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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아시아 통화바스켓페그제도의 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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姜 KIEP 국제거시금융실 부연구위원 sammokang@kiep.go.kr KIEP 국제거시금융실 선임연구위원

yjwang@kiep.go.kr

1. 동아시아 통화바스켓페그제도의 대두

1997년 동아시아 통화위기 이후 동아시아국 가들은 자국의 환율제도를 사실상의 달러페그 제에서 변동환율제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았 다. 이와 같이 변동환율제로 전환하였던 이유 는 자국의 통화가치를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 받아야 한다는 IMF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실상의 달러페그제는 유

연한 환율변동을 등한시하여 동아시아국가의 통화가치가 고평가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던 것 이다. 특히 1995년 5월 엔/달러 환율은 82엔대 로 초강세를 보이다가 1997년 5월 126엔대로 빠른 상승세를 기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동아 시아 각국의 환율은 이러한 엔화가치의 변동 이 가져다주는 충격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하 였다.

외환위기는 이러한 경직적 환율제도의 문제 최근 동아시아에서 환율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통화바스켓페그제도

가 주목받고 있다. 본고에서는 동 제도의 장단점과 실행가능성을 살펴보았다. 현 재 동아시아국가의 환율결정에 있어서 달러의 역할이 절대적이지만, 무역구조 등 을 살펴보면 환율결정에 있어서 엔화의 역할이 증대되는 것이 동아시아국가의 경 제안정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 통화바스켓페그제도는 실효환율의 안정성을 제고하는 장점이 있지만, 동 제도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 취약 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유럽의 통화통합 역사에서 나타나듯이 독일의 역할이 역내 환율안정에 절대적이었던 반면, 동 제도는 일본의 참여를 전제하지 않고 있 다는 점에서 내재적 한계를 지닌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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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을 그대로 노정시켰고, 그 결과 IMF의 요구 를 떠나서 신축적인 환율제도의 운용이 외환 위기의 예방 및 거시경제적 안정성을 제고하 는 데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정책담당자에게 각인되었다. 그러나 1998년 하반기 이후 외환 위기의 큰 여파가 조금 잦아들기 시작하자 동 아시아국가들은 변동환율제를 유지하는 것에 대해 다시 부담감을 느끼게 되었다. 이는 조그 마한 외부 충격이 발생하여도 환율 변동폭이 너무 커지고 이에 따른 혼란이 커지는 것을 정 책당국의 입장에서 염려하게 되었기 때문이 다. 동아시아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는 환율제 도가 적정한가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은 논쟁 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논쟁의 한 가운데 일련의 일본 학자들이 제시한 통화바 스켓페그제도는 주목을 받고 있다.

전세계 개발도상국들이 공식적으로 공표하 는 환율제도의 변화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개발도상국의 수가 1980년 118개국에서 2000년 162개국으로 증가하였다. 이 중 고정환 율제를 채택하는 국가는 감소하여 1980년 90 개국에서 2000년 78개국이 되었다. 한편 변동 환율제를 채택하는 국가는 증가하여 1980년 25개국에서 2000년 81개국으로 증가하였다.

즉 외형상으로는 개발도상국의 환율제도가 고 정환율제에서 변동환율제로 변하고 있는 것으 로 보인다. 그러나 전세계 개발도상국의 환율 운용 방식을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공식적 으로는 환율제도를 변동환율제로 바꾸는 경향

이 있으나 실제로는 한 가지 통화 또는 통화바 스켓에 페그시키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 났다(Kawai and Akiyama, 2000).

동아시아지역에서 완전한 자유변동환율제 나 고정환율제를 실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동아시아의 경우 완전한 고정 환율제나 변동환율제보다는 절충된 제도가 바 람직하다는 주장이 여전히 일각에서 제시되고 있다(Rajan, 2001∙Williamson, 2000). 동아시 아국가들의 무역구조와 자본이동을 살펴보면 미국, 유럽, 일본과의 거래가 여전히 지배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국가의 통 화인 달러, 유로와 엔화의 가치가 서로간에 변 동성이 심하여 어느 한 통화에 고정시키는 경 우 자국 통화의 가치도 변동성이 커진다. 이러 한 관점에서 동아시아국가들은 달러, 유로와 엔으로 구성된 통화바스켓에 환율을 안정시키 는 방향으로 환율제도를 운용하는 것이 바람 직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Kawai, 2001).

2. 달러페그제와 통화바스켓페그제의 비교

변동환율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외환시장이 발달하여 효율적이어야 한다. 그 러나 개발도상국 중 많은 국가들이 효율적인 외환시장을 가지고 있지 못하여 자국경제의 펀더멘탈을 충분히 반영하여 환율이 결정되지 못한다. 또한 국제경제에 충격이 있거나 자국 경제의 상황이 나빠지면 투자자들이 위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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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피하여 개발도상국에서 자본을 일시에 회수 할 위험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남미 등의 국가 들은 자국의 환율을 특정 통화에 페그(peg)시 키는 고정환율제를 택하여왔다. 먼저 달러에 자국 통화의 가치를 고정시키는 달러페그제의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가. 달러페그제

한국의 경우도 해방 이후 1980년 무렵까지 달러페그제를 채택하여왔는데 다음과 같은 문 제점이 발생하였다.

첫째, 미국 달러화의 대외 교환가치가 변동 함에 따라 원화의 다른 주요 선진국통화에 대 하여, 특히 1973년 말 1차 석유파동 이후 달러 화가 주요 선진국 통화에 대하여 초강세를 보 임에 따라 이와 연동된 원화도 강세를 보여서 수출에 차질을 초래하였다.

둘째, 주요 수출경쟁국의 통화가 절하되는 경우도 문제가 생긴다. 이 경우 원화환율이 달 러에 페그되어 있다면 한국은 수출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 왜냐하면 경쟁국의 통화가치 가 절하되는 경우 경쟁국의 수출기업은 보다 낮은 가격에 수출을 할 수 있게 되므로 수출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질환율의 고평 가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경쟁적 평가절하 (competitive devaluation)가 불가피하다.

셋째, 국내의 물가상승률이 외국에 비해 훨 씬 높은 상황하에서 환율이 고정되어 있어 국

내와 외국의 물가상승률 차이를 적기에 반영 하지 못하게 수출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넷째, 달러페그제하에서 실질환율의 고평가 상태가 일정기간 지속되면 결국 어느 순간에 서는 외환위기의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Edwards, 1989). 이 경우 일시에 환율이 대폭 절하되므로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위험성이 있 다.

나. 통화바스켓페그제도

앞에서 살펴본 달러페그제의 단점을 보완하 는 방법으로 통화바스켓페그제도를 들 수 있 다. 자국의 환율을 달러에 고정시키는 것이 아 니라 복수의 주요국 통화의 가중치에 고정시 키는 제도이다.

동 제도의 장점으로는 첫째, 달러화가 갑자 기 가치가 변할 경우 달러페그제하에서는 자 국 통화의 가치도 그대로 변하게 되지만 통화 바스켓제도하에서는 달러에 부여된 가중치만 큼만 변하게 된다. 따라서 달러화 가치변동에 따른 충격을 완화시킬 수 있다. 둘째, 교역상대 국의 화폐가치가 변할 경우에도 자국 화폐의 가치가 일정비율(가중치만큼)같이 변하게 되 므로 수출경쟁력의 상실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다.

그러나 통화바스켓페그제도를 실시하는 데 따른 문제점도 존재한다. 첫째, 고정환율제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점은 벗어나지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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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 예를 들어 자국의 소비자 물가가 타국보 다 높아서 구매력평가설에 따라 평가절하가 필요한 경우에도 통화바스켓에 포함된 통화의 가치가 변하지 않는 경우 자국 통화의 환율은 변하지 않게 된다. 즉 통화바스켓에 포함된 모 든 통화에 대해서 동시에 평가절하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자국의 실질환 율은 고평가상태에 빠지게 된다. 만약 고평가 상태의 크기가 크고 오랜 기간 지속될 경우 일 시에 환율이 대폭 절하하게 되어 금융시장을 혼란시킬 위험성이 남아 있다. 둘째, 통화바스 켓에 포함시켜야 할 통화와 그 가중치를 결정 할 경우 그에 따른 논란의 여지가 크다.

3. 통화바스켓의 가중치

개발도상국의 통화바스켓에서 각 통화의 가 중치는 어떻게 결정될까? 일반적으로 주요 통

화국(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과 무역을 많 이 할수록 그 지역 통화의 가중치는 커진다고 알려져 있다. Kawai(2001)에 따르면 달러, 프 랑, 마르크가 가지는 가중치는 개발도상국과 의 교역량과 양의 상관관계를 나타낸다. 그러 나 일본의 엔화는 이와 같은 경향이 강하지 않 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즉 일본과의 무역량이 커진다고 해서 엔화가 차지하는 가중치가 유 의성을 가지면서 증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 나고 있다. <표 1>은 Frankel & Wei(1994)와 Kwan(1995)의 분석결과인데, 대부분의 국가 에서 달러화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으며 특히 필리핀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나 고 있다.

한편 Kawai(2001)에 따르면 1997년 동아시 아 외환위기를 분기점으로 시기적으로 분류해 볼 경우 동아시아국가들의 환율결정에 있어서 다음과 같은 차이점이 나타난다. 첫째, 외환위

주: a) 1979년 1월부터 1992년 5월까지의 주간 변동을 기초로 작성됨.

b) 1991년 1월부터 1995년 5월까지의 주간 변동을 기초로 작성됨.

0.95 0.78 1.07 0.75 0.91 0.89

0.16 0.07 - 0.01

0.13 0.05 0.08

0.99 0.84 1.15 0.64 0.82 0.88

0.00 0.04 - 0.24

0.11 0.11 0.00

달러화 엔화 달러화 엔화

Frankel & Wei(1994)a Kwan(1995)b 환 율

인도네시아(루피아화) 말레이시아(링깃화) 필리핀(페소화) 싱가포르(달러화) 태국(바트화) 평균

<표 1> 주요 동아시아국가의 달러화 및 엔화 영향력의 비중(197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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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이전(1990년 1월�1997년 6월)에는 달러의 가치변화가 동아시아국가의 환율에 미치는 영 향이 절대적이었다. 동아시아국가 통화를 달 러에 대해 회귀분석을 했을 경우 계수가 1에 가까웠으며 통계적으로도 유의성을 가졌다.

즉 달러화의 가치가 변할 경우 동아시아국가 의 통화가치도 거의 비슷하게 변했음을 나타 낸다. 둘째, 외환위기를 겪고 있던 시기(1997 년 7월�1998년 9월)에는 달러의 영향력은 다 소 감소하였으나 엔화의 영향력은 증가한 것 으로 나타났다.1) 셋째, 외환위기가 지난 후 (1998년 9월�1999년 12월)에는 다시 통화위

기 이전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동아시아국가의 환율결정에 있어서 달러의 영향력은 지대하였 다. 그러나 동아시아국가들에게 미국은 더 이 상 최대의 교역국도 아니며 최대의 자본공급 국도 아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동아시아 최 대의 교역국은 일본이며 최대의 자본을 제공 하는 은행도 미국이 아닌 유럽에 있는 은행이 다.

<표 2>는 동아시아국가의 수출, 수입 상대국 의 비중을 나타낸다. 동아시아 대부분의 나라 에 있어서 일본은 최대의 수입상대국이며 두

1) 특히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에서 이러한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주: a) 수출∙수입 합의 점유율; 부(-)는 적자를 의미함.

자료: IMF, Direction of Trade Statistics, 각년호.

대 수출 미국 일본 주요 아시아국 대 수입

미국 일본 주요 아시아국 무역수지a

미국 일본 주요 아시아국

16.0 27.8 25.4

10.3 23.6 27.7

5.4 - 30.7 - 28.4

18.2 13.4 46.8

15.5 24.5 34.6

7.9 - 29.4

14.9

34.1 18.0 25.6

18.3 20.3 27.8

29.3 16.2 3.8

18.0 16.8 36.8

12.6 27.8 28.2

4.1 - 37.1

- 0.0

19.2 18.3 36.8

14.0 24.8 30.2

10.1 - 20.4

4.2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합계

<표 2> 미국과 일본에 대한 동아시아국가들의 수출∙수입 비중(1996년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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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째로 큰 수출상대국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표 3>을 살펴보면 말레이시아, 필리핀의 경 우 유럽 소재 은행들로부터 대부를 가장 많이 받았으며, 태국의 경우는 일본 소재 은행들로 부터 가장 많이 대부를 받은 것을 알 수 있다.

즉 동아시아 주요국의 통화가 비록 엔화와 유 로화의 영향을 상당히 적게 받는 것으로 나타

났으나 이 지역에 미치는 일본과 유럽의 경제 적인 중요성은 매우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동 아시아국가의 환율이 달러에 대해서만 안정성 을 유지하도록 정책을 실시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 달러, 엔 그리고 유로가 포함된 통 화바스켓에 대해서 자국 통화의 가치가 안정 성을 유지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이

2) Rajan, Ramkishen S.(2001)에서 발췌.

주: a) 주요 아시아국(홍콩 포함).

자료: BIS, Maturity, Sectoral and Nationality Distribution of International Bank Lending, 각년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합계

38 34 13 56 33

6 5 17

4 8

44 47 60 33 38

12 14 10 7 21

일본 미국 유럽 기타 국가a

<표 3> 미국∙일본∙유럽계 은행의 대동아시아국가 대출 비중(1997년 기준)

주: a) 국가들의 평균을 기초로 작성됨.

b) 4개국 동아시아와 싱가포르, 한국, 중국, 홍콩, 대만을 포함한 통화바스켓을 기초로 작성됨.

Bénassy-Quéré(1999) Ito et al.(1998)a Eiji(1999)

Bird and Rajan(2000)a Kusukawa(1999)a Kusukawa(1999)a,b Williamson(1999)b 평균

0.30 0.56 0.45 0.59 0.369 0.32 0.33 0.42

0.21 n.a 0.40 0.46 0.36 0.32 0.33 0.35

0.23 0.72 0.40 0.35 0.31 0.32 0.33 0.38

0.29 0.52 0.40 0.59 0.40 0.32 0.33 0.41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말레이시아 (링깃화)

필리핀 (페소화)

태국 (바트화)

<표 4> 동아시아 통화바스켓 설정시 최적 엔화 비중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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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우 통화바스켓에서의 각 통화의 가중치는 무역상대국과 자본제공처로서 미국, 일본, 유 럽의 상대적 중요성과 장래의 엔화 환율의 향 방과 유로의 역할확대 등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Kawai, 2001). <표 4>는 지금까지 연구되 었던 엔화의 최적 가중치에 대한 분석결과이 다. 각 연구의 결과를 살펴보면 평균적으로 35

�42%의 비중을 갖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4. 동아시아 통화바스켓페그제도가 성공하기 위한 조건

동아시아지역에서 각국의 교역과 투자가 증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통화바스켓페그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각국 정책당국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통화바스켓페그제도를 실시 하고 있는 상황에서 만약 한 나라가 환율을 변 경시켰을 경우 이웃나라의 무역경쟁력과 자본 수지 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양국 이 환율을 조정하기 전에 서로 협의를 거쳐 결 정해야만 환율절하를 경쟁적으로 남발하여 혼 란을 가중시키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 특히 1990년대에 발생한 외환위기가 지역적으로 집 중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을 막기 위해서도 각국의 협력이 중요하다.

Wyplosz(2001)는 동아시아 통화동맹의 가능 성과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동아시아에서 통화 바스켓페그제가 성공하기 위한 조건을 제시하

였다. 그에 따르면 자유변동환율제도는 양자 간 환율변동성을 너무 확대시킬 가능성이 있 으므로 통화바스켓페그제도가 보다 나은 대안 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 통화바스켓페 그제도를 운용하는 데 따른 세부사항에 대한 정비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만일 통화바 스켓페그제에서 적절한 역내 합의가 이루어지 지 않아 밴드 폭이 넓게 책정되었을 경우에는 통화바스켓페그제가 변동환율제와 마찬가지 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밴드 폭을 좁 히기 위해서는 역내에서 개입에 대한 규칙, 스 왑협정, 주요 통화인 달러, 엔에 대한 환율 설 정 및 운용 등에 있어서 한층 심도 있는 협력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편 동아시아국가들에게 통화바스켓페그 제도가 바람직하다고 할지라도 현재 달러에 기반을 두고 결정되는 환율정책을 엔화나 유 로화로 비중을 옮기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이 다. 그리고 다른 동아시아국가들이 여전히 달 러에 큰 영향을 받는 상황에서 자국만 통화바 스켓페그제도를 실시하는 것은 여러 가지 불 이익이 따를 수 있다. 그러므로 동아시아국가 들이 통화바스켓페그제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상호조정하에 동시에 변경하는 것이 필요하므 로 각국의 협력이 더욱 강조된다.

통화바스켓페그제도로의 이행이 용이하지 않은 경우 잠정적으로 변동환율제하에서 실질 실효환율의 안정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환율정 책이 운용될 수 있다. 이 경우 외환시장개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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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하다. 변동환율제도하에서 환율이 기본적 으로 시장에서 결정되지만 실질실효환율의 과 도한 균형이탈현상을 외환시장개입을 통해 방 지하는 것은 개입을 정당화해주는 근거가 된 다. 만약 시장의 힘에 의해 환율이 실질실효환 율의 안정성을 보장해준다면 외환시장개입은 불필요할 것이다.

통화바스켓페그제도는 유럽의 환율공조체 제와는 기본적으로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동 제도의 도입 필요성은 각국의 실질실효환율의 안정성과 균형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지 그 자 체가 역내 통화간 환율안정성을 보장하기 위 한 것이 아니다. 유럽의 경우 역외 환율에 대해 서는 변동성을 용인하면서도 역내 통화간 환 율안정성을 중요시하였다. 통화바스켓페그제 도는 역내 환율의 안정성을 간접적으로 보장 하지만 역내 환율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메 커니즘이 결여되어 있다. 또한 일본의 엔화는 역내 통화로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 국가들의 통화바스켓에 포함되는 통화일 뿐이 다. 따라서 역내 통화는 엔화가치 변동에 따라 변동성을 갖게 된다. 일본을 제외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통화바스켓페그제도를 도입하고 환 율공조를 한다는 것은 사실상 독일이 빠진 상 태에서 유럽이 환율공조체제를 유지하려는 것 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통화협력의 구상을 현실화시키는 데 있어 지도력의 부재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5. 엔화의 역할 증대와 한계

경제적인 측면에서 볼 때 엔화의 역할이 증 대되어야 할 여건은 성숙되어왔다. 첫째, 일본 의 무역구조는 해외직접투자의 증대로 인하여 지난 15년간 크게 변해왔다. 특히 동아시아 여 타 국가들로부터 제조업 품목의 수입을 늘려 왔으며 이때 결재용으로 엔화의 사용을 증대 해왔다. 제조업 부문에서 동아시아국가와 무 역을 할 때 일본 수출품의 50%와 수입품의 30%는 엔화를 결재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수치는 아직까지 미국과의 교역에서 달러가 사용되는 수치와 비교할 경우 작은 것 이나 동아시아국가들이 일본과의 교역을 점차 확대하고 있는 상황으로 볼 때 엔화의 결재수 단으로서의 역할은 증대될 것이다.

둘째, 일본의 자본시장에 남아 있던 여러 가 지 규제들이 점차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애 초에 미국의 요구로 인하여 자본시장의 규제 를 완화해왔으나 유로의 출범 등 국제금융시 장이 급변하자 자율적으로 개방을 확대하였 다. 이와 같은 조치가 결실을 맺는다면 일본의 금융시장은 세계 3대 시장으로 자리잡을 가능 성이 있으며 이 경우 엔화의 사용은 증대될 것 이다.

셋째, 지속적인 무역흑자로 인하여 일본은 자본공여국으로서의 역할을 증대시켜왔다. 그 러나 아직 일본의 자금이 역내에서 충분히 순 환되지 못하고 있다. <표 5>는 동아시아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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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제공된 장기부채의 통화단위 비중을 나타 낸다. 달러화표시 부채가 57.8%이고, 엔화표시 부채는 20.1%를 기록하였다. 즉 장기자본 거래 에 있어서 엔화의 역할이 아직 달러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일본의 풍부한 자금이 역내에서 선순환될 경우 엔화표시 장 기부채의 비중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엔화의 역할이 일본의 동아시아에서 의 경제적 비중만큼 커질 수 없는 여러 가지 장 애요소가 존재한다. 첫째, 동아시아국가들이 아직까지 일본의 리더십을 신뢰하지 않고 있 다. 달러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동 아시아국가들이 경제적 위기에 빠졌을 경우 일본이 방패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신뢰를 주어야 한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동아시아국 가들이 대일 무역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에서도 이를 보완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왔다.

둘째, 일본은 자국 경제에 문제가 생길 경우 이를 여타 동아시아국가들에게 떠넘기는 태도 도 보여왔다. 예를 들어 최근 일본정부는 지속

적인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방법으로 엔화의 급격한 절하를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지나친 엔화의 절하는 여타 동아시아국가들의 수출경 쟁력을 악화시킨다는 점에서 큰 반발을 사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자국의 이익을 위 해서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 좋은 예이다.

셋째, 역사적으로 살펴볼 때 엔화의 가치는 달러나 유로에 비해서 변동성이 심화되었다.

따라서 통화 바스켓에서 엔화가 차지하는 비 중이 커지면 동아시아국가 통화가치도 변동성 이 커질 위험성이 존재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동아시아 통화바스켓페그 제도의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였다. 결국 동아 시아국가들이 통화바스켓페그제를 택한다는 것은 엔화의 역할 증대를 수용하는 데 그 핵심 이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 중점을 두고 살펴 볼 경우 엔화의 역할이 증대되는 것은 경제논리 상 바람직하다. 그러나 통화바스켓페그제도는 역내 환율안정을 위한 기반으로서 제도적 장 치가 취약하고, 결국 일본이 국외자로서 참여

자료: World Bank(1999).

독일(마르크화) 프랑스(프랑화) 일본(엔화)

영국(파운드 스털링화) 미국(달러)

복합적 통화(Multiple Currency) 기타 통화

1.8 1.1 20.1

0.5 57.8 13.1 3.1 점유율 통 화

<표 5> 동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이 보유한 장기부채에 대한 주요국 통화 비중(1997년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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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유럽의 환율조정 메커 니즘과는 근본적으로 차이를 보인다고 할 수 있다. Williamson(2000)이 지적하고 있듯이 통 화바스켓페그제도를 동아시아국가들이 환율 정책을 펼 때 하나의 기준점으로 삼는 것은 바 람직할 것으로 사료된다. 그러나 통화바스켓

페그제도를 도입하는 것보다 유지하는 것이 더욱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점을 충분히 숙 고해야 할 것이다. 이는 효율적인 제도적 장치 가 구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환율공조는 매우 어려운 과제이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Bird, G. and R. Rajan. 2000. “All at SEA: Exchange Rate Policy in Developing Countries after Nominal Anchors”(mimeo, August).

BIS, Maturity. Sectoral and Nationality Distribution of International Bank Lending. 각년호.

Bénassy-Quéré, A.. 1999. “Optimal Pegs for East Asian Currencies.”Journal of the Japanese and International Countries, 13, 44-60.

Edwards, S.. 1989. “ Real Exchange Rates, Devaluation, and Adjustment.”The MIT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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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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