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매립지 입지갈등의 전개:
네트워크 효과로서의 영역 개념을 중심으로
정원욱*·김숙진**
Location Conflicts of Landfill, Seoul Metropolitan Region:
Through the Concept of Territory as an Effect of Networks
Won-Wook Jung* · Sook-Jin Kim**
요약 :단일 면적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로 조성된 수도권매립지는 입지선정 과정에서부터 오늘날까지 줄곧 수 도권 지역의 핵심 현안으로 자리매김해왔다. 본 연구는 페인터의 “네트워크 효과로서의 영역” 개념에 착안하여 수도권매립지가 조성되기 직전 김포 공유수면 매립시기에서부터, 최근 매립지의 사용 연장을 둘러싼 갈등 국 면에 이르기까지, 매립지의 입지갈등 전개 과정을 주요 행위자들의 네트워크의 변화와 영역의 생산을 중심으 로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매립지 입지갈등의 전개는 다음의 변화와 맞물려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첫째, 특정한 역사·지리적 조건에 따라 행위자들의 구성과 네트워크가 변화되었다. 둘째, 이러한 네트워크는 동시에 그 효 과로서의 영역을 생성하면서, 이해당사자들의 갈등과 연대의 구조를 재편시켰다. 셋째, 네트워크의 효과로서 추동된 영역은 시기별로 상이하며, 지속적으로 재영역화 되는 과정에 놓여 있음을 통찰할 수 있었다. 요컨대, 매립지 입지갈등의 국면에는 지난 35년간에 걸쳐 주요 행위자들이 자기 이해의 실현을 위해서 갈등과 연대의 네트워크 과정을 통해 그 효과로서의 영역을 생산해내고 재영역화하는 과정이 담겨있다.
주요어 : 수도권매립지, 입지갈등, 영역, 네트워크, 역사·지리적 조건
Abstract : Landfill has been a long pending issue in the Seoul Metropolitan Region since it was created.
Adopting Painter’s notion of “territory-effect,” this paper analyzes the network formation and change of diverse actors and territory as an effect of networked relations according to four periods from the creation of the landfill to current extension of landfill use. The results are as followed. First, the network formation and composition of major actors has been changed together with historical-geographical conditions. Second, these networks created territory as an effect and re-articulated the configuration of conflicts and solidarity of diverse actors. Third, territory created as an network-effect are different in each period, and is continuously reterritorializing. These findings suggest that territory is never complete and always in the making.
Key Words : Landfill, Seoul Metropolitan Region, location conflicts, territory, network, historical-geograph- ical conditions
*건국대학교 이과대학 지리학과 박사과정(Ph.D. Student, Geography Department, College of Science, Konkuk University), [email protected]
**건국대학교 이과대학 지리학과 부교수(Associate Professor, Geography Department, College of Science, Konkuk University), [email protected]
1. 서론
“영역은 단순한 공간 그 이상의 것이다. 영역은 이해관계(stake)가 있으며, 권리(소유권claim)가 있다...영역은 항상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며 항 상 구성되고 재구성되며, 재영역화하며, 탈영역화 하고 있다(Wise, 2005, 79).”
“영역은 관계적으로 구성되고 개념화된다. 영 역은 서로 계속적인 긴장관계에 있으면서, 서로의 형성에 공헌하고 서로를 설명한다(Massey, 2011, 4).”
지난 1992년 이후 줄곧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 관 할의 폐기물 매립을 담당해온 수도권매립지는 본래 2016년 매립이 종료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최근 수도 권매립지의 사용 연장을 둘러싸고 서울시와 인천시 를 중심으로 갈등이 재점화 되었다. 지난 2015년 6월, 매립지의 종료-연장 방안을 놓고 서울시·인천시·경 기도·환경부로 구성된 논의 기구인 4자 협의체를 통 해 매립기한을 연장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관련 지자체와 인근 주민들의 갈등 양상이 새로운 국 면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본래 수도권매립지는 농지확충을 목적으로 공유 수면1)(김포지구)을 매립한 것이 그 시초였다. 그러 나 1980년대 후반 서울의 난지도 쓰레기 매립지가 포 화상태에 이르자 급기야 그 대안으로 김포지구의 약 600만평을 매립지의 용도로 전환하였다. 1992년부터 진행된 폐기물의 매립은 2016년까지 종료할 것을 법 제화하였으나, 매립의 종료 시점을 앞둔 2010년대에 들어와 인천시·서울시·경기도·환경부 간에 입장차 가 드러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되었다. 매립이 시작된 1992년 이후 정부(환경부)2)·서울시·경기도 는 대체매립지의 부재, 매립기술의 발전, 현 매립지 의 시설용량 등을 감안하여 매립지의 사용을 향후 30 년 이상 연장할 것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이에 맞 서 인천시와 지역주민들은 환경부와 서울시 등의 제 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줄곧 밝혀왔다. 특히
인천시는 사용기한 연장에 필요조건을 붙여야 한다 는 입장을 고수해왔으며, ‘수도권매립지 매립종료 인 천시민 투쟁위원회’는 매립지의 오염물질 배출에 따 른 주민들의 피해를 주장하는 등 지역주민들은 수도 권매립지 사용기한의 연장에 보다 강경한 입장을 드 러내고 있다.3)
이러한 갈등 국면 속에서 지난 2015년 6월 28일 서 울시·인천시·경기도·환경부로 구성된 4자 협의체는 수도권매립지의 사용 기한을 최소 10년간 더 연장하 기로 원칙적으로 합의 하였다. 이로 인해 당장의 수도 권 쓰레기 대란을 막아냈다고 볼 수 있으나, 향후 인 근 지역주민이 겪게 될 환경 피해와 대체매립지에 대 한 구체적 방안이 마련되지 못한 점을 미루어 볼 때 지역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혐오시설4)의 입지결정과 활용을 둘러싼 중 앙정부, 지방정부, 지역주민 및 시민단체간의 갈등은 근원적으로 국가 및 도시 공공기반시설의 입지갈등 (locational conflict)의 양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비교 적 최근의 수도권매립지와 관련한 연구들은 이와 같 은 입지갈등의 측면에서 이해당사자들(stakeholders) 간의 갈등 양상에 주목하는 것이 대부분이다(진종순, 2004; 이희승, 2012; 안대희, 2013). 이들은 국내 혐 오시설을 비롯한 기반공공시설의 입지갈등의 원인과 국면, 갈등의 해소방안을 다뤄왔던 선행연구들의 범 주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5) 선행연구들은 주로 중 앙부처의 정책적 요구에 의해 추진된 국책연구기관 의 보고서이거나 개개의 학자들이 특정사례를 중심 으로 연구한 미시적 분석이 주종을 이루어 왔다. 대체 로 이들은 갈등의 주체를 국가 및 지방정부와 지역주 민으로 설정하고, 갈등의 국면을 지방정부들 간 또는 지방정부와 지역주민 간의 대결 양상으로 다루며, 나 아가 이들 간의 갈등의 해소와 관리방안이 제시되는 틀을 띠고 있다.
그러나 이들 연구들은 대체로 입지갈등의 국면을 관민(官民)간 또는 지역 주민집단 간으로 귀착시킴으 로서 갈등의 원인과 쟁점들이 단선적으로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각기 다른 사례를 다룬 선행연구들은 비 교적 유사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는데, 입지갈등 의 근본적인 원인을 주민들의 지역이기주의(NIMBY
또는 PIMPY)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진단함으로써 지 역을 본질적인 의미에서 영역적으로 고정되거나 경 계 지워진 것으로 재현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간 적 재현에 대한 열망은 지역을 고정 불변의 용기(con- tainer)로 고취시켜, 우리 주변의 일상적인 정치적 실 천과 더불어 근대 주류 사회과학에 만연해 왔다. 그러 나 본 논문은 이러한 지역에 대한 영역적 인식론에 문 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최근의 지역개념은 다소간 일 시적 방식으로 고정된 네트워크적 흐름과 관계의 산 물로 여겨지고 있다. 매시 또한 공간을 고정된 영역 의 표현으로 담아내기 보다는 개방적이고 지속적인 생성의 상태에 있는 것으로 이해함으로써 관계성뿐 만 아니라 시간성 또는 역사성을 강조했다(Massey, 2005). 이러한 관계론적 접근방식은 지역이 네트워크 화된 사회적 관계들에 의해 생성되고 재생성되는 불 확실한 방식을 담아내려는 여러 노력들과 일맥상통 한다(Amin, 2004; Passi, 2001).
1980년대 후반부터 국내 주요 지역현안이 되어온 수도권매립지 문제는 조성 과정 및 입지갈등의 원인 과 국면을 고찰함에 있어서, 매립지를 둘러싼 영역적 으로 고정된 이해당사자들 간의 단선적인 갈등관계 로 이해하기 보다는 폭 넓은 역사·지리적인 조건의 변동 속에서 비롯된 이들의 역동적인 네트워크와 네 트워크 효과로서의 영역성의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시점에서 매립지 관련 이해당사자들의 성격 과 이들 간의 네트워크 및 정치적 입장은 갈등이 촉발 되었던 30여 년 전의 국면과 다소 상이한 측면이 있 기 때문이다. 오늘날 수도권매립지가 입지한 인천시 서구 오류동 일원은 30여 년 전만 하더라도 공유수면 의 일부였으나, 이후 농지확충을 목적으로 했던 김포 매립지 조성 공사를 거쳐 1988년 서울시 난지도 매립 장의 대체 매립지로 전환되었다. 이에 1992년부터 본 격적인 폐기물 매립이 시작된 후, 1995년 행정구역 의 개편으로 서울시와 정부가 소유권을 가진 수도권 매립지는 인천시의 행정 관할구역으로 변경된다. 소 유권과 관할권의 미스매치(mismatch)는 보다 복잡 한 영역성을 구성하는데 기여한다. 더욱이 2000년 대 들어 매립지 인접지역은 인천경제자유구역 조성 의 일환으로 청라지구가 개발됨에 따라 주변의 지리
적 조건은 크게 변모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연구 는 매시(1993; 1997; 2005)의 지역의 이해에 있어 관 계성뿐만 아니라 시간성에 대한 강조, 그리고 페인터 (2010)의 “(네트워크) 효과로서의 영역(territory as an effect)”개념에 착안하여 수도권매립지를 둘러싼 입지 갈등의 국면을 특정한 역사·지리적 조건 속에서 변화 하는 주요 행위자들의 네트워크 형성과 이의 결과로 나타나는 효과로서의 영역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2. 영역, 네트워크, 그리고 네트워크 효과로서의 영역
수도권매립지 문제는 공유수면의 매립을 통한 국 가 공간의 물질적 변화(토지화)와 사유화, 이후 공공 재적 성격을 지닌 쓰레기 매립장의 입지를 계기로 다 시 지방정부 소유의 공유화 과정(소유권의 변화) 및 행정구역 개편으로 인한 관할권의 변화를 거치며, 관 련 지방정부간, 그리고 지역주민간 갈등 양상으로 전 개된다는 측면에서, 국가 하위 공간조직으로서 지역 의 영역적 특징이 드러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본 연구는 이러한 영역의 형성과정은 원래부터 지역에 뿌리내린 토착적 행위자의 배타적 영역적 행위에 의 한 것이라기보다는 해당 지역을 둘러싼 특수한 역사·
지리적 조건의 변모 속에서 다양한 행위자들의 네트 워크의 결과로 생산된 것으로 해석하고자 한다. 따라 서 본 장에서는 먼저 영역과 네트워크의 개념을 상고 하고 이들을 이분법적으로 인식하는 것의 한계점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로 최근 정치지리학에서 논 의되고 있는 “네트워크의 효과로서의 영역”이라는 개 념을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영역이라는 개념은 국가의 공간성과 밀접하게 연 관되어 왔다. 정치이론에서 흔히 국가를 정의함에 있 어 근본적인 요소로 영역을 언급한다. 막스 베버는 국 가는 행정적, 법적체계를 가지는데 이 체계는 국가의 구성원, 즉 출생과 더불어 자격을 획득하는 시민들뿐 만 아니라 관할권 구역(the area of its jurisdiction)에서 일어나는 각종 행위에 대하여 구속력을 가진다 한 바
있다(Weber, 1968, 56). 기든스 역시 근대 국가가 이 전의 것과 구분되는 점을 권력을 행사하는 경계 지워 진 영역과 관련해서 설명한 바 있다(Giddens, 1985).
이러한 정의들의 공통적 인식은 국가 주권이 균일하 게 행사되는 공간적 범위는 영역으로 명확한 경계에 의해 구분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영역에 대한 인식은 지리학의 발전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는데 19세기 이후 국민국가의 형성과 이를 공고히 하는 과정에서 촉발된 대학에서의 지리학과 설립 속에서 국가중심 주의(state-centrism)가 만연하는 결과를 낳았다.6)
브레너(Brenner, 2004)는 이러한 국가중심주의의 인식론을 구성하는 지리적 가정들 중 하나로 모든 사 회적 관계들이 영역적으로 폐쇄된 공간적 용기들 속 에서 조직된다고 보는 방법론적 영역주의(method- ological territorialism)를 지적하였다(Brenner, 2004, 38).7) 이 같은 영역적 인식론은 국가 하위의 공간조직 으로서 지역을 연구하는 기본 인식이 되었고, 지역지 리라고 하는 강력한 지리학적 전통으로 이어지게 되 었다(MacLeod and Jones, 2007). 이때 지역은 내부적 완결성과 뚜렷한 정체성을 지닌 각양각색의 차원적 형태들로 구분지어 수많은 경계선들을 생성시키고, 변화에 저항하는 속성을 가진 것으로 보았다.
이러한 영역주의적 인식과 방법론은 1950년대 계 량혁명에 자극받은 지리학의 공간과학화 작업들에 의해 도전 받기 시작했다. 특히 하게트(Haggett)의 입 지분석(locational analysis) 연구에서 네트워크라는 개 념이 본격적으로 인문지리학에 도입되기 시작하였 다. 그는 네트워크를 일련의 고정된 통로들(도로, 전 선, 배관로 등)을 따라 사람 및 물자의 흐름을 유동하 거나 제약하는 체계로 정의하였다. 동시에 그는 네트 워크가 흐름과 이동을 촉발시키는 반면에 영역은 이 들을 억제하는 힘으로 인식하였다. 즉, 영역과 네트 워크는 서로 대립하고 경쟁하면서 공간을 조직하는 방식들로 인식된 것이다(Painter, 2006, 14-16).
최근 인문지리학에서 주요한 공간적 메타포로 여 겨지는 네트워크 개념은 공간과학 학파들의 그것과 는 사뭇 다르다. 특히 1990년대 후반 이후 인문지리 학에 불어 닥친 관계적 전환(relational turn)은 종래 의 공간과학에 한정되었던 네트워크 용법을 질적으
로 변화시켰다. 사회 네트워크, 경제적 네트워크, 정 책 네트워크, 초국적 네트워크, 행위자 네트워크 등 과 같은 개념들이 그와 같은 용법의 사례들이다. 종래 의 네트워크 개념이 연결성과 기능성을 중심으로 공 간적 분석에 치중한 반면, 최근의 네트워크 개념은 다 양한 행위자들의 관계와 이들의 사회적 실천을 중심 으로 그것의 사회적, 물질적, 정치적 효과에 관심을 갖는다(김숙진, 2010). 그러나 이들 용법들 속에 내재 된 공통적인 가정은 네트워크가 지역과 장소를 넘나 드는 연결, 흐름, 이동을 역동적이게 함으로써 탈영 역화의 속성을 지닌 것으로 당연시 된다는 점이다. 궁 극적으로 네트워크적 사고는 마치 영역적으로 경계 지워진 구시대의 지리를 대체하는 새로운 통설로 자 리 잡고(Marston et al., 2005), 오늘날 영역과 네트워 크의 개념은 상충적이고 대립적인 관계에 놓여 있는 것처럼 비춰지곤 한다. 예를 들어, 마뉴엘 카스텔은 그의 저작(Castells, 1996, 428)에서 장소의 공간(the space of places)과 흐름의 공간(the space of flows)을 대 비 시켰으며, 많은 포스트구조주의학자들도 네트워 크적 사유에 근거한 위상학(topology)을 기존의 장소 학(topography)과 대비시켜 이분법적으로 다루고 있 다(Belcher et al., 2008; Hinchliffe et al., 2013). 위상 학과 장소학의 대비는 네트워크와 영역의 대비와 평 행을 이루며 이들 간의 구분을 명확히 한다. 특히 머 독(Murdoch, 2006)은 장소학적 공간이 표면에 대한 관심으로 인해 종종 유클리드적 공간이라 불리는 데 반해, 위상학은 이러한 표면들과 관련되기보다 관계 들, 그리고 관계들 간의 상호작용과 관련된다고 언급 함으로써 위상학과 장소학의 대비를 뚜렷이 했다.
그러나 최근 장소, 스케일, 네트워크와 같은 공간 적 메타포에 비해 영역 개념이 상대적으로 이론화의 관심이 적었던 것에 대한 반성과 영역에 대한 재개념 화의 필요성, 그리고 영역과 네트워크의 이분법적 개 념화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루어지고 있다. 네트워크 와 영역 개념이 연계되어 설명될 가능성은 매시의 ‘장 소’에 대한 주장에서 단초를 찾을 수 있다. 일찍이 매 시(Massey, 1993; 1997)는 ‘진보적 장소감(Progres- sive sense of place)’과 ‘지구적 장소감(global sense of place)’이라는 개념을 통해 장소가 일정하게 경계가
지워진 자신의 고유한 특성을 지녔다기보다 장소 안 과 밖에 존재하는 다양한 행위자들이 상호작용을 하 고 실천하는 관계의 산물이라 주장한 바 있다(김숙 진, 2016). 즉 공간을 고정된 영역의 표현으로 담아 내기 보다는 개방적이고 지속적인 생성의 상태에 있 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한 것이다 (Massey, 2005). 이렇게 영역성과 네트워크로 상징되 는 관계성을 이분법적으로 보기보다는 매시가 주장 하듯, 영역은 관계적으로 형성되며 그렇게 개념화되 어야 한다(Massey, 2011). 페인터(Painter, 2006) 역 시 영역과 네트워크의 이분법적 개념화에 문제를 제 기하며, 오히려 이들의 인과관계에 주목하고, 영역- 네트워크의 결합체(territory-network nexus)로 인식 할 것을 제안하였다.8) 그에 따르면 영역은 일련의 네 트워크들의 효과로 상정될 수 있다. 즉, 특정한 종류 의 네트워크들의 작동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영 역성의 출현을 일으킨다고 강조한다(Painter, 2006, 23). 페인터는 그 이후의 연구(Painter, 2010)에서 영 역과 네트워크 개념간의 관계를 보다 명확히 한다. 그 는 라투르의 주장을 적용하여, 이러한 “효과로서의 영역(territory-effect)”은 “네트워크화된 사회적-기술 적 실천의 결과(networked socio-technical practices)”
로 이해될 수 있다고 한다(Painter, 2010, 1090). 더욱 이 네트워크라는 공간성의 이론을 반박하거나 왜곡 하지 않은 채로, 영역은 관계적 네트워크의 생산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영역과 네트워크는 흔히 사유되는 방식처럼 서로 대립되는 공간적 조직 의 원리라기보다는 밀접하게 연결되는 개념이다. 이 를 통해 페인터는 영역에 대한 통념적 인식을 재개념 화하는데, 그에 따르면 영역은 필연적으로 “다공적이 고(porous), 역사적이며, 변덕스러우며, 불균등하고, 변질되기 쉽다. 이것은 실패하기 쉽고, 긴장과 모순 이 스며드는, 힘든 진행과정이다. 영역은 결코 완성 되지 않으며, 항상 되어가는 과정 중에 있다”(Painter, 2010, 1094).
3. ‘네트워크 효과로서의 영역’ 개념을 통해서 본 수도권매립지의 조성과
갈등의 전개
매립지를 둘러싼 역사·지리적 조건들과 함께 다양 한 행위자와 이들의 네트워크 형성과 변화는 시공간 의 궤적을 만들며 매립지의 입지 갈등 국면에서 새로 운 담론들을 생산해내고, 이해당사자들의 갈등·경 합·연대의 구조를 재편하면서 영역성을 생산하고 변 모시켜왔다. 이에 본 장에서는 역사·지리적인 조건 의 변화와 함께 주요 행위자의 네트워크에 의해 생산 된 핵심 담론과 효과로서 드러난 영역성을 기준으로 크게 김포 공유수면 매립시기(1980~1987), 수도권 매립지 입지선정시기(1987~1992), 매립지 관리시기 (1993~2010), 매립지 연장갈등시기(2010~현재) 등 으로 구분하여, 각 시기별로 입지갈등의 국면과 주요 행위자들의 네트워크와 영역이 어떻게 변화하였는지 살펴보기로 한다(표 1).
1) 김포 공유수면 매립시기(1980-1987): 국가 공간의 생산과 사유화
1980년대까지 우리나라는 농경지 확보를 위한 간 척지 조성 사업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이는 1960년 대 후반 연이은 한발과 식량의 부족, 1970년대 초반 글로벌 수준의 식량위기와 석유파동 등으로 농경지 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1970년대 이후 경제개발 5개년계획을 통해 간척사업을 개인사 업으로부터 민간기업형태로 전환하여 쌀의 자립화 와 사업의 종합적 대단위화를 도모하였다.9) 특히 자 연 환경면에서 간척에 용이한 서해안을 중심으로 공 유수면 매립사업이 활발하였는데, 새로운 국가 공간 의 생산 또는 변형과 관련한 국가의 토건 사업에 있어 서 공유수면 매립은 지역주민에 대한 강제수용을 피 하고 재원을 절약할 수 있는 유력한 방식이기 때문이 다.10)
현재 수도권매립지가 입지한 인천 서북부 연안(김 포 공유수면)의 간척사업에는 동아건설이 참여하였
다. 당시 리비아 대수로 공사 등의 중동지역 건설 사 업에 주력했던 동아건설은 1970년대 후반 중동경기 의 침체에 직면하여 유휴 자본과 건설 중장비를 활용 하고자 국가의 공유수면 매립 사업에 적극적이었다.
이에 동아건설은 1980년 1월 농림수산부로부터 매 립면허를 취득하고, 오늘날 인천시 서구 백석·원창·
경서·연희동 일원(당시 김포군 검단면)의 공유수면 37.3㎢(1,100만평)을 약 11년간 830억 원을 들여 매립 하였다(1991년 준공연도 기준). 이 과정을 통해 김포 공유수면은 ‘토지화’라는 물질적 변화를 겪었으며 국 가 소유의 공유지가 기업의 소유로 넘어가는 사유화 과정을 겪는다. 수도권매립지의 물적 토대가 되는 공
표 1. 수도권매립지의 역사·지리적 조건에 따른 주요 행위자들의 네트워크와 효과로서의 영역 시기 공유수면 매립시기(1980~1987) 수도권매립지 입지선정시기(1987~1992) 역사·지리적
조건
•글로벌 식량위기
•건설자본의 축적 •난지도매립장 포화
핵심 담론 •농지확충
•식량자립
•대체매립지 조성
•국가적 과제
행위자와 네트워크
효과로서의 영역
•국가 공간의 생산
•매립으로 기업의 사유지화 된 공간
•서울시와 국가 공동소유의 공간
•국가 공간
•수도권의 공유지로서의 매립지 시기 매립지 관리시기(1993~2010) 매립지 연장 갈등시기(2010~현재)
역사·지리적 조건
•UR협상/WTO체제
•동북아정세변화
•행정구역변경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도시화 확산과 인구밀도 증가
•매립지 사용종료 임박
핵심 담론 •친환경적 관리와 에너지 자원화
•주민지원과 참여
•매립기술의 발전
•환경영향과 주민피해
행위자와 네트워크
효과로서의 영역
•수도권의 공유지로서의 매립지
•에너지자원화 국제적 모범의 국가공간
•수도권의 공유지로서의 매립지
•인천주민 삶의 공간
•글로벌 인천의 온전한 영역
•국가 폐기물 관리 상징의 매립지
네트워크 갈등
간의 생산은 이렇게 1980년대 정부의 농지확충에 대 한 의지와 공유수면 매립사업에 대한 동아건설의 적 극적인 태도가 맞물려, 주요 행위자인 중앙정부와 동 아건설이라는 기업, 그리고 중동경기의 침체로 인한 유휴 자본과 건설 장비와 같은 비인간 행위자들 간의 비교적 단조로운 네트워크 형성에 기반하고 있었다.
2) 수도권매립지 입지선정시기(1987-1992):
혐오시설의 입지를 둘러싼 행위자들의 네트워 크와 영역성의 형성
본래 농지의 확충을 목적으로 간척되었던 김포매 립지는 1980년대 후반 서울의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 이 한계 용량에 육박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1986년 서울시는 자체적으로 경기도 일원에서 난지 도 매립장의 대체 매립지 물색에 나섰지만 경기도의 반발에 부딪혔다. 이에 서울시는 당시 환경청에 중앙 정부 차원에서 수도권 쓰레기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요구하였다. 즉, 서울시는 지자체간의 갈등을 해소하 고자 쓰레기 매립지의 문제를 서울시만의 문제가 아 닌 보다 광범위한 수도권의 문제로 재영역화하는 스 케일의 정치에 의존하였고, 새로운 행위자로서 중앙 정부(환경청)와 연대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자 한 것 이다. 당시 난지도 매립장은 서울시와 경기도 북부의 공식 폐기물 매립장이었으며, 이는 단지 서울시 차원 의 지역문제로만 볼 수 없고 수도권 지역 전체의 현안 으로 확대할 수 있는 근거가 되었다. 또한 난지도 매 립장 조성 당시에도 정부가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던 전례가 있던 터였다.11)
결국 중앙정부 기관인 환경청은 새로운 행위자로 서 네트워크에 가담하는데 서울시의 요청을 받아들 여 김포매립지를 유력한 대체 매립지로 고려하기에 이르렀고, 당시 이 지역의 매립면허권을 보유하고 있 던 동아건설과의 협상에 돌입하게 된다. 당시 환경 청이 김포매립지를 대체 매립지로 고려하게 된 것은 인천시라는 또 다른 행위자의 매우 우연적이고 느슨 한 네트워크 가담으로 인한 것이다. 서울시가 환경청 에 도움을 요청했던 비슷한 무렵에 인천시가 동아건 설 간척지에 자체 쓰레기 매립장을 만들겠다고 환경
청에 승인신청을 했는데(조선일보, 2013년 7월13일 자),12) 환경청은 인천시의 자체 매립지 조성 방안을 서울시의 요청과 결부시켜 광역 매립장 용도로 전환 시킨 것이다.
김포매립지를 폐기물 매립장으로 전용을 원했던 환경청과 서울시의 네트워크 연대는 곧 막대한 비용 을 들여 공유수면 매립 공사에 들어갔던 동아건설과 갈등관계로 변화하는 국면을 띠었다. 그러나 이러한 갈등 국면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당시 환경청은 대 체 매립지의 확보 문제를 서울시를 넘어 전국의 절반 이 넘는 인구가 집중된 수도권 전체의 문제로 담론화 하여 여론전을 주도하는 동시에 대통령의 재가 속에 서, 1988년 김포매립지의 절반에 해당하는 20.7㎢를 대체매립지로 확정하고13) 동아건설과의 양도·양수 체결을 이끌어내었다.14) 그러나 중앙정부 또는 국가 를 하나의 일관된 행위자로 단선적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미첼(Mitchell, 1991)의 주장대로, 국가 역시 다양한 행위자들의 ‘사회적 실천의 효과’로 볼 수 있 다. 중앙정부 또는 국가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부 서와 기관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를 구성하는 국가 엘리트들과 전문가, 공무원들의 정치적, 사회적 행위 를 통해 복잡한 효과로서 작동된다. 환경청과 달리 당 시 중앙정부의 경제기획원은 사태에 대한 인식을 달 리하며 지자체 사업에 전면적인 국비 지원은 어렵다 는 모순적인 입장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이에 총 매입 비용의 28.7%에 해당하는 국비 150억 원만이 지원되 었고, 나머지 71.3%에 해당하는 373억 원은 서울시가 부담하였다. 이로써 동아건설이라는 기업의 사유지 가 다시 국가와 서울시라는 지방정부 공동소유의 공 유지가 됨으로써 새로운 ‘영역’으로 생산되는 과정을 겪게 된다. 또한 수도권매립지에 대한 서울시의 압도 적인 지분은 결과적으로 향후 매립지에 대한 행정권 과 재산권이 상충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렇게 김포매립지의 절반 이상이 폐기물 매립의 용도로 전환됨에 따라 세계 최대 규모의 매립지가 조 성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15)1989년 2월 환경처와 서울시·경기도·인천시는 폐기물을 매립한 뒤 토지처 분에 따라 발생하는 수익금에 대해서는 소유자(환경 처·서울시)가 용도를 결정하되 쓰레기 매립장 조성
등에 우선 사용토록 하며, 2015년 매립을 종료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수도권매립지건설및운영에관한 협정’을 체결하였다.16) 1991년에는 쓰레기 매립의 효 율적 운영을 위해 서울시·경기도·인천시가 수도권매 립지 운영관리조합을 설립하고 당시의 환경관리공단 (현 한국환경공단)과 운영관리의 위·수탁협약을 체 결한다. 이에 따라 1992년 2월 경기지역 생활폐기물 반입을 시작으로 수도권매립지가 본격 가동되었으 며, 현재 제2매립장이 사용 중에 있다(그림1).17)
이후 환경처-서울시 연대는 수도권매립지의 입지 선정으로 직접적인 영향권에 놓여있던 김포군 검단 면 주민들과 갈등국면에 돌입하였다. 매립지의 입지 선정과 관련하여, 환경처-서울시 연대가 경기도와 동아건설에 이어 세 번째 갈등국면을 맞이하게 된 셈 이다. 그러나 입지선정과 관련하여 환경처-서울시 연대는 이미 경기도와의 갈등국면이 어느 정도 해소 된 터라 초기 지역주민들의 반발은 거세지 않았다. 당 시 주민들은 매립지 선정과정과 건설과정이 지역주 민을 배제시킨 채 전적으로 중앙 정부 주도로 이루어 진 데 대한 소외감과 더불어 매립지 조성으로 지역발 전이 오히려 저해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음에도 불 구하고, 가정(생활) 쓰레기만을 위생적으로 매립한다 는 공식발표에 대한 신뢰와 지역발전에 대한 재정적
지원에 따른 기대심리로 인해 정부의 안을 수용하자 는 추세였다(김형조·문형만, 1995, 430-431).
그러나 최초의 쓰레기 반입시점이 2개월이 지난 1992년 4월 정부가 산업폐기물 처리 난을 해소하기 위해 김포 매립지에 산업폐기물의 반입을 허용하겠 다고 공식발표하면서 주민들의 대응 형태는 급격히 전환된다. 정부의 입장변화는 초기 매립지 입지 선정 과정에서 지역주민이 배제된 것에 따른 불만과 겹쳐 주민들이 ‘산업폐기물반입반대추진위원회(이하 추진 위)’라는 대책기구를 결성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추진 위는 산업폐기물의 반입을 금지할 것과 생활쓰레기 의 반입시간을 야간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는 등 매 립장에 텐트를 치고 약 일주일간 장기농성에 돌입하 였다(경향신문, 1992). 이에 정부는 수도권 매립사업 을 지역차원을 넘어 국가적으로 해결해야하는 시급 한 과제로 인식하고 지역주민들의 반대운동을 지역 이기주의로 매몰시키는 등 영역적 이데올로기를 동 원하였다.18) 서울시·경기도·인천시도 산업폐기물의 무해성을 주장하고, 이에 관한 주민들의 무지를 지적 하는 등 정부의 대응에 힘을 보태었다.19) 더욱이 이들 수도권 3개 시도는 매립지 준공을 앞두고 이미 폐기 물의 매립과 운영을 효율화하기 위해 ‘수도권매립지 운영관리조합’을 설립하고, 당시 환경처 산하 환경관
그림 1. 수도권매립지의 조성 현황과 폐기물 반입지역 출처: 수도권매립지 통계연감(2014) 참조하여 재작성
리공단과 운영관리의 위·수탁 협약을 체결했었다. 이 같은 사실은 표면적으로는 정부 당국과 주민간의 갈 등으로 비춰졌으나, 수도권 매립사업에는 김포군을 제외한 수도권 3개 지자체들과 환경처가 강력한 네트 워크를 형성하고 있었음을 함의하는 바이다.
이와 함께 정부당국은 지역개발사업에 대한 재정 지원이라는 유인책도 병행하면서 여론전을 펼쳤다.
이 같은 이데올로기적 공세에 힘입은 여론의 변화와 주민들에 대한 회유(주민 설명회, 공청회 개최 등)에 따라 지역주민의 대응 방식도 다소 변화를 보였다. 장 기농성 이후 주민들은 추진위를 ‘수도권매립지대책위 원회(이하 대책위)’로 개편하고 협상체제로 전환하게 된다. 산업폐기물의 반입을 반대했던 주민들의 초기 대응은 협상체제로 들어서면서 산업폐기물의 반입을 부분적으로 허용함과 동시에 이들의 위생적 관리라 는 논제로 옮겨가게 된다. 대책위는 또한 정부당국과 의 실무협의를 통해 주민보상과 지역개발 사업 지원 에 관한 사항들을 논의하는 협상체제를 지속시켜 나 갔다.20)
이 과정에서 대책위는 새로운 행위자들을 가담시 킴으로써 네트워크를 확장해나간다. 기존의 추진위 가 주민들의 직접적인 참여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면, 이후 주민들의 대응방식이 언론매체 등을 통해 세 간에 널리 알려지게 됨에 따라 대책위는 환경문제 관 련 전문가들을 동원하기 시작한다.21) 전문가의 참여 는 주민 대응 운동이 ‘과학적 증거’에 입각한 이유 있 는 저항이라는 설득력을 제고하였고, 오히려 정부 당 국의 일관성 없는 정책이 부각됨으로써, 대체적으로 전국적 여론의 동의와 지지를 이끌어 내었다. 운동 자금 역시 초기에는 주민들의 자발적 성금에서 점차 운동 목표를 공유하는 김포지역 외 구성원들이 지원 하는 성금으로 다변화 되었다(김형조·문형만, 1995, 438-440). 이처럼 추진위 역시 자신들의 장소 의존적 인(locally dependent) 이해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의존의 공간을 뛰어넘어 다른 지역의 행위자들과 네 트워크를 형성하여 갈등 국면을 해소하고자 하였다 (Cox, 1998; 박배균, 2012). 그 결과 추진위는 산업폐 기물을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대신에 폐기물의 위생 적 관리와 지역개발 사업에 대한 약속을 이끌어 내는
등 운동 초기의 명분을 살려 나가는 한편 실리적 목표 를 달성할 수 있게 되었다.
3) 매립지 관리시기(1993-2010): 제도적 조정 (institutional fix)과 역사·지리적 조건의 변화
매립지의 입지선정 및 산업폐기물 반입과 관련한 세 차례의 갈등 국면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매립지 를 둘러싼 논제는 매립지의 친환경적 관리와 주민지 원사업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에 먼저 매립지를 운 영하는 조직 구조의 변화가 시도되면서 새로운 행위 자가 등장하게 된다. 매립지 준공 당시(1991년) 서울 시·경기도·인천시 3개 시도는 쓰레기의 매립과 운영 을 효율화하기 위해 우리나라 최초의 특별지방자치 단체인 ‘수도권매립지운영관리조합’을 설립했었다.
운영관리는 환경관리공단에 위탁하고, 재원은 서울 시·경기도·인천시가 인구수에 따라 76:12:12의 비 율로 출자하는 형식이었다. 그러나 이후 조합과 공 단의 이원화 구조에서 갈등이 잦은 관계로 업무처리 를 일원화하고자 지난 2000년 <수도권매립지관리공 사의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동년 에 본격적으로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이하 공사)가 출범하였다. 이러한 조직 구조의 변화는 제도적 조정 (institutional fix) 과정임과 동시에 그간 매립지의 입 지 갈등을 둘러싼 주요 행위자들의 구성에 있어서 또 다른 독립적인 이해관계를 천명하는 행위자의 등장 을 의미한다.
공사 출범 이후 이들의 가장 두드러지는 역할 변화 는 매립지의 친환경적 관리, 폐기물의 에너지 자원화 사업, 해외 기술 협력, 주민 지원과 참여 등으로 요약 될 수 있는데, 이러한 변화는 새로운 네트워크를 형 성하면서 수도권매립지라고 하는 공간의 영역을 새 로이 구성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공 사는 매립이 완료된 부지에 혐오시설의 이미지를 불 식시키기 위해 골프장, 수영장, 야생화 단지 등을 조 성하는 드림파크 사업을 수행함으로써 인근 지역주 민들뿐만 아니라 먼 거리의 일반 국민들과의 새로운 관계형성을 하고 있으며(그림 2), 폐기물의 위생관리 를 넘어 이들의 에너지자원화를 위해 매립가스발전
소를 지속적으로 준공하고 있다(그림 3). 이를 기반 으로 해외 폐기물 처리시설 당국 또는 민간 조직과 기 술적 협력을 지속하는 등 국가 간 협력 네트워크를 구 축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006년 발간 된 OECD 한국환경성과평가보고서에서 수도권매립 지는 국제적인 모범사례로 평가를 받는 등 대외 이미 지 제고에도 성과를 거두었으며, 이는 자체적인 다양 한 네트워크의 구축을 통해 존재의 정당성을 입증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영역을 주도적으로 형성해 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페인터(2010)는 이러한
“효과로서의 영역(territory-effect)”은 네트워크화된 사회적-기술적 실천의 결과라고 언급한 바 있다.
주민 지원 참여와 관련해서는 1995년 제정된 <폐기 물처리시설 설치촉진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 률>에 기반 해 주민지원협의체를 구성하여 폐기물 반 입수수료의 10%를 주민 지원 사업(복지시설 확충, 장 학사업 등)에 활용하고 있으며, <수도권매립지 관리 공사의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공 사의 경영 전반에 주민 참여를 도모하는 절차를 구축 하였다. 즉 본 법률에 따르면, 이사회의 의결에 앞서 공사의 사업에 관한 중요사항을 심의하기 위해 21인 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가 설치된다. 여기에는 관계 공무원 및 전문가와 함께 6인의 주민대표가 참여하는 형식을 띤다. 이렇게 비인간 행위자로서 법률은 네트 워크의 일부로서 네트워크의 안정화와 결속을 이끌 며 결과로서 생산된 영역을 공고히 하는데 기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요약하자면, 공사의 국내외적 네트 워크 확장은 조직의 영역성이 강화된다는 측면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향후 입지 갈등의 국면에서 주요한 행위자로서 자리매김하는 데 초석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시기의 지리적 조건의 변동은 2010년 이 후 매립지 연장과 관련한 논의에서 주요 행위자들의 네트워크가 변화하는데 일조하였다. 1990년대 중반 에 들어와 수도권매립지 주변의 지리적 조건은 크게 변모하는데, 첫째, 도농통합 행정구역 개편과 본격적 인 지방자치제의 실시, 둘째, UR협상과 WTO체제 확립에 따른 국내외 식량 공급 여건의 변화, 셋째, 중 국과의 수교와 동북아 정세 변화 등으로 요약할 수 있 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1995년 행정구역의 개 편과 본격적인 지방자치제의 실시(직선제 도입)는 기 존 매립지 입지갈등을 둘러싼 이해 당사자들의 네트 워크와 이로 인한 영역성에 보다 심대한 변화를 야기 하였다. 매립지 준공 당시 매립지의 행정상 관할구역 은 경기도 김포군 검단면 일원이었으나, 1995년 인천 의 광역시 승격과 대대적인 행정구역의 개편에 따라 매립지의 대부분이 인천시로 편입되기에 이른 것이 다. 이는 매립지의 소유권과 행정권의 미스매치를 야 기하면서, 향후 매립지 관련 현안에서 서울시와 인천 시 간의 입지갈등이 핵심으로 자리 잡는 직접적인 계 기가 된다.
또한 1993년 UR협상과 1995년 WTO 출범에 따
그림 2. 드림파크 야생화 단지 출처: 드림파크 문화재단
그림 3. 수도권매립지 50MW급 매립가스발전소 출처: 환경부
른 국내외 식량 공급 여건이 변화함에 따라 당초 김포 공유수면의 매립 목적이기도 했던 농경지 조성의 필 요성이 크게 줄어들었고, 여기에 중국과의 수교와 동 북아 정세 변화로 인해 인천의 지경학적 중요성이 높 아지면서 김포매립지 중 수도권매립지로 전용한 면 적을 제외한 잔여 부지(청라지구)에 대한 개발압력이 증대하였다. 즉, ‘동북아 비즈니스의 중심으로서의 인천’과 같은 공간적 재현이 시도되기에 이른 것이다.
이는 구체적 실현 방법으로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제도시라는 목표를 설정하게 만들었으며 보다 구 체적인 공간적 실천으로 전개되었는데, 2001년 영종 도 국제공항이 건립되었고, 2003년 인천자유경제구 역의 지정과 같은 제도적 변화를 거쳐 청라국제도시 가 건설되기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매립지 반경 5km 내 인구는 1980년대 2만 명에 불과했으나 2013년 기 준 70만 명으로 급증하였으며, 지역 주민의 구성도 과거 농민에서 도시민으로 변화하였다. 이들 도시민 은 향후 입지갈등의 국면에서 새로운 행위자로서 부 각된다.
4) 매립지 연장 갈등시기(2010-현재): 새로운 네트워크의 형성과 재영역화
1992년 매립지의 입지와 폐기물 반입과 관련하여 절정에 달했던 일련의 영역화 과정은 이후 안정 상태 를 보이다가 2010년대에 들어와 매립지의 사용 종료
시점(2016년)을 앞두고 재영역화의 과정에 들어가게 된다. 먼저 지난 2010년 서울시는 매립지 사용 종료 에 대한 선제적 조치로 2044년까지 수도권매립지 활 용을 연장할 것을 제시하였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영 역성을 공고히 하기 위해, 영역이라는 효과를 생산하 는 통치 기술(governmental technologies)에 의존하는 데, 페인터에 의하면 통치 기술은 인간과 비인간 행위 자가 공간적으로 광범위하게 얽혀 있는 네트워크의 생산물이다(Painter, 2010, 1114). 즉, 서울시는 수도 권매립지 연장에 대한 근거로서 다양한 비인간 행위 자를 네트워크에 포함시킨다. 매립지 시설분야의 발 전, 쓰레기의 에너지화, 자원화와 같은 기술발달, 국 내 발생 폐기물의 지속적 감소 추이를 보여주는 그래 프(그림 4), 재활용을 위한 법안들(쓰레기 종량제, 분 리 수거, 음식물 쓰레기 수도권매립지 반입금지, 건 설폐기물 재활용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이종적 네 트워크의 대부분은 특정 지역적, 국가적 영역의 범위 를 넘어 지리적으로 확장되어 구성된다. 이와 함께 서 울시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경기장 건설지원 조 건이라는 유인책도 마련하였다. 무엇보다 서울시는 수도권매립지에 대한 재산권을 근거로 주도권을 행 사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공사 또한 매립 지의 영구화 방안을 제시하는 등 서울시의 입장과 연 대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에 인천시는 연장 사용을 할 수 없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매립지 면허권을 중앙정부로 환수
그림 4. 수도권매립지 지역별 반입량 출처: 수도권매립지 통계연감, 2014
그림 5. 청라지구 주민들의 매립지연장반대시위 출처: 오마이뉴스, 2012. 4. 27
해 위탁받아 매립지를 직접 관리하는 방안과 함께 대 체 매립지 마련을 추진하였다.22) 또한 서울시가 매립 지 부지 중 일부를 경인 아라뱃길 조성 당시 수자원 공사에게 양도하면서 확보했던 토지보상금 1,000억 원을 서울시 자체 예산으로 전용한 것을 계기로 갈등 은 더욱 증폭되었다. 무엇보다 지역 주민들의 대응 이 본격화 되었다. 일례로 매립지 악취와 관련한 민원 이 2010년에는 30여건에 그쳤던 것이 2011년 9~10월 불과 1개월 간 1,000건에 육박하였다. 당시 인천시 조사 결과 악취의 주범인 황화수소 농도가 감지농도 0.5ppb보다 최대 1,760배 높은 881.5ppb까지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2011년 여름의 집중호우로 인 한 매립장의 복토면 균열, 매립 폐기물의 부패, 매립 가스의 누출 때문이라고 진단되었다(조강희, 2015).
이는 매립지의 물질성에 의한 공간적 유동성(매립침 출수의 이동, 매립가스의 발산 등)이 작동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비인간의 행위자들은 주민들로 하 여금 민원제기와 대책위원회를 구성하도록 촉발하는 효과를 가짐으로써 행위능력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주민들의 대응이 과거와 달라진 것은 매립지 준공 시기와 달리 2000년대 중반 이후 매립지 주변이 급격 히 도시화가 진전되어 인구가 밀집되었고, 주민의 특 성 또한 상당수가 상공업 및 전문직에 종사하는 등 도 시민으로서의 성격이 훨씬 강화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들은 혐오시설의 입지에 따른 전반적인 주거 환경(부동산적 가치, 학군의 형성)의 악화에 직면하 여 자신들의 장소의존적 이해를 지켜내기 위해 영역 화 전략을 시도하였다. 이러한 영역화 전략은 조직적 인 민원제기와 주민연합회(청라입주자총연합회, 청 라여성총연합회 등)의 결속과 함께, 검단신도시 등 주변 도시와 지역 환경 단체의 관계자와 태스크포스 (TF)를 구성하는 등 청라지구를 뛰어넘는 정치적 연 대와 네트워크(기간연장 반대투쟁위원회23), 지역구 국회의원 및 시의원)를 구축하는 것으로 실행되었다 (그림 5).
그러나 결과적으로 청라지구 주민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네트워크는 주변 행위자들의 공세에 의해 크 게 확장되지 못하였다. 특히 서울시-공사 연대는 매 립기술의 발전에 따른 폐기물 반입량의 지속적인 감
소를 근거로 기존 매립지를 최소 30년 더 활용할 수 있음을 일관되게 주장하였다. 서울시는 국회 토론회 개최, 전문가 기고문 게재 및 홍보, 주민 순회 설명회 개최 등으로 통치 기술을 펼쳐나갔으며, 공사 역시 자 신들의 조직유지 및 확장을 위해 매립지의 영구화 방 안까지 제시하고, 국내 도시가스의 보급률 증가를 근 거로 매립지에서 추출되는 매립가스의 유용성과 활 용의 극대화를 주장하는 등 연장 찬성 연대에 주축이 되었다. 서울시는 2013년 4월호 반상회보에 ‘매립지 사용기간 연장이 2,400만 주민의 희망’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서울)시민이 앞장서야 한다는 내용을 싣기 도 하였다. 인천시는 즉각 서울시에 항의 공문을 보내 며, 이 같은 서울시의 대응을 전형적인 지역 이기주의 의 행태라고 비판했다.
한편, 환경부와 경기도는 대체부지 선정의 어려움 과 이미 조성된 부지가 있다는 이유로 매립지의 연장 을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다만 이들은 매립지 연장 갈 등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주변부에 머물렀다. 즉, 매 립지 연장 찬성 연대는 서울시-공사 네트워크를 중 심으로 환경부와 경기도가 광범위하게 협력하는 네 트워크로 구축되었다. 주목할 점은 환경부의 역할이 과거에 비해서 축소하였다는 점이다. 매립지 입지 선 정의 과정에서는 전면에 등장하여 김포매립지의 매 입과정을 사실상 진두지휘했으나, 1995년 지방자치 제의 본격적인 실시와 2000년 공사의 설립과정을 거 치면서 매립지 연장과 관련한 갈등의 국면에서도 이 들의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갈등 관계에 있는 반대 연대는 인천시-지역 주민(주민들의 네트워크를 포함)을 중심으로 네트워 크를 이루고 있었다. 다만 인천시와 지역주민들간에 는 미묘한 입장 차이가 존재하였다. 지역주민들은 예 정대로 매립지의 사용 종료를 강력히 주장하면서 인 천시장을 거세게 압박한 반면에, 인천시는 대체 매립 지 물색에 대한 불투명한 실현가능성(해당지역 주민 의 반발, 중앙정부의 비협조)과 심각한 재정파탄 위 기로 인해 표면적으로는 연장 반대를 주장하면서도 연장에 대한 보상 방안을 별도로 구상하는 등 찬성 연대와의 협상의 여지를 두고 있었다(조강희, 2015, 200-201).24) 이는 행정권만을 가지고 있는 매립지에
대하여 협상을 통한 토지소유권과 매립면허권의 이 전을 통해 인천의 온전한 영역을 구성하고자 하는 욕 망이 발현된 것으로 보인다.
이후 매립지의 연장 갈등 국면은 4자 협의체의 구 성과 합의로 전개되면서 재영역화의 과정에 돌입하 게 된다.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 환경부로 구성된 4 자 협의체는 2015년 6월 조건부로 매립지 연장 방안 에 합의 하였다. 핵심내용은 ① 토지소유권, 매립면 허권, 공사를 인천시로 이양 또는 이관, ② 3-1 매립 장의 사용(최소 10년 예상)과 각 지자체의 대체매립 지 마련(마련되지 않으면 3-2, 3-3 매립장 추가사용 가능), ③ 반입 수수료의 인상과 지역경제 활성화 지 원, ④ 2017년 이후 생활폐기물 직매립 전면금지(소 각 후 소각재만 매립 가능) 등을 골자로 한다. 인천시 는 2015년 12월 8일 수도권매립지에 대한 향후 계획 을 발표하는데, 소유권이 환경부·서울시로부터 이관 되면 매립 완료 부지를 글로벌 테마파크와 복합리조 트로 개발하고 매립 예정 부지는 에너지복합타운으 로 조성하는 방안을 ‘2030년 인천시 도시기본계획’에 반영한 것이 그것이다(파이낸셜 뉴스, 2015). 즉, 이 같은 글로벌 도시 기획은 인천이 매립지에 대하여 온 전히 소유권과 행정권을 행사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 의 새로운 영역의 형성을 구상한 청사진으로 평가할 수 있다.
반면 인천 지역주민들은 4자 협의체의 합의 내용에 대해 즉각 반발하며 원천적인 무효를 주장하였다. 눈 에 띄는 대목은 공사의 입장 변화인데, 이들은 매립지 의 연장 사용에는 찬성하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공사 가 인천시 산하조직으로 이관하는 합의 내용에 관해 서는 크게 반발하였다. 국가 기관인 환경부 산하의 공 사로서 지난 15년간 지역주민들뿐만 아니라 일반 국 민들, 그리고 국내외 환경 기업, 각국 공공 기관 등 다 양한 행위자들과 적극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국 가 폐기물 관리의 상징으로서 자신의 영역을 형성하 던 전략에 제동이 걸리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공사 노조는 이 같은 합의는 중앙정부가 폐기물 정책을 방 기하는 처사이며, 인천시가 수익성 위주로 공사를 운 영할 경우 연구기능을 비롯한 ‘국가’ 폐기물 처리기반 이 붕괴하고 매립지 주변지역의 환경관리가 소홀해
질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25) 또한 공사를 인천시로 이 관할 경우 주민이 지불해야 할 폐기물 처리비가 증가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러한 상황은 표면적으로 4 자 협의체가 모든 결정권을 가진 듯 보이지만 이보다 복잡한 다양한 행위자들과 이들의 네트워크에 의해 수도권매립지라는 영역이 생산되고, 재영역화되며, 지속적으로 변화해 가는 과정 중에 있음을 의미한다.
4. 결론
단일면적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로 조성된 수도권 매립지를 둘러싼 입지갈등은 입지선정 과정에서부 터 오늘날까지 줄곧 수도권 지역의 핵심 현안으로 자 리매김해왔다. 그러나 수도권매립지를 비롯한 혐오 시설의 입지 갈등을 논의한 일련의 선행연구들은 대 체로 지자체간 또는 정부와 주민 간 분쟁으로 귀착시 켜 갈등의 원인과 쟁점들을 단선적으로 이해하는 등 몰(沒)공간적인 분석에 그치고 있는 측면이 있다. 또 한 공간적 관점을 적용하는 경우에도 혐오시설의 입 지 갈등을 분석함에 있어 지역이기주의를 부각시키 는 데 치중함으로써 지역을 본질적인 의미에서 영역 적으로 고정되거나 경계 지워진 것으로 재현하는 경 우가 많다. 본 연구는 기존 연구가 간과하고 있는 영 역에 대한 개념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수도권매립지 사례를 통해 시도해보았다. 네트워크의 효과로서의 영역 개념은 그간 인문지리학에서 이분법적으로 인 식되었던 영역과 네트워크의 용례를 인과적으로 재 고찰한 개념이다. 즉, 영역을 네트워크화된 사회적- 기술적 실천의 결과로 인식함에 따라, 행위자들의 영 역화 전략을 자기 이해의 유지 및 확장을 위해 네트워 크적 연결성을 강화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 다. 이러한 영역성은 영속적이지 않으며, 다공적이고 (porous), 특정한 역사·지리적 조건 속에서 추동되며, 변덕스러우며, 불균등하고, 변질되기 쉽다. 이는 곧, 역사·지리적 조건의 변화 속에서 다양한 인간, 비인 간 행위자들의 사회적·정치적·경제적 관계, 즉 네트 워크 관계가 변모되며 상이한 영역을 생산할 수 있음
을 암시한다.
수도권매립지 입지갈등의 국면에는 지난 35년간에 걸쳐 다양한 행위자들이 갈등과 연대의 네트워크 과 정을 통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역동적으로 변모시 켜오면서 그 효과로서 영역을 생산해내고 재영역화 하고 있는 과정이 담겨있다. 이에 본 연구는 수도권매 립지가 조성되기 이전의 김포 공유수면 매립시기에 서부터, 최근 매립지의 사용 연장을 둘러싼 갈등 국 면에 이르기까지, 매립지의 입지갈등 전개 과정을 주 요 행위자들의 네트워크 변화와 이로 인한 영역의 생 산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매립지 입지갈 등의 전개는 다음의 변화와 맞물려 있음을 알 수 있었 다. 첫째, 특정한 역사·지리적 조건에 따라 주요 행 위자들의 구성(출현과 퇴장)과 네트워크가 변화한다 는 점이다. 둘째, 이러한 네트워크의 변화는 새로운 담론의 생산을 동반하면서 그 효과로서의 영역을 추 동시킨다. 셋째, 네트워크의 효과로서 생산된 영역은 시기별로 상이하며, 지속적으로 변모함을 알 수 있었 다. 즉, 매립지를 둘러싼 행위자들의 갈등과 협력의 관계적 네트워크가 결코 단선적이지도 영속적이지도 않으며, 동일한 행위자일지라도 상이한 지리적 조건 속에서 그들의 정치적·사회적·경제적 관계가 재편될 수 있고, 이러한 관계적 네트워크는 상이한 영역을 생 산한다. 이를 통해 영역은 결코 완성되지 않으며, 지 속적으로 형성되는 과정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통찰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매립지 입지갈등을 둘러싼 행위자(집단)와 그들 간의 관계를 비교적 제 한적으로 선별한 측면이 없지 않다. 특히, 공사와 지 역주민간의 관계와 주민들의 특성을 보다 면밀히 고 찰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2010년대 이후 매립지의 사용 연장 갈등 국면과 관련하여, 본 연구는 주민집단 의 구성과 네트워크적 특성을 청라지구를 중심으로 한 시민단체들로 한정하였으나, 실제 주민집단 간에 도 이에 관한 이해관계는 사뭇 다를 수 있다. 일례로
<폐촉법>에 근간한 주민지원협의체는 매립지의 직접 영향권(반경 2km이내)에 포함되는 주민들로 구성되 는데, 이들은 전술한 바와 같이 매립지의 연장에 강하 게 반발했던 (청라지구 중심의) 주민집단과는 상이한
이해관계를 가진 것으로 짐작된다.26) 또한 최근 수도 권매립지 관리공사는 매립지의 관리 및 에너지 자원 화의 기술을 근간으로 국내외적으로 네트워크를 확 장하는 추세에 있다. 이들은 향후 매립지의 사용(연 장)과 관리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행위자로 부각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공사의 네트워크 확장이 매립지 를 둘러싼 정치적·사회적·경제적 관계를 어떻게 재 편할 것인지를 탐구하는 것이 향후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주
1) 공유수면(公有水面)이란 바다·바닷가 또는 하천·호소·
구거 기타 공공용으로 사용되는 수면 또는 수류로서 국유 의 것을 의미하며, 바다와 평균 저조선부터 지적공부에 등 록된 대지까지의 마른 땅도 포함한다(공유수면관리법 제2 조 제1호).
2) 매립지 관리 등의 소관 업무를 담당하는 중앙정부기관은 정부 조직의 설립 및 개편과정에서 환경청(1980년) → 환경 처(1990년) → 환경부(1994년)를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3) 대법원은 강화군과 김포군 일대 어민 366명이 수도권매립 지공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재상고심에서 원 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수도권매립지에서 유해한 오염물질이 배출돼 어장의 일부에 도달했고, 그 이 후 해양생태계가 파괴되면서 어획량이 감소하는 피해가 발 생했다.”며 오염물질 배출과 어민 피해사이에는 인과관계 가 증명됐다는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또한 수도 권매립지공사와 지역주민협의체의 비리에 대한 경찰의 수 사가 진행 중에 있으며, 매립지공사 사장 임용에 대한 문제 까지 불거지면서 수도권매립지에 대한 논란은 일파만파 커 지고 있는 상황이다(시민일보, 2015년 3월 26일자).
4) 공공재적 성격을 가진 혐오시설은 그 표현이 지나치게 부 정적 의미를 드러낸다고 하여 비선호시설 또는 환경기초시 설, 도시기반시설 등으로 지칭되기도 한다(이강웅, 2008).
이들은 시설의 특성에 따라 혐오성 시설(쓰레기매립장, 하 수종말처리장 등), 위험성 시설(발전소, 핵폐기물처리장, 교도소 등), 공익성 시설(정신병원, 미혼모 수용시설 등)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김남걸, 2011).
5) 이와 함께 이전에는 주로 행정학과 환경공학을 중심으로 폐기물 처리 정책과 관리, 매립지 주변지역에 대한 환경영 향에 관한 연구들이 꾸준히 진척되어 왔다(고영석, 1995;
김학훈, 1997; 신윤선, 2009).
6) 이러한 절대적 영역 개념은 실제는 문제시되며 도전을 받 아오고 있다. 일찍이 존 애그뉴(Agnew, 1994)는 “영역적 함정(territorial trap)”이라는 개념을 통해 전통적인 근대 사 회과학(특히 국제관계이론)이 명확하게 경계 지워지는 영 역적인 공간, 근대사회의 지리적 스케일로서 국가를 가정 하면서, 세계가 배타적으로 경계가 지워진 영역들로 구성 되어 있다는 생각을 당연시함으로써, 실제로 이들 영역들 이 사회적으로 구성되고 끊임없는 도전과 갈등관계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7) 브레너는 국가중심주의를 구성하는 세 가지 차원의 지리 적 가정을 공간 물신주의(spatial fetishism), 방법론적 영 역주의(methodological territorialism), 방법론적 국가주의 (methodological nationalism)로 설명한다(Brenner, 2004, 38).
8) 박배균(2006; 2012)은 이러한 페인터의 영역-네트워크의 인과관계에 대한 통찰을 콕스(Cox, 1998)의 스케일의 정 치에 대한 논의와 통합하여 네트워크적 영역성이라는 개 념으로 정리하였다. 이는 행위자들 사이의 권력관계가 네 트워크를 통해 수행되고 재생산되는 영향권으로 개념화된 것으로, 네트워크적 연결성이 강화될 경우 영역화된 이해 와 정체성의 형성이 촉진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페인터(2010)의 ‘네트워크의 효과로서의 영역’
개념이 사례에 더 적절하다고 판단하여 이를 적용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네트워크의 효과로서의 영역 개념은 서로 다른 종류의 장소들이 별개의 공간적 스케일로 분할되거 나 위치될 수 있다는 생각도 무너뜨리기 때문이다(Painter, 2008, 343).
9) 이에 1979년 1월 민간기업참여에 의한 대규모 간척농지 개 발사업 시행 규정(농림수산부 고시 제3041호)이 마련되었 고, 현대건설의 서산간척지, 동아건설의 김포간척지 등 대 규모 간척사업이 시작된다.
10) 그러나 이러한 경제성에 매몰된 나머지 국토 곳곳에 무리 한 간척사업이 난무하는 결과를 낳았으며, 토지이용의 형 태 또한 초기 계획과는 달리 시의성이 크게 작용하여 정부 와 지역주민 간에 마찰이 자주 발생하게 되었다.
11) 정부와 서울시는 1977년 1월 7일부터 7월 25일까지 200 일 동안 1일 평균 3,500여 명을 동원해 난지도에 길이 4km, 폭 20m, 높이 7m의 제방을 쌓았는데, 당시 정부는 이 사업의 목적을 농원 조성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제방이 축조된 후 9일 후 8월 3일 서울시는 난지도를 쓰레기처분 장으로 고시하고 난지도 내 사유지를 토지수용법으로 매입 했다(경향신문, 1977년 8월 3일자).
12) 단, 당시 행정구역을 고려하면 인천시는 지금의 청라지구 를 자체 매립지로 계획했던 것으로 사료된다.
13) 행정구역상으로는 당시 경기도 김포군 검단면 일원에 해 당되며, 1995년 강화군, 옹진군과 함께 인천광역시에 편 입되어 오늘날 인천 서구 오류동과 백석동의 일부에 해당 된다(법정동 기준). 지리적으로는 김포 매립지를 관통하는 경인아라뱃길 북측에 해당되며, 남측은 현재 인천서부산 업단지와 청라국제도시 등이 자리하고 있다.
14) 본래 환경청은 김포 매립지 전체를 전용할 것을 계획했으 나, 1986년 12월 전두환 前대통령은 당시 박판제 환경청장 을 통해 간척지의 절반만을 사용할 것을 지시하였다(조선 일보, 2013년 7월13일자).
15) 여의도의 약 7배 면적으로 국내 매립장 면적의 68%를 차 지한다.
16) 당시 환경처와 3개 시도는 2015년 매립종료 이후 김포군 과 강화도 일원의 공유수면을 추가 매립하여 향후 100년간 사용할 쓰레기매립장을 건설하겠다는 장기적인 대안을 고 려하였다.
17)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측은 제2매립장의 사용연한을 2018년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후에는 4자협의체의 합의에 따라 제3매립장이 가동될 예정이다.
18) 환경처(1992)는 보도 자료를 통해“폐기물 처리문제를 너 와 나를 가를 수 없는 우리 공통의 문제로 받아들일 때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라면서 지역주민들의 반대운동을 지역이기주의로 단죄하였다(김형조·문형만, 1995, 441).
19) 환경처와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 등은“김포매축장은 처 음부터 일반폐굴을 매축키로 확정돼 공표 됐었다”며,“주민 들이 산업폐기물이라면 무조건 유해한 것으로 알고 있다”
고 지적했다(경향신문, 1992년 4월24일자).
20) 김문조·문형만(1995)은 서구 환경운동과는 달리, 현 단 계 국내 환경운동은 실익추구를 향한 전략적 성격이 농후 한 집단 활동의 산물로서 이해할 수 있다고 평가하였다. 반 면, 이상헌(2015)은 지역주민들의 반대에 직면하는 정부 추진 사업에 있어 주민의 반대를 무마하고 협상체제로 전 환시켜 ‘거버넌스를 이용해 갈등을 관리하면서 애초의 계 획을 차질 없이 그대로, 그것도 표면적인 정당성을 확보하 면서 추진하는 전략을 거버넌스 조정(governance fix)’이라 개념화하였다(이상헌, 2015, 109).
21) 당시 대책위에 참여한 대표적인 전문가 집단은 대전에서 활동하던 배달환경연구소(당시 소장: 장원 대전대학교 교 수)였다. 이들은 대전을 넘어 전국에 걸쳐 환경보호운동을 확산시켜나가고자 하였다(한국경제, 1991년 8월 12일자).
22) 인천시의 매립면허권의 환수 및 위탁방안에 대해 서울시 는 재산권 침해라고 비난하였으며, 대체 매립지 마련 방 안도 또 다른 지역주민반발이 예상되어 진전을 이루지 못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