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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에 따른 재산권 침해와 중첩규제를 통한 보상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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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Ⅰ. 서론

시장경제하에서 사유재산권에 대한 보호는 매우 중요하지만, 공공의 필요에 의해 국가는 재산권 행 사에 대한 제한을 가할 수 있다. 헌법에서도 국가는 공공의 필요시 법률을 근거로 개인의 재산권 일부를 제한할 수 있고 그 제한에 대해 보상하도록 규정하

고 있다.1) 즉, 사유재산권의 보장이라는 원칙하의 시 장경제제도에서 시장실패 등 부작용을 치유하기 위 하여 부분적으로 재산권 제한을 허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효율적인 시장경제제도 운용을 위해서는 국가의 재산권 제한이 언제 이루어지고, 그에 따른 보상은 어떤 경우에 필요한지에 관한 기준의 확립이 중요하다. 국가의 시장개입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규제에 따른 재산권 침해와 중첩규제를 통한 보상회피

* 본고는 이호준, 『규제수용과 재산권 보호에 관한 연구: 개발제한구역을 중심으로』, 정책연구시리즈 2015-09, 한국개발연구원, 2015의 주요 내용에 기반하여 작성되었다.

1) 재산권에 대한 제한은 헌법 제23조 제3항과 제37조 제2항 등을 근거로 하고 있다.

재산권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수준이 과거에 비해 매우 높아졌고, 헌법재판소나 법원 등 사법기관의 판단 역시 과거에 비해 재산권 보호를 더욱 중요시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규 제를 도입하거나 갱신하는 과정에서 재산권 보호와 손실보상 여부에 대한 기존 시각의 근본적인 변화 및 제도개선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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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자 | 이호준 연구위원(044-550-4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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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30149 세종특별자치시 남세종로 263 Tel 044-550-4030

Fax 044-550-0652

이 호 준 | KDI 연구위원

(2)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국가에 의한 재산권 제한이 정당화되는 기준, 그리고 재산권 제한에 따른 보상 여부에 대한 기준이 명확히 존재하지 않았고, 행정권자의 재량으로 재산권 제한 및 보상에 대한 결정이 이루어져 온 경향이 있었다.

규제손실에 대한 보상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대표적인 기준으로는 (1) 침해된 권리의 사전 확립 정도와 (2) 불비례성 등 두 가지가 있다.

낮을수록, 그리고 시장개입에 따른 손실의 보 상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클수록 사회가 부 담해야 하는 비용은 커지게 된다. 유사한 상황 임에도 어떤 경우에는 정부 담당자의 재량에 따라 재산권 제한에 대한 보상을 하고 어떤 경 우에는 보상을 하지 않는다면 갈등 유발, 불법 로비 등의 사회적 비용을 야기할 수 있다. 그리 고 이러한 불확실성의 증대는 시장참여자의 투 자의사결정을 왜곡하게 되고, 불확실성에 대비 하기 위한 보험적 비용을 유발한다. 그러므로 시장개입 및 보상 여부에 관한 원칙이 제도적, 역사적으로 잘 정립되어 있을수록 시장제도의 효율성이 배가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국가에 의한 재산권 제한이 정당화되는 기준, 그리고 재산 권 제한에 따른 보상 여부에 대한 기준이 명확 히 존재하지 않았고 행정권자의 재량으로 재산 권 제한 및 보상에 대한 결정이 이루어져 온 경 향이 있었다. 본고에서는 대표적인 재산권 제 한방식인 규제를 중심으로 재산권 제한의 정당 성 및 보상 여부 판단 기준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그리고 재산권 제한에 대한 보상이 명백 히 필요함에도 이를 회피하기 위한 중앙 및 지 방 정부의 대처방식을 지적하고, 제도개선 방 향을 제시한다.

Ⅱ. 규제에 따른 재산권 침해와 손실보상 기준

국가는 규제라는 방식을 통해 각 경제주체의 활동에 영향을 주고 있고, 직·간접적으로 재 산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각 경제주체의 입 장에서는 규제가 재산권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으므로 주요한 의사결정 단계에서 규제 적용 여부를 고려하게 되고, 특히 규제로 인한 손실이 생겼을 때 보상이 이루어질지를 판단하 여 의사결정을 내리게 된다.

따라서 규제가 개인의 재산권에 영향을 미쳤 을 때, 특히 손실을 끼쳤을 때 그 손실에 대한

보상이 필요한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매우 중요 한 문제다. 더 나아가 그 기준이 일관되게 적용 되어 기준 적용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경제의 효율성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차원에서 본 항에서는 손실보상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사례에 적 용해 보고자 한다.

규제에 따른 재산권 손실에 대한 보상 여부 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규제의 성격과 손실의 정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규제손실에 대한 보상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대표적인 기준으로 는 (1) 침해된 권리의 사전 확립 정도와 (2) 불 비례성 등 두 가지가 있다.2) 풀어서 설명하자 면 다음과 같다.

(1) 침해받은 권리가 사전적으로 얼마나 보호 받을 수 있는 성격의 권리인가.

(2) 규제로 인해 특정 주체가 받는 손실과 혜 택 간의 불비례성은 얼마나 존재하는가.

위 두 가지 기준을 바탕으로 다음의 예를 살 펴보자.

(가) 유해물질 지정으로 특정 제품의 생산활 동을 못하게 된 생산자

(나) 문화재로 지정되어 사용에 제한을 받게 된 건물 소유자

(다) 신호등 신규설치로 통근시간 및 연료비 부담이 증가한 운전자

(라) 주거지역 내에 대규모 공장 건립을 제한 받은 토지 소유자

(가)의 예는 생산업자가 정부 규제로 인하여 더 이상의 생산활동을 할 수 없게 되는 등 재산 상의 손실을 입은 경우이다. 생산자로서 시장 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는 그 생산품이 유해한 것이 아니라는 전제하에서 보장받는 것이다.

이 경우는 침해된 재산권이 사전적으로 보장받 아야 하는 성질의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러 므로 규제를 통해 생산업자가 받는 손실이 규 제에 따른 이익에 비해 훨씬 커서 상당한 수준 의 불비례성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보상은 필

2) 보다 상세한 논의는 Lee(2016) 및 Kim and Lee(2016)를 참고하라.

(3)

규제에 대한 손실보상이 필요한 대표적인 예로는 개발제한구역 규제와 도시계획시설 지정에 따른 개발행위제한 규제가 있다.

요 없다고 할 수 있다.

(나)의 예는 자신의 건물이 문화재로 지정되 어 증개축, 재건축 등의 활동을 제한받게 된 경 우이다. 자신의 건물을 정상적인 범위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는 상당히 정립된 권리이 지만, 문화재 지정을 통해 그 정립된 권리를 침 해받게 되었다. 또한 문화재 보호에 따라 건물 소유자에게 돌아가는 편익 수준에 비하여 그가 부담해야 하는 재산권 손실이 훨씬 크므로 불 비례성 역시 크게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 서 이 경우에는 재산권 손실에 대한 보상이 필 요할 것이다.

(다)의 예는 통근길에 신호등이 새로 설치되 어 과거에 비하여 통근시간이 길어지고 이에 따라 연료비 부담이 증가하는 등 재산상의 손 실을 입은 경우이다. 신호등 설치 이전 수준의 연료비만을 부담하여 통근하는 권리는 사전적 으로 보호받아야 할 권리라고 보기 어렵다. 또 한 신호등 설치에 따른 교통질서 확립의 혜택 에 비하여 운전자가 받게 되는 손해가 훨씬 크 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러므로 이 경우는 손실 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지 않다.

(라)의 예는 주거지역 내에 위치한 자신의 땅 에 공장을 건립하고자 하나 주거지역 내 공장 설치 규제에 따라 건립이 무산된 경우이다. 자 신의 땅을 생산활동에 활용할 수 있는 권리는 어느 정도 확립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불 비례성이 존재한다고 보기는 힘들다. 원칙적으 로 토지에 대해서는 지목 등 토지 이용에 대한 일정 수준의 규제가 존재하고 모든 토지 소유 자는 이를 따름으로써 주변 지역에 지나친 부 정적 효과를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토지를 사용하게 된다. 이는 (나)의 경우와는 달리 특 정 소유자에게만 지나치게 부담이 주어지는 규 제라고 보기 힘들다. 해당 규제에 따른 사회적 편익을 공공이 나누고, 규제에 대한 부담 역시 공공이 나누고 있어 규제에 따른 심각한 불비 례성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어, 보상이 필요하 지 않다고 판단된다. 위 네 가지 예에 대한 논 의를 정리하면 <표 1>과 같다.

Ⅲ. 규제에 대한 손실보상이 필요한 실제 사례

본 항에서는 앞서 살펴본 기준들을 바탕으로 현실에서 규제에 대한 손실보상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두 가지 사례를 살펴보겠다. 먼저 재 산권에 영향을 주는 대표적인 규제인 개발제한 구역 규제(그린벨트 규제)에 대하여 살펴보자.

1970년대부터 “도시의 무질서한 확장을 방지 하고 도시 주변의 자연환경을 보전하여 도시민 의 건전한 생활환경을 확보하기 위하여” 국토 의 약 5.4%에 해당되는 도시 주변 지역을 개발 제한구역으로 지정해 왔다.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되는 경우 원칙적으로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공작물 설치, 토지 형질변경, 벌채, 토지분할, 물건 적재 등의 행위가 일체 금지된 다. 이처럼 개발제한구역으로 인한 각종 규제 들은 다른 일반적인 토지들에 적용되는 규제들 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편적인 토지 소유자들이 누리고 있는 확립된 권리가 개발제한구역 지정으로 인 해 침해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개발제한구역에 따른 재산상의 손실은 보다 구체적인 지가 자료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이호준(2015)에서는 2000년대 초반 개 발제한구역이 해제된 지역을 중심으로 개발제 한구역이 지가에 미치는 영향을 자세히 살펴보 았다. 개발제한구역의 해제는 흔히 대규모 개 발사업과 병행하여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개발사업에 따른 지가 상승효과와 개발제한구 역 해제에 따른 효과를 구분하는 것이 어렵다.

이호준(2015) 및 본고에서는 개발사업과는 별

<표 1> 각 사례별 보상 여부 판단 기준

침해된 재산권의 사전 정립 여부

불비례성 존재 여부

보상 여부 판단

(가) 유해물질 지정

× O

×

(나) 문화재 지정

O O

O

(다) 신호등 규제

× ×

×

(라) 주거지 내 공장

규제

O ×

×

(4)

개로 개발제한구역 해제가 이루어진 서울시 종 로구, 서울시 서초구, 경기도 시흥시, 경기도 하남시의 지가를 중심으로 개발제한구역 지정 및 해제가 지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다.3)

그 결과 예상할 수 있다시피 개발제한구역 지정 및 해제는 지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발제한구역이 해제된 지역 의 평균지가는 여전히 개발제한구역에 묶여 있 는 (동일 지목의) 인근 지역 평균지가 대비 360~66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개발제한구역이 해제된 지역이더라도 애당초 개발제한구역이 아니었던 (동일 지목의) 인근 지역 평균지가에 비해서는 46~9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의 경우는 향후 토지를 개발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지가의 차이가 생겨난 것으로 해석되고, 후자의 경우는 30여

년간 개발이 제한됨에 따라 생겨난 투자의 차 이가 누적된 결과로 해석된다.

[그림 1]에서 볼 수 있듯이 개발제한구역이 해제된 지역의 지가는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전 후하여 개발제한구역이 유지되는 인근 지역에 비해 지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지만 애당초 개 발제한구역이 아니었던 인근 지역의 지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4) 이를 통해 개 발제한구역의 지정이 해당 토지 소유자의 재산 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개발제한구역 지정의 목적이 ‘도시민의 건전 한 생활환경을 확보’하는 것임을 고려하면 규 제의 혜택은 특정 집단이 아닌 공공이 누린다 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개발제한구역 지정에 따 른 부담은 해당 구역의 토지 소유자에게 전적 으로 지워진다. 그러므로 앞선 항에서 살펴본

3) 지가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보다 엄밀한 실증분석은 이호준(2015)을 참고하기 바란다.

4) [그림 1]에 나타나듯이 개발제한구역 해제 이전부터 개발제한구역의 해제 여부가 지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는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위한 각종 절차가 수년간 진행되면서 해당 정보가 지가에 반영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림 1]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전후한 지가 변화 비교

<서울 종로> <서울 서초>

(단위: 원/㎡)

1,800,000 1,600,000 1,400,000 1,200,000 1,000,000 800,000 600,000 400,000 200,000

0 2002 2003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2010 2011 2012 2013

개발제한구역 해제지역 개발제한구역 유지지역 미지정지역 개발제한구역 해제지역 개발제한구역 유지지역 미지정지역

3,000,000

2,500,000

2,000,000

1,500,000

1,000,000

500,000

0 2003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2010 2011 2012 2013 2014

<경기 시흥> <경기 하남>

1,000,000 900,000 800,000 700,000 600,000 500,000 400,000 300,000 200,000 100,000 0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2010 2011 2012 2013 2014

개발제한구역 해제지역 개발제한구역 유지지역 미지정지역 개발제한구역 해제지역 개발제한구역 유지지역 미지정지역

2,500,000

2,000,000

1,500,000

1,000,000

500,000

0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2010 2011 2012 2013 2014

자료: 이호준(2015), pp.40~41.

(5)

기준에 의하면 불비례성이 상당히 크게 존재한 다. 따라서 ‘침해된 권리의 사전 정립 여부’와

‘불비례성’ 등 두 가지 기준에서 살펴보면, 개 발제한구역 규제에 따른 재산손실을 보상해야 한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 이와 유사한 논리로 1998년 헌법재판소는 보상규정을 두지 않은 개발제한구역제도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 을 내린 바 있다.5) 이후 정부는 해당 토지 소유 자들에게 ‘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손 실보상의 길을 열었으나, 여전히 직접적인 보 상규정이 없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6)

다음의 예를 보자. 「도시계획법」에 의해 도시 계획시설로 지정되는 경우, 향후 공공시설이 건 립될 것을 감안하여 해당 토지에서는 일체의 개 발행위가 제한받는다. 그런데 도시계획시설로 지 정된 후 예산 등의 이유로 실제 사업이 추진되지 못한 채 수십 년간 지연되는 경우는 토지 소유자 의 개발행위만 장기간 제한받게 되어 재산권에 대한 침해가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개발제한구 역과 마찬가지로 침해받는 권리가 통상적인 토지 소유자가 누리는 성격의 권리라는 점, 그리고 토 지 소유자가 부담하는 재산권 손실의 정도가 그 혜택에 비해 지나치게 커서 불비례성이 크게 존 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재산권 손실에 대하여 보상을 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이유로 1999년 헌법재판소는 향후 도시계획시설 지정으로 인한 재산권 침해에 대 한 보상규정을 두는 것과 더불어 과거 재산권 침해에 대해 보상할 것을 권고하였다. 이에 따 라 과거 수십 년간 도시·군 계획시설로 지정 되었으나 사업을 추진하지 않았던 경우는 2020년 이후 지정의 효력을 잃게 되고, 앞으로

는 도시·군 계획시설 지정이 고시된 지 20년 이 지날 때까지 해당 시설 설치에 관한 사업이 시행되지 않는 경우 지정의 효력을 잃도록 법 이 개정되었다.7)

Ⅳ. 중첩규제를 통한 보상회피

앞서 개발제한구역 규제에 대한 보상은 일정 부분 필요하다는 것을 보였다. 그런데 현실에 서는 개발제한구역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이 이 루어지지 않는 가운데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성 격이 유사한 규제를 추가 도입함으로써 헌재의 결정에 대한 부담을 회피하고 있다고 판단된 다. 다음의 [그림 2]를 보자.

좌측의 그림은 2010년 기준으로 서울시의 개 발제한구역을 표시한 그림이다. 그리고 우측의 그림은 2010년 6월부터 서울시가 새롭게 지정 한 비오톱(도시생태현황) 지역을 표시한 것으로 서 지도의 가장자리에 짙게 표시된 지역이 비오 톱 1등급에 해당되는 지역이다.8) 두 그림을 비교 해 보면 개발제한구역과 비오톱 1등급 지역이 상당히 중첩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울시 도시 계획조례에 따라 비오톱 1등급에 해당되는 경우 는 일체의 개발행위가 금지되고 개발행위 허가 에 대한 여지를 두고 있지 않으므로 사실상 개발 제한구역 규제와 매우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개발제한구역 규제에 따른 손실을 보상해야 한다는 헌재의 결정이 나오고 이에 대한 토지 소유자들의 민원이 증가했지만, 이들의 재산권 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개선 대신 새로운 이름의 유사 규제를 도입한 것이다.9) 즉, 지나친 재산

5) 헌법재판소(90헌바16)는 「도시계획법」 제21조 개발제한구역제도 그 자체는 원칙적으로 합헌적인 규정이지만, 개발제한구역의 지정으로 말미암아 일부 토지 소유자에게 사회적 제약의 범위를 넘는 가혹한 부담이 발생하는 예외적인 경우에 대하여 보상규정을 두지 않은 것에 위헌성이 있다고 보았다. 즉, 구역 지정으로 인하여 예외적으로 토지를 종래의 목적으로도 사용할 수 없거나 또는 더 이상 법적으로 허용된 토지 이용의 방법이 없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토지의 사용·수익의 길이 없는 경우에는 토지의 소유권은 이름만 남았을 뿐 알맹이가 없는 것이므로 토지 소유자가 수인해야 하는 사회적 제약의 한계를 넘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6) 이에 관하여 2003년의 헌법재판소 결정(99헌바110, 2000헌바46(병합))을 참고할 수 있다. 「자연공원법」에 따라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토지의 소유자가 토지 사용의 제한으로 인해 입은 손실을 보상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며, 헌재는 과반수 이상인 5인의 재판관이 ‘매수청구권’ 규정을 추가하였더라도 여전히 보상규정이 미비하여 헌법불합치 혹은 위헌이라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정족수가 모자라 합헌 결정이 났으나 상당한 시사점을 준다고 볼 수 있다.

7) 상세한 내용은 「국토계획법」 제48조를 참조하라. 해당 조항은 2000년 7월 舊 「도시계획법」 개정 시 처음 포함되었으며, 그 이전에 결정·고시된 다수의 미집행 시설들은 2000년 7월 1일을 기산점으로 하여 2020년 7월 1일 이후 그 효력을 잃게 된다.

8) 비오톱은 생물을 뜻하는 Bios와 장소를 뜻하는 Topos를 결합한 용어로 특정 생물군집이 생존할 수 있는 특정 환경조건을 갖춘 지역을 의미한다. 서울시의 비오톱 평가는 유형평가와 개별평가로 구성되며, 평가를 통하여 유형평가는 1~5등급, 개별평가는 1~3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서울특별시 도시계획조례 제24조 및 별표 1에 따르면

“도시생태현황 조사 결과 비오톱 유형평가 1등급이고 개별평가 1등급으로 지정된 부분은 보전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어, 일체의 개발행위를 금지하며 개발행위 허가에 대한 여지를 두지 않고 있다.

9) 개발제한구역 정책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 녹색도시과에서는 개발제한구역 규제와 비오톱 규제는 대상 지역이 유사하긴 하지만 규제의 목적 자체가 다르고, 도입 취지를 고려하였을 때 보상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또한 개발제한구역 내 주민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예산을 지속적으로 투입하여 편의시설을 확충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개발제한구역 규제와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규제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규제를 추가 도입함으로써 보상을 회피하는 소위 ‘규제세탁’을 해온 것으로 판단된다.

(6)

권 피해가 발생함에 따라 헌재에서 보상의무를 부과하자 법적 판단을 받지 않은 새로운 이름의 중첩규제를 통해 보상회피를 한 것이다.10)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에 대해서도 중첩 규제를 통한 보상회피 사례가 있었다. 헌법재 판소의 결정 및 법 개정 이후 도시·군 계획시 설을 지정·해제할 권한을 갖고 있는 각 지자 체장들은 장기간 미집행된 도시계획시설에 대 하여 2020년까지 사업을 추진하거나 지정을 해제해야만 했다. [그림 3]에서는 연도별 도 시·군 계획시설의 10년 이상 장기 미집행 현 황을 보여주고 있다. 장기 미집행 계획시설이 소폭 줄어들고는 있으나, 여전히 서울시 면적 의 1.5배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각 지자 체가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사업추진은 하지 않으면서 지정해제에는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한편, [그림 3]에 나타난 바와 같이 장기 미 집행 도시계획시설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 지하는 유형은 ‘공원’이다. 그리고 ‘공원’ 가운 데 가장 많은 유형은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이하 ‘도시공원법’)에 의한 ‘도시자 연공원’으로, 도시계획시설의 장기 미집행에 따른 재산권 침해 문제가 대두되는 대표적인

유형이다.11)

재산권 침해의 대표적 유형인 ‘도시자연공원’

에 대하여 좀 더 상세히 살펴보자. [그림 4]를 보면, 2008년 이후 ‘도시자연공원’의 면적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어 재산권 침해 문제가 점차 해소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 만 동시에 ‘도시자연공원구역’이 새롭게 등장하 여 차츰 증가하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위의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유사한 두 용어를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 ‘도시자연 공원’은 앞서 언급한 대로 도시계획시설의 한 유형인 반면, ‘도시자연공원구역’은 「국토계획 법」상 ‘용도구역’으로서 법적 성격에서 차이를 보인다. <표 2>에서는 도시계획시설로서의 ‘도 시자연공원’, 「국토계획법」상 용도구역으로서 의 ‘도시자연공원구역’을 비교해 놓았다. 이를 보면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되는 경우 개 발제한구역과 사실상 같은 규제를 받는다는 것 을 알 수 있다. 또한 헌재에서 결정한 사항 및

「국토계획법」의 20년 기한 규정은 도시계획시 설에만 해당되므로 ‘도시자연공원구역’의 경우 에는 기한이 없이 수십 년간 미집행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10) 비록 개발제한구역 규제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도입된 것이지만, 지자체 역시 보상 및 해제 등 각종 민원에 대한 부담이 존재하므로 지자체는 새로운 규제를 도입함으로써 그 부담을 덜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헌재 결정 등을 고려하였을 때 개발제한구역제도만으로는 더 이상 환경보존 등의 규제수요를 보상 없이 충족하기 어렵다고 보아 지자체 차원에서 새로운 규제를 도입한 것으로 판단된다.

11) 2005년 「도시공원법」의 개정 이전에는 도시공원을 어린이공원, 근린공원, 도시자연공원, 묘지공원, 체육공원 등 5가지로 분류하였으며, 그중 하나로 도시자연공원이 있었다.

그러나 법률 개정 이후 공원의 분류가 세분화되어 도시자연공원이라는 표현은 삭제되었다. 하지만 「도시공원법」 시행규칙에 따라 개정 이전에 도시자연공원으로 지정된 경우에는 종전 규정을 따르는 것으로 되어 있어, 현재도 도시자연공원이라는 용어가 존속되고 있다.

[그림 2] 서울시의 개발제한구역과 비오톱구역 비교

자료: 서울시.

1등급 2등급 3등급 4등급 5등급 도로 하천 비오톱 유형평가 등급

(7)

한편, ‘도시자연공원구역’은 개발제한구역과 유사하게 심각한 재산권 피해를 야기하므로 도 시공원법령을 통해 구역 지정에 관한 조건 및 지침을 상세하게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는 「도시공원법 시행령」(부칙 제2조)의 특례조 항을 통해 기존의 미집행 ‘도시자연공원’에 대 해서는 이러한 조건 및 지침에 상관없이 ‘도시 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게 하였다. 헌 재의 결정 및 「국토계획법」에 대한 지자체의 편 법적 회피를 견제해야 할 중앙정부가 오히려

‘도시자연공원’을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전환 할 수 있도록 우회로를 마련해 준 것이다.12)

이러한 이유로 각 지자체는 ‘도시자연공원’으 로 지정된 곳들을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 해 온 것으로 판단된다. 각 지자체는 기존의 장 기 미집행 ‘도시자연공원’에 대하여 사업추진이 나 지정해제 등을 통해 재산권 침해 문제를 해 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강력한 규제를

통해 재산권 침해 문제를 억누르고 회피해 온 것이다. 결국 [그림 4]에서 ‘도시자연공원’의 면적이 줄어든다는 것으로 재산권 침해 문제가 급격히 해결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대신 중첩규제를 통해 재산권 침해 문제가 오히려 악화된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

Ⅴ. 정책제언

지금까지 규제에 따른 재산권 손실과 보상 기준을 살펴보고 현실에서 이 기준들이 제대로 적용되고 있지 않은 사례를 보였다. 앞서 살펴 본 두 가지 예는 손실보상에 대한 깊은 고민 없 이 규제를 도입함에 따라 문제가 야기되었고,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오히려 문 제를 악화시킨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국민의 재산권 침해가 심각한 규제에 대해서는 재검토하여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 다. 본고에서는 다음의 정책적인 제안을 하고 자 한다.

첫째, 중첩규제 도입을 통해 기존 규제에 대 한 재산권 침해 문제를 회피하는 규정들에 대 한 전반적인 정비가 필요하다. 특히 토지 이용 에 관한 중복규제를 줄이는 것이 정부의 정책 방향인 만큼 이에 걸맞게 중첩규제 성격의 토

12) 국토교통부 녹색도시과에서는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후 법률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예산의 여력을 고려하여 도시계획시설로 개발할 곳과 보전할 곳을 구분하였고, 보전할 곳에 한하여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지정하게 되었다고 설명하였다.

[그림 3] 10년 이상 미집행된 도시•군 계획시설 현황

1,200 1,000 800 600 400 200 0 (km2)

2006 2007 2008 2009 2010 2011 2012 2013 2014 1,040 1,066 1,039 994 975 922 928 931 943

516 512 516 601 523

666 622 691 709

총면적 공원면적

자료: 국토교통부, 「도시계획현황」, 각년도.

[그림 4] ‘도시자연공원’과 ‘도시자연공원구역’의 면적 추이

800 700 600 500 400 300 200 100 0 (km2)

2006 2007 2008 2009 2010 2011 2012 2013 2014

692 739

474 387

273 247

209 193

279 265 274

229 287

132 0 17

0 661

도시자연공원 면적 도시자연공원구역 면적

800 700 600 500 400 300 200 100 0 (km2)

2006 2007 2008 2009 2010 2011 2012 2013 2014 692 739

474 387

273 247 209 193

279 265 274

229 287

132 0 17

0 661

도시자연공원 면적 도시자연공원구역 면적

자료: 국토교통부, 「도시계획현황」, 각년도.

<표 2> ‘도시자연공원’과 ‘도시자연공원구역’ 간 비교

구분 도시자연공원 도시자연공원구역

근거 법령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종류 도시계획시설 용도구역

지정

권자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자치단체장

행위 제한

도시관리계획에 따른 공원조성계획의 결정에 의해서

공원 조성 이외의 목적으로는 사용 불가

※ 20년 기한이 지나면 행위제한 해제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 변경, 공작물의 설치, 토지의 형질변경,

죽목(竹木)의 벌채, 토지의 분할, 물건의 적치, 흙과 돌의 채취, 또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1호에 따른 도시계획사업의 시행을 할 수 없음.

※ 행위제한 기한 없음

중첩규제 성격의 규제들을 정비하고, 심각한 재산권 침해를 야기하는 규제에 대해서는 지자체 조례가 아닌 법률을 근거로 삼아야 한다. 또한 심각한 재산권 침해를 야기하는 규제들에 대해서는 보상규정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8)

지 이용 규제들을 정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앞서 살펴본 무보상을 전제로 한 비오톱 규제 및 ‘도시자연공원구역’ 지정에 관한 「도시공원법 시행령」(부칙 제2조)의 특례 조항은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개발행위 제한 등 재산권의 상당한 침 해를 전제로 하는 규제들에 대해서는 지자체의 조례가 아닌 법률을 근거로 하는 것이 필요하 다. 법률을 근거로 도입된 개발제한구역에 대 해서도 무보상 규정이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상황에서 비오톱 규제와 같이 지자체의 도시계 획과 조례만으로 유사한 성격의 무보상 규제를 도입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지자체에서 도시계획과 조례만을 근거로 개발 행위를 제한하는 규제를 도입할 수 없도록 「국 토계획법」 등을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는 공공의 필요에 따른 재산권 제한은 반드시 법 률에 의하도록 규정한 헌법 제23조 제3항의 취 지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셋째, 중장기적으로 재산권 침해가 심각한 행위제한 규제들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재검토 를 통해 실질적인 보상규정을 마련하거나 규제 를 완화 또는 폐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예산 제약 등 현실적인 한계를 고려해야 하겠지만 그런 이유 때문에 일부의 희생을 수 십 년 이상 강요하는 것은 지속가능한 경제성 장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특히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지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 하여 각 지자체는 도시계획시설 활용에 대한 중장기 예산투입계획을 마련하고, 예산투입의

여력이 없어 도시계획시설에 대한 사업추진이 어려운 경우에는 지정을 해제하는 절차를 서두 를 필요가 있다.

장기간 동안 개발할 의사나 여력도 없이 수 십 년간 재산권 사용을 제한하고, 이에 대한 법 적인 문제가 제기되자 더 심한 규제로 문제를 회피하는 방식은, 국민들의 재산권에 대한 인 식이 강화되고 있음을 고려하였을 때 지속가능 한 방식이라고 보기 힘들다. 그리고 아주 먼 미 래에 혹시라도 필요할 수 있어 일단 규제지역 으로 묶어 두는 관행 역시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는 비단 개발제한구역 규제에만 해당되는 것 이 아니다. 각 지자체에서 실시하는 환경 규제, 도시계획 규제 등의 경우에도 재산권 침해 정 도가 심각한 경우가 많이 있다.

앞서 살펴본 비오톱 규제나 도시자연공원구 역 등과 같이 재산권 침해가 심각한 규제를 도 입하는 경우에는 지자체 단위에서 실시하는 규 제라 할지라도 반드시 법률을 근거로 이루어지 고, 동시에 중앙정부 차원의 엄밀한 검증절차 를 거치도록 해야 한다. 또한 규제에 따른 보상 여부에 대한 판단도 반드시 함께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재산권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수준이 과거에 비해 매우 높아졌고 헌법재판소 나 법원 등 사법기관의 판단 역시 과거에 비해 재산권 보호를 더욱 중요시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규제를 도입하거나 갱신하는 과정에서 재 산권 보호와 손실보상 여부에 대한 기존 시각 의 근본적인 변화 및 제도개선이 절실하다고 할 것이다.■

참고문헌

• 국토교통부, 「도시계획현황」, 각년도.

• 이호준, 『규제수용과 재산권 보호에 관한 연구: 개발제한구역을 중심으로』, 정책연구시리즈 2015-09, 한국개발연구원, 2015.

• Lee, Hojun, “Public Interest Criteria and Korea’s Scrutiny System,” Iljoong Kim, Hojun Lee, and Ilya Somin (eds.), Eminent Domain: A Comparative Perspectiv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6 (forthcoming).

• Kim, Iljoong and Hojun Lee, “A Workable Formula for Regulatory Takings: A Synthesis of Michelman and Epstein,” Working Paper, 2016.

참조

관련 문서