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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쓴 종이박스를 분리수거하려면 바닥을 해체하지 않 고서는 부피를 줄이기가 힘들다. 일반적으로 박스의 바닥 은 서로 이웃한 면들을 한 방향으로 포개어 연결한 구조 이다. 접착제나 철물로 바닥을 고정하지 않았음에도, 4개 의 종이판을 연속적으로 겹친 것만으로 내구성을 확보하 고 상당한 중량의 물건들까지 담을 수가 있다. 종이박스를 납작하게 해체하고자, 뒤집어 밟아도 생각보다 잘 부서지 지 않는다. 이 때는 가운데 부분을 밟아서 종이가 포개어 진 결점들을 분리해줘야 박스의 형상이 쉽게 해체될 수 있 다. 이처럼 ‘구조체가 이웃한 구조체를 지지’하고, ‘이웃한 구조체는 그 옆의 구조체를 지지’하는 방식으로 전체가 연 결되는 방식을 상호지지구조라고 한다.
1건축물에서도 이러한 상호지지구조를 오래전부터 사 용해왔다. 전통적으로 북미 인디언이나 에스키모 등도 텐 트 방식의 주거를 세울 때 활용한 흔적이 있다. 상호지지 구조는 긴 부재가 아닌, 짧은 부재들의 연결을 통해 상대 적으로 큰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 3차원의 구조 방식을 X·Y축의 2차원에서만 구현한다면 넓은 거리의 강을 건 널 수 있는 구조물도 가능하기에, 지금으로부터 천여년전 의 북송 시대 그림에도 이를 활용한 목조 다리를 만나볼 수 있다.
2이보다 수백년이 흐른, 르네상스 시대의 레오나
1) Reciprocal Frame, 일명 RF 구조라고 한다. 종이딱지 접기나, 손 목가마 태우기, 카메라 조리개에서처럼 별도의 구조체가 필요없 이 스스로 자립하는 구조방식이다. 구조체는 이웃한 구조체를 지 지하고 이웃한 구조체는 그 옆의 이웃한 구조체를 지지하면서 전 체적으로 균일한 힘을 받기 때문에, 구조체중 하나라도 결손이 생기면 형상이 무너지기 쉽다.
2) 북송시대 화가 장택단(張擇端/1085∼1145)이 청명절을 맞이하여, 수도인 카이펑의 모습을 그린 청명상하도(淸明上河圖)를 일컫는
르도 다빈치가 고안한 다리 스케치가 이와 흡사한 점은 매 우 흥미롭다.
다. 강을 따라 이어지는 풍경들을 25.2㎝ × 528.7㎝의 화폭에 세 밀하게 그려넣어 당시의 생활상을 생생히 전하고 있다. 중국판 모나리자로 비유되기도 한다.
그림 1. 상호지지구조의 최소 형태.
(출처 : https://en.wikipedia.org)
그림 2. 상호지지구조의 적용사례, ‘MoMA의 Satellite Fruit Bowl’.
(출처 : https://www.amazon.co.uk)
현대 건축물에 본격적으로 쓰인 사례도 있다. 일본의 건축가 가즈히로 이시이(Kazuhiro Ishii : 1944~2015)는 인 형극 공연장 단지를 계획하면서 다양한 방식의 상호지지 구조를 개별 건물들마다 활용하였다.
3상호지지구조에서 생기는 개별 패턴들을 안정된 삼 각형으로 통일하고 수많은 삼각형들을 동일면상에서 연 결하여 형상을 구현하면 지오데식 돔
4이 된다. 개별 부재
3) 세이와 인형극 극장(清和文楽館)이 그것이다. 전시장의 경우, 8 미터 폭에 높이 13미터의 공간을 12개의 빔으로 상호지지하여 구 성하였다. 구조체는 지붕속에 있어서 볼 수 없으므로 방문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천장 하부에 얇은 부재들을 부착하였다. 기둥 중간 높이에 뒤틀림을 막기 위해 링 형태로 연결해 놓은 것도 상 호지지구조이다. 12미터 폭의 공연장은 15톤에 이르는 격자 형태 의 상호지지 프레임을 수평으로 걸쳐놓고 그 위에 수직 부재를 세움으로서 기둥 없는 목조 지붕을 구성하였다. 이 밖에도 상점 과 식당 역시 상호지지구조를 변형하거나 독특한 연결 방식을 통 해 목재 구조의 다양한 가능성을 실험하였다. (‘Puppet Theatre Seiwa, 2019’, 출처 : https://www.northernarchitecture.us) 4) Geodesic Dome 이라고 한다. 최초의 지오데식 돔은 100여년
전 독일 공학자 발더 바우에르펠트(Walther Bauersfeld)에 의 해 등장하였으나, 미국의 건축가겸 발명가인 버크민스터 퓰러 (Buckminster Fuller : 1895~1983)가 이를 대규모로 구현하고 대중 화시켰다.
들의 사이즈가 작은 대신에, 동일한 유닛이 반복되므로 현장 조립이 쉽고 큰 공간을 만들기가 용이한 장점이 있 다.
5지오데식 돔은 최소한의 표피 면적으로 가장 극대 화된 공간을 구성할 수 있으며, 가벼운 무게에 비해 구 조적으로 안정적이다. 따라서 규모가 커지더라도 동일 한 ‘면적 대비 강성 비율’을 유지할 수 있으므로 주로 천 문대나 돔형태의 특수시설 등에 활용되었고 최근에는 화 성에 설치할 인류의 개척기지 형태로도 제안되고 있다.
6지오데식 돔이 구조적으로 안정적인 까닭은 삼각형 부재 들이 만나는 접합(Node)점을 통해 끊임없이 압축력과 인 장력이 분산되어 절묘한 힘의 균형을 이루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극도의 압축력 부재와 인장력 부재를 각각 구 성하여 균형을 이루는 구조 방식도 가능하지 않을까? 이 처럼 각각의 특성을 대표하는 재료들로서 순수한 압축력 (막대)과 순수한 인장력(케이블)만으로 구조적 균형을 이 룬 방식을 텐세그리티(Tensegrity)라고 한다.
7텐세그리티
5) 물방울의 표면이 완전한 구를 지향하는 까닭은 최소의 면적을 구 현하려는 표면장력이 작용되기 때문이다.
6) 몇 해전 엘런 머스크(Elon Musk)는 2024년부터 화성을 개척하겠 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유리판들과 탄소섬유 프레임들로 지오 데식 돔을 구성하여 인류의 전진 기지를 구성하겠다는 내용이 다. ('Elon Musk wants to build a martian colony out of geodesic domes, 2016', 출처 : https://www.fastcompany.com) 비슷한 시 기, 화성 탐사를 가정하여 지오데식 돔을 하와이에 짓고, 과학자 들이 8개월간 외부에서 유입되는 식수 공급없이 격리되어 생활 하기도 하였다. ('Scientists will live in in a dome for 8 months to simulate Mars, 2017', 출처 : https://phys.org)
7) Tensegrity 는 ‘tension + integrity’의 합성어이다. 최초의 텐세그 리티 구조물은 1951년, 런던의 브리튼축제에서 스카일론(sklyon) 이라는 이름으로 세워진 기념물이었다. 지상에서 15미터위에 세 워져 6개의 케이블에만 의지한 90미터 높이의 탑이었다. 이후 텐 그림 3. 북송시대 상하지지구조로 보이는 다리 사례
‘청명상하도’ 中 다리 부분 확대.
(출처 : http://afe.easia.columbia.edu)
그림 4. 다빈치의 상호지지구조 다리 스케치.
(출처 : https://www.basingstokemakerspace.org.uk)
그림 5. 10여분만에 설치된 상호지지구조물의 지지력 모습.
(출처 : https://www.core77.com)
그림 6. 전시장 상부 접합부 시공 사진.
(출처 : https://www.architectural-review.com)
그림 7. 전시장 하부에서 바라본 모습.
(출처 : https://www.architectural-review.com)
그림 8. 공연장 상부 모습 사진.
(출처 : https://ja.wikipedia.org)
그림 9. 공연장 지붕 단면도.
(출처 : https://www.northernarchitecture.us)
그림 10. 버크민스터 퓰러가 ‘엑스포 67’에서 선보인 미국관.
(출처 : https://en.wikipedia.org)
그림 11. 하와이에 설치된 화성기지시설.
(출처 : https://pacificdomes.com)
구조는 매우 가벼우며 시각적으로도 압축재(막대)가 분리 되어 인장재(케이블)에 의해 떠 있으므로 마치 중력을 거 부하는 듯이, 부유하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전체적인 힘 의 구조가 분리되지 않고 연결되어 있으므로 케이블이 끊 기거나 막대가 돌아갈 경우 전체의 형상이 붕괴되는 특성 을 가지고 있다. 이는 전통 곡예인 줄타기에서 볼 수 있듯
세그리티는 버크민스터 퓰러에 의해 개념이 더욱 구체화되었다.
그는 ‘인장재의 바다 가운데에 있는 압축재라는 작은 섬(small islands in a sea of tension)’이라는 표현으로 압축재의 양과 사이 즈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이 팽팽한 줄(케이블)에 곡예사의 하중이 얹어지면서, 인 장력이 극대화될수록 역설적으로 안정감이 생기는 것과도 동일한 원리이다. 이러한 텐세그리티는 대규모 공간을 가 볍게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집합시설의 지붕 등에 쓰였
그림 12. 텐세그리티 기본구조.(출처 : http://www.tensegriteit.nl)
그림 13. 줄타기의 원리와 텐세그리티.
19세기말 김준근作 기산풍속도中 (출처 : https://folkency.nfm.go.kr)
그림 14. 텐세그리티를 활용한 의자 사례.
(출처 : https://mikeshouts.com)
그림 15. 'skylon'으로 불리우는 최초의 텐세그리티 구조물.
(출처 : https://en.wikipedia.org)
다. 88년 서울 올림픽을 위해 건설된 舊체조 경기장은 당 시로선 세계적으로도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텐세그리티 지붕’ 구조 건축물이었다.
8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일반적인 벽식구조나 기둥×보 구조, 장력구조외에도 다양한 구조 시스템들이 존재한다.
상호지지·지오데식돔·텐세그리티 역시 개성적인 구조 방식으로서 독특한 건축물이 가능하게끔 해준다. 앞으로 도 보다 다양한 구조와 건축물들을 우리 주위에서 더욱 자 주 볼 수 있기를 기원한다.
8) 공학자 가이거(David H. Geiger:1935~1989)는 그 때까지 현실화 되지 못한 텐세그리티 시스템을 건물 지붕에 최초로 적용하였 다. 그는 퓰러의 개념을 단순화 및 개선시키고 별도의 공기압 유 지 기구 설치없이, 舊올림픽 체조 경기장 지붕에 성공적으로 텐 세그리티를 설치하였다. 그가 개발한 시스템은 스케일을 키워도 추가적인 지지대 설치로 인한 비용 증가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도시 전체를 감쌀(‘housing an entire city’) 수 있을 정도로 구조 적인 안정성을 가진다고 소개되었다.(1988 Olympic Fencing and Gymnastics Arenas, 출처 : http://www.columbia.edu)
그림 16. 서울올림픽 舊체조경기장 지붕개념도.
(출처 : http://www.columbia.edu)
그림 17. 舊체조경기장 준공후 사진.
(출처 : http://www.columbia.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