의 틀 속에서 건설 시장은 제품의 질로서의 경쟁이 아니라 건설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에 관심이 모
아졌다.
제도적인 진입장벽은 그 후 여러 단계를 거처 점진적으로 완화되고 건설시장 구조에도 많은 변화가 있 었다. 그러나 현재의 건설업의 경영과 조직운영에 과거의 흔적이 남아있다. 현재 건설업에 진입하기 위해 서는 등록이나 신고를 해야 한다. 건설산업내의 세분 업종도 법률로서 규정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건설산업은 독점 경쟁인 것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건설산업의 독점적 경향은 규모의 경제에 서 발생하는 자연독점과는 다른 것이다. 건설 산업의 독점적 경향은 건설제품이 고유한 위치를 갖고 고유 한 기능을 하는 데서 발생하는 공간 독점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진입장벽이 낮아질수록 기업은 제품의 질 과 성능으로서 경쟁하게 될 것이다.
3) 신뢰성과 거래비용
Webster 사전에서 "pork barrel" 이라는 속어는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하나는 정부의 부당한 특혜이 고 다른 하나는 정부 사업 즉, 공공 공사를 의미한다. 공공사업이 납세자의 이익이 아니라 특수한 이익집단 과 정치인이나 관료집단의 이익을 위해서 계획되고 집행되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는 점을 반영하는 것이다 (홍 성웅, 2006).
우리 사회에서 건설업은 도덕적 해이가 심한 산업으로 인식되어 있다. 그 동안 건설 산업은 부실공사, 공동행위, 비자금 등과 관련되어 빈번한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었다. 건설업의 도덕적 해이의 문제는 궁 극적으로 독점적 경쟁이라는 건설업의 제품 속성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다. 정부는 공공사업의 발주자로서 그리고 건설산업의 규제기관으로 건설업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 공공사업비중은 40-60%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정부는 발주자로서 그리고 국민의 대리자로서 피 규제 기관인 건설업을 감독할 의무가 있다. 규제기관 과 피 규제기관의 관계가 오래 지속되는 경우 두 기관 사이에 기능적인 의존관계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독과점적인 시장에서는 두 기관이 서로 상대의 볼모가 되는 상황으로 진전될 수 있다. 소위 포로이론이라 는 행태와 도덕적 해이의 한 가지 형태이다.
건설업의 신뢰성의 문제는 건설산업의 특성인 한시적 생산조직에 의한 고유제품의 옥외생산이라는 건 설업의 생산 특성에서 연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건설은 다양한 거래자와의 계약을 토대로 이루어진 다. 이들 계약은 미래의 재화와 서비스에 관한 약속이며 불확정 계약(incomplete contract)의 속성을 갖는
다. 건설기간에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한 조건들을 계약에 담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건설은 생산과정에서 다양한 원 하도급간 그리고 자재 공급자와의 계약 등 다양한 계약 망(nexus of contract)으로 구성된다. 이와 같이 미래의 약속이라는 주문생산 방식과 생산조직의 개방성은 건설업의 속성이라고 볼 수 있다. 계약의 불확정성은 건설산업에서 정부 수요가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실과 함 께 건설업의 도덕적 해이가 다른 업종에 비하여 높을 수 있다는 구조적 배경이다(홍성웅, 2006).
우리 건설업은 사회적 신뢰가 낮은 편이다. 따라서 계약의 이행을 보장하기 위한 규제와 감독을 위한 거 래비용(transaction cost)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것은 건설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건설 산업 발전의 심각한 장애 요소가 된다.
3. 구조적 장애 요소
정보 통신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대부분의 산업 부문에서 기술혁신이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건설업 이 GDP와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보면 건설업의 기술 혁신은 국가경제에서 실로 중요한 의미를 갖 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설업은 기술 혁신에는 뒤떨어진 낙후 산업이라는 오래된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기술혁신에서 건설 산업은 낙후된 산업으로 알려져 있다. 뉴욕의 Empire States Building은 13개월의 공사기간에, 책정된 예산으로 건설되었다. 건설 분야의 학자들은 "70년이 지난 오늘의 건설업이 얼마나 더 잘 해낼 수 있을까?"라고 자문한다(Bertelson, 2004, p.57).
이러한 건설 기술 혁신의 낙후성은 건설업의 특성 즉, 제품, 생산 과정, 그리고 생산 조직 등 관련 산업 간의 협력관계에서 그 요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는 몇 가지 구조적 요인만을 살펴본다.
1) 생산 조직
건설 산업에서 생산 활동은 기업(firm)이 아니라 사업단위로 이루어지는 산업(project based industry) 이다. 건설업의 생산 조직은 한시적이며 지리적으로 한정된 현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현장에서는 다른 기업의 인력들과 협력, 지식의 공유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반면 사업 현장과 격리된 기업 본사와의 연계는
상대적으로 미약하다.
건설은 고유한 제품의 생산을 하기 때문에 특정 생산 과정에서 사용된 절차를 다른 사업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여지가 적다. 그러므로 특정사업에서 사용된 생산 기술을 기업 전체의 지식기반으로 활용하기 어 려운 것이다. 또한 한시적인 생산 조직에서는 조직원들 간의 신뢰나 장기적인 인간관계가 형성되기 어렵 다. 이와 같은 요인들은 바로 건설업에서 지식의 축적이나 기술 혁신 그리고 기술의 확산을 어렵게 만드는 제약 요인이 된다.
이에 비하여 생산 조직으로서 기업은 공통의 기술을 기반으로 지속적인 생산 활동을 반복적으로 수행한 다. 기술적 기반은 특정 기업의 생산성을 결정하고 이것을 토대로 시장에서 타 기업과 경쟁한다. 이러한 기 업의 기술은 특허권 등으로 제도적으로 보호된다. 기업에게 기술혁신에 노력을 할 분명한 동기가 부여되는 것이다.
사업단위(project based) 생산조직과 기업 단위 생산조직의 중요한 차이는 조직 학습(organizational learning)이라고 할 수 있다. 기능적으로 구성된 기업 조직에서는 기술적 지식은 기업의 연구 개발(R&D) 부서를 통하여 지속적으로 축적되고 이것이 조직의 기록(organizational memory)으로 남게 된다. 이러한 기업 단위조직의 생산 환경은 지속적 기술 혁신에 유리한 조건이 된다.
2) 서비스업인가? 제조업인가?
수 년 전 건설업계에서 "건설업이 서비스업이냐 아니면 제조업이냐?"의 문제를 가지고 논란이 있었다.
업계 일각에서는 건설업이 서비스로 구분될 경우 정부의 금융시책에서 불리한 대우를 받을 것을 우려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현재 시점에서도 결코 가볍게 지나칠 수 없는 질문이다. 이것은 건설업에 도움이 되 는 기술 혁신의 유형과 이러한 혁신 기술들을 적용할 수 있는 영역을 탐색하는데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학자들은 건설생산을 체계적인 부문(ordered part or industry part)과 비체계적(혼돈) 부문(chaotic part)으로 양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체계적인 건설부문은 20세기의 대표적인 경영 원리인 Taylor나 Ford 체계 등 제조업에서 정착한 관리원칙을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부문이다. 즉 제조업에서와 마찬가지로 건설업에서도 생산과정을 분리하여 분업의 효율을 제고하고 규모 경제와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는 것이다.
여기서 분할된 개별 작업단위의 비용 최소화를 하는 것이 결국 총생산비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즉 개별 공정의 변이(variability)를 축소하고 그 결과로 전과정의 자원과 시간의 낭비를 축소하는 것이다. 이와 같
이 제조업에서 활용된 관리 기준을 건설관리의 기준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해외에서 1980년대 전부터 그 리고 국내에서는 1990년대 전후부터 있어 왔다. 그러나 그 실효성과 적용 범위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가 계 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제조업의 관리 원칙이 건설 사업관리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은 건설을 체계적인 생산과정으 로 보는 데서 출발한 관리방법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투입물의 변환(transformation)을 위주로 하는 제조업 생산과정의 효율화 원칙들이 건설업에도 얼마나 폭 넓게 적용될 수 있을지 의문들이 제기 되 고 있다(Koskela, 2000, Ballard, 2000, Bertelson, 2004, Hong, 2007). 이들은 제조업의 생산활동이 일정한 투입물질을 다른 물질로 변환(transformation)하는 과정인데 반하여 건설업에서 생산의 핵심은 물 질의 변환이 아니라 공정의 흐름(the flow of production process)이라고 주장한다(Koskela, 2002).
이들의 주안점은 건설생산의 비체계적인 속성에 있다. 건설의 생산 과정은 예측하기 어렵고, 생산 조건 의 통제 또한 어렵고 불분명하여 혼돈계(chaos)와 유사하게 비확정적 패턴을 갖는다는 것이다(Bertelsen, 2004). 비체계적인 부문은 우리가 전통적으로 생각하는 건설이며 건설다운 건설이라고 생각할 수 도 있다.
전통 한옥의 건축에서 자연스럽게 굽은 대들보와 기둥, 꽉 짜여 있지 않은 공간을 만드는 공정을 상상하면 이해가 된다.
비체계적 부문은 가설을 세우고 시행착오를 거처 가설의 타당성을 증명해 나가는 "과학적 실험"과정과 유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비 체계적 부문에서는 비용 최소화나 비용공학(cost engineering) 기 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 고객과의 협력관계를 통하여 가치창출(value creation)을 추구하는 것 을 경영 목표로 설정할 수 있다. 이러한 시각으로 보면 건설산업에서 생산성 증대와 경영의 혁신은 고객과 의 협력과 대화를 통한 자기 조직적 학습과정으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Maccomber and Howell, 2003 and 2004).
학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건설은 제조업이며 동시에 서비스업이라는 것이다. 건설은 체계적으로 통제 관리할 수 있는 부문과 유연한 학습과정을 통하여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두 개의 부문으로 구성된 산업으 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건설업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바탕으로 개선방향을 모색해 보자.
4. 개선 방안
1) 건설업의 산업화조사에 의하면 건설 산업에서 제품 혁신 사례의 80%, 그리고 공정 혁신 사례의 65%가 부품 및 기자재 공급업체에서 연유되었다고 한다(Pries and Doree, 2005). 건설업에 활용되는 표준화, 경량화된 기자재 를 통하여 기자재산업의 기술 혁신이 건설 산업의 생산과정으로 도입되는 것이다. 건설활동에서 목재, 벽 돌과 시멘트 작업, 숙련공이 차지하는 비중은 축소되는 반면 부품을 조립하는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제조 업 기술의 도입과 확산으로 건설 산업은 공기단축과 비용 축소 등 생산과정을 효율화할 수 있다. 이것이 소 위 "건설업의 산업화" 추세이다.
건설산업에서 모듈화(modulization)의 진전은 건설산업의 생산액 중 제조업 생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되는 것을 의미한다. 산업화 비중이 확대될수록 앞서 설명한 제조업의 운영원칙이 적용될 수 있는 폭 이 넓어진다. 또 건설업의 "산업화" 또는 모듈화가 확대되면 생산과정이 단순하게 되고 따라서 제품의 질과 생산성의 개선을 기대 할 수 있다.
시공 로봇과 IT의 활용 영역도 더욱 확대 될 것이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 주요 기자재의 설계와 제품의 표준화가 확산되고, 가상공간에서의 설치와 유지, 보수를 위한 시뮬레이션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건설 사업 주체간에 데이터의 공유가 매우 중요한 것이다. 이것은 앞서 언급한 생산과정의 체계적인 부문에 폭 넓게 적용이 가능한 것이다.
소비성향의 다양하거나 사업 규모의 영세한 경우 표준화와 대량 생산의 기준은 적용하기 어렵다. 이러 한 문제를 최소화하면서 산업화를 확대하려면 건설 기자재 공급업체와의 긴밀한 협력과 대화가 관건이다.
2) 연관 산업과의 협력
산업의 경쟁력과 기술혁신은 관련 산업과의 협력관계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건설산업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기술 혁신은 건설자재와 부품을 공급하는 산업에서 나온다. 따라서 건설 분야의 기술 혁신은 대 부분 공정의 특정 부분에 관련된 것이다. 기술의 이전이 성공하려면 도입된 기술이 특정 공정뿐만 아니라 공정 전반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충분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와 같은 전공정에 미치는 변화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없을 경우, 혁신 기술의 도입은 생산과정의 복잡성을 증가시키고 생산 공정의 변이를 확대 하게 된다. 그러므로 관련 산업과의 협력은 산업화의 확대를 통한 경쟁력 향상을 위하여 필수적인 과제이 다. 설계, 엔지니어링, 시공 업체간의 협력뿐만 아니라 자재 공급 산업과의 공조가 필요하다.
3) 정보 통신기술의 활용
다양한 산업에서 정보 통신 기술의 발전은 기술혁신의 출발점이 되었다. 그러나 IT가 건설산업의 생산 성 증가에 기여한 정도는 제한적이라는 평가이다. 건설 산업에서 IT를 도입하는데 어려움은 체계적인 정보 의 부족과 건설인력의 개인적 능력에 원인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보다 구조적인 원인은 산업화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IT의 도입이 전 생산 체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사전적인 평가가 없으면 건설공정의 변이성 을 확대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Koskela and Vrijhoef, 2000).
그럼에도 불구하고 IT의 발전은 산재한 현장에서의 경험을 본사에서 기록하고 축적하기 용이하게 한다.
기업 본사는 개별 사업 현장의 작업과 작업 순서 등을 통합하고 조정할 수 있게 되어 생산을 체계화할 수 있다. 기업 본사에서 모니터하고 통합한 다른 현장에서의 경험과 지식들은 기술 혁신의 기초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일부 대형 건설업체에서는 자재 조달을 비롯한 다양한 업무가 중앙에서 관리되고 있다. IT 의 확산이 사업 단위 생산의 문제점들을 극복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이다.
4) 고객과 관련 산업
제조업의 경영 기준으로 정착된 가치 공학(value engineering)에서는 고객은 제품의 가치를 미리 알고 그 생산 과정을 계약으로 확정한다고 가정한다. 그러므로 경영의 목표는 확정된 제품의 가치를 창출하는데 시간과 자원의 낭비를 최소화 하는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학계의 시각은 고객이 계약 시점에서 원하는 제 품의 가치를 알지 못하는 가변적이며 복잡한 존재라는 것이다. 실제로 도로, 폐기물 처리장 등 공공재나 대 규모 건설사업에서 경험하듯이 건설 사업은 하나의 고객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다. 특히 대부분의 공공사업 에는 발주기관 뿐 아니라 주민, 기업, 정부 기관, 특정이익단체 등 모두를 고객으로 간주할 수 있다. 이들은 사전에 제품의 가치에 대한 합의가 없다. 따라서 고객이 계약 전에 상품가치를 명확히 안다고 하기 어렵다.
이들은 자신의 필요, 즉 제품의 가치를 다양한 고객과 공급자들과의 접촉을 통하여 배워나가는 존재들
이다. 따라서 특정 사업의 가치창출(value creation)은 고객들과 공급자들의 접촉과 대화를 통하여 학습되 는 것이다. 이러한 고객과의 긴밀한 의사소통은 고객과의 갈등과 오해에서 초래되는 클레임(claim)이나 사 업지연, 이에 따른 자원과 시간의 낭비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특히 공공사업자는 정부 기관, 시민 단체, 그리고 주민과의 긴밀한 공조가 전 사업기간에 걸쳐 필요하다.
5) 사업관리와 위임
건설의 생산 과정에서 비체계적인 부문의 비중을 인정한다면 그 동안 건설산업에 적용되었던 건설관리 (construction management)의 접근 방법을 재평가할 수밖에 없다. 전통적으로 건설의 사업 관리는 구체 적인 계약이나 계획에 의하여 집행된다. 그러나 동태적이고 복잡한 사업체계에서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 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또는 바람직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또 경직된 관리와 통제는 예측하지 못한 사태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예측하지 못한 돌발적 상황의 작업관리는 현장 인력에게 결정권을 위임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수 있다. 제조업 현장에서도 돌발적 사태에 생산 중단(stop-the-line) 결정 을 하위 작업 담당자에게 위임하는 관행이 이미 실행되고 있다.
IT기술로 본사의 기업 본부에서 현장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다른 위치에 있는 사업 현장을 통합 관리를 할 수 있는 역량이 강화되고 있다. 그러나 비체계적인 생산과정에서는 수시로 발생하는 예기치 못한 문제 를 해결하는데 작업장의 의사 결정이 보다 효율적인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이 작업 현장에 위임된 의사결정 과 결정에 따른 처리 결과가 기록되고 평가되면 건설 기술 혁신에 중요한 원천이 될 수 있다.
5. 끝으로
건설은 대규모의 예술품을 창작하는 작업이라고 한다(Berteson, 2004, p51). 건설은 생산 기간과 제품 의 생애주기가 길고 복잡한 생산 체계 안에서 이루어진다. 생산 체계는 복잡한 하도급 계약으로 이루어져 있고 고객과 생산자간의 거래와 계약은 불확정적이다. 뿐만 아니라 생산은 한시적인 조직에 의하여 다양한 조건으로 옥외에서 이루어지며 일품생산의 경험과 지식은 반복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 따라서 특정 사업 의 지식은 기록되거나 축적되는 예도 흔치 않다. 이러한 특성은 건설산업의 기술혁신에 장애가 된다.
건설산업의 발전은 체계적인 부문과 비체계적인 부문에서 함께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건설산업에서
‘산업화(제조업화)’가 가능한 부문은 IT 등 관련 산업분야의 기술 혁신과 함께 확대될 것이다. 여기서 주의 할 점은 이것이 부분적인 기술도입이 생산과정에서 변이를 확대하여 전 생산 공정에서는 비용 증가를 초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체계적인 건설 부문에도 경영개선의 여지도 항상 존재한다. 이 부문에는 제조업에서 정착한 합리적 기준을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건설 산업 고유의 기술 혁신은 실험적 과정을 통하여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그 기록의 평가를 기초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건설업의 기술 혁신은 건설 업이 주도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고객과의 가치창조, 다양한 관련 산업과의 긴밀한 협력과 학습 과정을 건설산업이 주체적으로 이끌어 가야 할 것이다.
건설 산업은 한 나라의 경제 활동과 복지의 틀을 제공할 뿐 아니라 한 시대의 삶과 문화를 담는 그릇을 만들어내는 산업이다. 우리는 건설 구조물에서 그 사회의 문화와 역사를 읽을 수 있다. 우리 세대의 건설은 이 시대의 문화와 사회적 가치를 담아 깨끗한 자연과 함께 우리의 다음 세대로 전해지는 유산이다. Verona 시내 중심에 위치한 로마의 원형 경기장에서는 매년 여름 마다 오페라의 축제가 열린다. 20,000명의 청중 이 2000년 된 로마 시대의 문화유산을 향유하는 것이다. 이것도 예술적 비체계적인 건설부문이 만들어 내 는 가치창출(value creation)이 아닌가?
끝으로 우리 건설산업 발전의 또 다른 장애요소는 건설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다. 불신은 건설업의 거래 비용을 증가시키고 경쟁력을 감퇴시키는 요소다. 그러므로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것은 건설산업의 경쟁력 을 향상하기 위한 기술혁신과 함께 핵심적인 발전 전략 중 하나이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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