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국 토 시 론
국토에서 감동 찾기
권용우 | 성신여자대학교 지리학과 교수, 국토지리학회 고문
국토는 땅이다. 땅은 바다를 포함한다. 땅에서 감동을 찾는 길은 아주 간단하 다. 땅을 사랑하는 거다. 땅은 지역, 환경, 공간, 장소 등으로 말해진다. 사람 들은 시대에 따라 저 나름의 패러다임에 입각하여 땅에 의미를 부여하고 갖 가지 관계를 맺는다.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땅에서 감동을 찾으려 한 선현들의 예는 허다하 다. 독일의 지리학자 라첼은 땅을 사람과 연계된 공간적 유기체라고 전제한 다. 그는 사람의 활동이 생동감 있게 드러나는 생활공간(Lebensraum)의 내 용을 파악할 때 땅의 이치와 감흥을 접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헤트너는 세 계 각 지역을 샅샅이 답사한 끝에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져 삶의 현장인 지역 (Länder)을 만든다는 결론을 끌어낸다. 그는 땅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터득 해야 땅이 지닌 아름다움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프랑스의 비달 드 라 블라슈는 인간과 함께하는 땅에 의미를 둔다. 그는 땅으로부터 필요한 바 를 얻어내는 사람들의 생활양식(genre de vie)을 알아내는 것이 땅을 사랑하 는 일의 핵심이라고 정리한다.
땅에서 감동을 찾으려는 논객들의 접근양식은 1950년 이후 보다 다양해 진다. 신도시 개발을 예로 들어본다. 객관적 논리에 무게를 두는 실증주의자 (positivist)는 대도시에 사는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신도시를 만 든다고 해석한다. 주관적 가치관을 중시하는 인간주의자(humanist)는 신도 시 개발보다는 아름다운 땅의 원래 모습을 지키는 것에서 더 큰 감동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치경제 논객(political economist)은 정치권력과 토 지자본이 그들의 이익 창출을 위해 신도시를 개발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땅에서 감동을 찾거나 땅에 의미를 부여하는 관점이 시대와 사람에 따라 사 뭇 다르다.
3
그렇다. 땅은 예나 지금이나 있던 그 자리에 의연 히 자리 잡은 채 자기에게 다가오는 사람들과의 관 계를 통해 부단히 자신의 정체성(identity)을 변화 시킨다. 이렇게 볼 때 오늘날 땅을 보는 관점에 따라 사람들을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을 듯하다. 하나는 땅 을 돈을 벌어주는 대상으로 보아 무차별적으로 개발 해 황금을 챙기는 부류다. 다른 하나는 땅을 사랑의 대상으로 보아 여러 처지를 세심히 살펴가면서 땅 을 지속가능하게 관리하는 부류다. 땅에서 감동을 찾는 이들은 어떤 부류일까? 당연히 후자의 품격이 이에 해당하리라.
2012년 세밑 대한민국의 국토공간에서 감동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생활국토를 생각해보는 데서, 어린이들과 국토순례를 하는 데서, 숲 체험에 서, 역사문화자원 답사에서, 자전거 여행에서, 살고 싶은 도시를 편안하게 걸어 다니는 데서 감동을 찾 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선거라는 빅 이벤트가 치러지는 특 별한 시점이라는 점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 까? 그것은 이즈음에 국토 전체를 새롭게 디자인 하는 구상으로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줄 수도 있을 법하기 때문이다. 일찍이 김대중 정부에서 그린벨 트를, 노무현 정부에서 세종시를, 이명박 정부에서 4대강을 선택해 국토문제로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 겠다고 시도한 바가 있다.
이 가운데 세종시는 아직 미완성이다. 서울에 대통령과 외교통상부·국방부·통일부·행정안전 부·법무부·여성가족부 등 6개 부처와, 입법부, 사 법부 등 행정·정치·사법 관련 기관이 남는다. 세 종시로는 국무총리와 경제 관련 부처, 국책연구기관 이 간다. 행정부가 두 곳으로 나뉘니 행정이 비효율
화되고 관련된 사람들의 삶의 질은 나빠질 것이다.
국토문제로 감동을 주는 것이 아니라 어려움을 주 는 형국이다. 당연히 해결책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답은 이러하다. 일정기간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다. 서울의 대통령은 외교·
국방·행정 등의 정치·외교적 기능을 통괄하고, 세 종시의 국무총리는 경제 관련 기능을 담당하는 것이 다. 공간적으로 본 ‘이원집정부제’인 셈이다. 그리고 세종시 인구 규모가 50만 명이 되는 2030년까지 ‘국 민적 합의’를 거쳐 서울의 대통령과 6개 부처를 위 시하여 입법부, 사법부를 세종시로 옮기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명실상부하게 세종시는 행정수도로, 서 울은 경제수도로서의 위상을 갖게 된다.
전 세계적으로 행정과 경제기능을 다른 곳에서 담당하는 ‘2극형 수도’ 형태의 나라가 적지 않다. 터 키의 앙카라와 이스탄불, 브라질의 브라질리아와 리 우데자네이루, 미국의 워싱턴 DC와 뉴욕이 그 예 다. 터키의 경우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 대통령 이 국토의 중앙에 있는 앙카라로 수도를 옮겨 행정 수도로 정했다. 그러나 이스탄불은 여전히 비잔티 움, 콘스탄티노플, 이스탄불로 이어지는 2,600여 년 의 역사를 이어가면서 경제수도로서의 역할을 한다.
진정으로 국토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땅은 감 동을 찾으려는 끈질긴 집념과 힘찬 생명력을 요구한 다. 뜨거운 활력으로 땅에 관한 여러 패러다임을 때 론 만들고 때론 발전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땅에 대 한 사랑, 이것은 땅에서 감동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지녀야 할 전부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