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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의 다양한 가치를 반영하는 국토정책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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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의 다양한 가치를 반영하는 국토정책이 필요합니다”

- 권태준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박세훈|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인터뷰)

권태준(權泰埈)

경기고등학교(1956) / 서울대학교 법학 학사(1962) / 미국 서던메소디스트대학교 법학 석사(1964) / 미국 예일대학교 법학 석사(1965) / 미국 뉴욕 주립대학교 정책학 박사(1975) /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1978~2002) /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장(1978~1984) /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장 (1984~1986) / 계간 비판 발행인(1994~1996)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1996~1997) / 제15대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1996~2000) /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이사(1999~2002) / 제5대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이사장(2001~2004) / 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상훈

홍조근정훈장(2002) 주요 저서

분배의 의식화 시대(1988), 한국의 세기 뛰어넘기(2006), 한국의 대학: 도전과 변화(2011)

이 · 슈 · 와 · 사 · 람 · 98

2012. 12. 21. 권태준 교수 자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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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한국사회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서 저성장이 지속되고 있으며, 인구구조는 급속 히 고령화되고 있다. 사회적으로도 가치관이 다변화되면 서 이전까지 경제성장을 우선으로 하던 가치관이 희석 되고 있다. 한국사회가 이제‘돌격형 개발의 시대’를 지 나 문화적으로 풍요롭고 다양한 가치가 존중되는 성숙 사회로 순조롭게 이행하고 있는 것일까? 권태준 서울 대학교 명예교수와 함께 ‘성숙사회’의 과제에 대해 이 야기해 보았다.

▶박세훈(이하 ‘박’): 오늘날 한국사회는 성장의 시기 를 지나 성숙의 시기로 이행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여 러 어려움도 함께 있는 듯합니다. 경제성장률이 저하되 고 인구는 고령화하고 있고요. 더불어 이념갈등, 계층갈 등, 지역갈등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경제성장을 최우선 으로 하는 가치관은 희석되고 있지만 경제생활과 관련 된 삶의 불안정성도 증대되고 있습니다. 교수님은 이러 한 사회적 변화를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 ▶ 권태준(이하 ): 해방 이후 국민 대다수의 삶

우 불안정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정부도 국민들의 열망에 부응해서 경제성장을 중심으로 한 정책을 추진해왔습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경제성장, 부의 축적 이외에도 개인의 자유, 정치적 참여, 분 배적 평등, 환경의 보존 등과 같은 다른 가치도 중 요한 것으로 평가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산업구조의 고도화와 밀접한 관 련이 있습니다. 근대적 산업화 과정이 어느 정도 완료되면서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있고, 경제규 모가 급속히 커졌습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선진국의 반열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고, 경제적인 성숙사회를 달성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 직까지 경제적인 측면 이외에 정치적인 측면, 사회 적인 측면, 문화적인 측면에서는 성숙사회를 달성 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아시다시피 문화 적 가치는 다양성을 전제로 합니다. 취향과 라이프 스타일은 기본적으로 다양성에 대한 인정을 필요 로 합니다. 정치적 참여 역시 참여하면 할수록 다 양한 가치를 요구하게 됩니다. 즉 기존에는 없었던 다양한 가치척도가 요구되는 것이지요.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다양성을 인정하는 데 대한 학습은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 적 갈등이 발생하는 것이지요.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갈등은 소위 이념갈등으 로 해석되곤 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를 이념갈등으 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념갈등은 지식인 사회 내 에서의 언설이고요, 크게 보면 오히려 다양성을 인 정하고 학습하는 과정이 아닐까 합니다. 생태주의, 여성주의와 같은 이념이 그러한 것들인데요. 향후 이러한 다양한 가치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봅니다.

권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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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말씀하셨듯이 최근 문화적, 사회적 다양성이 증 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개개인의 삶에서 그러한 다양 성을 누리고 있는지는 다른 문제가 아닌가 합니다. 최 근 세계화가 진전되면서 개개인의 삶이 더욱 불안해지 는 측면도 있습니다. 요즘 대학생들은 취업준비 때문에 이전 세대보다도 문화적, 사회적 다양성을 누리지 못한 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오히려 경제적 가치가 더욱 중 요해지는 측면도 있는 듯합니다.

▶ ▶ 권: 그렇죠. 세계화가 진전되면서 최근 국내적 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가 많이 나타났습니다.

또한 기술의 발달이 가속화되면서 직업구조가 매 우 빨리 변화하고 있어요. 결과적으로 어떠한 교육 을 받아야 이러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을지 예측하 는 것이 무척 어려워졌습니다. 교육은 변화하지 않 는데 직업시장은 빨리 변화하기 때문에 불안감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지요. 이러한 현상은 당분간 지 속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는 한국뿐만이 아니 라 세계적으로 유사한 현상입니다.

이는 양극화 현상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 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발달된 금융산업이나 정보 통신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더 많은 부를 축적하 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밖에 많은 직업군에서는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는 국가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 있습니다. 최근 가수 싸이 의 예를 통해서 볼 수 있듯이, 일부 계층의 사람들 은 세계시장으로 진출의 기회가 대폭 확대되었습 니다. 그러나 이는 일부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사 람들에게는 오히려 불안정성이 커지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러한 추세에도 불구하고 저는 장래를 낙관적으로 전망합니다. 향후 문화적, 사회적, 정 치적 다양성이 증대되면서 기존의 보수와 진보의 구분은 무의미해질 것입니다. 새로운 가치들이 경

쟁하게 될 것입니다. 오늘날 삶의 조건이 불안정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가 다양성을 지속적으로 학 습하면서 극복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 주제를 바꾸어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최근 국 책사업을 둘러싼 사회갈등이 매우 첨예한 상황입니다.

이번 정부에서만 하더라도 동남권 신공항 건설, 첨단의 료복합단지지정, 제주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조성 등에 서 많은 갈등을 겪었습니다. 이러한 갈등의 원인은 무엇 이고 어떻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 ▶ 권: 기본적으로 민주사회에서 경제적 이해득실 이 있는 사업에 갈등이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고 봅니다. 여기에 기존의 정치세력이 관여하면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결국 이 문제는

타협으로 해결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우리의 정치관행은 타협하는 데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타 협은 정당하지 않은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지식인과 언론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타협의 순기능에 대해 설득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 박세훈 이 · 슈 · 와 · 사 · 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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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의 지식인과 언론은 국책사업을 경제적 이해득 실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이념의 문제로 선전하 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대자를 순교자로 만드는 것이 그러한 것이지요.

하지만 국책사업은 경제적 이해관계에서 시작 된 것이기 때문에, 이익을 보는 측과 손해를 보는 측이 상호 이해관계를 타협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 중요합니다.

▶박: 최근 우리나라의 국토 및 도시정책에서는 과개 발의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인구가 감소 하여 수요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성장패러다임에 근 거하여 ‘일단 개발하고 보자’는 거죠. 이에 대한 지방 자치단체의 경쟁도 치열합니다. 이러한 관행으로 인해 향후 상당한 후유증이 예상되는데요. 이에 대해 어떠한 대안이 있을까요?

면 도로시설의 경우만 하더라도 세계적으 로 우리나라만큼 잘 되어 있는 곳이 드뭅니 다. 이제 국가가 전국적 수준에서 물리적 하 부구조를 대규모로 조정하는 시대는 지났 다고 봅니다. 문제는 최근 지방자치제가 실 시되면서 자치단체장이 자신의 업적을 남 기기 위하여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경우죠.

특히 국제화와 관련된 사업들이 우후죽순 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는 정치적 성숙 과 관련되는 문제여서 간단히 수그러들지 는 않을 것입니다.

이를 통제하기 위해서는 지역주민과 전 문가들이 사업의 실현 가능성을 판단해서 감시자의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사업을 실패하여 주민들이 큰 손해를 입게 되면 학습효과를 얻을 수 있겠지 요. 하지만 치러야 할 비용이 너무 큰 것 아닐까요.

▶박: 교수님께서는 국제기구에서 일하신 경험이 있 습니다. 최근 국토정책 분야에서도 국제개발협력이 활 발합니다. 우리의 개발과 성장의 경험을 개발도상국에 게 잘 전수해 주는 것도 성숙사회의 한 역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한국이 국제사회 에서 어떠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고, 할 수 있다고 보 십니까?

▶ ▶ 권: 국토개발분야의 국제협력은 매우 필요한 것으로 봅니다. 한국은 그동안 신도시 건설, 인프 라 건설, 산업단지 조성 등에 훌륭한 경험을 축적 해 왔습니다. 우리 스스로는 별것이 아닌 것으로 폄하하곤 하지만 개발도상국의 입장에서는 큰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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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이 될 것입니다. 특히 개발도상국과 서구의 국가 들 사이에는 아직까지 식민과 피식민의 관계가 남 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구의 국가로부터 원 조를 받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우리의 경우 같이 식민지 시기를 경험했고 오늘날 선진국의 반 열에 올라와 있기 때문에 개발원조에 있어서 정치 적으로도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습 니다. 여기에는 국토연구원과 같은 국책연구기관 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박: 교수님께서는 오랫 동안 대학에서 계획이론을 가르치셨습니다. 계획이론은 결국 계획이란 무엇이며, 어떠한 계획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논의가 아닌가 합니 다. 한국사회가 당면한 과제에 비추어 볼 때, 성숙사회 를 향한 국토 및 도시계획의 방향이라면 어떤 것이 있 을 수 있을까요?

▶ ▶ 권: 우리가 말하는 계획은 공공부문이 주도 하여 국토의 물리적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향후 이러한 형태의 물리적 계획 (physical planning)은 점차 수요가 줄어들 것으 로 봅니다. 주민들도 이러한 계획을 원하지 않으 며, 인구가 감소하고 경제가 고도화되면서 이러한 계획에 대한 수요 역시 감소하고 있습니다. 또한 오늘 언급한 것과 같이 국책사업에 대한 갈등으로 인하여 사업추진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 러한 경향은 시장이 발달하고 국민들의 정치적 의 식이 성숙할수록 더욱 강화될 것입니다.

따라서 결국 정부는 시장의 폐해 - 즉 자연환경 의 훼손 등 - 를 최소화하는 데에 집중해야 할 것 입니다. 즉 시장을 그대로 두었을 때 사익 간의 충 돌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해 정부가 개입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기

존에 국토종합개발계획을 세워 대규모 공간구조 변화를 도모했습니다만, 오늘날 그러한 종합계획 의 실효성은 점차 약화되고 있습니다. 이는 시장 의 자율성이 증대되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 상입니다. 거기에 정부도 적응해서 그 역할을 한정 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결국 시장의 발달과 사 회적 가치의 다양화에 조응하는 형태로 계획이 진 화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박: 오늘 말씀 감사드립니다. 우리의 국토정책을 되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 ▶ 권: 감사합니다.

이 · 슈 · 와 · 사 · 람

참조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