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고일_2018.10.10 심사기간_2018.11.01-18 게재확정일_2018.11.19
인공생명예술의 생성미학적 해석
- 대전 비엔날레 2018 [바이오]의 인공생명 예술작품 분석을 중심으로 -
A Generative Aesthetic Interpretation on Artificial Life Art
– Centered on Analysis of Artificial Life Artworks in DAEJEON BIENNALE 2018 [BIO] -
신종천, 숭실대학교 글로벌미디어학부 / 윤준성(교신저자), 숭실대학교 글로벌미디어학부 Shin, Jong Cheon_Global School of Media, Soongsil University /
Yoon, Joon Sung(Corresponding author)_Global School of Media, Soongsil University
차례 1. 서론
2. 인공생명예술
2.1. 인공생명: ‘가능한 생명 형태(life-as-it-could-be) 2.2. 창발의 인공적 재현으로서의 생성예술
3. 생성미학
3.1. 막스 벤제(Max Bense)의 생성미학 3.2. 인공생명예술 속 생성미학
4. 대전 비엔날레 2018 [바이오]의 인공생명 예술작품 분석
4.1. <중첩 속으로(Insuperposition)>, 부드러운(soft) 인공생명의 생성미학 4.2. <빛나는 토양(Radiant Soil)>, 단단한(hard) 인공생명의 생성미학 4.3. <쿠스토스 카붐(Custos Cavum)>, 추상적(abstract) 인공생명의 생성미학
5. 결론
참고문헌
인공생명예술의 생성미학적 해석
- 대전 비엔날레 2018 [바이오]의 인공생명 예술작품 분석을 중심으로 -
A Generative Aesthetic Interpretation on Artificial Life Art
– Centered on Analysis of Artificial Life Artworks in DAEJEON BIENNALE 2018 [BIO] -
신종천, 숭실대학교 글로벌미디어학부 / 윤준성(교신저자), 숭실대학교 글로벌미디어학부 Shin, Jong Cheon_Global School of Media, Soongsil University /
Yoon, Joon Sung(Corresponding author)_Global School of Media, Soongsil University
요약 본 연구는 대전 비엔날레 2018 [바이오]에 출품된 작품들 중 제 2전시장을 중심으로 소개된 인공생명 예술작 품들을 막스 벤제(Max Bense)의 ‘생성미학(generative aesthetics)’을 바탕으로 해석한다. 대전 비엔날레 2018에 전시된 작품들은 '바이오: 예술로 들어온 생명과학'이라는 주제로 5개의 전시장에 4개의 부문-바이오 미디어(Bio Media), 디지털 생물학(Digital Biology), 불로장생의 꿈(Dream of Eternal Youth), 인류세의 인 간들(Men of Anthropocene)-로 나뉘어져 전시되었다. 그 중에서도, 디지털 생물학 부문에 소개된 예술 작품 들-지하루와 그라함 웨이크필드(Graham Wakefield)의 <중첩 속으로(Insuperposition)>, 필립 비즐리(Philip Beesley)와 LAS(Living Architeccture Systems Group)의 <빛나는 토양(Radiant Soil)>, 최우람의 <쿠스토 스 카붐(Custos Cavum)>-은 생물학의 연구 성과를 디지털 환경에 적용시킴으로써 생명의 범위를 확장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그것들은 실제 생명이 아닌 인공생명을 다루지만 생성에 대한 깊은 사유를 바탕으 로 생명이라는 주제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생성미학적 가치를 드러낸다. 따라서 본 연구는 생명 형태의 가능성과 창발성의 측면에서 인공생명예술을 탐구하고, 인공생명예술이 채택하는 상향식 접근 방식이 벤제의 생성미학과 밀접하게 연관될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한다. 여기서 생성미학은 규범으로부터 벗어난 일탈 또는 혁신 의 가능성에 대한 인공적 생산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잠재적인 미학적 요소의 생성으로 논의될 수 있다. 또 한 그것은 생물학적 창발을 인공적으로 재현하는 <중첩 속으로>, <빛나는 토양>, <쿠스토스 카붐>과 같은 작품 들 속에서 다양한 형식으로 확인되어진다.
This study analyzes "generative aesthetics" of Max Bense and interprets the artificial life artworks on display at the 2nd exhibition hall in Daejeon Biennale 2018 [Bio]. The works in Daejeon Biennale 2018 were divided into 4 categories-Bio Media, Digital Biology, Dream of Eternal Youth, Men of Anthropocene-, and were displayed in five exhibition halls under the theme of
"Bio: Life science that comes into art". Among them, the works in Digital Biology such as
<Insuperposition> by Haru Ji and Graham Wakefield, <Radiant Soil> by Philip Beesley and LAS(Living Architecture Systems Group), and <Custos Cavum> by Uram Choe show that the biological researches can be applied to the digital environment and that the applied researches can extend the taxonomic domain of life. In particular, they reveal the value of generative aesthetics in that although they deal with artificial life instead of real life, they talk about life on the basis of deep thought about the generative process. Therefore, this study explores artificial life art in terms of emergence of life form and explains that the bottom-up approach adopted by artificial life art can be closely related to generative aesthetics of Bense. Here, generative aesthetics can be discussed as the production of potential aesthetic elements in that it aims at the artificial production of probabilities of deviation or innovation from the norm. It is identified in various ways through the works such as <Insuperposition>, <Radiant Soil>, and <Custos Cavum>, which artificially represent biological emergence.
중심어
인공생명예술 인공생명 창발 생성미학
대전 비엔날레 2018 [바이오]
ABSTRACT Keyword
artificial life art artificial life emergence
generative aesthetics Daejeon Biennale 2018 [BIO]
1. 서론
1700년대와 1800년대에 각각 증기기관과 전기를 통한 제 1, 2차 산업혁명이 있었다면, 1900 년대 중후반에는 정보통신을 기반으로 하는 제 3차 산업혁명이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에는 제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한다. 세계 경제 포럼의 의장인 클라우스 슈밥 (Klaus Schwab)은 제 3차 산업혁명이라 불리우는 디지털 혁명의 토대 위에 유비쿼터스 모바 일 컴퓨팅, 사물인터넷, 3D 프린팅, 로봇공학, 빅테이터, 인공지능 등의 새로운 기술들을 결합 하여 제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난다고 말한다.1) 물론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과 같은 미래학자는 “제 4차 산업혁명이 제 3차 산업혁명의 연장선에 불과한 허구”2)라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제 4차 산업혁명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결합을 실현시킨다는 점에서 제 3차 산업혁 명의 디지털 패러다임을 넘어서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와 같은 경향은 ‘바이오’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이미 유전자 분석, 편집, 재조합 기술 등과 같은 생명공학기술들은 빅데 이터, 사물인터넷, 3D 프린팅, 로봇공학, 인공지능과 같은 제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들과 결합되어 가상적 생명과 실재적 생명의 경계를 허물어뜨리고 있다.3)
흥미롭게도, 현재 대전 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대전 비엔날레(Daejeon Biennale)4) 2018은 ‘바이오’를 주제로 그와 같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생명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 5개의 전시장에 4개의 부문-바이오 미디어(Bio Media), 디지털 생물학(Digital Biology), 불로장생의 꿈(Dream of Eternal Youth), 인류세의 인간들 (Men of Anthropocene)-으로 나뉘어져 소개된 각각의 작품들은 생명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 들을 표현하고 생명과학을 예술적 시각 언어 및 청각 언어와 접목하여 과학과 예술의 융복합을 시도한다. 그것들은 바이오 아트(Bio art), 사이버네틱 아트(Cybernetic art), 인공생명예술 (Artificial life art) 등의 분야에서 이미 인정을 받은 작가들의 대표작 또는 신작들로서, 그 중에서도 디지털 생물학 부문에 소개된 예술 작품들–지하루와 그라함 웨이크필드(Graham Wakefield)의 <중첩 속으로(Insuperposition)>, 필립 비즐리(Philip Beesley)와 LAS(Living Architeccture Systems Group)의 <빛나는 토양(Radiant Soil)>, 최우람의 <쿠스토스 카붐 (Custos Cavum)>–은 생물학의 연구 성과를 디지털 환경에 적용시켜 생명의 범위를 확장시키 고 있다.
사실, 디지털 생물학 부문의 작품들은 '바이오'라는 주제에 적합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나머지 세 부문의 작품들이 직접 생명체의 분자, 조직, 기관을 다루거나 인간의 신체를 이용하는 것에 비해, 디지털 생물학 부문의 작품들은 실제 살아있는 생명을 다루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첩 속으로>, <빛나는 토양>, <쿠스토스 카붐>은 '바이오' 라는 주제 안에서 다루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비록 그것들은 실제 생명이 아닌 인공생명을 다루지만, 그 어떤 작품들보다도 생성에 대한 깊은 사유를 바탕으로 생명이라는 주제를 이야기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성이란 이전에 없었던 사물이 새롭게 생겨나거나 사물의 성질이 변하여 다른 것이 되는 것을 의미하고,5) 생명이란 사람, 동물, 식물과 같은 살아있는 생물 또는 그와 같은 생물로서 살아있게 하는 힘을 의미한다.6) 즉, 생성이라는 단어가 새로운 결과가 생기는
1) 클라우스 슈밥, 『클라우스 슈밥의 제 4 차 산업혁명』, 송경진 역, 새로운 현재, 2016.
2) 제 4차 산업혁명은 존재하지 않는다!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 does not exist!), http://cetri-tires.org/press /2017/the-fourth-industrial-revolution-does-not-exist/?lang=en
3) 생명공학기술과 제 4차 산업혁명은 어떻게 세계를 구할 수 있을까 (How Biotechnology and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 Could Save the World), https://www.biospace.com/article/how-biotechnology-and-the-fourth-industrial –revolution -could-save-the-world/
4) 대전 비엔날레는 2012년부터 '프로젝트 대전'이라는 명칭으로 진행되어 온 격년제 예술 프로젝트로서, 기술과 자연, 그리고 인간을 통합하고자 하는 목표를 갖고 과학과 예술의 융복합 전시를 지속적으로 시도해 왔다. 2012년 1회에는 '에너지'를 주제로 인간 사 회 및 전지구적 차원의 에너지 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다루었고, 2014년 2회에는 '브레인'을 주제로 뇌과학 기반의 테크놀로지를 예술과 접목하여 뇌과학의 의제들을 다루었다. 그리고 2016년 3회에는 '우주'를 주제로 천체물리학과 행성 등에 관한 천문학적 지 식을 작가들의 창의적인 정신과 결합하여 우주에 대한 비전을 이끌어냈다. 올해 2018년은 4회째로 ‘바이오’ 를 주제로, 2018년 7월 17일부터 10월 24일까지 100일간 진행된다.
5) 국립 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두산동아, 2008.
6) 국립 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두산동아, 2008.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생명이라는 단어는 살아있는 상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 한 맥락에서, 인공적으로 사물의 성질을 변화시켜 살아있는 생물처럼 보이게 만들거나 살아있 는 생물을 탄생시키는 것을 의미하는 용어 ‘인공생명’은 생성과 생명의 의미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먼저 인공생명의 특징을 생명 형태의 가능성 측면에서 살펴보고, 인공생명예 술이 도달하려는 목표가 창발의 인공적 재현에 있다는 것을 생성예술(generative art)과의 연관성 아래 확인할 것이다. 다음으로, 인공생명예술이 추구하는 창발성이 미적 요소의 생성과 관련된다는 점에서, 막스 벤제(Max Bense)의 생성미학(generative aesthetics)과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할 것이다. 여기서 생성미학은 규범으로부터 벗어난 일탈 또는 혁신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생명 형태와 관련된 미적 요소의 생성으로 논의될 수 있다. 또한 그것은 생성원리를 토대로 생물학적 창발을 인공적으로 재현하는 <중첩 속으로>, <빛나는 토양>,
<쿠스토스 카붐>과 같은 작품들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확인된다.
2. 인공생명예술
2.1. 인공생명: ‘가능한 생명 형태(life-as-it-could-be)’
생명에 대한 인공적 구현은 1987년 산타페 연구소(Santa Fe Institute)와 로스앨러모스 국립 연구소(Los Alamos National Lab)가 공동으로 주최한 워크샵에서 인공생명에 대한 발표와 함께 시작되었다. 제 1세대 인공생명 연구자 크리스토퍼 랭턴(Christopher Langton)은 기조 연설에서 새로운 형태의 생명에 대한 가능성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인공생명은 자연계의 행동 특성을 나타내는 인공시스템에 대한 연구이다. 그것은 지구상에서 진화해 온 특정한 사례 에 대한 제한없이 생명을 설명할 수 있는 탐구이다 ... (그것의) 궁극적인 목표는 생명 체계의 논리적 형태를 추출하는 것이다.”7) 결국, 그는 살아있는 유기체가 복잡한 생화학적 기계일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8) 실제로 생물학적 진화론은 살아있는 유기체가 비생산적인 분자 의 결합으로부터 진화했다는 것을 전제한다는 점에서, 랭턴의 그와 같은 결론은 터무니없게 들리지 않는다.
여기서, 랭턴의 결론은 살아있는 유기체에 대한 정의를 생명의 연속체(continuum) 개념 속에 서 도출해내는 기계론(mechanism)과 닿아 있다. 생명의 연속체 개념은 생명을 갖는 생물과 생명을 갖지 않는 무생물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것을 거부한다. 그것은 마치 빛의 스펙트럼 과 같기 때문에, 모든 종류의 생물은 무생명에서 생명에 이르는 연속적인 흐름의 어느 한 위치 에 놓이게 된다.9) 예를 들어, 생물학자들이 생물도 아니고 무생물도 아니라고 말하는 바이러 스의 경우, 그와 같은 생명의 연속체 중간에 위치하게 된다. 따라서 이것은 ‘생기력 또는 생명 의 약동(elan vital)’과 같은 힘이 있어야만 생명의 자격을 얻을 수 있다고 보는 생기론 (vitalism)과는 대척점에 놓여있다. 생기론에서의 생명은 특별한 힘을 통해서만 생성될 수 있 는 비연속적 개념인 것에 반해, 기계론에서의 생명은 생물과 무생물을 연속성의 스펙트럼 속에 서 나타나는 무엇인가로 보기 때문이다.
생명과학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생명이 기계론적 결과인지 생기론 적 결과인지 결론내리기는 쉽지 않다. 기계론에서는 생물과 무생물의 연속성 상에서 살아있다 고 인정할만한 무엇인가를 만들어낸 적이 없고, 생기론에서는 생기력 또는 생명의 약동이 실질 적으로 무엇인지를 밝혀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랭턴이 말하는 ‘가능한 생명 형태(life-as-it-could-be)’10)는 사고의 전환을 만들어낸다. 이와 같은 표현은 말 그대로 아직 발견되지 않았거나 앞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잠재적 가능성을 지닌 생명 형태를 의미한 다. 그리고 현재 지구상의 생명, 즉 탄소를 기반으로 하는 유기체가 무수히 많은 생명 형태들
7) 스티븐 레비, 『인공생명』, 김동광 역, 사민서각, 1995, p.163.
8) Christopher G. Langton, 『Artificial life』, MIT Press, 1995, pp.1-48.
9) 스티븐 레비, 『인공생명』, 김동광 역, 사민서각, 1995, p.25.
10) Christopher G. Langton, 『Artificial life』, MIT Press, 1995, pp.2-4.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가능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인공생명은 바로 그 가능성을 전제로 출발 한다. 따라서 인공생명은 생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에서부터 시작했지만 생기 론적 진화론은 물론이고 기계론적 진화론에조차 매몰되지 않았다. 그것은 인공생명 연구가 자연계 속의 생명 시스템을 모델링하거나 그와 유사한 생명 시스템을 창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2.2. 창발의 인공적 재현으로서의 생성예술
랭턴이 제안한 가능한 생명 형태는 탄소 기반의 유기체가 아니더라도 완전히 다른 물질적 기반 에서 활동 가능하다. 그것은 물질적 기반과 상관없이 타자와 상호작용하는 행위 특성이 유사하 다면 생명이라고 부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랭턴은 자연 속 생명 시스템의 가장 지배적인 특성을 창발성으로 생각하고 인공적으로 만든 시스템이 창발성을 따른다면 인공 생명으로 볼 수 있다고 제안한다.11) 창발은 기본적으로 하위 구조에 없는 특성이 상위 구조에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을 의미하기 때문에, 자연계 속의 생명 시스템이 어떻게 단순한 구성 요소로부터 복잡한 전체 구조를 형성하게 되는지를 설명할 수 있다.12) 결국, 창발성은 자연이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밑에서 위로’ 또는 ‘단순함에서 복잡함’으로의 접근 방식이다. 따라서 랭 턴에게 인공생명의 성공 여부는 그와 같은 창발성을 어떻게 드러내느냐에 달려 있었다.
우리는 또 다른 인공생명 연구자인 엘렌 트로(Ellen Thro)가 정리한 것처럼 인공생명의 핵심 원리를 3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처리는 상향식(bottom-up)으로 이루어진다; 국소적 상호 작용이 대역적 현상을 창발한다; 단순함은 복잡함을 유도한다.13) 그것은 랭턴을 비롯한 인공 생명 연구자들이 주로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생명과 유사생명의 행위 과정을 연구해온 이유와 직접 관련된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개별적 구성요소들이 단순한 상호작용 규칙을 따르게 함으로써 손쉽게 복잡한 전체 생명 구조를 유도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것은 복잡계를 연구하는 물리학자들이나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와 같은 진화생 물학자들이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자신들의 연구 내용들을 실험하는 이유와도 관련된 다. 일반적으로 복잡계 안의 수많은 요소들은 비선형적 상호작용에 의해 집단 성질을 갖게 된다. 입자의 운동이나 생명의 형태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작성된 간단한 상호작용 규칙을 통해 완전한 질서나 완전한 무질서에 치우치지 않고 그 사이에 존재하면서 고도의 복잡성을 드러낼 수 있다.
흥미롭게도, 랭턴의 가능한 생명 형태는 예술작품을 만들기 위해 인공생명을 사용하는 예술가 들의 의도에서도 발견된다. 창발 현상은 환원주의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복잡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예술가들에게도 매력적인 소재가 아닐 수 없다. 기본적으로 생명을 닮은 작품을 만들 고자 해왔던 예술가들에게14) 상향식 방법에 따라 생물학적 과정을 모델링하여 생명의 혼을 지닌 것처럼 행동하는 무엇인가를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은 궁극적인 예술 실천의 목표와도 같 다. 여기서, 우리는 생성예술(generative art)이 생물학적 창발을 가장 활발하게 소개하고 활 용하는 예술 실천 영역이라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생성예술학회(Generative Art Conference)의 의장인 셀레스티노 소두(Celestino Soddu)나 생성예술가이자 이론가인 필립 갈란터(Philip Galanter)의 말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소두가 생성예술은 생명의 패러다 임을 따르는 진화론적 모델을 차용하여 복잡성을 증가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면,15) 갈란터는 생성예술 속 복잡성을 절정에 두기 위해 인공생명이나 유전 시스템(genetic systems)을 활용 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16) 그것은 생성예술이 기본적으로 단순한 규칙에 따른 사물들의
11) 스티븐 레비, 『인공생명』, 김동광 역, 사민서각, 1995, pp.153-155.
12) Neil A. Campbell and Jane B. Reece, 『Biology, 8th Ed.』, Benjamin Cumming's Publishing Company, 2008, pp.1-24.
13) 엘렌 트로, 『진화하는 비트생명의 불가사의한 인공생명』, 이현열 역, 인터비젼, 2006, p.7.
14) 신종천, 윤준성,「바이오 아트: 생명미학적 밈 복합체들의 앙상블」, 한국기초조형학회, Vol.18, No.3, 2017, pp.195-206.
15) Celestino Soddu, 「Argenia a Natural Generative Design」, Generative Art Conference, Vol.1, 1998, pp.7-41.
16) Philip Galanter, 「What is Generative Art?」, Generative Art Conference, Vol.6, 2003, pp.7-27.
상호작용과 그것들의 자기 조직화를 통해 복잡성을 증가시키면서 생명에 가까운 무언가를 창 조하고자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와 같은 생성예술적 접근은 랭턴의 “카오 스의 가장자리에서의 생명(Life at the Edge of Chaos)”17)에 대한 그래프와 갈란터의 “생 성예술 시스템(Generative Art Systems )”18)에 대한 그래프가 유사하게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갖는다. 그림 1에서 보는 것처럼, 랭턴은 동적 복잡계 속에서 나 타나는 정보의 움직임에 따라 생명의 존재 가능성을 추정했다. 그는 정보의 운동과 유 지 정도를 λ로 표시하고, 왼쪽부터 정보가 고 정된 상태, 주기적인 상태, 복잡계적 상태, 카 오스적 상태로 구분했다. 그에 따르면, 정보 가 고정되거나 주기적인 상태에서는 정보의 제한된 움직임으로 인해 생명이 탄생하기 어 렵고, 정보가 카오스적인 상태에서는 정보가 지나치게 자유롭고 그 구조가 유지될 수 없 기 때문에 생명이 탄생하기 어렵다. 반면, 가 운데의 복잡계적 상태에서는 정보가 자유롭
게 움직이면서 그 구조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생명이 탄생할 수 있다. 그림 2는 그와 같은 랭턴의 그래프를 갈란터가 예술 시스템에 적용했다고 말해도 될 정도로 유사하게 해석된다.
갈란터는 고도의 질서에 해당하는 대칭과 타일링에서부터 고도의 무질서에 해당하는 무작위 화까지를 복잡성의 정도에 따라 분류하고 있다. 여기서 질서와 무질서가 혼합된 유전시스템이 나 인공생명은 이 그래프의 정점에 위치한다. 그것은 생명 현상의 원리를 활용하는 예술작품들 이 고도의 복잡성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예술가들이 생명을 닮은 예술 작품을 창조하고자 한다면 생명의 창발성을 재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갈란 터가 생성예술을 “예술가가 일련의 언어 규칙, 컴퓨터 프로그램, 기계 또는 다른 절차적 고안물 과 같은 어느 정도의 자율적인 움직임을 가지는 시스템을 사용하는 예술적 실천”으로서 정의 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19) 인공생명예술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비롯한 자율적인 움직임을 가지는 시스템을 통해 창발을 인공적으로 재현하는 일종의 생성예술이라고 볼 수 있다.
3. 생성미학
3.1. 막스 벤제(Max Bense)의 생성미학
앞서 우리는 생성이라는 단어가 새로운 결과가 생기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을 언급 했다. 이때의 새로운 결과를 부분들의 단순한 합이 아닌 그 이상의 것으로 생각한다면, 생성이 라는 단어는 창발이라는 단어와 쉽게 연결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앞서 살펴본 것처럼 갈란 터와 같은 생성예술가들이 이미 고민하고 목표로 삼았던 내용들이다. 더 나아가, 그와 같은 고민은 반세기 전에 미학적 차원에서도 이미 이루어졌다.
1965년 막스 벤제는 <생성미학의 프로젝트(The Projects of Generative Aesthetics)>라는 제목의 짧은 논문을 발표했다. 이 글에서 벤제는 생성미학이 기호로 기능할 수 있는 어떠한 물질적 요소들의 집합에 적용되어 방법적으로 미적 상태(배치와 형상화)를 생성해 낼 수 있는 작동, 규칙, 정리의 모든 조합을 뜻한다고 말한다.20) 여기서, 물질적 요소들이란 소리나 색깔
17) 스티븐 레비, 『인공생명』, 김동광 역, 사민서각, 1995, p.159.
18) Philip Galanter, 「What is Generative Art?」, Generative Art Conference, Vol.6, 2003, pp.7-27.
19) Philip Galanter, 「What is Generative Art?」, Generative Art Conference, Vol.6, 2003, pp.7-27.
<그림 1> 카오스의 가장자리에서의 생명 (Life at the Edge of Chaos)
<그림 2> 생성예술 시스템 (Generative Art Systems)
과 같이 감각적 질과 관련되는 것뿐만 아니라 물체와 단어로부터 추론되는 의미까지도 포함한 다. 그 물질적 요소들은 어떻게 조직되느냐에 따라 그 미학적 결과를 달라지게 하므로, 그것들 은 또한 잠재적인 미학적 요소들이다. 더불어, 그것들을 미학적 요소로 승화시키는 작동, 규칙, 정리의 조합은 다양한 미적 상태를 생산해내는 훌륭한 미적 도구가 된다.
더 나아가, 벤제는 생성원리에 관해서 언급했다. 생성미학은 우선 프로세스들을 공식화 가능한 단계들의 한정된 형태로 나누고 미적 상태의 방법적 생산을 가능하게 만든다. 그런 다음, 뜻하 지 않은 미적 상태의 결과들이 메카니즘 상에서 기획과 우연의 방법적 조합을 통하여 생성된 다. 벤제는 이와 같은 생성원리를 통해 미적 대상들이 그들의 계획된 건설을 비예측적 결과와 조화시킴으로써 그들 자신의 독특한 배치와 형상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21) 흥미롭게도, 실제 생명 속의 물질적 요소들 또한 일정한 규칙과 작동에 의해 계획된 구조적 결과물을 갖는 동시에 독특한 배치와 형상을 지닌다는 점에서, 벤제가 말하는 생성원리는 생명 현상 속 생성 원리와 유사하게 해석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벤제의 생성미학과 비슷한 시기에 연구되고 있던 프랜시스 크릭(Francis Crick)의 생명중심원리(Central Dogma)가 보여주는 생명 현상의 과 정과 결과들을 생각해보자. DNA 이중나선은 특정 염기끼리만 결합할 수 있다는 규칙에 의해 형성되며 특정한 작동에 의해 접히고 뭉쳐 염색체를 형성하는데, 그 형태는 비슷하면서도 고유 성을 갖는 미적 상태를 생산해낸다. 더불어, 유전정보가 몇 가지 규칙에 의해 전사되고 번역되 면서 만들어지는 단백질은 1차적으로 아미노산이 선형으로 연결된 구조로 형성된 후, 작동 원리에 따라 새로운 결합과 접힘이 일어나면서 2, 3, 4차 구조의 또 다른 미적 상태를 생산해낸 다. 이 또한 우리에게 유전암호의 복제와 전달 과정이 만들어내는 결과물들이 기획과 우연의 방법적 조합을 통한 미적 상태를 생산해낼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여기서 우리는 이와 같은 내용들을 통해 벤제의 생성미학이 생물학적 창발을 미적 상태의 창발 로 옮겨놓은 것과 같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실제로 도킨스는 <눈먼 시계공(The Blind Watcher)>에서 자신이 직접 개발한 컴퓨터 프로그램 ‘바이오모프(Biomorph)’를 통해 진화생 물학적 내용들을 형태적 측면에서 실험했다.22) 그것은 기본 규칙 아래 대상의 움직임은 제외 하고 형상만을 진화시켜 다양한 생명 형태들의 창발을 지켜보는 과정이다. 따라서 누군가가
‘바이오모프’를 미적 상태의 창발을 중심으로 설명하고자 했다면 벤제의 생성미학과 같은 내용 으로 도달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것은 곧 인공생명예술이 생성미학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3.2. 인공생명예술 속 생성미학
1968년 런던 현대예술연구소(Institute Contemporary Art, ICA)에서 개최된 최초의 대규모 컴퓨터 예술 전시 <사이버네틱 세렌디피티(Cybernetic Serendipity)>는 ‘컴퓨터와 예술(the computer and the arts)’을 부제로 다양한 컴퓨터 예술 작품들을 선보였다. 전시 기획자 자시 아 레이차르트(Jasia Reichardt)는 이 전시의 목적이 예술가의 과학과의 연계 혹은 과학자의 예술과의 연계를 명확히 하는 활동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기획이 벤제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23) 뿐만 아니라, 프리더 나케(Frider Nake), 게오 르그 네스(Georg Nees), 가와노 히로시(Kawano Hirosi)와 같은 1세대 컴퓨터 예술가들 또한 그들이 벤제의 미학 이론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명확히 했다.24) 따라서 벤제의 생성미학이 이후의 컴퓨터 예술이나 사이버네틱 예술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은 분명하 다. 그리고 당시의 그와 같은 움직임이 생성예술로 이어져왔다는 것을 생각할 때, 컴퓨터 프로 그램과 같은 자율적인 시스템을 기반으로 가능한 생명 형태를 인공적으로 구현하는 인공생명
20) Max Bense, "The projects of generative aesthetics", in 『Cybernetics, art and ideas』, New York Graphic Society, 1971, pp.57-60.
21) Max Bense, "The projects of generative aesthetics", in 『Cybernetics, art and ideas』, New York Graphic Society, 1971, pp.57-60.
22) 리처드 도킨스, 『눈먼 시계공』, 이용철 역, 사이언스북스, 2017, pp.97-132.
23) Jasia Reichardt, 『Cybernetic serendipity: the computer and the arts』, Frederick A. Praeger, 1969, p.5.
24) 가와노 히로시, 『컴퓨터 예술의 탄생』, 진중권 역, 휴머니스트, 2008, pp.183-192.
예술 또한 그 계보로부터 벗어나 있지 않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인공생명예술이 목표로 하는 것은 단순한 생성 또는 창발이 아니라 가능한 생명 형태의 미적 창발이라는 사실이다. 그것은 생성미학의 목표와 접목 됨으로써 좀 더 명확해진다. 벤제는 <생성미학의 프로젝트>에서 생성미학의 목표를 규범으 로부터 혁신 또는 일탈의 가능성에 대한 인공적 생산이라고 과감하게 규정했다.25) 이때, 그가 말하는 규범으로부터 혁신 또는 일탈의 가능성은 작동, 규칙, 정리의 모든 조합을 통해 생성된 결과물들이 기존의 미적 개념들을 전복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명 형태와 관련시켜 생각할 때, 그것은 인공생명예술이 목표로 하는 가능한 생명 형태의 미적 창발과 맥락이 통한 다. 일정한 규칙과 작동에 의해 인공적으로 생성된 가능한 생명 형태의 구조적 결과물은 기존 의 생명 형태와는 또 다른 미적 상태를 드러내고자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랭턴을 비롯한 인공 생명 연구자들이 목표로 하는 부분과 인공생명 예술가들이 목표로 하는 부분은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랭턴이 밝힌 것처럼 인공생명 연구자들은 생명 체계의 논리적 형태를 추출 하여 새로운 생명을 창조하는 것을 꿈꾼다면,26) 인공생명 예술가들은 가능한 생명 형태를 통해 기존의 생명체를 통해 확인할 수 없었던 미적 상태를 창조하는 것을 꿈꾼다.
그것은 인공생명 예술가이자 이론가인 사이먼 페니(Simon Penny)의 비유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폴 세잔(Paul Cezane)이 자연과 평행을 이루는 조화로서 제안한 예술이 인공생 명예술의 미학적 맥락과 닿을 수 있다고 말한다.27) 예술의 역사에서 볼 때 인공생명예술이 추구하는 생명에 대한 의미 부여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예술은 근본적으로 생명의 역동적인 구조들을 모방해 왔고, 그것을 재현하고자 했다. 하지만 세잔은 상투적인 재현을 거부하고 보이지 않는 세계로부터 보이는 세계로 떠오르는 근원적 형태의 발견을 목표로 했다. 페니에 따르면, 인공생명 예술가들은 세잔처럼 전통적인 광학적 재현을 거부한다. 그들은 생물학적 성장 알고리즘이나 유전 알고리즘 등을 이용해 자연의 생성원리를 재현하면서 새로운 미적 대상을 창조한다.28) 그것은 세잔이 자연 속에 내재된 역동성을 표현하는 것이 예술이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인공생명예술이 생명의 체계로부터 생성된 새로운 생명체들을 통해 새로운 미적 상태를 발견하는 것을 목표로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인공생명예술은 생명에 대한 전통적 형태의 재현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재현을 제시한다. 그것은 인공생명예술이 외적 형상의 모방에 집중하는 전통적 재현과 달리 인공적 생성 시스템으로부터 새로운 형태의 생명을 창조하고 생명의 창발을 미학적으로 재현하는 것 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그것은 벤제가 말한 생성미학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앞서 언급된 생성미학의 목표가 규범으로부터 혁신 또는 일탈의 가능성에 대한 인공적 생산이 라는 것을 상기할 때, 생명의 창발을 미학적으로 재현한다는 것은 인공생명 예술작품들이 기존 생명체에서는 예상할 수 없는 미적 상태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대전 비엔 날레 2018 [바이오]에 전시된 몇몇 인공생명 예술작품들을 살펴봄으로써 확인된다.
4. 대전 비엔날레 2018 [바이오]의 인공생명 예술작품 분석
대전 비엔날레 2018 [바이오]는 총 5개의 전시장에 걸쳐 다양한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그 중 제 2전시장은 <디지털 생물학>이라는 주제로 관련 작품들이 전시되었다. 그것들은 앞 서 살펴본 인공생명예술 및 생성미학과 관련된 내용들을 토대로 해석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인공생명 철학자 마크 베다우(Mark Bedau)가 제시한 인공생명의 세 가지 형태-부드 러운(soft), 단단한(hard), 촉촉한(wet)-29)를 차용하되 약간 변형된 형태-부드러운(soft), 단단한(hard), 추상적(abstract)-로 활용하고자 한다.
25) Max Bense, "The projects of generative aesthetics", in 『Cybernetics, art and ideas』, New York Graphic Society, 1971, pp.57-60.
26) 스티븐 레비, 『인공생명』, 김동광 역, 사민서각, 1995, p.163.
27) Simon Penny, 「Art and Artificial Life-a Primer」, Digital Arts and Culture, Vol.8, 2009, pp.333-341.
28) Simon Penny, 「Art and Artificial Life-a Primer」, Digital Arts and Culture, Vol.8, 2009, pp.333-341.
29) Mark Bedau, 「The Scientific and Philosophical Scope of Artificial Life」, Leonardo, Vol.35, No.4, 2002, pp.395-400.
4.1. <중첩 속으로(Insuperposition)>, 부드러운(soft) 인공생명의 생성미학
베다우가 제시한 인공생명의 첫 번째 형태는 ‘부드러운 인공생명’이다. 그것은 컴퓨터 프로그 램을 통해 모델링된 유사 생명들의 움직임이 스크린을 비롯한 다양한 매체를 통해 나타나도록 한 일종의 컴퓨터 시뮬레이션이다. 지하루와 웨이크필드가 보여준 <중첩 속으로>는 바로 그 와 같은 인공생명이다. 그들은 인공 생태계를 만들어 가시화하고 진화시키고자 했다. 그림 3에서 보는 것처럼, 그 인공 생태계는 흰색 부분과 검은색 부분으로 나뉘어지고 그 사이에 유사 생명체들이 떠다닌다. 특히, 흰색 부분은 작가들이 흰 곰팡이라고 부르는 인공생명이고, 그 사이를 부유하고 있는 유사 생명체들은 개미와 물고기라고 부르는 인공생명이다. 개미와 물고기는 흰 곰팡이를 잡아먹으면서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그것들은 흰색 부분을 본능적으로 쫓아가게 된다. 흥미로운 것은 관객들이 그 흰색 부분의 크기 변화와 유사 생명체의 개체수 변화에 관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관객이 흰색 부분 위로 그림자를 드리우면 그 부분이 까맣게 변하면서 흰 곰팡이의 개체수는 줄어들고 대신 개미와 물고기에 해당되는 새로운 유사 생명체 가 탄생한다. 그것은 관객이 그 인공 생태계 안에 존재하면서 개체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생태계 자체의 진화에도 참여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관람객 자신은 이 작품 속에서 개체수 조절에 참여하는 하나의 생명체일 수도 있고 자연 선택에 참여하는 생태계 자체 일 수도 있다.
따라서 지하루와 웨이크필드는 자신들의 작품이 단순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의 차원을 넘어 의 미 있는 상호작용과 창발이 일어나는 새로운 형태의 인공 생태계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작품이 보여주는 결과들은 완전히 프로그램화되거나 완전히 무작위적으로 결정되는 생산물들이 아니 다. 지하루와 웨이크필드는 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직접 만들었지만 그 안의 인공생명체들이 어떻게 생존해 나갈지는 예측하지 못한다. 그들은 시뮬레이션 프로세스들을 공식화 가능한 단계들로 나누고 각 단계별로 새로운 개체의 생산이 가능하도록 프로그램화 했음에도 불구하 고, 관객들의 참여 정도에 따라 흰 곰팡이의 크기 변화가 달라지고 그에 따른 개미와 물고기의 먹이량 자체도 변화되며 다시 생성되는 개미와 물고기의 개체수 자체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결국, 그 인공 생태계 자체의 모습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이와 같은 사실은 앞서 살펴보았 던 생성미학의 생성원리를 상기시킨다. 지하루와 웨이크필드가 이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 미적 상태의 창발은 생성미학이 프로세스들을 공식화 가능한 단계들로 나누고 미적 상태의 방법적 생산을 가능하게 만든 다음 뜻하지 않은 미적 상태의 결과들이 기획과 우연의 방법적 조합을 통하여 생성되도록 만드는 것과 다르지 않다. 벤제가 생성원리를 통해 미적 대상들이 그들의 계획된 건설을 비예측적 결과와 조화시킴으로써 그들 자신의 독특한 배치와 형상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한 것처럼, 지하루와 웨이크필드 또한 자신들의 작품을 통해 계획된 프로 그램 아래 생산되는 인공생명체들과 비예측적인 관객의 참여를 조화시킴으로써 생명의 창발 을 미학적으로 재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림 3> 지하루(Ji, Haru)와 그라함 웨이크필드(Graham Wakefield)의 <중첩 속으로(Insuperposition)>
4.2. <빛나는 토양(Radiant Soil)>, 단단한(hard) 인공생명의 생성미학
베다우가 인공생명의 두 번째 형태로 제시한 ‘단단한 인공생명’은 로봇과 같은 하드웨어를 통해 생명과 관련된 것을 구현하는 것이다. 랭턴과 같은 컴퓨터 공학자들이 주로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구현되는 부드러운 인공생명 예술작품들에 영향을 미쳤다면, 로드니 브룩스(Rodney Brooks)와 같은 로봇 공학자들은 인공생명 시스템을 기계에 탑재시켜 탈중심화되고 체화된 개체들을 구현하고자 하는 단단한 인공생명 예술작품들에 영향을 미쳤다.30) 우선, 단단한 인공 생명은 컴퓨터 스크린에 의해 제공되는 내부 창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물리적 공간을 차지한다.
그리고 탈중심화된 단일 개체들은 자율성을 갖는 동시에 그들의 환경과 밀접하게 상호작용하면 서 프로세스들의 집합체를 형성한다. 비즐리와 건축가, 엔지니어, 디자이너, 시인 등이 협업하 는 건축 그룹 LAS에 의해 만들어진 <빛나는 토양>은 그와 같은 단단한 인공생명 예술작품이 다. 그것은 작고 투명한 아크릴 타일이 복잡하게 격자 모양으로 얽혀 아치형 구조를 이루는 인공 숲이다. 인공생명 개체들의 끝 부분에는 깃털 모양의 전자감지센서가 있고 가지의 중간 연결부에는 수십 개의 마이크로 프로세서로 구성되어 분산 네트워크로 연결된 형상기억합금장 치가 있다.31) 그림 4에서 보는 것과 같이, 그와 같은 장치들은 관객들이 네트워크 환경에 진입 하면 각각의 인공생명 개체들이 자율적으로 관객들의 행동에 반응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비즐리에 따르면, 그는 이 작품을 만들기 전에 산호초의 움직임과 메커니즘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32) 산호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쌓이고 특정한 규칙과 작동을 통해 군집을 이루면서 산호초가 되는데, 그것은 단일 개체로서의 산호가 지닐 수 없는 특징들을 갖게 된다. 비즐리는 그와 같은 산호초의 특성을 이용했다. <빛나는 토양>의 단일 개체들은 자율성을 갖는 동시에 특정한 규칙과 작동을 통해 그들의 환경과 밀접하게 상호작용하면서 집합체를 형성한다. 그것 은 무리의 복잡하고 고유한 행동들을 발생시키기 위해 각각의 단일 개체들이 상호작용하면서 나타나는 결과물이다. 따라서 그 집합체는 단일 개체들의 단순한 합 이상의 미적 상태를 드러 내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중첩 속으로>에서도 관찰할 수 있었던 생성미학의 생성원리를 떠오르게 만든다. 비즐리와 LAS가 <빛나는 토양>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 미적 상태의 창발 또한 프로세스의 각 단계별로 미적 상태의 방법적 생산을 가능하게 한 후 뜻하지 않은 미적 상태의 결과들이 기획과 우연의 조합을 통해 생성되도록 만드는 것과 같다. <빛나는 토양>의 단일 개체들은 프로그램된 대로 움직일 테지만 관객들의 예측할 수 없는 움직임과 합쳐짐으로 써 그 집합체는 생명의 창발을 미학적으로 재현하게 된다.
30) Mitchell Whitelaw, 『Metacreation: Art and Artificial Life』, MIT Press, 2006, pp.103-105.
31) Philip Beesley's Hylozoic Soil」 http://www.fondation-langlois.org/e-art/e/philip-beesley.html 32) Philip Beesley, 「Hylozoic Soil」, Leonardo, Vol.42, No.4, 2009, pp.216-224.
<그림 4> 필립 비즐리(Philip Beesley)와 LAS(Living Architeccture Systems Group)의 <빛나는 토양(Radiant Soil)>
4.3. <쿠스토스 카붐(Custos Cavum)>, 추상적(abstract) 인공생명의 생성미학
인공생명의 세 번째 형태인 ‘촉촉한 인공생명’은 생화학적 물질로부터 살아있는 세계를 합성하 려는 것이다. 하지만 대전 비엔날레 2018의 제 2전시장은 베다우가 말하는 인공생명의 세 번째 형태를 고려하지 않았다. 대신 우리는 인공생명예술 이론가인 미첼 화이트로(Mitchell Whitelaw)가 제시한 또 다른 인공생명 형태 ‘추상적 기계(abstract machine)’를 참고하여 ‘추 상적 인공생명’을 고려할 수 있다. 보통 추상적 기계는 튜링 기계(Turing machine)와 같이 컴퓨터의 기능을 추상화한 기계 형태를 말한다. 화이트로는 그와 같은 추상적 기계가 다양한 방식으로 변형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특히, 그는 인공생명 과학이 인공물에 대한 해석을 틀 짓기 위해 생명의 이야기들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생물학적 기준을 적용하거나 모방하는 수준 이외에도 추상적 기계의 기본적인 매커니즘 안에서 그 틀을 혼종화 하거나 재검토함으로써 새로운 형태의 인공생명이 등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33) 여기서, 우 리는 추상적 기계의 틀을 혼종화하거나 재검토하는 것을 새로운 생명의 이야기를 찾아내어 새로운 잠재력을 부여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그렇게 등장하게 되는 인공생명을 추상적 인공생 명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최우람의 <쿠스토스 카붐>은 그와 같은 추상 적 인공생명에 부합한다. 최우람은 자신의 작 품들을 기계생명체(Anima-Machine)로서 여 기고 각 작품마다 고고학적 상상력을 기반으 로 가상의 이야기들을 결부시켜왔다. 그에 따 르면, <쿠스토스 카붐>도 그 기계생명체들 중 하나로서 두 세계-인간 세계와 기계생명 세계-를 연결하는 구멍을 지키고 있는 수호자 이다. 그림 5에서 보는 것처럼 그것은 두 세계 사이에 새로운 구멍이 생기게 되면 자신의 몸 으로부터 새로운 홀씨를 배출하여 새로운 수
호자를 탄생시킨다. <쿠스토스 카붐>은 각종 기계 부품과 모터 등의 금속 재료들을 사용했음 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가상의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실제 숨 쉬고 있는 듯한 유연한 움직임을 느끼게 만들어준다. 그것은 화이트로가 추상적 기계를 이용한 인공생명 예술작품들 을 생체 변화가 없거나 생명성이 부족한 작업이라고 말하면서도 거기서 펼쳐지는 다양한 생성 과정은 물질 시스템에 더 풍부한 역동성을 준다고 평가한 것과 같은 맥락에 있다.34) 좀 더 부연하자면, 그것은 앞선 <중첩 속으로>나 <빛나는 토양>과 같은 작품들이 가시적 차원으 로 드러나는 생성미학의 생성원리를 보여주었던 것과는 달리, <쿠스토스 카붐>은 의식적 차 원에 내재된 생성미학의 생성원리를 보여준다고 해석될 수 있다. 벤제가 생성미학의 물질적 요소들을 소리나 색깔이나 형태와 같이 감각적 질과 관련되는 것뿐만 아니라 물체와 단어로부 터 추론되는 의미까지도 포함했다는 점을 생각할 때, 추상적 기계가 새로운 생명의 이야기를 만나 새로운 잠재력을 부여받는 과정은 가상의 이야기 속에서 추론되는 여러 가지 의미들이 관객들의 의식과 어우러져 뜻하지 않은 미적 상태의 결과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 다. 따라서 작품에 담긴 가상의 이야기는 잠재적인 미학적 요소들뿐만 아니라 작동, 규칙, 정리 의 조합를 담고 있는 생성미학적 대상으로서, 이야기 속에서 인공적으로 생산된 가능한 생명 형태의 구조적 결과물은 기존의 생명 형태들과는 또 다른 미적 상태를 드러낸다.
5. 결론
도킨스는 진화생물학자임에도 불구하고 ‘바이오모프’라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어 사 용했다. 그 프로그램은 대상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대상의 형태에 대해서만
33) Mitchell Whitelaw, 『Metacreation: Art and Artificial Life』, MIT Press, 2006, pp.147-148.
34) Mitchell Whitelaw, 『Metacreation: Art and Artificial Life』, MIT Press, 2006, pp.147-148.
<그림 5> 최우람(Choe, Uram)의
<쿠스토스 카붐(Custos Cavum)>
고려함으로써 생명체들이 어떻게 지금과 같은 형태를 가질 수 있게 되었을까를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실제로 도킨스 자신 또한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며 접하게 된 각 개체들의 형태들을 보고 놀랐다고 말한다.35) 그는 바이오모프가 보여주는 결과 자체가 대단히 단순한 것으로부터 진화하여 나타날 수 있는 대단히 복잡한 생명의 가능성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이와 같은 도킨스의 시도는 '인공생명'이라는 단어가 생겨 날 수 있게 만들었고, 랭턴과 같은 컴퓨터 공학자나 브룩스와 같은 로봇 공학자들에게도 영향 을 미쳐 인공생명 연구의 발판이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예술가들에게도 영향을 주어 인공생명 예술의 탄생을 촉발시켰다.
하지만 앞서 밝힌 것처럼, 인공생명예술을 단순히 인공생명 연구로부터 파생된 하나의 예술 영역으로 생각하는 것은 맞지 않다. 인공생명예술의 계보가 컴퓨터 예술, 사이버네틱 예술, 생 성예술 등과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할 때, 우리는 인공생명예술의 시작에 벤제 의 생성미학을 두는 것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초기의 단순한 형태를 순식간에 탈바 꿈시켜 복잡하고 독특한 형태를 탄생시키는 바이오모프조차도 벤제가 말한 생성미학의 생성원 리를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인공생명예술을 생성미학 및 생성예술과의 연관 성 아래 살펴본 것은 인공생명예술의 특성을 좀 더 본질적으로 탐구하고자 한 시도였다.
결론적으로, 대전 비엔날레 2018 [바이오]의 <중첩 속으로>, <빛나는 토양>, <쿠스토스 카붐>은 비록 실제 생명이 아닌 인공생명을 다루지만, 생성에 대한 깊은 사유를 바탕으로 생성미학 및 생성예술과의 연관성 아래 생명이라는 주제를 이야기하는 인공생명 예술작품들 이었다. 우리는 이 작품들에 생성미학의 생성원리를 적용시켰고, 인공생명예술이 목표로 하는 바가 생성미학의 목표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생성미학이 목표로 하는 규범으로부터 혁신 또는 일탈의 가능성은 작동, 규칙, 정리의 모든 조합을 통해 생성된 결과물이 기존의 미적 개념들을 전복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것은 인공생명예술이 목표로 하는 가능한 생명 형태의 미적 창발과 맥락이 통한다. 일정한 규칙과 작동에 의해 인공적으로 생성 된 가능한 생명 형태의 구조적 결과물들 또한 기존의 생명 형태와는 또 다른 미적 상태를 드러 내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인공생명예술이 실천하는 생명에 대한 새로운 형태의 재현은 가상적 생명과 실재적 생명의 경계를 허물어뜨리고자 하는 제 4차 산업혁명의 시대적 요구와도 연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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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biospace.com/article/how-biotechnology-and-the-fourth-industrial-revolution-could -save-the-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