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 슈 ∙ 와 ∙ 사 ∙ 람 ∙
“모든 국민들이 문화재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유홍준 문화재청장
인터뷰|채미옥(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유홍준(兪弘濬)
1967~1980년 서울대학교 미학과 학사 / 1983년 홍익대학교대학원 미술사학과 석사 / 1998년 성균관대학교대학원 동양철학과 박사 1978년 중앙일보 계간미술 기자 / 19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부문 당선 / 1985년 한국문화유산답사회 대표
1991~2001년 영남대학교 교수, 영남대학교 박물관장 / 2002~2004년 명지대학교 교수, 문화예술대학원장 2004년 9월~현재 제3대 문화재청장
저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나의 북한문화유산답사기」, 「화인열전」, 「완당평전」
북악산 개방, 경회루 누마루 등 궁궐 내 주요 전각 개방, 북관대첩비 환수 등 기존과는 다른 유홍준 문화재청장 의 행보가 화제에 오르고 있다. 청장 취임 전 저술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통해“우리나라 전 국토가 박 물관”이라면서 문화재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표현하기 도 했던 유청장의 새로운 문화재 정책에 대해 들어본다.
▶ 채미옥(이하 채): 문화재청장은 문화재 관련 행정을 총괄하는 자리로 전임 청장들은 모두 행정전문가들이었 습니다. 때문에 베스트셀러 저자로도 명성 높은 청장님 의 영입은 문화계 안팎의 화제였고 지금도 많은 이들의 관심과 기대를 모으고 계십니다. 취임 이후 왕성한 정 책활동과 사업을 추진하셨는데 그동안의 성과를 짚어본 다면 어떤 것이 있습니까?
▶▶ 유홍준(이하 유): 우선 문화재의 접촉관람을 허용하였습니다. 목조건축의 경우 사람들이 출입 하지 않으면 오히려 보존상태가 나빠집니다. 지금 까지는 문화재와의 접촉을 금지하는 방법으로 문 화재를 보호하는 차원이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취
던 경회루 마룻바닥이 지금은 윤이 납니다. 왕릉도 마찬가지입니다. 능침과 산책로를 개방한 후 모두 똑같게만 보이던 왕릉에도 차이점이 있다는 것을 관람객들도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북악산 또한 청와대가 등산로를 막고 있었으나 대통령이 용단 을 내려 개방한 이후에는 서울의 명승지가 되고 있 습니다. 달항아리를 찾아내어 문화재로 지정한 것 이나 전통건축물의 지붕 맛을 살리기 위해 옛 기와 를 재현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도 가둬놓 기에만 치중하는 관리정책은 없을 것입니다.
또, 우리 문화재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지난
1월에는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을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등재신청하였고, 3월에는‘조선왕조 의 궤’와‘해인사 대장경판 및 제 경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신청하였습니다.▶ 채: 청장님은 이전과는 달리 대중 속으로 파고드는 문화재정책을 수립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 고 계십니다. 앞으로는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신지요.
▶▶ 유: 우리의 문화유산이 국민과 함께하고, 국 민에게 힘과 꿈이 되는 나라를 실현하기 위하여 그동안 북악산 개방, 궁궐 내 주요 전각개방 등 여러 가지 일들을 추진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국 민 모두에게 고향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전통 돌담길’10개 지역을 등록문화재로 지정하여 보 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잘 알려 진 명소도 좋겠지만 한번쯤 시간을 내어 돌담길 을 구경해봤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도심 속 에서 느낄 수 없었던 향토적 서정, 즉 돌담길의 살구나무, 한여름 담장에 어우러진 능소화 등을 채미옥
보면 일상의 피로가 가실 것입니다. 문화재는 공 부하듯이 보면 재미가 없습니다. 향유하고 즐길 수 있어야 문화재의 참된 멋이 느껴집니다. 주변 환경과 어우러진 형태를 보고 그것을 즐기는 입 장이 되면 문화재 관람이 더욱 즐거워집니다.
앞으로도 우리 생활 속의 문화재, 국민의 곁에 서 함께 사랑받는 문화재가 될 수 있도록 문화재 청이 앞장서겠습니다.
▶채: 유럽과 일본의 고도(古都)는 역사문화환경을 보존 하면서도 삶의 활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또 한‘고도보존에관한특별법(이하 고도보존법)’을 제정하 여 경주, 부여, 공주, 익산을 고도로 지정하고 광역적인 문화재 보존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고 도를 살리기 위해서는 어떠한 사항이 중점적으로 고려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유: 고도보존법은 지난 2005년 3월부터 시행 되고 있습니다. 유럽과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차이 가 있기 때문에 단순 비교할 수는 없으나 이제 우 리도 고도지역을 제대로 보존하기 위해 우리 실정 에 맞는 보존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한 첫걸음이 바로 고도보존법일 것입니다.
현재 고도보존법에 의해 보호되고 있는 도시는 경주, 부여, 공주, 익산으로서 각 도시에 적합한 조 치가 취해져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관건입니다.
특히 경주시의 경우에는 현재의 경주시 행정구역 전체(1995년 시∙군 통합)보다는 고도지역을 중 심으로 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즉, 천년고도에 걸맞는 특별행정조직으로 분리하여 역 사, 관광도시로서 아이덴티티를 갖도록 해야 할 것 입니다. 부여의 경우 현재는 눈에 보이는 유적이 많 지 않기 때문에 허망한 부분이 있지만 고도로서 살
아날 수 있는 여건은 좋습니다. ‘백제역사재현단 지’같은 대형 프로젝트는 오히려 문화재 보존정책 에 부정적일 수 있습니다. 정림사 복원과 궁남지의 사적공원화 그리고 현재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주 변을 사비시대 왕궁터로 정비하면 고도로서의 의젓 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입니다.
고도보존은 장기적 안목으로 추진되어야 합니 다. 앞으로 기초조사 결과에 따라 지구지정, 보존 계획 수립 등이 진행되겠지만 특히 재원마련과 사 유재산권 보상 등이 어려운 과제입니다. 문화재 보 존정책과 주민생활대책, 관광계획이 상호 연계되 어야 할 것이며, 문화재의 현대적 활용가치를 높이 는 방안 등을 발굴하여 지역주민들이 고도보존에 대한 사명감과 자부심을 갖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 채: 효율적인 역사문화환경의 보존을 위해서는 문화 재가 분포한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 전국적 차원의 문화 재 보존대책이 논의되어야 하고, 범부처 차원의 협조체 계 구축을 통한 각종 공간계획의 조정, 주민지원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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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유: 1999년 문화재보호법에서 일정 규모 이상 의 개발사업을 추진할 경우 의무적으로 지표조사 를 실시하도록 하였고 2000년에는 문화재주변 역 사문화환경 보존을 위해 외곽 500m까지 문화재 영향검토를 의무화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법이 만들어지기 이전에는 서울 시내 전 역을 연결하는 지하철공사를 추진하면서도 매장 문화재 신고가 한 건도 없었을 정도로 문화재 보존 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이 만들 어졌다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지표조사, 발굴조사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 등의 문제가 남 아 있는 실정이어서 문화재 보존과 개발이라는 양 자 간의 갈등이 여전한 상태입니다. 건설교통부 등 개발부처와 문화재청 등 보존부처가 서로 협조하 고 고민해야 합니다. 수조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개발사업에서 2~3천억 원 정도의 문화재 보존비 를 할애하는 것은 공사지연으로 인한 비용을 생각 할 때 아무 것도 아닐 것입니다. 국무조정실 차원 의 조정역할이 적극 요구되는 대목입니다.
▶ 채: 문화재 보존정책이 성공하려면 문화재가 위치한 지역사회의 자긍심과 문화재를 문화상품화하는 전략이 병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형의 설화나 역사적 사실들을 발굴하여 예술작품화하는 노력이 필요 하다고 생각됩니다. 문화재청에서 이와 관련하여 추진 하거나 계획 중인 사업이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유: 설화의 발굴과 이를 형상화하는 등의 작업 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며 이미 진행 중인 사업이 많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설화와 전설 등을 그대 로 보존하고 전하는 것이 아니라 관광상품으로 만
등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문 화유산에 얽혀 있는 이야기를 관람객들에게 정확 하고 쉽게 알려줄 만한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문 화유산에서 이야기를 뽑아내는 것이 문화수준입 니다.
보다 다양하고 체계화된 프로그램 개발과 이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며, 문화재 안내판에 대 한 대대적인 개선도 요구됩니다.
▶채: 문화재 보존이 재산손실과 사권제한의 부정적 요 인이라기보다 긍정적인 요소로 지역주민들에게 인식되 는 것이 보존지역 지정에 따른 갈등을 최소화하는 해결 책이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문화재청의 주민의식 고양 프로그램과 문화재 보존에 필요한 재원이 확보되 어야 하는데,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계신지요.
▶▶ 유: 문화재와 주변 역사문화환경을 효율적으 로 보존하기 위해서는 일반국민, 개발부서 등의 인 식변화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또한 정책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재원확보가 중요합니다.
최근들어 우리 청에서는 기업체와‘1문화재
1지킴이’협약을 맺어 현재 13개 회사가 문화재지
킴이로 활동하고 있는데, 문화재 보존에 대한 인식 변화와 일반국민의 참여 측면에서 획기적인 성과 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일례로 (주)포스코 (POSCO)의 비무장지대 기관차 보존처리, (주)한 화리조트의 왕릉 잔디관리를 들 수 있습니다.또한 내셔널트러스트(NT) 운동의 제도적 정착 을 위해 문화유산 국민신탁법(문화유산과 자연환 경자산에 관한 국민신탁법)이 지난 3월 제정되어 향후 관련 법인과 기금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그렇
게 되면 보다 활발한 NT 운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국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폭 또한 넓 어질 것입니다. 이렇게 보존에 참여하신 분들은 고 궁관람이나 문화재청이 주최하는 행사에 귀빈으로 초대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와는 별도로 절대 부 족한 예산을 보전하기 위해‘문화재보존기금’의 설 치도 적극 추진하고 있음을 말씀드립니다.
▶채: 개발연대 이후 수립∙수정된 국토계획은 자연환경 과 생태보존의 중요성이 주요 과제로 부각되었지만 문화 부분은 다소 미흡한 수준입니다. 21세기 국토관리의 화 두인 친환경성과 역사성을 보존하고 지속가능한 공간계 획을 수립하기 위해 국토관리 차원에서 꼭 반영되어야 할 요인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유: 국토계획에 있어 역사성 반영은 매우 중요 합니다. 아프리카에 있는 한 마을이 없어지면 박물 관이 하나 없어지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각 지역 의 기본적인 자산을 먼저 조사한 후 역사성, 국토어 메니티, 관광의 가치를 같이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아름다운 강진의 모습을 언급한 이후 강진을 보러오는 관광객들이 연간 7만 명에서 40만 명으로 증가했다고 합니다.
책의 위력 때문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런 곳 을 가보고 싶은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마땅한 가이 드라인이 없었을 뿐입니다. 우리나라 끄트머리에 있는 작은 마을 강진이 별다른 관광명소가 없어도 남도답사 1번지가 되었듯이 전 국토에서 문화를 개 발했을 때는 엄청난 시너지가 발생할 것입니다.
이러한 면에서 국토계획, 도시계획 수립 시에 환 경과 도시, 인간과 건축문화를 함께 생각하는 철학 을 가진 건축가의 참여도 중요합니다. 이를 고려하 지 않고 만든 국토계획은 한계가 있습니다.
▶채: 지자체가 실시되면서 문화재 보존보다는 개발위주 정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특히 국가적으로 기업도시, 혁신도시, 행정중심복합도시 등이 개발되면서 문화재 분 야는 위기를 겪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계획관련 담당자 들에게 당부하실 말씀이 있다면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 유: 최근들어 문화생활에 대한 욕구가 증대함 에 따라 신도시계획을 추진할 때도 문화시설의 입 지를 많이 고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도로나 상하 수도를 먼저 줄긋고 나서 문화시설이 들어가기 때 문에 문제가 발생합니다. 문화시설이 가장 큰 의미 의 건축이라는 인식에서 시작해야 하는데 SOC를 비롯한 인프라를 최우선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삶의 어메니티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가 령 서울에서 약속을 하게 되면 인사동, 명동, 신촌 등이 떠오르지만 신도시의 경우에는 아파트단지만 생각이 납니다. 지방에서는 경제를 활성화한다고 도로를 건설하고, 공항을 만들었는데 적자가 누적 되고 있다고 합니다. 전국적으로 문화회관은 모두 있으나 누구나 크게 지을까만을 경쟁합니다. 사람 들의 삶을 면밀하게 분석한 후 계획을 수립했으면 합니다. 다른 지역의 계획을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에서 살아갈 주민들의 삶의 질을 고려한 계 획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유청장의 취임 이후 문화재 관련 정책이 달라지고 있다 는 평가다. 모든 이들이 문화재를 직접 경험할 수 있도 록 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그러나 이에 따른 관리 문제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아울러 문화재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애정 또한 담보되어야 할 것이다. 때문에 우리 문화재를 더욱 많이 알리고 관리해야 할 문화재청이 더 욱 바빠질 전망이다. 유청장과 문화재청의 활약을 기대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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